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의 눈이 인간의 내면에서보다 더 많은 눈부심과 암흑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오성의 눈이 응시할 수 있는 그 어느 것도, 인간의 내면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복잡하고 신비하고 무한하지는 않다. 바다보다더 거창한 광경을 펼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하늘이다. 하늘보다 더 거창한 광경을 펼치는 것도 있는 바, 그것은 인간의 내면이다.
인간의 의식을 소재로 노래를 짓는다는 것, 그것이 비록 한 사람에 대한 노래라 할지라도, 인간들 중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 대한 노래일지라도, 그 작업은 곧 영웅들이나 신들을 노래한 기존의 모든 긴 노래들을 융합하여 그것들보다 더 월등하고 결정적인 노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 크리스투스 노스 리베라비트 *

팡띤느의 그 이야기는 무엇인가? 사회가 여자 노예 하나를 매입하는 이야기이다.
누구로부터? 비참함으로부터.
배고픔과 추위와 고립과 저버림과 궁핍으로부터. 비통한 거래이다. 영혼 하나를 빵 한 조각과 바꾸다니. 비참함이 공급하고 사회가 인수한다.
구세주 예수의 신성한 율법이 우리의 문명을 지배하지만, 아직 그속으로 깊숙이 침투하지는 못한다. 유럽의 문명에서 노예제도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은 견해이다. 노예제도는 여전히 존속하되, 오직 여인들만을 짓누르고 있으며, 그것을 가리켜 매춘이라고 한다.
그것이 여인을 짓누른다. 다시 말해, 우아함과 가냘픔과 아름다움과 모성을 짓누른다. 그것은 인간의 작은 수치가 아니다. 285



*christus nos liberavit 구세주께서 우리들을 해방하셨도다.



11. 크리스투스 노스 리베라비트 *

팡띤느의 그 이야기는 무엇인가? 사회가 여자 노예 하나를 매입하는 이야기이다.
누구로부터? 비참함으로부터.
배고픔과 추위와 고립과 저버림과 궁핍으로부터. 비통한 거래이다. 영혼 하나를 빵 한 조각과 바꾸다니. 비참함이 공급하고 사회가 인수한다.
구세주 예수의 신성한 율법이 우리의 문명을 지배하지만, 아직 그속으로 깊숙이 침투하지는 못한다. 유럽의 문명에서 노예제도가 사라졌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은 견해이다. 노예제도는 여전히 존속하되, 오직 여인들만을 짓누르고 있으며, 그것을 가리켜 매춘이라고 한다.
그것이 여인을 짓누른다. 다시 말해, 우아함과 가냘픔과 아름다움과 모성을 짓누른다. 그것은 인간의 작은 수치가 아니다. 285



*christus nos liberavit 구세주께서 우리들을 해방하셨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지민 지음 / 정은문고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곤해서 책 읽기가 귀찮아지고 심지어 읽는중인 책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받자마자 바로 펼쳐 읽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어떤 내용일까 잠깐 살펴보려고 책을 펼쳤다가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읽어버렸는데.

이 책이 그저 브루클린 지역에 있는 동네 책방을 소개하는 에세이였다면 잠깐의 흥미를 느끼고 또 금세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성이 있는지 타당성을 따져보기전에 일단 내가 책방을 하게 되면 어떤 책방을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동네 책방의 특징과 운영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자주다녔던 동네 책방을 따라다니며 그저 맘편히 책방 구경을 하고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책방구경은 역시 책구경이 아니겠는가. 브루클린 동네 책방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책을 살펴보고 그보다 더 많은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아, 이래서 책방을 따라다니는 것은 위험한 것인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오로지 책만을 판매한다. 물론 책과 단짝인 문구를 판매하는 곳도 있고 자신들이 직접 만든 굿즈 작품을 같이 판매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책방은 온전히 책을 판매하고 있다. 희귀본을 판매하거나 유명작가의 친필사인본을 판매하는 것 등은 이미 우리의 동네책방에서도 하고 있는 판매방식이기에 그렇게 놀랍지는 않지만 다 비슷해보이지만 각각의 책방이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전히 놀랍고 신기하다.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있기는 했지만 그곳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북까페가 아니라 각각의 전문적인 책방과 커피숍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형태인 것도 독특했다. 책을 읽기 위해 가는 북까페가 아니라 출퇴근길에 스쳐가면서 커피를 사는 사람들이 많고 잠깐의 짬이 나면 책을 살펴보다가 구매를 하게 되는 것도 꽤 흥미로운 방식인 것 같다. 늘 책이 중심이었고 커피가 보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책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책방순례가 겉모습으로 보이는 책 구경에 더하여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책장을 넘길때마다 이미 읽은 책의 이야기가 반가웠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은 빨리 읽어야겠다는 조바심도 들었다. 좋다는 이야기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한권도 읽어보지 못한 니콜 크라우스의 책은 올해가 가기전에 꼭 읽어보려한다. 마침 책선물을 받을 일이 있어서 계속 미루기만 했던 니콜 크라우스의 최근 번역작 '남자가 된다는 것'을 청했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이야기일까 했는데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라니....묘한 마음이지만 기대가 된다. 

한국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번역되어 브루클린의 동네 책방에 진열되어 있다는 이야기 역시 반가웠다. 실제로 직접 동네 책방에 가서 책을 보게 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나마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책을 보게 된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왠지 더많은 동네책방의 책을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동네 책방 이야기가 시리즈로 계속 이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맘편히 여유롭게 동네 책방을 다니며 휴식을 제대로 느낀 것 같은 좋은 시간이어서 좋은 느낌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10-11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방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좋아요. 요즘 제주에는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기던데 그게 또 제주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마음인지도 궁금하네요.

chika 2022-10-12 15:01   좋아요 0 | URL
예전의 책방과는 달라서 저는 편히 갈 수 있는 서점이 없어요. 조카가 오면 가끔 북까페나 동네책방을 가보기는 하는데 정말 오며가며 들려서 책을 살펴보고 구입하곤하던 옛 책방의 느낌은 아니여서.....
그리고 특히 여기는 관광지여서 관광객들이 잠시 쉬다 가는 곳? 사진찍고 구경하는 곳? 그런 느낌이 많아요.

예전에 인문사회전문서점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곳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저는 정말 생활공간 주위에 동네책방이 하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요. 인터넷으로 주문 가능한 책이 많은 서점뿐이라면 갈 이유가 없잖아요.
어쩌면 또 제가 너무 생활반경이 한정적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ㅎ
 
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사는 곳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뮤지컬을 본 것 자체가 손에 꼽을만하며 오래전에 그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버전이 공연된다고 해 일부러 휴가를 받고 관람을 갔던 기억이 있다. 무려 비행기를 타고 갔으니 티켓값보다 더 비싼 교통비를 들이기는 했지만 예약을 받아주던 직원이 정말 친절하게 좌석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내가 원하는 뮤지컬 관람에 최적의 자리를 찾아주려고 하고 있는데 통화하는 사이 마침 vip석 바로 옆자리가 예약취소됐다며 그 자리를 권해줘서 한단계 낮은 좌석등급으로 브이아이피 기분을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리가 왜 그리 비싼것인지는 현장에 가서 알 수 있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첫장면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 샹들리에가 우리 머리 위를 지나쳐 무대로 떨어졌는데 관람객에서 터져나오는 찐 비명소리와 놀람이 무대의 현장과 더해져 실감나는 관람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험은 실제 관람을 하지 않고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일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공연이 있다고 늘 관람을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한국어 버전도 많이 공연된다고는 하지만 외국공연팀의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길수도 있으니 뮤지컬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방구석 뮤지컬은 나중을 기약하며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에 좋은 책이지 않을까.

뮤지컬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고 그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주고 있다. 사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뮤지컬에 삽입된 노랫말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찾아보면 우리말 번역을 알수도 있겠지만 뮤지컬의 내용과 흐름에 맞게 적절히 배치되어있는 노랫말을 읽고 있으면 한편의 드라마나 연극과는 달리 온갖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노래의 선율이 울리는 것 같아 한편의 뮤지컬이 그려지고 있어 좋았다. 


각 꼭지마다 큐알코드가 있어 소개하고 있는 뮤지컬의 넘버곡을 바로 링크시켜주고 있는데 그걸 핑계로 뮤지컬 곡들을 이어서 들어보게 되기도 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래도 큐알코드를 넣는다면 기본적인 뮤지컬의 공연 정보도 넣어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맘마미아가 영화장면으로 연결이 되면 레미제라블도 영화일까 싶었는데 25주년 기념 공연 장면으로 연결이 되었다. 뮤지컬공연은 똑같은 공연이 있을 수 없겠지만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공연이라거나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루클린 동네책방들의 숨겨진 스토리를 알아가다 보니, 언젠가 책방을 열고 싶다며 쉽게 말하고 다닌 나의 얄팍한 꿈이 부끄러워졌다. 책방을 여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지 모르지만 책방 문을 열린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수익을 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동이 끝도 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 무거운 현실을 등에 진 동네책방 주인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