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21세기 자본』 이후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이정우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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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21세기 자본]도 전혀 모르면서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그의 후속작 중 하나에 대한 해설서인 본서를 읽은 것은 [교보 eBooK for 삼성] 앱의 영향이다. 무료 도서 받기를 처음 클릭하자 쓰잘데 없어 보이는 로맨스 웹툰들 사이로 본서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량도 만만하고 경제학자의 책을 해설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경제 관련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아서 더 쉽게 읽었다.

 

솔직히 경제학자의 저작에 대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본서는 정치서 해설서 같은 감상을 안겨준다. [21세기 자본]에서도 피케티는 어려운 그래프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피케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그걸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들이 있어서라고 판단해 경제학이 경제학에서만 갇혀서는 안된다며 역사와 철학, 정치를 아우르는 서술을 했다고 한다.

 

-본서에서는 그 극악무도한 분량을 자랑하는 그의 저서를 사두기만 하거나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며 호킹지수(호킹 박사의 유명세 때문에 그의 책이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어 판매량은 높지만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걸 지수로 표현한 말)가 높은 책이라는 말을 한다. 나로서도 본서를 읽으며 [21세기 자본]보다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읽어보아야 할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흐드드한 분량을 보고는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피케티는 불평등이 양산되고 증폭해온 역사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3원 사회, 노예제 사회, 식민사회, 소유자사회가 그것이다. 특히나 3원 사회는 현재까지도 그 양상이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데 불평등과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사제집단과 그 전방에서 전투하고 자본을 잠식하며 그 진가를 누리는 전투가들인 귀족집단, 그리고 노동하고 지배받는 하층민들인 평민집단을 이른다. 이 구조는 후속되는 사회들 모두에서 남아있으며 자본가가 부의 정점에서 대부분의 부를 독식하는 소유자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유발 하라리 같은 사제들과 저커버그, 머스크, 게이츠, 소로스 같은 귀족들 그리고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민들이 그 구조가 영속적이어왔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케티는 1945~1980년 사이를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보는데 1980년에 이르러 대처와 레이건이 등장하며 이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케티가 보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그가 관점을 자본주의가 더불어 살기 위해 만들어진 체제라고 보기 때문에 한계를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사제들이 이야기하듯 사회진화론이 자본주의의 근간이며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그른 것이 아닐 것이다. 결국은 자본가들이 전체 부의 거의 대부분을 잠식하는 것이 불가피한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인 귀결이 아닌가 싶다.

 

ESG니 노동자 참여제도니 하며 전지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체제의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여지를 세계시민들에게 페인팅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본색은 결국에는 실력주의식 사회진화론식 승자독식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보인다. GPT로 인해 이젠 대다수가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이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기술까지 정점에 이른 것이 드러난다면 대중은 그제서야 모든 분야에서 근로자들이 사회의 근간이 되던 시대가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될 듯하다. 과거 어느 책의 제목처럼 더이상 인간은 필요 없다. 자본가들에게는 그리고 자본가들의 세상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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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Stick 스틱! (15주년 기념판)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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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을 사로잡고 수긍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담고 있다. 분량이 긴데도 불구하고 매 장 몰입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우리는 TV 광고를 보며 신문을 보며 그리고 회사에서 또 학교에서 우리의 삶 대부분에서 언제나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모든 순간 우리의 설득이 적절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리를 설득하는 메시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설득하기 위해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가를 저자들은 담론하고 있다.

 

저자들의 클리닉을 따라 이 리뷰에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어보고자 한다. 이미 익히 들은 이야기일 거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양을 키우던 때의 이야기다. 양들이 목초지를 따라 풀을 먹고 있을 때, 간혹 흉폭한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양을 먹어 치웠다. 마을 사람들은 의논 끝에 목초지로 양들을 풀어놓을 때 망을 볼 양치기 소년을 고용했다. 양치기 소년은 양을 풀어놓아도 늑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가 증명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기다렸으나 그날따라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년은 기다리다 초조해져 마을을 향해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며 소리쳤다. 이 이야기가 늘 그랬듯 마을 사람들은 놀라 늑대를 쫓으려 나섰으나 늑대는 없었다. 사람들은 속았다고 화를 내며 돌아섰지만 소년은 그들이 당황하고 놀란 모습에 재미가 들어 그날 이후 두 번 세 번 장난을 쳤다. 그러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그대로 양치기 소년은 나타난 늑대를 피해 달아나며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쳤으나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소년은 처참하게 늑대에게 잡아 먹히며 생각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늑대에게 나보다는 양꼬치 엔 칭따오가 더 맛나다고 설득해봐야 하는 걸까?’ ‘목초지 둘레에 울타리를 쳤어야 하는 걸까?’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라도 목양견으로 두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보다는 더 달리기가 빠른 사람을 양치기로 추천하고 관뒀어야 하는 걸까?’ ‘늑대가 나타났다는 나의 메시지가 좀 더 설득력 있으려면 어떡해야 했던 걸까?’”

 

양치기 소년의 고민들은 다 일리가 있었으나 그에게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은 시대를 넘어 [스틱]이라는 이 책을 이 소년이 읽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여러분이 모두 알고 있는 이솝 우화의 한 대목에서 소년에게 과연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희화해서 넣었을 뿐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분명 정직하라가 맞을 것이다. 신뢰성은 본서에서 중요하게 전달하는 원칙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이야기 속의 사정으로는 소년의 말을 마을 사람들이 믿느냐 하는 것도 문제겠으나 그 보다 일차적인 문제는 늑대를 막는 것이었고 소년이 문제를 일찍 인식했더라면, 늑대를 막기 위한 정리된 메시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거다. 그랬다면 아마도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을 살리기 위한 대안이 무얼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면 여러분의 기대에 저자들은 충분히 부응할 것이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면 분명 여러분은 101번째 양치기 소년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설득력 있고 매혹하는 메시지는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이 여섯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원칙들이 생명력 있으며 절대적이라는 걸 그들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비단 PT나 광고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치와 문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글쓰기에서도 적용 가능한 정보이자 지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 살아가며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거의 모든 경우의 선에서 본서의 지식은 효과적일 것이다. 늑대를 만난 경우에도 어쩌면 당신을 살릴 수 있을 지식이 될지 모른다. 당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적용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은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나 엽총만큼이나 효과적일 것이다.


교보eBooK for 삼성 앱을 통해 1월에 삼성에서 선물해준 책을 이번에 읽었다.

삼성폰만 있다면 앱을 다운 받으면 누구나 매월 1권씩 선물 받을 수 있다.

"사랑해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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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7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앱으로 이 책 읽는 중인데 같은 분이 여기도 계셨군요ㅎㅎ 반갑네요ㅎㅎ

이하라 2023-02-17 22:23   좋아요 1 | URL
저도 반갑습니다. 이 앱 때문에 삼성이 더 좋아졌어요.^^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면 이 기회에 이 앱 다운 받으셨으면 싶어요.^^
 
인간 본성 불패의 법칙 - 닫힌 마음도 무장 해제시키는 4가지 행동 설계
로런 노드그런.데이비드 숀설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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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를 읽으면서야 비로소 비즈니스맨이 아닌 사람들까지 왜 비즈니스 명저를 탐독하는지 왜 비즈니스 명저들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사뭇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주제이면서도 이 주제를 실제 마케팅에 PT에 고객 관리에 연구 개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화할 수 있다. 인간 심리가 궁금했을 뿐인 사람도 사업가나 기획자와 같은 관점을 엿보게 해주기에 독서의 남다른 맛이 더해지는 저작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제는 인간 심리를 통찰해 어떻게 기존의 기호를 넘어서 흥미를 일으키고 반발을 적게 하면서 각인되게 하고 행위의 동인으로 작용하게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인식과 함께 흥미를 불러와 지속적인 관심과 기호로 자리 잡게 하는 방법, 행동으로 실천하게 하는 방법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 지식의 여정을 논리나 주장만의 나열이 아니라 각 심리 법칙과 이론, 실제 연구와 사례들을 제시함으로써 이해가 쉬운 서술을 하고 있다.

 

저자들은 인간의 의사 추진과 실천에 있어 저항이 되어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바를 마찰력이라는 어휘로 정의하고 대표적인 4가지 마찰력과 그 마찰력을 상쇄하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인간이 새로운 주제나 대안에 대해 저항하고 기존의 익숙한 것들에 안주하려는 심리를 1 마찰력 관성이라고 정의하는데 이 관성을 낮추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을 총 7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반복과 유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점진적인 반복을 통해 익숙하게 만들어 기존의 상식처럼 인식을 왜곡시키는 것과 열등한 선택지를 제시하여 제안자가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선택지를 단 두 가지 제시하는 것으로 역설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선택지를 세 가지로 제시할 때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값싼 A와 비싸지만 월등한 C 사이에서 가격을 이유로 A를 선택하는 고객의 선택을 바꾸려 할 때 중간 가격이고 A보다는 낫지만 C 보다는 모자라기만 한 B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B가 아닌 C를 선택하는 경우가 현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인간 심리를 파고든 최초의 매출 증가 사례가 팝콘 판매율이다.

 

아무리 사소한 수고라도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매출에 지대한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게 2 마찰력 노력의 장에서 등장한다. 공짜 사탕이라도 사탕이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느냐 사탕을 먹기 위해 몸을 좀 더 기울여야 하느냐는 단 50cm의 거리 차만으로 대중의 공짜 사탕 선택의 폭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인간은 약간의 불편이라고 감수해야 하면 쉽게 선택을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손쉬운 시스템은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리서치나 사소한 부탁에서도 상대의 수고를 최소화하거나 거절할 시에 약간의 불편을 더하는 제안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의사에 변화를 줄 수 있다.

 

3 마찰력 정서는 제2 마찰력에서의 사례와는 상충하는 다른 예가 등장하기도 한다. 케이크 믹스의 사례인데 간편하게 케이크를 구울 수 있는 케이크 믹스가 등장하고도 사람들의 구매가 저조하자 이를 전문가에게 의뢰해 리서치를 하고는 대안을 찾은 경우이다. 미국 가정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케이크 믹스는 '너를 위해 케이크를 구울 정도의 애정은 없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판매율이 저조했던 거라고 한다. 단지 계란가공가루를 제거하고 고객이 계란을 넣어 휘저어야 하는 수고를 더해줌으로 고객에게 '나는 베이킹을 하고 있다'는 심리를 안겨주어 매상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고객의 심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간단하게 대답을 회피함으로써 불가능해질 수도 있으니 고객의 진정한 심리를 알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질문들로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해당 제품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인간 관계에서도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4 마찰력 반발과 그 대안인 두 개의 장은 인상적이면서도 짧은 장이었는데 대상자의 저항하는 심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예스 세트 질문으로 접근하거나 상대가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으로 스스로 자기 설득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앞서 말한 장들에서도 대중 선동법의 기법들을 사례로 등장시키고는 있지만 이번 장은 무척이나 유효하면서도 소름 돋는 사례가 있었다. 적국에 포로가 된 병사들에게 적들이 고문을 통해 기밀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으나 포로인 병사들 내면으로부터 조금씩 자국에 대한 불만의 요소를 하나둘 일깨우기 시작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그들이 조국을 배신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는 실제 사례가 등장하기도 한다.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심리 기법이 아닐 수 없다. 포로가 된 병사들이 스스로 자기를 설득하고 합리화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 자원입대한 이들이 군과 조국을 배신하도록 만든 것이다.

 

본서는 독서 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는 주제로 가득하고 실용성으로 꽉 차 있는 내용이다. 물론 다소 티미한 이 사람이 리뷰를 썼다 보니 본서에 대한 흥미가 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명저라는 이 책은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 어디에서든 반드시 적용될 수밖에 없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언제나 운용되어 오고 있는 내용이기에 독서 전에 주제에 대한 이해를 굳이 가늠해보지 않고 읽거나 듣더라고 그사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종이책이든 이북이든 오디오북이든 접하고나면 (독서가) 한 번이 두 번이 되게 하는 저작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다수의 독자가 사업가나 회사원인 것 같던데 사업가나 회사원이 아닌 분들도 인간이기만 하다면 누구라도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을 내용이란 걸 읽거나 들으시는 즉시 깨닫게 될 것이다. 시큰둥한 사람도 독서를 마치면 다시 뛰어들게 될 거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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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 일에 대한 관점도, 삶을 위한 태도도
김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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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끌린 이유는 사람의 인생이 각자에 따라 다르고 성공하고 성취한 이들의 삶에서는 나름의 배움이 있을 수 있듯, 성공한 브랜드도 각각의 이미지와 스토리를 명료하게 전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명 브랜드들이 이야기하는 주제가 무얼지 그런 이미지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있었는지도 궁금했고요. 브랜드들 통해 인문학적 감성을 자극할 것만 같은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 여겼습니다.

 

사실 이런 기대만 있었지 저자의 약력을 보고도 브랜딩이 무언지 브랜드 경험 기획이라는 게 무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본서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저 브랜드를 만드는 일인가 정도가 다였습니다. 그런 어설픈 독서였지만 본서를 읽으며 저자의 스토리텔링과 깊이 있는 눈길을 따라가며 브랜드를 통한 통찰도 사람에 대한 그것과 다르지 않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브랜드를 들여다 보는 재미의 정점을 디코딩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말하고 싶었던 것과 왜 이런 코드로 그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지를 이해해 보고 예측해 보는 게 흥미진진하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의 방을 구경해 보는 게 무엇보다 진짜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이 심리학자나 상담가와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것이 기업으로 대치되었을 뿐 한 대상에 대한 분석과 이해와 통찰을 통해 그 대상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더 나아가게 해주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목차에서 각 장의 제목들을 보면 브랜드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한 인격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시야 같다는 생각도 다들 드실 거라 생각됩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브랜드에 대한 서술을 따라가다 자신에 대한 성찰에 이르는 것 같은 기묘한 감상이 들기도 합니다. 각 장에 이르는 브랜드들을 통해 한 대상의 서사를 주시하다가 전체 장을 아우르는 통찰이 성찰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이는 아마도 저자의 깊은 시야와 분석력과 달변이 어우러져 더욱 시너지를 이룬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가 과연 익숙한 브랜드와 처음 접하는 브랜드를 통해 자성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 짐작할 수 있을까요. 애플이 테드가 픽사가 조던이 인간을 이해하게 하고 발뮤다가 뵈브 클리코가 포르투 닷이 와사라가 젠틀 몬스터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주리라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브랜드가 그저 상품을 분류하는 매체가 아니라 하나의 분석과 통찰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본서를 통해 깊이깊이 느낄 수 있었고 어느 대상을 통해서라도 인간은 성장하는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감상이 컸습니다.

 

안테룸 호텔 교토의 장에서 저자가 말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의미 있게 배열하고 이들 간의 성격을 조율해 화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저자는 잘 조성해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여러분의 이야기 속에서 의미 있는 시퀀스가 될 수도 있으리라 조심히 단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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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아딕투스 - 알고리즘을 설계한 신인류의 탄생
김병규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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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른 제목으로 하자면 [중독 경제]가 될 수도 있을 저작이다. 대중을 중독시켜 매체에 중독되도록 만듦으로서 유지되고 성장하는 현 빅테크 기업들의 양상과,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대응안, 그리고 신생 기업들이 그 시장에 자리잡고 성장할 대안과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도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장 창출 방안도 다루고 있다.

 

본서의 서술을 보자면 첫째로 빅테크 기업들이 대중을 중독시키도록 고안한 알고리즘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소셜 미디어, 콘텐츠, 쇼핑, 뉴스, 게임 대표적인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각 분야의 대중 중독 양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는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중독을 돌아보고 중독에서 벗어날 방안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되며 어떻게 더 유효할 수 있는지를 재평가 할 기회가 될 것이다. 신생 기업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하여 소비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제안이 되리라 생각된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저자의 제안처럼 이러한 중독 양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여 수익을 낳는 신생 회사도 나타날 것이다.

 

둘째로 소비자인 개인으로서 빅테크의 개별적인 시장 역할을 하는 중독자로 전락하지 않으며 자신의 일상을 되찾는 방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저작이기도 하다. 빅테크 기업들의 중독자 양산 알고리즘을 깨닫고 저자가 제안하는 마이크로 어딕션’(스스로 중독될 대상을 선별하여 선호대로만 중독되는 것)을 포함한 자신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안 등 중독에서 벗어날 조치들을 취함으로서 중독을 회피하거나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신경 경제학과 뇌 과학, 심리학 등을 이용해 [근시사회]에서 폴 로버츠가 이야기한 도마뱀의 뇌만이 자극되어 매체에 매달리고 소비에만 열중하는 인간의 유형과도 같은 인간 양상이 어떠한 원리로 양산되는지를 보여주며 빅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과학들을 이용하여 대중을 중독시키는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탈중독이 요구되는 사안이겠으나 기업으로서는 보다 유용하고 저항의 여지가 적을 방안들을 앞으로도 탄탄히 구축하고 개선해 나가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기업에서도 활용되고 개인으로서도 대응할 방안들을 모두 다루고 있고 이러한 중독자 양산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까지를 논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중독자인 시대에 기업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마인드 마스터들을 선호하고 양산해내어 임용할 수밖에 없음도 사실적이다. 중독자인 이들은 업무에 집중할 수 없으니 기업이 나서서 중독에서 벗어나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빠른 시간 내에 인공지능의 대대적인 업무활용이 일반화 될 것이라 생각된다. 특이점에 이미 이른 마당에 사무직이든 임원이든 어느 위치의 역할이라도 AI가 대체 못 할 이유가 없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 중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대목은 큐레이팅’(선호 가능 대상을 권고하여 고객이 타자의 선호를 자신의 선호로 받아들이게 하는 체계. ex. 맞춤 광고 등)을 통해 대중이 통제될 가능성을 볼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 큐레이팅과 중독이 이어진다면 대중은 자신의 가치체계 전반과 학업 문제, 취업 문제,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 양육 더 나아가 정치 성향 등 거대요소에서 선호 가수, 선호 음식, 선호 패션, 선호 매체, 선호 예술 등 사소한 대목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체를 통제당하며 살 수도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안정적인 경제 양상과 사회가 지속되며 발전해 간다면 머지않아 저자가 지적하듯 사고와 선호와 의도까지 삶과 의식의 전 과정을 빅테크 기업에 의해 유도되고 통제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메타인지가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계 대다수 국가의 정부기관에서 행동경제학 팀으로 구성된 정부기구들이 갖추어지고 있는 상황에 개인이 메타인지만으로 자유로운 선택만을 할 수 있기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고 앞으로는 사용자 데이터 추적 기능을 찬양하고 빅 데이터를 통해 맞춤 권고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일상을 더 쉽고 편하게 만들어주었다며 환호하는 세대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중독 경제는 바야흐로 진정한 이디오크러시를 창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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