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때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에 푹 빠져서 지냈다.
과도한 탐욕으로부터 벗어나니 집착만이 남았는지 언젠가부터는 한 사람의 음악이나 노래만을 듣는 습성이 생겼다. 다른 더 좋은 것을 찾거나 싫증날 때까지 그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음악을 듣는 일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아직도 난 방황하고, 그래서 좋게는 두루 섭렵하는 총론적인 인간이지만, 점점 각론적인 집착성을 보인다.
나의 몽상과 같은 꿈이 어느 날 갑자기 바스락 부서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요즘 나는 세상의 집 어느 구석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잦아진다. 여행자가 어두운 숲 속에서 불빛을 놓쳐버린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집착성은 잃어버린 길을 찾고자 지도 속을 방황하는 불안과 같은 것인 모양이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