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 70호를 침몰시킨 것은 물이 아니라 탐욕이었다.
... 침몰하는 배의 마지막 순간은 섬뜩하고 비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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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양어선, 사조의 오양...은 내게도 낯설지않은 이름이다.
근데 정말 부끄럽게도 배위에서 벌어지는 옩갖 악행이 다 나온다.
오래전에 병원에 있을 때, 옆 병동에 통역사가 왔다고해서 뭔 일인가 궁금했었는데 선박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다쳐서 통역을 해주러 잠깐 온 것이라고 설명해줬었다. 그 노동자가 얼마나 훌륭한 대우를 받은것이었는지는 알고있었지만 오늘 이 책을 읽으며 그때 그 노동자가 일했던 작은 선박의 선장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을까 새삼스럽다.

하고싶은 이야기들은 많지만.
우리 해상에 나타나는 중국의 저인망어선떼는 그래도 지들 나라에서 일하는것이고.
오양 75 에서 노동착취, 성착취를 당하다 탈출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
하아. 부끄럽다.




오양70호를 침몰시킨 것은 물이 아니라 탐욕이었다. 배가 물고기를 과하게 집어삼키려 하자 바다가 역으로 배를 집어삼킨 것이다. 가라앉는 배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선원은 위치를 이탈하는 것도 구명조끼를 입는 것도 거부하고 조타실에 들어앉은 신씨를 봤다고 한다. 기둥을 끌어안은 채 손에는 투명한 병을 쥔 신씨는 한국어로 뭐라 중얼거리며 울고 있었다. 뉴질랜드 국적의 어선 어멀털애틀랜티스 Amaltal Atlantis 호가 초단파 무전을 듣고 한 시간후 도착했다. 더 늦었으면 그 배로 구조된 45 명도 아마 동사하거나 익사했을 것이다.
침몰하는 배의 마지막 순간은 섬뜩하고 비통하다. 나는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그 광경을 가까이서 목격한 적이 있다. 마치 괴수가 아래에서 배를 잡아끄는 것만 같다. 물이 배를 빨아들이는 마지막 순간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 근처 물에 있는 사람까지도 딸려들어갈 정도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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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비정하고 포악한 곳이 될 수 있다. 인간 최악의 본능을배양하는 물 위의 인큐베이터이자 진화적 적합성이 해양 생물 사이에서 가혹하게 힘을 휘두르는 서식지다. 발견의 장소이자 한없는 열망과 재창조의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해양국가의 희한한 건국 설화는 바다 위 기행의 상징이자 국제법을향해 보란 듯이 날린 한 방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의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건 바다에서 펼쳐지는 모험주의의 풍부한유산과 완강하고 집요한 권리 주장, 요란한 주권 선언의 이야기였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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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 해양경찰에게 밀렵선을 붙잡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었다. 배를 해안으로 끌고 온다 해도 외국인 선원과 말이 통하는 통역사가, 이들을 수용할 교도소 공간이, 심지어 이들을 실질적으로 고발할 법이 팔라우에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경찰이 나포한 밀렵선 대다수는 가족 사업체 소유의 작은 배였다. 다소 무거운 편인 벌금 50만 달러를 낼 돈은 이런 운영주에게는 대개 딴세상 이야기였으며 선원을 송환할 비용은 더더욱 감당이 안 되었다. 배를 압류하면 팔라우는 그 선원들을 먹이고 재우고 고향으로 돌려보낼 비용 문제를 떠안아야 했다. - P122

무법의 바다를 탐사하면 할수록 포식자와 먹잇감을 구별하는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팔라우에 온 것은 어류를 비롯한 이곳의 해양 생물이 처한 위태롭고 암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약탈 행위의 일선에 있는 외국 밀렵선의 행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뚜렷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어류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팔라우 수역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람들은 그 자원보다 더하지는 않을지언정 비슷한 정도로 취약해 보였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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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chika 2023-12-06 15:3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올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2024년은 더 멋지고 즐거운 한 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산업 혁명이 기후에 비가역적 피해를 초래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방식으로 기후는 바다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결과를 일으키고 어업의 본질을 바꿔놓는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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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를 설립한 환경운동가의 일원이었던 왓슨이 공격적이라는 이유로 그린피스에서 퇴출당한 후 설립한것이 그린피스보다 더 급진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시셰퍼드라고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린피스와 시셰퍼드 모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보며.
해적은 해적으로 잡는다는 단체의 신조에도 자경정신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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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들이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지금이 전쟁과 같은 위기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한 이해가 되기시작하고있다. 지구의 역사에 있어 인류문화의 유산이란것 역시 보잘것 없는 것 일수있으니.








샘사이먼호의 선원 몇 명이 서류판을 들고 천둥호의 어획량을 계산했다. 시셰퍼드가 이렇게 작성해 최종적으로 인터폴에 넘긴기록에는 자망의 포획 실태가 상세히 실렸다. 어망에 걸린 해양생물 중 이빨고기는 4마리 중 1마리 수준이었으며 나머지는 살아있어도 아무도 찾지 않는 부수 어획물이었다. 시셰퍼드 요원들은 거의 전원이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이었고 동물권 문제는 이들 다수를 움직이는 동기였다. 죽었거나 죽어가는 가오리와 대문어,
용물고기, 대게 등의 야생동물들을 그물에서 풀어내는 일은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작업이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렸고 몇몇은 구토를 했지만 보통 하루 열두 시간씩 이어지는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양망 작업이 2주차에 접어들었을 땐 선원들가운데 3분의 1이 등허리의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고 있었다.
진 빠지는 작업에 더해 종종 구역질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빨고기의 무게는 마리당 110킬로그램이 넘는데, 샘사이먼호 선원들이 배 위로 어망째 끌어올린 이빨고기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부패 과정에서 사체 내부에는 가스가 쌓였고 팽만한 몸으로어망에 눌린 물고기가 갑판에 내던져지면서 일부가 터져버렸다. - P36

왓슨은 1970년대 초에 환경운동가 20여 명과 함께 그린피스Greempace를 설립했다. 그러나 그린피스 이사회는 뉴펀들랜드에서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1977년에 왓슨을 제명했다. 바다표범 사냥에 항의하는 그린피스 활동가팀을 이끌게 된 왓슨이 한 사냥꾼의모피와 몽둥이를 물에 던져버리며 상대와 격하게 맞붙었던 것이다. 그린피스는 왓슨이 취한 행동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보고그를 단체에서 퇴출했다. 왓슨은 곧장 시셰퍼드를 설립해 그린피스보다 더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단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두 단체의 역사에서 내가 매력을 느낀 부분은 비록 차이는 있을지언정 무법의 바다에서 이들이 모두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부 기관이든 다른 기관이든 그 어떤 단체도그들처럼 공해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위법 행위를 단속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그린피스와 시셰퍼드모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보았다. 범죄자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활동할 용의가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그 테두리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날 생각이냐는 것이었다. - P41

왓슨은 미국 시셰퍼드의 수장 자리와 단체의 대표 선박인 스티브어윈Steve Irwin 호의 선장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렇지만 도망자 신분인 탓에 일이 계속 꼬였다. 왓슨을 재구속하는 대로 관할국에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일본이 시셰퍼드의 재원을 다 써도 모자란 어마어마한 액수의 법정 공방을 개시해둔 상황이었다. 2017년 10월 기준 왓슨 앞으로는 일본과 코스타리카 경찰이 제기한 혐의와 선박 충돌 건으로 두 건의 국제체포 영장이, 그러니까 인터폴의 적색 수배서가 발부되어 있었다. 왓슨이 천둥호를 추적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가 바다의 자색 수배자를 쫓고 있었으니말이다.
단체로서 시셰퍼드의 관심은 미묘한 법률상의 문제보다는 세계의 해양 생태를 보전하고자 자신이 ‘직접 행동‘이라 명명한 수단을 활용하는 데 있었다. 불법 어획을 일삼는다고 판단되는 일본 포경선을 비롯한 여러 선박을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차례들이받아온 단체였다. 이들은 그림을 고친 해적기와 해양용 위장,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됐던 폭격기를 닮은 뱃머리의 상어 아가리로 만천하에 열의를 드러냈다. ‘해적은 해적으로 잡는다‘라는단체의 신조에도 자경정신이 담겨 있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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