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복식 문화와 역사 - 일러스트로 보는
글림자 지음 / 혜지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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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혜지원으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일본 복식과 일본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책이라기에 선뜻 관심이 갔다. 일본의 역사도 잘 모르지만 몇몇 일본 가수들의 노래에 빠지기도 했고 일본 애니와 영화, 일본 드라마를 통해 일본의 문화에 호감이 알게 모르게 커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역사가 담긴 드라마와 영화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대할 때면 그 의상의 아름다움이 매료되기에 딱이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받아든 본서는 책을 펼치자마자 너무도 홀딱 반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일러스트가 담긴 책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는데 본서처럼 예쁜 그림체의 일러스트는 보고 또 봐도 반할만하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이쁜 그림체가 아닌가 싶었다. 이누야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저자분이 일본에서 태어났으면 엄청난 유명세를 자랑하는 작가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물론 한국에서는 어려울 거라는 말씀은 아니라 절대로! ^^;

 

글림자라는 예명을 쓰시는 작가님의 본명은 저자 소개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책에는 약력도 짧게 남겨두셔서 작가님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보고 읽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작가님의 전작들 모두를 온라인 서점들 카트에 다 올리는 것이었다. 차츰이겠으나 정말 한 권 한 권 다 소장하게 될 걸 확신할 수밖에 없는 그림체였다.



 

본서는 상고시대, 아스카*나라 시대, 헤이안 시대, 막부 도립, 에도 막부, 제국주의를 거쳐 현대까지 7장으로 일본의 시대별 복식과 문화를 설명하고 있고 복식이라고 해서 의상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헤어스타일과 장식도 당연히 언급했다. 가문이라고 해서 가문별 상징 문양을 다루는 장도 있다.

 



의상과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의 시대별 변천을, 흐름을 따라 잘 서술하고 있으며 일본 의상 자체의 특색도 남다르지만 가사네이로메라는 안에 겹쳐 입는 옷들의 색깔 배치에 따라 진짜 진짜 여러 이름을 가지는 복식의 특색은 한복과는 차별화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물론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한복을 착용하는 전통을 몰라서 단언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남녀의 시대별 헤어스타일의 변화도 일본의 그것이 우리 사극에서 보이는 차이보다 훨씬 크지 않나 싶기도 했다. 일본 전통 훈도시의 착복을 앞뒤로 묘사하신 작가님의 섬세함도 좋았지만 일러스트로 그리기 전에 그걸 사진으로 자세히 보셨을 걸 생각하니 살짝 터지기도 했다. 남자아이가 13살에 처음 훈도시를 착용하는 걸 훈도시이와이라고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일본사람들은 훈도시에 진심이고 현재에도 축제에서 착용한다고 하는 데 실제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건 착각인가 싶기도 하다.



 

일본이 친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일본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터라 이 책에서 짧게 짧게 언급하는 일본 역사의 흐름과 복식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문화의 변화를 일러스트로 보며 신세계가 펼쳐지는 듯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일본 의상들과 헤어스타일의 변천이 눈이 즐거우면서 동시에 마음의 힐링을 불러오는 듯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본서 시리즈와 자매 편이랄 수 있는 [일러스트로 보는 유럽 복식 문화와 역사] 1*2, [일러스트로 보는 중국 복식 문화와 역사] 1, [우리옷 한복 이야기] 시리즈 등 작가님의 전작에 다 관심이 갔다. 그림과 글로 눈을 통해 힐링이 이어지는 듯한 본서를 접하게 된다면 어떤 분도 한 권에서 끝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기도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런 판형의 이런 종이 재질의 이런 색감을 구현하는 책이 이 정도 가격이라는 것도 놀랍고 무엇보다 책의 외형이 깔끔해도 책을 손에 쥐고 오래 보면 겉표지의 비닐 커버가 벗겨지는 경우를 숱하게 경험했는데 본서는 며칠에 걸쳐 오랜 시간에 걸쳐 완독했는데도 불구하고 표지가 전혀 끄덕도 없어 만족스러웠다. 혜지원의 다른 책들에 대한 신뢰도 자연히 더해지는 바다.

 

리뷰를 쓰면서 제일 설레이는 건 작가님의 책 중 다음에 읽을 책은 유럽 편이 좋을까 중국 편이 좋을까 아니면 우리 한복 편이 좋을까 하는 거다. 이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 본서의 독자가 되신다면 결국 나처럼 한순간에 중독자가 될 거라는 예감을 가지시게 될 것 같다.




#일러스트로보는일본복식문화와역사 #글림자 #혜지원 #시대별일본의상 #시대별헤어스타일 #시대별메이크업 #일본사흐름 #일본문화변천 #서평단 #도서협찬 @chae_seongmo @hyejiwo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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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인문학 - 영웅의 길, 리더의 길
민관동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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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lip1 님을 통해 디페랑스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열국지는 삼국지와 초한지에 비해 널리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름은 알고 있는 유명한 책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대가 배경인 역사문학으로 그 시대 여러 군주와 영웅들이 등장하는 총체적인 역사와 인물의 전시회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본서는 그 숱한 영웅과 군주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야망, 전략과 처세, 통치론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종합 인문학서라고 할 수 있다.

 

본서 [열국지 인문학]은 중국 고전을 전공하신 저자분이 [삼국지 인문학], [초한지 인문학]을 거쳐 [열국지 인문학]으로 고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문학을 인문학적으로 조망한 시리즈의 완결판이랄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이 시리즈에 굳이 인문학이란 용어를 더한 이유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는데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삶의 목표와 가치를 성찰하고 동시에 사회 전체를 조망하여 새로운 인문학적 가치를 창출하는 학문을 말한다고 정의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것이 인문학인데 이에서 학문적인 접근만이 아니라 실생활에 활용되는 실용 인문학을 저자는 장려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에 존재한 역사로 약 550년간 이어졌다고 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영웅들의 생사고락과 부귀영화 및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인생철학이 녹아있는 소설이다. 열국지나 삼국지, 초한지 같은 소설을 중국에서는 연의류 소설이라고 한다는데 삼국지의 제목이 삼국지연의라는 건 다들 아실 것 같다. [열국지]는 역사에 기반해 문학적으로 완성한 이와 같은 소설의 원류와도 같은 책이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열국지의 기원은 송원대에 유행하던 [무왕벌주평화][악의도제7국춘추평화] 그리고 [진병6국평화] 등의 화본 소설을 토대로 [춘추좌전], [사기], [전국책], [오월춘추], [자치통감] 등을 참고로 하여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한다. [삼국지]3할이 허구라면 [열국지]9할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역사에 충실히 묘사한 역사소설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열국지]는 명대의 여소어라는 사람이 [춘추좌전] 등의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춘추열국지]라는 제명으로 저술한 것이 최초이고 이후 명말에 풍몽룡이 [신열국지]라 서명을 재편하여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축약하며 새로운 틀을 갖추었다고 한다. 이후 청나라에 들어 채원방이라는 인물이 [신열국지]의 골격은 유지한 채 지엽적인 부분만 수정 보완하여 [동주열국지]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광범위하게 애독되는 [열국지]라고 한다. 국내 유입은 이미 1600년대 초나 중기로 보고 있다.

 

열국지는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에 인물이 등장하는 제대로 된 인간학, 처세술, 통치론, 리더십이 담긴 역사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미 실용 인문학을 권장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열국지의 내용을 전하면서도 여러 고전을 인용하여 인물과 사건에 대한 해석을 내놓기도 하고 열국지 시대에 따른 고사성어와 중국 속담을 전체 12강의 본서에서 각 강의 마무리마다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시대별 지도가 각국의 주도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해 사건과 인물의 변천을 이해하기 쉽게 돕고 있기도 하다. 대하소설이랄 수 있는 저작을 간략화하다 보니 문학성을 기대할 수는 없으리란 생각도 했으나 워낙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어 문학에서 느낄 감상이 언뜻언뜻 일기도 했다. 고사성어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터라 이 책에서 등장하는 고사성어 중 처음 접하는 성어도 많았는데 각 강을 읽고 나서 그 마무리마다 성어가 다시 편집되어있어 고사성어를 읽으며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기도 했다. 또 주요히 다루지 않은 이야기는 각 강의 마무리에 짜투리지만 실하게 싣기도 했다.

 

본서를 읽으며 집에 모셔만 둔 [사마천의 사기] 평역본에 다시 관심이 가기도 했는데 본서를 통해 줄거리를 알아두었으니 [사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전에 관심을 기울이기에도 유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역사와 철학과 문학이 어우러져 주는 감동과 교훈은 그것이 비단 인간학, 처세술, 통치론, 리더십에 유익을 따지지 않더라고 충분한 이로움을 안겨주는 것이구나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고, 상상력이 안기는 문학적 향기보다 역사 속 인간들의 생이 주는 아리하고 다채로운 향취는 더 큰 감정적 동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하는 전통 고전이 부담스럽다면 시간이 날 때 읽을 수 있는 [열국지 인문학]과 같은 실용적 고전 해설로 다가서 보는 것도 좋으리라 권해드리고 싶다.


#열국지인문학 #민관동지음 #다반출판사 #중국영웅호걸 #중국역사 #열국지 #도서서평 #도서협찬 #북클립1 #인문학추천도서 @bookclip1 @dava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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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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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소개는 아주 화려한데 ‘2024년 올해 가장 기대되는 소설’, ‘2024년 참신한 공상과학 소설’, ‘2024년 독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미스터리&스릴러’, ‘2024년 최고의 데뷔소설’, ‘이달의 베스트 심리스릴러 신작’, ‘2024년 가장 기대되는 공상과학&판타지 소설등 소설에 주목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미사여구다. 최고의, 기대되는, 참신한, 미스터리&스릴러, 심리스릴러, 공상과학&판타지로 정리될 텐데 리뷰를 미리 스포일러 하자면 이런 수식어들이 전혀 과장되지 않은 소설임에 분명하다는 것이다.

 

[신스]의 원제는 [MADE FOR YOU]. 영어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서 한국어 제목으로 삼았다면 그다지 첫 이끌림은 없는 책으로 인식되었을 것 같기도 한 제목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주요 소재이자 전체 흐름과 대미를 장식하는 근본적인 주제를 담은 소재인 신스자체를 제목으로 삼은 듯하다. 책 소개글을 조금이라도 보셨거나 이 리뷰를 보시기 전 입소문이라도 들어보신 분이라면 이미 아실 것이듯 신스는 인조인간을 지칭하는 이 소설에서의 용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인조인간 즉 신스인 여성, 줄리아다.

 

소설은 줄리아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을 찾으러 왔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가면서 반복되며 전개된다.

 

과거부터 설명하자면 그녀는 조쉬라는 한 남성의 연인이 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조쉬가 출연하는 조쉬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여성들의 서바이벌 연애 프로그램인 [더 프로포즈]에 출연하는 것이 그녀가 탄생 후 최초로 갖는 업무이다.

 

그리고 현재에서는 이미 남편이자 딸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조쉬는 여행을 갔다가 소식이 없고 이야기는 금세 조쉬의 살인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 서스펜스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는 각 한 챕터씩 순환하며 반복되는 데 과거라는 이름의 장들은 줄리아와 조쉬의 [더 프로포즈]에서의 첫 만남과 이어지는 방송에서의 달콤한 연애담이 이어진다. 결국 줄리아가 조쉬를 쟁취하며 둘의 결혼과 함께 순조로운 연애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같지만 결혼을 앞두고 조쉬의 엄마가 줄리아가 신스인 것을 문제 삼아 결혼을 반대하며 이 연인들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말기암 진단을 받은 조쉬의 엄마 문제로 조쉬가 스트레스를 극심히 받으며 완벽한 외모의 매력적이기 이를데 없는 연애 상대인 조쉬의 본색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신스지만 기증된 난자로 배란을 이어가고 있는 줄리아는 이미 조쉬의 아기를 임신하였다는 걸 알고는 이 사랑의 결말이 이렇게는 안 된다는 심정과 함께 운명에 끌려가듯 결혼을 하고 임신 초기부터 조쉬의 엄마인 말기암 환자 리타를 돌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매력적인 연애 상대 조쉬는 리타가 사망하자 자신의 부정성을 극한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끝간데 없이 전개된다.

 

과거와 교차 순환하는 현재라는 이름의 장에서 결혼 후 1년 몇 개월이 넘은 현실이 펼쳐지고 홀로 여행을 떠난 조쉬를 기다리는 줄리아는 이미 애널리라는 아기의 엄마이기도 하다. 결국 조쉬에 대한 실종 신고를 하려던 그녀에게 방문한 경찰 미첼은 살인 사건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고 줄리아는 자신을 제작한 앤디와, 가끔씩 그녀가 애널리를 맡기는 베이시터 에덴, 그리고 수상쩍은 이웃 밥, 그리고 [더 프로포즈] 방송 당시 난입해 자신을 공격했던 데보라를 용의선상에 놓고 의심한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줄리아는 처음에는 여느 순수한 여성과 다를 바 없는데 그녀가 신스라는 인조인간으로 사람과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건 초반부에는 그녀를 향한 공격자 데보라와 경찰 미첼의 적대적 반응과 선입견이 다일 것이다. 후반부에 와서야 에덴이 그녀에게 행한 일들 그리고 앤디를 향한 마지막의 그녀의 반응과 대응이 최종적으로 그녀를 신스구나 하고 차이점을 인식하게 한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서스펜스와 공상과학 판타지로서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주고 결말에 가까워져서는 심리스릴러로서도 완벽한 소설이라는 감상을 갖게 한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세히는 적을 수 없지만 순수하던 그녀가 앤디가 했던 마지막 말처럼 완전히 고장나 버렸다는 것을 소설의 맨 마지막에 그녀가 애널리 방에 가져다 놓아야겠다는 무엇으로 인해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선명하다가 결말로 가서는 모호해진다. 그녀를 그리 만든 것이 앤디라는 에덴의 말도 신뢰할 수 없다. 에덴의 계획에 줄리아와 앤디가 희생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앤디는 줄리아가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아무것도 몰랐지 않은가? 앤디가 줄리아에게 어떤 욕동을 프로그램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모든 건 웨크테크사의 CEO 자리를 빼앗기 위한 에덴의 계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이 소설은 명백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소설은 달콤한 연애와 현실인 결혼 그리고 가정 폭력 속에서도 대외적으로는 멋진 부부를 연출해야 하는 모습 등의 대비를 보여준다. 타인들이 보기에 멋진 연애 상대인 조쉬와 현실에서는 쓰레기인 그가 대비되듯이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플루언서이자 신스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에게 폭력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줄리아를 통해 이 시대의 차별철폐 주의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그녀가 결말의 그녀로 남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북하지 않게 잘도 묘사해낸 작가로 인해 줄리아에게 한마디로 단언하기 힘든 묘한 감상이 남기도 한다.

 

공상과학 판타지이자 미스터리 서스펜스이기도 하지만 또 심리스릴러이기도 한 이 소설은 가볍고 쉽게 페이지를 넘기는 중에 자각하지 못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내가 언제까지나 순수 속에 있기에는 세상은 많이 난해한 곳이구나 하는 감상을 갖게 할 것이다.

 

사람도 인공지능도 똑같이 이렇게 고장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섭도록 현실감을 주는 소설이다. 재미 삼아 읽기에도 뛰어나고 이 시대에 내가 돌아보지 않으려던 현실을 새삼 주시하게 해 준다는 데서도 탁월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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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 - 혁신 신약을 찾아서
조진호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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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히포크라테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26월경 암이 정복되었다는 외신이 있었다. 국내에는 유투브에서 [NTD Korea]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는데 단일클론 항체 요법이라는 단순 복약으로 임상 14명 중 14명 모두 완치라는 기적을 이루었다고 한다. 직장암에 한정된 임상이었지만 전원 완치라는 결과는 획기적이기도 했다. 도스토리맙이라는 이 성분은 잼펠리라는 약으로 시판된다고도 했다.

 

이후에는 암치료에 중입자 치료기가 혁신을 일으킨다는 뉴스도 이어졌다. 이 시대에 노화와 함께 암은 조만간 정복을 앞둔 대상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는 뉴스들이었다.

 

그러나 2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현재에도 암이 완벽히 정복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상용화가 어려운 것인지 거듭되는 임상에서 다른 부작용이나 암의 재발 등 다른 문제들이 발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가진 말기암 환자들이 있었다면 희망이 꺾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암 정복을 운운한 뉴스에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정치인과 스타와 운동선수들의 암 투병 사망은 이어졌다.

 

과연 암은 정복될 수 있는 걸까? 암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은 없는 걸까? 그런 의문을 많은 분들이 가지실 만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본서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그래비티 익스프레스], [게놈 익스프레스], [아톰 익스프레스],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등 익스프레스 시리즈로 과학 그래픽노블계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과학 스토리텔러 조진호 작가의 책이다.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란 제목대로 신약 개발의 여정을 다루고 있지만, 신약 개발이라는 데만 주목하기보다 암의 발병 기전을 세밀히 소개하고 그 과정에 신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더 주목한 서술을 한 책이다.

 

1장에서는 암을 제거하는 면역계 전반의 기전을 상세히 밝히고 암이 발병할 때 암세포들이 면역계의 기능을 어떻게 속이고 살아남아 활성화되는지를 다룬다. 면역 기능을 하는 종양억제유전자, M1 대식세포, M2 대식세포, 그리고 면역관문 AXL의 기능이 자신을 속이는 암세포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알리고 그에 대한 신약 면역 항암제 아드릭세티닙(Q702)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2장에서는 세포분열이 단계를 거치며 이루어지고 있음을 설명하고 이 세포주기에 영향을 줌으로써 암세포의 작용에 면역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서술한다. 그러한 기능을 하는 신약 CDK7 저해제(Q901)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이상 단백질을 처리하는 프로테아좀의 기능 이상을 차단해 혈액암을 치유하는 프로테아좀 저해제에 대해 설명한다.

 

4장은 결핵에 대한 장으로 세포호흡 APT를 제어하여 결핵을 치료하는 신약 텔라세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다만 ATP는 그 기능과 과정이 대학 강의에서 한 학기 동안 다룰 정도로 복잡하여 그에 대해서는 설명을 약소화 하고 있다.)

 

면역계의 기능 전반과 암의 발병 기전 그리고 신약들의 역할을 이해하기 쉽고 몰입감 높게 서술한 것이 본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상과 거리가 있는 다소 어려운 분야다 보니 짐짓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인데 그래픽노블이다 보니 의인화와 영웅서사를 더해 재밌게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책이다.

 

의학 분야의 책이지만 암세포가 자기의 권한만 강화하고 자기에게만 에너지와 영양을 돌리도록 인체 기능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정상 세포들이 자기와 다른 세포 간의 의무와 역할에 경계를 두고 선을 지키며 자기 역할을 함으로써 인체가 기능을 유지하는 과정과 대비됨으로써 사회적 역할과 의무 그리고 권리 사이에 타자와의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현재의 능력주의 사회라는 구조가 변이해 세습으로 부가 계승되며 일부 계층에서만 부와 권리가 확장되는 현실이 비추어 보였다. 세상에도 암 치료제가 필요한 것이다.

 

본서는 의학 그래픽노블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독자가 어떠한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관점의 폭을 확장시켜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는 책이다. 관심 분야의 폭을 넓히는 것도 다른 분야를 통해 인식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까닭에 건강과 암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과 상식의 확장을 원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려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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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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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어쩌다 다 보게 되었는데 근간에 권력자편과 사건편 2가 이어서 출간되었길래 기다리다가 사건편 2부터 읽게 되었다. TV를 주당 드라마 한두 개와 음악 방송 하나 정도를 제외하고는 안 보는 편이라 [벌거벗은 세계사]도 방송보다는 책으로 보고 있다. 방송도 재밌을 것 같지만 책이 더 편한 게 사실이긴 하다.

 

이번 사건편 2는 다섯 번째 스페인 내전과 여덟 번째 도쿄재판 그리고 아홉 번째 CIA가 가장 흥미로웠지만, 신화와 그리스 민주주의를 연계한 첫 번째를 비롯해 전편이 모두 몰입할만한 내용이었다.

 

첫 번째.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소개하려 그리스 신화 전반을 간략하게 짚고 나서 그리스에 왕정과 참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등장하기까지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의미로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재조명된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다.

 

두 번째. 인도에서 카스트가 자리 잡고 긴 세월이 흐르며 카스트 제도가 흐릿해지며 자띠라고 하는 각 가문의 색깔로 차별이 여려졌는데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면서부터 카스트 제도를 부활시켰다고 한다. 인도의 그 많은 인구를 손쉽게 분류하기 위해 이미 인도인에게는 망각되어가던 카스트 제도에 각 가문을 우겨 넣기 시작했고 이런 시대적 맹점을 이용해 브라만 집단과 고위층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자리잡은 카스트 제도는 각 신분에 따른 차별들이 만연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인도가 독립하고 정치가 안정화되어가며 소외계층의 권리 신장을 위해 쿼터제로 정치입문이나 사회적 혜택을 부과했다. 이에 부작용도 있어서 신분제에서 고위층의 자녀들이 오히려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신분제로만 고위층이지 경제적으로는 나을 게 없는 이들이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분신자살 시도 등도 있었다. 쿼터제나 사회적 혜택 등을 시행할 때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고려해 대안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네 번째. 종교개혁에서는 카노사 굴욕으로 알려진 교황권이 막강하던 시기 이후 아비뇽 유수나 억류로 불리는 교황권 약화 이후의 교황들은 교황권의 회복을 위해 세속적이다 못해 퇴폐롭기 이를 데 없는 방안까지 간구했는데 식스투스 4세의 경우 매춘부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권력을 뒷받침했다고 한다. 매춘부 몇 명만으로도 교황청 예산이 확보될 정도였다고 하니 세속과 퇴폐만이 아니라 병폐였다고 보인다. 교황들의 세속성과 사치와 과시욕 등이 보이는 역사가 이어졌는데 알렉산데르 6세는 교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편력이 심했으며 그의 딸과의 스캔들이 이어지기도 했고 보르자라는 그의 가문에서는 그의 딸과 아들들의 스캔들마저 이어졌다. 부패한 교황이며 권력을 추구하던 그의 야망은 그의 죽음으로 일단락된다. 이후 이어지는 교황들의 타락이 종말론을 부채질했고 이 여파 속에서 면벌부가 등장하게 되어 루터가 일어서며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역대 교황의 부패가 세밀히 묘사되어 상당히 가독성이 높은 장이었다.

 

다섯 번째. 스페인 내전은 정부측인 좌파를 소련이 지원(+국제여단)하고 반군측인 우파를 히틀러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주축(+포르투갈, 루마니아)이 되어 지원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예행연습이 되어버린 전쟁으로 그 당시의 전쟁 상황이 몰입감 있게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여섯 번째는 쑹씨 세 자매로 중국의 근대사를 나름 충실히 짚어가 의미 있었고, 일곱 번째는 괴승 라스푸틴으로 시작해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가족의 몰락을 보여줘 이 또한 몰입감 있었다.

 

여덟 번째. 도쿄재판은 승자의 논리에 의해 패자만이 심판받는 경우도 의아스러웠으나 마땅히 심판받아야 할 전쟁 범죄자들이 승자의 이해에 따라 면벌부가 주어지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재판 이후의 후기보다 전쟁 범죄의 실상을 알게 된 것이 더 새로웠다. 죄지은 놈들이 더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고 세상의 구조와 논리가 그렇다는 걸 새삼 느끼게도 되었다.

 

아홉 번째. CIA로 대변되는 미국의 괴기스러울 정도의 부조리는 노암 촘스키 님의 [불량국가]와 기타 역사책들을 통해 접한 미국의 각국에 대한 부정한 개입과 파괴 등을 다룬 장인데 이 책에서 다룬 것도 약소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도 참 기가 찬 현실이 아닌가 싶다.

 

본서와 그 시리즈를 통해 역사의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도 또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 그보다는 세밀히 볼 수 있는 것도 유익하게 여겨진다. [벌거벗은 세계사]가 대중적인 역사 안내로서는 참 탁월한 방송이자 저작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출간되는 시리즈마다 완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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