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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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와 같은 미래경제 예측서를 언젠가부터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일 것이다.  특히나 본서는 2022년이라는 내년부터의 경제 상황을 예측해 주는 저작이고 비단 경제 상황뿐만이 아니라 복지와 세금 정책까지 담론하고 있기에 한국의 현상황과 내일이 궁금한 분들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하다고 짐작한다. 물론 어느시기부터 낙관적인 투자상황이 이어지고 있기에 어느 누구보다 경제에 급관심이 생긴 분들과 투자 예측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가장 매력적일 책이 아닌가 한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할 시점이고 금리인상까지 예고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한국경제의 상황도 이전과는 다른 전기를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은 누구라도 할 것이다. 더우기 근래 들어 이제까지의 세계경제가 버블 상황이며 이 급성장한 버블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저작들이 심심찮게 출간되고 있기에 많은 투자가 분들이 불안한 심리를 조금씩 갖게 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조금이라도 확실한 미래예측을 해주는 대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때에 각 분야 전문가 26인의 전문적인 식견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제시해주는 본서는 많은 분들의 불안 심리에 조금이라도 안정을 가져다 주는 치료제일 것이다.

 

1부 바이든 시대 대외 환경 변화와 한국 

2부 한국경제의 거시 전망 및 금융 시장의 포인트 

3부 새로운 시장과 경영 트렌드 

4부 2022 경제·경영 핵심 이슈

 

본서의 구성은 이와 같은 4분할 구성이며 1~2부가 각 5장, 3~4부가 각 6장으로 총 22부로 나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향후의 시장환경과 거시경제적 변화를 예측하고 있고 3부는 주목해야 할 주요 산업을 논하고 있으며 4부는 복지와 세금 정책 등과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하는 장이다.

 

1부의 1장과 2장부터 이미 GVC와 공급망 문제로 인한 비용상승형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미국이 그 우방국들과 함께 중국을 비시장경제로 정의하며 압박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본서가 찾아올 즈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더러운 중국산 철강이라며 중국에 대한 관세 정책을 강화할 것이고 이에 대해 미국의 우방들은 공조해야 할 것을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자 당연히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원자재들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한국은 공급망의 다양화를 실현하지 않고서 중국 1국에 전적으로 의존한 요소수 원재료 문제로 최근 상당한 곤경에 처할 뻔도 했으나 그 문제는 적절히 풀리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원자재가 쓰이는 4000 여 종류의 분야에서 3900 여 종의 공급망이 각기 1국가에 의존해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며 그 중 1800 종은 단 한 나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외장에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의 재료인 마그네슘을 전체 80%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희토류나 금속, 석탄 등 원자재 자원을 압도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미국과 그 우방국들이 관세 강화 정책으로 중국의 성장에 지장을 주려하는 상황이라면 경제보복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이 가시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본서에서 이미 지적하고 있듯 공급망의 안정화가 없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을 시작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이 올수도 있는 상황이 현재의 경제 상황이라고 한다. 이 하나만 놓고 볼수도 없는 것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안정할 수 있을 경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2년째 전세계 거의 모든 금융 자산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 본서의 지적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가장 많이 올라 47%의 자산 상승이 있었다고 하며 그 다음이 미국과 일본, 유럽과 중국 순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경제 예측가들과 투자가들 중 일부는 버블 붕괴를 우려하며 그에 대한 저작들이 줄잇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테이퍼링 금리 인상 등은 미국의 국채 상환 연장 비용을 상승시키고 미국의 부채 부담을 증가 시킬 거라는 것도 본서의 진단이다. (본서는 2021.10.29에 인쇄되어 2021.11.05에 출간된 책으로 저술된 시기는 각 장의 전문가 마다 다르겠지만 8월에서 늦어도 9월 경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어느 장에서는 미국의 테이퍼링을 가까운 시일 안에는 오지 않을 현실로 진단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 더욱 불안한 것은 한국이 IMF가 경고하는 전세계 부채증가율 1위의 국가라는 것이다. 공급망의 불안정에서도 너무도 중국 한 나라에 의존적인 상황이라 국제적인 순위에서도 심각히 우려되는 부분일테고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시화될 시 우리나라의 내재적 문제들이 더 상황을 악화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본서를 읽고 보면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할만한 요소들이 많이 실현되고 있는 상황이구나 하는 불안도 갖게 되기도 한다. 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고려해야 할 사안들을 지적해 주고 있기도 하니 반가울 책이라고 생각된다. 

 

3장에서의 발전 가능한 주요 산업을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미래예측서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짐작 가능한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기에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4장의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대목들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 생각해볼 문제들을 안겨주고 있다고도 여겨진다.

 

지속 가능한 복지와 세금 정책이 무엇인지, 창조적 파괴라 해야 할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인지 새삼 주목해 보게 되는 장이기도 하다. 본서는 한국 경제 대전망을 위해 필요한 시야를 갖게 해주기에 그저 전문가들의 식견만을 전해 듣고 주입되는 정보에 만족하게만 두지 않는 저작이다. 

 

전문용어의 압박이 있다해도 음성검색만으로 충분히 해당 용어에 대한 짧고 적절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시대이다. 중고딩이나 전공자가 아닌 분들(저도 경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이라도 읽어보시면 사고와 관점의 폭이 넓어지시리라 확신한다. 경제 지식이나 정보가 없던 분들에게 더더욱 권해 드리고 싶은 저작이다. 왜냐하면 누구보다 리뷰를 쓰고 있는 저 자신이 그렇지만 본서가 상당히 유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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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뭐야, 이렇게 집으로 그냥 돌아가라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신생대라도 너무 간소한 거 아닌가 싶네.


강당에서 OT를 마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줄 알았는데 교수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다영인 발끈했지만 코로나라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엄마 말씀에 수그러들고 말았다. 엄마도 외동딸의 대학 입학식이랄 수 있는 자리가 너무도 단촐해서 실망하시는 눈치였다. 


-우리 딸 오늘은 엄마랑 한잔해야겠다.


-무슨 소리야. 엄마 음주운전은 안돼.


-차야 대리기사님 부르면 되는 거야. 우리 딸 입학 기념으로 대학생활에 앞서 주도도 가르쳐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주도는 무슨 주도. 엄마가 기분 내려 거지 뭐.


-그래도 첫술은 부모에게 배워야 한다잖아. 그래야 윗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실수를 안 한 대.


다영인 조금 찔리는듯했다.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여태 몇 번이나 맥주, 소주, 폭탄주 다 마셔 봤는데 엄마는 첫술은 부모에게 배워야 한다잖은가?


어쨌든 음주 경력이 딱 걸리기 전에 처음 술 마시는 척하기로 했다. 



2


다영이와 다영이 엄마는 엄마 취향대로 고추장 양념 불고깃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테이블을 한 칸씩 건너 띄어 손님을 받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손님이 꽤 되는 것 같았다. 


-다영아. 처음 마시는 술인데 적당히 해야지.


-응. 엄마 오늘은 좀 취하네.


-오늘은?


-그러니까 대학 입학한 첫날이라 좀 취한다고.


다영이가 처음 마시는 척을 한다고 하다가 술이 들어가자 조금씩 주량이 드러났다. 다영이 엄마는 '얘가 술고래가 될 상이요' 생각하면서 다영일 말렸다. 하마터면 다영인 술이 첫경험인 척을 하는 걸 들킬 뻔했다. 


-엄마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


다영이는 순간을 모면하려고 화장실 간다고 나오긴 했다. 하지만 사실 술도 좀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집은 엄마 단골집이라고 하는데 화장실이 식당 건물 밖으로 나가야 있있다. 


건물 밖으로 나와 골목 쪽에서 4차선 도로 방향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차를 세어봤다. 아직 시야도 의식도 또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팍!'


그때 다영이 앞으로 머리 위에서 화분이 떨어지며 깨졌다. '아! 깜짝아' 다영인 깨진 화분을 쳐다봤다가 도로에서 지나가는 차들 위로 무언가 하얀 섬광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걸 보았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바라보자. 하얀 옷을 입은 남자 아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아니 갈색 옷을 입은 남자 아니 노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옷의 디자인과 재질과 색상이 무수히 변하고 있는 한 남자가 지나가는 차들을 건너뛰며 자기 앞으로 다가오려는 게 보였다. 다영인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 


=저 남자는 뭐지. 귀신인가? 천사인가? 초능력자인가? 


남자가 자기 앞으로 다가와 키를 낮추며 고개를 숙여 다영이 눈높이로 얼굴을 가져오더니 다영이 눈을 빤히 쳐다봤다. 남자는 제법 잘생겼다.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방식이 다영일 두렵고 경직되게 만들었다. 다영인 점점 현기증이 심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엄마 목소리가 그때 아련하게 들렸다. 


-다영아! 다영아!



3


다영이는 포근하다고 느낄 때쯤 자기 침대에서 잠이 깨었다. 식탁에서 엄마가 요리하는 소리에 들려왔다. 다영인 꾸무적대며 일어나 엄마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 나 어제 어떻게 집에 온 거야?


-아니 이기지도 못할 술을 처음 먹는 애가 뭘 그렇게 마셔대.


-엄마는. 나 어떻게 집에 왔는데.


-취한 너 부축하며 차에 끌고 와서 대리기사님 불러왔지.


다영인 아련히 어제 그 남자가 생각나 물었다.


-그때 내 앞에 있던 남자는. 그 남자는 뭐래?


-무슨 남자?


-그 남자 가고 엄마가 온 거야?


-마침 내가 나올 때 니가 쓰러지기에 바로 너 데리고 온 거야. 꿈이라도 꿨니? 무슨 남자 얘기야?


다영이는 그 남자의 하얗고 귀엽게 생긴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지만 엄마에게 더는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수를 하며 다영인 계속 그 남자가 아른 거렸다.


-누굴까? 초능력자 같던 그 남자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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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경제 대전망
이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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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경제뿐만이 아니라 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복지와 정책에 대해 담론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성장가능한 산업 분야 다시 말해 투자 대상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이야기들이라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거시경제 전망에 대한 대목은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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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브릴은 새벽녘까지 자밀라와 무자히드를 가둬 둔 막사 앞에서 서성이다가 다른 대원들에게 무자히드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고 말하고는 어렵사리 막사에 들어갔다.


묵여진 채 쓰러져 있던 자밀라와 무자히드는 진이 빠진 듯 지친 기색은 역력했지만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브릴은 상의 안쪽에서 숨겨온 가죽 부대를 꺼내 부대 안에 물을 자밀라부터 목을 축이게 하고는 무자히드에게 마시게 가죽 부대를 기울여 주었다.


-우린 살 수 없을 거야! 너도 알지.


자밀라의 말에 지브릴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 주변은 온통 IZ 대원들의 참호와 막사가 깔려 있다. 이젠 대원들 대다수가 살상을 위해 훈련된 전사들이었기에 이들을 따돌리고 도망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밀라,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마지막으로 우리를 기억해 줄 이의 얼굴을 보고 죽으니 다행이야. 고마워, 지브릴.


무자히드는 고맙다고 말했다. 무엇이 고마울까? 그들을 구할 수도 자밀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 고맙다는 말이 마치 저주만 같았다. 죽음을 앞둔 이들 심정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지브릴의 지금 심정은 지옥을 걷는 듯했다.

 


18 


지브릴은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매일과 같은 일정이 지나가고 정오 기도를 하고 나서 나씨르가 대원들을 소집했다. 배도자들을 처형하기 좋을만한 사막 한가운데서 대원들은 도열하고 섰다. 


-지금 이 시간 지하드를 저버리고 알라의 뜻을 배반한 배도자 둘을 참수할 것이다. 형집행은 우마르와 지브릴이 맡는다.


-왜 접니까?


지브릴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럼 누군가 다른 전사가 처형하면 다르다는 말인가?


나씨르 보다도 우마르가 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면서 우마르는 눈 빼고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복면을 착용했다. 지브릴은 뭔가 넋 나간 듯 그를 따라 복면을 썼다.


대원들이 트럭에서 자밀라와 무자히드를 끌어내리더니 대원들이 도열한 곳으로 끌고 왔다. 


자밀라는 이미 복면을 한 지브릴을 알아본 것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에게는 말할 자격도 없겠으나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를 주겠다. 너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냐?


나씨르가 무자히드부터 유언을 남길 기회를 주었다.


-이슬람의 시대정신 그것이 나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질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서 더욱 홀가분해 보이는 무자히드는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지겠다는 말도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빛나는 눈을 볼 때 그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아 보였다.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 


나씨르가 자밀라에게도 물었다.


자밀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고는 말했다.


-나는 늘 새로운 날을 꿈꿨어.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날이 없을 거란 걸 알았어.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자유로워질 기회라고 생각해. 너희를 원망하지 않아. 너희는 그냥 호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일 뿐이니까. 언젠가 너희도 자유로워질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럴 거야, 반드시.


우마르가 무자히드의 뒤에서 그의 목에 칼을 꽂았다. 지브릴은 고개를 돌렸다. 슬겅슬겅 살과 뼈가 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지히드의 고통에 찬 신음이 바람 새는 소리와 함께 새어 나왔다.


지브릴은 두렵고 서럽고 참담했다. 


-뭐하는 거야?


지브릴이 망설이고 있자 우마르가 재촉했다. 


넋이 나간 지브릴의 귓가로 자밀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브릴, 망설이지 마! 그럼 내게 고통만 더해질 거야. 고통 없게 보내줘. 나를.



19


-이제 결전만이 남았다. 오늘의 공격으로 아탈라의 탈환이 임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적들에게 타격을 주고 동요하게 할 폭탄 테러가 있어야 한다. 이번 테러는 아탈라 도심 내부까지 침투해 번화가에서 폭파해야 한다. 자! 누가 지원하겠느냐?


아부바르크가 연설하는 사이 어느새 들어왔는지 라일라와 모나가 나섰다.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아부바르크가 순간 당황한 듯 눈썹을 치켜올리다가 그들을 다시 자세히 보았다.


-너희가 말이냐?


-저희 남편도 지하드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였습니다. 이제 저희도 지하드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 IZ의 대원들이 아탈라 도심 한복판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미망인들이 차도르 안에 폭탄 재킷을 입고 침투한다면 도심 한복판까지 진입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아부바르크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바로 승낙했다. 


-너희 검은 미망인들이 남편의 유지를 받들고 지하드에서 한 역할을 하겠다니 갸륵하구나. 너희와 너희의 남편 그리고 너희의 가문 모두에 영광이 있을 것이다.



20


그녀들이 침투하여 아탈라 도심에서 폭탄 테러를 성공시키면 전 부대가 정부군을 공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소식이 들려오자 아부바르크는 상당히 애석해 했다.


-쓸모없는 것들. 여자란 것들은 정말이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구나. 


정찰병은 라일라와 모나가 번화가에 못 미쳐 자그마한 폐가에서 자살 폭탄 재킷의 스위치를 잘못 누른 듯 폭파되어 죽었다고 전했다. 그녀들은 실수로 자유로워진 것일까?



21


전 부대원은 지프차와 트럭을 타고 아탈라의 진입로 인근으로 향했다.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하룬이 조용하고 낮은 소리로 속삭이듯 지브릴에게 말했다.


-이 전투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미국에서 온 신참 하나가 그러는데 미국방성과 정보부가 우리 훈련소 위치들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군.


-그런데도 폭격을 안 하는 이유가 뭐래?


-미국 뉴스에서는 전략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한다는데 전략적으로 적의 유닛 생산시설을 그대로 둔 채 생산해내는 유닛들만 상대한다는 게 제정신으로 할 전략도 전술도 아니지. 


-그럼 왜 미군이 정부군과 함께 우리에게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않고 우리를 섬멸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이것들은 이 전쟁이 장기화되기를 노리고 있는 거야. 이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동지역과 중앙아시아에서 보호의 명분으로 지들 입지를 높이고 지들 나라 내에서 군사비용을 확대하고 그러면서도 지네 국민들로부터 저항을 받지 않을 테니까. 또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내정에도 간섭하면서 원유를 제어할 수 있으니까.


-정말 악의 화신 다운 나라구나.


-이 전투는 짜고 두는 체스판 같은 거야. 체스를 두는 놈들이 원하는 대로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게임 말이야.


저멀리 정부군과 그들의 장갑차들이 보였다. IZ대원들이 진격하자 모래바람이 스쳐지났다. 모래바람이 그치니 그 많던 정부군이 모두 사라지고 장갑차 두 대만 덩그러니 보였다. 모두 가까이 다가가서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이 겁쟁이 녀석들. 죽음이 두렵다고 장갑차들과 소총, 탄창, 화염방사기, 대전차 직사화기와 탄환들을 모두 두고 도망간 거야.


-우리는 알라의 전사들이니 저들은 명분도 없고 두려움 밖에는 일지 않았겠지.



22


-우리는 이제 알라의 뜻과 지하드 전사들의 용맹과 병기까지 모두 갖추었다. 더 이상 우리를 막을 그 무엇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전면전을 벌이는 동안 아탈라 내부에서 적들을 혼란에 빠뜨릴 폭발이 있어야 한다. 누가 지원하겠느냐?


=그래, 또 이런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 


지브릴은 아부바르크의 물음에 바로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23


지브릴은 아탈라 도심을 걷고 있었다. 그가 입은 토브 아래로는 폭탄 재킷이 있었다. 그는 차분히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라일라와 모나가 쓸모없는 것들이라 빈 폐가에서 자폭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은 무자히드처럼 자밀라처럼 자유를 향한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이 그들보다는 자유로웠을 뿐.. 아니 그들도 자밀라도 무자히드도 결코 자유롭게 자유를 찾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슬람의 시대정신이 그들에게 자유를 향할 수밖에 없는 압박을 더한 것일 테니 말이다.


지브릴은 이슬람의 시대정신 IZ 전사들이 나타나자 모든 중화기들을 버려두고 정부군이 도망간 그 순간 알아버렸다. 하룬의 말이 맞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이 시대는 모두가 짜고 두는 체스판 같은 것이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이미 모두 결정 나 있는 것이다. 저항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이 그렇게.


지브릴은 빈 공터가 보이자 그곳 중앙으로 가 자신의 토브를 툭툭 털고 앉았다. 지브릴은 자밀라가 새로운 날을 찾아떠나자던 그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밀라도 깨달았을 것이다. 더는 새로운 날이 없으리라는 것을. 이곳을 완전히 떠나버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를 찾을 기회이다. 


-그래, 고통 없게 가자.


공터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솟구쳤다. 그렇게 지브릴은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카림처럼 라니아처럼 라일라처럼 모나처럼 무자히드처럼 자밀라처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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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정부군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폭탄 테러를 할 것이다. 누가 이 성전(지하드)을 위해 용맹히 산화하겠느냐? 지원자는 나서 거라.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한 아부바르크의 물음에 서로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금세 지원자들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라일라의 남편 이스마일과 모나의 남편 무스타파가 나섰다. 그 외의 지원자들도 나서려 했으나 그보다 앞서 아부바르크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 너희 둘이 가거라. 너희에게 각자 72알의 포도알을 품은 포도송이가 주어질 것이다.


72 알의 포도알을 품은 포도송이는 무슬림 전사가 용맹히 전사하였을 때 무슬림들의 천국에서 주어지는 72명의 처녀를 의미했다. 그것은 죽음을 달갑게 맞이하라는 부추김 같은 그런 말이었다. 결혼을 한지 이틀 만에 이스마일과 무스타파는 자살폭탄 테러를 위해 아탈라로 떠나 사망했고 라일라와 모나는 미망인이 되었다. 



12


와합 마을의 주변 사막은 온통 IZ의 훈련소가 되었다. 아부바르크가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지하드에 뛰어들어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지하드 전사가 되기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정말 말 그대로 전세계 각지에서 무슬림 청년들이 와합 마을로 찾아들었다.


-자! 자! 단도를 그 높이로 찌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혈관을 절단하는 거야.


영국에서 온 SAS 출신 전사인 파델이 신참들에게 근접전을 가르치고 있다. 


무자히드도 그 가르침을 받고 있었지만 지브릴은 요즘 들어 무자히드가 어떠한 표정이라도 얼굴로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자밀라와 신혼이었는데도 전혀 행복이 무언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 지브릴은 그를 보며 원망과 시샘을 가질 틈을 찾지 못했다.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거치며 하나 둘 행복을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3


오후가 되자 신참들과 기존 전사들 중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결혼식이 있었다. 미망인들도 참가하라는 말을 듣고 라일라와 모나 역시 찾아왔다. 


라일라는 모나가 라일라의 차도르 소매자락을 끌어당기는데도 불구하고 아부바르크에게 물었다.


-지도자님, 저희는 미망인이 된지 이제 3일이 됐을 뿐이에요. 죽은 남편을 애도할 시간도 없는 건가요?


-애도는 필요 없다. 그들은 이미 천국에서 천국에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너희는 무슬림으로서 지하드를 다하며 죽어갈 전사들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위로하고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면 될 뿐이다.


망설여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꺼냈던 라일라 덕분에 라일라와 모나 둘 다 자신의 처지를 선명히 알게 되었다. '이 시절에 태어난 우리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구나' 라일라도 모나도 그리 깨달았다. 그리고 아무 저항 없이 라일라는 기존의 전사 하싼과 모나는 신참인 하림과 짝 지어졌다.


하싼은 라일라가 무표정한 것을 보고도 이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게 되었다며 너무나도 만족해했다. 대개의 신참과 기존의 전사들 중 이번 결혼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하싼만큼 흡족해하는 사람도 흔치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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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은 아탈라의 근교까지 진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군이 줄행랑을 칠뿐 전사자는 한 명이라도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루하루가 가면 갈수록 지하드에 지원하는 유럽과 미국,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지원자들이 넘쳐나게 들어왔다. 동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까지 청소년 한 명이 지원해 왔을 정도다.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도 소녀들이 전사들을 위한 아내가 되어 헌신하겠노라며 지원해 오는 경우들도 허다해졌다. 모두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에 열광했다. 


와합 마을을 시찰하면 이젠 거리를 메운 모든 남성들이 검은색 전사들이었고 모든 여성들은 차도르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전사가 아니면 전사의 아내들이 되고자 태어난 사람들 인양 그리 믿고 와합 마을로 모여든 것이다.


마을 소년 하싼이 거리를 다니다 차도르를 걸친 라일라와 마주쳤다. 


-라일라 굉장히 오랜만에 외출했나 봐요. 요즘 통 볼 수가 없던데.


-하싼 너는 절대로 죽을 일은 하지 말거라. 절대로 죽지 마라, 하싼!


라일라는 자신의 남편과 이름이 같은 이 소년에게 맥락도 없이 죽지 말라고 죽어선 안된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그렁해져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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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는 아탈라라는 요충지를 획득할 것이다. 이곳은 본래 우리 무슬림들의 땅이니 이교도이자 악의 화신인 미국 군대와 결탁한 저 배도자 무리에게는 정당성도 알라의 뜻도 함께 하지 않는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아부바르크의 연설로 전사들은 이제는 전투를 할만한 의욕이 깃들 제대로 된 전쟁을 하게 되었다며 만족한 듯이 웃었다. 지브릴은 무자히드도 웃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뭔가 허탈한 듯한 웃음이었다.


아부바르크는 다시 한번 폭탄 테러를 지시했다. 이번에도 자밀라의 남편 하싼과 모나의 남편 하림이 지원했다. 아부바르크는 하싼이 지원한 것에서는 못마땅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잠시 고심하는 듯하다가 허락했다. 


하싼과 하림은 지프차에 폭탄을 싣고 아탈라 인근 정부군 집결지 부근에서 자폭했다. 이들도 결혼 며칠 만에 자살 폭탄 테러에 자원한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라일라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대문 밖까지 울려 퍼졌다고 한다. 라일라도 모나도 두 번째 미망인 생활이 되었지만 그들도 그 기간이 그리 길거라 짐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 며칠 사이 그녀가 잃을 건 남편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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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시간에 아부바르크가 소집을 했다. 지브릴을 비롯한 대원들은 하나둘 본부 막사로 모였다. 


지브릴이 대원들 틈에 끼어 막사로 들어서자 막사 중앙에 피투성이의 무자히드와 자밀라가 보였다. 


-이들은 배도자들이다. 성전을 위해 죽음도 불사해야 할 전사와 그를 내조해야 할 그의 아내가 함께 탈영을 하려 했다. 이들은 알라의 뜻을 배반한 것이다.


무자히드와 자밀라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듯 아무 말도 없었다. 아니면 탈영 중 잡혀 모진 폭행을 당하다 지쳐 말할 기운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지브릴은 답답하고 암담했다.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어찌할 수 있나? 도대체 난 어찌해야만 하는 걸까?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그가 자괴감에 빠져있는 동안 아부바르크는 간명하게 지시했다.


-이들은 내일 오전에 처형할 것이다. 그때까지 가둬두고 물 한 모금 주지 말거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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