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 비바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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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써둔 문장을 읽었다. 

생존과 실존. 두 가지 장르에서라고 적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둘 모두의 적정한 익숙함이라고. 그게 목표라고.

두 가지를 다 갖겠다는 건가. 그때는 좀 간절했는데, 지금 보니 꽤 오만하다. 둘 중 하나를 택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적정함의 기준이 애매했거나 높았던 건 아닐까.  


나는 삶을 관계를 통해 적절히 외주화하는 것에 능하지 못하고. 그래서 꾸역꾸역. 그러다 오바하고. 어쩌면 거기에 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사실은 고작 1인분의 일상이지만 종종 너무 버겁고. 내 간신함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희로애락이 더 무섭고 무겁고. 그렇다 하더라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 적절한 온기들을 나누어준다면 정성들여 취하며 지적 호기심은 억압하지는 않는 채로. 


넘어졌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기다시피 해서 집에 왔고, 다음 날 인대 파열 및 약간의 골절까지 진단받아… 목발을 짚고 네 다리가 되어서 집에 겨우 돌아왔으니. 꽤 아픈 것이 맞고 막 땅바닥과 인사했을 때는 번쩍할 만큼였는데. 나는 다친 직후부터 뭔가 웃겨서 계속 웃었다. 왜 아픈데 웃어요, 왜 힘든데 웃어요, 괴로운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네요, 그런 목소리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음. 어쩔 수 없다. 나는 좀 웃기다. 당황했을 때도 웃었고, 너무 싫었을 때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웃기게 만들지 않으면 웃어버리지 않으면 로코나 시트콤이 신파되는 상황. 심각하거나 비참하거나 철학하는 건 예술 영화에서나. 그런가 하면 언제부턴가 나는 너무도 자주 우는데. 말도 안 되는 부분에서 시도 때도 없이 펑펑 아주 눈물의 여왕이다. 상황에 맞는 감정 표현. 상황에 맞는 감정 반응. 아니, 나를 느끼는 것. 그냥 내가 느껴야 할 것을 느끼는 것. 나에게 주입하는데… 이젠 반쯤 포기다. 무얼 느낄지를 누가 정해? 내가. 이젠 내가. 그래서 사실 이건 부조리극이다.


병원에서도 로보캅처럼 움직이면서 샐샐 웃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사람들 모두가 표정이 굳어있었는데 하지만 정말로 별로 짜증 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웃겼으니까. 이참에 누워서 책 읽어야지. 중증이다 중증 이러면서. 그리고 오래전의 이제는 많이 잊은 듯도 한 비참한 상황들 속웃음들에 비하면 좀 건강한 웃음,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누굴 탓할 것도 없이 오늘의 부상은 스스로 자초한 것. (음치 박치 몸치 런치… 달리기하면서 정형외과만 몇 번째냐. 난 또 나를 몰랐니.) 


사소한 불운에 친구들이 음식을 동생은 책을 보내주었고… 맘 편하게 누워서 한가로이 책이나 읽었다. 읽다 목이 아프면 도파민 걱정 안 하고 모로 누워 그동안 참아왔던 인스타 중독자가 되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책 사진 잘 찍는 사람들도 실컷 팔로잉 하면서 밤이 늦도록 훔쳐보았다. 이제 나도 사진 대충대충 안 찍고 잘…찍으려고 하면 결국 안 찍을 테니 대충 예쁘게 찍어야지. 앱도 받았다. 


그러다 내가 작년에 적어둔 문장에 닿았다. 생존과 실존이라. 일 년 전의 나는. 지금 보다 훨씬 더 암담했고. 그때 나는 두 가지 모두에서 성공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냥. 이모냥이니까. 뭔가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져서 어딘가가 깨져버리니까. 익숙함. 적정한 익숙함. 적정함.을 나는 잘 모르지. 그렇다. 암담을 잘 지나왔는데도 나는 잘 모른다. 계속… 계속해서 나를 잘 몰라서, 나를 잘 알아주려고 하지를 않아서. 나를 나 스스로 별로 그다지 많이 엄청 충분하게 좋아하지는 못해서… 울어야 할 때는 웃고 웃어야 할 때는 우는 이상한 발연기를 혼자 하고 있어서. 내가 죽어야 끝나는 이 드라마의 대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서. 그렇지만 내가. 어쩌겠어. 이게 난데. 미련하고 미련 많고 그런 주제에 이상한 자존감. 굽히기는 싫은데 소화는 안되고 착한 척을 하는 건지 모아뒀다 푸는 건지.



아구아 비바를 누워서 여러 번 읽었다. 좋다. 그냥 좋다. 사실 ‘이게 뭐얔ㅋㅋㅋㅋ’ 싶은 데 너무 좋다🤪🤪🤪 승모근 뭉쳐서 침 맞으러 다니는 나 같은 사람은 흉내도 못내는 그런 아주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말초 신경 하나하나 살아있는 춤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걸 ‘글로’ 쓴다… 🫶🏻🫶🏻🫶🏻🫶🏻 (확실히 나의 욕망은 여기에 있나 보다. 글에. 이런 걸 어떻게 쓰지? 이런 걸? 처음에는 감동받고 다시 읽을 때는 ‘어떻게’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는다.) 추측건대 이건… 몸이 살아있는 사람이 쓰는 글이다!!! 싶은… 그러니까. 


나 같은. 몸이 통제가 잘 안되는. 잠깐 정신을 못 차리면 관념의 성에서 허우적대는. 실은 몸이 너무도 무겁고 귀찮은. 내가 싫어하는 몸을 멸시하는 구 서양 남자 철학자들처럼(언제나 싫어하는 건 나의 일부라는 알기 싫은 진실). 그러고 있는 내게.는 그녀의 문장들이 이계의 문장처럼 느껴져 해방적이다. (아… 남성들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나는 전혀 공감이 안되는 그런 해방감을 느꼈다는 평이 비슷한 맥락일까나…) 


그래서 나와 달라서 좋은 거구나 하게 된다. 나도 닿고 싶다. 생생한 삶에 불가능에 용감하고 싶고 열려있고 싶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삶의 어느 순간에 절묘하게 나를 중단시켜 버리는 주눅이 가시처럼 담석처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약간 어딘가에. 왜일까. 어쩌면 그건 내가 버리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실은 포기하지 못하는 너무 소중한 무엇인 것일지도 모른다. 두 가지 다에 배팅할 수 있을까. 자유와 부자유. 일상과 초월에. 생존과 실존에. 소중하니까. 둘 다.



매혹되어 읽게 된다. 나도 클라리시 선생님을 따라 감각을 내장까지 열기 위해 당장 지금부터 몸을 단련하고 싶지만… 현실은 극단의 부자유… ㅋㅋㅋㅋㅋㅋㅋ 😮‍💨 (이쯤 되면 달리기하기 싫어서 일부러 다친거냐?ㅋㅋㅋㅋ 하는 합리적 의심ㅋㅋㅋㅋ) 어쨌든 걷지 못하는 몸 상태로 읽기에는 고난도의 작품이었다. 백자평을 어디 끄적여놨는 데. 나중에 한꺼번에.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것과 쓰고 있는 걸 이해하려 노력해 보라. 내가 설명하겠다: 나는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릴 때도 내가 보는 순간을 정확히 보려 한다—과거의 순간에 보았던 기억을 통해 보지 않는다. 그 순간은 여기 이것이다. 숨 막히는 절박함을 지닌 순간. 그 자체로 절박한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살고, 나는 그 순간이 다른 순간으로 넘어가는 과정 속으로 뛰어든다. 이 둘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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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14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의 몸을 좌지우지 하지요. 일단 말실수를 들 수 있겠구요. 또 넘어지기.............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와중에 실컷 웃으셨다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자리 편 김에 독서 많이 하시고요, 최근에 헤겔 레스토랑 읽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닌 거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4-14 23:16   좋아요 0 | URL
아… 그 독서 땜에 하늘 위로 둥둥 떠 다녀서 이제 땅으로 내려오라 땅과의 진한 키쑤를…🤣🤣🤣 (탈레스냐며)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4-14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작년 이무렵에 발목인대파열에서 혈전까지 골로 갈 뻔했잖아요… 골절이랑 파열이랑 최소 고정기간 끝나면 불편하더라도 많이 움직이시고 (실금 골절 정도면 뼈 앵간히 붙으면 체중 일부 부하해서 걸어도 되…는데 의사한테 잘 물어보구) 이참에 누워서 책이나 보자, 이러고 너무 오래 안 움직이면 혈전 생길 수도 있습니다(그럼 폐색전증으로 죽어…) 나보다 조금 젊은이니까 건강하겠지만… 귀찮아도 자주 다리랑 몸 움직여주시고…얼른 나으시길…

공쟝쟝 2024-04-14 23:19   좋아요 0 | URL
반님!!! 넘나 경험이 묻어나는 진지하고도 뼈아프고 혈전 온 조언 감사드려요…. 이 참에 누워있….으려던 마음이 호다닥 달아나서 안보인다 쓰윽 미뤄둔 설거지를 호다닥 해치우고 온 참입니다!!! 잘 움직일게요! 고마와요😉

잠자냥 2024-04-14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와중에 고양이 똥 치우기 어렵겠는데…. 싶어지는;;;
얼른 나아~!! (낳아 아님 ㅋㅋㅋㅋ)

공쟝쟝 2024-04-14 23:22   좋아요 2 | URL
흐아앙 잠자먕밈~! 다행스럽게도 아이들 사료를 한놈이 독식하는 사건이 펼쳐진 덕에 얼마전 자동급식기를 들였고!! 아가들 감자는 바로바로 캐고 있습니다!! ㅋㅋㅋ 그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4-14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에 매년 한분씩 부상자가 나오는군요 ㅜㅜ 다치신게 안타깝긴 하지만 또 책도 편히 읽으시고 맛있는것도 드시니 그렇게 나쁜건 아닌거 같습니다 ~!!

그래도 빨리 나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공쟝쟝 2024-04-14 23:2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내년엔 새파랑님 예약입니다! 맛난 것도 드시고 책도 편히….. 넝담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쾌유될게요! 이참에 하루키인가? 하루키를 빌려오긴 했는데 아직 잡진 않았습니다 …ㅋㅋㅋ!!

2024-04-14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4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4-04-15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다리 어서 나으시길…

공쟝쟝 2024-04-16 07:14   좋아요 1 | URL
펄도사님 🥲 고마워요😆

2024-04-15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16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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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집중력은 약간 어려운 것을 목적 없이 해야 생긴다고 한다. 내게 그것은 글쓰기(주로 독후감)이다. 쓰다 보면 재밌게 쓰고 있다. 그리고 몰두하게 되지. 친구가 글 쓰다가 과집중해버린 사연을 말해주었다. 내게 글 효율이 가장 좋을 때는 일하기 싫을 때이다. 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니까. 


강조점은 ‘목적 없이’에 찍힌다. 친구도 그랬던 건 아닐까? 혹시 일하기 싫으셨던 건 아닐까요?


취미로 하는 활동을 SNS에 올려서 수익화하라는 조언들이 넘쳐나는 시절이다. 그 일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목적이 없기(쓸데 없었기)’ 때문이라는 최신 신경과학의 권위에 기댄다면, 그런 식의 (생산성의 외피를 쓴) 조언들이 얼마나 유해한지 알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 도입한 목적 없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두기를. 당신의 몰입은, 집중력은 중요하다. 모든 것을 생산성으로 치환하지 않을 것. 그것이 개인의 삶을 식민화하지 않는 유효한 투쟁 방법이라고 현시점의 나는 생각한다. 


요즘 집중력이 엉망이라서, 오늘부터 ‘집중’해서 밀린 독후감을 써댈(?) 생각이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기록들을 모아와야 하는 데, 어제 야당 지도자의 체포 동의안 가결(이 나라의 정치 무슨 일인가)을 적어두며. 7월 초에 읽은 <제노사이드>부터 쓰려고 한다. 


소설 자체는 재밌어서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못 놓고 세 번에 나눠서 읽었다. 


세번의 기록들  갈무리.  



1 .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스스로 고심해 결단하는, 

선택을 하는 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고독한 남자들이 보인다.


라는 메모. (10년 전 소설인데)


주인공 ‘예거’ 중령이 네메시스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장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나는 일할 때 처지지 않기 위해 도파민용(얼굴을 보면 기분이 조크든여)으로 차은우가 나오는 <여신강림> 드라마를 밥 먹는 시간대를 이용해 감상하고 있었는 데, 옆의 메모도 함께 읽어야 더 재밌다. 


드라마 속 남주만 여주인공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준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착한’… 

2023년에 이 무슨 개떡같은 시나리오인가


가부장제 하의 여성(이라고 쓰고 바로 나)의 의존성이 어떤 식으로 장려되는지 보려면 메이크 오버 장르의 로맨스 드라마를 보라! 


드라마가 내는 결론 : 얼굴만 예쁘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도* 아름다워야 합니다. 차은우는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볼 수 있으니깐여. 차은우 정도의 알파남을 가지려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꼭 간직해야죠. 아무에게나 빼앗길 수 없는. 차은우. (또 그 얼굴이 좋다고 보고 있는 나…ㅋㅋㅋㅋ) 나의 본모습을 알아봐주는 남자를 위해서 외면은 물론 내면까지 이중의 노동을 해야만하는 여성은 타인의 시선을 처리하느라 고독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나란 여자란 또 예쁜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시각에 약함) 결국 드라마 <여신강림>을 통틀어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처음 알게 된 배우 문가영의 프로필인데. (나무 위키를 열심히 읽은 결과)



아니 배우 문가영님, 자크 라캉 왜 읽어요? 내면+외면+지성미, 반칙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지성미 나 응원하고요, 그 옆의 배우 차은우님은 혹시라도 설마 라캉은 읽지 말고요, 당신은 머리에 뭐 채우지 않아도 된다. 그건 내가 채울...(누나가 요즘 라캉 입문서 읽는...중인데....ㅋㅋ) 


교차 편집된 서스펜스가 매력적인 소설은 영화처럼 재밌고, 주인공 남자들은 목숨을 걸고 인류를 구하는 결단들을 스스로 내리며 분투하는데. 클리셰 폭발 로맨스 드라마 속 못생긴 여자 주인공은 화장으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구하며, 그 과정에서 알파남을 얻는다! 


두달 전, 두 작품을 함께 보는 나는 그게 못마땅 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내게 아프리카 오지에서 생고생하며 인류를 구할래, 화장하고 차은우를 구할래?라고 물어보면 인류보단 역시 차은우를. 벋 문가영처럼 매일 매일 화장하는 건 이제는 정말 못하겠고요. 세안도 열심히 해야하고... 후... 물도 아깝고… 그냥 인류도, 은우도 싫고. 나는 나나 잘 구하렵니다. 

 


2.


<제노사이드>에서는 제노사이드가 왜 일어나는 지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들이 각종 심리학에 능통한 두뇌파 등장인물 루벤스의 입으로 구구절절 나열 되는 데, 대략 이런 대사들이다. 


"(55) 그러면 수십 만 명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서 전쟁을 지시하는 국가 지도자의 잔학성은 보통 사람과 같을까? 아니면 역시 그들은 이상한 사람이며, 남들과 벗어난 공격성을 사교적인 미소 뒤에 감추고 있는 것일까? 루벤스는 후자일 거라고 추론했다. 권력욕에 사로잡혀서 모든 정치적 투쟁을 승리한 인간은 정상의 범위에서 이탈한 호전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런 인간을 리더로 선출하는 시스템이 국민의 뜻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뽑힌 사람이야말로 집단의 의사를 체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전쟁의 심리학은 권력자의 심리학이라고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사람은 어째서 전쟁을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명령하는 인간의 정신 병리를 먼저 해명해야 했다.

(258) 그가 특히 주시한 점은 국가나 군산복합체 같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이었다. 국가의 인격이란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 바로 그 자체였다.

(259)

루벤스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번즈 대통령이라는 사람 자체였다. 그의 발언 내용을 보면 이라크 독재자를 깊이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어째서 죽일 정도로 미워하는지 석연치 않았다. 거기에는 국익이라거나 군산복합체로 이익을 유도하는 것뿐 아니라, 어쩌면 번즈 본인조차 느끼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동기가 잠재된 것처럼 보였다. 그때 루벤스는 제한된 매스컴 정보로부터 대통령의 살아온 이력을 더듬어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가정에서 독재적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이라크 독재자와 겹쳐 보고 타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루벤스 본인조차 데이터 부족에서 오는 단편적인 분석이라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만약 그것이 진짜 핵심이라면 무서운 일이었다. 지구상에 있는 한 남자의 부자 관계 때문에 10만 명 이상이나 되는 사람들이 학살 되었다는 소리니까. 그리고 그토록 염원하던 적을 때려 부순 뒤에 번즈는 허무함을 느낄 터였다. 애초에 그가 싸울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죽인 것은 자신의 심층 심리가 낳은 허구의 적에 지나지 않았다."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자신의 심층 심리가 낳은 허구의 적에 밑줄. (제가 또 푸코 읽기 전까지는 심리학 많이 읽었다 아닙니까 ㅋㅋㅋ) 그래서 국가 지도자의 내면세계가 이렇게나 중요한데, 국가의 인격이란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인데, 어쩌다가 내 나라의 대통령은 서울대 출신의 한남 검사인가. (K-하늘 아래 발에 채이듯 보이는 게 윤석열스러운 인격이긴 함…) 


내가 나라에 잘못한 게 무엇인가. 내가 애 안낳는 거 빼고는 세금도 잘내는 데, 왜 나까지 매도되어야 하는 가. 나는 아니다, 나는 윤석열과 같은 인격이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항변해 보아도. 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2찍 바보! 이래봤자, 2찍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금내는 국민이 할 일은 2찍에 대한 비난과(을 하지 말자고 쓰려다가 차마 내가 못하겠음. 윤석열 싫어!!!!~!!!) 동시에 어쩌다가 윤석열이 나왔는 지에 대한 보다 풍부한 해석이지 않을까. (딱 잘라내진 어떤 단선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저는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2찍이 아닌 1찍의 멘탈을. 


승리자 혹은 자수성가한 자들은 자아도취를 경계해야 하는 데, 결국 자.적.자(😲자기 적은 자기라는 뜻으로 사용했음을 밝힙니닼ㅋㅋㅋㅋ)라고, 변화의 시기에 효과를 본 방식만을 계속해서 고집하면 포트폴리오가 망가지는 것 같다.


내 생각에 민주당의 패착은 방식의 혁신 없음(권력 도취 + 도덕적 우월감/만족감 + 피해의식 => 같은 편은 모르겠고… 옆에서 보기엔 비호감, 꼴비기 싫음) 거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계속해서 혁신하는 기업가(자본가) 정신이 권력 나누느라 바쁜 우리 편 힘줘! 정치를 이기는 것도 말은 된다.


민주화와 산업화 모두에 성공해버린 한국의 정치는 1/2찍으로 싸우는 게 아니다. 국민의 멘탈리티(정신 건강)를 가지고 싸우는 거다. 국민을 사랑해서 하는 정치라면, 제발 한국인의 피폐해져가는 심리상태를 똑바로 보라!! 걱정스럽지 않나?


소설에 나온 권력자들의 모습과 현실 정치를 연결해서 하고 싶었던 말이 좀 있었는 데, 오늘의 페이퍼에서 내가 기억해두고자 하는 것은 이 개념. 


사후확증편향 (유튜브 하나 가져옵니다) https://youtu.be/Sy6sFrZVONA



(심리학) 행동 경제학의 개념이고(여러분 저는 경영학도 였습니다ㅋㅋㅋ)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애써 외면하는 무의식, 즉 자기 정당화)이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의 무의식에는 심각한 사후 확증편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이것은 분단이라는 조건에 의해 오랜 시간 구조화되어 왔으며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가 갱신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여지 없이를 여지 없이 해버려서 편향이 강화만 된다. 흠🤫 어쩌면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하는 데, 이걸 정치가 부추기고 있다. 대의제의 한계를 봉합하던 광장을 포함. 정치가 아무런 효능감을 주지 못할 때. 한국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탈정치화되는 것 같기도 해.


인간의 뇌는 익숙한 걸 좋아한다. 익숙한 관계, 익숙한 방식, 익숙한 맛, 익숙한 마음과 정서. 불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래서 (정치적) 진보가 어려운 것이고. 


문제는 인간이 약 15년 전에 새로 만들어낸 이 스마트 기계(+SNS)의 알고리즘이 그러한 인지 왜곡을 더 강화시키는 방식(익숙한 것에만 노출)으로 설계되었다는 거다. 이걸 다 집어던질 수는 없을 테지만, 우리 자신의 무엇을 바꾸는지는 알고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24시간 떨어져 있지 않은 기기가 인간 무의식이 가진 편향들을 계속해서 더 가속화 시킬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채면, 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훈련해야 하는 거구나 하게 된다. 자기갱신.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역시 속담이 최고여.)


몸뿐만 아니라 지식의 섭취만큼은 그래야겠다고 다시 한번 맘을 먹는다. 앎비앎. 내가 옳은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읽으려 들지 말자. 다름을, 불편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적인 불편함.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쉽게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의심해야겠다. 


그런데, 이게 소설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인류를 구하기 위한 그 자신들의 싸움을 각각 떠안은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편하게 생각하지 않음. 넘겨 짚지 않음. 듣고 싶은 말만 듣지 않음. 자신을 끝까지 의심함. 우리 편이라고 마음 놓지 않음. 이들이 극도의 위기의 순간에 하는 결단은 의외로 멈춰서 다른 의견들을 들어보는 것이다. 그걸 기준으로 숙고하는 것이었다. 


반면 신중한 주인공들이 싸우는 이들은 권력에 도취된 확증편향의 정치가들이고. 


3.

마지막 이 책 <제노사이드>에 대한 나의 총평이다.


서양남 일본남 아프리카남 심지어 피그미족남에 한남까지 등장하는 이 소설에서 여성은 엄마, 부인, 임산부… 말고는 등장하지 않는다. 민첩한 액션을 강조해야 하는 서사 구조상 알탕일 수 밖에 없었다…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관심 없어도 너무 없고 있어봐야 후지다. 여성은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재생산을 위해 쓰이거나, 강간을 당하거나,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역할이 배정되어 있으며 그런 방식으로만 기능한다고 보면 됨. ​


나는 이게 일본 책의 폐해ㅋㅋㅋㅋ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일본보다 한국이 차라리 낫다. 


실제로도 핵 단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권한을 감당할 수 있는 자리에 생물학적 여성이 오른 적은 아마 없다. 인간은 똑똑한 여성(힐러리 로댐)을 그 자리에 앉히느니 도람푸를 앉힌다. 엄밀히 말하면 그게 이 지구의 수준인 것이지. 인간의 수준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나지. 나의 수준에 창피함을 느꼈다. 

여자도 인간이니까. 인간들아 잘 좀 하자.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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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3-10-14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글 너무 좋네요. 공장쟝 님 팬이 될 것 같아요. ^^ 저도 외칩니다: 인간들아 잘 좀 하자.

공쟝쟝 2023-10-14 14:11   좋아요 1 | URL
잘좀하자! 나도 하자! 블루욘더님 안녕하세요!~ <세계 그 잡채>저도 이 책을 샀습니다! ㅋㅋ (읽지는 못하고..)

잠자냥 2023-10-14 1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쳐 ㅋㅋㅋㅋ 소설 읽고 철핫 금지.

공쟝쟝 2023-10-14 14:12   좋아요 1 | URL
철학 아니고 ㅋㅋㅋ 페미니즘 섞인, 정치 비!평! (훌륭해라!)

단발머리 2023-10-14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우리나라와 같은 극단의 이분법은 분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니지 싶어요. 보수는 또 부끄러워할 판이다. 진짜, 차라리 이명박이 낫다, 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

앞모습 옆모습이 다 이쁘군요, 차은우는...........

공쟝쟝 2023-10-14 15:35   좋아요 0 | URL
동원캉이랑 비교 많이 되던데.. 차가 탱탱하니 더 이쁩디다 제겐 ㅋㅋ

잠자냥 2023-10-14 15:37   좋아요 1 | URL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사진 보니 뒷모습도 이쁘더군요. 저는 물론 그 사진 속 강쥐 세 마리가 더 이뻤습니다만….

공쟝쟝 2023-10-14 15:42   좋아요 1 | URL
잠자냥이 차은우 뒤통수 예쁘다고 하는데 왜 나 속상해? 안돼 잠자냥만큼은 차은우에게 넘어가면 안돼요!!ㅋㅋ 일루오지마!!! ㅋㅋㅋ 그러다가 막 나처럼 임영웅 노래 들으며 효도하고 싶어지는 그런 감성에 몸부림 친다!! 남연예인에 흔들리지 말아주세요!

잠자냥 2023-10-14 15:49   좋아요 0 | URL
웅 나 안 좋아해 ㅋㅋㅋㅋㅋㅋ 좋아하는 여자들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봤으나 강쥐가 더 이쁘더라능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14 15:52   좋아요 0 | URL
나도 은우를 예뻐하지 좋아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건 프랑스고양이잠자냥의 두뇌입니다 ❤️ 뇌성애자💘

은오 2023-10-14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은 글이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14 15:36   좋아요 2 | URL
쉿 .😽🧐

잠자냥 2023-10-14 15:50   좋아요 2 | URL
다 읽은글이구먼22222

은오 2023-10-14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은우는 놀기 바쁜 것 같던데.... 평생 라캉 읽을 일은 없을 듯합니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14 15:38   좋아요 1 | URL
우리 은우도 연기 잘하려면 인간 심연도 좀 들여다 보고 그래야하는데, 누나가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란다. 네게서 그런 걸 원했다면 여신강림을 봣겠니? 연기 잘하지 않아도 난 이해해. 내가 너라도 그랫을거야! 진정한 팬의 자세라고나 할까.
 
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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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밀레니얼의 사랑과 섹스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 아니다.
관계(특히 젠더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학/피학적 역학에 대한 스케치다.

내게 이성애 섹스가 재미없고 피곤한 이유(나에게는 피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희열이며 지식이자 예술로도 다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좀 하려고 하는 요즘이다)는 권력의 비대칭 혹은 낙차가 존재하며, 관계를 둘러싼 참조할 만한 다양한 각본들이 문화적으로 과잉 생산되어 있고, 그것을 재료 삼아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섹텐. 섹슈얼텐션. 그러니까 텐션.

삶의 어느 시점부터 나는 지나치게 긴장을 하는 몸으로 변했고, 그래서 게임같은 관계에는 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너무 보여서 일지도. 나는 솔로, 환승 연애 이런 프로그램 너무 끔찍하다.) 이런 생각 역시 내 머리가 좀 썩어서라는 걸 인정한다. 관계를 통해 생겨나는 순간들이 그저 힘의 작용이나 이해관계가 아니라 친밀하고자 하는, 보호하고자 하는, 다정한 동기로 이루어진 온기의 교환이기도 하단 걸 알고 있다. 알고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음. 말을 아끼겠다.

행위 혹은 말의 이면에 대한 곤두섬없이 관계를 내 좋을대로 낭만화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나의 비관적인 시선은 일견 타당하다. 염두에 둘 것은 ‘일견’이어야 한다는 것. 이견. 삼견. 사견. 인류애를 꽤 많이 잃어버린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치열하게 골라진 시선이었음 해서 책을 읽는다.


*표제작 <캣 퍼슨>

극장에서 만난 20살 여자 아르바이트 생이 자신과 첫 경험일 거라 기대한 34살 뱃살 남의 웃픈… 섹스 이야기.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좀 잘 하지 좀… 아니다. 이것도 틀린 말 같다. 니가 뭘 아냐. 에그. 니가 뭘.

‘뭘 모르는 여자’를 좋아하고, 그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그런 식으로 섹스 판타지를 구축하는 남성성에 대해 난 질문하고싶다. 동등한 관계, 평등한 관계는 끌리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남들에게 대체 섹스는 뭐지? 물론 반대의 질문도 가능하다. 언젠가 마리 루티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종류의 말을 쓴 적이 있다. 여성은 복종을 성애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쁜 아이>

섹스로 이것 저것 다 해볼 수 있는 시대(인지는 모르겠다)의 판타지란 이렇게 진부하다. 진부한 섹스의 진부한 폭력. 진부한….

나는 BDSM이 우려스럽다. 도대체 그게 쾌락이 되는 이유가… 알고 싶지 않다. 나는 물리적 폭력이 싫다. 정말 싫다. 어린시절에 경험한 물리적 학대는 근막에 남는다라는 말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폭력은 몸에 새겨진다. 사유는 머리로만 하는거라 믿고 싶은 데카르트스러운 사람들에겐 안타깝지만 현대의 신경과학-뇌과학이 부단히 해체하고 있는게 바로 머리(의식)와 몸(신체)의 이분법이다. 언어가 신체에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물리적 폭력은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에 법이 규제하는 것이다. 상추만 던져도 특수 폭행이 성립되는 게 현대의 법 체계인데 왜 섹스는 사적인 영역이라 법이 개입하면 안되는 거지? (그걸 하자는 것도 아니며 거기에 대해서 논할 건 아니다.)

BDSM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을 여전히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가 단순히 금지의 위반에 대한 쾌락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 디테일한 완급 조절에 대한 쾌감을 즐기는 것이라면… 스스로를 혹은 계약서를 과대평가하는 자아감이 우려스럽고, 그러한 성관계를 통한 무력감 혹은 통제감의 회복이 목적이라 항변한다면 섹스 말고 다른 관계부터.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어떻게 때리는 게, 지배하고 복종하는 게 사랑이 되냐. 그걸 못하게 세세하게 법률로 만들어온 인류와 문명이 폭력이냐? 그래 그게 폭력이라고 치자. 내가 또 너무 모르고 막 쓰는 것 같아서 지금 당장 좀 찔리니까 관련된 책을 읽어야... 에휴... 그래... 읽자...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책을 쓴다.

근데 아니, 이걸 왜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나는 모르겠는 데 (아, 페미니즘은 이토록 나를 과계몽시켜버렸도다. BDSM을 쿨내나는 힙으로 여기는 거에 진짜 포르노 문화가 없다고 할 건가? 쓰면서 점점 짜증이 올라와서 밥을 먹으러 다녀왔다. 그런데 이제 졸리네.🥱)

우리는 도를 넘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보면서 혀를 쯧쯧 찬다. 그들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합리화하는지 살펴보고 싶다면 이 단편을 추천한다. 전형적임. 나는 꽤 오랜 시간 이 문제에 대해서 천착했고 이제는 힘을 휘두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가 없다. (재미도 없고, 뻔하다.)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넘겨주는 사람에 대해 차라리 관심이 더 많고 그들의 ‘복잡함’을 어떤 의미로는 이해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 소설 속의 남주에 이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가져야 했다. 최소한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그런 의미에서 관계는 대칭적이다. 아니다. 방금 한 말은 취소, 취소다.

삶에 대한 통제권은 물론 신체에 대한 통제권까지 고스란히 반납하게 만드는 존재 내 결여…를 들여다보는 것 보다 나 자신을 아예 잊어 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좀 알고 있다.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며 삶과 사람이 그래서 컴플리케이트 한 거다.

그러므로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는 거다. 그러지 말자는 거고. 운전대 꽉 잡아라. 자기 인생의 운전대는 자기가 잡고 가는 거고 가다가 실수로 사람을 치면… 보험이 있잖아요?은 헛소리고 암튼 운전대 옆 사람한테 내주지 말라는 소리다.


*<좋은 남자>

이 소설은 진짜 징그럽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가 대단한데, 좋지 않은 의미로 대단하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별 다섯을 쾅쾅쾅쾅쾅 박기로 한다) 어떤 종류의 인간이 가지는 지저분한 심연을 이렇게까지 알려주다니 감사합니다. 놀랍습니다. 놀랬고요. 막판에 단지 사랑받고 싶었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똥 싸고 있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사랑 뭐냐. 참내...


*<풀장의 소년>

“(307)그는 피뢰침 같은 존재다. 그뿐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거친 에너지를 받아내는 피뢰침. 욕망이 향하는 대상일 뿐, 욕망이 생겨나는 근원은 아니다”

욕망이 향하는 대상과 욕망이 생겨나는 근원이라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 대해서. 아리까리 잘 모르겠어서. 생각해 봐야지.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욕망은 책 구매욕…인데. 대상이자 근원임.


*<겁먹다>

요 단편이 소설집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가학적인 권력’ 혹은 ‘권력의 도취’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듯.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특별히 이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독자를 어떤 사유의 장으로 안내하기 위함이 아닌 정말로 이러한 권력‘관’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투명한 시선의 반영이라면 문득 난 정희진의 말을 좀 옮겨주고 싶다. 권력(힘)은 *영향력/책임감*이라고. 그것을 잘 다루는 것은 어렵지만 책임감으로 권력을 이해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존재한다고 말이다.


*<성냥갑 증후군>

오래 전 연애 경험이 떠올라서 현타왔다. 확실히 나는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 평생의 목표는 셀프 럽~이 되시겠다.


*<죽고 싶어 하는 여자>

고통이 자아의 경계를 결정짓는 자아감을 가늠하는 척도라면 오랫동안 고통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밀도 높은 폭력에만 자아감/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때려달라고 한다고 때리지는 말자. 문득 생각나는 건 <노멀 피플>의 코넬인데… 코넬 정도만 되면 정말 훌륭한 이성애자 남성이구나 하게 되는 것이 서글프다. 이성애 여자들은 언제까지 남자 보는 눈을 낮춰야 하는가?


*

나는 미국의 젊은 소설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아주 예리하게(그리고 무척이나 비관적이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사적인 관계 안에서의 역학 관계를 꿰뚫는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소설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읽은 소설이 많지가 않아서, 이 책은 내게 별 다섯 개다. 다만 작가의 인간 혐오를 충분히 이해하는 동시에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나 역시 인간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어 버렸다. 알기 싫었는데. 투덜투덜. 그런데 이런 *면*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이 정말로 밀레니얼의 섹스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면 그 까닭은 보편화된 포르노/이미지/판타지가 장치로 전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들이 백신처럼 이런 소설을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판단은 독자의 몫. (의외로 나이 지긋한 여성 독자들에게서 열광적인 공감의 메일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모든 단편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단편에서 생각이 많아졌고, 읽어볼 만한 단편 몇 편만 추려서 휘리릭 썼다. 나중에 소설 집을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 들어서 중고로 구매했고, 구매한 중고에는 섹쉬한 표지가 없어서 초금 서글펐다. 어쨌든 <82년생 김지영>처럼 읽는 사람이 할 말이 없으면서 많아지게 만드는 소설인 건 확실하다.

(이 리뷰를 읽고 마음이 동해 읽으신다면…. 읽고 난 뒤 꼭 트랙백 걸어주세요!)


(캣퍼슨)마고가 침대에 앉아 있는 동안 로버트가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발목 밑으로 내리다가 아직 신발을 신고 있었 다는 걸 깨닫고 허리를 숙여 신발 끈을 풀었다. 어정쩡하 게 몸을 숙인 자세, 털에 가려진 물렁하고 불룩한 배를 보며 마고는 생각했다. 아, 싫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발동을 걸어놓고 이제 와서 중단하려면 얼마나 많은 것이 요구 될까, 생각만 해도 까마득했다. 대단한 재치와 상냥스러움이 요구될 테지만 그녀로서는 도저히 그런 수준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의 의사에 반해 그가 억지로 그녀에게 뭔가를 시킬까 봐 두려운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모든 것을 주도해 놓고 이제 와서 그만두자니 마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놓고 정작 음식이 나오자 마음이 바뀌어 돌려보내는 꼴이다. 마고는 자신이 변덕스럽고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비칠까 두려웠다. 그녀는 저항감을 억누르려고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 P37

(좋은남자) 그는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앤절라가 흐느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를 때 테드가 말했다. "이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앤절라가 말했다. "난 당신한테 늘 정직했어" 테드가 말했다.
"언제나, 이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처음부터 말했잖아. 내 말을 믿을 수도 있었는데 당신은 내 감정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안다고 판단했어. 내가 가벼운 관계를 원한다고 말 했을 때 당신도 같은 것을 원한다고 거짓말을 했어. 그러고는 뭔가 특별한 관계로 만들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기 시작했지.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우리 둘의 관계를 진지한 관계로 만들고 싶어했고, 그러지 못하자 상처받았어. 알아. 하지만 당신한테 상처를 준 건 내가 아니야. 당신이 그런 거야, 내가 아니라. 나는, 나는 그저 당신 이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데 이용당한 도구일 뿐이야" 앤절라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작게 기침을 했다.
- P196

(좋은남자)
그는 절대로 털어놓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애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이다. 그저 충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것 같은, 약을 먹고 있는 것 같은, 혹은 채소를 먹고 있는 것 같은 표정. 으음 내 삶은 완전히 엉망이 되었으니 차라리 테드와 섹스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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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13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좀 그랬(?)었는데 공쟝쟝님의 리뷰를 읽으니까 완전 흥미가 생기네요~!!
트랙백이 뭔지는 모르지만 새책을 구매한다면 땡투 하겠습니다~!!

공쟝쟝 2023-05-13 20:33   좋아요 2 | URL
단편마다 편차들이 있긴한 데, 제가 적어둔 단편들은 읽을만 합니다.

책먼지 2023-05-13 2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BDSM의 어디가 힙하고 쿨내..??? 쟝님 말씀처럼 세상은 넓고 책은 많지만.. 폭력이 대체 어떻게.. (말잇못) 인용해주신 37쪽은 진짜 미치겠네요. 마고야 나가! 제발 나가라고!! 음식도 맘에 안 들면 돌려보내고!!!
꼭 ‘변덕스럽고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비칠까’ 두려워서는 아니지만 뭔가 말도 안되는 어떤 두려움 때문에 훨씬 더 파괴적인 일을 그냥 감내하는 저 마음은 알 것 같기도 하면서요ㅠㅠ (거절 공포증 극복못하면 약혼 당할 수도 있다는 쟝님의 짧지만 강렬했던 감상평이 떠오르네요)

공쟝쟝 2023-05-14 21:44   좋아요 1 | URL
후….. 일단은 <그레이의 그림자>… 가 있고요… 넷플릭스에 <모럴센스> 라는 한국 영화가 있습죠. 막내 서현 나오길래(소녀시대 좋아함) 보다가 읭??잉?? ㅋㅋㅋ 그런데 끊을 수 없어서 다 보고 난 뒤…. 세상이 참 문제다 문제여… (꼰대 마인드 ㅋㅋㅋ) 내 안의 유교 걸… 아 어쩌란 말이냐….
사회의 정상성의 기준과 규범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고 문제인데, 왜 섹스는 비정상적인 섹스를 해야만 더 진보적으로 느끼는 걸까요? 그건 *남성사회 기준의 진보* 아닌감?ㅋㅋㅋ 안하는 게 젤루다가 급진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ㅋㅋ 그렇다고 딱히 제가 진보급진을 실천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혼자가 편합니다…ㅋㅋㅋ

저는 마고도 딱히 이해는 안가지만 로버트씨… 쌤통입니다…ㅋㅋㅋ

persona 2023-05-14 0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캣퍼슨은 뉴요커에 대박 소설 있다고 입소문이 나서 그때 읽어보고 징글징글하다고 나가떨어졌었지요. 근데 ㅋㅋㅋ 번역서 나왔다고 반가운 마음만 가지고 저도 샀어요. 근데 아직 읽을 자신은 없어요. ㅠㅠ
루페니언이 대단한 작가이긴 한 것 같아요.

공쟝쟝 2023-05-14 21:47   좋아요 1 | URL
저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인간사가 웬걸 다 권력관계로 보여가지고 (지금까지 30여년 살아온 나의 삶까지도) 공황+우울 상태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리고 고민이 더 깊어져 결국 푸코를 읽기로 했다) 여튼 쭉 더 더 더더 이러면서 새로 덧붙여진 시각에 생각을 후벼파다 보니… 지금은 그런 시선으로 봐도 세상이 그렇게까지 비관적이지는 않게 보이거든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할 수 있는 삶과 관계들도 보이기 때문에 ^^

근데 분명히 루페니언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좀 있긴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그런 식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인간에 대해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시선이 더 우세하긴 하지만 루페니언의 인간혐오ㅋㅋㅋ는 못따라가겠어요ㅋㅋ
그런 의미에서 별 다섯입니다!

은오 2023-05-14 0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환승연애 나는솔로 이런거 좋아하는데 다양한 인간군상 구경하고 관찰하는 재미로 봐요. 합숙 리얼리티 프로그램 너무 재밌는게 그 안에서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거기 대처하는 인간들이 너무 찌질하고 추해지는거 보면 아 저러지 말아야지.... 반면교사 삼게 되기도 하고 그안에서도 매력적이고 잘 대처하는 사람이 보이면 신기하기도 하고 ㅋㅋㅋㅋ
글고 노멀피플 보고있는데 반갑네요!!! 얘네 이제 대학갔는데 아 코넬.... 얘 정신차리나요? 정신차리겠죠? 일단 다 보고 다시 얘기하는걸로 ㅋㅋㅋㅋ
이거 저도 땡투하겠습니다 쟝님!! 저도 마음이동함 너무재밌을거같음 ㅋㅋㅋㅋ

공쟝쟝 2023-05-14 21:53   좋아요 1 | URL
아.. 보면 재밌겠죠? ㅋㅋㅋ (사실 재밌게 볼까봐 안보는 것도 있음) 안보는 채로 까서 좀 그렇긴 한데. 다른 건 모르겠고… 그걸 안보는 이유는… 그게 정상처럼 보인달까?….

저는 솔로가 더 정상(?)이고 연애 중 보다는 연애 안함이 더 디폴트고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런 식의 짝짓기 프로그램+로맨스까지도 일종의 게임으로 치면ㅋㅋㅋ 인연이 맺어지기 위해 달려가는… 그런 서사랄까요? ㅋㅋㅋㅋ
너는 내 운명.. 제 짝은 있다.. 짚신도 짝이 있다 ㅋㅋㅋ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어 있다… 뭐…. 그런 담론들이 몸에 새겨지는 것 같거든요.

은오님은 애긔애긔라 아직 모르겠지만, 삶의 어느 시기에 미친 듯이 청첩장을 받는 날이 와요. 그럴 때 나는 묻는 거죠. 내가 문제인가?? 내가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나를 하자있는 존재로 여겨요 ㅋㅋㅋ 저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기 위해서 미친 사람(ㅋㅋㅋㅋ) 처럼 책을 읽었고요. 니들이 틀렸어! 결혼제도 엿바꿔먹어! (푸코 돋넼ㅋㅋ)

그래서요. 그냥 남들이 다 보고 남들이 다 저게 맞나보다… 그렇게 가던 삶에서 나를 비난하기 싫어서 어떤 것들을 안보기 시작하니까, 정말로 세계관이 더 이상해졌지만ㅋㅋㅋ 내 인생이잖아요ㅋㅋ?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지금은 매우 만족합니다.

코넬은… 아아. 코넬… 저는 코넬에 이입했어요…ㅋㅋ 다 읽고 제 <노멀피플>독후감 읽어주실거죠?
알라딘 서재 막 재미붙이던 시절의 귀요미 독후감일것입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3-05-14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님께서 단편 하나하나 세심히 소개해주셔서 읽지 않고도 친근해지긴 했지만, 작년인가 알라딘 서재에서 제목을 기억해두었다가 [수영장 도서관] 읽었을 때의 정서적 충격이 생각나서 망설여지기도 하네요 ㅎ

게으른 저는 은오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땡투하시겠다니 이미 반은 읽으신 바와 같습니다 ^^

공쟝쟝 2023-05-14 21:21   좋아요 1 | URL
얄라님… 저는.. 부끄럽게도… <수영장 도서관>을 읽지 못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책은 걸드문트님과 잠자냥님이 좋다고 하셨는데요? 여름이고 도서관이고 수영도 하고 찐하다고(?)해서…. 도전했다 장렬하게 실패했음… 제가 거기까진… 아직…. 허허…..
그러므로 제 페이퍼를 읽고 정서적 충격을 받으신 얄라님이 승자! ㅋㅋ

2023-05-15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9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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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소설에 대해 할 이야기는 별로 없지만, 반납하려고 책을 후루룩 뒤적이다 작가 연보를 이슬아의 평과 함께 발견한다.


아니 에르노는 시몬 드 보부아르를 알게된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를 알게 되는 날은 매우 중요한 해가 되는 것이 맞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도 인생의 나침반을 수정해야하는 위기에 맞닥뜨린 평범한 사람에게도.


아니 에르노가 보부아르를 만난 해, 1959년. 울엄마가 태어난 해.
내가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만난 해. 2019년. 내 독서에도 분기점이 되는 해다.

이슬아의 표현대로
쾌락은 고독과 함께가는 것일까.
나는 다른 말을 덧붙여본다.
고독이 딸려오지 않는 쾌락은 앎을 선사하지 못한다.
우리는 책을 읽는다.
책을 덮고 난 후 나의 고독에서 건져 올려지는 것들.
책이 흔들고 지나간 자리 이후에 남는 앎이 나에게는 쾌락이다.
그 만남이 좋으면 좋을 수록 나는 고독(혼자임)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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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4-09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흔들고 지나간 자리 이후에 남는 앎이 나에게는 쾌락이다. 멋진 말!
쾌락의 의미가 다시 쓰여지는군요?
1959 년과 2019 년....시간을 넘어 보부아르는 계속 살아있는 듯 합니다.
여성들 모두에게요!

공쟝쟝 2023-04-09 15:28   좋아요 2 | URL
보부아르여!!

수이 2023-04-09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고독은 제한적이지 않나 그래서 더 쾌락 쪽으로 가는 거 같습니다. 이슬아 말에 좀 더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되는. 한편 고독이 무한정인지라 쾌락 쪽으로 가려고 아니 에르노 언니가 그러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구요.

공쟝쟝 2023-04-09 15:34   좋아요 1 | URL
저는 제가 모든 것이 좀 늦다고 생각해요(응?) 19살의 아니 에르노가 보부아르를 만났다면, 저는 훨씬 늦게 만났고, 어떤 문법이나 수행이 아닌 자아라는 측면에서 선명한 자의식을 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ㅋㅋㅋㅋ!!! (제 글이 처절한 이윱니다 ㅋㅋㅋㅋ) 그러므로 앞으로 제한적인 고독도 살아보고 쾌락도 느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ㅋㅋㅋ 시간과 몸과 체력은 유한하잖아여!?? 그런데 스스로를 혼자 놓아보지 않았다면 저는 평생 자의식 없이 살았을 것 같아요 ㅠㅜㅜㅜㅠㅠ 자의식 이후의 쾌락이라면…. 투비컨티뉴!!!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와 소설이야 말로 아니 에르노와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이슬아 매우 좋아해요!!

수이 2023-04-09 20:53   좋아요 1 | URL
저는 이슬아를 읽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3-04-10 00:28   좋아요 0 | URL
이슬아는 소설쓰고 싶은데 에세이만 쓰게 된다며 투덜 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놓고 생각하니 아니 에르노랑 컨셉이(?) 비슷해요! 그래서 서평썼구나 싶다!!! 오오 한국에는 이슬아가 있다!!

바람돌이 2023-04-09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흔들고 지나간 자리 이후에 남는 앎이 나에게는 쾌락이다.
이슬아작가님의 문장보다 공쟝쟝님 이 문장이 나는 더 좋아요. ^^
다만 다음 문장
만남이 좋으면 좋을 수록 나는 고독(혼자임)이 절실해진다.
에이 고독해지지 말고 술을 마셔요 술을..... ^^ (금주는 항상 내일부터..... 다이어트와 금주의 공통점은 항상 요것만 먹고 나서.... ㅎㅎ)

나의 친애하는 공쟝쟝님이 이슬아작가님을 매우 좋아하신다니 한권도 안 읽은 저는 또 찔려서 이슬아 작가 막 검색하고 있습니다. 뭣부터 읽을까하고 말이죠. ^^

공쟝쟝 2023-04-10 00:26   좋아요 0 | URL
이슬아 좋아요! 수필집이 백미인데 너무길고 인터뷰집 좋았어요 저는! ㅎㅎㅎ 찐 mz의 맛을 느껴보셔요! 근데 의외의 유기농입니당!! 술도녀2 보고 안그래도 요즘 술 자주 마시구있다능..🥲

건수하 2023-04-09 1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둘다 루앙에 있었던 시절이 있더라고요.. 보부아르는 저때 파리에 있었겠지만 ^^

공쟝쟝 2023-04-10 00:29   좋아요 0 | URL
진짜 멋있는 여성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수하님은 보부아르를 알아본다 🤗

난티나무 2023-04-09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킹과 루앙!!! 저 작년 가을에 딱 두 곳 찍어서 잠시 다녀왔는데 괜히 반갑네요?!
읽으면서 어… 나는 공쟝쟝님보다 더 늦네…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4-10 00:29   좋아요 0 | URL
후후 ㅋㅋㅋ 나도 루앙!!!

난티나무 2023-04-10 01:50   좋아요 0 | URL
왠 오타 ㅋㅋㅋ 킹 아니고 캉 ㅋㅋㅋㅋ 아놔 자동완성 이번에는 칼 될 뻔 ㅋㅋㅋ
 
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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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에서 느낀 거의 유일한 흥미로움은 도스토옙스키가 글 쓰는 방식(랩하는 것 처럼 피곤한 의식의 흐름 문체)이었다. 200년 전에 이런 소설을 썼다고? 오. 존경. 그리고 인물에 대해서는. 흠… 여기 나오는 지하 인간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음 할말하않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자기가 책인 줄 아는 이 지하인간은 희진샘이 죽도록 패는 ‘서구지식의 낡은 산물’이 분명하다. 


어쨌든 나 역시 읽는 것이 되려 하는 가? 읽은 것이 되려 하는 가? 하는 뜨끔함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니다. 내가 읽는 것들은 내 삶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쓴다. 나를 합리화해 보려고. 지하 인간과 반대다. 살면서 만나는 지독한 문제들에 맞서서 나에게 도움되는 읽을 만한 글씨들을 조합해 나가려는 것에 가깝다. 소설 속의 지하 인간은 성매매업소 가서 리자한테 자기합리화하고 난 다음에 (우웩) 돈 쥐어주고 자기 위안까지 하고 나오지만 (우웨엑-), 나는 계속해서 나를 침범해 오는 많은 것들 중에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은 밀어내려고 읽는다. 덕분에 고독해지기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며 확실히 나를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


정희진이 끊임없이 문제 삼는 것은 주체-타자(이성-감정, 머리-몸)의 이분법과 이항대립이다. 서구 지식의 낡은 산물인 그런 ‘인식의 방법’이 현대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 문제의 기원이다(내가 지겹게 문제삼는 불법 촬영물까지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희진샘이 말하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은 생각대로 몸을 맞추라는 지행합일 이런 게 아니라 몸에 생각을 맞추라는 것이다. 어제 잠깐 반짝 캐런 버라드이야기가 나왔었는 뎈ㅋㅋㅋ (너무 당연한 말 “너 자신을 알라” 하는 데 왜 또 양자역학까지 들고 와야 하는지 모르겠닼ㅋ 진짜… ㅋㅋㅋㅋ) 서구의 사상가들은 자기네 역사와 철학이 망쳐버린 인류와 지구에 미안해서 열심히 (푸코-해러웨이-버틀러-버라드를 이어오면서) 주체-타자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있는 데… 그게 그렇게 어렵게 말할 일인가 싶다가도. 뭐 많이 읽으신 분들에게는 어려운 거 겠구나 한다…. 


그러기 쉽잖아. 이 지하인간처럼. 자기가 너무 잘나고 똑똑해서 남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아는 거. 

지하인간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글씨를 읽고 쓰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지상에서 생활을 하는 우리는 지하인간처럼 삶 자체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 지식을 섭취한다는 것은 섭취하는 지식들이 몸에 역하지 않다는 것은 (분열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글씨가(지식권력)이 되었음(혹은 위치가 원래 가까웠거나)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겠구나. 하고 추측. 수월하게 획득하는 앎을 넘어 나의 몸과 불화하는 지식까지 섭취하며 사유를 밀어붙이는 이들을 존경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이미 온 세상이 내 삶과 불화하고 있으며ㅋㅋㅋㅋ 나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하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조금 기특해하고 귀여워하면 좋겠다 싶어 읽고 쓰기 때문이다. 


계속 정희진의 언어들이 몸에서 섞이는 데. 딱히 인용부호를 달지는 않겠습니다. 자신을 해방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 역시 해방하지 못한다. 남을 쉽게 단정 짓는, 우월한 자신을 생산하는 글쓰기로 타인을 바꾸고 싶어 해서는 안된다. 그건 미래의 나한테 쪽팔려 못할 짓. 


주체-타자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언어는 현실보다 늦게 당도한다 ㅜ..ㅜ) 철학 천재들이 지금도 양자역학까지 가져와서 부지런히 해체 중이시다. (아놔, 근대는 커녕 봉건에서 허덕이는 나는 진심 그것이 이렇게까지 해서 해체하고 말고 해야 하는 지난한 지적 과정이었다는 게 좀 더 이해가 안 간닼ㅋㅋㅋㅋ) 우리는 때와 장소에 따라 주체와 타자를 부지런히 오고 간다.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은 ‘성실성’이다. 나는 정희진의 아래 문장을 정확하게 안 까먹고 기억하고 있으려고 한다. 대화에서 성실하려고 노력해야지.

"(11) 안정된 존재가 쓴 글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안정이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하다. 성립가능 하다면 그 안정은 *기득권 속의 안정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불안정한(unstable) 상태를 존중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과 연대하고 싶다.

글을 쓰는 주체인 나를 알기 위해 나를 대상으로 삼은(삼는) 그들의 언어를 아는 것, 이것이 *맥락적 지식*이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주체도, 대상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이 둘 사이를 지속적으로 왕복하는 성실성(integrity)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객관성을 독차지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관점은 부분적 시각(partial perspective)일 뿐이다. - 정희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모든 삶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원리가 있다. 자기가 너무 중요하면 남도 중요한 줄 알아야 한다. 이 지하 인간은 그걸 모른다. 읽은 글씨들 때문에 현실과 계속 불화하던 그가 욕구를 풀고 난 후 창녀 리자에게 되지도 않게 인생 고나리질을 하다가 “(146) 그녀도 머릿속으론 똑같은 생각 을 했던 것일까? 즉, 그녀도 이미 얼마간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 이 있다는 소리인가…? ‘젠장, 이거 참 흥미롭군, 같은 부류라 고나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흥분에 들떠서 거의 두 손을 비벼 대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런 풋내기 영혼 하나쯤 맘대로 주무르지 못할쏘냐…?’ 이 놀이에 나는 그 무엇보다도 매혹됐던 것이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난. 음. 이 책 많이 읽은 무식한 새끼의 너절함이 너무 투명하고 맑아서. 앜ㅋㅋㅋㅋ 글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쓸 수 있다니ㅋㅋㅋㅋ 역시 이런 글은 살아남는구나!!!ㅋㅋㅋㅋㅋㅋ 정말 문학은… 위대해 😱 어쨌든 내가 한남성(최근에 깨닫는 건데 이건 여자한테도 있다. 한남성말고 따른 말을 붙이고 싶은 데… 대체할 말이 없어서 당분간은 한남성이라고 부르도록 해야겠음… 아직까진 유의미한 실천이라 사료됨ㅋㅋㅋ)이라고 말하는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이 책은 도스토옙스끼로 대표되는 토종 서양남들의 여성혐오(와 숭배)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작가가 반영웅으로 설계했다고 작품해설에서 읽긴 했는 뎈ㅋㅋㅋ 영웅이나 반영웅이나ㅋㅋㅋㅋ 아쒸ㅋㅋㅋㅋ 도옹이 쓴 건 쓴 거니까요?ㅋㅋㅋ 나 어디선가 도끼옹이 창녀 폭행했다고 들은 거 같은 데. 그럴 수 있는 인간이 쓴 글임이 분명하다. 200년전이니까 뭐ㅋㅋㅋ


한마디로 정리하면 책만 읽고 살다가 편협한 자아가 비대해져 관계에 실패하고 마는 모든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릴 책이다. 그럼 여러분은 묻겠죠? 너는? 나는… 경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복수하고 싶어하는 종류의 인간이 그런 인간이기도 하고. 사실 책읽는 사람 주변에 딱히 많지는 않아서 (긁적긁적)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란 인간은 통 매력이 없다. 내 생각에 나는 간이 아픈 것 같다. 하긴 나는 내 병을 통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의학과 의사를 존경하긴 하지만 치료를 받고 있지 않으며 또 받은 적도 결코 없다. 게다가 나는 아직도 극도로 미신적이다. 뭐, 의학을 존경할 정도로는 미신적이란 소리다.(미신 적이지 않을 만큼은 교육도 충분히 받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신 적이다.) 아니, 나는 심술이 나서라도 치료 따위는 받기 싫다. 이런 심보를 여러분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뭐, 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강렬한 첫문장

하지만 단언하건대, 여러분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 되지 못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숫제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심술궂은 인간도, 착한 인간도, 야비한 인간도, 정직한 인간도, 영웅도 벌레도 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방구석에서 이렇게 연명하면서, *현명한 인간이라면 진정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오직 바보만이 뭐든 되는 법*이다, 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표독스러운 위안이나 하며 나 자신을 약 올리고 있다.
😳 도옹은 바보입니다 어허허 - P11

내가 지금 이렇게 많은 말을 늘어 놓은 건, 절대로 나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아니, 그렇지 않다!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나는 다름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건, 여러분, 나 자신을 위해 지적해 두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렇게 약속했지 않은가.
😳 이 부분에서 나는 나를 느꼈... ㅜㅜ 앍ㅋㅋㅋ 나 도끼옹 따라 쓴 거 아닙니다 ㅋㅋㅋ 쓰다 보니 비슷했을 뿐이얌ㅋㅋ - P79

"왠지 당신은……" 그녀는 갑자기 말을 꺼냈지만 이내 멈춰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의 음성에는 이미뭔가 다른 떨림이 배어나왔는데, 그것은 아까처럼 날카롭고 거칠고 반항적인 것이 아니라 뭔가 부드럽고 수줍은 것, 갑자기 나마저도 왠지 수줍어지고 미안해질 만큼 수줍은 것이었다.
"어떻다는 거야?" 나는 상냥한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당신은요………."
"어떻다고?"
*"당신은 왠지…..… 꼭 책을 따라하는 것 같아요."*
😳 지하인간 현타오는 소리 ㅋㅋㅋ 우지직 ㅋㅋ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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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의 이론과 비평] 주체의 죽음과 에이드리언 리치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1-31 09:45 
    이 책의 장점은 여러 페미니즘 이론의 ‘정리’에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라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듯하고, 나는 <6장 :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이 궁금하면서도 어려웠다. 이 책의 278쪽을 보면 이런 서술이 나온다.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많은 논쟁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모든 논쟁이 제1세계에서만 해당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주체의 죽음, 역사의 죽음, 형이상학의 죽음과 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장은 서구
 
 
은오 2023-01-28 0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님 굿모닝! 책만 읽다가 자아가 비대해진 러남충 이야기군요... 이 글 읽으니까 궁금해짐ㅋㅋㅋㅋ
정희진쌤 5권까지 나온 시리즈 중에 하나만 골라주세요! 쟝님 유튜브에서 최애가 3이라했던가? 순위 다 매겨줬던거같은데...

공쟝쟝 2023-01-28 07:37   좋아요 3 | URL
굿모닝~~ 정확해요 ㅋㅋㅋ 러남충ㅋㅋㅋㅋㅋ앍ㅋㅋㅋ 진짜 개시름ㅋㅋㅋㅋㅋㅋ 난 오늘도 아홉시에 (방에서 방으로) 출근해요 ㅋㅋ <정희진 처럼 쓰기> 시리즈 저는 5권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4권이 너무 좋아요. 현 시점에서는 4-5-3 입니다. 5권 한참 아플 때 읽어서 다시 읽어보려고 시간 내려고 하는 중ㅋㅋㅋㅋ

은오 2023-01-28 07:50   좋아요 4 | URL
으악 오늘 주말인데도요? 원래 프리랜서들은 주말 없어요?! ㅜㅜ
5권! 4권은 근데 영화네요? 저는 영화를 별로 안 봐서 약간 고민. 근데 정희진처럼 읽기 읽은 기억으로는 그 장에서 다루는 책이나 영화보다는 주로 정희진쌤 생각 위주로 써져서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공쟝쟝 2023-01-28 07:54   좋아요 3 | URL
딩동댕~! 5권이 은오님 뇌에 더 착붙! 4권은 나도 영화 거의 안봐서 미뤘는데 사실 서문이 갑인 거 같고 나머지도 다 넘 좋아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01-28 07:56   좋아요 3 | URL
내가 4권, 5권 바로 읽고 5권 중에 최고는 4권이라고 정리....를 해버렸어요. 나한테는 4권이 베스트. 5권은 쪼금 어려워요. 은오님은 어려운거 잘 읽으니까 괜찮을거 같기도 하군요.

은오 2023-01-28 08:03   좋아요 4 | URL
제가 어려운걸 잘 읽는다고요?! 단발님께서는 저의 어떤 걸 보고 그런 오해를... (심각)
근데 쟝님이나 단발님이나 두분 다 베스트는 4권이네요 ㅋㅋㅋㅋㅋ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4부터 담았습니다

단발머리 2023-01-28 0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쓰는 사람은 모두 말많은 사람, 할말이 너무 많아 주위 인간들이 다 들어줄수 없어서 쓴다,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 최고점이 도선생 아니겠어요. 도선생과 나의 길피 플레저 로스님 정도.

아직도 식민시대를 사는 우리에게(전시작전권 미국에 있음) 사실 해체는 너무나도 먼 일 아닌가 생각해요. 우리는 일단 여기에서 탈출해야 그래야 저들이 해체하려고 하는게 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아직 타자죠. 이 나라의 지식인들조차도. 자기가 주체인줄 아는 타자 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가 백인 남성인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또 한편으로는 주체-타자의 이분법 없이는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가 없잖아요. 옆사람이 밥 먹으면 내가 배부르지 않는 이상.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모순을 ‘어쩔 수 없이‘ 안고 있다고 난 생각해요. 조용한 아침인데.... 출근 ㅠㅠㅠ

점심 먹기 전에 퇴근합시다, 토요일임!!

공쟝쟝 2023-01-28 08:32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자기가 백인 남성인 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적절합니다.

희진샘은 타자화 하는 시선을 문제 삼는다고 생각해요. (서백남이 만든 스마트폰은 그걸 최적화한 매체고요. 자기 시선의 무한한 확장/ 그리고 어제 하다 만 이야기인데 양자역학 있죠? 관측자의 시선...ㅋㅋ 단발머리님이 연구해서 잘써주세요. 해체하는 중인가봐요 그들은. 자기들의 인식론을. 근데 우리도 그래요?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나요? 그럴 때도 있지만 안그럴 때도 많지 않나요?)
일단 희진샘이 프로이트 가장 좋아하는 지식인으로 꼽는 다는 거, 희진샘은 무의식을 아주 잘 보실 수 있는 분이 신 것 같아요. (타자화하려드는 무의식. 이건 제가 좀 더 생각해볼게요. 남들은 안보이는게 보이실테니까 눈물이 난다 ㅜㅜㅜ)

우리는 정말로 ‘아직‘ 타자인가요? 저는 한국은 스스로 타자화 할 필요 없는데도 피해자성에 머물러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민주당이 제일 싫은 이유인데... 여긴 넘어갈게요... (아직은 민주당이 할일이 너무 많다 ㅜㅜㅜㅜ)

전통적으로 지식생산을 담당해온 서백남은 타자를 생각 안해도 됐잖아요? 자기만 너무 우월한 주체여서 지배하거나 타자화하거나. 그건 그래도 됐기 때문에 (노동, 재생산 도 안하고 지식만 열심히 파도 됐을 만큼의 지위. 여기 지하인간도 ㅋㅋㅋ 유산 물려받고 집에 틀어박힘..ㅋㅋㅋ 책 만 읽어도 됨) 그런 특권적인 위치에서 생산된 지식... 이제와서 그런 지식을 배우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몸에 맞지 않는 공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 이것도 정리 안되었으니까 이정도로만 던져 둘게요. (지금의 지식층은 특권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는 게 요즘 제 생각... 예여. 거기도 경쟁 너무 심함)

요는 이분법은 쉽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고~ *주체-타자*를 서로의 위치에서 영향을 미치며 노동하는 관계 안에서 파악해야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어렵게 해야하느냐가 요즘 저의 질문이 되어버렸어요.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걸 경계해야하는 거죠. 이분법은 언어이고 임의이고 개념일 뿐이지 진짜(현실)가 이분법은 아니라능...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ㅋ

다락방 2023-01-28 08: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쟝님 리뷰는 욕하고 있는데 인용문 읽으면 엄청 읽어보고 싶네요! 특히 저 강렬한 첫문장… !! 그리고 153 페이지도요!!

공쟝쟝 2023-01-28 09:01   좋아요 4 | URL
그게 문학인 거 같아요!!! 필립 로스도 그렇고 ㅋㅋㅋ 잘 쓰면 다 읽음 ㅋㅋㅋ

단발머리 2023-01-28 09:04   좋아요 2 | URL
여기 마지막 문장에… 근데 나도 이 책 있지롱!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네요. 저는 이 책 있습니다. 민음사꺼요 ㅋㅋㅋㅋㅋ창비것도 ㅋㅋ

다락방 2023-01-28 10:48   좋아요 5 | URL
저 단발님 댓글 읽고 설마.. 하고 <산책> 앱에 넣었더니 저 이 책 있네요? 창비 껄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또 살뻔 했어!!! 있을 거란 짐작도 못했어요!!!!!!!!!!!!

공쟝쟝 2023-01-28 15:00   좋아요 2 | URL
그녀에게 <산책 앱>이란…! 출판시장이 이 앱을 싫어합니다.

다락방 2023-01-28 0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쟝님, 쟝님 도선생 전집도 갖추고 있는데 특별히 민음사의 이 책으로 도선생을 읽은 이유가 어떤건가요??

공쟝쟝 2023-01-28 08:57   좋아요 5 | URL
전집에는 지하로부터가 없었습니다 (나도 충격ㅋㅋㅋ)

단발머리 2023-01-28 09:02   좋아요 3 | URL
그냥 충격 아니고ㅋㅋㅋㅋ 충격의 도가니다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28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데 왜 자아가 비대해져? 내 자아는 맨날 쪼그라들던데.... 세상에 참 희안한 사람들도 많아요. ㅠ.ㅠ

공쟝쟝 2023-01-28 15:06   좋아요 2 | URL
그건 바람돌이님이 이미 고귀한 성품을 가지셔서 그래요. 지면을 담당하는 권위자들의 해석에 주눅들지 말고 담대하게 초천재들과 맞장 뜹시다ㅋㅋㅋㅋ 도끼 너 별거 아닌데? ㅋㅋㅋㅋ 읽는다고 독후감 쓴다고 누가 돈줍니까? 자신감 가지고 똑똑하게 읽으면 고귀한 성품은 글에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ㅋㅋㅋㅋ

scott 2023-01-28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벽 장쟝님 도끼옹 리뷰 읽고 저 책 커버 쳐다보니 장쟝님의 눈빛으로 보이능(๑‘-ωก̀๑)

공쟝쟝 2023-01-28 15:07   좋아요 1 | URL
스콧님!! 일곱시는 아침이예여.. 새벽이 아니랔ㅋㅋㅋ (구정을 맞이해 요즘 아침일찍 일어나고 있어용ㅋㅋㅋ) 일어나세요!!

미미 2023-01-28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마저 지적 쾌락을 주는 쟝쟝님!!ㅋㅋㅋㅋ 저도 분명 이 책 집에 있을텐데 (찾는 중)

공쟝쟝 2023-01-28 15:07   좋아요 1 | URL
그 쾌락 참… 고급스러버…💕

건수하 2023-01-2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따라하는 것 같아요…. (쿠궁) 🙀

공쟝쟝 2023-01-28 15:0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기죸ㅋㅋㅋㅋㅋ 오랜만에 현실인간에게 자기 할말 신나게 떠들고 있었는 데 ㅋㅋㅋㅋㅋㅋ 거의 뺨 맞는 수준 ㅋㅋㅋㅋ

새파랑 2023-01-28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은 한국의 도스토예프스키~!! 왠지 글쓰는 방식이 비슷한거 같아요 ^^ 곧 대문호로 등극하실듯 ~!!

공쟝쟝 2023-01-28 15:1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잘하고 있어요!! 정확히 제가 원하는 바를 알아차려서 이 독후감을 읽으셨군요? 독후감 문맥왕2의 자리를 건넵니다!!!

2023-01-28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8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