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풍경.

예전엔 간호사가 시도때도없이 드나들며 잠들만하면 깨워서 힘들었는데 이젠 왠만하면 불도 안키고 수액을 바꿔주거나 항생제를 투여하고간다. 좀전에도 한참 줄 정리하는것도 모르고 자다가 눈 떠보니 수액을 바꿔주고 주사줄이 늘어진걸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병실의 화장실은 환자용인데도 보호자가 먼저 쓰고있고. 모두 자는 새벽 시간에 이어폰도 없이 동영상을 보고있고. ㅡ 듣다못한 아저씨 보호자가 큰 소리로 시끄럽다고. 이어폰으로 들으라고 할때까지 삼십여분을 그렇게.
나는 무거운 기계를 달고 있었어서 빨리 못움직이는데 엘리베이터타려고할 때 잽싸게 새치기하며 먼저 타는 사십대정도의 남자도봤다. 언니가 너무 기막혀서 큰소리로 환자보다 먼저 타는 무경우가 어딨냐며. 사실 사회적거리두기로 에스컬레이터 앞에선 수없이 새치기를 당해본터라. 몰상식은 몰상식으로 갚아야 확실한데 그럴수가없으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환자가 다 탈때까지 기다려주고, 일부러 다시 타서 층수까지 눌러주는 친절한 이들도 많고 환자 우선주의를 실천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것을 생각하며 위안을.


코로나때문에 병원통제가 더 심해졌는데 특히 주말에는 경비업체에서 환자1인에 보호자 1인 이상은 출입을 금지시켜서 출입구에서는 종일 싸움이 나고있다.
근무때문에 주말에만 보러 오는데 통제하면 어떻게보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던데 한명씩 번갈아 들어가면 될것을 병문안왔으면 환자만보고가면 될것아닌가. 모임하러온것도아니고. 왜 그렇게 경비직원에게 따지고 욕하고 화를 내는지.


잠이 안오니 이것저것 생각이... 나서 끄적거리고 있기도하지만. 사실 앞침상 보호자가 동영상을 틀어놓고있고. 좀전에 소리를 높이고 있길래 기침으로 깨어있음을 알렸더니 다시 소리를 줄였다. 저 아줌마가 환자용화장실을 쓰고. 새벽에 일어나서도 생각없이 슬리퍼 끄는 소리를 시끄럽게 내며 걷고. 몰상식한 사람들과 함께하기란 참 힘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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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07-12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실도 하나의 사회상을 보여주는군요.
아무쪼록 몸조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퇴원하시길 바라고 있을께요.

기억의집 2020-07-1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빼른 쾌차 기원합니다!!!!
 

수술 잘 끝나고 중환자실에도 하루만 있다가 병실로 옮겼습니다.

수술한다고 염려해주신 분들께 안부 겸 감사인사 드립니다.

쫌 아프긴하지만. 수술했는데 안아프다면 거짓말인거죠.
생각보다 회복은 빠르고 좋은 듯 합니다.

열심히 걸으며 운동하고 있으니 점차 더 좋아지겠지요.

치료 잘 받고 건강해져서 퇴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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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20-07-12 04:2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로자 2020-07-11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 기쁜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치카님의 밝음이 묻어 나는 글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식사도 잘 하시고 회복 잘 하세요!!

chika 2020-07-12 04:29   좋아요 0 | URL
네. 양은 줄었지만 그래도 삼시세끼 잘 먹고있어요. 금세 좋아질 것 같습니다.
 

열시밖에 안됐는데 졸립다.
이제 열시간후면 수술.
별다른 느낌이 없다. 가볍게 시작해서 점점더 심각해지는 수술동의서는 언제나 무서울뿐이고.
그래도 어쨌든 하게 된 수술, 끝나고 열심히 운동하고 회복되면 되는거지.
단순히 기록을 위해 남기는 기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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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7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07-0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몸이 안좋다는 글은 잠시 본것같은데 수술까지 해야 하는거였나요?
모쪼록 수술 잘 되고 빨리 화복되기를 빌게요. 힘네세요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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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수 없다"

책을 읽고 이 느낌을 어떻게 정리해야하나, 생각에 잠겼었는데 일없이 책장을 걷다보니 책 날개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김훈 작가의 글은 그래서 문장으로 읽어야 하는 거였구나,라는 걸 새삼 느낀다. 하지만 나의 독서력과 독서 취향은 표현에 천착하는 편이 아니라 글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어려웠다. 도무지 이 문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표현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수가 없다.

솔직히 문장이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고 표현이 의미를 전해주지 않는 느낌이라 당혹스러웠다. 소설이니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그렇게 읽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의 흐름을 보면 그렇기는 한데 확실히 짧은 호흡으로 문장에만 집중해 읽으면 감탄스러운 문장들이기는 하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의 큰 흐름은 초와 단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역사에서는 초와 단의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그 전쟁에 인간과 인간의 싸움뿐만 아니라 말과 인간의 관계, 말과 말의 관계에 대한 기록의 시대 이전의 일들에 대해 바람이 전해주는 듯 그 시원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간의 역사에 연연해하지 않는 연의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그의 행보는 인간의 역사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 듯 했다. 아니, 자꾸 추상적인 이야기로만 흘러가는 듯 한데 이야기의 연결에 굳이 의미를 담으려고 하지 말아야 될 것 같다.

 

초와 단의 이야기, 기록이전의 이야기, 말과 사람의 이야기... 중심 이야기는 땅에 금을 그어놓은 것을 없애기 위해 그어진 금을 넘어 영역을 넓혀나가는 - 그러니까 현재의 표현으로 쉽게 말하자면 영토를 차지하려는 전쟁 속에서 생명을 가진 것들의 기원과 생명이 이어져가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는 것으로 나는 이 소설을 이해하려고 한다.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으로 사라져버린 연이 가장 기억에 남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홀로 떠나버렸다. 투석기에 돌덩이 대신 자신의 몸을 올려놓는 것은 전쟁의 승리를 위한 희생, 혹은 결의인가 싶었지만 그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많은 것들이 다 예상이 되는 그런 이야기에서 빗겨가고 있다. 토하와 야백의 만남 역시 그냥 흘러갈뿐이다. 그들의 자손이 없다는 것이 판타지의 완성인것인지. 그러고보니 판타지,라고 한다면 이 모든 것들이 다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볼 수 없지만 태초에도 떠올랐을 달을 보고 있으면 하늘에도 금을 그어놓은 현실이 보인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판타지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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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텐 우화 - 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
장 드 라 퐁텐.다니구치 에리야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김명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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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보다는 집에 있는 걸 좋아했던 나는 읽었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며 지냈었다. 그래서 몇몇 책은 수십번을 읽어봤던 것 같기도 한데 아마도 이솝 우화도 그 중 하나였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이후로 읽어보지 않았던 우화의 내용이 이 책을 읽다보니 아주 빤하게 떠오른다. 물론 내가 읽었던 책은 이솝 우화였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라 퐁텐 우화집의 내용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은 라 퐁텐 우화,라고 되어 있지만 고전 그대로가 아니라 편집이 된 책이고 작가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책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동화의 즐거움이나 설렘을 어린이들에게 안겨 주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니다. 불이 뜨겁다는 것과 상처가 나면 아프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듯이, 사람에게 상상하는 힘과 그것을 즐기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힘이 있었기에 사람은 언어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며 문화와 역사를 창조해왔고, 타인과 슬픔이나 즐거움을 함께 하거나 생각과 꿈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460)

 

그러니 이천년전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삼백여년 전에 다시 시대에 맞게 쓰여진 책이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우화를 통해 지혜를 전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혀 쉼없이 읽는다면 하루만에도 금세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일단 그렇게 읽고 나면 책장에 꽂아두고 틈틈이 한두가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혜의 말에 귀를 기울여봐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어렸을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책을 읽으며 도무지 이 이야기의 주된 가르침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 그저 글을 읽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비유가 떠오르면 나의 지혜도 한뼘 자랐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이 책을 쓴 다니구치 에리야 역시 이야기 중간에 자신의 견해를 밝혀놓고 있기도 한데 사실 굳이 그렇게 글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은 어쩔수없이 자꾸 떠오른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뻔한 교훈에 대한 덧붙임은 왠지 잔소리처럼 들리는 이유는 내가 뒤늦은 반항기를 겪고 있기 때문인걸까?

그래도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잔소리 같은 덧붙임에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아름답기 위해서, 또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다움이 있어야 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인 당신이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람들과 함께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지금보다 더 사람다워지기를"(94) 기대하고 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을 새겨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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