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수는 어두운 대문 앞에서 서성였다. 그의 머리 위를 광채를 내며 날아다니던 마카다카가 재촉했다.


-도와주겠다더니 뭘 어떻게 돕겠단 거야? X나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겠다.


동수는 마카다카의 말에 미간을 찌프리다가 결심한 듯 담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그런 상스러운 말 안 할 수는 없어.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는 거잖아.


-궁리하다 날 새겠다. 그리고 내가 언제 상스러운 말을 했다는 거야?


동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 X발이나 X나 같은 표현 말야! 초딩이냐? 너 도대체 몇 살이야?


-어머! 어머! 얘 봐. 요정 잡겠네! 내가 언제 그런 천박한 말을 했다는 거야? 내가 516살이 되도록 그런 상스럽고 천박하고 교양 없는 말은 너한테 처음 들어봐.


동수는 담을 타려 기를 쓰며 매달리면서 다리를 올리다가 기가 차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됐다. 됐어. 천한 인간종자 귀에나 그렇게 들리나 보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속물이야.


-그런 자기성찰은 뒀다 나중에나 해. 너 그런데 도와준다더니 벽에 몸을 부비면서 뭐 하는 거야.


벽에 매달리며 올리던 다리를 내리다 동수는 좀 기운이 빠진 듯 말했다.


-담을 넘으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맘처럼 되지가 않네.


-담을 넘는다고 그냥 날면... 아! 너 같은 인간종자는 날지를 못하지?


담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마카다카는 번뜩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내가 100년도 안되는 얼마 전 들은 이야기가 있어. 너에게도 해당되려나 모르겠다.


마카다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동수의 머리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금빛 가루를 쏟아냈다. 동수의 몸에서 그 금빛가루가 스며들듯 아롱거렸다.


-자! 이제 떠오른다고 상상해 봐! 


-아! 팅커벨 같은 능력이 있는 거야? 너도?


동수는 언뜻 피터팬의 한 장면이 떠올라 마카다카의 말에 어떤 저항도 없이 따랐다. 정말 몸이 점점 떠올랐다. 


-이제 니가 원하는대로 날 수 있다고 상상해 봐.


몸이 떠오르자 동수는 언제나 날아다니던 피터팬인양 담 위를 넘어 꽃들이 만발해 있는 정원을 건너 현관 앞까지 날아가 착지했다.


-나 재능이 이런데 있었나 봐. 


-설마 담 넘어 남의 집에 침입하는 걸 재능이랄 줄은 몰랐네. 처음 나는 아기 요정처럼 굴래, 진짜?


동수는 자기 머리 위를 이리저리 선회하는 마카다카와 함께 살며시 현관문을 당겨 보았다. 현관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문이 스르르 열리자 환한 불빛과 함께 거실이 보였다. 이사를 준비하는 듯 여기저기 박스와 책 더미를 묶어 놓은 것이 보였고 거실 한 켠 내놓은 식탁 위에는 작은 접시에 먹다 남은 케익 조각과 생크림이 묻어있는 포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마카다카의 적은 내일이면 떠날 듯 보였기에 마침 잘 찾아온듯했다. 동수는 쌓여 있는 짐들 사이로 달력을 말아놓은 것을 보고는 어떤 악당이 등장할 줄 모른다는 생각에 슬며시 집어들었다. 퍽이나 안심이 될 도구인가 싶지만 말이다. 그리고 살금살금 짐들 사이를 피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저 방에 갇혀 있어 나의 카롱이...


마카다카가 가리키는 방을 향해 조심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동수가 금방 지나쳐온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동수는 잔뜩 긴장해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문이 열리고 잠시 동안 동수가 얼어붙어 있자 놀란 노인이 소리를 쳤다.


-도.. 도... 도둑이야!


마카다카는 얼른 식탁 위에 포크를 두 팔로 안아들고 온 힘을 다해 그 노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뒤져 버려라. 이 인간종자야!


-아야! 아야! 


-대머리가 반쯤 벗겨진 하얀머리의 노인이 도둑이라고 소리치다가 사타구니를 잡고는 웅크리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마카다카는 포크가 너무 무거워 이삿짐 박스 위로 포크를 안은 채 떨어졌다. 동수는 노인을 보고는 왠지 안심이 되는 것 같아 노인을 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어르신!


노인은 사타구니를 잡은 채로 동수를 보다가 인상 좋은 동수의 얼굴에 약간 마음을 놓은듯한 표정이 되었다.


-여기는 훔쳐 갈게 아무것도 없어. 책이나 훔쳐 가겠다면 모르겠지만...


-어르신, 저는 도둑질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




동수는 마카다카와의 만남부터 그녀의 부탁까지를 설명하며 그 대머리 어르신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까 자네는 저 생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군.. 


-예? 어르신께서는 그럼 쟤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그저 풀벌레 소리로는 들리는데 저게 말도 하는지는 몰랐네 그려. 


동수는 마카다카를 돌아봤다.


-저 인간종자가 뭐라는 거야. 카롱을 풀어주겠데...


=아! 진짜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거였구나...


마카다카의 풀벌레 소리를 듣고는 노인이 동수에게 물었다.


-저 생물이... 자네가 말하는 마카 뭐라는 애가 뭐라고 하나?


이건 도대체 어떤 인연인가 하는 생각에 넋 나가 있던 동수는 다시 노인을 돌아보며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자기 남자 친구를 풀어주겠다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나도 내일이면 이사를 가야하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에 어떻게 제보하나 걱정했구만. 사람처럼 자기들 나라가 있고 문명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적 생명체라면 풀어주는 게 도리겠지.




3


마카다카와 카롱은 밝은 광채를 내며 밤하늘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하늘 위에서 서로를 향해 감싸고 돌고 있었다. 동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흐뭇한 마음에 넋을 놓고 있었구나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하며 그들에게서 돌아섰다. 하늘 위에서 마카다카가 쏜살같이 동수를 향해 날아오며 소리쳤다.


-야이, X발아! 어딜 그냥 가는 거야. 어디 나를 신세 지고도 갚지 않는 몰상식한 요정을 만들려구.


-그 X발 이란 표현 좀 쓰지 않으면 안 돼.


살짝 짜증이 난 동수의 말을 듣고 어느새 날아온 카롱이 말했다.


-어디서 그런 막말을 나의 다키 앞에서 하는 거야? X나 어이없네.


-진짜 누가 어이없는지 모르겠네. 욕설 커플이냐? 도대체...


-이젠 알겠군. 요정들의 표현으로 센 표현이긴 한데. 너희 인간종자들의 그런 저열한 표현과는 다른 표현이 번역되는 과정에 그리 표현되는 모양이야. 하지만 어떻게 번역되는지는 알겠지만 우리는 너희들이 쓰는 그런 저속한 표현을 쓰지 않아! 


카롱의 설명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래도 동수는 욕설이 난무하는 이 커플이.. 게다가 인종차별주의까지 있는 게 살짝 못마땅했다. 그렇다 해도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들에게 인종차별이 뭔지 이해시키고 수긍하게 하는 과정이 번거로울듯해 체념하기로 했다.


-나 너에게 신세를 졌어. 그건 꼭 갚아야 해. 그게 우리 요정들의 규정이야. 네가 바라는 게 뭐든지 꼭 한 가지는 들어줄게. 


-뭐든지라고.. 


-그래 뭐든지! 


마카다카는 한껏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단언했다.


동수는 한 번도 세상에 단 한 가지 소원이 있어 본 적이 없던 사람처럼 어리둥절해졌다. 


=뭘 들어달라고 하지? 30억 쯤 로또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할까? 세계 최고의 지혜를 갖게 해달라고 할까? 이쁜 여친은...?


그런 생각이 스쳐가다 동수는 돈이나 지혜나 여친 보다 더 귀중한 무언가가 더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랐다.


-엄마.. 엄마가 어디 계신지 알고 싶어. 아니면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번호라도 가르쳐 줄 수 없겠니?


-엄마라고.. 엄마랑 언제 헤어졌는데...


-헤어진 게 아니야! 잠시 날 보육원에 맡기셨다가 찾으러 오시는 길을 너무 오래 잊으신 거야. 그뿐이야...


동수는 갑작스레 눈물이 북받쳤다. 동수는 눈물이 그렁해진 채 소리쳤다.


-제발... 전화번호만이라도 알려 줘.


-그.. 그래.


잠시 당황하는 듯하던 마카다카는 새벽 하늘위에서 광채를 일렁이며 작은 원을 그리면서 맴돌았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읊조림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그린 금빛 원 사이로 희미하다가 점점 선명히 영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영상이 선명해지기까지 짧은 순간 바라보던 동수에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어느 묘지의 비석이 비치었기 때문이다. 묘비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는 동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전화번호는 알려 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늦었어. 너희 엄마는 14년 전에 돌아가셨어.


-엄마... 엄마... 왜 나만 두고 가셨어요.. 왜요...


통곡하고 있는 동수에게 마카다카가 말했다.


-안타깝지만 난 아직 하루에 한 가지 소원 밖에 이뤄줄 수 없어. 처음부터 그냥 너희 엄마와 대화하게 해 달랬으면. 영혼과의 대화라도 잠시 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


동수는 울다가 하늘 위의 그녀를 올려다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그럼 내일이라도 한 번만 우리 엄마랑 이야기하게 해주면 안 돼!


-그게.. 우리는 해가 뜨기 전에 돌아가야 해.


동수는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더 크게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나도 네게 빚진 게 있어.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 줄 차례인 것 같아.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동수는 카롱을 올려다보았다. 카롱은 마카다카와는 다르게 하얀 빛을 뿜어내며 큰 원을 그리다 점점 작은 원을 그리며 동수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잠시 후 동수의 귀에 너무 오랜 시간 만에 듣는 하지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아들 동수야! 


-엄마! 정말 엄마야! 


-그래, 엄마야!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왜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엄마 곁에서 언제까지나 있고 싶었는데 왜 돌아가신 거에요.


-엄마가 아픈데 우리 동수를 의탁할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가 없었단다. 미안하다 동수야. 


-엄마 이젠 전 정말 혼자인 것만 같아요. 아니 정말 혼자가 됐네요.


-그렇지 않아 동수야. 네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지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어.


-엄마... 엄마... 엄마가 늘 제 곁에 있었다고요. 


-그래 지난밤에도 네가 억울한 일 겪는 걸 다 보았단다.


-엄마 세상이 너무 험해요. 살아간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좋은 사장님이었는데 그렇게 오해하실지 몰랐구나. 하지만 정말 넌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힘들면 엄마가 곁에서 함께 울고 있다는 걸 알아주렴. 그리고 세상은 힘들지만 그 힘겨움을 이겨내는 사람에게는 보람도 있는 곳이란다. 잘 살아내야 한다. 내 아들아!


카롱이 끼어들듯 말했다. 


-망자와의 대화는 오래 할 수 없어. 곧 차원의 틈이 메워질 거야.


-안돼.. 엄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할 수가 없데요.


-동수야.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라도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 해. 밥을 먹어야 살아갈 기운이 나는 거란다. 귀찮더라도 아침을 꼭 챙겨야 해. 내가 차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구나.


-엄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5살 때부터 엄마를 기다리는 하루하루 매일 드리고 싶었던 말이에요... 엄마 사랑해요..


-동수야.. 엄마도... 우리 아들을......


동수의 머리 위에 있던 나선형의 광채가 사라지며 엄마와의 대화가 끊겼다. 


동수는 울면서 외쳤다.


-엄마 저도 알아요. 엄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



새벽 동이 트기 전 마카다카와 카롱은 하늘에 금빛과 하얀빛이 어우러진 원을 그리고는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동수는 아직도 울고 있었다. 그때 동수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렸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니 -고마운 사장님-이라고 떠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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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근본도 모르는 자식을 고용해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꺼져버려. XX자식아. 넌 해고야!


동수는 억울했지만 사장님이 몇 달 전 연고도 없는 자신을 취직 시켜준데 대해 마음의 짐 같은 게 있었기에 해명만 하고 싶었지 딱히 원망은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동수는 억울함과 세상 홀로라는데 대한 서러움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캄캄한 골목,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 불빛 아래를 걸으며 불빛 너머의 어두운 거리가 마치 자신의 심정만 같았다. 골목 모퉁이를 지나 얼마 걸음을 옮기지 않았을 때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금빛 가루를 흩날리며 그의 발치 곁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레 무언가가 떨어지길래 잠시 놀랐지만 그는 다시 그게 무언가 가늠하려 눈을 찌푸리며 자세히 보았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손바닥 만한 그것을 보고는 동수는 인형이구나 생각했다. 다시 한번 보니 등에 잠자리처럼 투명한 네 개의 날개가 달려있다. 거미줄로 보이는 것이 날개를 감싸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닌게 사람 놀래키고 있어.


그냥 지나쳐 가려다. 인형이 꿈틀하는듯해 동수는 고개를 바짝 들었다. 


=뭐야. 이건?


동수는 조심스레 무릎을 굽히며 손을 뻗었다. 인형을 주워들자 따스한 감촉이 손에서 느껴졌다. 


-아파! 


작게 읊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동수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고개를 돌리며 좌우를 살폈다. 그때 아까보단 조금 더 크게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파!


동수는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인형을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아파! 아프다고 X발! 아프다고 몇 번 말해 이 X발아!


동수는 너무 놀라 인형을 바닥에 내동댕치며 몸을 세웠다.


-아!


동수가 바닥에 내팽게 친 인형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야! 이 X발 천한 인간종자야! 너 따위가 이 고귀한 요정님을 던져 죽이잔 작정인 거야?


고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지만 분명 저 인형이 말을 한 거구나 생각하며 동수는 눈을 크게 뜨고는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너!.. 니가 말한 거야 지금?


-그럼, 니 머리 위에 저 기둥이 말했겠냐? 


그녀의 말에 동수는 고개를 들어 미리 위를 쳐다봤다. 전봇대와 가로등이 보였다. 인형을 돌아보며 동수가 놀라 소리치듯 물었다.


-어떻게 인형이 말을 할 수가 있어?


-니 눈에나 인형이지 X발아. 이 몸은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이 넘치는 요정.. 마카다카님이시다.


그리고는 동수는 그 인형.. 그러니까 입만 더러운..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이 넘친다는 마카다까인지 마카다카인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 남자친구인 카롱을 졸라대 지구내 생명체들이 공존한다는 세계로 놀러 왔다고 한다. 그런데 오자마자 한 인간 그러니까 이제는 절대적인 그녀의 적이 된 인간에게 납치되었고 남자친구의 헌신으로 자신만 도망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순결하고 고귀하고 기품 있는 마카다카의 본성상 결코 혼자서 달아날 수는 없기에 남자친구를 구하려고 다시 잠입하려다가 그 인간이 설치해 놓은 비밀 무기에 날개가 묶이며 마침 지나가던 동수의 곁으로 떨어져 내렸다고 했다.


동수는 그녀의 날개를 묶고 있다는 그 인간의 비밀 무기에 손을 가져갔지만 그것이 거미줄이라는데 100% 확신을 하게 됐다. 그녀 날개에 묻은 거미줄을 다 제거하고는 동수는 말했다. 


-이젠 어떡할 거야.  


-X발, 날 도와줄 다른 X발 적을 찾을 거야. 


-널 도와준다면 그건 적은 아닐 것 같은데..


-그러니까 다른 인간 말이야! 요정들은 결코 누구의 도움을 꽁으로 받지 않아. 알겠냐? X발아! 받은 건 백 배로 천 배로 갚아주는 게 요정들의 국룰이야.


마카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동수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가녀린 팔과 다리를 보았다. 자신의 새끼손톱 크기도 되지 않을 그녀의 손과 발을 보며 그녀의 처지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그 작디작은 얼굴 위로 보이지도 않을 크기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자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조그맣고 앙증맞고 너무 이쁜, 걸레를 문 소녀를 보며 온통 진심으로 터져나오는 한마디를 했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다음 편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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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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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의 목표는 바로 '변화와 성장'이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읽고나서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단 한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의 말을 나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무엇이든 해낼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좌절을 경험한다. 단지 읽는 것만으로는 변화하고 성장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독서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기는 했지만 누군가 인생책이라는 그 책의 내용을 체화하고 실천해 옮기는 극소수의 사람 이야기일 뿐이 아닌가 한다. 일반적으로는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제시하는 주제를 가지고 숙고하면서 사고의 확장을 이루면 "난 천잰가?"하다가 책을 덮고나면 어느사이엔가 책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만 남지 돌아서면 기억 저편 어디엔가 있을 작은 편린이 되는 것이 독서의 다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가님의 지적처럼 단지 읽는 것만으로는 변화하고 성장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청소년시절의 인생책이라고 할만큼 큰 영향을 준 (비그야나 바이라바 탄트라라는 수행서를 오쇼가 강론한) [탄트라 비전]이라는 저작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책의 내용을 실천해 옮기지 않았다면 다른 책들처럼 [탄트라 비전] 역시 단편적인 감상만 남기는 책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본서의 내용 역시 그럴 것이다. 챕터1과 챕터2의 강렬한 감상과 그로 인한 각성이 있었고 챕터3,4,5에서의 실천 방안들을 알려주는 내용들도 인상깊다. 하지만 정작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본서의 내용도 그저 기억 저편에서 아련하게 조각조각 남아 떠돌뿐일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야 배움도 있고 성장도 있고 성취도 있을 것이라는 감상은 실천을 통해서야 남음이 있는 것이리라. 무언가 마스터피스를 남기려 시작을 뒤로 미루기만 하다가는 그 지연이 인생의 후반기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께서 존 크럼볼츠와 라이언 바비노가 함께 쓴 <천 개의 성공을 만든 작은 행동의 힘>에서 인용한 도자기 강사의 경우처럼 질적으로 우수한 한 가지를 제출하라는 경우보다 많은 작품을 제출하게 하자 더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사례처럼 많은 시도가 결국에 성과를 남긴다는 걸 깨우치게 되었다.

 

작가님의 저작 속에서의 '행동하고 생각하라'는 독려처럼 실행력을 갖추자는 생각과 결심이 드는 것만 같다. 비단 책쓰기를 위해서만이 아니고 실행력이 절실한 누구나 읽어볼 법한 책이 아닌가 한다. 물론 무언가를 집필해 보고자 하는 이에게라면 더욱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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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21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오늘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보름달처럼 좋은 소원 이루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이하라 2021-09-21 22: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서니데이님께서도 보름달처럼 풍성한 소원 이루시고
즐거운 명절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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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이랄까 영향력이랄까도 깨우치는 듯 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겨 보고 싶은 이들에게 독려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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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용의자X의 헌신]을 각각 어제와 오늘 봤다.

둘 다 책으로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영화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영화를 보는 동안

책으로 보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활자로 읽으면서 상상하는 독서만의 매력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소설로서의 맛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을 영화로 옮겨 

영화로서의 매력으로는 이야기의 맛을 다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다.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경우엔 영화가 참 몰입감 높았다.

이야기가 주는 감성이  90년대 정서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친구가 없어"라는 이시가미의 말이 가슴에 꽂히는 듯도 했지만

그의 경우엔 유카와가 진상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주리라 생각하고 

단호하게 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유카와는 이시가미... 그를 알고 알아주는 친구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모른 척 사건을 해결하려 말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실제가 아니라 소설이기에 치밀한 얽개를 보여주려면

이야기가 거기서 중단 될 수는 없었을 거다.

 

나는 이 원작 소설의 제목을 예전에 [용의자 X의 현신]으로 잘못 보고서

천재 범재자가 자기 과시적인 살인행각을 하다 검거되는 그런 내용일 줄 알았다.

[용의자X의 헌신]이 원제목이란 걸 알고도 

남자가 여자를 도우려 범죄 행각을 벌이며 여자에게 집착하다가

여자가 남자의 집착에 환멸과 혐오를 느끼는 순간

남자가 진정으로 여자를 위해 희생하는

그런 신파적인 범죄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예상한 내용 보다는 잔잔하면서도 더 몰입감있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중딩 때는 추리소설과 범죄소설, 호러소설도... 영화도 그런 류를 좋아했는데

언젠가 부터 그런 소설들과 영화들이 조금 무서워져서 읽지도 보지도 않게 되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지 모르겠지만 

살인도 귀신도 다 좀 무섭다. 세상 아름다운 것만 보고싶다. 

 

4색 문제의 아름다운 해법을 이시가미는 나름 찾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너무한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너무 간 거다. 

과정도 결과에도 아름다움은 없다.

그 풀이에 임하게 된 동인과 태도만은 아름다운지 모르겠지만...

 

야스코 같은 어둠 속에 비친 빛줄기 같은 누군가가 나타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시가미의 해법과는 다른 풀이 과정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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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1-09-1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에서 이시가미가 (소설 설정에서보다) 넘 잘생겨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어요. 게이고 소설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소설이 용의자x네요. 현신 헌신 점 하나 차이군요 ㅎㅎ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하라 2021-09-15 00:12   좋아요 1 | URL
소설에선 진짜 추남으로 묘사되었나 보군요. 저는 게이고의 소설은 아직 읽어본 적 없지만 영화만으로도 구성이 치밀한 작가구나 생각했습니다. 영화 리뷰에 댓글 주셔서 감동입니다.^^

서니데이 2021-09-17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하라 2021-09-17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께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과 주말되세요.^^

thkang1001 2021-09-18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 즐겁고 행복한 주말과 연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9-18 21: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과 명절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