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브릴은 자청해서 IZ의 대원이 되었다. 그는 새로운 날을 가져다줄 떠오르는 태양이 IZ라고 확신에 찼다. 자신과 함께 무자히드, 하룬, 딘, 라디 등 마을 청년들 거의 모두가 IZ대원으로 자원했다. 모두가 무슬림의 정신과 무슬림의 시대를 만들 거라는 IZ의 지도자 아부바르크의 연설에 감명을 받은 터였다. 이들은 모두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드높일 기존의 대원들과 함께 군사훈련을 받고 규율을 배우며 내면으로부터 경험해 보지 못한 자긍심이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모두 알라를 통해 거듭나고 있다고 그리 생각했다. 


언제나처럼 군사훈련을 하고 마을을 돌아보며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을 때였다. 남자들에게는 코란의 주요 구절을 외우는지 확인했으며 여성들은 일상복을 히잡만 쓰는 것이 아니라 얼굴만 내놓고 검은색 천으로 온몸을 감싼 차도르를 확실히 착용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보세요. 부인 아이에게 왜 히잡만 쓰고 돌아다니게 하는 겁니까?


-여보게. 이 아이는 이제 그저 11살이야. 이 아이에게 맞는 차도르를 구하기도 힘들다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무함마드께서 아이샤와 결혼하셨을 때 아이샤는 6살이었습니다. 11살이면 이미 여자의 역할을 다하여야 할 나이가 아닌가요? 11살이 어리다고 지금 말씀하시는 겁니까?


압둘라 씨의 부인 로와다 씨가 그녀의 막내딸 히얌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지 얼마지않아 이 부대의 장교급이라고 할 수 있는 연륜 있는 대원 나씨르와 실랑이을 하고 있었다. 


소총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나씨르는 비교적 온화한 성품의 사람이라 지브릴은 별생각 안 하고 듣고 있었다. 하지만 실랑이가 길어지면 좋을 것이 없기에 지브릴은 자신이 중재하러 나서려 했다. 


-나씨르, 그만 집으로 가서 차도르로 갈아입으라고 제가 따끔히 말하겠습니다.


-아니 무슨 말을 더 들어 아이들에게까지 차도르를 강제하는 건 지나친 거 아니야!


'팍'


갑자기 허공을 가르는 마찰음이 들렸다. 그들의 실랑이를 듣고 있던 다른 대원 우마르가 로와다 부인의 뺨을 갈기는 소리였다. 그리고는 소총을 그녀를 향해 겨눴다. 


-부인 율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배도자일뿐이고 배도자를 위한 건 죽음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부인은 지금 배도자가 되시겠습니까? 율법을 수호하시겠습니까?


로와다 부인은 당황했다. 그리고 모멸감을 느낄 새도 없이 두려움이 밀려왔다.


지브릴은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되자 다급하게 외쳤다.


-로와다 부인, 당장 집으로 돌아가 히얌에게 차도르를 입히세요. 알겠습니까?


놀란 눈으로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던 로와다 부인이 겁에 질린 듯 눈을 내리깔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네. 암요. 그러고 말고요.



7


저녁 기도를 마치고 대원들이 모두 숙소로 돌아가려 할 때 먼발치에서 차도르를 걸친 여인 한 명이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지브릴은 한눈에 그녀가 자밀라라는 걸 알아챘다. 


-나 잠시 일이 있어서 갔다 올게. 금방 돌아올 거야. 먼저들 가.


그리 말하고 지브릴은 그들 몰래 자밀라를 향해 다가갔다. 자밀라는 몹시 불만 가득하고 내적 혼란을 억지로 내리누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브릴, 너 나와 사우디로 가기로 한 건 잊은 거야?


-아니, 그렇지만 니가 말한 새로운 날이 꼭 사우디에만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아. 여기서도 새로운 날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게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고? 너 어떻게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는 거야. 이들은 옛 규율들을 되살려 우리를 옥죄고 있어 니 눈엔 보이지 않니? 억눌리고 있는 사람들의 한숨과 비명이?


-억누르지 않아, 자밀라.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직시하게 하고 있는 거라고. 이들은 우리를 무슬림의 원칙 아래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거야.


-넌 마치 니가 죽어있는데 이들이 너를 되살리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 그런지도 몰라 나는 다시 살아나고 있어.


-아니, 지브릴. 넌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어. 널 죽이고 있는 건 그들이 말하는 원칙이야. 이슬람의 시대정신이 널 죽이고 있는 거라고.


-후~


지브릴은 자밀라의 말에 한숨을 쉬고는 답변을 이어갔다.


-아니야, 자밀라. 넌 모르고 있어. 난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게 죽어있었어. 이 시대가 이 마을이 그 관념들이 날 죽이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 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됐어. 난 그 희망을 통해 되살아날 거야. 


-그럼 우리의 희망은 뭔데? 사우디에서 새로이 시작하자던 그 약속은 뭐냐구?


-우리 조금만 더 기다리자.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난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거듭날 거야. 그럼 아브라힘 어르신도 날 사위로 마다하지 않으실 거야. 자밀라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안 되겠니?


-지브릴 난 16살이야. 이미 혼기가 꽉 찼다구. 니가 아니더라도 아버지는 날 다른 사람이랑 결혼 시키실 거야. 이젠 아버지가 원하시는 지참금에 많이 부족하더라도 난 결혼해야 할 상황이야. 넌 변했어, 지브릴. 이젠 내가 어찌 되든 관심도 없는 사람 같아.


-그렇지 않아. 난 변하지 않아. 널 두고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겠니?


-이미 니 마음은 내게서 떠난 거야. 이슬람의 시대정신! 그게 널 변하게 했어. 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사람 같아.


지브릴은 이 긍정적인 변화에 거부감을 갖는 자밀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고 믿는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안녕! 지브릴.


자밀라는 마치 마지막인 것 마냥 저녁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지브릴의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지브릴은 그 모두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짧은 불안일 뿐이라 일축하고 싶었다.


-그래, 내일이면 다를 거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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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브릴과 자밀라는 보통의 날처럼 서로 다소 거리를 두고 마을의 경계로를 향했다. 어느새 라니아와 카림의 시신은 치워져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지브릴은 그게 더 섬찟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질만큼.


자밀라는 지브릴이 서두르는 이유를 짐작할 듯도 했지만 그보다는 하필 이런 일이 벌어진 그날에 꼭 벗어나려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브릴은 하지도 않는 걸까?'


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경계로를 지나는 한 길뿐이었고 그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여기보다 더 시골로 향하는 길 하나는 수도를 향하는 길목에 있는 아탈라라는 도시로 향하는 길. 자밀라와 지브릴은 사우디로 가기 위한 여정이었기에 당연히 아탈라를 향해야 했다.


지브릴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경계로이기에 자밀라의 손을 잡으려 하자 자밀라가 갑자기 자신에게서 흠칫하며 거리를 두었다. 지브릴도 정신을 가다듬자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두 대가 아니다. 저들을 피해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해도 이미 때는 늦었을 뿐이다.


지브릴과 자밀라가 차를 바라보고 서있자 금세 다가온 트럭들마다 무장한 채 검은 상하의를 입고 검은 쿠피야(두건)를 한 건장한 남자들이 연이어 트럭에서 내렸다. 


-앗쌀라무 알라이쿰, 처음 보는 분들인데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인사는 생략하지. 여기가 아탈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와합 마을이냐? 


-네, 그렇습니다.


이방인들 그것도 무장을 한 이방인들이 단체로 들이닥치자 지브릴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당신들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고자 상당히 사근사근한 어조로 인사말도 건넸지만 저들은 다소 과격한 말투였다. 그들 중 하나가 다시 자신이 쓴 히잡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밀라를 보더니 지브릴에게 물었다.


-저 난잡해 보이는 여자와 너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냐? 혹시 율법을 어기려고 그러던 찰나였던 거야?


-아닙니다. 전혀 난잡한 여자가 아니고 마을에 인망 높으신 아브라힘 씨의 딸입니다. 오늘 오전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걸 제가 찾아내 다시 마을로 인도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말해 보아라.


소충을 든 검은 의복의 남자들 중 하나의 질문에 지브릴이 진땀을 빼며 대답하고 있을 때였다. 검은 의복의 남자들 사이에서 하얀 색 토브를 입고 쿠피야 위에 사우디 방식으로 두 개 이갈(천을 돌돌 말아 만든 링)을 한 노년의 남성이 나오며 사건의 경위를 물었다.



5


와합 마을 사원에 그들이 찾아왔고 하얀색 토브를 입은 그 남성이 율법학자 슬레이만 씨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죽은 라니아의 아버지 압둘라 씨에게 그런 딸은 잘 없애버렸으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호히 행동한 압둘라 씨 행동은 본받을 만한 태도라며 격찬했다. 압둘라 씨는 뭔가 심각한 모습을 보였고 자밀라의 아버지 아브라힘 씨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자밀라는 남자들만 모여 토론하는 장에 오래 머물 수 없어 집으로 향했다. 지브릴은 동네 청년들과 남아 마을 유지들과 율법학자가 이들 이방인들과 무슨 협의를 하는지 궁금해 머물러 있었다.  


이방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하얀 토브의 남자는 급기야 마을 청년들에게 연설하기에 이르렀다.


-근래의 무슬림들은 타락했고 의미를 잃었으며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역할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알라를 통해 수긍해가는 그런 시대를 만들 것이다. 낡은 원칙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이 새로이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 죽어있는 이슬람을 우리는 되살릴 것이다. 죽어있던 너희가 모두 부활하는 순간을 우리는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를 믿어라. 우리를 따르라. 이것이 무슬림의 사명이며 무슬림의 정신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슬림의 시대를 만들 것이다. 우리는 무슬림의 정신이다. 바로 우리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IZ로 명명했다. 마을의 청년들이 모두 그의 연설에 감동하는 듯했다. 지브릴마저 수긍할 법한 연설이었다고 마음 깊이 납득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왠지 압둘라 씨와 그의 아들 무자히드의 안색이 밝지 않았다. 그들은 그 연설의 이면에 숨은 다른 뜻이라도 읽은 것일까? 아니면 마을 유지들과 율법학자가 그들과 담론할 때 무언가 다른 이야기라도 들은 것일까? 지브릴은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한 편으로는 새로운 날을 찾아간다면서 진정으로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것을 보지 못할 뻔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상히도 안도하게 되는 것만 같았다.


-내일이면 무슬림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게 될 거야!


자신만큼이나 들뜬 기대를 안은 마을 청년들을 보며 지브릴은 생각했다.


=내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만 같아! 아마도 이런 날이 자밀라가 말해오던 새로운 날일 거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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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양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와합 마을과 지단 마을의 경계 근처에 있는 이젠 폐가가 된 건물 앞에서 떠오른 태양 아래 지브릴과 자밀라가 있었다. 지브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은 날이면 되지 않을까 바랬다. 하지만 자밀라는 의견이 달랐다. 그녀는 굳이 와합 마을을 떠나 멀고 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도망가자며 지브릴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니 날 좋은 오늘뿐만이 아니라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이곳에서는 드물게 번개가 치는 날까지도 그런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지브릴은 처음엔 망설였지만 자밀라가 이렇게 말하던 날 그만 설득 당하고 말았다.


-지브릴 너 지참금은 있는 거야?


-조금만 더 모으면 아브라힘 어르신께서 말씀하시는 적정선이 되지 않을까 싶어.


-우리 아빠 욕심을 니가 충족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분이 말하는 적정선이라는 건 니가 벌어올 수 없는 정도의 지참금을 말하는 거야. 넌 나 없이도 잘 살아가겠지? 그러니까 이러는 거지? 


그녀의 말에 지브릴은 설득 당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 처음 바라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지브릴에겐 그녀였다. 이젠 자밀라 없는 내일을 생각할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이미 두 사람은 손까지 잡지 않았던가? 마을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이미 입맞춤까지 한 것으로 오해받고 자밀라는 그녀 아버지의 손이나 친척들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브릴은 자밀라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사우디로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지브릴은 그녀의 말이 아니었어도 매일을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다.


-지브릴 우리에겐 새로운 날이 기다리고 있어. 너와 내가 함께라면 우리는 곧 새로운 날을 맞이할 거야.


지브릴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새로운 날이 꼭 필요할까? 오늘 같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은 늘 망설임을 불러들였고 그 망설임은 두려움이 원인인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지브릴로서는 두려움의 근거가 무언지 짐작되지 않았다.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마을 일이면 큰일이던 작은 일이던 빠지지 않고 알리고 다니는 하싼이란 소년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면서 다급히 소리쳤다. 


-아! 지단 마을 놈들이 무슨 꿍꿍인지 흔적도 안 보이기에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고 나왔어.


-지금이야 당연히 여기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겠죠. 모두 와합과 지단의 경계로에 다들 모여있으니까요. 


-왜? 무슨 일인데..?


-그게.. 말로 듣는 것보단 얼른 가보는 게 빨라요.


자밀라는 히잡을 다시 매무새를 고쳐 쓰고는 하싼과 지브릴을 조금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2


와합과 지단의 경계로에 다다르자 압둘라 씨의 딸 라니아와 지단 마을 카림이 두손을 뒤로 묶이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와합 마을 사람들과 지단 마을 사람들이 각각 모여 그들에게 조금 떨어져 둘러싸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지브릴이 압둘라 씨에게 물었다. 압둘라 씨는 설명하기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다가 돌아섰고 라니아의 오빠 무자히드가 나섰다.


-라니아와 카림이 두 마을의 경계에서 손을 잡고 있다가 내 눈에 띄었네. 나는 라니아를 죽이고 그만 그것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마침 슬레이만 씨와 마주쳐서 그분이 시아파 남자와 통정한 것은 그저 여자 한 명만 죽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하셔서 일이 좀 커지게 됐어.


무자히드는 그다지 신심이 유별나게 깊다거나 한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가문의 명예가 달린 상황에 여동생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 못했나요. 그냥 잠시 손만 스쳤을 뿐인데요.


-더러운 변명 필요 없다. 너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고 게다가 시아파 난봉꾼과 사통한 요사스러운 년일뿐이야.


라니아의 아버지 압둘라 씨가 단호한 어조로 모든 마을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지금은 21세기에요. 어느 도시에선 여자들도 운전을 하고 있고 몇 해전 사우디에선 여성에게 투표권도 줬다고요. 아버지도 그러셨잖아요. '세상이 변하고 있나 보다'라고.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란 게 있는 거야. 무슬림은 꾸란과 하디스에 의존해 살아가는 거야. 너는 지저분한 행동으로 너희 가문과 율법을 더럽히고자 했다. 게다가 배도자의 자손인 시아파 무리의 하나와 말이다. 그러니 오늘의 죽음을 달게 받거라.


율법학자 슬레이만 씨가 근엄한 어조로 선고를 하듯 선언했다.


-이게 뭐예요. 우린 그냥 사랑하는 사이일 뿐이라고요. 사랑이 죄가 되나요. 그게 그렇게 죽을 죄예... 악!


사랑을 입에 담으며 변명을 하는 라니아의 얼굴에 사정없이 돌을 던진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압둘라 씨였다. 조금만 더 입을 놀리게 두었다가는 자신의 가문에 평생 수치스러울 치욕의 날로 기억되리라 여긴 압둘라 씨는 망설이지 않고 딸의 얼굴에 돌을 집어던졌다.


-종교가 무슬림을 살게 한다면 오늘의 우리를 죽이는 것은 종교가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지만 세상은 다 변하고 있어요. 변하지 않는 건 인간들의 잔인함과 야만성뿐일 겁니다. 자신의 딸을 죽이게 만드는 종교. 사랑에 죽음으로 답하는 종교가 도대체 무슨 의미라는 말입니까? 


라니아와 손을 잡았다가 들킨 죄로 함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카림이 유언처럼 남기는 이 말에 치를 떠는 것은 비단 와합 마을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그의 고향 지단 마을 사람들은 평소 사람 좋은 카림이라 여기고 있던 그가 이따위 불경스러운 말을 내뱉자 미친 듯이 격분해 너나 할 것 없이 돌을 던졌다. 와합마을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돌을 던지는 그들은 카림과 라니아가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고서야 분이 풀린 듯 돌 던지기를 멈췄다.


지브릴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의 두려움의 근거가 무엇인지 마주한 것만 같았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고 야만적이게 변모할 수 있는 인간의 실상 그것이 자신을 그렇게도 두렵게 만들고 망설이게 만든 것이다. 



3


사람들은 그러고도 하루 다섯 번의 기도 시간을 지키려 다들 정오 기도를 하러 사원에 갔다. 지브릴도 기도를 하고 있었지만 기도를 하는 중에도 그의 내면에서는 무언가에 대한 부정과 거절의 의사가 샘솟는듯했다. 


=이건 아니다. 그래 이건 아니야. 난 이곳을 떠나야겠다. 지금도 두렵고 망설여지지만 이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이런 그늘 속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아.

 

그는 아무도 모르게 자밀라를 찾아가 말했다.


-우리 바로 떠나자. 니가 말한 새로운 날을 위해서 말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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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요괴 추적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1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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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요괴, 신, 요괴에 납치된 아이, 도사 등

몇몇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성장소설에 방점이 있는 작가의 소설이기에 더 흥미로왔다.

 

과연 이 옛날이야기 같달까 전설이나 신화 같달까 하는

이야기 속에 작가는 성장을 어찌 담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일었다.

 

그리고 읽고보니 소설을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도 만족스러웠다. 

캐릭터들의 자기만의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을 내 곁에 있는 사람인양 살아나게 했고 

매끄럽게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 서술이 생동감에 매력까지 더해주었다. 

 

막동이와 구랍법사의 요괴 추적이 마지막장까지 생동감 있게 이어진다.

인물의 생생함과 저자의 이야기꾼 기질의 멋진 조합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이끈다.

 

다만 봉래산에 추적기가 이어지며 더 전개될 것 같은 상상의 나래를 이어가게 하면서도

마지막을 급하게 마무리한 듯한 마무리가 재미있게 읽던 독자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마지막부터 구상하고 전개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인물들이 풀어나갈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고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이야기가 너무 몰입감 있었기에 더 읽고 싶어 그랬던지도 모르겠다.

아니 더 읽고 싶어 그런 것이다. 

이야기의 구성도 인물의 생생함도 미스터리 같은 흥미진진함도 다 갖춘 작품이다.

 

다만 염매에 대해 등장하며 염매가 뭔지 검색을 했었다.

그런데 이후 염매에 대한 비밀을 풀어나가는데 서술된 문장이

검색해서 나오는 문장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서 놀랐다. 고독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다른 문장으로 서술했어도 될 것을 왜 그랬을까 의문이 들긴 했다. 

물론 이 부분은 소설의 전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사소한 불만 정도다.

  

'사람의 마음이 없으면 요괴다' 라는 대사와 염매를 하고 있는 탄채를 응징하는 장면,

막둥이라도 살리려는 구랍법사의 마지막이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이 한 이야기를 구상하며 작가가 들인 공이 짐작이 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동청소년 문학이 언젠가 부터 깊이와 재미를 다 구비하는 장르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는데

이 소설 또한 그런 감상에 한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아이에게 흥미진진한 옛날 이야기 같은 소설을 선물하고 싶은 분이라면

주저없이 선택 하셔도 좋을 작품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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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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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포스트의 검색 순위 상승과 노출빈도 높이기에 최적화된 내용들이 있다. 읽어봐서 나쁠 건 없는데 비슷한 성격의 다른 책들도 많으니 비교 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블로그와 포스트를 활용하는 것은 바라지만 딱히 돈만 벌려고 관심없는 포스팅하기 싫은 분들께는 권할 수 없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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