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방어 -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의 놀라운 비밀
맷 릭텔 지음, 홍경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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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면역계가 정교하게 이루어 놓은 근본적인 목표인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균형이 일마나 정교한지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가끔 체조선수가 평균대 위에서 공중제비와 착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스트레스는 안 그래도 위험한 묘기를 부리고 있는 사람을 공중에서 미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313)

 

얼마 전 인터넷으로 떠돌고 있다는 스트레스 지수 확인 테스트라고 해서 봤는데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치로 나온 것을 보고 설마...했는데 각각의 결과가 다 다른 것을 보고 페이지를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봐도 내 스트레스 지수는 높게 나왔다. 그랬는데 이 책에서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읽으니 순간 뭔가 생활을 바꿔야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왜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우아한' 방어라고 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는데 왠지 이제는 좀 그 표현 자체의 느낌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왠지 너무 어려워서 읽기 힘들 것 같은 이 책은 저자가 실제 알고 있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증상을 스토리처럼 펼쳐놓고 그에 따른 의학적인 면역의 역사를 이어 이야기하고 있어서 물 흐르듯이 글을 읽게 된다. 어려운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읽으면 내용 자체는 이해가 된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상처의 치유가 더디게 되고 더 잘 아프게 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잘 몰라도 체험적으로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암세포는 면역세포를 변화시킬 인자들을 분비합니다'(368)

뭔가 잘 정리되지는 않지만 내 몸 속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나쁜 것으로 인지하여 없애야하는데 돌연변이 세포가 오히려 암세포를 보호하고 키워나갈 수 있으며 그것이 너무 커지게 되면 대식세포가 나타나 식균현상이 발생하고 종양의 유해는 깨끗이 치워지게 된다. 이때 면역계는 상처를 치유할 때처럼 더 많은 성장의 토대를 제공하기 시작한다.(368) 그렇게 되면 다시 암세포가 성장하게 되고 이런 반복의 과정에서 외부적으로 안좋은 것들이 몸에 상처를 계속 내게 된다면(예를들어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는 것이라거나 .. 앞서 말한 스트레스도 해당이 되는지는 궁금하다) 돌연변이와 염증이 많아지고 암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의 경우 유전적인 영향으로 암발생확률이 99%라고 하는데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는 암세포는 산수문제라고 표현했는데, 죽는 것이 많은가 살아남는 것이 많은가에 따라 암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인지...

아무튼 우리의 우아한 방어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이런 궁금증은 또 구체적인 이야기여서 일반적인 면역체계의 방어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으로는 속시원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우리의 우아한 방어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하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되는지 생각해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흔히 지저분한 환경이 건강에 안좋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도 면역체계의 이상이 걸려 더 쉽게 건강을 해칠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에게 흙을 먹게 해도 괜찮은가? 라는 물음에 예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예방접종을 받는 걸 생각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몸 속에 바이러스를 넣어 항체를 만들어 더 병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다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 처음엔 생각없이 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면역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에서부터 현재의 의학 발전 과정까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약물이나 화학요법으로 우리 몸이 스스로 면역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말한다면 수술로 악성종양을 제거한 후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으로 인간이 죽음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진화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이며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건강을 지속하려면 면역계 자체에 의한 균형만큼 우아한 균형을 이루어내야 한다(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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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몸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면역계가 정교하게 이루어 놓은 근본적인 목표인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균형이 일마나 정교한지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가끔 체조선수가 평균대 위에서 공중제비와 착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스트레스는 안 그래도 위험한 묘기를 부리고 있는 사람을 공중에서 미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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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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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에 잠에서 깬 앨리슨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몸은 상처투성이고, 전난 밤 데이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게다가 거울 속에서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것은... 생저 처음 보는 얼굴의 여자였다!"

 

이런 문장을 읽고 책의 내용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요즘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문제시 되고 있고 성착취가 이루어지는 박사방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끔찍해지는데 혹시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을 때 그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글을 읽으면 이해가 더 쉽게 된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내용에 대한 정보없이 소설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책을 읽기 전에 짐작하고 있는 그런 얘기는 아니라는 걸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반전이 거듭되고 있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되는 효과가 큰 것일까? 아무튼 책을 읽다보면 금세 눈치채게 되기는 하지만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남편 매트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앨리슨은 함께 지내면서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 같아 잠시 별거를 하며 시간을 갖기로 하고 친구 크리시의 집으로 이사를 간다. 또 다른 친구 줄리아가 이혼을 하고 사촌의 집에서 살게 되는데 크리시와 줄리아는 이웃하고 있어서 앨리슨과 두 친구는 더욱 더 함께 어울리게 된다. 다른 두 친구는 별거중인 앨리슨을 설득해 데이트앱에 가입 해 누군가와의 약속까지 잡게 만들어버린다.

데이트를 하러 나간 다음날 집에서 잠이 깬 앨리슨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전혀 기억할수가 없다. 더구나 머리에는 맞은 듯한 상처가 있고 자신은 물론 친동생 벤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병원에 가서 안면인식장애와 단기기억상실을 진단받은 앨리슨은 그 날 이후로 보이지 않는 크리시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두려워 선뜻 경찰서에 가 사건조사를 의뢰하지도 못한다. 그런 앨리슨에게 알수없는 낯선 외부인이 그녀 근처를 맴돌고 정체불명의 협박 편지가 날아온다.

 

앨리슨의 친구, 남편, 이웃들...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든 것이 불명확하며 앨리슨 자신의 무죄 역시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앨리슨은 어떻게 해서든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려 하고 조금씩 밝혀져가는 진실에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

초반부터 스릴과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예상했던 이야기의 흐름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재미도 느끼게 한다. 심리적인 묘사와 긴장감의 극대화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높이기는 하지만 최종 결론에 가서는 왠지 좀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시간이 흐른 후 서평을 써야겠다고 다시 되새겨보기 시작하니 그저 허무한 결론이라고만 하기에는  아쉬운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와 피해자, 마녀사냥과 진실, 용서하기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앨리슨이 느껴야 하는 공포와 두려움은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찍히고 영상이 촬영되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얼굴이 사라진 밤]이 강한 몰입을 하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그 과정들이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니 이 소설의 느낌이 또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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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뒤에는 새로운 사람, 동물, 꿈,
사건이 생기지 않는다(아주 어린 나이에 이렇게 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전에 겪었던 일, 전에 만났던 사람이 다른 가면을 쓰고 나타날 뿐이다. 옷차림, 국적, 색깔이 달라졌어도 모두 똑같다. 모든 것은 과거의 메아리이자 반복이다. 슬픔도 없다. 순전히 죽음을 앞둔 아주 작고 마른 고양이 때문에 엄청난 괴로움, 외로움, 배신감 속에서 몇 날 며칠눈물을 흘리던 오래전 기억과는 조금 다른 경험 앞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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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아무리 덮어두려 해도 언젠가 드러난다. 추악하고 어두운 비밀은 어떻게든 밝혀져 우리를 파괴한다. .....
우리 가족을 지탱하고 있던 그 작은 선의의 거짓말들. 서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거짓말들. 진실이 너무나 추악해서, 너무나 추악해서 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거짓말들. 390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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