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빌링 - 잠재의식을 변화시키는 테크닉, 네빌고다드 강의 해설서
리그파 지음 / 서른세개의계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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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 고다드가 내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그저 마음의 힘을 논하는 저작 중 흡인력 있고 가독성이 뛰어난 책을 찾다가 네빌 고다드를 알게 됐다. 그의 강의를 해설했다는 본서를 큰 기대 안하고 선택했는데 지금은 여러모로 잘한 선택이었다는 감상이 든다.

 

네빌 고다드는 192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해 압둘라라는 선지식을 만나 마음의 힘을 전하는 이가 된 사람이다. 나는 마음의 힘이라고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씨크릿 같은 가르침의 원조랄 수 있는 이런 가르침들은 알려지던 당시부터 형이상학이라고 불리거나 신사상으로 칭해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5년 전 신사상을 알게 되고 네빌 고다드의 저작들을 알리고자 서른세개의 계단 출판사를 만들기도 한 인물이다. 다수의 신사상 관련 저작들을 번역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신사상들의 가르침처럼 네빌 고다드의 가르침은 명료하게 명쾌하다. 상상의 법칙 곧 믿음의 법칙은 진짜라고 받아들이면 진짜 그렇게 된다로 명료히 정의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지만 잠재의식의 힘을 논하는 대목도 최면 저작들이나 여타 마음의 힘을 논하는 저작들과 일관되고 있다. 역노력의 법칙은 최면이나 심리서들에서 말하는 부메랑 효과와 같다. 잠재의식에 요구하는 바가 잠재의식이 상기하는 바와 다를 때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에서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결핍을 인식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전의 효시는 결핍을 인식하고 나서야 시작된다. 저자도 네빌 고다드의 강의를 전하며 자기관찰을 하라고 했는데 자기관찰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초로 주목하게 되는 건 만족보다는 불만족인 경우가 많다. 결국에는 결핍을 인식하면서야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를 깨닫게 된다. 다만 잠재의식에 씨앗을 심을 때는 결핍보다는 완성된 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게 당연할 것이다. 성적이 오르고 싶다는 건 자기 성적에서 불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인데 불만족 즉 결핍에 주목하면 부정적 영향을 더 받는 것도 사실이다. 성적이 오른 상황을 상상하고 실감할 때 성과가 있다는 건 신사상에서 주지시키는 바다. 그리고 상상의 힘에 의지하는 만큼 실제의 행위도 뒤따라야 한다는 건 상식적인 이야기 같다.

 

존 키호 씨의 [마인드 파워]나 샥티 거웨인 씨의 [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된다], 바딤 젤란드 씨의 [리얼리티 트랜서핑] 등을 읽으면서 이들 가르침의 원류는 무얼까 의문이었는데 네빌 고다드 씨와 같은 초기 신사상가들의 가르침을 이제야 접하게 되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드 씨가 무의식의 존재를 처음 이야기하면서 그로부터 이전까지 전해오던 마음의 힘에 관한 가르침들이 좀 더 체계화되어 전해진 게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은 가르침은 지적인 접근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 할 때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로서도 독서의 감상은 지적으로 얻는 것보다 일상에서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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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0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이하라 2022-09-08 21: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즐거운 한가위 연휴 되세요.
 
세금의 흑역사 - 두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농담 같은 세금 이야기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홍석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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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관련한 책은 때론 시큰둥한 정도의 흥미만을 불러오지만 어느 순간은 깊은 관심이 일기도 한다. 어느 연예인이 탈세를 했다던가 성실납세자로 상을 받았다던가 하는 기사도 예전에는 흔했었다. 통장 잔고가 얼마라 납부할 돈이 없다는 돌아가신 어느 전 대통령의 기사나 이재용 부회장의 세금 납부액이 얼마라던가 하는 기사도 돈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시민들까지 세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기사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세금과 관련한 뉴스를 성인 누구나가 몇 가지 그 이상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세금 문제는 큰 화두는 아니라고 도외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세금은 그 제도가 등장한 이후 납세자인 어느 시대의 백성이나 현재의 시민 누구나 체감 가능한 적지 않은 문제였을 것이다. 세금을 출혈이라고 생각할 일부 시민들과 세금을 국력이라고 생각할 정부 사이의 괴리가 깊은 곡절들을 낳았을 것이고 말이다. AI와 로봇의 대대적인 도입이 이루어질 시기가 머지않아, 앞으로는 세금이 생존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그 시대를 앞두고 부자증세와 부자감세의 갈등이 시작된다면 소수의 풍요냐 다수의 생존이냐가 시대적 화두가 될 것이다. 살아가야 할 생존자들에게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냐도 어떻게 과세되고 재정이 어떻게 쓰일 것이냐에 달린 문제가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더더욱 세금 문제에 관심이 갔고 본서에 끌리게 되었다.

 

저자들은 IMF 공공재정국 부국장인 마이클 킨 씨, 미시간대 경제학과와 로스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조엘 슬렘로드 씨로 재정과 경제문제에 있어 상당히 미더울 인물들이 서술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서의 내용을 보며 과세만이 아니라 재분배에 관해서도 깊이 다룰 거라 짐작하고 읽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본서는 원제가 [Rebellion, Rascals, and Revenue : Tax Follies and Wisdom through the Ages]로 제목 자체가 [세금의 흑역사]라는 한국어 제목 보다 서술적이라 의미가 역동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한국어 제목이 직관적이기는 하다)

 

세금으로 인한 반란과 악당도 물론 등장하는 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본서에서 주목되던 것은 세금이 유형의 변화와 무형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러시아와 인도의 콧수염세는 아마도 당시 귀족들의 외모에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과세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자신의 재정 상태에 대한 평가나 자존감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을 귀족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콧수염을 유지했을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자존심을 추켜세우면서도 세금납부를 독려하려 세금납부를 증거하는 일종의 감사 뱃지를 증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넛지가 어느 날 돌연히 나타난 학설이 아니라 이미 역사적으로 실천해오던 국가들도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머리카락 길이와 가발 또 모자에까지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모자를 모자라 부르지 않으며 탈세하려 했지만, 이 모자라고 불리지 않는 신형 머리덮개에도 곧 세금이 부과됐다.

 

게다가 벽난로의 개수에 따라 과세하는 유럽의 방식은 일반 가정에서 벽난로를 하나둘씩 없애도록 만들었다. 또 창문의 개수에 따라 과세하기까지 하자 창문의 숫자를 줄이거나 모서리에 창문을 두어 두 공간에 한 번에 빛이 들어오게 하는 건축양식이 생기기도 했다. 이 법에 대해서 찰스 디킨스는 빛과 공기에 대한 세금이라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또 벽돌의 크기에 따라 과세 규모를 달리하자 기본 벽돌 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벽돌들이 양산되어 기존의 벽돌과 절반짜리 벽돌을 섞어서 건설한 건축물들이 현재까지도 유럽에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정부의 과세에 대한 욕심이랄까 수단이랄까가 시대를 두고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는데 영국에서는 선박의 좌우 폭에 대한 차등 과세를 시작하자 영국의 선박들은 세금납부를 피하려 좌우 폭은 줄이고 배의 깊이를 확장한 구조의 배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금 때문에 선회하기도 어려운, 항해에 불리한 배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세금이라는 것이 인간의 외모와 패션을 바꾸고 건축양식을 바꾸고 선박의 구조까지 변화시켰다. 이런 세금의 힘은 그 저항의 역사를 불러오기도 했는데 주류에 과도하게 과세하자 밀수업자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밀수업자들이 자신들 시찰하는 세무원들을 잡아 목매달고 사체를 훼손하거나 산채로 생매장한 기록도 있다. 유럽에서는 차(tea)에 대한 과세가 높아지자 (저자들은 갱으로 묘사했지만) 명백히 정부와 결탁한 해적들이 차를 수입하는 배들을 시찰하려는 정부 소속 세관 선박들을 공격하기가 일쑤였다. 그러한 해적들의 숫자가 무려 5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럽의 재정 관리자들이 차에 대한 관세를 절반으로 줄이자 대거 정상 납부를 하기 시작해 세금 납부액이 금세 과세를 줄인 액수를 충당하고도 남았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하층민 여성이 가슴을 가리면 유방세라고 해서 세금을 거뒀다고 하는데 한 하층민 여성은 유방세를 거두려고 온 세무 공무원에게 저항하며 자신의 가슴을 잘라 그에게 던지고 그날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화장되는 불길 속에 뛰어들어 함께 세상을 떠났다. 영국의 왕에게 과도한 세금 때문에 시민운동을 일으킨 시민들이 왕의 연설에 감흥을 느껴 반란을 거두고 얼마지 않아 왕의 명령으로 모두 처형된 사건도 있었다. 세금에 대한 저항의 역사나 탈세하려는 다양한 수단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무형의 변화라고 한다면 현대의 다국적 기업들이 보이는 탈세 양상이다. 여러 자회사들과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여 복잡한 구조의 계약 관계를 조성해 과세가 어렵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적게 납부하려는 움직임은 있어 왔고 그로 인해 일부 지역들에서는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까지도 생겨났다. 아프리카에서 호화 요트에 중과세를 하자 부자들의 요트 매매가 줄었고 그로 인해 요트 관련 직종 종사자들이 대거 실업자가 되고 요트 산업이 망한 사례도 있다. 과세에 민감하고 세금 납부가 많은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건 현대의 스포츠(축구) 스타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한다. 일부는 세금이 싼 나라에 거주하고 일부는 타국에 귀화하기도 한다. 축구 스타만이 아니라 프랑스 스타 중 한 명(제라르 드 빠르디유)도 세금 문제 때문에 러시아로 귀화한 건 대부분의 대중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금을 해당 지역과 지역민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대목도 짧게 스쳐 지나가긴 하지만 본서에서는 세금의 분배 문제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재정의 충당에 주로 할애된 장들이 많고 형평성 사안은 다루지만, 공평에서 평등으로 나아가는 관점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탄소세나 탄소가격을 논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ESG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보다 넓고 깊게 보고 진행하는 이해의 문제이기에, 결국 실리를 떠난 문제일 수 없다. 그렇기에 대중의 지지와 관심이 동반된 기후변화 문제도 결국 실리적 측면에서 호도되고 악용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해서는 전하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역온난화이며 기후변화는 지구의 주기 변화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는 지구과학자들, 환경 관련 과학자들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미국에만 3000명 하고도 몇 백명이 넘는 지구과학자들이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이용해 기존의 산업체계 전반을 뒤엎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해당분야의 절반에 가까운 과학자들이 반발하는 과학적 가설만으로 경제와 경영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의 계획으로는 향후 탄소발자국 추적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해 전 세계 시민들의 일상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후변화가 핫이슈가 되어 이젠 큰 저항 없이 대중의 일상 전반을 감시할 체계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아마도 향후로는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화폐를 일상화하고 이것이 신용거래 전체에 활용되며 디지털화폐의 통합까지 올 수 있을 것이다. 탈세는 꿈도 못 꾸고 체납도 불가능한 세상이 온다. 세입이 어찌 될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금을 어떻게 다시 재분배해야 할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경제 구조상에서의 최상위층과 금융 거부들에게는 그레이트 리셋이 새로운 부의 개척시대를 예고하는 것이겠으나 다수의 대중에게는 자연스럽게 털리고 마는 시대가 될 것이다. 생존이 화두인 것은 그래서이다.

 

본서를 처음 받아들고는 생각보다 더 분량이 상당하다는 걸 알았다. 무려 568쪽에 이르는데도 주석과 참고문헌 등은 QR코드로 참고하도록 되어 있어서였다. 오롯이 서술만으로 550~540쪽을 채우고 있는 책이다. 본서는 상당히 재미진 책이기는 하지만 해당 내용들이 시대 흐름을 따라 서술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역사 읽는 재미는 상당하지 않다. 주제 의식을 가지고 독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의 목차를 보며 나름의 독해주제를 가지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인의 경우에는 형평성과 분배 그리고 특이한 역사적 내용에 치중해 읽었지만, 다시 읽는다면 세금과 관련한 정부와 대중의 알력 관계, 세금이 바꾼 문화, 형평성을 추구한 정부의 방법, 기업과 민간이 세금을 탈루하거나 하기 위해 한 선택들에 집중해 읽어보고 싶다.

 

알고 보면 우리의 피부와 바로 닿아있는 세금. 그 세금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각 주제에 따라 전해 듣는 나름의 맛이 있는 저작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따로 권해드릴 필요도 없겠지만 그래도 한마디 얹자면 독서 후에 후회할 책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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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최면세뇌술 - 마음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박한진.손인균 지음 / 성숙한삶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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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며 1980년대~1990년대에 출간된 최면 서적들에서의 내용이 줴다 구버전이 되어버린 걸 알았다. 이젠 최면에 대한 학자들과 치료가들의 시각이 "최면은 일상 속 의식에 자연스레 개입하는 것이다" 란 식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맨 위 부터 읽어 보면 "최면을 통한 의식의 통제로 기억이 없이 행동하게 하는 것과 자신은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행동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이야기 하고 있다. 아마도 이건 비판적 사고라고 말한, 검열을 거치는 체계를 무력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야 한국에서 쓰이는 최면 암시라는 말이 일본을 통해서 최면이 들어오며 통용되던 용어이고 서양에서는 최면 제안이라고 하는 줄 알게 되었다. 암시는 어두운 지시를 말하는 것이니 "피최면자가 자신도 모르게 최면자의 의도 하에 놓일 수 있다" 는 의미 전달일 것이다. 또 제안이란 표현은 "인간은 의지가 있기에 자기의지에 반하는 지시나 명령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우는 없다. 그저 인간의 의지를 향해 하나의 제안을 할 뿐이다" 라는 관점이 담긴 용어인듯하다.


그러나 본서에서 비판적 사고를 우회하는 최면 제안을 통해서, 받아들일만한 사고를 구축하면(선택된 사고를 확립하면), 의지(의도)를 조작해 살인도 할 수 있다고 도입부분의 부록란에서 이미 저자가 언급했었다. 자신이나 타인의 취향과 도덕성을 최면 제안으로 왜곡(우회)하여 의지(의도)를 조작할 수 있다고 저자 역시 인정한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은 왜곡(비판적 사고를 우회)하여 의도를 조작했기에 그런 것이지, 결국은 최면 제안은 하나의 제안일뿐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다" 라는 식의 사실호도는 어떤 의도가 있어서일까? 이건 최면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간과하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밈MEEM이 아닐까? "최면은 위험하지 않고 인간의 의지는 강력하다. 최면도 그저 하나의 제안일뿐, 결국 너희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으로 저항할 수 있으니 최면이 악용되는 것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 는 대중적 기만을 펼치기 위한 것일듯 싶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집단자살을 한 과거 이단종파들이 각국 마다 적지 않았다. 또 한번 1000년의 끝을 앞두고 무언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심리의 연약함이 사이비교주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키고 그 사이비교주에 대한 무한신뢰가 결국 교주의 말과 행동에 따라 대량학살과도 다를 바 없는 집단자살을 불러오기까지 한 것이다. 최면은 그저 제안일 뿐이라기엔 과거 팔극권 서적에서 보았던 이서문 권사의 일화가 떠오른다. 제자 한명과 타지역으로 떠나신 권사를 어느 부호가 알아보고서 절대극강 권사로 알려진 이서문 권사에 대한 호의를 보이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했다고 한다. 그의 집에서 환대를 받은 이서문 권사께서 그에게 호의에 대한 답례로 팔극권을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 헌데 "이렇게 출수하라" 며 그의 몸에 권을 타격하는 자세를 취하자 그 부호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한다. 호의를 보이고 대접한 부호를 타격해 죽였을리도 없고 만일 실제 이서문 권사께서 타격하여 죽은 것이라면 아마도 생사장을 쓰고 대결한 결투가 아니었기에 분명 이서문 권사께서 법적 판결을 받고 수감된 고사가 기록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 기록이 없다는 것은 사망한 이가 타격을 받아 죽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 그 부호는 도대체 왜 죽은 것일까? 그저 추측일지라도 해보자면 그 시대 이서문 권사가 절대강자임은 전중국에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 이름난 영웅들을 우상시 하는 중국문화에서 그 부호는 이서문 권사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하나의 최면 작용을 하여 이서문 권사가 자신을 타격하는 동작을 취하기만 했는데도 놀라서 죽은게 아닌가 싶다. 


다른 예로는 과거 사형수에게 사형집행 방식이 손목의 동맥을 잘라 출혈과다로 죽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의자에 묶고 눈을 가린 채 손목에 작은 생채기 정도를 내고는 손목 위에 링거를 설치해서 거기서 조금씩 손목으로 물이 흐르게 했다고 한다. 사형수는 몇십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고 한다. 링거에서 떨어져 흐르는 물을 자신의 피라고 생각하고는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는 상상만으로 죽고만 것이다. 이 두 경우는 모두 실화이고 인간심리가 그저 믿기만 하면 죽음 마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번에는 실화는 아니지만 누구라도 수긍할 법한 그럴싸한 예를 하나 만들어 보자. 밤 늦게 시골집에 홀로 있는 심장질환을 앓는 노인이 있다고 하자. 이 노인이 하얀 잠옷 원피스를 입은 동네 광녀 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치자. 밤이라 누군지 못알아 보고 놀라 겁을 먹고 있는데 이 정신 이상한 여자가 입가엔 빨간 립스틱이 눈가엔 눈화장이 번진 채 다가온다면 노인은 더 놀라지 않겠나? 그 때 그 여자가 "죽어버려!" 라고 소리쳤고 이 노인이 심장 마비로 죽었다면 이 심장마비의 원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심장이 약해서?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심장이 약한 것도 하나의 조건일테고 그 노인이 그 정신이상한 여인을 귀신으로 보았다는 것과 그 귀신이 자신에게 죽어버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귀신의 말에는 힘이 있을 것이라는 밈MEME까지 모든 오해가 심장질환에 더해져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최면 제안이 비판적 사고의 검열 과정을 피하기 위한 딱히 치밀한 체계나 구성 없이도 개인이나 집단에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신념(MEME)에 따라 별다른 저항없이 강력히 작용하여 신속한 결론에 이르게 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 팔극권 이서문 권사의 일화에서는 이서문 권사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최면 제안(타격하는 시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고, 출혈과다 사형집행 설정으로 사형수가 사망한 경우는 눈을 가리고 손목의 작은 생채기를 내고 물을 손목으로 떨어뜨리는 설정을 통해 자신의 손목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착각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사망에 이르렀다. 단지 동맥을 끊어 출혈과다로 사망하도록 사형집행방식이 결정되었다는 최면 제안이 인지판단오류를 가져오고 위에서 언급한 설정이 극도의 정서 동요를 불러왔다는 것만으로 사망한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심장마비 사례는 비판적 사고의 우회를 거칠 수 없을 직설적이기만 한 "죽어버려!" 라는 말이 최면 제안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그 광녀의 차림을 보고 심장병이 있던 노인이 귀신으로 착각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심장병이 일차조건이라면 귀신으로 오해해 공포를 느낀 것은 충분조건이 되었다 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신념이나 의도적 비의도적 환경 왜곡(설정, 착각)만으로 별다른 최면 제안의 구조화없이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도입부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저자는 '기억없이' 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지각없는 사람" 등의 표현으로 쓰는 "지각" 을 적용해 보자면 "최면으로 과연 지각없이 자신의 의사와는 달리, 의도와는 다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가능한 것일까?"


나로서는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정규 최면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에게 최면학회에선 아마도 "최면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착오이며 미신일뿐이다. 최면은 인간이 인간의 의지와는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주술 같은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의사를 통해서야 실현되는 것이다" 라고 가르칠듯 싶다. 


이 시대는 "인간의 의지는 강력하다. 인간의 의지로는 못할 것이 없다. 정신력만 강하다면 자신의 의지로 극복 못할 것이 없다" 는 인간의 자기만족적 관점을 명분삼아 자기확신과 함께 "삶을 살아가면서 하는 자신의 모든 태도와 판단과 행위에 있어서 자신만이 스스로의 의식과 의사와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든 것은 자신만의 책임이다" 라는 오류에 가까울 논리를 대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대상과 자기자신에 대해 분석과 판단과 행위를 함에 있어... 다시 말해 개인 스스로의 의식과 의사와 행동에서 자기통제력만이 절대적으로 강력히 작용하는 것일까? 


이 시대에는 인간의 자기만족과 매체들의 대중적 심리조작 유도가 더해져 그런 관점과 논리를 대중화 하고 있다. "모든 것은 그저 제안이며 판단은 각각의 개인이 하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책임은 해당 개인에게 있다" 이런 논리와 관점은 대중을 통제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기 위해 만든 또 다른 최면 제안이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오히려 심리학이론을 마케팅과 대중심리통제에 적용해 대중을 기만하고 이용해 쳐먹는 얍삽한 시대이다.


이 시대는 자기 확신은 강화하여 자기만족감은 충족시키지만 오히려 서로에게 서로가 행할 수 있는 의사결정 유도 또 특정집단이 개인이나 대중에게 의도를 지닌채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음을... 바로 그 원리의 대중심리통제를 이용해 간과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의 분석과 판단과 행동에 타자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이 하나의 학문으로까지 완성되어 있는데도 대중들은 자신과 집단이 통제 받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위의 마지막 포토의 내용에선 이미 저자가 처음 최면에 대해 정의한 "최면은 자기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지각없이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내용을 저자 스스로 반박하고 있지 않나? "최면 제안을 따르면 현실세계에 대한 반응성이나 현실성이 떨어지고 최면가가 체험하도록 한 가상의 세계에 대한 반응성과 현실성이 높아진다" 고 말이다. 한마디로 "실제 사실 보다 오히려 최면으로 유도하는 가상의 것들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는 말이다.


실제 사례 하나를 들자면 타인(여기서는 절친)에 대한 신뢰가 이차적인 인지판단오류를 띠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문제에 있어 그리고 항상 판단에 있어 신뢰감을 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오래 전 사진 두장을 보여주며 이런 여자랑 사귀다가 이런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다. 아직 어린시절이라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아니었고 그 이후에도 그 친구는 늘 다른 여성과만 사귀었었지 결혼하겠다던 여성과 사귄적이 없었기에 지나가는 말이었나 보다 했었다. 그러다 두번째 사진 속 여자와 교제하게 되었다. 친구는 이 두번째 사진 속 여성에 대해 순진하고 자기관리 잘하고 단정하다고 칭찬만 했었다. 이런 말들이 그 친구에 대한 신뢰도로 인해 뇌리 깊숙히 새겨져서는 이 여성과 교제하고 얼마 안되어 바지 속으로 손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아! 얘는 너무 순진해서 남자 몸이 궁금해서 이러는 거야" 라는 말도 안되는 해석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것도 일종의 확증편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에 대한 믿음과 친구가 여성을 보는 관점에 대한 신뢰가 어우러져 친구가 그녀에 대해 내린 단정이 최면 제안이 되어 나 자신의 지각을 상실한 채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불러온 것이다. 세상에(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라도) 만난지 며칠만에 남자 바지 속으로 손을 넣는 순진한 여자는 없을테니 말이다. 


이것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단정지은 확증편향이었지만 이와는 반대로 부정적 확증편향이 있을 수 있다. 외모와 말투만 보고 어린소년과 손을 잡고 가는 아저씨를 보고 아동성애가 있는 게이인가로 오해 할 수도 있다. 그 이후 뭘해도 나쁘게 해석했는데 알고 보면 정신지체아동을 돌봐 주고 있었던 것을 오해한 상황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처음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본 직후 누군가가 오해의 소지가 될 언급을 거듭 한다면 이런 경우 좀처럼 그 오해는 풀릴 수 없을 것이다. 풀리기 보다 오해가 더더욱 커져가고 골이 깊어져 갈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개인에게 최면이 악용될 수 있는 경우였고, 이제 사회불안 가중 차원에서 보자.


최면을 통해 "'너는 선택 받은 인간이다. 하나님께서는 너를 높히 쓰려고 네게 고난과 시련을 주시며 이 모든 것은 네가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끝내 예언과 이적을 성취하게 하는 것이다' 라는 최면 제안을 지속적으로 말과 그러한 정서적 동요를 불러오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거듭한다" 면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예언의 완성이라 믿으며 비판적 사고(검열 작용)와 지각을 상실한 채 행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와 유사한 각도의 최면 제안이 종교적 신념이나 투철한 사상적 신념과 더해지면 몇백명이 집단자살을 하기도 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와 학살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히틀러를 통해 세뇌된 인간들이 선동되어 홀로코스트를 자행하면서도 일말의 동요도 하지 않던 것도 군중심리와 최면 암시가 더해질 때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심규선씨의 《너의 존재 위에》 란 노래 마따나 누구든 "나의 존재 위에 나의 의지를 넘어서는 이를 두어선 안될 일이다" 그런 존재에게 언제든 통제권을 넘겨주고 압도 당하는데 자유의지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말이다.


최면은 고도로 집중한 상태이며 의식과 의지가 명료한 상태라 저자는 말했다. 이 『요가수트라』의 "요가는 의식을 통제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도 간과한 것이 있다. 요가에서도 "요가수행 과정에서 '아나하타차크라' 였던가(?)가 각성되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는 것이다. 인간의 믿음은 세상을 바꾸기도 파괴하기도 하지만 자기자신에게 있어서는 그 보다 더 신속하고 총체적인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게다가 "비판적 사고를 우회(왜곡) 해서 없던 신념과 신앙 마저 심어줄 수 있다" 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면 "개인뿐만이 아니라 집단의 의지(자기통제권)도 얼마든지 누군가의 마음대로 제어될 수 있다" 는 것도 수긍해야 할 일이다. 
 
 

 

 
특히나 인간의 안정과 안전을 추구하고 행복을 바라는 바람에다 사람들 내면의 원형상까지 이용한 최면 제안들은 꼭 말이 아니라 사회환경 변화와 영화와 드라마 등 매체를 통해서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형성된 신념(프로그래밍된 MEME)이랄까 행동을 유도하는 강제유입 자원들은 현실과 정보를 해석하는 하나의 필터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필터링을 거치면 결국 누군가가 의도한 바대로의 행동(결과)을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의도와 목적을 띠고 언제든 지속적으로 개인과 대중에게 악용될 수 있다. 1930년대 부터 미국은 대중심리통제부서를 두었었다. 독일에서는 2차세계대전 당시 괴벨스라는 대중심리통제의 귀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서양에서는 근래까지도 공식적으로 LSD라는 향정신성 의약품까지 동원해 사람의 심리를 통제하는 연구에 투자를 적지않게 해 왔다. 이제는 미국과 영국을 시작으로 대중심리통제부서를 신설해 행동경제학자들에게 지휘권을 주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심리통제의 필요성과 그 파급력을 충분히 실감하고 검증해 본 서양세력이 끝내 국민들의 저항도 받지 않을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법적 조직으로서의 대중심리통제기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엔 유럽과 북미를 너머 세계 각국 정부에서 너나할 것없이 대대적으로 대중심리통제부서를 신설하여 운영할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대중의 의사결정에 개입하여 판단을 유도하는 것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을 동원해 합법적인 대중심리통제를 하면서 저항도 받지 않을 것이다. 
 

 

 
환경과 정서를 유도하며 최면 제안과도 같을 신념이랄까가 자신의 해석인양 솟아나오도록 치밀하게 유도해 가면 사람은 최면을 당했는지도 모른 채 타인과 타집단에 대한 공격성향을 띠게 된다. 또 정의라는 얼토당토 않은 역설적 주장을 내세우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도 서슴치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일상과 일상 속 매체들에서 의도를 지닌 최면 제안들이 거듭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숙고하며 살아가야 할 일이다.


※ "최면은 인지능력이 흐려지는 상태가 아니며 오히려 내적인 현상에 대해 명료하고 강력하게 인지할 수 있는 상태다." "최면은 고도의 집중 상태다. 의식와 의지가 명료한 상태다. 의식의 초점이 내부로 향하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반응이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보다 더 높은 상태" 라는 맨 위에서 두번째 세번째 포토를 보자. 최면과 명상의 차이를 찾을 수 없는 문장이다. 과거 부터 "명상은 최면과 다르다" 는 주장이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명상, 기도, 최면을 볼 때 어느 노선까지는 동행을 하고 있다가 세갈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갈래 길에서 깨달음이나 사마디를 추구하면 명상이고, 하나님을 향하면 기도이고, 제안(의도)을 통한 결과 도출을 향해 가면 최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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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브릴은 새벽녘까지 자밀라와 무자히드를 가둬 둔 막사 앞에서 서성이다가 다른 대원들에게 무자히드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고 말하고는 어렵사리 막사에 들어갔다. 밧줄에 묶여 쓰러져 있던 자밀라와 무자히드는 진이 빠진 듯 지친 기색은 역력했지만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브릴은 상의 안쪽에서 숨겨온 가죽 부대를 꺼내 부대 안에 물을 자밀라부터 목을 축이게 하고는 무자히드에게 마시게 가죽 부대를 기울여 주었다.

 

우린 살 수 없을 거야! 너도 알지!”

 

자밀라의 말에 지브릴은 대답할 수 없었다. 이 주변은 온통 IZ 대원들의 참호와 막사가 깔려 있다. 이젠 대원들 대다수가 살상을 위해 훈련된 전사들이었기에 이들을 따돌리고 도망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밀라,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마지막으로 우리를 기억해 줄 이의 얼굴을 보고 죽으니 다행이야. 고마워! 지브릴.”

 

무자히드는 고맙다고 말했다. 무엇이 고마울까? 그들을 구할 수도 없고 자밀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 고맙다는 말은 마치 저주만 같았다. 죽음을 앞둔 이들 심정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지브릴은 지금 지옥을 걷는 듯했다.

 

 

지브릴은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여느 때와 같은 일정이 지나가고 정오 기도를 하고 나서 나씨르가 대원들을 소집했다. 배도자들을 처형하기 좋을만한 사막 한가운데서 대원들은 도열하고 섰다.

 

바로 지금 지하드를 저버리고 알라의 뜻을 배반한 배도자 둘을 참수할 것이다. 형집행은 우마르와 지브릴이 맡는다.”

왜 접니까?”

 

지브릴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럼 누군가 다른 전사가 처형하면 다르다는 말인가?”

 

나씨르 보다도 우마르가 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면서 우마르는 눈 빼고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복면을 착용했다. 지브릴은 넋 나간 듯 그를 따라 복면을 썼다.

 

대원들이 트럭에서 자밀라와 무자히드를 끌어내리더니 대원들이 도열한 곳으로 끌고 왔다. 자밀라는 이미 복면을 한 지브릴을 알아본 것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에게는 말할 자격도 없겠으나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를 주겠다. 너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냐?”

 

나씨르가 무자히드부터 유언을 남길 기회를 주었다.

 

이슬람의 시대정신 그것이 나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질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서 더욱 홀가분해 보이는 무자히드는 죽음으로서 자유로워지겠다는 말도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빛나는 눈을 볼 때 그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아 보였다.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

 

나씨르가 자밀라에게도 물었다.

자밀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고는 말했다.

 

나는 늘 새로운 날을 꿈꿨어.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더이상 새로운 날이 없을 거란 걸 알았어. 그래서 난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자유로워질 기회라고 생각해. 너희를 원망하지 않아. 너희는 그냥 호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일 뿐이니까. 언젠가 너희도 자유로워질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럴 거야, 반드시!”

 

우마르가 무자히드의 뒤에서 그의 목에 칼을 꽂았다. 지브릴은 고개를 돌렸다. 슬겅슬겅 살과 뼈가 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지히드의 고통에 찬 신음이 바람 새는 소리와 함께 새어 나왔다.

지브릴은 두렵고 서럽고 참담했다.

 

뭐하는 거야?”

 

지브릴이 망설이고 있자 우마르가 재촉했다.

넋이 나간 지브릴의 귓가로 자밀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브릴, 망설이지 마! 그럼 내게 고통만 더해질 거야. 고통 없게 보내줘! 나를.”

 

 

이제 결전만이 남았다. 오늘의 공격으로 아탈라의 탈환이 임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적들에게 타격을 주고 동요하게 할 폭탄 테러가 있어야 한다. 이번 테러는 아탈라 도심 내부까지 침투해 번화가에서 폭파해야 한다. ! 누가 지원하겠느냐?”

 

아부바르크가 연설하는 사이 어느새 들어왔는지 라일라와 모나가 나섰다.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아부바르크가 순간 당황한 듯 눈썹을 치켜올리다가 그들을 다시 자세히 보았다.

 

너희가 말이냐?”

저희 남편도 지하드를 위해 장렬하게 전사하였습니다. 이제 저희도 지하드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IZ의 대원들이 아탈라 도심 한복판까지 가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미망인들이 차도르 안에 폭탄 재킷을 입고 침투한다면 도심 한복판까지 진입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아부바르크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바로 승낙했다.

 

너희 검은 미망인들이 남편의 유지를 받들고 지하드에서 한 역할을 하겠다니 갸륵하구나. 너희와 너희의 남편 그리고 너희의 가문 모두에 영광이 있을 것이다.”

 

그녀들이 침투하여 아탈라 도심에서 폭탄 테러를 성공시키면 전 부대가 정부군을 공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소식이 들려오자 아부바르크는 상당히 애석해 했다.

 

쓸모없는 것들. 여자란 것들은 정말이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구나.”

 

정찰병은 라일라와 모나가 번화가에 못 미쳐 자그마한 폐가에서 자살 폭탄 재킷의 스위치를 잘못 누른 듯 폭파되어 죽었다고 전했다. 그녀들은 실수로 자유로워진 것일까?

 

 

전 부대원은 지프차와 트럭을 타고 아탈라의 진입로 인근으로 향했다.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하룬이 조용하고 낮은 소리로 속삭이듯 지브릴에게 말했다.

 

이 전투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미국에서 온 신참 하나가 그러는데 미국방성과 정보부가 우리 훈련소 위치들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군.”

그런데도 폭격을 안 한다는 거야?”

미국 뉴스에서는 전략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한다는데 전략적으로 적의 유닛 생산시설을 그대로 둔 채 생산해내는 유닛들만 상대한다는 게 제정신으로 할 전략도 전술도 아니지.”

그럼 왜 미군이 정부군과 함께 우리에게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않고 우리를 섬멸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야?”

내가 보기엔 이것들은 이 전쟁이 장기화가 되기를 노리고 있는 거야. 이 전쟁이 장기화가 될수록 중동지역과 중앙아시아에서 보호의 명분으로 지들 입지를 높이고 지들 나라 내에서 군사비용을 확대하고 그러면서도 지네 국민으로부터 저항을 받지 않을 테니까. 또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내정에도 간섭하면서 원유를 제어할 수 있으니까.”

정말 진저리나도록 악마다운 나라구나.”

이 전투는 짜고 두는 체스판 같은 거야. 체스를 두는 놈들이 원하는 대로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게임 말이야.”

 

저 멀리 정부군과 그들의 장갑차들이 보였다. IZ 대원들이 진격하자 모래바람이 스쳐 갔다. 모래바람이 그치니 그 많던 정부군이 모두 사라지고 장갑차 두 대만 덩그러니 보였다. 모두 가까이 다가가서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이 겁쟁이 녀석들. 죽음이 두렵다고 장갑차들과 소총, 탄창, 화염방사기, 대전차 직사화기와 탄환들을 모조리 두고 도망간 거야?”

우리는 알라의 전사들이니 저들은 명분도 없고 두려움밖에는 일지 않았겠지.”

 

 

태양은 여느 날처럼 다시 떠올랐다. 이른 새벽 지브릴도 여느 날처럼 다른 IZ 대원들과 함께 도열하고 서서 지도자의 연설을 들었다.

 

우리는 이제 알라의 뜻과 지하드 전사들의 용맹과 병기까지 모두 갖추었다. 더는 우리를 막을 그 무엇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전면전을 벌이는 동안 아탈라 내부에서 적들을 혼란에 빠뜨릴 폭발이 더 있어야 한다. 누가 지원하겠느냐?”

 

그래, 또 이런 기회가 있을 줄 알았어!’

 

지브릴은 아부바르크의 물음에 바로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지브릴은 아탈라 도심을 걷고 있었다. 그가 입은 토브 아래로는 폭탄 재킷이 있었다. 그는 차분히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라일라와 모나가 쓸모없는 것들이라 빈 폐가에서 자폭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은 무자히드처럼 자밀라처럼 자유를 향한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이 그들보다는 자유로웠을 뿐... 아니 그들도 자밀라도 무자히드도 결코 자유롭게 자유를 찾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슬람의 시대정신이 그들에게 자유를 향할 수밖에 없는 압박을 더한 것일 테니 말이다.

지브릴은 이슬람의 시대정신 IZ 전사들이 나타나자 모든 중화기를 버려두고 정부군이 도망간 그 순간 알아버렸다. 하룬의 말이 맞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이 시대는 모두가 짜고 두는 체스 같은 것이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이미 모두 결정 나 있는 것이다. 저항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이 그렇게.

지브릴은 공터가 보이자 그곳 중앙으로 가 자신의 토브를 툭툭 털고 앉았다. 지브릴은 자밀라가 새로운 날을 찾아 떠나자던 그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밀라도 깨달았을 것이다. 더는 새로운 날이 없으리라는 것을. 이곳을 완전히 떠나버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를 찾을 기회이다.

 

그래, 고통 없게 가자!”

 

공터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솟구쳤다. 그렇게 지브릴은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알라께로 가닿을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알라의 뜻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자유로울 것이다. 카림처럼 라니아처럼 라일라처럼 모나처럼 무자히드처럼 자밀라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들이 찾은 자유가 이 시대에 유일하게 자유를 향할 수 있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누구라도 모를 길 위에 있을 테니까.

 

< >


처음에 이 단편소설을 구상할 때는
단편이 아니라 장편으로 또는 희곡으로 쓸까도 고려했던 이야기 입니다.
짧게라도 이야기들을 완결 지어보고자 썼던 작년의 활동에서
탄생한 이야기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다시 탈고를 하면서 새삼 느끼기에는 
한 지역의 시대상황으로 이 시대의 상황과 대중이 느낄 내적 동요들을
잘 녹여냈구나 하는 자기감상이 일었습니다. 

묘사나 기교는 미흡하지만 
이 단편소설을 통해 내적 동요가 이셨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나름의 보람을 느낄 것만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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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부군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폭탄 테러를 할 것이다누가 이 성전(지하드)을 위해 용맹히 산화하겠느냐지원자는 나서 거라.”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한 아부바르크의 물음에 서로 눈치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금세 지원자들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라일라의 남편 이스마일과 모나의 남편 무스타파가 나섰다그 외의 지원자들도 나서려 했으나 그보다 앞서 아부바르크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래너희 둘이 가거라너희에게 각자 72알의 흰 건포도가 주어질 것이다.”

 

72알의 흰 건포도는 무슬림 전사가 용맹히 전사하였을 때 무슬림들의 천국에서 주어지는 72명의 처녀를 의미했다그것은 죽음을 달갑게 맞이하라는 부추김 같은 그런 말이었다결혼을 한지 이틀 만에 이스마일과 무스타파는 자살폭탄 테러를 위해 아탈라로 떠나 사망했고 라일라와 모나는 미망인이 되었다.

 

와합 마을의 주변 사막은 온통 IZ의 훈련소가 되었다아부바르크가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지하드에 뛰어들어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지하드 전사가 되기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올렸다그와 동시에 정말 말 그대로 전 세계 각지에서 무슬림 청년들이 와합 마을로 찾아들었다.

 

단도를 그 높이로 찌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혈관을 절단하는 거야.”

 

영국에서 온 SAS 출신 전사인 파델이 신참들에게 근접전을 가르치고 있다무자히드도 그 가르침을 받고 있었지만 지브릴은 요즘 들어 무자히드가 어떠한 표정이라도 얼굴에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그는 자밀라와 신혼이었는데도 전혀 행복이 무언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지브릴은 그를 보며 원망과 시샘을 가질 틈을 찾지 못했다지브릴과 함께 IZ 대원으로 자원해 이슬람의 시대정신을 거치는 이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하나둘 행복을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후가 되자 신참들과 기존 전사들 중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결혼식이 있었다미망인들도 참가하라는 말을 듣고 라일라와 모나 역시 찾아왔다.

 

라일라는 모나가 라일라의 차도르 소매자락을 끌어당기는데도 불구하고 아부바르크에게 물었다.

 

지도자님저희는 미망인이 된지 이제 3일이 됐을 뿐이에요죽은 남편을 애도할 시간도 없는 건가요?”

애도는 필요 없다그들은 이미 천국에서 천국에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너희는 무슬림으로서 지하드를 다하며 죽어갈 전사들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위로하고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면 될 뿐이다.”

 

망설여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꺼냈던 라일라 덕분에 라일라와 모나 둘 다 자신들의 처지를 선명히 알게 되었다. ‘이 시절에 태어난 우리는 그저 소모품일 뿐이구나’ 라일라도 모나도 그리 깨달았다그리고 아무 저항 없이 라일라는 기존의 전사 하싼과 모나는 신참인 하림과 짝지어졌다.

 

하싼은 라일라가 무표정한 걸 보고도 이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게 된 것이 너무도 만족스러웠다대개의 신참과 기존의 전사들 중 이번 결혼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하싼 만큼 흡족해하는 사람도 흔치는 않았을 것이다.

 

전사들은 아탈라의 근교까지 진격해 들어갔다하지만 정부군이 줄행랑을 칠뿐 전사자는 한 명이라도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하루하루가 가면 갈수록 지하드에 지원하는 유럽과 미국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지원자들이 넘쳐나게 들어왔다동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까지 청소년 한 명이 지원해 왔을 정도다심지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도 소녀들이 전사들을 위한 아내가 되어 헌신하겠노라며 지원해 오는 경우들도 허다해졌다모두가 이슬람의 시대정신에 열광했다.

 

와합 마을을 시찰하면 이젠 거리를 메운 모든 남성이 검은색 전사들이었고 모든 여성은 차도르를 걸치고 있었다그들은 전사가 아니면 전사의 아내들이 되고자 태어난 사람들인 양 그리 믿고 와합 마을로 모여든 것이다.

 

마을 소년 하싼이 거리를 지나다 차도르를 걸친 라일라와 마주쳤다.

 

라일라 굉장히 오랜만에 외출했나 봐요요즘 통 보이지 않더니요.”

하싼 너는 절대로 죽을 일은 하지 말 거라절대로 죽지 마라하싼!”

 

라일라는 자신의 남편과 이름이 같은 이 소년에게 맥락도 없이 죽지 말라고 죽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는 눈물이 그렁해져서 돌아섰다.

 

 

우리는 아탈라라는 요충지를 획득할 것이다이곳은 본래 우리 무슬림들의 땅이니 이교도이자 악의 화신인 미국 군대와 결탁한 저 배도자 무리에게는 정당성도 알라의 뜻도 함께하지 않는다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아부바르크의 연설로 전사들은 이제 전투할만한 의욕이 깃들 제대로 된 전쟁을 하게 되었다고 만족해하며 웃었다지브릴은 무자히드도 웃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그의 웃음은 뭔가 허탈한 듯한 웃음이었다.

 

아부바르크는 다시 한번 폭탄 테러를 지시했다이번에도 자밀라의 남편 하싼과 모나의 남편 하림이 지원했다아부바르크는 하싼이 지원한 것에서는 못마땅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으나 잠시 고심하는 듯하다가 이내 허락했다.

 

하싼과 하림은 지프차에 폭탄을 싣고 아탈라 인근 정부군 집결지 부근에서 자폭했다이들도 결혼 며칠 만에 자살 폭탄 테러에 자원한 것이다들리는 말로는 라일라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대문 밖까지 울려 퍼졌다고 한다라일라도 모나도 두 번째 미망인 생활이 되었다하지만 그들도 그 기간이 그리 길 거라 짐작하지는 않았다게다가 그들이 잃을 건 이제 남편만이 아니었다.

 

 

야심한 시간에 아부바르크가 소집을 했다지브릴을 비롯한 대원들은 하나둘 본부 막사로 모였다지브릴이 대원들 틈에 끼어 막사로 들어서자 막사 중앙에 피투성이가 된 무자히드와 자밀라가 보였다.

 

이들은 배도자들이다성전을 위해 죽음도 불사해야 할 전사와 그를 내조해야 할 그의 아내가 함께 탈영하려 했다이들은 알라의 뜻을 배반한 것이다.”

 

무자히드와 자밀라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듯 아무 말도 없었다아니면 탈영 중 잡혀 모진 폭행을 당하다 지쳐 말할 기운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지브릴은 답답하고 암담했다.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어찌할 수 있나도대체 난 어떡해야만 하는 걸까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그가 자괴감에 빠져있는 동안 아부바르크는 간명하게 지시했다.

 

이들은 내일 오전에 처형할 것이다그때까지 가둬두고 물 한 모금 주지 말아라.”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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