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말고 책을 주문했다.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


“(14) 알려진 바대로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자였다. 당시의 법에 따라 ‘막중한 풍기 문란’죄명으로 감옥에 갇혔고 출옥한 이후에 가족과 결별하여 병과 가난으로 고통을 겪다가 파리의 작은 호텔 방에서 홀로 죽었다. 그의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책에는 고통스러운 욕망을 향하는 사람이 희망할 수 있는 사랑과 죽음의 진실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행복한 왕자>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가 실린 <오스카 와일드, 아홉 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존재들은 *‘마음이 터져’ 죽는다*. 나는 살아 견디지 못할 만큼 강렬한 마음이란 무얼까 궁금해한다. 아마도, 행복한 왕자의 말처럼, ‘불행만큼 큰 신비는 없다.”


마음이 터져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은 뭘까. 세상에 그런 아프고 슬픈 것이 있단 말인가!!!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던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마음이 터져서 죽을 것 같은 마음이란? 음. 😏😏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마음을 터뜨리지 마. 마음은 터뜨리는 게 아니야. 살아서 견뎌. 강렬하지 마. 감정 낭비야. 감정을 왜 낭비해. 기운이 남아돌아? 행복한 왕자여. 마음을 터뜨리지 말고 일단은 기운을 좀 아껴뒀다가, 장어 구이 같은 걸 먹고 난 후에, 운동장을 다섯 바퀴 정도 뛰고, 유산소의 맛을 좀 본 뒤에 그래도 기운이 남으면 벤치프레스 같은 것도 좀 치고, 근육 그런 거 있냐 왜. 좀 만들어봐바. 내 생각엔 마음은 없고 근력이 마음력인 거 같어. 강한 마음! 강한 마음은 강한 근육에서. 마음은 몸. 몸은 마음. 건강한 정신. 건강한 육체! 응?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이 쉽게 터지지 않을 거야. 어렵게 키운 근육인 만큼 감정을 막 아무데나 낭비하고 싶지 않아질 거라니까?


그래도 막 불행한 사랑이 막 하고 싶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켜서 귀여운 걸 봐. 막. 엄청 귀여워서 어금니 꽉 깨물고 싶은 거. 애기 펭귄이나 고양이 그런 거 있잖아 왜, 지구 뿌수고 싶은 거. 으아아악 너무 귀여워!!!!!!!! 그러고 나면,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현실을 개탄 할 수밖에 없고. 왜 인간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80억에 육박하게 된 것인지 가능하면 타노스의 건틀렛을 아, 이게 아니고....


그러니까, 

마음... 아파서 죽어서 터져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을 외면하면 안 되지...


외면하지 말자.

내게 그런 마음이 있나? 있었나? 없나? 없어졌나?

있다. 어디엔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게 푹 와서 찔리고 그러는 거다.

아무튼 외면하지 않으려고, 푹 잠겨 있어보려고, 책을 샀다. 사는 김에 다른 것도 많이 산 건 안 비밀이다. 아무래도 책 사려고 돈 버는 거 확실함. 대한민국의 출판 시장이여, 나 믿고 좋은 거 많이 만드세요. 그리고 페미니즘 고전 문학 미네르바 시리즈 내고 있는 동서문화사 잘했습니다. 제가 1권만 두 권 샀어요. 내 꺼, 친구 꺼. 알라딘에서 한 권,(땡투 받고 부자되세요.) 교보에서 한 권. 


“(15)<사랑의 단상>에서 롤랑 바르트는 베르테르의 말을 빌려 이렇게 쓴다. "마음은 계속해서 내게 남아 있는 것이며, 이 마음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잊혀지지 않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린아이 만이 잊혀지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렇다. 잊혀지지 않는 어린 내 마음을 나 혼자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쪼꼼쪼꼼씩 꺼내 놓고 되는 만큼 보살펴주려고 한다. 요즘. 난. 어렵다. 화나고 짠하고 그렇다. 아무튼. 돈 벌고, 멍 때리고, 걷고, 조금 읽고, 안 쓰고, 머리 아프고, 몸 아프고, 아니다 싶으면 퇴각해서 딴 짓하고, 그렇게 지낸다. 괜히 바쁜 척 안하려고 을매나 노력 중인지. 오늘은 정말로 없는 기운 짜내서 아주 알뜰하게 잘 나를 보살펴주었다. 잊혀지지 않고 있었던 마음을 똑띠 봐주고 걔대신 화내줄 기운은 좀 없어서 그냥 너 이상한 애 아니라고 열다섯 번 넘게 말해줬다.


“(19) 그러므로 모든 시간들이 내재한 시간의 경험으로서, 지금의 마음과 현재의 말이 중요하다. 이들에 접근하기 위해 현실적인 갈등과 모순이 깨끗하게 부인되는 청정한 공간에 대한 미망을 벗어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전투와 경쟁의 서사로 사회를 단순화하고 승패의 운명으로 규정 짓는 논리 역시 위험하다. 대신 무엇인가와 조우하고, 이 관계를 의미화하고, 그 무게를 사유 하는 마음가짐이 소중할 것이다. *마음가짐이란 정동이고 그 실천이다.*

삶의 느낌과 경험은 표현이 된다. 표현expression은 재현representation이나 반영reflection이 아니다. 그래서 정확이나 왜곡이 말해질 순 없다. 실재의 묘사가 아니라 느낌과 생각의 개입에 의해서 고유한 방식으로 현실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상事象이 언어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에 의해 경험과 의미가 형성된다. 따라서 그 생성의 질과 강도가 사유되어져야 한다.”


인용 문장 잔뜩 따온 이 책 <마음의 말>은 좋을 줄 알았는데 역시 좋았다. 프롤로그만 여러 번 읽었다. 아름답고 어렵고, 어려워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김예란 교수님 당신 누구신가요? 주체의 윤리학에 정동 연구라니.🤤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 푸코, 버틀러, 한숨 푹푹 나오지만 선생님이 어렵고 아름답게 잘 쓰셨을 테니 열심히 읽어 볼게요. 정동 궁금했써여! 제가 페미니즘이 아니었으면 이런 글을 감히 읽어봤겠습니까? 세상에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겠냐구여... 암튼 저도 빌리 아일리시랑 <디디의 우산> 좋아하고요. 오스카 와일드 샀습니...


좋은 마음과 좋은 말 (당연히 예쁘기만 한 그럴듯한 말을 뜻하는 건 아니다) *묘사가 아니라 고유한 방식으로 현실화*된 그런 말들을 더 공부하고 싶다. 그런 언어들을 만들고 싶다. 그런 삶을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암튼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어떻게 살고 싶은 모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좀 순하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 그러기 위해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게 기억조차 안 나는 아주 오래전의 해묵은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라면 꺼내 놓고 찬찬히 다시. 내 기질대로 용감하게. 그냥, 나 답게. 직면. 몰랐으면 몰랐지만 알았으면 직면. 직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진실까지가 나라는 인간의 크기다. 물론 이미 나는 큰 사람이지만 더 커져야 함. ㅋㅋㅋ


나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사랑이 뭘까. 일단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여겼던 것에 대한 확실한 청산.

오늘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면 써두기.

내가 번 돈으로 전문적인 조력자를 구하고, 내가 만든 안전한 관계들에게 때때로 도움을 요청하며, 

그러나 결국은 내가 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나를 비난하고 굶기는 짓을 그만두고 나쁜 감정들을 잘 들여다 봐 주는 것.

괜찮아질 것이다. 괜찮아져 왔으니까.


I'm getting older, I think I'm aging well
I wish someone had told me I'd be doing this by myself

There's reasons that I'm thankful, there's a lot I'm grateful for
But it's different when a stranger's always waiting at your door
Which is ironic 'cause the strangers seem to want me more
Than anyone before (anyone before)
Too bad they're usually deranged
Last week, I realized I crave pity
When I retell a story, I make everything sound worse

Can't shake the feeling that I'm just bad at healing
And maybe that's the reason every sentence sounds rehearsed
Which is ironic because when I wasn't honest, I was still being ignored
(Lying for attention just to get neglection)
Now we're estranged
Things I once enjoyed (ah-ah)
Just keep me employed now
Things I'm longing for
Someday, I'll be bored of
It's so weird
That we care so much until we don't
I'm getting older, I've got more on my shoulders
But I'm getting better at admitting when I'm wrong
I'm happier than ever, at least that's my endeavor
To keep myself together and prioritize my pleasure

'Cause to be honest, I just wish that what I promise
Would depend on what I'm given (not on his permission)
(Wasn't my decision) to be abused, mmm
Things I once enjoyed
Just keep me employed now
Things I'm longing for, mmh
Someday, I'll be bored of
It's so weird
That we care so much until we don't
But next week, I hope I'm somewhere laughing
For anybody asking, I promise I'll be fine
I've had some trauma, did things I didn't wanna
Was too afraid to tell ya, but now, I think it's time


이 책은 느낌과 생각이 몸으로 나타나고 텍스트로 표현되면서, 혹은 이 기획들이 침묵하거나 실패하면서, 한 사람이, 여럿이, 그리고 사회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과 의미를 탐구한다. 이 점에서 <마음의 말>은 마음의 구조에 관심을 두는 사회과학 연구의 훌륭한 노력들과 연관되는 동시에 약간의 거리를 유지한다. 공통적으로 마음에 관심을 두지만, 그것을 구조화된 공간으로 모델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미처 구조화되기 이전에, 혹은 구조화의 범주를 넘어, 마음의 생기와 운동에, 그 위험과 가능성에, 그리고 마음이 자신을 표현하는 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 P11

정동은 경험과 표현을 만드는 힘이지 그 산물이 아니다.
사회는 마음과 말로 만들어진 거대한, 복잡한, 모호한, 추악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우리가 나름의 의미를 지닌 세포 덩어리로 살 수 있는 힘은 진실의 현실적 부재를 깨닫는 투명과 용기, 그럼에도 진실을 향하고 빚을 줄 아는 인내 어린 상상에서 나온다. 그 느낌, 생각, 행위들이 한데 엉켜 발버둥치는 관계적 공간이 사회다. *그래서 그 사회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체계나 구조처럼 명확한 추상영역 뿐 아니라 서로 다른 크기나 방향을 가진 힘들이 공존하여 다투거나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현장이 해석*되어야 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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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2-11-27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ㅠㅠ 마음 파열 조심합시다….

공쟝쟝 2022-11-28 15:00   좋아요 1 | URL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해서 마음이 터져서 죽는 걸까요? 세상에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 근데 그냥 사랑하면 굳이 안 가져(?)도 마음 안터지는 거 아닌가? 아 심오하다 심오해ㅡ! 심장 터져벌이는 사랑이 궁금하다!!!!

persona 2022-11-28 16:30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해요. ㅎㅎㅎ

공쟝쟝 2022-11-28 16:58   좋아요 1 | URL
근데 터지지 말자요ㅋㅋㅋㅋ (대체로 심장아니라 복창터짐 ㅋㅋㅋ)

2022-11-28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관계를 잃는 것이 두려워 굴욕을 참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폭력을 견디는 것이 사랑을 잃는 것보다 낫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지 않다. 그것들은 사랑이 아니라고 이제 와서는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사랑이 무엇이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내 능력치 바깥의 일이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더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것 역시 존중할 만한 결단이다. 관계는 어느 일방의 희생 만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젠 알게 되어 버려서, 내가 알 수 없는 관계를 내가 아는 것처럼 넘겨짚어 조언의 말을 얹을 수도 없어졌다. 그와 아예 다른 결에서 최소한의 자신을 지킬 능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로 어떤 기투를 감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차라리 좀 말리고 싶어 하는 편이긴 하다. 


솔직히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기준에 합당하다면 (물론 기준이 높지만) 건강한 정상 가족을 꾸리는 것이 행복(과 사회의 안녕)에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도 좀 알겠어서 잘 살기를 바란다(다만, 그것만이 선택지의 전부인 것처럼 내미는 한국 사회는 싫다). 모순인 건 알지만 정상적인 가족에서 정상적인 교육과 사랑을 받고 정상적으로 번듯하게 잘 자란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편인데, 음. 이런 말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


현재 진행형일 때는 바로 보기 힘들지만, 사건의 시점이 완료된 후에 돌이켜 보았을 때.


내가 가까이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용감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동정심에 좀 약한 편이다. 특히 후자에 있어서 생각이 좀 많아졌다.


남자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서 미투를 활용한 여자 사람을 실제로 여럿 보아왔다. (이렇게 쓰자니 조심스럽다. 반페미들이 꽃뱀 운운할 거 같음.) 인터넷에서는 더 흔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미투의 의미가 축소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자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여자들의 공감 능력을 이용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여자 동료들을 공격하는 인격을 가부장제 하의 여성이라고 감싸는 것도 페미니즘의 몫인가. (구조적으로 그런 성격이 만들어지기 쉽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까지가 내 페미니즘 공부였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떠나 놀랍도록 자기만 끝까지 피해자인 줄 아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는 데, (정희진은 그것을 '가해자의 피해의식'이라고 부르더라.)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몫을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합리화의 달인이라는 점? 때로 합리화가 몸에 배어있어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능력까지 갖춘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208) 자신을 가해자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난 여기서 "(211)가해자의 피해 의식"까지는 운운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나 역시 가부장제에 가담한 공모자이며 가해자고, 피해자이고 희생자(어쩌면 생존자)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떤 도구로 사용되어 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를 해석하는 글감으로는 사용한다, 그걸 어디까지 전시할 것 인가가 항상 고민스럽다.) 남들이 그래도 고통스러울 텐데, 나 스스로가 나의 상처를 타인들에게 사랑 받기 위한 도구나 이해해 달라는 당위의 요구로 활용한다는 것은 내 상처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것들에게서(내 생각엔 정말로 사랑한 것들 만이 정말로 상처 줄 수 있다) 받은 나의 고유하고 치명적인 상처는 내 스스로가 두고두고 분석하며 세심하게 보살펴 봐야 할 것이지 타인에게 쉽게 이해되거나, 함부로 동정할 수 있는 무엇으로 취급되게 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이런 종류(상처와 고통이 해석의 자원인)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이런 것인데 "나도 피해자여서, 어쩔 수 없었어"라면서 상처 뒤에 숨는 것. 은 좀 더. 싫다. 그런 사람들. 미안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더 많이 이해해줘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건 뭐냐면. 내 자존감의 근거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면, 그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먼저 말해야하는게 관계에서 예의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자신의 피해자성이나 고통과 약점을 내세워 타인의 선량함을 이용하고 조종하려 드는 거. 상황의 절박함을 떠나서 그건 정말 별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타인을 조종하려 드는 것은 다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절박하지 않았거나, 특별히 강한 사람여서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당해야 할 몫, 책임져야 할 몫. 그런 것들을 도외시하고 발 뻗고 자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적어보고 있는 중인데... 나흘 뒤의 아침임ㅋㅋ 남의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상황이 이게 그렇게 까지 싫었던 이유는 휘둘린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인 것 같고, 괜히 오지랖 부리다가 곤란했던 상황에 빠지고 난 후에는 그게 내가 가진 변형된 나르시시즘이라는 생각에 가 닿았기 때문이다. 난 타인을 기꺼이 도울 수 있을 만큼 유능하거나 강한 사람은 아직 아니다. + 다른 층위에서, 나도 내가 아프니까 먼저 살고 봐야지 한 적이 있었는 데, 좀 괜찮아지니까 바로 죄책감이 올라와서 발 뻗고 못자겠더라.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니 이미 늦은 적이 있었다. 사과해도 안되더라. 경제적 손실이나 명예에 해를 입힌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를 관계 문제였는 데, 다 어른들이니까 좀 아프고 말겠지만, 그래도 그러지 말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잠을 많이 자는 나는 잠자리가 꿈자리가 편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는 안다.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분명히 대가가 따른다. 대가가. 누군가를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역시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나나 잘하면 되는 거고.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으니 그러지 않으면 되는 것인 듯.


당연히 사랑을 잃는 것은 나 자신을 잃는 것보다 두려운 일이 아니다.

사랑을 잃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도 안하는게 좋지. 

(여자니까 그럴 수 있어!가 아니라 여자면 더 그러지 말자. 여자여, 사랑 좀 잃어도 된다. 남자들의 사랑이 뭐 별건가.)



‘피해자 편‘을 들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목표도, 전망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일 뿐이다. 이걸 위해서 피해자가 인생을 걸어야 하는 사회라면, 희망이 없다. 페미니즘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사상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그 이상이다. 페미니즘의 관심사는 피해와 가해라는 위치가 주어지는 방식 자체에 있다. - P9

피해자의 위치에서만 발화가 가능해지는 사회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경험을 사회에서 이해받을 만한 서사로 구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고통을 자원으로 삼게 된다.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피해 사실을 반복적으로 공표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는데, 이것만으로도 피해자의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 P10

가해와 피해는 일상이지만, 자신을 가해자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피해는 저절로 자명한 사실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합의하는 피해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중 어떤 문제는 개인적, 미시적, 가벼운 피해이고 어떤 사안은 구조적, 거시적, 심각한 피해인가? 구조와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는 없다. 또한 모든 사회 문제는 연동하기 때문에 구조와 개인, 공과 사의 구분도 의미가 없다. 피해의 위계는 더욱 위험하다. 사람들은 ‘내 고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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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6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1-26 16: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이건 진짜 저도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건데, 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자신의 자존이 깨지는거라고 생각하는지 진짜 이상하더라구요. 그런 사람 진짜 주변에 많아요. 사소한 일에서부터 심각한 수준까지요. 그런데 이 책보면 왠지 그 궁금증이 좀 풀릴 것도 같네요. 자신을 가해자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없다군요. 아닌데..... 우리들은 언제나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품고 사는데말이죠.

공쟝쟝 2022-11-26 17:12   좋아요 2 | URL
저는 음 ㅋㅋ 선악구도의 이분법과 권선징악의 오랜 역사가 ㅋㅋㅋ 그런 사고 방식을 도식화시켰다는 생각도 들어요! 뇌과학 책에서 ㅋㅋㅋ 뇌가 제일 좋아하는 게 ㅋㅋㅋ 막장드라마라고 ㅋㅋㅋㅋ 그게 쉽대요 ㅋㅋ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어렵고 ㅎㅎㅎ
권력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고,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고요…
그런데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그 말에 자기를 숨기는 사람도 좀 봤어요.
바람돌이님 말대로 내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걸 늘 인식하며 사는 삶을 배워야할 것 같아요…!

잠자냥 2022-11-26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 갑자기 추워졌는데, 따뜻한 군고구마 같은 글이다….. 여자여, 사랑이 가면 또 온답니다~~

공쟝쟝 2022-11-26 17:24   좋아요 3 | URL
또 와? 자냥님… 난 안와….. 괜찮아….없어도 잘 살아… 군고구마 사먹으러 가야지….
 

세상에는 ‘혼자’라는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과제인 사람도 있다.

나는 비로소 혼자. 가 되었다. 나는 드디어. 혼자. 가 되었을 뿐이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 돌아가서 푹 쉴 곳이 충분히 혼자가 될 수 있는 조용한 고양이가 있는 내 집이라는 게 너무 좋다.


혼자에게는 당연히 외로움도 따라오지만, 내가 똑똑히 고독 속에서 들여다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러니 일시적 외로움의 해소를 위해서 질 낮은 선택들을 하면 안돼.

차라리 그 시간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낫다.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아. 

그것들은 지나갈 뿐이며 나를 해치지 않는다. 나를 해쳤던 것은 질 낮은 관계들. 

매달렸던 것은 댓가가 따랐던 사랑과 인정과 갈망들.


진공의 시공간을 혼자서 통과하면서 나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오랜 시간 앓아온 마음인 만큼 시간과 공을 들여 살펴야겠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님. 봐줘야 한다. 가엾고 딱하고 안쓰러운데 걔한테 가혹하게 굴지 말자. 모르는 척 하지 말자. 나는 천 번을 모르는 척 하다가 천 한번 째에 잠깐 집중하고 딴청을 피우고 막 그래. 그런데 계속 걔가 느껴져서 쳐다봐주기로 한다. 그런데 그럴 때 마다 머리가 데인 듯이 뜨겁다.  


아침에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어쩌고가 떠올라서 검색했는 데, 안전의 욕구 다음은 사회적 욕구고 맨 끝에는 자기 실현의 욕구. 나는 안전의 욕구를 스스로의 힘으로 꾸려 놓았을 뿐이고 그걸 하기 위해 만든 조건이 혼자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야 한다. 굳히기. 안전하구나. 그건 내가 만들어 낸거다.


그리고 이젠... 너무 지치는 일이지만 어떤 것들을 해결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봐도 좋으려나. 

할 수 있는 만큼만 이라고 생각하는 데, 눈물 범벅이 되서 머리 아파 죽겠다.

약해진 상태에서는 아무에게나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좀 배우게 되었다.

쉴 때는 바쁘게 쉬는 거 금지. 속 안에서 올라오는 상처들에 집중하기. 잠겨있기.

이 시간들을 통과하는 동안 내가 일기를 쓰는 사람인 게 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자들을 매만지다 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머리를 흔들고 뭐 그랬다. 

감정에 맞는 몸 짓을 해줘야 감정이 해소 된다고 한다.

그만 파내려고 했는 데 더 파내야 할 것들이 있었어. 

마흔 전에 안 게 어디야.

당분간 잘 먹어야겠다. 



-사랑, 사랑이 뭘까요.

-어려운 거 아니에요. 하나 하나 풀어놓고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그것들에게 잠겨보는 거. 그걸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려고 온 거예요.

-너무 화나서 너무 슬퍼서 아파서 그러고 싶지가 않은 데요. 벌써 이렇게 머리가 아픈데.

-이제 시작예요. 하실 수 있어요. 


사랑 받고 싶어서 노력하는 내가 보인다.

어른이 된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해는 어린 아이의 몫이 아니다.

이해는 아이의 몫이 아니다.

너 잘못한 거 없어. 너 이해 할 필요도 없어.

그 말은 틀렸어. 그 말들은 의미가 없어. 

발이 시리고 춥다. 그래도 이젠 다시 집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

내 집이 있으니까.



마음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내면에서 벌어지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잔디밭 위에 선 채 나 자신의 멍청한 갈망을 노려보았다. 적막함이 밀려들어왔다. 나는 외로웠다.
- P102

그 후에 내가 외로움에서 나 자신을 비틀어 떼어냈던 게 기억난다. 외로움은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 몸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기로 균형이야 말로 모든 것이었다. - P102

나는 내 주위 잔디밭을, 건물들을, 주차장을, 직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조그맣고 빈틈없는 세계를 둘러보았다. 이 세계에서 내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방법을(다시 말해 무례한 모욕을 피하고 어디까지 굴복할지 한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똑바로 앞을 보고, 입을 다물고, 온전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 P102

삶의 크기가 얼마나 되든, 그것이 무엇으로 구성되든, 삶은 순간이라는 좁고 똑바른 길을 걸어 나가는 데 달려 있다고 나는 단호하게 생각했다. 나는 몽상으로부터 몸을 돌려 걸어갔고, 주방 문을 통과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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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9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도 아픈데 당연히 당분간 맛난거 많이 드세요. 이럴 때는 또 예쁜것들을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돼더라구요. 내가 나를 대접해주는 느낌이랄까?

2022-11-19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0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0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1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 반전 ㅋㅋㅋㅋ 너무 웃겨 ㅋㅋㅋㅋ 노후 가구 생활만족도 최저는 2인가구… 최고는 싱글가구 ㅋㅋㅋㅋㅋ
소통이 귀찮은 사람은 부모가 되지 않는 것이 좋다로 일침 놓으셨던 우에노 치즈코 선생님은 처음부터 자녀 없이 살면 특별히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완결을 내 주심 ㅋㅋㅋ
80억 인구시대에 필요한 대철학자 ㅋㅋㅋ
너무 재밌음 ㅋㅋ 계속 읽겠음 ㅋㅋㅋㅋㅋ 



‘첫 책에서 2인 가구의 생활 만족도가 최저라고 해놓고 지금 무슨 소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2인 가구의 생활 만족도는 남편과 아내가 매우 달랐다. 싱글의 만족도는 남녀 모두 평균 74점으로 거의 비슷하게 높았다. 반면 2인 가구는 남녀 양쪽 모두 싱글보다 만족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더 낮았다. *쓰지가와 씨는 ‘2인 가구는 아내의 단독 패배’라고 정통으로 지적했다.*

😤 비참한 노후를 대비하여 결혼해야한다는 사기는 남편들이 친 것으로 밝혀져…

그럼 남편과 아내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2인 가구의 노후 행복의 비결로 다음 일곱 가지를 들 수 있다.
비결 1. 서로를 이해한다.
비결 2. 가사 분담을 확실히 한다.
비결 3. 가치관이 달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비결 4. 눈앞의 불만은 사소한 거라 생각한다.
비결 5. 둘이 있을 때부터 미리 혼자가 되었을 때를 준비한다.
비결 6. 시간적, 공간적으로 거리를 둔다.
비결 7. 자신의 세계에 파고든다.

😤 네 그렇다고 합니다. 근데 그럼 왜 같이 사는겨…?

‘역시 싱글은 외로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쓰지가와 씨가 지적했듯이 ‘외로움은 대부분 일시적인 감정’으로 ‘일정 시기가 지나면 익숙해진다.’ 따라서 싱글이 된 지 얼마 안 된 초보 싱글은 외로움을 느끼지만 ‘처음부터 혼자라면 외로워하지 않는다.’

😤 좀 더 버텨보쟈 초보싱글 쟝쟝 ㅋㅋㅋ

"만족스러운 노후의 모습을 따라가 보니 결론은 혼자 사는 거였다. 노후의 생활 만족도는 익숙한 장소에서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친척)와 자유롭게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쓰지가와 씨는 자신의 저서 3부작의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나는 그동안 ①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 ② 돈 부자보다 사람 부자 되기, ③ 타인에게 신세 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이상 세 가지를 추구하며 살았다. 쓰지가와 씨의 결론은 나의 주장과 보기 좋게 겹쳤다.

😤 결국 자립심 없고, 타인에게 신세지려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능력을 키웁시다. 😉

역시나 의사 선생님, 증거가 최고다.
나야말로 "노후에는 혼자가 최고!"라고 얼마나 말하고 싶었던가. 애초에 내가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를 쓴 이유도 가족이 없는 노후는 비참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집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분명 사람들은 ‘혼자 사는 여자의 절규’라고 했을 것이다. 이제 쓰지가와 씨가 데이터를 제시해준 덕분에 확실한 근거를 보여줄 수 있다.

😤 아 쌤 너무 웃겨요 ㅋㅋㅋ 혼자사는 여자의 절귴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나는 사실 그 책을 읽고 마음 한편으로 안심했다. 왜냐하면 *고독사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았고 주로 50대 후반에서 60대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고령자라고 할 수도 없다. 즉, 중장년 남성의 문제이지 고령자 여성의 문제는 아니다.
고독사한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고립된 인생을 살았다. 고립된 인생이 고독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살아 있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싱글 여성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싱글 여성은 싱글 남성과 달리 친구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 그렇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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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망률은 100%이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11-08 01:36 
    인생 독고다이 포스가 폴폴 풍기는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은 ‘사리사욕’을 위해 연구를 하신다는 데, 참으로 세상에 이득이 되는 사리사욕이 아닐 수 없다. 몇 권 읽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의 책을 읽다보면 연구자로서 뾰족하게 지적하는 부분들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가족’을 기준점으로 여전히 두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 촉구고,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먼저가 있는 일본 사회를 예로 삼아 근미래
 
 
바람돌이 2022-11-07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장 비참한 노후는 남편과 아내가 진짜 안맞아서 서로를 싫어하거나 서로 무시하고 산다. 거기에 더해 자식들은 부모를 화수분으로 여기며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또는 사고를 치지 않더라고 계속 힘들다고 징징대며) 돈을 토해낼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친구만나러 나가 커피한잔 마시기도 부담스러운 경제력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비참한 노후!
적어도 싱글은 이렇게 될 위험은 없죠. ^^

공쟝쟝 2022-11-08 12:00   좋아요 1 | URL
싱글도 위험합니다 ㅋㅋㅋㅋ 싱글이라고 이것저것 너가 손해봐라 하는 원가족을 잘 쳐내지 못하면 ㅋㅋㅋㅋ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2-11-08 21:54   좋아요 1 | URL
인정!! 특히 부모에 대한 돌봄노동을 옴팡 뒤집어 씌우고 당연시하는거요.ㅠㅠ

구단씨 2022-11-07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 너무 찰떡같이 와닿는 말들입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2-11-08 12:01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와닿아서 ㅋㅋㅋ

은하수 2022-11-07 14: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
그럼 몇년이내에... 곧 삼식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옆지기와 사는 전 어쩌란 말인지... 무섭다ㅠㅠ
너무 와닿아서 제 앞날이 쫌 무섭네요

공쟝쟝 2022-11-08 12:02   좋아요 0 | URL
비결을 잘 숙지하고 서로 잘….😉

mini74 2022-11-07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죽음도 재택사인건가요. 재택사면 경찰이 오더라고요. 혹시나 자연사가 아닌가 확인하기 위해 ㅠㅠ

공쟝쟝 2022-11-08 12: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는데 일본의 경우를 알게 되어버렸네요? ㅋㅋㅋㅋ 여기는 다 주치의가 있어서 재택사할거면 119나 112 부르지 말라고 하드라고요 ㅋㅋ 저도 일본에서 산다면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살다 죽는게 좋겠다 싶더라고요 ㅋㅋ

독서괭 2022-11-07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결 7가지 너무 어려운데요 ㅋㅋㅋ 그럼 왜 같이 사는겨..? 라는 지적이 촌철살인입니다 ㅋㅋ
초보싱글 쟝쟝 ㅋㅋㅋ 힘내요!!

공쟝쟝 2022-11-08 12:08   좋아요 1 | URL
네네! 익숙해지겠죠~~~ 두루루루루룹~

하이드 2022-11-07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지요. 와닿는 부분 많았습니다. 가족들과의 거리도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고! (멀 수록 만족도 올라감)

공쟝쟝 2022-11-08 12: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ㅋㅋㅋ 겁나 웃었어요 ㅋㅋㅋ 가족이란 무엇인가 ㅋㅋ 가족과의 거리두기란 무엇인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2-11-07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에노 치즈코님 언제나 맞말 하시는 분 ㅋㅋ 이 책 저도 볼래요 후훗.

공쟝쟝 2022-11-08 12:10   좋아요 0 | URL
뭔가 읽다 보면 상쾌한 맛이 있어요 ㅋㅋㅋ 그러면서 나도 강해져야해!!!! 싶어지는 ㅋㅋㅋㅋ 우에노 센세!! 싱글들의 참 스승 ㅋㅋ

2022-11-08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8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2-11-07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외로워본 적이 없어요. 외로운 거랑 심심한 거랑은 다르잖아요? 심심한 적은 많은데 그때 재밋거리 찾으면 해소되는 감정이라 근본적으로 외로워본 적은 한번도 없는 거 같아요. 인간 존재의 고독 이런 것도 모르고 ;; 왕따를 당할 때도 외로워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아 대체 외로움이란 뭘까 너무 궁금한데 이 글 밑줄 긋기 보고 다시 외로움이란 뭘까 궁금해졌어요.
아무튼 구구절절 다 맞는 말 같아요.

공쟝쟝 2022-11-08 12:15   좋아요 1 | URL
펄손님! 이 댓글을 보고 저는 제 외로움에 대해 글을 써보아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 저도 외로움을 잘 모르는데, 어느 순간 외롭거든요? 상태를 잘 파악해 보아야겠어요 ㅋㅋㅋ 아무튼 잘 모르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투비 콘티뉴
 


“(신자유주의-잔혹한 낙관주의) 그보다 더 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난 안다.”
“세상에는 열심히 일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세뇌 당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들이 있다는 것을.”


마리 루티는 돈이 없었지만 빚을 내어 정신 분석을 받으며 18개월 간 매일 울었다. 나도 화를 내는 것을 잘 모르게 되어버려서 온몸을 떨면서 글을 쓰며 화를 내고, 힘들다는 말을 잘 못해서 한 달에 한 번씩 돈을 내고 상담 샘 앞에서 울다가 온다. 울어도 괜찮아요, 아파도 괜찮고, 그건 너무 당연한 불안예요, 그런 지지를 받아 내 감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 받는다. 자주 울어야 한다. 뭐 어때? 달리면서 울고, 요즘엔 달릴 수 없으니 걸으면서 운다. 우는 내가 약한 내가 나한테는 쪽팔리지 않지만, 남들한테는 쪽팔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아직은 딱 이 수준 이라는 걸 인정한다. 혼자인데 뭐 어떠냐고, 혼자 힘들어하고 울고 그러는 거 남한테 피해주는 거 아니라고 샘이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옳고 타당한 지적이라 더 잘 울고 화내고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뭐 그러기로…

신자유주의는 차라리 낫다라고 말하는 루티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아주 많이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자기 계발서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감당하려 했다면, 나는 이 만큼의 삶을 꾸려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러느라 슬그머니 밀춰둔 내가 진즉 감당했어야 할 나쁜 감정들을 껴안으려 노력해본다. 뭐 어때 혼자인데. 이 고독한 도시에서, 혼자 오롯이 내 감정을 느껴볼 수 있게 끔 나는 나를 키워온 건데. 이제 슬퍼하자. 세상이 내게 주지 않는 것들을 포기하는 울음을 울자.

지금의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대로 오락가락 한 상태가 지속 될까봐 이다. 아픈 상태가 계속되면 일을 할 수 없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해야 할텐데, 나는 죽어도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 쓸모없는 나 까지는 감당하고 싶지 않음. 거기엔 분명 신자유주의도 섞여있다. 내 감정에 효율성을 따지면 타인의 감정에도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그건 별로지. 그러므로 나는 일단 별로다. 일단 나는 나의 안녕을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의 안전을 먼저 도모해야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나를 없애지 말자. 힘들어 하는 나를 미워하지 말고 지켜봐 주자. 그것이 먼저다. 항상 그것이 먼저였다.



신자유주의와 생명관리정치가 한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인 양 격분하는 동료 학자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보다 더 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난 안다. 비록 내 발달 과정에서 겪은 중요한 경험들 조차 신자유주의와 생명관리정치의 지배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내 경험과 정신을 온전히 설명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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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0-20 1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응!?? 왜 요즘은 못 달려요? 어디 아파요??

공쟝쟝 2022-10-20 14:06   좋아요 2 | URL
원래 허리가 별로 안좋았는 데 코로나 이후로 오락가락하다 가을 바람 불기 시작하니 사망했어요…🥲

독서괭 2022-10-20 14:51   좋아요 2 | URL
아이코 저도 허리가 안 좋아서 그 괴로움 압니다 ㅠㅠㅠ 요즘은 안 좋다 싶으면 바로 전에 처방받아둔 약 먹고 찜질하고 조심조심하면 병원 안 가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로 회복되긴 했는데, 늘 자세에 신경써야 하더라고요ㅠㅠ 쟝쟝님도 잘 회복하시길요!! 앉아서 일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돼요!

공쟝쟝 2022-10-20 18:28   좋아요 2 | URL
이때다! 하고 일은 게으르게 하고 틈만나면 누워있어요 ㅎㅎㅎ 찜질~~~!! 그러게요.. 찬바람 불자마자 바로 빠사사사삭!!! 일 쫌만 살살할게요! 오래 굴려야할 녹슨 공장 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10-20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디 다치신거예요? 쟝쟝님 왜 못 달린다구 ㅠ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이 참 위로 안 되는 말이긴 합니다만.

공쟝쟝 2022-10-20 14:16   좋아요 0 | URL
제가 긍정적이어 지려면 알콜을 좀 타주면 금방 해결 되는데 ㅋㅋㅋ 알콜참는 미션 중이라 ㅎㅎㅎㅎ 긍정적이지 않은 나도 잘 토닥여줘야죠~ 요즘엔 그런걸 배웁니다!

프레이야 2022-10-20 14:18   좋아요 2 | URL
에구 허리가요 ㅠ 위 댓글 보고요
잘 다독이며 으샤으샤하시길요 ~^^

공쟝쟝 2022-10-20 14:29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0-20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괭님도 말씀하시긴 했지만 자주 스트레칭해주셔야합니다^^ 저도 허리가 근래 들어 안 좋아졌는데 바른 자세로 걸으면 훨씬 도움이 되더라구요. 오래 앉아있는게 정말 좋지 않다고 해서 저도 노력중입니다ㅠㅠ

공쟝쟝 2022-10-20 18:29   좋아요 1 | URL
독서인에게 앉아있지 말라니 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10-20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리 루티 이 책은 특히 개인적 경험이 솔직하게(?) 그려져서 참 좋으면서도 그래요. 그죠?
이 글 다 읽었더니 단발머리님이 이 책 좋아한대 ㅋㅋㅋㅋ 단발머리가 읽은 다른 책 궁금하냐는데 어쩌지? 프로필 확인해 볼까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0-20 18:32   좋아요 1 | URL
북플이 상냥하기도 하지! 그러게요, 단발님의 추천으로 읽어야지읽어야지 하다가 또 이번에 읽으니 딱 내,책,!!! 아껴서 읽고 이어요. 좀 어렵기도 하고!! 무튼 모든 페미 에세이 책은 왜 다 딱 내,책,!!인가😔 마리 루티가 답을 주면 좋겠어요!!! 마리 루티, 나에게 힘을 줘😫

책읽는나무 2022-10-20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고 싶을 땐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어도 제법 괜찮아요. 속이 뻥~ 뚫리는 기분!!!ㅋㅋㅋ
눈물로 감정을 씻어내버려요.^^
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관절에 신호가 오죠??
저도 한 달 정도 왼쪽 고관절이 안좋더니만 결국 허리까지 타고 올라가서 진짜 허리 아파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질 못하겠는~ㅜㅜ
허리 안좋을 때는 바른 자세로 천천히 걷는 게 최고인 듯 해요. 당분간 뛰기는 금물!!!
건강 잘 지켜서 오래 사는 게 최고의 성공인 듯!!ㅋㅋㅋ
근데 이 책이 그렇게나 괜찮나요? 여기 저기서 괜찮다고!!! 마리 루티!!!! 이 책이 자기 계발서처럼 보이네요?ㅋㅋㅋ

공쟝쟝 2022-10-20 23:23   좋아요 1 | URL
얼마 전에 아파트 단지 앞에서 꺼억꺼억 으아아아앙 소리를 내면서 울면서 지나가는 아름다운 녀성을 보았다죠. 예전이었으면 무슨 사연이길래... 라고 생각했을테지만, 이제 나도 제법 운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되어... 큰 소리로 엉엉 우는 모습이 뭔가 건강해보이기도하고... 제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내 안의 나쁜감정들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긴하지만) 마리 루티님이 더 잘 알려주시기를 바라며.. 다음 페이지로 총총....

바람돌이 2022-10-20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이 아픈것보다 마음이 아픈걸 우리는 더 잘 못받아들이는거 같아요. 아픈걸 아프다고 내놓고 울고 슬퍼해야 하는데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냥 몸이 아프면 쉬어주고, 운동해주고, 병원도 가주고 그런것처럼 마음도 아프면 울어주고, 하소연도 해보고, 병원도 가보고 그죠. 몸과 마음이 다르지 않으니까요. 오늘은 편한 밤 되시길요. 마리 루티가 부디 공쟝쟝님에게 위로가 되었기를 저도 기원해봅니다. 저는 예전에 신영복선생의 <강의>읽으면서 위로를 엄청 받았었어요. 책이 위로가 되는 우리 삶도 그런대로 괜찮지 않나요? ^^

공쟝쟝 2022-10-20 23:31   좋아요 1 | URL
저는 저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맹추여서, 남들 아픈 거는 잘 꿰뚫어보면서 저 아픈 거는 잘 모르고 그랬어요. 지금도 되게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상담 샘에게 물어보곤 한답니다? ㅋㅋㅋ 몸과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건 정말 제 몸으로 압니다.
신영복샘의 <강의>라면 저도 대학시절 읽었던 책입니다. 관계론 어쩌고했던 것 말고는 기억이 정말 하.나.도 안나네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살려둔(?) 책이라 바람돌이님의 *위로 책*이라는 말에 혹하여 꺼내 들추어보겠습니다.

mini74 2022-10-20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울은 수용성이라 물로 씻어낼 수 있대요 ㅎㅎ 울어도 보고 씻어내보기도 하고 ~~ 유투브에서 예쁘게 웃으시는 모습보며 같이 좋았는데 ~ 아프신거 얼릉 나으시길 *^^*

공쟝쟝 2022-10-20 23:30   좋아요 1 | URL
우울이 수용성이라니, 아이참 예쁜 말이다. 그쵸?
책 소개할 때(박스 뜯을땤ㅋㅋㅋ) 정말 즐겁더라고요. (사실 제일 행복한 순간의 저임ㅋㅋㅋ)
전 잘 웃고 또 잘 웁니다. 잘 떠들고. 또 굉장히 생각이 많기도 하고요. 그게 저 랍니다 ~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