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즐거움 - 지적 흥분을 부르는 천진한 어른의 공부 이야기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유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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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독서, 지적 폐활량, 공감 베이스 독서의 위험성, 모르는 채로 읽기. 어떤 책은 삶을 바꾸기를 요청한다. 그러니 결론적으로는 내가 바뀌어야 한다. 어떤 관계도 그렇고. 어떤 지식은, 어떤 사건은. 독자가 된다는 것은… 읽어내기 위해 나를 갱신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삶에 꼭 필요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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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 마음의 자립을 시작한 여자를 위한 심리학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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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증상, 여성적 동일시,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들이 (주로) 쾌락을 생산하는 방식이 가지는 곤란함이 사례들과 함께 잘 소개되어있다. 라캉의 대타자의 음성이 한국에서는 ‘남들처럼’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기준들이라는 저자의 분석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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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2-0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좋습니다..ㅋㅋ
 
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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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랑 잃은 여자가 자기연민, 도덕적 방어는 하나도 없고, 관계에서의 열정만 그대로 남겨 박제해버리기를…하여 되려 쿨내 진동해버리는 문체. 삶 쓰기에 대한 더없이 단순한 열정이 사무친 천재 작가 아니 에르노의 기개가 엿보여서 읽는 나는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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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1-24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더 마라맛이라는 탐닉으로 가기 위해 ㅋㅋ 미리 읽었뜸ㅋㅋ 기 대 된 다 👀

수이 2024-12-01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제 좀 읽어야지, 쟝님 서재 오니 내가 얼마나 안 읽었는지 알겠네 ㅋㅋㅋㅋ
 
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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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집착, 궁극적으로 무의미에 대한 의미 집착, 실재에 대한 질투이자 집착이며, 이미 찢어져 있는 개념들의 오독. 이토록 통속적인 감정을 글로 비벼버리기에 언니의 지성은 너무도 과잉이시며, 저는 이토록 과한 언니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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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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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힘들었던 것 같아. 항상. 사는 게. 항상. 항상. 한 번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 대답하지 않았다. 나도. 나도 그랬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었다.

“유튜브를 봤는데. OO 작가가 그러는 거야. 자기가 죽을 병에 걸려서 병실에서 눈만 뜨고 있는 데. 그 생각이 들더래. 한 번도 나 자신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구나. 겨우 깨어나서 책을 읽었대. 책만 읽었다고.”

- 2호선이었던가. 앞뒤 꽉 찬 에스컬레이터에서 갑자기 너무 내리고 싶고 토할 것 같았는데 부들부들 내가 주저앉으면 계단에 매달린 사람들 모두가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지는 상상을 하게 되는 거야. 그 몇 분이 지옥 같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공황인건데, 여튼. 여기서 내리고 싶어요. 나 여기서 내릴래요. 그 느낌 알지? 나 여기서 내릴래요. 그날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나도 그 생각 했던 거 같아. 한 번도 나로 살아본 적이 없네.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일 분도. 일 초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딱 한 시간만 나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로 산다는 게 뭔지는 모르고 지금도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나 책 읽었던 거 같아. 근데 그 선택조차 너무 착한 거 같아서 가끔 짜증나.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자기 객관화를 왜 못해?”

- 그러지 마. 그렇게 말하지 마. 그런 식으로 말하면 너 아프다고.라고 말하면서 나는 울었다. 내가 울었다. 내가 왜 우는지 너는 몰랐으면. 하지만 알게 되겠지. 인생은 기니까.




*

선이의 순진함

미주의 오만함

가은의 회피

한희의 합리화

내가 나이가 좀 들었나 보다. 소설 속의 그녀들을 이상하리 만치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너, 그러다. 당한다. 그런데 당해야 하는 것도 알았다. 다 나 같고, 내 친구들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소설이 아팠다. 평론가는 핍진하다고 했다. 핍진.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읽는 것 같지 않다. 이미 삶이 핍진한데. 더 핍진할 필요가 없어서 일지도.

이제 나는 좀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읽을 수 있어졌다.

*

니들만 마미냐? 나도 곧 마미 된다.

뭐? 쟝쟝? 결혼해?

마흔 미혼녀….

친구들이 깔깔 웃는다.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 곧 사십이구나. 한다. 서로 주름 자랑 흰머리 자랑하다가. 언제나 건강 염려로 끝맺는다.

어느 날부터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친구들이 신경정신과 약을 먹거나, 술을 자주 많이 마셨고, 갑자기 졸도를 했다고 했고, 느닷없는 수술 소식을 알렸다. 지나치게 혹독하고 평가적인 말을 했고, 어떤 밤에는 전화를 해서 엉엉 울기도 했다.

나는.

나는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는 채로

돈을 벌고

책만 읽었다.

학교 앞 공원에서 깡통이나 차고 놀던 내 흰머리 난 친구들의 얼굴들이 기억난다. 그래도 얘들은 다 뭐라도 된 것 같다.

나는. 내가 이렇게까지 무엇도 이룬 것이 없고, 아무도 것도 되지 못한 채로 사십 대를 앞두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참 이상한 것은. 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렸고. 후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어떤 슬픔과 환멸과 낙담에 이젠 거의 완벽하게 익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은 더 낙담할 게 있고, 더 실패할 것도 있고, 아직도 비틀어 없애버려야할 어떤 희망 비슷한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무엇을 느껴야하는 지에 익숙하다. 있는 것도 없지만 없는 것도 없는 나는 이제 좀 나한테 적응이 되었다. 물론, 세상에는 부적응.

- 나는 세상에는 내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29)

- 나는 말이 더는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당신들은 틀리지 않았다. 맞다, 내가 틀렸다. (121)

- 이젠 이유를 묻는다. 왜? 왜? 집요한 물음표 살인마로 살기로 했다. 어차피 답은 없을 것이다. 더 집요하게 왜, 왜,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나한테 주면 된다. (173)

- 기꺼이 아쉬워진다. 아쉬운 건 나지만. 아쉬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는 못하겠으면. 떠난다. 떠나면 돼. 어차피 내 자리는 원래 없었고, 나는 틀렸고, 그래서 나는 시간을 만들어 물어보기로 했다. 나한테. (239)

소설의 #백자평 을 이렇게 적었다.

“나의 똑똑하고 야무진 친구들이 점점 파리해지고, 어느 날인가부터는 약을 먹는다고 울먹일 때, 밖에 있는 너가 제일 부럽다고 할 때. 나는 네가 부러웠었는 데… 말을 삼키기를 다행였을까.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하며 살아남아있고, 너무 혹독해지지는 말자고.”

살아남으려다 보면, 순진하기만 할 수도, 오만하기만 할 수도, 회피만 할 수도, 합리화만 할 수도 없게 된다.

나의 성공 공식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행운은 나의 위치와 조건에서 기인할 테지만 덕분에 나를 변화시키지 않는 행운은 곧 불행의 구조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그건 좀 희극적인 부분 같다. 비극에서 배울 기회가 더 많다는 게. 특별히 내 인생만 고통은 아니고, 나만 피해자는 아니라는 것….

그러니 너무 혹독해지지 말자. 가능하면 편파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보자.라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내 자리는 원래 없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조건을 잘 수행한다. 이해하기. 받아들이기. 잘 느끼기.

내가 하는 반항은, 느낀 점을 표현하기. 그게 틈이다. 고작 그만큼의 틈. 그걸 얻어내기까지.


나는 지나치게 순진했고, 오만했고, 회피했으며, 합리화했다.

그래서.


*문장들*

(29) 선이는 이제야말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121) 미주는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온갖 말을 간신히 삼켰다. 당신은 틀렸어. 우리는 정이야. 학생이 갑이고, 당신이 을이고, 바로 옆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책임 강사들이 병이고, 나와 같은 평강사들은 정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강평으로 우리를 자르겠다고 위협당하면서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거고, 여기 있는 강사들은 위협당하는 대로 당신 비위에 맞춰 멍청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173) 가은은 이유 문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배우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가은이 이유를 그다지 묻지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주 오랫동안 가은은 자신이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가은에게 사람들이 이유 없이 베푸는 호의와 같았다, 어느 날 주어진 것.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239) 대체할 강사는 없었다. 한 명이라도 빠지겠다고 하면 한희가 사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희는 누구도 빠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대학의 어학당들은 모두 학기 중이었고, 지금 단기 과정에 열흘 내내 일하는 조건에 응했다는 것은 다른 대학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미주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지금 아쉬운 사람은 너야. 한희는 휴대폰을 소파에 던졌다.

그러나 약속이라는 것이, 예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 알아차린다면, 누구도 미래를 단언할 수 없을 거라고 한희는 생각했다. 아무리 굳게 의지를 다지고, 모든 상황이 하나의 추측만을 가리킨다고 해도 그렇다
- 나는 내일 떠난다.
한국어 문법은 때로 예정된 미래, 혹은 확실한 미래를 현재형으로 표현한다. 너무나 확실하기에 현재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선명한 미래라고 해도, 절대로 바뀔 리 없는 예정이라고 해도, 이 역시 부서져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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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4-11-19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미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별 거 없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써놓으신 문장을 읽고 있자니, syo의 마미와 공쟝쟝의 마미는 저마다의 마미로군요. 당연하게도.
그러면 공쟝쟝의 마미는 별 거 있는 세계일 수도 있겠어요.

아 화이팅.

공쟝쟝 2024-11-19 17:38   좋아요 0 | URL
마미쇼~! 당연한 말이지만 마미쇼도 엄청날 것 같아요. 화이팅! ㅋㅋ
난 그래도 윤석열 나이 때문에 몇년 더 남았어요. 서기쟝 될 수도 있는 거고 앞일은 모.른.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11-20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편파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저도 장착하려고요, 당장 오늘 점심 시간부터 ㅋㅋㅋㅋㅋㅋㅋ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요즘 성경을 못 읽고 있는데 쟝님 방에서 지혜의 말씀을 듣게 되네요. 일단 오늘은 잘해 볼려고요.

공쟝쟝 2024-11-24 07:57   좋아요 0 | URL
(힘줘서) 힘 내요, 그런데 무리해서 따뜻해지지는 말라고 알려주신 건 중도의 단발님..!ㅋㅋ 편파는 무리없는 한도 안에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