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부터 줄곧 한곳에 살다 보면 당연한 줄 알았던 일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직면할 때가 있다. 86


오사카,라고 하면 괜히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제주 4.3 이후에 오사카에 정착한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고 한때는 그곳에서 번 엔화 수입으로 제주 경제를 살렸다고도 들었었으니까.
ㅡ 실상 오사카에 갔을 때, 그곳에서 한국인,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때부터도 그랬을 것 같지만, 우리 선조들은 일본인들이 회피하는 온갖 험한 일을 해야했고 그러면서 엄청난 멸시도 받았다고 들었다. 예전 재래식 회장실은 똥을 퍼야했는데 그 일을 도맡다시피했고 그들을 지칭하는 일본어 표현을 들었는데 익숙하지않은 말이라 잊어부렀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을테고 또한 멸시의 대상이었을것 같기는 하지만.


얘기가 딴데로 흐르고 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태어나서부터 줄곧 한곳에 살다 보면 당연한 줄 알았던 일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직면할 때가 있다.


내 일상 용어가 당연한 말인 줄 알았었는데, 그게 모두가 알아듣지 못할 사투리라는걸 깨달은 때가 떠올랐다.

가방 멜라지난 잘 앉주.
열심히 부탁하듯이 얘기했는데 다들 신경도 쓰지 않아서 무시하나, 라는 느낌에 속상하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다시 언급하니 모두 뭔말이냐는 표정.
그러고보니 어릴때 나는 외국인 개념도 없어서 티비에 나오는 모두가 다 한국말을 해서 외국어,라는 개념도 없고 내가 쓰는 말이 우리동네에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사투리라는것도 몰랐었으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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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인 날은 혀의 감각이 엄청 이상할 뿐 아프지는 않았다. 까칠까칠 고양이의 혀랑 비슷했다. 다음날 사람들이 말한 대로 살이 하얗게 오르고 혀 아래가 회색으로 변해서 징그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게 아니라 점점 더 아팠다. 자꾸 손으로 턱을 만졌다. 혀 아래의 살이 턱이라는 것을 처음 인지했다.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아예 생각할 수 없고 대부분의 음식이 먹기 불편했다.

그리고 가장 아픈 다음 날 통증이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졌다.

 

어떤 상처는 나을수록 점점 더 아프면서 나아지는구나.

중간에 낫는 거 맞아? 하며 덜컥덜컥 불안했는데.

 

컨디션도 안 좋고 우울감이 짙고 무거울 때

문득 "아, 나 혀 데였던 거 이제 괜찮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제보다 더 아픈 사람은

열심히 낫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 것이길.

싹 나아서 갑자기 통증이 사라지기를.

100-101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냥 가볍게, 힘들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것인데.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짜증나는 일들을 글로 풀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은 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스트레스가 쌓이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의무감들이 맘편히 글수다를 털어놓을 여유도 사라지게 했구나...

이제 다시 무게감 없이, 수다를 떨듯이 가볍게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좋아하는 일과 행복함과는 동일어가 아닐 수 있지만 그것 또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돌아갈 집이 있다,의 작가 지유라 님은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라고 표현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 그때 다시 일을 바꾸지 뭐, 라고 별 일 아는 듯 툭 내뱉는다. 예전의 나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게 그 말은 무책임이 아니라, 나의 것인 내 삶의 책임은 온전히 내게 있고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한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야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술도 잘 끝났고 이제 내 건강을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인데, 통증이 느껴지고 불안감이 엄습할 때 이 고통의 끝이 없을것만 같은 절망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할 때.

 

어제보다 더 아픈 사람은

열심히 낫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 것이길.

싹 나아서 갑자기 통증이 사라지기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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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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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책을 들여다보다가 그림이 마음에 들어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생각해보지 않고 무작정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은 돌아갈 곳이고 가족이고 그리움이다' '집은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라는 표제문구만 읽어봐도 그냥 좋을 것 같았다. 단순히 건물만을 그려넣은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삽화처럼 보이는 그림들을 먼저 다 훑어봤다. 어떻게 이런 그림이 나올까, 싶었는데 작가는 모든 그림을 나무에 그려넣는 것 같았다. 연작처럼 보이는 작품들도 각각의 나무에 그려넣고 이어놓은 것이라는 걸 생각하며 작품을 다시 보니 더욱 놀라웠다. 가화만사성을 비롯하여 직접 보고 싶은 작품들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작가의 집 그림들이 그냥 보기 이쁘게 그린 집들이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작품과 그에 더해진 작가의 글을 읽으니 그림이 또 새롭게 다가온다.

그냥 비슷비슷해 보이는 집들일지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세월이 담겨있어 그 살아 온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림의 소재를 찾아 발길을 멈췄던 '우리 시계점'의 이야기는 그래서 조금 더 마음이 아렸다. 시간을 두고 여러번 찾아간 곳이고 주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서 자식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다 꿰고 있고 기자라는 막내아들과 연락하며 안부도 묻던 사이였다고 하는데......

 

작가가 살았던 집 이야기를 듣고 꽃이 가득하고 실내화가 걸려있는 집의 그림을 보면서 내가 살아 온 집을 떠올리기도 한다. 2,3년이면 꼭 이사를 다녔던 어린 시절에도 유독 기억에 남는 마당이 넓은 집과 옥상에서 올려다보던 밤하늘의 별빛은 그 풍경속에 담겨있는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주고 있기도 하고....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누군가가 살아왔던 집의 모습은 잠시 추억에 더해 '삶'에 대한 생각에 잠겨들게 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 속의 집은 또 아름다운만큼 내가 봤었던 풍경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처음 볼 때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다르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의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작품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인데 기회가 되면 작가님의 갤러리에 걸려있을 작품의 실물을 보고 싶은 것과는 또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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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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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창을 좋아하는 창식이가 하는 막창식이네.
정씨가 만든 닭튀김 집 정닭.
음악을 좋아해서 플로리다 중국집.
그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잘하는 일을 하고 사느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느냐? 돈 버는 일을 해야 하느냐, 물을 때가 있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다.
언젠가 돈 버는 일을 하고 싶을 땐 그때 바꾸지 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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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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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후 내용을 곱씹어보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정명섭,이라는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의 내용이 좀비물이라는 걸 알았다면 쉽게 책을 읽었을까... 싶은것이다. 좀비물은 안좋아하는데 최근에 나온 정명섭 작가의 역사소설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지레짐작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계속되는 좀비와의 전투장면들은 솔직히 말해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호러라고만 생각했던 좀비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고 때로는 이렇게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읽기의 즐기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좋았다.

 

이야기는 먼 미래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지구는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간들이 살 수 없게 되었고 우주로 이주해간 인류는 백년이 지난 후 지구에서의 생존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의 곳곳에 파견대를 보낸다. 그 중 한반도에 도착한 이들 중 K-기준은 우연찮게 백년 전에 남겨진 일기를 발견하게 된다. 미래의 시점에서 지구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으면서 일기를 통해 백년전 좀비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던 그 시점의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현재가 또 그려진다.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다 실수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들이 생겨났다는 설,에 의해 세상은 좀비에 감염되기 시작하고 좀비를 막지 못한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로 인해 파급되는 현상들, 빈부의 차, 계급의 구분, 정치적인 목적과 권력의 장악을 위한 인간들의 모습이 너무 비정하게 그려져 좀비에 대한 무서움보다 인간들의 잔인함에 대한 무서움이 더 커졌다.

 

미래의 우주행성에서 온 인류가 지구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지, 백년전 좀비바이러스가 인류를 멸망시켜버렸다고 여겨졌던 지구에서 과연 살아남은 이들이 있을지... 이야기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까 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고 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한데 영화보다 더 정교하게 드러나는 인간군상은 이 소설을 무더운 여름 한 철 더위를 잊기위한 좀비호러 이야기로만이 아니라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아, 그런데 이 다음 이야기는 또 언제나오려는지... 좀비 시리즈가 기다려진다니 놀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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