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어쩌면 - 틀림없이 그러리라 - 현재의 연결만이 아니라 기억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렵다. 그들은 나만큼이나,
내 모든 과거 경험이 자폐인의 관점에서 나왔음을 알고 있으리라. 연결을 바꾼다 하여 나를 나이게 하는, 이런 자폐인의 관점에서 쌓아올린 기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자폐인임이 어떤 느낌인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을 잃는다면, 서른다섯 해 동안 내가 쌓아올린 것을 모두 잃게 되리라. 나는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 내 경험을,
그저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듯이 기억하고 싶지 않다. 마저리가 비디오 화면에 나오는 사람처럼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기억에 따르는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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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데일 씨, 누구에게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당신을 싫어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 P288

빛의 잔상이 이 속에서 타오른다. 나는 눈을 감고, 서로의 맞은편을 떠다니며 우주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극점들을 본다. 처음에는 단어가,
서 이를 대체하며 이미지가 나타난다.
빛light은 어둠의 반대이다. 무거움은 가벼움light 의 반대이다. 기억은 망각의 반대이다. 존재는 부재의 반대이다. 이들은 꼭 같지 않다. 무거유의 반대인 가벼움을 뜻하는 light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빛나는 풍선 보다 더 가볍게 느껴진다. 빛나는 구가 떠오르고, 내려가고, 사라지자 빛이 번득인다.….
한번은 어머니에게 잘 때는 눈을 감고 있는데 꿈에서 어떻게 빛을 볼수 있냐고 물었다. 왜 꿈은 모두 깜깜하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어머 나는 알지 못했다. 책은 내게 뇌 내 시각 처리 과정에 대해 많은 사실을려 주었지만,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이유가 궁금하다. 어째서 어둠 속에서도 꿈은 빛으로 가득할 수 있는지 틀림없이 다른 누군가도 물은 적이 있을 것이다. 뇌가 이미지를 생성한다지만, 대체 이미지 속의 빛은 어디에서 올까? 깊은 암흑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할까 사람들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뇌 스캔 결과가 나타내는 패턴은 다르다. 그렇다면 꿈속의 빛은 빛의 기억일까 혹은 다른 무엇일까?
......

내 머릿속에 든 것은 빛과 어둠과 중력과 우주와 칼과 식료품과 색깔과 숫자와 사람들과 온몸이 떨릴 만큼 아름다운 패턴들이다. 나는 아직도 왜 내가 다른 패턴이 아니라 이런 패턴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책은 사람들이 생각해 낸 질문에 답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답하지않았던 질문을 생각했다. 나는 늘, 아무도 한 적이 없으니 내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쩌면 다른 누구도 생각해 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둠이 먼저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내가 무지의 심해에 처음으로 닿은 빛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질문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331-332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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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완전히 진실은 아니다. 만약 오늘 밤에 타이어 두 개를해결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맞다면, 큰 도움이다. 그러나 그는 내 삶 속으로 밀고 들어오며, 나를 서두르게 하고, 내가 느리고 멍청한 사람인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것은 괜찮지 않다. 허나 그는 친구처럼 행동하며 나를 돕는다. 도움에 감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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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밥맛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의 속어라고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안다.
그러나 그는 내게 왜 그런지 설명해 주지 못했고, 나는 아직도 궁금해하고 있다. 만약 누가 나쁜 사람이고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왜 그냥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왜 밥맛이니 재수‘니 하는 말을 할까? ‘진짜‘를 덧붙이면 더 안 좋아진다. 뭔가를 진짜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짜여야 한다.
- P53

우리 부모님은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고 그 사람들이 더 바르게 행동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하셨어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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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1-16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치카님
올해 귤농사는 잘 되었을까요? 언제쯤 맛난 귤을 주문할 수 있을까요?
작년에 먹은 분들 중에서 궁금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궁금 궁금합니다. ^^

chika 2021-11-16 17:39   좋아요 1 | URL
넵. 안그래도 귤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올해는 귤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는 하는데 모르겠어요. 약을 안친거라 껍질이 깨끗하지 않아 걱정하던데 - 저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또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서요.
아무튼 빨라도 11월 말, 12월 초쯤에는 작업 할 것 같아요. 그때까지 기다려야 단맛이 더 강해져서 귤이 달다고요. ^^

바람돌이 2021-11-18 13:30   좋아요 0 | URL
귤이 많지 않다니 안타까움요. 그래도 11월 말에는 주문할 수 있다리 기다리겠습니다. 꼭 소식 주세요. ^^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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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연대기와 소송 기록 등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원본 자료들에 기반한 실화다"(9)


소설이라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가 저자의 말을 읽으며 소설보다 기록문학에 가까운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읽기를 미뤄두다가 며칠 전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한동안 집중해야하는 업무가 많아 그런 상황에 까다롭고 복잡한 중세의 자료를 참고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책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번 펼쳐 읽기 시작하니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 소설인데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는 표현이 뭔가 싶기는 하지만 읽어보면 알 것이다. 고증자료를 통한 상세한 묘사는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지만 학문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라스트 듀얼은 말 그대로 중세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결투'에 대한 이야기이다. 1386년 장 드 카루주와 자크 르그리의 목숨을 건 결투는 당시 사법적인 영역에서 신의 정의로운 심판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여겨지며 살아남은 자가 정의가 됨을 증명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최후의' 결투라 한 것은 아마도 당시 최대의 스캔들처럼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모두의 관심거리가 되었으며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던 시절의 최대의 이벤트 행사(!)이기도 했으며 이후에는 점차 이러한 결투 방식이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몰락해가는 가문을 살리기 위한 정치적인 계략일수도 있고, 실세인 백작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자의 욕정에 의한 몰락을 보여주는 것일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이야기는 끝까지 무엇이 진실일지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처음의 시작부터 카루주의 입장에서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며 교묘히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한 마르그리트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정의는 이들의 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결투의 결말을 향해갈때는 속된 말로 좀 쪼는 맛도 있어서 글읽기가 재미있기도 했다. 


어릴적에 아이반호우라는 소설을 읽을 때 기사들의 결투, 마상시합이 너무 싱겁게 끝난다는 느낌이었음을 떠올려볼 때 이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는 결투의 준비과정과 갑옷에 대한 상세 묘사는 찰나의 순간에 결말이 나는 마상시합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거라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더 세밀해지는 표현에 영화와는 또 다른 글읽기의 묘미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한다. 저자가 또 다른 소설을 쓴다면 당대의 일상에 대한 세부묘사가 브뤼헬의 그림에 버금가겠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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