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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 - 새롭게 만나는 아르누보의 정수
장우진 지음 / 미술문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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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기억이 있는 그림들, 화려한 꽃장식과 온라인 게임의 판타지 왕국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기말의 보헤미안 무하'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역시 언젠가 한번은 들어 본 이름인데 누구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 눈에 익숙한 그림들을 마구 넘겨보게 되어서야 비로소 백여년 전에 무하라는 화가가 살았었고 그의 그림은 그 어느 누구의 그림보다 친숙하게 우리의 일상에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별다른 의식이 없었던 나에게 '알폰소 무하'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 주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그림을 미술 서적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의 삽화나 잡지의 표지, 우편엽서나 달력, 포스터나 광고문구에서 쉽게 볼 수 있기에 그 가치를 귀하게 생각해본적도 없다. 더구나 나는 그의 그림들이 모두 상상과 판타지의 이미지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은 모델들을 그린 것이고, 아르누보의 무하양식이라고 해도 무색할만큼 그 자신의 특징적인 표현기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피카소의 어릴 적 스케치를 보면서 그의 천재성이 이미 드러난 그림이다,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 실려있는 무하의 8살에 그린 예수 그림 또한 무하의 그림에 대한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19세기 말의 예술사적 흐름과 시대의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무하의 탄생과 성장배경,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나름 동시대의 예술가들에 대한 책과 미술서적은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무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무하의 많은 작품들이 예술작품으로서 감상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광고나 포스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상업적인 작품활동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작품의 가치를 일상적인 생활용품처럼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무하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무하의 그림과 판타지 온라인 게임 속 여왕의 캐릭터를 비슷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화적인 표현과 상업적이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만 알고 있는 것으로 끝냈다면 말이다.

북디자이너로서의 무하 작품인 '하얀 코끼리에 대한 추억' '트리폴리의 공주 일제'의 삽화나 프리메이슨과 같은 이단활동으로 이교적인 분위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그의 '르 파테:주기도문' 같은 작품은 단순한 삽화만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무하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이다. 그것은 인간이란 비탄과 괴로움 속에 사는 불안정한 존재일지라도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게 언제나 보호받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 작품을 통해 무하는 진정한 철학적 사색가로 인정받게 되었고 [르 파테]는 무하의 예술적, 철학적, 종교적 이상을 보여주는 가장 의미 있는 작품"(153)이다.

 

무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고향인 체코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그가 이뤄내고자 했던 <슬라브 서사시>의 준비작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슬라브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이 연작에 무하는 자신의 민족과 조국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이요, 범슬라브인에 대한 애정을 녹여 낸다"(140)

민족과 조국의 근원을 찾고, 계속성의 유지를 위해 역사적인 과거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 말 그대로 살아온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는 드디어 1928년 그의 조국에 기증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1936년부터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담고자 시작한 3부작 이성의 시대, 지혜의 시대, 사랑의 시대는 2차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몰린 무하의 죽음으로 인해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이 3부작은 그의 생애를 이끌어 왔던 박애적이고 낙천적인 신념을 담아내고 있다. 이성과 사랑의 힘이 예지에 의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더욱 고양된 인간으로의 길을 이끄는 '세계의 위대한 혼'은 빛나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우리 모든 인류를 끌어안는다"(259)

 

이처럼 나는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폰소 무하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그의 장식적인 그림들은 한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그의 그림들은 단순히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보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화가'라는 말은 무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무하를 표현하는 정확한 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많은 이들이 알폰소 무하라는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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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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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책을 읽었다. 왠지 런던에 관한 책이라면 나도 모르게 괜한 설레임이 생기곤 했는데, 런던 디자인 산책은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면서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 사진들과 빨려들어가는 글로 인해 책을 산책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렇게 기분좋은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끝내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전에 다 읽어버린 책의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책에 대한 머리속의 기억을 쥐어짜내듯 끄집어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느낌으로 미소가 절로 떠오르니 런던 디자인 산책을 다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으로 가는 산책이긴 하지만.

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고 난 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소소하게 도시에서의 일상이 재미있어진것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시선을 바꿔보려고 했고 내가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상상을 하며 거리를 걷기도 하고 이층버스와 빨간 공중전화박스만 이쁘다고 쳐다볼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디자인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얼마나 어울리며 그 도시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런던여행을 떠나고 싶은 소망을 전보다 더 많이 하게 되었고....

 

몇년 전 경기도 군포에 신도시가 생겨나고 그곳에 살게 된 오빠네 집에 놀러갔을 때, 지하철만 타거나 오빠 자가용으로만 서울 나들이를 하다가 하루는 조카가 동네 병원에 간다고 해서 동네 산책 겸 같이 걸어서 따라가봤다. 그때 들은 이야기인데 군포의 신도시 건축 설계는 여성이 했는데 다른 도시와 달리 엄마와 아이들이 길을 걷거나 활동을 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설계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가는 길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나무들도 보면서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이었으니 꽤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도시 전체를 아름답게 디자인 한다는 것에 대한 감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편리함과 친환경적이면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말함이다.

런던 디자인 산책을 읽다보니 그때의 그 느낌이 떠오른다. 실제 기업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이 짓는다'라는 광고문구가 오랫동안 기억이 되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런 '진심'이 아닐까 싶다.

 

런던 디자인 산책은 오래된 것의 가치,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 잠들지 않는 디자인 도시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소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전통적인 것이 현재에까지 이어지며 고유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 디자인은 단지 이쁘게 꾸미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임을 자분자분 이야기해주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들이 함께 곁들여져 이 책 역시 하나의 멋진 디자인을 뽐내고 있는데 3부에서는 특히 독특하고 창의적며 실용적이기까지 한 생활디자인을 선보이는 런던의 여러 디자이너들과 스튜디오, 작품 전시회 등 행사장 풍경들을 소개해주고 있어 런던의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문득. 런던에 대한 매력은 무궁무진하게 느끼고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매력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쌓아올려진 현무암 돌담, 옛 전통이 살아있는 정감어린 정낭, 애기구들, 올레....

아무래도 런던이 아니라 제주디자인 산책을 먼저 하면서 고향에 대한 정을 더 깊게 할것만 같은 예감이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독특한 아이디어보다 값진 것은 그것을 함께 지켜나가는 마음의 힘이다..... 그저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의 작은 기쁨을 담아낼 뿐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이렇게 작은 기쁨에서 행복이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소박하지만 좋은 세상을 꿈꾸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세심한 배려는 이노센트 브랜드의 핵심전략이다.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재미있게, 쉽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며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그들은 오늘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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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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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을 모두 다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관심을 갖고 있어 그 삶의 여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읽어보기 전부터 왠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들의 뒷모습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보여줄까,라는 궁금증보다는 그저 다시 한번 그들의 삶을 돌아보고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조금씩 읽어나갈수록 이 책은 그저 고난한 삶을 살아온 예술가들을 나열하여 상처를 후벼파고 연민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예술, 상처를 말하다'라는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의 감각이 예술가에게 필요한 덕목인가? 이 질문은 예술이 타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질문이다. 정의란 '타인에게 동의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98)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예술가의 삶을 살다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고통 모두를 고스란히 자신의 예술작품에 드러내 보이고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았기에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아간 이들을 보게 되었다.

강박에 사로잡히고 피해망상에 빠져들고 결국 정신병원에 수용되어야만 했던 카미유 클로델뿐만 아니라 정신이상자로 비춰지는 고흐, 예술작품보다도 그녀와 남편의 기이한 결혼생활과 각자의 연애행각에 대해서만 언급이 되는 프리다 칼로...

저자는 이들의 상처에 대해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평범한 삶을 살아간 그들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그들이 받은 상처의 흔적이 예술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그것으로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하겠다는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받기를 원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이들은 자신의 살아생전에 자신의 예술작품이 가치있는 예술로 인정받거나 대중들에게 사랑받거나 이해되거나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지금은 공히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거나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거나 했기 때문에 그들의 삶과 고통이 치유되고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상처받은 모습,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을 그대로 작품에 투영하고 있기때문에 우리의 공감과 이해를 받게 된 것이다. "상처는 고백하고 나눔으로써 완화된다. 제한적이지만 고백 자체 안에 치유의 계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269)

 

책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 책에는 세명의 한국인이 나온다. 권진규, 백남준, 이성자.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고 작품 사진을 보니 또 어떤 책을 통해서 한번쯤은 봤던 기억이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 알기는 커녕 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조차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삶과 상처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관심조차 없었다니. 책을 읽다 말고 잠시 문화적 사대주의에 대한 생각의 샛길로 빠져들었다.

 

예술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가와 예술가의 작품이 전혀 별개의 것이 될수는 없다는 건 알겠다. 고흐도 케테 콜비츠도 또 다른 이들도 그랬듯이 예술작품 속에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거짓없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도 알겠다.

"자신을 타인의 이름으로 내어 주는 것, 자신의 재능을 형제들의 고통 안으로 감추는 겸손의 미학,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와 기쁨에 기꺼이 귀속되는 자아, 이것이 희망의 예술, 희망의 지성, 희망의 사회, 희망의 정치, 희망의 경제의 첫 단서이자 본령이어야 한다."(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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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다큐멘터리 만화 1
최규석.최호철.이경석.박인하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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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만화를 보고 있냐,라는 지청구를 들은게 언제였었지? 하긴 그런 이야기에도 꿋꿋이 나는 수많은 만화책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즐겨 찾는다. 만화가 뭐 어때서?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학습자료뿐 아니라 기업의 중요한 회의자료마저 단순한 자료제시가 아니라 좀더 확연히 와 닿는 도표와 그래프, 그림으로 표현하여 간결하고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제시되고 있다. 이제 만화는 철없는 아이들의 것이라는 인식은 많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식의 변화와 흐름을 볼 수 있는 책 한 권이 나왔다. 바로 다큐멘터리 만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왠지 진지하고 심각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되고 만화라는 것은 또 왠지 유치하고 아이들이나 즐겨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금은 많이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는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아이들의 이해 폭보다 더 넓고 깊게 그려지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수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작가들의 만화도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고. 

이 책에는 다큐멘터리 만화 연구 - 서구와 일본의 경우,에 대한 글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데, 사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거기에 소개된 많은 만화를 읽기도 했지만 특별히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은 없었다. 내게는 똑같이 그저 한권의 책일뿐이었던 것이다. 팔레스타인이나 바시르와 왈츠를 같은 작품뿐만 아니라 미국의 히어로 만화로 분류되는 배트맨, 와치맨 혹은 브이 포 벤데타 같은 만화 역시 지독한 정치 풍자가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 만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라는 단순한 물음이 떠오른다. 그건 단지 형식의 차이야,라는 말로 끝낼 수 있는 것일까?

 

다큐멘터리만화 시즌 1, 사람 사는 이야기에는 노동현장, 강제철거 현장의 사실적인 모습들, 나무와 식물들의 이야기를 통한 자연의 모습, 교포 2.5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사회, 청년들의 현실 문제와 희망의 모습, 역사적인 인물 신사임당과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이야기가 각자 특유의 그림체와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만화를 만들며 견지한 두 가지 지향은 현장성과 진정성이다. 현장성은 체험과 연구, 취재와 답사 등의 노력을 통해 보완되어야 하며, 진정성은 작가 스스로 보고 있는 것, 하고 싶은 말을 함으로써, 그 말들의 정수를 모아냄으로써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현재까지 "다큐멘터리 만화"는 정확하게 어떤 기법이나 형태, 장르로 정리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지향하는 만화의 지점, 깊고 넓게 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과 움직임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아니, 뭐 그리 어렵게 말할것 있겠는가. 만화가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한 시대를 기록했다는 것, 그들이 그려낸 한 시대의 이야기 속에서 감동받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우리 시대의 삶을 느끼는 것... 그것이 다큐멘터리 만화 사람사는 이야기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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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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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의 일이예요. 운좋게도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생겨 멋모르고 배낭메고 쫓아다니기만 하던 때의 일이지요.여행이라는 걸 잘 다녀보지도 못했었는데 해외여행, 그것도 로마와 파리에 간다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막무가내로 다닐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무작정 따라나섰던 여행이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때 여행준비를 한다면서 달랑 한권의 책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90년대, 나중에 알고보니 해외여행 자율화- 해외여행의 제약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던 그런 시절에 해외여행은 이제야 첫단계가 시작되고 있었던 때였고 참고할만한 것은 세계가 간다라는 여행시리즈 책뿐이었던 그런 시절이었던 거예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길래 따라 들어간 곳이 바티칸 박물관이었고, 로마를 헤매다 멋진 분수가 보이길래 잠시 다리를 쉬며 앉았던 곳이 나보나광장이었고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파리에서 숙소를 찾아가기전에 잠시 들려볼만한곳을 찾다가 지하철 타고 가기 쉽다고 찾아간 곳이 오르세미술관이었던, 그런식의 여행이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일수밖에 없었어요. 로마에서 사진기를 잃어버리고, 그 이후에 찍은 사진은 현상해보니 반도 안나왔고, 더 많은 곳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길에다 뿌리며 다녔을뿐이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느꼈던 문화충격은 정말 신선했었어요.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이리 길게 하는지 아세요? 그때 나는 예술이라는 것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지요. 물론 오르세 미술관을 가고, 다른 사람들은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고 그냥 지나쳐버렸던 루브르 박물관을 꾸역꾸역 찾아가 기어코 모나리자를 보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던 건 아니었어요. 박물관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의 학생들이 스케치북 하나 들고 와 명화앞에 쪼그리고 앉아 스케치를 하는 모습, 쬐끄만 아이들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모습, 미술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커다란 액자에 담겨 내 눈앞에 있는 현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드넓은 루브르에서 뭘 어떻게 봐야할지 헤매고 있을 때, 옆에서 한국말이 들리길래 돌아봤더니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온거예요. 우리는 은근슬쩍 그들 뒤꽁무니에 따라붙어 다녔어요. 사실 그 넓은 박물관에서 비너스와 니케, 모나리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는 심정이었었는데, 그 단체관광객을 이끌던 가이드는 마침 미술학전공자였고 우리 모두를 난생 처음보는 그림 앞으로 데려갔지요.

이주헌님의 역사의 미술관,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그 그림이예요.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 느낌이었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정말 인상적이었던 그림이었어요. 그림 안에 역사가 담겨있었거든요. 처음들어보는 이야기, 처음 본 그림이었지만 이런 그림도 있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후로 미술작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연상되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던 거예요.

아, 그 그림이 뭐였냐고요? 자크 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라는 그림이예요. 그후에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으로 다비드라는 작가를 더 잘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작가도 작품도 모두 낯설기만 했었지요. 하지만 그 강렬한 인상은 그 강렬함 이상으로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주었네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지만 역사의 미술관은 그림에 대한 또다른 시선을 갖게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복식의 변천을 배우면서 로코코양식이 인상적이었던 것도 미술작품을 통해 봤기 때문이고 알타미라 벽화의 소그림을 통한 고대의 사냥의식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듯이 그림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역사가 담겨있고 화가의 극적인 문학적 표현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한편의 작품을 통해 수많은 대화를 건네고 있는데, 그것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주헌님의 역사의 미술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역사를 읽는 것은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전에 역사는 하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가장 교훈적인 이야기다. 그림도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림에는 사람살이의 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게 표현되어 두루 담겨있다.그렇게 이야기로서의 역사와 이야기로서의 그림이 만나 짝을 이룬게 이 책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장에서는 한시대를 이끌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림을 풀어놓고 있지요. 많이 알려져있는 나폴레옹의 초상화뿐 아니라 그림만 봤었지 그 자세한 역사적 사실은 몰랐던 이반뇌제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장에서는 히스토리속의 허스토리, 그러니까 여성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지요. 신화속 여신이나 성서속 여성들의 주제화는 많이 접했었지만 역사속의 여성들만을 꼽아보니 그것도 꽤 흥미롭습니다. 3장, 역사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의미에는 전염병같은 천재지변에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일으킨 참혹한 전쟁의 참상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는 그림 속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4장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에서는 인간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종교, 이념과 사상, 세계관의 변화에 따른 인간 의식의 변화와 그 흐름을 보여주는 그림을 찾아볼 수 있지요.

왠지 제목만 보면 거창해보이지만 이주헌님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거예요. 이주헌님의 그림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리 복잡하고 어렵기만 해 보이던 역사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고, 이해하기 힘든 그림들이 너무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을요.

 

금세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버리니 진한 아쉬움이 남는군요.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예술, 역사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에 담아내는 화가들의 창의력에도 감탄을 하고 그 역사의 한장면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하고 이야기해주는 이 한권의 책에도 감탄을 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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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주헌 선생님이 좋더라구요.
미술엔 문외한일지라도 이주헌 선생님의 다정한 해설을 들으면 그림이 눈에 들어오고 그랬어요.
보관함에 담아 가요~

chika 2012-02-14 17:22   좋아요 0 | URL
그죠? 그림이 하나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만 느껴진다니까요. 지식의 미술관도 사두기만 했는데 빨리 읽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