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들의 공동묘지에는 다뉴브 강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묻혀있다. 무덤들이 많지는 않다. 그들에게 바친 꽃들이 아직 생생하다.

무명인들의 묘지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무덤은 이름이 있다. 여기서 죽음은 기본적이고 본질적이며, 이브의 자식들이고 죄인들인 우리 모두를 이름 없는 형제로 함께 묶는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며 모든 것, 특히 자만한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삶의 진실을 찾게 된다. 이곳에서 쉬는 사람은 돈키호테를 좇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257
















쉬는 날이지만.

이놈의 성격때문에 전임자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서류를 살피느라 쉬지 못했다. 물론 내 일도 아니고 내 전임자도 아니지만 잘못된것이 뻔한데 모른척 넘길수가 없다.


요즘 트레이서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데,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들, 숫자들의 합산이 맞지 않는 것들 등등등 다 보인다는 것에 마구 공감하고 있다.

최근들어 주위에 여러가지 비리가 보이는데 그걸 터트릴 것인가 덮을 것인가의 문제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답답하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지들이 잘못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지적질을 하지 않아 그게 맞는가보다 하고 계속 그런식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 탓 하는 것들에 대해 용서와 자비가 필요한것인지.


이브의 자식들이고 죄인들인 우리 모두.

죽음 앞에 평등한가.


많은게 엉망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인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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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3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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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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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cus Ferdinandus , Archilux Austriae - Este (오스트리아-에스테 대공 프란시스쿠스 페르디난두스)‘라고 적힌 묘비에서 왕위 계승자라는 자격도, 다른 작위나 영예로운 칭호도 떠오르지 않는다. 라틴어로 각각의 날짜와 함께 정리한세 가지 기본 사건이 그의 인생이다. ˝Natus, Uxorem duxit, obit(태어났고 결혼했고, 사망했노라).˝ 소피의 삶 역시 이 세 사건으로 간단히응축된다. 탄생, 결혼, 사망. 이 간결한 서사로 삶의 본질, 대공의 삶과개개인의 모든 삶의 본질이 정리된다. 모든 다른 속성, 아무리 고명한속성이라 하더라도 부차적인 것이며, 대리석에 새겨 기억할 만큼 가치있어 보이지는 않나 보다. 이 무덤에는 단지 어쩌다 왕위 계승자가 된대공뿐만이 아니라, 더한 의미를 가진 누군가, 보다 보편적인 인물, 우리 모두와 공통적인 운명을 함께 나눈 인간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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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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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틀린 것 같아. 우리는 늘 같은 강물, 늘 같은 무한한 현재의 강물에 몸을 담그고 있어. 매 순간 물은 더 맑아지고 더 깊어져. 경사를 따라 흑해로 내려가고, 흐름을 받아들이고, 소용돌이와 파도와 함께, 수면과 얼굴에 주름을 그리며 노는 거지. 199




파우스트의 찰나일까, 아니면 슈티프터의 로사리오일까.198


토마스 만이나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위대한 작가들이기는 하나, 만약 그들이 아우슈비츠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면 그들의 글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에 비해 쓸모없는 하찮은 문학이 됐을 것이다. 192.



왜 다뉴브일까, 싶었는데.
여행기.
강의 흐름처럼 의식의 흐름속에 관통하는 역사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졸면서 읽는 와중에도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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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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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에서 1868년, 즉 사망할 때까지 슈티프터는 그 창문들을 통해 다뉴브 강, 오스트리아의 정겨운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 그에게 그풍경은 자연이 된 역사의 시간, 바스러진 낙엽이나 나무들처럼 땅에 흡수돼버린 제국과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강한 색채나 두드러진 요소가 없는 익숙한 그 풍경은 그에게 있는 그대로의 것을 존중하고 소소한 사건들에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가르쳤다. 삶은 큰 변혁이나 현란한 장면에서보다 소소한 사건들에서 더한층 삶의 본질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풍경은 그에게 빈약한 개인적 야망과 열정을 자연, 세대, 역사의 위대한 객관적 법칙 아래에 내려놓으라고 가르켰다.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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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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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느낌을 적는 경우 행복을 가장하며 창작하게 되는 듯하다. 사실 글쓰기는 극도의 고적감, 실존과 무, 삶이 공허할뿐인 순간들, 상실, 공포를 진정으로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감정을 쓰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그 공허감은 다시 채워져 그것에 형태를 주며 공포와 대화할 수 있게 해주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의기양양하게 해준다. 비극을 그린 훌륭한 글들이 존재하지만, 죽어가는 사람이나 죽고 싶은 사람에게 이 글들은 죽음의 순간 혹은 죽음을 갈망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이 찰나의 고통에는 끔찍이도 맞지 않는 너무나 사치스러운 소리로 들릴 것이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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