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유향은 유로의 장례식이 끝나고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예전에 머물던 파이트클럽 임시 숙소에 왔다. 파이트클럽 운영자 한 명과 마주 서서 유향은 다짜고짜 재가입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왠지 운영자는 절대라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했다.

 

왜요? 왜 안 받아주는 건데요?”

네 녀석 형과 약속을 했다.”

? 형이랑요? 형은 죽었어요. 저희 엄마 때문에라도 더 여기가 필요하다고요.”

 

유향은 나름 절실했다. 형이 살아있을 때는 자기가 잠시 잠깐 엇나가도 의지할 데가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생계를 이어나갈, 어머니를 모실 대책이 절실했다.

 

죽어? 그 녀석이 어쩌다 죽어?”

사고였어요. 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다 그만. 그렇게 됐어요.”

그렇구나. 녀석 남자다운 삶을 살다 갔구나.”

 

그래 형은 유순해 보이지만 정말 상남자였다. 부드럽지만 강한 그 모습이 유향은 배울 수도 없는 진정한 남자의 모습이라고 유향은 생각했다.

 

네 형이 널 빼내기 위해 너 대신 칠전을 벌였다. 여기 다 한 실력 하는 놈들만 모인 거 너도 알 거야. 내 보기엔 네 형은 입식 타격기 하나뿐인데도 불구하고 일곱 명을 모두 쓰러뜨렸어. 피투성이가 된 채 너 하나 구하겠다고.”

형이 일곱 명 모두를요.”

널 데려가겠다는 집념 하나가 그런 혈전 속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은거라 생각한다. 그 녀석은 그러고 죽은 거야. 걔가 구한 건 철로에 떨어진 아이만이 아니라 방황하는 동생까지란 거다. 그런 녀석과의 약속은 난 깰 수 없다.”

 

길거리 싸움꾼들의 모임인 파이트클럽에서 탈퇴하려면 쉬지 않고 일곱 명의 고수와 상대해야 했다. 그래서 다들 탈퇴 의사를 밝히지 못했고 칠전을 모두 이기고 탈퇴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유향은 그제야 파이트클럽에서 자신을 순순히 퇴출한 것이 납득이 갔다. 그리고 형이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거야. 개학할 때까진 아직 시간도 있잖아? 그때까지 이령일 보살피다가 다시 결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카페에서 유향과 이령이의 어머니가 마주 앉아 있다. 유향은 처음엔 이령이 어머니께서 농담하시는구나 생각했다. 고작 고2 여고생을 경호해주는 대가로 그것도 자신처럼 그저 이령이와 같은 동급생인 무경험자에게 그런 고액을 제시한다는 게 선뜻 이해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이 얼마간이라도 엄마와 자신의 생계에 보탬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싸움 밖엔 해본게 없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건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니, 막 누구랑 싸우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냥 옆에서 지켜주기만 하면 돼.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유향 군.”

 

 

왜 자꾸 따라와. 성가시게.”

어쩔 수 없어. 이게 내 일이니까.”

 

이령이는 처음엔 무척이나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향이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왜 엄마가 이 어쭙잖은 녀석을 보디가드로 고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유향의 모습에서 모든 순간 유로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

괜찮아?”

 

인도에서 유향을 피해 돌아가려다 이령이 인도 아래로 넘어질 뻔했다. 유향이 이령이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받쳐 들었다.

이령은 유로의 얼굴을 한 유향이 자신을 안다시피 하자 문득 아니 한결같이 떠오르는 유로가 더 생각났다.

 

조심해야지. 어린애냐?”

? 꺼져! 이 짝퉁아!”

 

이령은 유향이 유로보다도 더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자 마음이 상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우리? 우리가 어디를 가는 게 아니잖아. 내가 가는 데 네가 따라오고 있는 거지.”

 

 

여기서 세워 주세요.”

 

이령은 기사가 딸린 자기 전용차를 타는 대신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이동했다. 사실 이곳에 다니고 있던 걸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유향이 따라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유향에겐 그냥 친구 집이라고 둘러대면 엄마에게 딱히 이곳이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되게 전해지진 않을 것 같았다.

이령이 주택가 대로에서 유향과 같이 내렸다. 몇 걸음 옮기자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고풍스러운 목조 건축물이 보였다. 마침 그 집에서 검은 투피스를 입은 여성이 나오는 길이었다. 여성은 이령을 보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령이는 인사도 잊고 다짜고짜 질문부터 했다.

 

자매님. 저 꼭 여쭤볼 말이 있어요.”

아니요, 자매님. 자매님은 더 이상 이곳에 오지 말아주세요.”

?”

자매님에겐 어둠 깊이 드리웠습니다. 더는 우리 모임에서 자매님을 감당할 분이 안 계신 것 같아요.”

제가? 제가 위험한가요?”

 

이령은 자매님의 영적 수준과 실력을 알기에 그 말에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는 않아요. 자매님의 행위들은 자매님이 더 잘 알겠죠. 자매님은 세상을 위험하게 할 사람이에요. 우리는 자매님을 우리 자매단의 일원으로 더 이상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상을 위험하게 할 생각조차 한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행복을 추구하려 했을 뿐이에요.”

 

행복을 추구하려 했다는 이령의 말에 검은 의상의 그 여성이 잠시 미간을 찡그리더니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돌아서려 했다.

 

자매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답변해 주시면 안 되나요?”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자매님도 이젠 더 이상 질문할 필요도 없지 않나요?”

 

그리 말하고 검은 옷의 여성은 차갑게 돌아섰다. 하지만 이령은 이미 대답을 들은 것만 같이 환한 표정으로 유향을 쳐다봤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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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토리 - 인생의 무기가 되는
킨드라 홀 지음, 이은경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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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에 대한 스토리와 그에 대한 해석이 삶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삶의 의미 부여나 선택의 기로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늘 체감하며 살아왔습니다. 누구나 한 사람으로서 자기 삶에 대한 자긍심과 애석함, 감사와 절망, 기억과 통탄이 교차할 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균형이 무너지는 감상(해석)에 이르면 더이상 다시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살아갈 수는 없게 됩니다. 그리고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긍정적 선택만을 하지는 않게 되기도 합니다.


본서의 저자는 그런 부정적 삶의 해석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꾸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기에 꼭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조화하고 내면의 부정성을 날려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모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이 책과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놓쳤더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안도와 다행스러움을 아니 안도와 다행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다 형언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자는 '스토리가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이 된다' 고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스토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결코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우리의 이야기라고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내면을 지배하는 생에 대한 해석이 우리의 감상과 반응 그리고 선택과 행동을 낳는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뇌과학의 차원에서 어떻게 우리의 뇌가 스토리에 통제 받고 있는지를 짧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도록 이끈다.


스토리는 뇌를 뒤집어엎고, 뇌에 완전히 스며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스토리가 뇌를 완전히 포위하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토리는 생각을 현실로, 허구를 사실로, 미래를 현재로 바꿀 수 있다.


저자는 우리를 지배하는, 우리의 미래까지 제어하는 이 '이야기'라는 것이 결코 이로운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님을 주지시킵니다. '셀프스토리는 계속 이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전부 이롭기만 한 것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진화심리학적인 견지에서 우리가 선조들의 자신을 보호하려던 본능인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던 상황에서의 반응들이 몸에 배여 '부정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걸 지적합니다. 자신의 생을 구축한 이야기들 중 부정적인 내용에 연연하며 도전과 가능성을 막아서고 있는 것도 자신이 만들어 지닌 '셀프스토리' 때문인 것을 자각하고 그것을 제어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합니다.


 매혹적인 스토리는 우리 마음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여태껏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스토리들이 

지금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해줬다. 

만약, 다른 곳을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다른 스토리를 골라야 한다.


셀프스토리는 태생적으로(진화도 한몫 거들었다) 잠재의식 수준에 존재하고, 쉽게 촉발하며,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또한 습관이다. 


셀프스토리를 무모하게 내버려두면 쥐가 차량 전선을 씹어 먹는 것처럼 인생의 도관, 행복과 통제감, 전반적인 인생의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 이 셀프스토리를 '포착'하고 '분석'하고 대체할 새로운 셀프스토리를 '선택'하고 '설치'하여 새로운 인생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통찰을 담은 이 책 속에는 그녀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의 일화들과 함께 셀프스토리의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성취한 이들의 일화들이 이어집니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나 또한 나를 좌절과 절망으로 몰아넣던 스토리와 그 모든 이야기들을 헛헛하게 만든 실상을 알게 된 이후, 그 이후 삶에 냉소적이게 되어버린 나 자신의 스토리도 다시 생기를 찾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감상을 갖게 합니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내버려두는 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그 반응이 결과를 바꾼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저는 생의 괴로움이 저를 더이상 대중을 위해 행동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해서 다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원인에 따른 결과인 것인가, 전도되어 버린 의미찾기의 실패 때문인가를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말을 듣고서야 다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이야기들에 대한 해석을 달리 함으로써 삶의 의미 찾기라는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고 말입니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우리는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스토리 역시 사실은 훨씬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사실 아직은 확신과 불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긴 합니다. 그런데도 더 놓을 수 없는 건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더 큰 이야기 속에 뛰어들어 하나 되는지가 너무도 궁금해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다시 회의와 방황에 빠져 의미 찾기의 여정에서 뒷걸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나는 더 큰 스토리가 무얼지 너무도 궁금하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히든 스토리라는 본서는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이 그저 짧은 본서의 카피가 인상 깊어 호기심이 더 커지고 의문이 깊어져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니 서평단 응모를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니 그보다는 책이 저를 선택했다는 말이 맞겠지요. 저자의 속삭임과 책의 선택이 지금의 저의 감상에서 더 나아가, 제게 더 큰 이야기의 흐름에 합류할 의지를 안겨주기를 깊이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전환점이 되는 책일 수 있다고 말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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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시티와 노란 벽돌 길, 그러니까 갈망하는 운명으로 향해 나아가는 그 길은 온전히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들'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모든 스토리가 똑같이 좋은 재료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현실을 창조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길을 이으려면 '올바른 스토리'를 재료로 택해야 한다.

 

경이로운 진실, 그것은 바로 '스토리가 실제로 여러분의 인생이 된다'는 사실이다. 여러분의 셀프스토리는 현실이 되며, 셀프스토리는 계속 이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는 자신이 무엇이 되어갈지,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강력한 예측 변수다.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한 스토리가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셀프스토리들이 전부 이롭지는 않다.

 

스스로에게 매번 들려줬던 스토리를 다른 스토리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조금 더 바람직한 스토리를 선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장담컨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일단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빙산은 거대한 빙산의 일부이듯이, 우리가 인식하는 스토리 역시 사실은 훨씬 더 큰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보를 수집해서 '스토리 형태'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이 선하고 공정한지, 무엇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 무엇이 올바른 삶의 방식인지를 밝히는 단서를 평생수집한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단 한 명의 청중과 공유한다.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의 스토리에는 역할이 있다. 이는 진화가 신중히 갈고닦은 역할로, 바로 우리를 '보호'하는 것, 나아가 종족을 보존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스토리들이 우리에게 가능성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셀프스토리를 통해 부족과 더 긴밀하게 연대해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 셀프스토리는 우리가 직면하는 간극을 메우는 작업, 예를 들어 승진을 하거나, 애인을 구하거나, 요금을 지불하는 일을 방해하기도 한다.

 

훌륭한 스토리를 들으면 정신이 납치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스토리가 신경계를 장악해 우리의 뇌를 인질로 잡는 상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쉽게 피할 수 없다. 훌륭한 스토리는 우리의 뇌를 낚아채서 놓아주지 않는다.

 

스토리는 뇌를 뒤집어엎고, 뇌에 완전히 스며드는 능력이 있다. 또한 스토리가 뇌를 완전히 포위하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토리는 생각을 현실로, 허구를 사실로, 미래를 현재로 바꿀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뇌를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떤 기술을 '머릿속으로 연습'할 때도 실제로 그 기술을 연마할 때 발달하는 뇌 영역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가설이 입증되면서 시각화가 운동선수와 음악가의 뇌를 바꾼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신경학적 수준에서 뇌는 허구와 실화, 상상과 현실,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다른지 사실상 구분할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스토리는 '여러분의 뇌와 몸에서 실제 현상이 일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

 

매혹적인 스토리는 우리 마음을 유혹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스토리...

 

우리 선조들은 위험과 위험 요소에 주의를 많이 기울일수록 더 오래 살 확률이 높았다.... 그 결과 우리는 과학자들이 '부정 편향'이라고 부르는 성향을 지니게 됐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부정적인 일들을 더 자주 생각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또한 부정적인 경험에서 더 많이 배우고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이런 경향성은 우리 스토리에도 영향을 미쳐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 경험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 서 있는 내면의 이야기꾼에 생기를 불어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토리는 뇌를 자극하고 우리가 살면서 행동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강렬한 스토리와 현실이 교차하면 '현실이 변화'한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스토리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든 바꾼다. 뇌에 스토리를 들려주면 뇌는 그 스토리를 실현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찾을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가 되고, 우리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도록 이끈다.

 

여태껏 스스로에게 들려줬던 스토리들이 지금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해줬다. 만약, 다른 곳을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내 안의 다른 스토리를 골라야 한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내면의 '스토리텔링 블랙 박스'를 거친다. 그렇게 블랙박스에서 스토리와 현실이 뒤섞인 후에야 우리는 행동하게 된다.

 

셀프스토리를 통제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셀프스토리가 우리에게 불리하면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특징들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셀프스토리는 태생적으로(진화도 한몫 거들었다) 잠재의식 수준에 존재하고, 쉽게 촉발하며,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또한 습관이다. 

 

셀프스토리를 무모하게 내버려두면 쥐가 차량 전선을 씹어 먹는 것처럼 인생의 도관, 행복과 통제감, 전반적인 인생의 성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 때까지 무의식은 우리 인생을 좌지우지할 것이고, 우리는 이를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 카를 융

 

스토리텔링은 신경에 내장된 기능이다. 대개 무의식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자기 강화적 과정인 스토리텔링을 우리는 계속 반복한다. 여러분의 뇌는 여러분이 내버려두는 한 스토리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할 것이다. 또한 여느 습관과 마찬가지로 어떤 스토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신경에 깊이 새겨지고 더욱 자주 반복하게 된다. 스토리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지금 있는 곳에 계속 붙잡아둘 수도 있다.

 

발목을 잡는 것은 행동이 아니다.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말하는 숨은 스토리다.

우리는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언제나처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셀프스토리를 통제하는 것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다.

 

나쁜 셀프스토리 습관을 고치려면 '가로막을' 기회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셀프스토리를 발견했다면 멈춰 세워서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지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반응을 바꿀 수 있고, 그 반응이 결과를 바꾼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스토리를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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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이 할머니는 수이 걱정을 하며 뜬 눈으로 뒤척이다 선잠이 드셨다. 그때 꿈속에서 유로가 나타났다.

 

할머니. 할머니. 큰일이에요. 수이가 다쳤어요. 빨리 수이 방에 가보세요. 어서요.”

뭐라고? 우리 수이가?”

 

수이 할머니는 유로의 말에 놀라 잠에서 깨었다. 불길한 꿈이다 싶으셔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수이 방으로 가 방문을 열자 방바닥에 흥건하게 피가 흘러 있었고 수이가 손목에 상처를 낸 채 쓰러져 있었다.

 

아이고! 수이야! 수이야.”

 

 

수이는 병원 침대에 누워 응급실로 실려 갈 때쯤 깨었다. 몽롱한 의식으로 힘없이 가늘게 눈을 뜨자 하얀 천정이 보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유로가 자신이 누운 침대가 가는 방향을 따라 침대 옆에서 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로 오빠?”

수이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내가 널 지켜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반드시 널 지켜낼 거야!”

 

수이는 유로의 말에 안심이 돼 다시 스르륵 눈이 감겼다.

 

 

수이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멤버들과 고정도 대표가 문병을 왔다가 고 대표가 수이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떠났다.

 

언니, 기운 내.”

 

이연이가 병상에 누워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수이를 보고 무슨 말이든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 겪는 일들에 이연이 역시 당황스러웠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기운 내라는 한마디를 하고는 수이를 바라봤다.

효윤이가 무표정하게 천정만 바라보는 수이를 보다가 다급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수이 언니, 언니가 리더고 메인보컬인데 이러면 우린 어떡해? 언니가 기운 내고 앞날을 생각해야지.”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야, 효윤아! 언니 곧 기운 차리면 다 제자리를 찾을 거야.”

맞아, 효윤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우리 아빠도 그랬어.”

 

소미가 효윤을 나무라고 다독이자 선희도 거들었다. 하지만 선희의 마지막 말에 수이는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유로 오빠가 시간이 지난다고 살아 돌아올 수 있다고?’

 

도무지 어떻게 시간이 지난다고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건지 수이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얘들아, 미안한데 나 눈 좀 붙일게. 너희도 그만 돌아가야지.”

! 그래. 언니 좀 쉬어야지.”

언니 그럼 나중에 또 올게.”

언니, 우린 언니 믿어. 힘내.”

 

이연이와 소미, 효윤이와 선희는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돌아섰다.

M.G.I 데뷔를 기껏 6~7개월 앞둔 시점이라 아이들 모두가 이번 일로 불안해했다. 그래도 평소 수이의 태도가 데뷔에도 가수로서의 삶을 맞이하기 위함에도 얼마나 진지한지를 아는 아이들이었기에 수이에 대한 믿음으로 그 불안을 떨치려 했다. 앨범 재킷 사진까지 찍어두었는데 수이가 자살기도를 하다니 아이들로서는 믿기도 힘들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고정도 대표도 아이들 모두의 부모님도 어른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고 하니까 소녀들은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멤버들이 돌아가자 수이는 눈을 떴다. 밤을 지새운 수이 할머니가 침대 발치에서 의자에 앉아 졸고 계셨다.

오빠 내 곁에 있어? 있으면 대답 좀 해 봐. 오빠가 날 구한 거야? 왜 그랬어? 그냥 오빠 곁으로 가고 싶은데. 이젠 모든 게 의미가 없어졌어. 오빠와 함께일 때는 모든 게 다 살아있는 것만 같았는데 오빠가 떠나면서 모두 죽어버린 것만 같아. 죽음 속에서 나만 살아있는 게 너무 버거워.’

 

수이가 누운 침대 머리맡에 서서 수이의 생각을 듣고 있던 유로는 심장이 깨어지는 것만 같았다.

 

수이야. 난 니 곁에 있어. 그러니까 넌 니 삶을 니 목표를 버릴 필요 없어. 내가 언제까지나 널 지켜 줄 거야. 그리고 넌 너의 삶을 살아야 해. 만질 수는 없어도 나 항상 널 바라보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힘이나! 그러니까 너도 힘을 내! 죽었어도 난 살아있으니까. 어쩌면 죽음이란 건 마음속에만 있는 건지도 몰라. 모두 죽어버린 것 같다는 그 심정을 이겨내야 해. 내가 널 꼭 다시 살아있는 게 행복하다는 심정으로 만들어 줄게.”

 

 

금발의 수호천사를 유로가 다시 나타나 달라고 불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유로는 한편으론 두렵고 한편으론 분노했고 한편으론 서글펐다.

 

그 마법 써클이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의식 마법으로 만들어지는 거라셨는데. 그렇다면 누군가가 수이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다기엔 계속 생겼다 없어지고 생겼다 없어지는 게 좀 의아하긴 해. 단정적으로 말해야 한다면 누군가 악의를 품고 행하는 흑마술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말이야.”

흑마술을 걸고 있는 게 누군지 알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 권한으로는 없다고 봐야지. 너나 나나 수호해야 하는 대상의 어느 반경 이상은 벗어나지 못하는 게 원칙이니까.”

원칙을 깬다면요?”

 

금발의 수호천사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렇지만 그 대답에서 유로는 오히려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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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밤늦게 죄송해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고마워, 학생. 조심해서 가.”

 

유향은 수이를 숙소가 아닌 수이네 집에 바래다주고 수이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중이다. 수이 할머니는 늦은 시간이라 여자들만 있는 집에서 간다는 걸 만류할 수도 없고 해서 문밖까지 마중만 했다.

수이는 유향이 앉힌 소파에서 옆으로 쓰러져 있다가 나가는 유향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유향은 수이가 걱정됐지만 수이 본인 집에서 수이가 안정을 찾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해!”

 

수이 할머니가 수이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꺼낸 말씀이다.

수이는 대답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수이가 방문을 닫자 한참을 쟤는 이제 어쩌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어떤 말로도 위로할 길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푹 자고 나면 조금은 낫겠지.”

할머니는 혼잣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렇게 멍한 수이의 심정을 바라보는 듯 유로가 빈 공간에 서 있었다.

 

 

수이는 방의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비스듬히 앉아 작은 무드등 조명 옆에서 멍하니 화장대의 거울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수이는 말없이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또 그러다 소리내어 웃었다.

왜 난 오빠와 헤어지려고 했을까? 내가 그날 헤어지려고 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날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유로 오빠도 죽지 않았을 거야. 이령이 말이 맞아. 내가 오빨 죽인 거야. 내가 그런 거야.’

 

수이의 뒤에서 거울에 비친 수이의 얼굴을 보고 있던 유로는 수이가 그렇게 생각하자 소리쳤다.

 

아니야. 수이야. 니 탓이 아니야. 언제나처럼 널 만나러 가는 동안 난 행복했어. 니가 헤어지려 말하려 했다지만 그렇게 됐다 해도 우린 언제나처럼 금방 다시 만났을 거야. 니 탓이 아니야. 니 탓이 아니라고.”

시끄러우니까 소리 좀 낮춰!”

 

유로 옆에 하얀 슈트 차림의 금발 외국인이 나타났다.

 

누구야?”

 

놀란 유로가 다시 소리쳤다.

 

시끄럽다니까. 누구 귀먹은 줄 알아. 소리 좀 낮추라고. 온 차원이 다 네 외침뿐인 것 같잖아! 도대체 어떻게 한 영혼의 목소리가 이렇게 큰 거야.”

 

파란 눈동자의 금발 외국인이 그렇게 말하자 유로는 진정하고 다시 조용히 물었다.

 

도대체 누구세요?”

나도 너처럼 수이를 수호하는 수호천사야!”

? 그럼 여태까지 어디 계신 건데요?”

너처럼 수이 곁에 있지만 너와 나는 서로 조금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어. 천국과 너희 천당 측의 규약으로 너랑 나는 자주 접촉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 역시 늘 수이 곁에 있어.”

이제까지 계속 수호령이셨나요?”

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이들을 수호해 왔지. 하지만 수호령이 아니라 수호천사야. 너희와는 급이 다르지.”

 

금발의 수호천사가 턱을 약간 치켜들며 다소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유로는 그의 거만함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심정을 가져다주는 듯했다. 믿을만한 수호천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럼, 말씀해 보세요. 수이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이는 지금 평소와 달라. 어떻게의 문제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해. 그렇지 않으면 수이가 아주 위험할 거야.”

지금 평소 심정이랑 다른 건 저도 알지만 아주 위험하다는 말씀은 도대체 뭐죠? 미래를 보시나요?”

미래의 여러 경로를 보지만 그것도 모든 미래는 아니야. 하지만 내가 본 미래를 가져오는 건 비단 수이의 현재 심리만이 아니야.”

 

그때 침대에서 일어난 수이가 조금 어두운 무드등 불빛에 의지해 거울을 바라보며 조금씩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수이의 머리 위에서 원 안에 역삼각형 위 두각을 자르는 듯한 X표가 그려진 마법 써클이 생겨났다.

 

저거. 저게 문제야.”

 

유로가 그의 말에 다시 수이를 돌아봤다. 수이 머리 위의 마법 써클을 발견한 유로는 다급해졌다.

 

저게 도대체 뭐죠? 저게 수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가요?”

오랜 내 경험으로 봐서 저건 유사 이래 존재해온 마법하고는 조금 다른 방식의 마법 써클 같아. 이제까지 매번 저거보다는 덜 위험해 보이는 그저 내적 혼란이나 이별을 불러오는 힘이 느껴지는 마법 써클만이 수이 머리 위로 떠오르다가 사라지고 떠오르다가 사라졌었어. 그러다 며칠 전 죽음을 부르는 파멸적인 힘이 보이는 마법 써클이 나타나더니 이상하게 그것도 금세 사라지더라고. 근데 오늘만 해도 벌써 저 문양의 마법 써클이 두 번째 나타난 거야.”

나타났다 사라지면 문제가 없는 건가요?”

그렇지도 않아. 금세 그 힘이 사라지지는 않거든. 마법 써클만 사라지면 그 이후 안정시키는 건 수호천사의 몫이니까. 그리고 네 몫의 일이기도 하고.”

 

수호천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이는 화장대 앞에 무릎을 꿇고서 엉성하게 주먹을 쥐고는 손날 부분으로 거울을 쳤다. 거울이 조금 깨지기는 했지만 떨어져 나오지는 않자 옆의 화장품을 들고 거울을 쳤다.

 

안돼. 수이야. 뭐 하는 짓이야. 그만둬. 제발 그만 좀 해.”

 

유로가 다급히 소리치고 있을 때 금발의 수호천사가 마법 써클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손가락으로부터 마법 써클에 빛 덩어리가 던져지더니 붉게 타오르던 마법 써클이 한 바퀴 회전하며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수이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조각난 거울 조각 하나를 움켜쥐더니 자신의 손목으로 가져갔다.

유로가 이제야 떠오르다니하면서 둔한 자신을 탓하며 마법 써클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유로의 손바닥으로부터 푸른빛이 외곽을 감돌고 있는 새하얀 빛의 줄기가 터져 나오며 마법 써클을 깼다. 그런데도 수이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하얀 손목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오빠, 나도 오빠 곁으로 갈래. 내가 미안하다고,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오빠한테 꼭 말하고 싶어. 사랑해! 유로 오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손목을 멍한 채 바라보던 수이는 가만히 그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유로와 만날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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