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 바라보면 눈이 좋아진다 -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기적의 '눈 그림'
히라마쓰 루이 지음, 김소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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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만 따라 하면 되고 다하는데 10분 남짓도 안 걸린다. 오늘 처음해 봤는데 28일 간 해봐야 알겠지만 오늘 당일 효과는 체감상 아주 좋았다. 그리고 이북으로 구하려는 분들께 말씀드려야 할 건, 저자의 말로는 가보르 패치를 보는데 블루라이트의 영향이 있으니 종이가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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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10-09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봤는데, 오래 전에 유행했었던 ‘매직 아이‘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눈이 편안해진 것을 보면 눈이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피로도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하라 2021-10-09 00:14   좋아요 2 | URL
아! 많이 회복되지는 않는가 봅니다? 저는 오늘 하고 나서 TV화면의 뉴스 기사가 지나가는게 좀 선명하게 보이길래 오래하면 많이 회복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눈의 피로도가 준다면 28일은 해 봐겠네요.^^

초딩 2021-10-09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며칠 해봤는데
눈 좋아지는 것 같아요 ㅎㅎㅎ
ㅎㅎ 저도 재개!!

이하라 2021-10-09 16:5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틀째인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
꾸준히 해봐야 겠어요.
 

13


투실한 소녀가 말고기를 낚아채 자신의 입에 넣으려는 아낙의 손을 잡고 저고리 소매를 걷어올린 그녀의 팔뚝을 물었다. 


그러자 바닥에 말고기를 떨어뜨린 아낙은 성난 듯 찡그린 얼굴로 인상을 썼다.


-너 이년 어디서... 윽윽.. 캬악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아낙은 몸을 뒤틀며 경련을 하더니 갑자기 물괴로 변하며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목을 물어뜯긴 소녀의 숨이 끊어지자 사람들이 놀라 허둥지둥 도망치는 중에도 물괴는 중년의 농부에게 달려들었다. 


농부의 살점을 물어뜯은 물괴는 바로 다른 피난민에게 달려들었다.


그 중년의 농부도 금새 물괴가 되어 소리치며 도망가는 다른 이들에게 덤벼들었다. 


이런 식으로 짧은 찰나 간에 물괴는 몇 배수로 거듭거듭 늘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달빛에 의지해 너나 할 것 없이 소리치며 달아나기 바빴다.



14


철재와 염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을 오르고 있다.


그 뒤를 지민의 손을 꽉 잡은 동영이 지민을 끌다시피 들다시피 당겨대며 산을 오른다.


그들 뒤로 입술을 꾹 다문 예탁이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보며 힘겹게 뒤따른다. 그 곁에서 그런 그녀를 애처로운 듯이 바라보는 지성이 산을 오르고 있다.


걸음이 느린 예탁을 보다가 지성이 결심한 듯 호피를 뒤집어쓴 예탁을 들쳐 맸다.


-네 이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냐?


-마님, 우선 이곳을 벗어나고 죄를 물으시지요.


예탁을 들쳐 맨 지성은 달리듯 산을 탔다. 그들을 앞서가던 지민과 동영을 지나쳐 갔다.


맨 앞에 가던 철재가 뒤를 한번 돌아보더니 어깨에 찼던 활을 바로 잡고 옆구리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더니 산 아래를 향해 쐈다.


화살이 지성이 들쳐 맨 예탁의 엉덩이를 스쳐 지민과 동영 사이를 스쳐갔다. 그리고는 그들 뒤 몇 십보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 발 빠르게 뒤쫓아오던 물괴 무리 중 하나의 이마 정중앙을 꿰뚫었다.


-캬악


화살을 맞은 물괴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하지만 다른 물괴들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뛰쫓아왔다.


지성이 물괴가 고꾸라지는 것을 보고 놀라 외쳤다.


-저것도 죽긴 죽는가 봅니다.


-아무 데나 쏜다고 죽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인당혈 위를 맞춰야 죽더라고. 이 녀석 같은 명궁이 아니면 아무도 못 맞출 거야?


염석이 철재를 추켜세우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럼 저것들을 다 죽이면 되지 않나요?


지민이 다급히 말했다. 


-화살도 부족한데다 나 혼자서 저것들을 무슨 수로 다 쏴 죽이나?


철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때 동영의 눈에 달빛 아래 희미하게 산 중턱쯤 동굴이 보였다. 

 



15


일행은 동굴 입구에 다다랐다. 지성이 예탁을 내려놓자 예탁은 지성의 뺨을 때릴 듯 손을 올리다 그의 눈에 자신을 걱정하는 빛이 역력하자 주먹을 쥐고는 손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동영을 돌아보았고 동영이 손을 꼭 잡은 지민을 쳐다보고는 둘이 맞잡은 손을 바라봤다.


동영이 난감한 표정으로 지민의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부인, 경황이 없어 부인 손을 잡고 달린다는 것이 그만 이리 되었소.


-유구무언이란 말도 있지요. 그것을 말씀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예탁은 콧방귀도 아깝다고 여기며 받아쳤다. 그런 그녀를 보고 지민이 나섰다.


-사실대로 말할게. 나 원래 동영 도령과 알던 사이야.


-동영 도령... 알던 사이... 네 이년 너 말하는 본새가 그것이 무엇이냐? 상전이 우스운 게냐?


-나도 원래 너처럼 양반이었어. 아버님께서 역모의 누명을 쓰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도망을 치다 너의 집에 의탁하게 된 거야.


-정아 네가 역도의 딸이라면 그럼 도망 노비였다는 게야?


예탁은 지민을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봤다.


-정아는 내 이름이 아니야. 난 유가 지민이야. 그리고 노비가 아니야. 아니 노비이면서 양반이고 양반이면서 노비인 것이 지금의 내 신세겠지.


예탁은 지민의 말이 부당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누명이었다고 한들 노비가 되었다면 노비인 것이지, 노비이면서 양반이고 양반이면서 노비라니 그 무슨 말장난이란 말인가?


-내 너를 6살 시절부터 곁에 두었는데 서방님과 네가 어찌 그전부터 알던 사이라는 말이냐?


-오라버니와 동문수학하시던 오라버니의 벗이셨어. 그래서 어릴 때 몇번 집에 오신 적이 있어.


-부인 그렇다 한들 부인과 나는 가문 간의 혼사를 치르며 조상님들과 천지신명 앞에서 혼례를 올린 진짜 부부요. 무엇이 달라진단 말이오?


예탁은 오만정이 떨어진 표정으로 동영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저 유지민이란 내 안다고 생각했으나 모르겠는 저 아이는 어쩌실 작정입니까?


-부인 아직 신행도 끝마치지 못하고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사내가 첩실을 두는 것이 예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지 않겠소.


-허..


예탁은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 노비를 첩실로 둘 걱정을 혼인 이후 단 하루가 지나가는 이때 해야 하는가?


-잔말은 그만둬. 진짜 큰일이야. 큰일.


철재와 함께 동굴 내부를 돌아보고 나온 염석은 걱정스러운 말투였다.


일동 염석을 주목하자. 염석이 입을 뗐다.


-진퇴양난이야. 물괴를 잠시라도 피하자면 이 동굴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았는데...


-같았는데 뭐란 말씀이오.


뜸을 들이는 염석에게 지성이 대답을 보챘다.


-X벌, 곰이 있네. 그것도 사람 맛을 본 곰이야.


-그래도 무기 몇은 얻었네 그려. 군사 복식을 한 해골이 몇 구 있는데 곰을 잡으러 왔다가 다 떼죽음을 당한 모양이요. 활과 화살이 몇 되고. 삼지창이 셋, 검이 하나 그렇네. 그런데 곰을 깨울까 봐 들고 나오지는 못했소.


곰 소식을 전하는 염석의 말에 추임새를 넣듯 철재가 거들었다. 하지만 난감한 소식과 희소식이라면 희소식이 혼재했으나 희소식이 전혀 희소식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곰의 소굴을 한번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산 아래로 향했다.


미친 듯이 달려 올라오는 물괴의 무리가 보였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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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람 살려. 윽윽. 카악.


물괴 천지인 전답, 들녘, 거리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은 금새 물괴의 괴성으로 바뀌고 있다.

 

도성 안이 온통 물괴의 천지가 되었다. 


궁이라고 안전할리는 없었다. 오히려 폐쇄된 그 공간을 침범하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로 인해 궁 안 전체에 물괴가 창궐할 터였다. 



왕좌를 차지한지 오래지 않은 이유는 왕이 어찌 궁을 버리겠으며 도성을 떠나겠느냐며 버텼다.


이제 궁인들과 공신들 중 몇몇만이 그의 곁에 남아있지 모두가 떠나버린 상황이다. 


소용 박 씨,, 근빈 박 씨,, 숙원 신씨가 모여있는 정희왕후의 처소에서 이유는 참담한 심정으로 말했다. 


-이제는 벗어날 수도 없소. 


-신첩 최후까지 전하의 곁에 남겠습니다.


-소첩도 전하와 마지막을 함께 하겠나이다.


정희왕후의 비장한 말을 소용과 근빈도 입을 맞춘 듯 따라 했다. 


그때 숙원은 낯빛이 해쓱한 채로 아무 말 못하고 앉아있었다. 


-숙원 어디가 편치 않은 게요? 어찌 그리 죽을 상을 하고 앉아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는 거요?


-전하 그것이 아니오라.. 그것이 아니오라.. 윽.. 캬아악.


숙원이 느닷없이 돌변하며 물괴의 낯으로 변하더니 바로 곁의 근빈의 목을 물어뜯고는 소용의 얼굴을 씹어 뜯어냈다. 


처소에서 괴성이 들리자 호위무사 이계가 뛰어들어 숙원의 복식을 한 물괴의 등을 베었으나 물괴는 돌아서 이계에게 달려들었다. 


이계는 한걸음 물러서며 아직 공중에서 뛰어오른 채인 물괴의 목을 잘랐다. 


피가 낭자하게 퍼지며 그의 의복과 처소 바닥에 스미었다.


-소용 근빈 괜찮은 것이오. 


공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용과 근빈은 몇 번 경련을 하듯 몸을 뒤틀더니 일어나, 하나는 놀라 일어선 정희왕후를, 하나는 이유에게 달려들었다.


이계가 재빠르게 이유에게 달려드는 소용의 목을 쳤으나 근빈을 막지 못해 정희 왕후는 왼쪽 눈을 뜯기고 말았다.


-아아악~


이계가 정희왕후의 눈을 파먹은 근빈의 목을 쳤다. 


-중전. 중전. 이를 어이 한 단 말이요.


-전하 신첩을 죽여주시옵소서. 더 늦기 전에 저의 목을 어서 빨리 쳐주시라는 말입니다. 


얼굴 전체가 피투성이가 된 중전은 피가 쏟아지는 휑한 한 쪽 눈을 왼손으로 가리고 처참한 지경이 되어 이유에게 애원했다.


망설이던 이유는 중전이 경련을 하려 하자 이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10


궁인 몇과 호위무사 이계만을 데리고 이유는 근정전으로 향했다. 하루 아침에 왕후와 비빈을 모두 잃은 이유의 표정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그는 궁인들과 이계를 남겨두고 홀로 근정전 안으로 들어섰다. 근정전 내부에는 피 냄새가 진동하며 시신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널브러져 있다.


그가 용상을 올려다보자 피를 뿜는듯한 혈색의 보랏빛 입술의 피 범벅을 한 재상 복장의 물괴가 그를 내려다보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


이유는 참담한 심정으로 토해내듯 이 말을 내뱉었다.


-어찌 거기 있느냐? 그것은 나의 자리다. 내가 어찌 그 자리에 오른 것인지 네 정녕 모른다는 말이냐? 썩 내려오거라.


물괴가 그의 말을 알아듣는 건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들려 몸을 날렸다.



11


예탁은 가마 위에 덮어두었던 호피를 뒤집어쓴 채 동영 곁에서 다시 집으로 향해 걷고 있었다. 며칠을 어렵게 온 길을 되짚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민은 예탁의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지만 동영이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으며 묵묵히 걷자 조금 빈정이 상했다.


지성이 그런 그녀를 흘깃 보더니 동영에게 말했다.


-마님, 이제 처가에 피신하는 길 밖에 없는 것이겠죠. 


동영은 대답 없이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이제 달이 떴구나.


-서방님. 가문의 안위는 걱정되나 후일을 도모하시고 지금 이 순간을 이겨 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어디 묵을 자리부터 보아야지요. 


본가가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는 동영의 처지가 예탁은 한없이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달을 보며 한숨을 쉬며 한마디를 하는 동영에게 예탁은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말했다.


-마님, 힘을 내셔요. 사람들이 저리 많으니 노숙을 하더라도 오늘은 안전할 거여요.


지민은 동영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피난민 같은 무리더라도 그들을 뒤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니 안심이 되지 않는가?


동영이 지민을 돌아보며 약간은 책망하는 눈빛으로 이리 말했다.


-사람이 많으면 산짐승들이 덤벼들 우려가 더 크지 않겠느냐? 호랑이라도 덤벼든다면 어찌 안전할 수 있겠어.


-안심하시오. 호랑이도 사람이 이리 무리 지어가면 피해 간다오. 


철재가 차분한 말로 동영을 안심시키려 했다. 염석은 지쳐서 그만 쉬고 싶은 생각이 들어 말했다. 


-어디 적당한 자리 찾아서 오늘은 예서 묵자. 계속 걷는다고 마을이 나올 것도 아니라잖아.



12


조금 전 저녁 아낙에게 손목이 끌려왔던 투실한 소녀가 아껴두었던 말고기 한 점을 뜯어 먹으려 했다. 그 아낙이 나서며 말고기를 낚아챘다.


-아까 얼마나 받았길래 이것이 남아있는 거여. 어린 계집이라고 더 챙겨준거여 뭐여.


-아니랑께요. 지가 아껴둔 것이랑께유. 


아낙이 못 들은 체하고 제 입에 집어넣으려 하자 소녀가 아낙의 손을 잡고서 팔뚝을 물었다.


그때 예탁은 먼 발치에서 그들을 향해 문득 고개를 돌리다 그 모습을 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던 예탁의 눈빛이 점점 떨려왔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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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래서 지금 한양은 고사하고 왕도를 둘러싼 지역 전체에서 사람들이 물괴로 변해 멀쩡한 사람 하나 없는 지경이오. 사람들 말로는 궁도 범해져서 임금도 물괴가 되었다 하더이다.


-네. 이놈, 그 요망한 입 다물지 못할까? 어디 전하의 안위를 가지고 망발이란 말이냐?


-망발은 무엇이 망발이란 말이요. 그것이 작금의 현실이오.


한성부 소식을 전하던 사냥꾼에게 동영이 놀라고 대노해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무엇이 망발이란 말인가? 그들 주위에 바위와 평지마다 피난민을 방불케 하는 지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쉬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그런 그들을 거쳐 동영이 예까지 왔던 길을 서둘러 짚어가고 있지 않는가? 


-임금이 그리된다 해도 뭐 그리 망측한 일이겠소. 충신인 김종서 대감을 비롯해 숱한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조카에게서 왕좌를 찬탈한 대악인이 아니오. 이제는 그 조카의 목숨마저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 않소. 


-옳고 그름은 역사를 누가 쓰느냐에 달린 것이다. 결국에는 현군으로 기록될지 뉘 알겠느냐?


-옳고 그름을 그리 알 수 없는 시대라 이런 일이 나는 게 아니겠소?


........................................................


예탁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옹기종기 앉아있는 틈바구니를 다니다 치마와 저고리가 피투성이인 자기 또래의 한 소녀보았다.


-괜찮으시오? 


-예, 아씨. 저는 괜찮습니다. 흑흑.. 괜찮아요.


예탁이 자기 또래의 천민 소녀에게 안스러워 묻자 소녀는 아마도 가족을 흉사에 잃은 것인지 괜찮다는 말을 하며 서러움에 북받쳐 울고 말았다.


-쟈도 그렇네. 


예탁 뒤 건너 자리에 있던 무리 중 아낙네 한 명이 예탁과 말을 주고받던 소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다친 손을 잡아 유심히 보더니 말을 이었다.


-야도 물리고 멀쩡하네. 다른 사람들은 다 물리면 물괴로 변하던데 너는 어떻게 괜찮은 거여. 


-저도 모르겠어요. 


아낙은 뭐 시비 붙을 꺼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자기 자리에서 그 소녀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 손을 끌고 왔다. 아낙이 핏자국이 낭자한 그녀 저고리의 고름을 풀어 당기자 어깨의 깊은 상처가 보였다.


-니랑 쟈랑 뭣이 어떻길래 괜찮은 거여?


-내가 그걸 어떻게 안대유? 아프니께 그냥 놔 주시랑께유. 


예탁도 두 소녀를 유심히 보았지만 깡마른 천민 소녀와 아낙이 데려온 투실하게 살찐 소녀에게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 딸도 저 처자들과 같은 또랜데 물괴가 되고 말더만 이 처자들은 어떻게 괜찮은 거야?


아낙이 소녀들을 모아 놓고 시끄럽자 소녀들 뒤에서 농부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남자가 놀라 물었다.

..............................................................


지민은 놀라 가마 옆에서 귀를 쫑긋거리며 다른 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곁에서 지성은 가마꾼들과 함께 이게 무슨 일이냐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때 그들 곁으로 사냥꾼 무리가 걸어왔다. 


-철재야, 저거라도 먹자.


도끼를 든 남자가 잠시 전 동영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 사냥꾼에게 나무에 메어진 동영의 흑마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염석아. 한 명 정도라면 타고 빠져나가는 게 더 낫겠지만 저 사람들 예까지 도망 오며 먹지도 못했을 테니 먹는 게 맞겠다 싶다.


-맞긴 뭐가 맞다는 말이요. 이런 명마를 잡아먹는다는 게 말이나 되오?


도련님이 애지중지하는 명마를 잡아먹겠다며 들이닥치는 무지몽매한 자들을 가로막으며 지성이 나섰다. 


-명마? 명마가 사람을 살리면 그때는 더 유명한 말이 되는 거 아니냐? 


-내버려 두거라.


도끼를 든 염석의 말에 동영이 지민 곁으로 다가오며 지성을 말렸다.


-마님, 신행길에서 타고 가던 말을 잡아먹는다니요.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쩐단 말이냐? 신행길에서 더는 갈 곳이 사라졌지 않느냐?


지민이 하는 말은 당연한 말이었으나 동영은 본가의 모두가 어찌 되었을지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살고 나서 후일을 도모하자는 생각이 앞섰다.

예탁은 가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며 동영을 먼 발치에서 보고 시댁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이런 일을 겪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본가를 걱정할 동영의 마음을 헤아리기 쉽지 않겠구나 싶어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무슨 물괴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사람이 다 당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그들 곁에 와 예탁이 다행스러울 수도 있는 소식을 전했다.


-그게 무슨 말이요, 부인. 


-저들 중에 물괴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는데 상처만 있을 뿐 멀쩡하지 뭡니까?


-이들 말로는 물괴에 당하면 끝이라던데 그게 아니었소.


동영은 희소식에 다행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어찌 된 일일까 하는 의아함이 일었다. 


-그거 너무 기대 마시오. 내가 이미 살아난 이들을 보았는데 오직 젊은 처자들 중에서 일부만 그러하오.


-젊은 처자는 괜찮단 말씀이셔요?


철재가 희소식을 부정하는 말을 했지만 지민은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거 내 생각에는 아마도 처녀만 괜찮은 것 같아. 그러니 첫날밤은 보내고 신행을 나섰을 이 신부는 걱정을 해야 할테고 아마도 처자는 괜찮겠지.


염석의 그 말에 지민은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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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웹소설 쓰기 - 단계별로 따라가는 웹소설 맞춤 수업 Daily Series 17
김남영 지음 / 더디퍼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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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도전해 봤는데 예전 수필만 올리던 때와는 다르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본서를 읽으면서 깨우쳤다. 장르를 분류하는데 있어 숙련 저자도 오해나 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데 우선 놀랐고(그래서 나도 장르 분류를 다시 고쳤다) 키워드로 작품의 개성과 대강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유치하고 긴 제목이더라도 작품이나 등장인물의 개성을 보여줘 제목만으로 어떤 내용일지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로그라인이라고 한 줄 줄거리로 작품을 소개하는 법도 배웠다. 분량에 대한 부분에서도 놀랐는데 연재 분량의 1일 권장 글자 수가 5,500자라는데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분량의 거의 2배에 가까운 분량이라 연재가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다.


실제 집필 그러니까 웹소설쓰기에 대한 장에서는 일반적인 소설 쓰기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들도 있었다. 일반 소설의 지문보다 적어야 하며 장면전환이 빨라야 한다는 것은 이미 실천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웹소설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고 그런 것이 아니다. 문학이 아닌 장르문학이라 순수문학 보다 융통성이 있으리라 믿고 희곡 작법과 소설 작법을 절충한 글쓰기를 시도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소설의 차이점이라는 3인칭+1인칭 시점이라는 것은 사실 시도해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게 등장인물마다 3인칭이었다가 1인칭이 되면 뭔가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글 같을 듯한데... 다른 웹소설을 읽어봐야 어찌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말 줄임표의 사용 그러니까 말을 얼버무리는 듯한 대사는 쓰지 말라는데 나로서는 그게 습관적으로 그러던 경향도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관작수(관심작품등록수)가 늘면 좋아라 했는데 그게 하등 관련 없고 댓글이나 관작수 보다는 연독률 그러니까 조회수가 중요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짧은 분량의 책인데 웹소설만의 특징을 모르고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유익한 책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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