온갖 생각들이 마음 속에 떠다니다가 이리저리 부딪히며 고민하게 만들고 아프게 한다. 우리가 힘든 것은 그런 생각들로부터 잠시라도 떠나 있질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명상을 하고 여행을 하고 산을 오르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는 가만히 무엇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 옆에 빈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에 옥수수 밭이 있었고, 나는 심심하면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그 옥수수 밭 공터를 내려다보곤 했다. 그런 습관 탓인지 길을 가다가 그냥 빌딩이나 백화점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가 많다.
그렇게 얼마간 앉아 있으면 바람과 시간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적막감 같은 고요가 찾아온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거나 무엇을 보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보이는 것이 의미를 갖지 못한 이미지처럼 움직이고 스쳐갈 뿐이다.
가만히 생각하는 것, 그냥 생각해보는 것,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생각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것, 보이는 것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