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간의 힘 - 소음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발견하는 침묵의 힘 33가지
저스틴 존.리 마즈 지음, 최안나 옮김 / 시공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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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궁님의 이벤트로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 의회의 정책입안자이자 명상 전문가인 저스틴 존과 리더십 코치이자 협업 컨설턴트인 두 저자의 공저인 저작으로, 침묵(이라고는 번역되었으나 고요로 인식할 때 더 받아들여지는 실재)의 실제적 효용과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논하는 저작이다. 사실 침묵이라고 하면 의지적이며 의도적인 추구 차원에서 사람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나? 하지만 고요는 모든 상황에서의 조용함을 두루 말하는 것이다. 다만 고요에서 의도성이 적게 느껴지기에 의도적인 조용함을 강조하려고 번역가분이 침묵으로 번역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읽다 보면 인간이 입을 다무는 침묵만이 아닌 넓은 의미의 고요를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본서에서는 현대의 시끄러운 세상이 인간을 내외적인 평화에서 멀어지게 한다며 이를 소음 때문으로 규정한다. 소음을 청각적 소음, 정보적 소음, 내면적 소음 셋으로 분류해 간단히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 설명은 상식과 다르지 않다. 마음챙김 등 명상의 시간은 이런 소음들과 결별하도록 만드는데 이를 통해 ‘자아초월적 경험’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자아 감각의 소멸과 자기 경계의 해체를 불러오는 ‘소멸적 요소’와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무언가와 온전히 일체를 이루는 수준을 불러오는 ‘상관적 요소’ 때문이라고 한다. 명상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신비적 경험의 특성’은 이 경험이 사실적이고 진실되게 느껴지며 미래를 위한 현실의 기묘한 감각을 수반하는 ‘순수 지성적 특징’과 짧은 순간만 지속되는 ‘순간성’ 그리고 압도되거나 항복되는 느낌인 ‘수동성’이라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이런 경험을 불러오는 것의 한 부분은 침묵(고요)에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요한 환경에 노출된 쥐의 해마라는 뇌 영역 세포가 성장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신경가소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재생의 원인이 침묵(고요)에 몰입해서라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침묵(고요)에 몰입하는 자체는 일종의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는 유익 스트레스로 초점 수용성이라는 치열한 노력의 일종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분류하며 인체에 유익을 주는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 의식의 가장 시끄러운 측면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연관된 뇌의 두 가지 중요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대응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가 있다고 한다. 전두엽 피질이 대상들과 자신을 언어화하는 감각의 임무를 맡고 있다면 후방 대상 피질은 의미 있는 자아 감각이라는 임무에 가깝다고 한다. 자의식이 만드는 방대한 소음들과 자기 이미지를 둘러싼 죄의식과 불편함과 관련한 육체적 감각들 말이다. 이런 전두엽 피질과 후방 대상 피질의 작용을 억제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명상이며 고요로의 침잠이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연구라고 한다.

본서는 번역가가 침묵으로 번역한, 고요를 가져오는 양식들 33가지로 마무리하는데, 이 책 전체는 침묵(고요)의 필요와 역할 그리고 침묵(고요)에 대한 연구와 침묵이 주는 실제 영향들의 예시들과 함께 침묵을 가져오는 방식을 나열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분량이 꽤 있고 요즘과 같은 자극적인 정보가 판을 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침묵에 대한 설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살갑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번잡한 도심에서 혼돈의 아우성이 넘쳐나는 시절에 고요한 순간을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간을 내보아도 좋을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용한시간의힘 #갑궁님의참여이벤트 #시공사 #도서증정이벤트 #저스틴존 #리마즈 #침묵 #명상의시간 #자각 #도서협찬 @sigongsa_books @gap.g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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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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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역경’, ‘불편함’으로 정의되는 고밀도의 스트레스 사안들은 인간을 더욱 육체적 정신적으로 향상시키며 영적 평안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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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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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적의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련이 필요하다

 

일생 동안 어느 정도의 역경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더 약하게 느꼈습니다. 역경이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니어야 하지만, 중요한 건 역경이 제로여야 한다는 건 아니었죠.”

 

위기, 두려움, 또는 위험에 맞서는 일은 최적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초래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향상된 자존감, 인격 형성, 그리고 심리적 회복력을 증진시킨다.”

 

본서는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자연을 즐기고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받아들인 자발적 고행의 순간들에서 삶의 의미와 인간으로서의 유익들을 찾으면서 이것이 과연 개인적인 유익일 뿐이기만 한 것인가 인류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유익인 것인가를 가늠하며 쓰여진 저작이다. 위의 인용 문장들에서 보이듯 시련’, ‘역경’, ‘불편함으로 정의되는 고밀도의 스트레스 사안들은 인간을 더욱 육체적 정신적으로 향상시키며 영적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과학, 의학을 두루 돌아보며 내린 결론이다.

 

본서에서 저자는 자신의 오지 체험들을 두루 예로 들고 있다. 정글과 북극까지 섭렵하고 단지 며칠 머무는 게 아니라 야생에서 한 달을 머물기도 하는 그의 체험이 녹아있는 저작으로 야생에서의 배낭을 메고 가는 행군, 야영, 사냥 등의 실례가 나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걸음과 달리기는 발뒤꿈치가 아닌 발바닥의 앞쪽이나 발바닥 중앙이 바닥에 먼저 닿는 식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근대에 이르러 스펀지를 바닥에 깐 운동화가 등장하며 인간의 걸음과 달리기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인체에 유익을 주는 방향성의 걸음과 달리기는 당연히 발바닥의 앞쪽이나 중앙이 바닥에 먼저 닿는 걸음이라고 한다.

 

10kg에서 2500kg의 동물을 사냥하고는 그걸 해체에서 몇 킬로미터에서 몇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던 고대의 선조들은 불편함을 불편함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시절에도 거석을 몇십 킬로미터 이동시켜 건축하던 인류였다. 그저 가축 수레나 인력만으로 말이다. 인류가 불편할 때 인류는 무지하고 병들고 연약한 채 살았을까? 현대의 과학과 의학은 고대의 인류가 현대의 후손들보다 더욱 건강하고 총명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증언하고 있다. 산림욕을 권장하고 그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는 일본의 연구를 보면 단 15분에서 2시간의 산림욕만으로도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며 불안, 우울, 적개심 등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고 한다. 지속적인 삼림욕은 심장질환을 자연 치유하며 혈당을 조절하고 NK세포를 150퍼센트 더 증가시킨다는 것이 일본의 연구 결과다.

 

2013년에는 미국 유타 대학에서 3일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학생을 야생생활을 떠나기 3일 전 창의성 측정 테스트인 RAT 테스트를 시행하고 다른 그룹은 오지 생활 3일 후 같은 테스트를 실행했다고 한다. 두 집단의 테스트 결과 격차는 50퍼센트였다고 한다. 두 그룹은 동대학 학생들을 무작위로 분류해 그룹을 나눈 것으로, 학생들 간의 격차가 50퍼센트씩 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지생활로 인한 창의성 향상 격차가 50퍼센트라는 것은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저자는 주지시키고 있다. 같은 3일 효과 연구가 미군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적도 있다는데 이들은 PTSD 증상과 스트레스 수준이 29퍼센트와 21퍼센트 감소했고, 대인관계, 행복감, 그리고 삶의 전반적인 만족감 역시 개선되었다고 한다.

 

다른 3일 효과 연구에서는 오지 체험 첫날 학생들의 뇌파는 베타파를 그리다가 3일째가 되자 뇌파가 알파파와 세타파 파형을 그렸다고 한다. 이건 노련한 명상가들의 고층차 수행 상태에서의 뇌파와 같다고 한다. 그저 자연과 함께 야생생활을 즐기는 것만으로 뇌는 깊은 명상 수행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다.

 

저자는 활동량이 부족해 각종 질병 상태를 야기하는 현대인의 생활과 고열량으로 적은 포만감만을 내는 현대인의 식생활을 두루 지적하기도 하며, 내면의 평화를 잃은 현대인의 현실을 동아시아 승려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적하기 하고, 죽음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인간의 삶은 자연과 멀어지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앞서 말한 시련과 역경과 불편함이 주는 아름다운 유익과 멀어지고 말았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편안함 그것은 유익이 아니라 손실이자 실패라고 지적하는 듯하다. 이 실패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인가? 본서는 그러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자의 모험들에서 느끼는 감상이 남다르다는 분들에게 본서는 법정 스님의 수필과 [월든]의 향기를 되새기며 자연을 꿈꾸게 할지도 모르겠다. 야생이 진정한 자신을 한껏 꽃피우게 할는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편안함의습격 #The_Comfort_Crisis #마이클이스터 #수오서재 #야생 #모험 #자연으로돌아가기 #편리함과의결별 #서평단 #도서협찬 @su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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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주의자
수 바르마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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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본서는 심리치료서이다. 그것도 트라우마와 같은 집적되고 고도의 파괴 상태에서도 치유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배된 치밀한 치료서이다. 다만 고도, 집적, 파괴, 치밀의 어휘로 연상되는 무겁고 딱딱한 어조의 서술은 아니다. 상당히 살갑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 수 바르마는 인도의 중산층 가정 그리고 대가족이기도 한 가정에서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의대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한 이민 가정 출신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풍부한 정신적 안정을 주는 여가 생활과 나눔을 실천하며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그녀에게 긍정적 영향력의 힘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분들이다. 저자는 그것이 역사와 문화의 힘에서도 지지되는 것이라고 인도의 카르마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산스끄리뜨어의 마이뜨리와 카루나가 결합한 언어의 번역어인 자비라는 말도 타인의 기쁨과 행복을 함께 기뻐하고 굳건히 지켜주는 도덕성(마이뜨리), 타인의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아파하며 그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도덕성(카루나)를 보더라도 인도의 정신적 유산이 얼마나 인류에게 탁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본서는 자신과 주위를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정신적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저자의 삶과 정신의학자로서의 경험과 경력이 총체적으로 갈무리된 책이다. 저자는 미국 9.11 사태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할 피해자들을 정신의학자로서 진료하고 관찰하며 트라우마를 이겨내거나 그로 인해 지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특징의 가장 커다란 요소를 저자는 합리적 낙관주의로 보았다. 삶을 살아가며 심각한 악의 속에서도 붕괴할 만한 악영향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낙관주의그 중에서 합리적 낙관주의라고 한다. 합리적 낙관주의와 비현실적 낙관주의를 저자는 분리해서 보는데 비현실적 낙관주의는 모든 상황에서 다 잘 될 거라고만 긍정적인 시각만을 전부로 치부하는 낙관주의를 이야기한다. 이런 비현실적 낙관주의자들은 타조 증후군에 빠진다고 하는데 불편한 진실과 처치 곤란한 난관을 애써 부정하며 모든 일은 괜찮을 거라고 결국 다 잘될 거라고만 믿는 것이 타조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일종의 책임회피이며 자기 과신으로 진짜 심각한 사태에서는 사람을 무너져 내리게 하는 정신적 태도가 아닌가 싶다. 박한진님의 호오포노포노 저작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이야기는 시크릿류의 가르침에 깊이 빠져 그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던 인물이 자살한 이야기가 있고, 방송매체에서의 예로 들자면 과거에 아침 방송마다 출연해 모든 것은 지나간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관점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설파하던 여성 강사분이 자살한 이야기도 있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는 삶이 극악의 상황에 놓이면 결국 다른 낙관적인 세상을 꿈꾸며 생을 마감하게도 한다. 그래서인지 본서의 저자도 이런 비현실적인 수위의 낙관주의를 경계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도 긍정적으로 사태를 이겨나갈 방법을 찾아가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권하고 있다. 저자는 비관주의자의 특징 세 가지를 논하기도 하는데 첫째가 개인화로 나쁜 일들에 모두 자기 탓을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면화로 한 가지 문제가 삶 전체를 흔들 거라고 보는 것을 말하며 셋째로는 영속화로 지금의 불행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믿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개인화가 있기에 책임지려는 태도를 가질 수 있고 전면화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마지막 영속화는 인간은 결국 죽는데 영원한 게 어딨냐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어쨌건 스트레스 호르몬 다수의 영향으로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건강을 악화하고 암을 발생시켜며 인간관계와 업무 능력을 악화시키는 비관주의와는 정반대로 긍정적 영향들을 보여주는 게 합리적 낙관주의이다. 이런 합리적 낙관주의를 인생에서의 의미와 방향성을 갖게 하는 목적’, 감정을 다스리고 그로부터 좋은 영향력을 받고 타자에게 미치게 하는 감정 다루기’, 상황을 분석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문제해결’, 정신적 안정과 그 중추가 되는 자부심’, 인간의 기본적 심리적 안정의 배경이 되는 능숙함’, 과거와 미래로만 향하는 정신을 안정시키는 현재성’, 나와 관계를 다잡아주는 사랑’, 결국에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관성의 힘인 건강한 습관이렇게 8가지 체계로 마음속에서 합리적 낙관주의를 건조할 수 있도록 안배된 책이다.

 

본서는 읽으면서 거듭 이거구나!” 감탄이 이는 대목과 문장들이 잇따라 서술되어 있던 책으로 이 정도 수준의 감상과 실천 의지를 안겨주는 정신 건강 책은 에디스 시로의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외에는 그다지 없지 않았나 싶다.

 

그 책과 본서 모두에서 킨츠기 도자기를 저자들이 언급하는데, 깨진 도자기를 나름의 자태로 복원해내는 일본의 복원된 도자기들이 주는 감상이 정신의학자들에게는 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깨진 도자기는 이어붙이고 금가루를 뿌려도 깨진 도자기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감탄하고 아름답다며 비호한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깨진 도자기일 뿐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깨져서 파편인 채로 널브러져 있을 이유도 없지 않나? 스스로가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회복되고 복원되어 나름의 형상으로 다시 선다면 굳이 그에게 너는 그저 깨진 도자기일 뿐이다. 너는 그저 깨진 채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버려라라고 누가 강제해야 옳다는 말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깨어질 때가 있다. 그래도 그런 채 다들 살아간다. 누가 더 크게 깨어지고 누군 이쁘게 모만 났다고 굳이 나눌 필요가 무엇인가? 조금 깨어진 그대에게도 완전히 박살난 것 같은 그대에게도 누군가는 살아가라다시 일어선 네가, 다시 복원된 네가 장하다고 아름답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도 그대가 왜 어떻게 깨어졌는지 모르면서, 어떤 참담한 심정으로 복원되어 가는 중인지 모르면서 비난과 욕설을 한다면 이건 알아둬야 할 것 같다. 당신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 있고 일어설 것이라는 걸 말이다.

 

당신이라는 킨츠기 도자기를 복원하기 위해 주위에 누군가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면 당신을 복원하기 위한 많은 연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연습하는 길 가운데에서 본서를 경험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본서는 세상이 아무리 비열하고 악랄하고 야비하고 잔인하고 참혹해도 결국 그 모두를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할 책이 아닌가 싶다. 아직 제대로 세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더더군다나 본서에서 저자가 전하는 항세상제를 맞아둬서 세상을 제대로 감당하면서도 이겨낼 저항력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호락호락하게 있다가는 정신도 육체도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겪고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아프기만 하기는 싫다는 다짐이 들 때 읽어봐도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합리적낙관주의자 #수바르마 #흐름출판 #트라우마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더나은하루 #더나은일상 #서평단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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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 IFS가 전하는 행복한 커플의 심리학
리처드 슈워츠 지음, 권혜경 옮김 / 싸이칼러지 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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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 리처드 C. 슈워츠 / 싸이칼러지 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2024) 4월경 내면가족체계(IFS) 치료법에 관한 소개서 [내면 혁명으로의 초대 IFS]를 읽었는데 IFS의 시스템이 워낙에 원형적이면서도 받아들이기 쉬운 체계라 오래도록 각인이 되었다. 전작은 IFS의 기본적 체계와 적용 방법 그리고 효과가 소개되어있는 소개서였다면 본서는 이 시스템이 커플 사이의 갈등에 적용되면서 개인적 성장과 치유에 이르는 여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추방자, 매니저, 소방관과 참나의 네 가지 원형의 다양한 인격으로 개인의 인격이 나뉘어 있다고 보고 상처받고 박탈당한 추방자와 그 추방자를 관리하는 매니저, 그 내면의 갈등과 분노를 제어하는 소방관이 추방자를 보호하거나 제어하고 있고 그런 자기를 이루는 다양한 인격들을 이끌어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온전한 나인 참나가 있다는 독특한 체계로 심리 치료를 가져오는 것이 내면가족체계(IFS)이다. 독특하다고 한 건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일 인격 신화가 아직까지는 지배적이기에 다중인격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인격이 기본적인 것이라고 보는 이 체계는 생소하기보다는 독특한 시선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심리학의 선구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부터가 이드(원초아), 에고(자아), 수퍼에고(초자아)의 셋으로 인간의 자아를 분열시켰고 더나아가 무의식까지 찾아내면서 단일 인격도 결코 단일함에 갇히지 않는다는 포문을 열지 않았나 싶다. 카를 융 또한 그가 한 인간의 일생을 영웅신화에 대입해 니체가 인격 발달의 여정을 구분한 것과 유사한 여정으로 구분한 것을 한 인격이 지금이라는 순간에도 발달 부분과 미발달 부분이 있을 시 동시에 영웅신화에서 영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인격들이 개인의 인격 속에서 다양히 나타날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도 있다. 융이 연금술과 인격 발달 여정을 비교한 바도 발전이 선형적으로만 이뤄진다는 가정을 제쳐버리면 다양하고 다층적인 인격을 모두 지닌 것이 개인의 인격이라는 가정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본서의 저자 말처럼 단일 인격은 신화 그 이상은 아니지 않나 싶다.

 

어쨌든 본서는 IFS 치료를 부부와 연인의 갈등에 적용하는 책이라는 것이 전제이다. 하지만 존 볼비가 제기하고 메리 에인워스가 발전시킨 애착 이론을 추방자의 이미지에 대입하여 추방자의 신념체계를 가져온 것을 애착 상처라 정의하며, 연인이나 배우자가 원래 보호자의 행동을 답습하면 이때 애착 재상처라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붕괴되거나 연인을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키려 하거나 자신을 연인에 맞춰 변화시키려 하거나 헤어짐을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경로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토멘토라고 하여 이를 연인이 자신에게 치유의 기회를 다시 가져다준 것으로 인식을 전환하며, 참나의 리더쉽을 통해 성장하고 치유할 기회로 삼으라고 말하고 있다. 이 여정은 연극치료와도 비슷하고 최면 치료와도 유사하기도 한데 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도 어우러진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커플 치료라는 점에서 상호 간의 성장과 치유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서에서는 커플 사이의 문제가 성 역할과 인식의 변화로 서로에게 요구되는 바가 다채로워진 시대적 변화로 인해 더욱 가중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개인의 충족이 우선되는 시대이기도 해서 나를 위해 상대를 바꾸려한다거나 상대를 위해 나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택에 단순과 속도를 요구하거나 일시적인 흥미를 충족시키는 게 우선하는 시대라 헤어짐이 쉽게 선택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장 그것도 함께 나아가는 성장 그리고 우리가 치유되는 것을 기본으로 보는 본서의 취지는 자신의 선택과 약속에 무게를 두는 좀 더 인간적인 방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양육자(라고 하면 좀 그렇기도 한데 본서에서는 내면의 여러 인격을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보기에 적절한 표현이기도 하다)라는 개념으로 표현하는 데 자신의 참나를 자신의 파트들(앞서 말한 여러 인격들)의 주양육자로 보고 연인이나 배우자는 보조 양육자가 되는 것이 저자의 치료방식이다. 서로 각자의 참나가 주체이며 서로의 참나가 협조하고 보조하기에 치유와 성장에서 더욱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본서에서는 치료를 자기만 또는 커플 간에만 하기보다 중재자랄까가 있어야 효과적이라 말하는데 상담가 내지는 치료사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각하지 않은 갈등이라면 본서를 읽어보며 서로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심각한 갈등 상황이라면 IFS의 치료과정을 본서를 통해 엿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 성장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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