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정부군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폭탄 테러를 할 것이다누가 이 성전(지하드)을 위해 용맹히 산화하겠느냐지원자는 나서 거라.”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한 아부바르크의 물음에 서로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금세 지원자들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라일라의 남편 이스마일과 모나의 남편 무스타파가 나섰다그 외의 지원자들도 나서려 했으나 그보다 앞서 아부바르크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너희 둘이 가거라너희에게 각자 72알의 흰 건포도가 주어질 것이다.”

 

72알의 흰 건포도는 무슬림 전사가 용맹히 전사하였을 때 무슬림들의 천국에서 주어지는 72명의 처녀를 의미했다그것은 죽음을 달갑게 맞이하라는 부추김 같은 그런 말이었다결혼을 한지 이틀 만에 이스마일과 무스타파는 자살폭탄 테러를 위해 아탈라로 떠나 사망했고 라일라와 모나는 미망인이 되었다.

 

와합 마을의 주변 사막은 온통 IZ의 훈련소가 되었다아부바르크가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지하드에 뛰어들어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지하드 전사가 되기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올렸다그와 동시에 정말 말 그대로 전 세계 각지에서 무슬림 청년들이 와합 마을로 찾아들었다.

 

단도를 그 높이로 찌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혈관을 절단하는 거야.”

 

영국에서 온 SAS 출신 전사인 파델이 신참들에게 근접전을 가르치고 있다무자히드도 그 가르침을 받고 있었지만 지브릴은 요즘 들어 무자히드가 어떠한 표정이라도 얼굴에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그는 자밀라와 신혼이었는데도 전혀 행복이 무언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지브릴은 그를 보며 원망과 시샘을 가질 틈을 찾지 못했다지브릴과 함께 IZ 대원으로 자원해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거치는 이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하나둘 행복을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후가 되자 신참들과 기존 전사들 중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결혼식이 있었다미망인들도 참가하라는 말을 듣고 라일라와 모나 역시 찾아왔다.

 

라일라는 모나가 라일라의 차도르 소매자락을 끌어당기는데도 불구하고 아부바르크에게 물었다.

 

지도자님저희는 미망인이 된지 이제 3일이 됐을 뿐이에요죽은 남편을 애도할 시간도 없는 건가요?”

애도는 필요 없다그들은 이미 천국에서 천국에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너희는 무슬림으로서 지하드를 다하며 죽어갈 전사들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위로하고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면 될 뿐이다.”

 

망설여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꺼냈던 라일라 덕분에 라일라와 모나 둘 다 자신들의 처지를 선명히 알게 되었다. ‘이 시절에 태어난 우리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구나’ 라일라도 모나도 그리 깨달았다그리고 아무 저항 없이 라일라는 기존의 전사 하싼과 모나는 신참인 하림과 짝지어졌다.

 

하싼은 라일라가 무표정한 걸 보고도 이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게 된 것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대개의 신참과 기존의 전사들 중 이번 결혼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하싼 만큼 흡족해하는 사람도 흔치는 않았을 것이다.

 

전사들은 아탈라의 근교까지 진격해 들어갔다하지만 정부군이 줄행랑을 칠뿐 전사자는 한 명이라도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하루하루가 가면 갈수록 지하드에 지원하는 유럽과 미국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지원자들이 넘쳐나게 들어왔다동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까지 청소년 한 명이 지원해 왔을 정도다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도 소녀들이 전사들을 위한 아내가 되어 헌신하겠노라며 지원해 오는 경우들도 허다해졌다모두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에 열광했다.

 

와합 마을을 시찰하면 이젠 거리를 메운 모든 남성이 검은색 전사들이었고 모든 여성은 차도르를 걸치고 있었다그들은 전사가 아니면 전사의 아내들이 되고자 태어난 사람들인 양 그리 믿고 와합 마을로 모여든 것이다.

 

마을 소년 하싼이 거리를 지나다 차도르를 걸친 라일라와 마주쳤다.

 

라일라 굉장히 오랜만에 외출했나 봐요요즘 통 보이지 않더니요.”

하싼 너는 절대로 죽을 일은 하지 말 거라절대로 죽지 마라하싼!”

 

라일라는 자신의 남편과 이름이 같은 이 소년에게 맥락도 없이 죽지 말라고 죽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그렁해져서 돌아섰다.

 

 

우리는 아탈라라는 요충지를 획득할 것이다이곳은 본래 우리 무슬림들의 땅이니 이교도이자 악의 화신인 미국 군대와 결탁한 저 배도자 무리에게는 정당성도 알라의 뜻도 함께하지 않는다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아부바르크의 연설로 전사들은 이제 전투할만한 의욕이 깃들 제대로 된 전쟁을 하게 되었다고 만족해하며 웃었다지브릴은 무자히드도 웃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그의 웃음은 뭔가 허탈한 듯한 웃음이었다.

 

아부바르크는 다시 한번 폭탄 테러를 지시했다이번에도 자밀라의 남편 하싼과 모나의 남편 하림이 지원했다아부바르크는 하싼이 지원한 것에서는 못마땅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잠시 고심하는 듯하다가 이내 허락했다.

 

하싼과 하림은 지프차에 폭탄을 싣고 아탈라 인근 정부군 집결지 부근에서 자폭했다이들도 결혼 며칠 만에 자살 폭탄 테러에 자원한 것이다들리는 말로는 라일라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대문 밖까지 울려 퍼졌다고 한다라일라도 모나도 두 번째 미망인 생활이 되었다하지만 그들도 그 기간이 그리 길 거라 짐작하지는 않았다게다가 그들이 잃을 건 이제 남편만이 아니었다.

 

 

야심한 시간에 아부바르크가 소집을 했다지브릴을 비롯한 대원들은 하나둘 본부 막사로 모였다지브릴이 대원들 틈에 끼어 막사로 들어서자 막사 중앙에 피투성이가 된 무자히드와 자밀라가 보였다.

 

이들은 배도자들이다성전을 위해 죽음도 불사해야 할 전사와 그를 내조해야 할 그의 아내가 함께 탈영하려 했다이들은 알라의 뜻을 배반한 것이다.”

 

무자히드와 자밀라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듯 아무 말도 없었다아니면 탈영 중 잡혀 모진 폭행을 당하다 지쳐 말할 기운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지브릴은 답답하고 암담했다.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어찌할 수 있나도대체 난 어떡해야만 하는 걸까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그가 자괴감에 빠져있는 동안 아부바르크는 간명하게 지시했다.

 

이들은 내일 오전에 처형할 것이다그때까지 가둬두고 물 한 모금 주지 말아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의 힘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꽃밭의 기사 / 조르주 로슈그로스


매화초옥도 / 전기 


봄 / 장프랑수아 밀레


수확하는 농부 / 빈센트 반 고흐


속임수를 쓰는 사람 /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안개 낀 바다 위의 방랑자 /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Work, Relationship, Money, Time, Myself 

이렇게 다섯 장으로 나누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힘을 주는

그림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한 명의 독자로서의 감상으로는 

저자의 감상이나 치유하려는 방면으로 힘이 되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사람에 따라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감상이 드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랬던 나의 경우 두 가지만 예를 들자면

위의 그림 중 카라바조의 속임수를 쓰는 사람의 경우  

저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문제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바탕에 따라

마음에 다른 무게로 작용하게 된다는 식으로 그림을 해석하고 있지만 

정작 나에게는 작은 수작에는 흔들림 없을 재정 상태 대단한 양반이 

카드게임을 즐기고는 있지만 수작질 하는 저들 패거리에 의해

크게 잃게 되는 건 사실이잖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대수롭지 않게 대하려고 해도

당한 것은 당한 것이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디에고 리베라의 꽃 노점상 경우에도 

저자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눈을 이야기 하는 식이지만 

나에게는 여린 소녀에게 짐을 지우는 거대한 이가 있구나 하고 느껴지면서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짐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버거운 짐을 자의와는 상관없이 감당해야 하는 이도 있구나 

벗어버릴 수 없는 짐들을 강제로 감당해야 하는 삶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저자의 글들은 저자가 독자의 감상에 방해가 될까 봐

최대한 상세한 해석은 자제하는 것이 느껴지면서도 

무언가 그림으로 힘이 된다는 것은

부분에 부분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되었다. 

 

그림으로 힘이 된다기 보다 

지금의 내 마음 상태를 반영하는 그림들에

끌리는 정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로서는 그림들에서 큰 반향은 얻지 못했지만 

그림 치유는 케바케 일테니 다른 분들께는 

도움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리는 자체가 자신을 치유하고 싶다는

내면의 바램을 스스로가 자각하고 있는 것이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

 

소총을 차고 마을을 시찰하는 IZ 대원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마음에 웃고 있었다오늘은 지도자께서 일부 대원들의 결혼을 주선해주시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와합 마을의 여성들과 기존 대원들의 결혼이 주선되기로 한 것이다.

 

너희 둘 왜 복장이 그 모양이지무슬림 여성들은 모두 차도르를 착용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듣지 못했다는 거냐?”

그게 아니라 오늘은 신랑감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좀 더 예쁘게 보이려고 히잡을 해 본 거예요.”

 

우마르의 날 선 반응에도 주눅 들지 않고 마을 처녀 나비아와 하이파는 들뜬 기색이 역력한 채 답했다어제 있었던 로와다 부인과 하이얌이 겪은 일이 소문이 날만도 했는데 그 둘은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지브릴은 이번에는 일이 커질 수도 있겠다 싶어 잽싸게 달려와 말렸다.

 

우마르바로 가서 갈아입고 오라고 하겠습니다.”

이미 가르침은 충분히 알리고 가르침에 익숙해질 시간도 충분했네저들은 율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러 오는 길에 음탕한 차림을 하고 찾아온 더러운 것들이네이미 무슬림의 본분을 저버린 것들이란 말일세.”

 

사람 좋던 나씨르 마저 이리 말했다지브릴이 그들을 감싸려 들 시간도 없이 우마르는 소총으로 나비아와 하이파를 위협해 무릎 꿇렸다.

 

꿇어이 음탕한 것들아!”

왜 이러세요저희는 그저 신랑감을 예쁜 모습으로 만나려던 것뿐이에요.”

 

그들이 무릎을 꿇으며 하는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우마르는 소총에 걸친 끈을 옆구리에 밀어두고는 권총을 꺼내 무릎을 꿇은 하이파의 정수리에 대고 쏘았다권총의 충격에 하이파의 몸이 살짝 튕겨지고는 쓰러지자 나비아는 놀라 소리쳤다그녀의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온 얼굴에 경악의 빛이 비쳤다우마르는 소리치고 있는 나비아의 정수리에도 바로 권총을 가져다 대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아악!”

 

총을 맞고 쓰러지는 나비아와 하이파의 모습을 보고 신랑감을 만나려고 IZ 막사로 찾아들던 마을 처녀들이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거나 도망가려 했다그 순간 나씨르가 소리쳤다.

 

이들은 무슬림의 본분을 잊은 배도자와 다름없는 것들이라 처형한 것이다너희는 혼란을 야기하지 말고 어서 배우자를 찾는 길에 들어서라가르침은 선하게 전해질 때 따르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도망가려던 마을 처녀들도 주저앉았던 처녀들도 모두 겁에 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소총을 든 대원들이 길을 재촉하자 숨죽이고 순순히 길을 따라갔다.

 

 

신부감이 될 마을 처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서있는 미나모나 자매와 하나자라는 지브릴과 어릴 때부터 같이 커온 남매 같은 이들이었다하지만 그들 뒤를 보고 지브릴은 놀라고 당황스럽고 서글픈 마음이 깊이 들었다제법 모여있는 마을 처녀들 사이로 자밀라와 라일라 자매가 서있었기 때문이다나의 자밀라라고 믿었던 자밀라가 그녀의 여동생을 이끌고 신랑감을 찾으러 와있다지브릴은 애석해 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모두 그녀의 아버지의 선택이지 않은가아버지가 딸을 결혼시키고자 하는데 자신이 나서서 사랑을 운운하면서 결혼하겠다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런 행동은 사람들에게 자밀라와 자신이 사통하고 있었으며 무슬림의 율법을 어기고 있었다고 오해하도록 만들 수 있다압둘라 씨의 딸 라니아의 죽음처럼 사람들의 오해는 아브라힘 씨 가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가 되어 자밀라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원들이 그녀들의 맞은편에 서자 IZ의 지도자 아부바르크는 잠시 짧은 말을 이었다.

 

너희들에게도 자라면서 살아오면서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나 이제는 짝을 이루는 사람과 가정이라는 작은 연합 속에서 그 연합에 합당한 사연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그것은 성실과 진실 그리고 신앙이 빠진 연합이어선 안되는 것이다남편이 되는 자는 아내를 지배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라그리고 서로 베풂과 수혜를 그 연합 속에서 실천하며 세상으로 확대하여라그것이 무슬림의 본분을 지키는 결혼생활일 것이다.”

 

그리 말하고는 마을 처녀들과 대원들을 서있는 그대로 무작위라고 할 수 있는 주선을 했다그러다 자밀라를 보고는 아부바르크가 물었다.

 

니가 아브라힘 씨의 맞딸이냐?”

!”

아브라힘 씨와 압둘라 씨의 부탁으로 너는 압둘라 씨의 장자 무자히드와 결혼하게 되었다알겠느냐?”

.”

 

자밀라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이미 이러리라고 아버지인 아브라힘 씨로부터 언질을 받은 모양이었다결혼 주선 자리에는 기존의 대원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마을 출신 대원들은 축하하며 하객 행세를 하던 중이었다아부바르크는 하객들인 마을 출신대원 들중 무자히드를 불렀다무자히드도 자밀라처럼 무표정하게 주선자리로 나섰다.

 

자밀라 앞에 웃으며 서있던 맹렬한 IZ 대원 이스마일은 자밀라의 여동생 라일라와 짝이 되었다그렇게 대원들에겐 한가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지브릴만이 이 한가한 하루가 자신을 더 괴롭게 하는 하루임을 깨닫고 있었다나비아와 하이파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큼 자신을 충만케 하던 이슬람의 정신이 죽어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전 대원들이 소집되었다와합 마을과 지단 마을 경계로에서 나씨르가 나서서 대원들을 독려했다.

 

오늘은 여러분들의 노고를 풀어줄 헌신할 여성들을 초청하고 배도자들인 시아파를 섬멸하는 전투를 치를 것입니다모두 단호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모두가 지단 마을로 쳐들어갔다처음엔 대원들을 보고 지단 마을 사람들은 긴장하는 정도의 모습일 뿐이었다하지만 우마르하싼가파리 ,누르이스마일 등 베테랑 전사들이 선봉으로 각 가정에 쳐들어가 소녀들을 끌고 나오자 그녀들의 아버지들이 모두 막아섰다.

 

내 딸은 안된다이놈들아!”

 

!’ 이곳저곳에서 격발음이 들렸다자신의 딸들을 성노예로 내주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아버지들을 IZ대원들은 망설임 없이 쏴죽이고 있었다그리고는 어리고 젊은 여성들을 일부 대원들이 따로 격리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마을 뒤편 사막에 끌고 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무자히드우리 종파는 다르더라도 무슬림이라는데는 서로 동의하지 않았나이게 같은 무슬림에게 할 짓인가?”

 

지단 마을의 청년 라시드가 자신을 끌고 가는 대원들 중 무자히드의 얼굴을 알아보고 한탄했다무자히드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막의 언덕 아래 지단 마을 사람들을 세우고는 나씨르가 말했다.

 

너희는 배도자들이다.”

아니요우리 시아파 사람들은 당신들과 종파만 다를 뿐 충직한 무슬림들이요단 한 순간도 배도한 적이 없소.”

 

!’ 우마르가 나씨르의 말을 끊은 지단 마을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살려 주세요우리가 무슨 악행을 했다고 이러시오우리 지단 마을은 시아파로 종파가 다르다고 해도 와합 마을과 별 충돌 없이 잘 살아왔어요오해가 있다면 풀면 되지 않습니까?”

오해가 아니다경전에 이르기를 배도자에겐 죽음뿐이라고 했다오늘 우리는 무슬림의 본분을 다하여 너희를 섬멸할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 지단 마을 사람들이 격분해 외쳤다.

 

이런 게 무슬림의 본분이라고언제부터 무슬림의 본분이 민가의 아녀자들을 빼앗고 양민을 학살하는 것이란 말이냐너희는 어찌 그런 범죄에 무슬림의 본분을 논한다는 말이냐!”

살려주게지브릴자네는 이런 악을 행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지브릴은 자신을 알아본 지단 마을 어르신 다우드 씨를 바라봤다그리고 애써 무표정하려 했다.

 

격발하라.”

 

나씨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지단 마을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다모래 언덕 위에서 무자히드는 언덕 아래의 지단 사람들이 아닌 허공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지브릴은 자신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기는 한데 도대체 누구를 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3

 

지브릴은 자청해서 IZ의 대원이 되었다그는 새로운 날을 가져다줄 떠오르는 태양이 IZ라고 확신했다자신과 함께 무자히드하룬라디 등 마을 청년들 거의 모두가 IZ대원으로 자원했다모두가 무슬림의 정신과 무슬림의 시대를 만들 거라는 IZ의 지도자 아부바르크의 연설에 감명을 받은 터였다이들은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드높일 기존의 대원들과 함께 군사훈련을 받고 규율을 배우며 내면으로부터 경험해 보지 못한 자긍심이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그들은 알라를 통해 거듭나고 있다고 그리 생각했다.

지브릴과 대원들이 언제나처럼 군사훈련을 하고 마을을 돌아보며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을 때였다대원들은 남자들에게는 코란의 주요 구절을 외우는지 확인했으며 여성들에게는 일상복을 히잡만 쓰는 것이 아니라 얼굴만 내놓고 검은색 천으로 온몸을 감싼 차도르를 확실히 착용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보세요부인 아이에게 왜 히잡만 쓰고 돌아다니게 하는 겁니까?”

여보게이 아이는 이제 그저 11살이야이 아이에게 맞는 차도르를 구하기도 힘들다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무함마드께서 아이샤와 결혼하셨을 때 아이샤는 6살이었습니다. 11살이면 이미 여자의 역할을 다하여야 할 나이가 아닌가요? 11살이 어리다고 지금 말씀하시는 겁니까?”

 

압둘라 씨의 부인 로와다 씨가 그녀의 막내딸 히얌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선지 얼마지않아 이 부대의 장교급이라고 할 수 있는 연륜 있는 대원 나씨르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소총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나씨르는 비교적 온화한 성품의 사람이라 지브릴은 별걱정 없이 듣고 있었다하지만 실랑이가 길어지면 좋을 것이 없기에 이내 중재하러 나섰다.

 

나씨르그만 집으로 가서 차도르로 갈아입으라고 제가 따끔히 말하겠습니다.”

아니 무슨 말을 더 들어 아이들에게까지 차도르를 강제하는 건 지나친 거 아니야!”

 

''

 

갑자기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그들의 실랑이를 듣고 있던 다른 대원 우마르가 로와다 부인의 뺨을 갈기는 소리였다그리고는 소총을 그녀를 향해 겨눴다.

 

부인율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배도자일뿐이고 배도자를 위한 건 죽음뿐입니다아시겠습니까부인은 지금 배도자가 되시겠습니까율법을 수호하시겠습니까?”

 

로와다 부인은 당황했다그리고 모멸감을 느낄 새도 없이 두려움이 밀려왔다.

지브릴은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되자 다급하게 외쳤다.

 

로와다 부인당장 집으로 돌아가 히얌에게 차도르를 입히세요알겠습니까?”

 

놀란 눈으로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던 로와다 부인이 겁에 질린 듯 눈을 내리깔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암요그러고 말고요.”

 

 

저녁 기도를 마치고 대원들이 모두 숙소로 돌아가려 할 때 먼발치에서 차도르를 걸친 여인 한 명이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지브릴은 한눈에 그녀가 자밀라라는 걸 알아챘다.

 

나 잠시 일이 있어서 갔다 올게금방 돌아올 거야먼저들 가.”

 

그리 말하고 지브릴은 그들 몰래 자밀라를 향해 다가갔다자밀라는 몹시 불만 가득하고 내적 혼란을 억지로 내리누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브릴나와 사우디로 가기로 한 건 잊은 거야?”

아니그렇지만 네가 말한 새로운 날이 꼭 사우디에만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아여기서도 새로운 날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게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고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이들은 옛 규율들을 되살려 우리를 옥죄고 있어네 눈엔 보이지도 않니억눌리고 있는 사람들의 한숨과 비명이?”

억누르지 않아자밀라이슬람의 시대정신을 직시하게 하고 있는 거라고이들은 우리를 무슬림의 원칙 아래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거야.”

넌 마치 네가 죽어있는데 이들이 너를 되살리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그런지도 몰라나는 다시 살아나고 있어!”

아니지브릴넌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어널 죽이고 있는 건 그들이 말하는 원칙이야이슬람의 시대정신이 널 죽이고 있는 거라고.”

 

후우!’

 

지브릴은 자밀라의 말에 한숨을 쉬고는 답변을 이어갔다.

 

아니야자밀라넌 모르고 있어난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게 죽어있었어이 시대가 이 마을이 그 관념들이 날 죽이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됐어난 그 희망을 통해 되살아날 거야.”

그럼 우리의 희망은 뭔데사우디에서 새로이 시작하자던 그 약속은 뭐냐구?”

우리 조금만 더 기다리자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난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거듭날 거야그럼 아브라힘 어르신도 날 사위로 마다하지 않으실 거야자밀라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안 되겠니?”

지브릴난 16살이야이미 혼기가 꽉 찼다구네가 아니더라도 아버지는 날 다른 사람이랑 결혼시키실 거야이젠 아버지가 원하시는 지참금에 많이 부족하더라도 난 결혼해야 할 상황이야넌 변했어지브릴이젠 내가 어찌 되든 관심도 없는 사람 같아.”

그렇지 않아난 변하지 않아널 두고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겠니?”

이미 네 마음은 내게서 떠난 거야이슬람의 시대정신그게 널 변하게 했어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사람 같아.”

 

지브릴은 이 긍정적인 변화에 거부감을 갖는 자밀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고 믿는 그녀에게 어떻게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지 미쳐 알 수 없었다.

 

안녕지브릴.”

 

자밀라는 마치 마지막 인사처럼 저녁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왠지 모를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지브릴의 안에서 소용돌이쳤다하지만 지브릴은 그 모두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짧은 불안일 뿐이라 일축하고 싶었다.

 

그래내일이면 다를 거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

 

지브릴과 자밀라는 보통의 날처럼 서로 다소 거리를 두고 마을의 경계로를 향했다어느새 라니아와 카림의 시신은 치워져 있었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지브릴은 그게 더 섬찟했다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이나.

자밀라는 지브릴이 서두르는 이유를 짐작할 듯도 했지만하필 이런 일이 벌어진 날에 꼭 벗어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 걸까?'

 

마을을 벗어나는 길은 경계로를 지나는 한 길뿐이었고 그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하나는 여기보다 더 시골로 향하는 길하나는 수도를 향하는 길목에 있는 아탈라라는 도시로 향하는 길자밀라와 지브릴은 사우디로 가기 위한 여정이었기에 당연히 아탈라를 향해야 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경계로여서 지브릴이 자밀라의 손을 잡으려 하자 자밀라가 갑자기 흠칫하며 지브릴에게서 떨어져 섰다지브릴도 정신을 가다듬고 돌아보자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한두 대가 아니다저들을 피해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해도 이미 때는 늦었을 뿐이다.

지브릴과 자밀라가 차를 바라보고 서있자 금세 무장한 채 검은 상하의를 입고 검은 쿠피야(두건)를 한 건장한 남자들이 연이어 트럭에서 내렸다.

 

앗쌀라무 알라이쿰처음 보는 분들인데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가 아탈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와합 마을이냐?”

그렇습니다.”

 

이방인들그것도 무장한 이방인들이 단체로 들이닥치자 지브릴은 극도로 긴장했다나는 당신들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고자 상당히 사근사근한 어조로 인사말도 건넸으나 저들은 인사말도 씹으며 다소 과격한 말투였다그들 중 하나가 다시 자신이 쓴 히잡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밀라를 보더니 지브릴에게 물었다.

 

저 난잡해 보이는 여자와 너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냐혹시 율법을 어기려던 찰나였던 거냐?”

아닙니다전혀 난잡한 여자가 아니고 마을에 인망 높으신 아브라힘 씨의 딸입니다오늘 오전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걸 제가 찾아내 다시 마을로 인도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말해 보아라.”

 

소총을 든 검은 의복의 남자들 중 하나의 질문에 지브릴이 진땀을 빼며 대답하고 있을 때였다검은 의복의 남자들 사이에서 하얀 색 토브를 입고 쿠피야 위에 사우디 방식으로 두 개 이갈(천을 돌돌 말아 만든 링)을 한 노년의 남성이 나오며 사건의 경위를 물었다.

 

 

와합 마을 사원에 그들이 찾아왔고 하얀색 토브를 입은 그 남성이 율법학자 슬레이만 씨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들은 오늘 죽은 라니아의 아버지 압둘라 씨에게 그런 딸은 잘 없애버렸으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호히 행동한 압둘라 씨 행동은 본받을 만한 태도라며 격찬했다압둘라 씨는 뭔가 심각한 모습을 보였고 자밀라의 아버지 아브라힘 씨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자밀라는 남자들만 모여 토론하는 장에 오래 머물 수 없어 집으로 향했다지브릴은 동네 청년들과 남아 마을 유지들과 율법학자가 이 이방인들과 무슨 협의를 하는지 궁금해 머물러 있었다.

이방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하얀 토브의 남자는 급기야 마을 청년들에게 연설하기에 이르렀다.

 

근래의 무슬림들은 타락했고 의미를 잃었으며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역할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알라를 통해 수긍해가는 그런 시대를 만들 것이다낡은 원칙은 없는 것이다우리가 그것이 새로이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죽어있는 이슬람을 우리는 되살릴 것이다죽어있던 너희가 모두 부활하는 순간을 우리는 가져다줄 것이다우리를 믿어라우리를 따르라이것이 무슬림의 사명이며 무슬림의 정신이 될 것이다우리는 무슬림의 시대를 만들 것이다우리는 무슬림의 정신이다바로 우리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IZ로 명명했다마을의 청년들이 모두 그의 연설에 감동하는 듯했다지브릴마저 수긍할 법한 연설이었다고 마음 깊이 납득하는 중이었다그런데 왠지 압둘라 씨와 그의 아들 무자히드의 안색이 밝지 않았다그들은 그 연설의 이면에 숨은 다른 뜻이라도 읽은 것일까아니면 마을 유지들과 율법학자가 그들과 담론할 때 무언가 다른 이야기라도 들은 것일까지브릴은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한 편으로는 새로운 날을 찾아간다면서 진정으로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걸 보지 못할뻔 했구나’ 하는 생각에 이상히도 다행스러웠다.

 

내일이면 무슬림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게 될 거야!”

 

자신만큼이나 들뜬 기대를 안은 마을 청년들을 보며 지브릴은 생각했다.

내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양이 떠오를 것만 같아아마도 이런 날이 자밀라가 말해오던 새로운 날일 거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