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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엊그제 뉴스에서 미국에서 법원의 추방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범죄 조직의 일원이라며 강제 삭발한 후 비행기에 싣고 추방해버렸다는 기사를 봤다. 불법 이민자 추방을 이슈로 놓고 있는 트럼프 정부는 25년도에 얼마나 더 많은 논쟁거리를 만들려고 하는지 궁금해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사실 내게는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것은 또한 911 테러가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계의 평화를 위한 권력 쟁취가 진행되면서 그 이면에는 현실적으로 온갖 차별과 편견이 더 뿌리깊이 박히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는 것과도 비슷하다.
홈랜드 엘레지는 파키스탄 이민 2세대인 작가가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쓴 글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화자를 작가 자신의 이름으로 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소설이면서 또 에세이처럼 읽히고 있어서 이 글의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논픽션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역사적 관계와 종교에 대해서, 무슬림에 대해서 일정부분 기본지식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에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면 911 테러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 역시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으니 여러모로 이 책을 읽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솔직히 나는 미루어 짐작하면서 읽었을 뿐이어서 이 책을 읽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좀 망설여진다.
"미국은 식민지로 시작했고 식민지로 남아 있다. 즉, 여전히 약탈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며, 부가 우선이고 시민의 질서는 뒷전인 곳이다. 약탈은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조국의 이익을 위해 이어져 왔으며, 여기서 조국은 더 이상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미국적 자아이다"(17)
"난 그저, 여기서 사는 게 그렇게 힘들다면 왜 여기서 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여기 있는 건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랐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기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좋든 싫든 - 늘 조금씩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죠 - 나는 여기 말고 다른데서 살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미국은 내 고향입니다"(507)
이야기의 시작과 끝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 정치, 종교, 인종, 동성애 등의 여러 이야기가 작가의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아이러니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무슬림으로 차별을 받지만 무슬림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하며 미국정부의 경제적 도움을 받고,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테러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 무슬림이라는 편견과 차별을 받아야하는 그들의 삶은 무슬림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지만 작가인 아야드 악타르가 아버지의 고향 파키스탄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는 빈부의 격차, 경제적 지원, 친척들이 미국에서 온 원조, 경제적인 도움뿐 아니라 약품까지도 의존할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를 속박하고 있는 불합리한 세계의 경제와 정치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한번 읽어 본 것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든다. 알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되니 더 많이 공부하고 알아야하겠지만 늘 앎이라는 것은 부족할뿐이라 나중에 한번 더,라는 핑계를 만들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