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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나 진중하게 살펴보지 않고 얼핏 보고 섯부른 판단을 하는 바보짓이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때의 바보짓은 다른때와는 달리 '문학' 작품이 아닌 인문학으로 넘겨버렸다는 것이다.
요즘 너무나 많은 책이 나오고 일반상식에 대해 가볍게 다룬 책들이 많아서 그런 종류의 책으로 생각해버린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나의 바보짓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겠다. 그것이 심해져버리면 이처럼 재미있는 책도 발견하지 못하고 놓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맘이 급해진다.
재미있고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쳐버릴지 모른다는 괜한 걱정이 앞설만큼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리뷰쓰기가 싫어진다. 내 리뷰가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퀴즈쇼'를 보는 것은 재미있지만, 그에 대한 소설이라면 어떨까? 물론 이 책은 퀴즈쇼에 대한 소설이지만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삶'에 대한 소설이다. 그것도 지극히 '인도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만큼 인도의 정서가 마구 뿜어져나온다. - 사실 나도 인도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인도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이야기, 인도인들 특유의 삶의 방식에 대해 귀동냥으로 들어봤다면 이 책은 그 재미를 더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책은 또한 재미있을 것이다. 어떻게 재미있는지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사실 추리소설도 아닌 책이지만, 소설의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것이라 생각하니까.
'나는 구속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람 모하마드 토마스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그가 풀어내는 문제의 한 단계 한 단계마다 펼쳐지는 인생역전의 모습은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하였다. 반전과 반전이 엉키어 엄청난 인생 역전이 펼쳐지지만, 이 책의 참다운 묘미는 그러한 삶의 모습이 단지 우연이라거나 그럴듯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람 모하마드 토마스가 얼마나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하였는지, 참된 사랑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담은 연민으로 인한 행운은 그의 행운이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진가이다.
그냥 뭐랄까... 튀어나온 물음표 하나를 발견하고 이건 뭘까? 하며 물음표 끝에 달린 줄을 조금씩 조금씩 잡아당기다보니 그 줄에 매달려 나오는 것들이 뜻밖의 즐거움과 우리들 삶의 모습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안겨주더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각자에게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겠지만, 책을 덮을즈음 저절로 씨익 웃게되는 그런 답을 찾게 된다. 지금도 이 책의 끝을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어버린다.
한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세계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또한 인도라는 나라와 인도에서의 삶의 모습이 특색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인도인이 쓴 인도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전세계인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저자가 부러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