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나쁘지만도 않아.

역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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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발라동 - 그림 속 모델에서 그림 밖 화가로
문희영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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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을 꾸지만 꿈을 실제로 이뤄냄은 실로 거대한 일이다. 강한 의지는 삶을 바꿀 수 있는 게 확실하다"(112)


수잔 발라동,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면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의 화가들에게 관심이 있거나 최소한 그림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나 역시 수잔 발라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당대의 수많은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으며 온갖 스캔들의 주인공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수잔 발라동이 모델이 아니라 화가가 되었고 재능이 있는 화가로서 드가의 인정을 받았으며 수많은 작품을 그렸다니. 늘 여성의 예술적 재능에 박한 세상이라 알고 있었는데 나 역시 그 세상의 일부였음을 깨닫는 것은 좀 씁쓸한 기분이었다. 


수많은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으며 아들 모리스가 그중 누구의 아들인가에 대한 소문과 추측이 난무했으며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자살소동까지 벌이는것을 서슴치않고, 결혼과 재혼을 거듭하고 50대가 되어갈즈음에는 아들의 친구와 연인이 되었다. 사실 나는 이런 부수적인 스캔들에는 익숙했지만 이 책의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수잔 발라동의 작품도판은 대부분이 낯설었다. 그녀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길래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을까,가 궁금했었는데 프롤로그를 펼치며 르누아르가 그린 스무살의 수잔 초상과 서른 셋의 수잔이 그린 자신의 자화상을 나란히 놓고 보고 있으려니 그녀 자신의 매력에 대한 관심을 갖기보다 그녀의 그림에 더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타자의 시선에 맞추어 포즈를 취하는 초상화와 결연한 표정으로 스스로를 응시하는 자화상 중, 우리의 시선이 꽂히는 곳은 어디일까."(10)


신화적인 요소없이 누드화를 그리며 보이는 인체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 없어도 수잔 발라동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다른 느낌이지만 위화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수잔의 누드는 통쾌하다. 수잔은 자신의 누드를 그릴 때도 언제나 진솔한 태도를 견지했다. 결코 비너스처럼 완벽하지 않고 찌들어 있는 현실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냈다"(145)는 말이 그렇게 공감이 되는지.


인물화도 인상적이기는 했는데 '고양이 탐구'라는 고양이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고흐의 집에 있는 것과 닮은꼴인 의자 위에 올라가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의 뒤태와 고개를 돌린 얼굴의 녹색 빛 눈동자는 묘한 끌림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수잔 발라동이 그린 그림이 그녀 스스로를 찾아가는 길이었던 것처럼 수잔 발라동의 그림을 통해 우리들은 우리의 길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잔 발라동 스스로 증오한다고 할 만큼 힘겨웠던 삶이었지만, 예술은 그 힘겨웠던 시간을 영원히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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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카인드
잉그리드 뉴커크.진 스톤 지음, 김성한 옮김 / 리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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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카인드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어떤말이 될까,를 생각해보지만 그 어감을 담을 수 있는 표현이 무엇일지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에는 '동물을 위한 작은 혁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실제로 책을 다 읽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무엇일까 실천방법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마음이 당연한 의무처럼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동물 역시 인간과 다르지 않은 생명체임을 깨닫고 존중해야함을 인식하게 해 준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1부 동물들의 놀라운 능력은 여러 종의 동물들이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으며 인간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의 우월을 따질 수 없는 동물종마다 특유의 생존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니, 이 부분은 어쩌면 큰 관심을 갖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이 지금까지 읽었던 동물을 다룬 과학책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낀것이 있는데 그것은 동물들의 뛰어난 능력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여러 감정을 느끼며 죽음을 애도하기도 하고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얼마전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를 읽으며 자신의 새끼가 아니어도 같이 새끼고양이를 돌봐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출생하고 금세 어른이 되는 소는 새끼가 사산되고 아프기 시작하는데 자신을 낳아 준 어미소를 찾아가 보살핌을 받고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놀라운 이야기였다. 

2부는 인간에 의한, 동물을 위한 혁명이라는 제목처럼 우월종 인간이 아니라 인간은 동물과 동등할뿐이며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도축한 동물을 이용한 식재료, 화장품, 의류, 가방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리며 그것을 이용하지 않는 실천 방법들을 모색하고 행동지침을 제시해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양모인데, 털을 깎아주는 것이 양에게는 나쁜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좀 충격이었다. 양을 위한 관점이 아니라 최대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의 털을 깎는 것이 단지 돈을 더 벌기 위한 것이며 그것을 위해 속도경쟁이 붙는데 무작위로 밀어대는 것때문에 상처뿐 아니라 양의 신체부위도 같이 잘려나가기도 한다는 말은 상상이상으로 끔찍했다. 


언젠가 우유생산을 위한 젖소가 더이상 젖을 생산하지 못하고 도살될 위기에 처하자 동물보호기구에서 젖소를 인수해 야외 들판에 풀어주던 동영상을 본 기억이 있다. 모든 시간을 좁은 우리에서만 생활하던 소들은 머뭇거리며 우리 밖을 나가는 것을 겁내는 듯 했지만 이내 괜찮다는 걸 알고 들판에서의 자유로움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소들 중 한마리가 울타리 근처에 피어있는 꽃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 꽃향에 취한 듯 코를 갖다대며 좋아하는 모습, 개구장이들처럼 들판을 겅중거리며 뛰는 소들의 모습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모습이라 느껴졌다. 


사실 그후로도 나는 육식을 멈추지 않았고 단백질섭취를 위해서라며 거의 날마다 달걀프라이를 먹고 있다. 우유도 마시고 치즈도 좋아한다. 채식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직 육식을 완전히 멈추고 비건이 될 자신은 없다. 

비겁한 변명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애니멀카인드를 읽고 동물을 위한 작은 혁명을 향한 나의 실천을 멈추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동물권을 위한 행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한다면 더 좋겠지만.


우리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참으로 멋진 세상일 것이다.(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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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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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이 없는 곳이죠. 빛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이요.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 - 항상 먼저 있으니까요."(131)

"저 밖에는 어둠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둠이 있다. 어둠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은 언제나 빛보다 앞선다. 예전의 루는 어둠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불편해했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기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을 쫓는 한, 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란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질문을 던질 차례이다."(501)


SF소설이라 생각하면 늘 '공상과학'을 떠올린다. 그래서 처음 굉장한 평가를 받고 있는 '어둠의 속도'를 읽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 굳이 장르를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SF가 붙어있으면 좀 다른 느낌이어야하지 않나,라는 선입관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글을 계속 읽다보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현재에 대한 질문이 생겨나고, 내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 이것은 삶의 방식이나 존재에 대한 물음과 연결되며 좀 더 단순하게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되어간다.


출산 전 자폐치료가 가능해지며 더이상 자폐인이 나오지 않는 시대, 루는 마지막 자폐인 세대이다. 루를 비롯한 몇몇 자폐인들은 회사의 특수부서에서 지원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현 시대의 상황을 비추어볼 때 그들에 대한 지원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을 것임은 예상이 되고 있는 것이며 자폐인을 바라보는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루의 주위에는 그가 그저 자신들과 조금 다른 사람일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패턴을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루는 펜싱 경기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그를 해치려하는 칼을 든 돈을 단숨에 제압하기도 한다. 그런 루에게 회사에서는 자폐를 고칠 수 있다며 임상실험같은 뇌수술을 제안하는데...


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낯이 익다. 편견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것은 낯익은 현실이지만 자폐인의 일상과 행동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뿐이라 말해주고 있다. 아니 어쩌면 굳이 구별하려 하지 않으면 다를 것도 없어보인다. 가끔씩 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루가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묘사하는 문장들은 정말 좋았다. 루가 타인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그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는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조금 더 자폐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겠지만.


... 뭔가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풀어놓다가 잠시 멈추고 있으려니 너무 많은 질문이 뒤섞이며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폐를 고칠 수 있다면 뇌수술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좀 비껴나 치매를 고친다면 뇌수술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그보다 좀 더 쉬운 답변이 나올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져있다가 문득, 어둠의 속도는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 이전에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윤리적인 논의, 인간을 인간답게, 존재의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다름'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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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낯익은 책제목이다 싶었는데.
난 북스피어책을 너무 좋아하나보다. 신간을 구입하고 책장에 꽂아둔 책 중에 읽지않은 책이 너무 많다.
그래서 결국 어둠의 속도는 다른 출판사 판본으로 읽고있다.그리고.
오탈자를 여럿 발견했지만. 막바지 이건 좀 심했다싶은 느낌이.
시작부터 주어가 빠진 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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