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같이 여행을 다닐때였다. 성당에 들어가면서 성호를 그으라고 하는 내게 단호히 종교의식을 거부하는 8살짜리 꼬마녀석에게 폭력적으로라도 강요하고 싶어지던 내 마음을 느꼈을 때, 처음으로 나의 종교적 단호함이 무서워졌었다.
신앙,이라고 하기엔 신앙생활이 전혀없는 종교의식에만 철저한 나의 믿음이 무서워지기도 했어.
창조론에 위배된다고 진화론 배우기를 거부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에 대해 어이없다고만 치부해버리는 나의 하찮은 신앙은 애초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남북의 일치와 평화통일을 위한 기념미사로 집전을 하시면서 강론시간에 포화속으로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틀때까지만해도 얌전하던 옆자리 할머니가, 천안함 얘기를 꺼내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다 차치하고 한미합동훈련기간에 북한 잠수함이 들어오는 걸 몰랐다는게 말이되냐는 한마디에 저 멀리계신 신부님보다 더 큰 목소리로 신부가 신부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지 정치얘기를 한다며 막 씨부렁거리더라. 남북의 일치와 평화통일을 얘기하며 현정부의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과 전쟁불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당연한건데 그걸 듣기 싫다고 혼자 욕을 해대는데, 사실 시끄러운 경지를 넘어서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혼잣말은 조용히 혼자 해 주세요,라고 했지. 그 할머니 정신줄을 놓으셨는지 나보고 저 신부 하는 소리가 듣기 좋냐고 하는거야. 맘속에서 터져나오는 온갖 말을 다 생략하고, 시끄럽거든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는 한마디를 했는데 여전히 떠드는거야. 신부님이 강론하시다말고 우리쪽을 쳐다보면서 '무슨 할 말 있어요?'라고 할 정도로.
예수가 얼마나 정치적인 인물이었는지도 모르고 더구나 오늘의 복음말씀이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대책없는 할머니는 왜 이 시간에 여기 와 앉아있는걸까 생각하다보니 문득 '신앙'이라는 것이 무서워지는거야. 저렇게 씨부렁거리면서 욕하면서 자신의 믿음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믿음과 신념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고 내가 옳다면 니가 틀린거라며 상대를 내친다면. 나는 성당에서 뭘 하고 있는걸까 싶었어. 그 할머니같은 사람이 믿는 하느님과 내가 믿는 하느님은 같을수가 없는 것 같은데, 절대자 하느님을 인간의 인식으로 규정지을 수 없으니 같은 하느님이라 할 수 도있을 것 같고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모든 걸 무시하고 나의 믿음이 옳다고 하는 것조차 나의 독선인 것 같아져버리는거지.
영성체만 하고 미사전례가 다 끝나기도 전에 내빼버린 그 할머니는 왜 성당에 나오지? 라는 물음도 나의 인간적인 어리석음에서 나오는 것일뿐,이라면 우리의 신앙은 뭐가 되는거지?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 돈벌이 이외에 종교적인 의식조차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않고 무관심할뿐이었는데, 간혹 양심에 걸려 일년 삼백육십오일 기도 한번 하지 않는 생활을 반성해보곤 하지만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갑자기 온갖 상념이 떠오르고 있으니 이상해져버리고 있어. 뭐라고 정리가 안될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