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아침, A호선에서 B호선으로 환승하는 구간. 우글우글 사람들과 부대껴지는 그 시점. 읽던 책을 덮(거나 끄)고 숨을 한번 들이킨다. 책을 펴는 것 조차 민폐가 되는 좁은 간격의 인류 속으로 몸을 우겨 넣으면 오늘의 ‘일’이 시작된다. 일하기 위한 정신상태로 무장하기. 잠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 처럼, 나의 어떤 자아는 접어서 개워 넣고 다른 종류의 자아를 꺼낸다. 생각을 생각하지 않는 자아와 내 몸을 잊는 자아다.

부대껴오는 모든 몸들에 인격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처럼 안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면 말이다. 이 한칸의 객실 안에는 얼마 만큼의 사람이 탈 수 있을까? 100명, 200명, 설마 300명?... 세보진 않았지만, 300명 넘을 것 같다. 가끔 파업이 있거나, 지하철 연착이 되는 날이면 없는 인류애를 발휘하며 사람들을 아주 깊숙히 끌어안게 된다. 숨이 막힐 정도의 진한 포옹이다.

지하철 파업이 이어지던 날의 출근 길이었다. 한발 재겨설 틈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자 누군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와, 미쳤나봐. 진짜.” 만약 가까이 있었다면 이런 귓속말을 해줬을 거다. “안미쳐서 타는 걸거예요, 아마” 미쳤으면, 이 고생을 해가며 일하러 안나가겠지.

“(14) 오늘날 ‘생계를 꾸리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사회적 관습이라기 보다는 자연 질서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진다.”

매일, 매일 또 매일. 출근길의 지하철을 탄다. 그때 마다 내 옆의 이 사람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내 몸만을 생각할 수도 없다. 모두들과 나까지 배려하려 들면, 그걸 지하철에서 매일 아침마다 해야한다면, 나는 아마 정말로 미쳐버릴 것이다.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몸의 존재 자체를 잠시 잊어버려야 하는 회사원 300명 x n명.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해서 일을 하러 가는가?

“(12) 하지만 보통의 시민이 일에 쏟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간(일로부터 회복하는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을 위해 훈련하고 조사하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여)만을 간단히 따져 보아도, 일의 경험은 좀더 고찰할 필요가 있다.”



2.

엘리베이터에 탈 때는 나의 본모습과는 조금 다른 자아를 장착한다. 앞으로 퇴근 시각까지 ‘잘 웃고, 잘 울고, 화내고, 생각이 많은 나’는 밀어 넣어둔다. 자주 웃으면 실없어 보이고, 회사 사람들에게 우는 ‘여자애’로 프레임 씌워지기는 정말 싫으며, 화를 폭발시키면 해고 당할 것이고, 생각을 하게되면 일을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13) 일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사람들은 통치자와 피통치자라는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로 말려들어 간다. 실제로 직장은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가장 직접적이고 명료하며 실체적인 권력관계를 흔히 경험하는 곳이다. 일은 단순히 경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온전히 정치적인 현상으로서 탐색할 여지가 많은 대상이다.”

회의시간.
대표는 결과물로 말하라고 이야기한다. 업무는 효율적으로, 대답은 큰 목소리로, 일장연설을 들으면서 하품을 참는다. 빈틈을 보이지마. 퇴근 시각까지는 너희의 시간을 산 것이므로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빻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내 말이 틀려?” 질문에는 고개를 젓는다. 일과 중에 가장 힘든 시간이다. 귀담아 듣는 ‘척’하기. 일이 하고 싶은 ‘척’하기. 왜 모든 대표들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걸까.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 회사라면서, 뭘 저렇게 가르쳐주려는 걸까. 저는 일을 배우고 싶지, 인생을 배우고 싶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그게 일이다. 당신의 노오력과 뛰어남으로 성공한 이야기를 새겨듣는 ‘척’ 하는 일. 경청과 싹싹함으로 무장한 직원에게 나가는 월급은 덜 아까울 것이다. 나는 그의 환심을 사야 한다, 악착같이. 필기까지 하면서 열심히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을 하다보니 어느덧 이게 척이 아니라 나의 진심은 아닐까하고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그가 가르쳐준 (다른 의미의) 인생공부를 배워버렸다. 복종하면서 자발적이라는 연기까지 끼얹어 복종하기. 아아, 나의 일. 혹은 사회생활.

“(14) 일터는 사적 영역으로, 사회구조보다는 일련의 개별 계약이 낳은 산물로, 정치적 권력 행사의 장이 아니라 인간 욕구의 영역이자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3.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면 일에 집중한다. 사실 아침 회의에 비하면 본격적인 일은 훨씬 수월하다. 물론 어렵다. 힘들고. 그런데 일은 일만 보면 된다. 굳이 윗사람들의 들볶아댐이 없어도 나는 내 노동이 투여되는 과정와 결과물을 좋아한다. 사실 일을 좋아하고 일로 좋은 평가를 받을 때 기쁘다. 일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많다. 그런데 아침에 혼을 빼앗기고, 하루 종일 일에 절어있다가, 어찌어찌 퇴근을 하고 또 한 시간을 꼬박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일에 질려버린다. 그래서 일이 싫다.

자아를 개워 넣는 것은 쉬웠는데 본디의 자아를 다시 꺼내서 입는 것은 어렵다. 일 모드에서 스위치를 끄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회복의 시간은 어떤 루틴을 거쳐야 한다. 나는 일년 넘게 동네 요가원에 다니는 중인데, 요가를 마치고 돌아와 씻고 나면 이제서야 분리된 자아가 합쳐져 온전한 내가 된 것 같다. 잠에 들기까지 한 시간 가량, 책을 읽거나 일기나 글을 쓴다.

“(12) 결국 최고의 일자리조차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해버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확실히 해 두자. 우리가 이런 조건을 그저 체념해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이상할 것은 없다. 의아한 것은 이렇게 일해야만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기꺼이 일을 위해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야근이 많아서, 회식 때문에, 생리중이라, 친구나 가족과의 만남이 있어서, 너무 들볶여 피곤이 극에 달해서, 요가를 가지 못할 때 생긴다. 일하는 자아에서 원래의 자아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로 시체처럼 잠을 잘 수 있는 주말만을 기다려야 한다. 자아를 갈아입지 못한 나는, 시간이 생겨도 그냥 멍을 때린다. 에너지 소모가 제일 적은 (그러나 재충전은 되지 않는) 유튜브 보기나, sns에 좋아요 누르기, 인터넷 쇼핑하기, 그러다 스르르 잠자기. 회복이 안된 나는 별로다. 생각하지 않는 상태.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 나 자신을 모르는 상태. 욕구 불만의 상태.

심리상담 이후 버리고 싶지 않은 습관이 생겼는데, 독서와 일기다. 정확히는 그를 통한 스스로를 공부하는 시간 갖기. 그 시간들을 꼭 만들어내야만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하다. 일을 잘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반드시 그 과정들을 통해서 나를 돌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덧없이 분주하던 과거의 모습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시금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살지 않는 것이 낫다고까지 생각한다. 내가 일(정확히는 임금노동)을 하는 이유는 안정적으로 그 시간들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쉽지 않다. 언제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해야하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매우 집중해서 열심히 일해야한다. (그럼 기운이 없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면 결국 ‘일’로 보상받고 싶어지고, 인정받고 싶어진다. 인정받아 직급과 연봉이 올라갈 수록 그에 맞추어 일을 더 잘해야 하고 많이 해야할 거다. 일에 바빠 일하는 ‘나’는 돌보지 못하는 상태로, 나 자신을 몰라 분열하는 나로 다시 돌아가겠지.

일에서,
도망 칠 수는 없을까.
왜, 일이란 적당히가 없는 걸까.

“(62)일에 맞서 삶을 지키려는 더 광범위한 정치적 노력,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삶을 누리기’위한 노력의 일부로 두가지 요구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일 대 삶’이라는 표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 표어는 반노동 정치를 위한 힘센 프레임을 제시하고 탈 노동 상상에 기름부을 수 잇을 만큼 충분히 포괄적이면서도 예리하다.”



4.

한때 나는 ‘효용 가치론’의 맹점을 비판하며 열렬히 ‘노동 가치론’의 옳음을 주장하는 비뚤어진 경.영.학도로서 (아, 그래서 학점이......) 누구보다 책에서 말하는 ‘노동윤리’의 시각을 체화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신성한 노동’의 의무 어쩌고 해왔으나, 일을 열심히 하면서 드럽게 일하기 싫다고 징징대는 본인의 모순 때문에 노동자 단결도 전에 자아분열로 환장하며, 나는 왜 이모양인가 잠시 방황하였다. 요즘은 기본소득 책 몇권과 때맞춰 발발한(?) ‘4차 산업혁명’ 기사들을 읽으며 아주 “일 그거 AI가 할건데?” 탈노동을 넘어 반노동, 게으를 권리, no노동 하는 (그러나 반전으로 입만 그렇고 일상은) 일벌레로 살아가는 중이다.

“(38) 나는 일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그리고 계급투쟁 대신 반노동 정치학을 추구하고자 한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뭔가 저자가 추구하겠다는 정치학에 엄청난 신뢰가. 옹, 내가 반노동 그거 마음으로 이미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정말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일에 쩔어 피곤해서 두페이지 읽다 딥 슬립.) 어렵긴 어려웠는데, 한문장 한문장 내 현실과 너무 맞닿아 있는 거라. 막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 데, 마음만큼은 뭔말인지 다 알겠어. 게다가 내가 관심있는 페미니즘에 마르크스주의를 함께 살펴보시겠단다. 얼씨구, 좋구나. 두 주의만으로도 황송했는데 기본소득에 주30시간 노동 이야기도 해주신다고 하고, 니체까지 끌어들여 유토피아에 대해 검토하신다니 지금 엄청 신뢰상승. 


일이 방해만 안하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휴일! 신난다~




"(27) 전통적인 노동관을 문제 삼는 것은 노동에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 다른 방식으로 생산적 활동을 구성하고 분배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노동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창의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 노동사회의 문제를 공론화 하고 정치적 문제로 제기 하기 전에 일을 수용하고 일과 자신을 동일시 하도록 이끌며, 일을 강력한 욕망의 대상이요 열망이 향하는 특권화되 영역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돕는 기제 (노동윤리 등)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8) 페미니즘의 두가지 전략 - 임금노동으로의 여성 진입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과 무급 가사 노동의 가치를 재고하고 그 책임을 양성 간에 공평히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의 공통된 문제점은 노동에 대한 정통의 지배담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페미니스트는 단순히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혹은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41)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만, 그리고 부자유보다는 불평등에만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빈곤해진다. ... 고로 나는 노동의 착취와 소외에 대한 비판에 더해,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서의 권력과 권위의 정치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마르크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페미니즘의 몇몇 갈래를 살펴볼 것이다."

"(44) 나의 관심사는 일에 대한 페미니즘 정치 이론을 발전시켜 일 그 자체 - 일의 구조와 윤리, 일의 싪천과 관계-가 불평등을 일으키는 기제일 뿐 아니라 자유에 대한 정치적 문제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63)어째서 일하고, 어디서 일하고, 누구와 일하고, 일할 때 무엇을 하고 얼마나 오래 일하는가가 모두 사회적 합의이고, 따라서 당연히 정치적 결정인 것이라면, 이러한 영역 중 더 많은 부분을 어떻게 해야 토론과 쟁투의 범위로 되찾아올 수 있을까? 일의 문제는 일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독식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문제는 일이 사회적, 정치척 상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까지 미친다."


댓글(16) 먼댓글(1)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우왜오열] 인생은 단짠단짠
    from 게으른 독서생활자의 수기 2020-03-06 19:51 
    5.2019년의 매우 초반. 엄마는 올해를 시작하며 엄청나게 좋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꿈 덕분에 올해는 다 잘될거야, 그러니 우리 딸 화이팅! 전화를 받는 날은 파혼을 결심하고 언제쯤 집에 말해야 할까 우물쭈물 대던 시점이었다. 이때다, 대차게 결혼을 작파한 나의 선택(!) 그것이 바로 올해의 대운었노라 선언했다. 엄마는 할말하않으로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이후의 나는 진심으로 결혼으로부터의 탈출보다 더 훌륭한 대운이 어디있나 싶어졌다고 하는데...
 
 
반유행열반인 2020-01-24 04: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막 다 읽고 나니 내가 출근했다 퇴근한 거 같이 지치고 눈물나고...내내 수고하신 쟝쟝님, 연휴 동안에는 본디 쟝쟝님 갈아입은 채 잠옷 입고 종일 뒹굴 듯 그저 푹 쉬세요. 복직예정자는 점점 다가오는 출퇴근 급 두려워지는 시점입니다. ㅎㅎ

공쟝쟝 2020-01-24 11:17   좋아요 1 | URL
두려워마요.... 제가 경험한 건 아니지만, 듣고 본 경험담에 의하면 .. 엄마가 더 힘드니까요... 일하면서 해방감을 얻는 엄청난 삶의 내공을 느끼실 거예요 ㅋㅋㅋ 축하드려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4 13:47   좋아요 1 | URL
저는 엄마고 일이고 다 해방되어 자유인으로 살고 싶은데... 제도권과 자본주의 내에서 월급 금액 슬며시 보며 적당히 타협하는 삶으로 버텨야겠지요ㅎㅎ 들이 받을 일 있음 적당히 들이받고 ㅎㅎㅎ축하 감사드립니다!!

공쟝쟝 2020-01-24 21:46   좋아요 1 | URL
반님을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의 세상으로 가야겠어요!! 다치지 않게 들이받는 생활! ^^ 참, 설 즐거이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1-24 21:56   좋아요 0 | URL
쟝쟝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20-01-24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연휴가 왔습니다.....
전 일을 처음 해 봐서 이제야 진짜 연휴가 뭔지 알겠어요... 슨배님..... 리스풱....

공쟝쟝 2020-01-24 11:18   좋아요 2 | URL
자 이제 잠옷 자아를 꺼내시고, 책을 읽으소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소서🙏 ㅋㅋ 기다리고 잇엇다!!

붕붕툐툐 2020-01-24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토닥토닥~ 넘 고생 많으셨어요~ 한 줄 한 줄 너무 공감이 됩니다. 플러스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헛소리하는 사람들에게 분노감이 드네용....

공쟝쟝 2020-01-24 11:20   좋아요 0 | URL
분명 일만으로 삶이 구성되어 일로써만 인정받거나 받지 못하는 억울한 자들 일 것입니다.. 스에상에 일말고 재밌는게 얼마나 많은데..!

다락방 2020-01-24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의 일과 독서가 어우러진 페이퍼 너무나 좋고요! 여러가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명절 화이팅!!

공쟝쟝 2020-01-24 11:47   좋아요 0 | URL
같은 책읽기 화력붙으니, 북플앱 알람이 저를 씹어 먹을 기세입니다 ㅋㅋ 같은 책 읽고 페이퍼쓰기 이거 재밌어요!!! 돈안주는 행복한 일 알려쥬셔서 감사해요 ㅋㅋ (매번 늦게 읽어서 나중에 밀린 페이퍼 읽던 사람)

무식쟁이 2020-01-24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에서 나온 후 분리되었던 자아를 다시 찾는 시간. 현대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공감백배입니다. 몸담고 있는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차차 일 속에서도 자아가 고개를 드는 날이 다가올겁니다. 분리의 시간이 점차줄어들며.. 분리와 합체 과정 간소화서비스가 내재화되며 점점 업데이트 된달까요.. (요즘 한창 연말정산 기간이어서.. 뭐래..)
공쟝쟝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공쟝쟝 2020-01-24 12:10   좋아요 1 | URL
(다행스럽게도) 아직 아내와 엄마라는 자아는 장착하지 않아서 두가지 자아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간소화서비스 간절히 바라는데, 일이란 간소화시키고 나면 또 어려운 업무를 제시하시더라구요!
설 잘쇠시구, 종종 좋은 글로 만나요^.^

단발머리 2020-01-24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쟝쟝님 페이퍼~~!!!
쟝쟝님의 지하철 속생각, 회의시간 속생각 넘 맘에 와닿네요. 어여 읽고 다음이야기도 풀어주세요~~

공쟝쟝 2020-01-24 21:47   좋아요 0 | URL
오 ㅋㅋㅋ 다음이야기를 시리즈로 적어볼까요? 부조리한 일의 세계 ㅋㅋ

블랙겟타 2020-01-25 0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사회생활이란걸 제대로 해보지 않은... 서울에 살아본 적이 없는 저로선 이렇게 글로만 간접적으로 느껴보는데요... 언젠가 저도 저 안에서 아둥바둥 하고 있겠죠? ㅠㅠ
쟝쟝님의 정성글 잘 읽었어요. 휴일은 푹 쉬시길요.:D
 

힘들었다. 
읽겠다고 오만원빵까지 했는 데, 매일 20페이지도 채 못읽는 스스로를 한심해 하며.
두뇌 풀가동을 하는 데도 너무 잠이 쏟아졌다. 

나름 올해 페미니즘 책 읽으면서 독서근육 키웠다고 생각했는 데.. 나, 아직 멀었구나..
그나 저나, 이거 다 읽은 사람들 진짜 대단하다. 천잰가. 아니면 한문박사?

연말에 폭풍 야근을 하면서, 책을 도저히 읽을 기운이 안나서 5만원을 벌고 있으니 그냥 내기에 졌다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그래도 1권은 읽어야지.. 다시 굳세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내 굳센 마음이................굳센 빡침으로 바뀌었다.

325페이지 '음경적 결혼'에서. (뭐 이런 음경같은 번역이 다있어!!!) 


도저히 못읽겠네. 읽었던 사람들이 번역 엉망이라 할 때, 갈아탈걸. 말 좀 들을걸.
번역 땜에 포기하자니, 지금까지 읽은 게 너무 아까워 주문을 하기로 했다.
동서문화사 제2의성을. (가만.. 나 제2의 성에 돈 얼마 쓴거야.. 보부아르여...)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독서를 못한게 아니라 이 번역이 정말로 문제였다는 것을!! (번역하기 어려운 책이었을 수도 있고, 내가 고전에 좀 취약한 것도 있지만!!!!!!)

이제서야 막 책읽기를 시작한 초보독서가로서 솔직히 지금까진... 번역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거품을 무는지 좀 이해도 안되고 고생한 역자도 안쓰럽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내가. 바로. 내가. 거품이 물어지더라. 이도 악물었다.

이건 페이퍼써서 찍어서 올려야해!! 제2의성에 제2의 피해자를 막아야해!! 다른 페이지들을 찾기 시작했다.


보이는 가? 저 양물이 설마 그 양물인가? 고민한 나의 물음표가??? 
양물, 
난 이 양물이 설마 그 양물? 하면서 국어사전을 뒤졌었지.
버마재비 같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면서. (버마재비의 악몽)

근데 국어사전 양물에는 한가지 뜻만 있었다. 그 양물이 맞았다. 
양물=남근=음경 다양한 한자말들이 있었다...


동서에서는 양물을 남근으로 바꿨을 뿐인데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

허허...

그래.... 30년전 번역이니까... 30년전에는 남근을 양물이라고 했나보지.........

근데 꼭 그 선택밖에 없었느냔 말이다.



이를테면



양물의 자존심.......
응..... 자존심.....

자, 동서의 번역을 보자. 


유연하다. 남자의 자존심.

이 정도로 번역 했어도 됐잖아!!!!!!!!

어쨌든 "음경적 결혼" 이후에도 꽤 성실히 346페이지 까지 진도를 뺐었는데...


보이십니까? 저 '아....' 가 (진짜 제대로 화나서.. 저 페이지에서 그냥 결제를 해버렸다는.)

내재의 수면에서 뭘 어째?



아... 여자는 남자의 잠들어있는 내재성을 끌어낸다는 뜻이었어...

......지금까지 내가 읽은 거 무엇?........ 

어쩐지 아무것도 기억에 안남더라....

.........난...... 아마 제2의 성 1권을 읽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깊은 깨달음)

세상에..... 스에상에........


동서로 갈아타고 나서 눈이다 환해졌다~ 심봉사 눈뜨듯 진도 퐉퐉나간다. 
오늘 드디어 끙끙대던 1권 털었다!!! 한번에 100페이지 넘게 읽었다고!!!!!!!!

암튼 이번에 호되게 당했다...

사실 어느 정도 참아주고 읽을만 한 부분도 있었는 데,'신화'파트에 프랑스 문학작품들에 나타난 여성혐오 분석 부분은 정말 이해가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지나친 한문공격에 중요한 부분 읽는 것 같은 데, 무슨 말인지 당최 읽어도 읽어도 읽어도......... 읽어지지 않..



여하튼, 제2의 성을 포기한게 아니라 을유 제2의 성을 포기했다는 글입니다.
90년대 번역 정말 아니올시다!!! 
(30년전 책을 표지만 바꿔서 재인쇄할 때는 30년전 번역이라고 표지에도 써주는 양심을 기대합니다.)

우리나라 번역 수준 엄청 높아졌구나.
앞으로 번역된 책을 읽을 때는 2000년대 이후 번역본을 찾겠다고.. 
아무리 탑골뮤직이 유행이고 뉴트로니 레트로니 응답하라니 90년대의 힙이니 해도
나는 한문말고 영어가 더 중요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임을 기억할 것. 


















댓글(14) 먼댓글(1)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내 삼천원..ㅠㅅㅠ
    from 게으른 독서생활자의 수기 2019-12-29 03:38 
    1권 제1부 사실과 신화 에서 1편 ‘숙명’까지 나는 바쁘므로 (나만 바쁜척ㅋㅋㅋ) 챕터별로 짧게 감상만 남기겠다.****서론 : 망했다. 을유문화사 번역좀 보소... *1편 1장 생물학적 조건 : 난 버마재비가 어떻게 생긴 생물인지도 모르는 데 그의 교미 습관을 알고 말았다. 여튼 여성은 남성보다 종(種, species)에 종속되어 있다. 종.. 이 나쁜 쉐키.. 안그래도 남은 인류애 조금 밖에 없는 데, 여성을 종속시키는 인류라는 종을 어떻게 대해
 
 
반유행열반인 2019-12-29 0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트로 탑골 번역...ㅋㅋㅋ막 웃을 일 아니고 위로할 일이네요. 쟝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올해보다 갑절로 행복하시길!(갑자기 막 새해 인사 하고 싶어짐 ㅋㅋㅋ)

공쟝쟝 2019-12-29 11:03   좋아요 1 | URL
댓글보고 저도 새해인사하고 싶어짐! ㅋㅋㅋㅋㅋㅋ 반님두 새해복많이받으시구, 올해에도 함께 읽어주시어 고맙습니다!

잠자냥 2019-12-2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 번역 어쩔 ㅋㅋㅋ 이거 정말 매우 유익한 포스팅입니다! 전 출판사 이름만 보고 을유 것으로 살까 싶었는데 정말 큰일날뻔 했네요! 와 진짜 을유 버전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공쟝쟝 2019-12-29 11:52   좋아요 1 | URL
덥썩! 이렇게 제2의 피해를 막았네요! (그리고 돈을 많이쓰고..) 하하, 잠자냥님두 요책 내년엔 꼭 도전하고 승리하시기를 바래요!

원더북 2019-12-2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읽어보려고 두 가지 번역본 중 무얼 선택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이 글이 없었더라면 저도 제2의 피해자가 될 뻔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공쟝쟝 2019-12-29 17:55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구 쓰실 원더북님의 페이퍼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보부아르 만세~^^

라로 2019-12-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다른 내용의 책 같아요.ㅎㅎ 진짜 좋은 정보에요. 그래서 30여년 전부터 번역책에 대해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이 바로 이런 이유였겠다는 깨달음의 순간이!!!ㅎㅎ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공쟝쟝 2019-12-29 17:57   좋아요 0 | URL
요즘의 번역서는 입에 착착 붙더라구요! 라로님두 연말 마무리 잘하시구 새해는 더 행복하시기를🙏

syo 2019-12-29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상 ㄷㄷㄷ에서 올린 제2의 성 페이퍼 가운데 가장 유익한 페이퍼가 아닐까요?? 그리고 5만원 으하하하하하하하

공쟝쟝 2019-12-29 18:54   좋아요 0 | URL
누군가의 (그 누군가는 누가될 것인가!?) 5만원을 희생하여, 제2의성을 도전하실 분들께 유익함을 드렸다면.... *

야리바바 2019-12-31 0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쟝쟝님의 이 긴 글을 읽으며 공감했습니다. 전 이렇게 어려운 고전 아니고, 그냥 제인 오스틴의 고전들을 읽으면서 여러 출판사의 책들을 읽었었는데, 을유문화사의 책을 읽으며 그 미묘하지만 거슬리는 번역에 책을 덮고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었거든요~ 찰스 디킨스의 작품들은 동서문화사가 문안하더라구요~ 오리지날 삽화도 있고... ANNE전집도 동서문화사가 컬러풀하고 완전 끝까지 출판되어서 좋더라구요~ 암튼 번역의 중요성과 동서문화사의 중간은 가는 번역에 공쟝쟝님의 심정과 공감해서 글 남겨요^^ 해피 뉴 이어입니다😀

공쟝쟝 2019-12-31 22:25   좋아요 0 | URL
으허허! 제인오스틴 찰스디킨스! 고전문학을 무려 번역까지 비교하며 읽으시는 이웃님이시군요!! (전 올해 그쪽분야는 한권 읽은 고전 못 읽는 병을 앓는 사람입니다) 비결 좀 알려주세요...!!!
내년엔 야리바바님 본받아서 문학도 좀 보고 그래야 할텐데요 ^_^ 오늘 너무 너무 추웟지요? 감기조심하시구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추풍오장원 2020-01-05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이정도로 심각한 번역일줄은 몰랐네요...

공쟝쟝 2020-01-05 23:03   좋아요 0 | URL
하하, 역자도 노력 하셨겠지만... 역시 너무 오래전 번역이었달까.. 도움 드리게되어 기쁩니다! 새해 복많이 받자구요~!
 
여자 - 공부하는 여자 - 앎으로써 삶을 바꾸는 나의 첫 페미니즘 수업
민혜영 지음 / 웨일북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 책은 읽으면 안될 것 같아,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2000년대 후반 쯤.
일단 어렵기도 했지만, 불편했다. 무슨 책인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당시의 내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무언가를(지금 추측해 보건대 모성애, 이성애, 가족, 계급, 민족, 국가, 역사, 이런 종류의 개념이었을 거다) 심각하게 공격 당한 느낌이 들어서 무서웠다. 알면 좋긴 하겠지만, 힘들어 질 것 같아, 안 읽을래.

2. 몇년 후에 내가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곳에 이런저런 젠더적 이슈들이 생겨서 참조하듯 얇은 책들을 골라 발췌해서 읽었다. 조심조심, 필요한 부분만 읽자... 처음에 접할 때의 그 무서움이 있어서, 페미니즘에게 완전히 설득 당하지는 않을 거야! 라는 마음이 있었다. ‘명예 남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밟혔다. (이후 이 단어는 메르스 갤러리를 거치며 명예자지 흉내자지를 줄여 명자, 흉자가 되었다....) 이 글에 따르면 나, 명예 남성이네. 열심히 살았는 데, 네 사는 방식 별로였다고 갑자기 뺨이라도 맞은 듯 울고 싶었더란다😅 꽤 아팠는 데, 내가 사실은 명예 남성인 걸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했다. 나도 더 알고 싶지 않아졌고.

3. 그 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2016년 겨울의 촛불 집회에서 박근혜에 대한 여성혐오를 멈춰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이야기가 불편했던 건 아니었다.
정작 불편했던 건 주변의 사람들의 반응. “그런 맥락이 아니잖아, 맥락으로 읽어야지 그게 어떻게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냐?” 보다 참기 힘들었던 종류는 ‘공작’의 입장. “촛불을 꺼트리기 위해 일으키는 ‘작은’ 소란이다” 와 같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의’를 가로막는 작은 분란으로 인식하는 그 큰 목소리에는 박근혜 퇴진을 원하는 나의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또다른 어떤 모습들은 담겨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여성혐오를 멈춰달라’는 말을 완전한 나의 목소리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 말이 고맙게 느껴졌다. 나는 여성이었으니까.

조금은 긍정적인 입장에 서서 페미니즘의 텍스트를 읽어가기 시작한 것 역시 그 무렵이다. 당시에는 너무 급진적이라 생각했으나, 이제와 생각해보니 참으로 온건한....(응?)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으면서, 나는 몇번 울었고, 20대의 나 자신을 참으로 진실로 회개(?)했으며, 내 주변을 둘러싼 어떤 관계들이 미워졌다.
그리고... 그리고........
이 종류의 책을 더 읽으면 왕따가 될 것이란 강한 직감이 왔다. 
온 세상이 불편해지리라, 안그래도 반골인데 더 심한 반골이 되리라, 어쩌면 연애도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아야 되리라, 나랑 술마셔 주는 사람들과 더 이상은 따뜻한 대화를 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그 직감은 맞아 떨어져... 3년 후 현재 인간관계 95% 정리하고 혼자사는 중... 뚜..뚜..😭....)
역시, 이 정도에서 멈추자. 페미니즘은 모르는 게 좋을지도.


*

페미니즘의 삼세번 공격에도 넘어갈 듯 넘어가지 않은 나였으나, 몇달 뒤 2017년의 초봄. 더 겁내다가는 도태된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나의 측근(주로 여동생&후배들)들이 장난섞어 나를 명자라고, 흉자라고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 앗. 들켰다. 그런데 어쩐지 들킨 것이 반가웠단다.
왜냐면, 이젠 그것들을 읽어도 아예 ‘왕따’는 아닐 것 같아서. 물론, 좀 외로워지긴 하겠지만. 최소한의 안전망이 확보된 것 같아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집중해 읽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책들을.


*

“(37)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다면 가족은 해체되면 안되나? 그토록 극심한 폭력으로도 가족이 파괴되지 않는 것이 실은 더 큰 문제 아닌가? 이 문장은 작은 일상이 무너질까 두려워 페미니즘을 멀리하려 던 내가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통찰을 주기도 했다. 무언가를 자각하지 않고 배우지 않아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유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그것이 더욱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토록 중요하다고 하는 ‘가정의 평화’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평화인가? 나의 삶이 무언가를 일부러 멀리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실은 그것이 더 큰 문제 아닐까?
어쩌면 나는 짧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식은, 내가 생각하는 형태로 나를 압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나의 삶을 바꿔줄지 모른다. 페미니즘을 통해 나의 이야기가 변화하기 시작하고 그 변화의 내러티브를 써내려감으로써 나는 새로운 해석의 틀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가족의 취약성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 더 자유로운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무엇이 바뀔지 혹은 바뀌지 않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지로 지속 가능한 현실을 지속하는 것이 더욱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이 질문을 잊지 않는 것이리라.”

*

워킹맘이었던 저자는 일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학부시절 막 알아가기 시작한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까봐, 함께 어울리는 친구와 동료들과 멀어질까봐 걱정했던 나보다 훨씬 강도 높은 두려움이었을거라 짐작해본다.

저자와 내가(함께!) 좋아하는 정희진 샘의 글 대로 “‘지식을 습득한다’와 ‘안다’는 것은 다르다. 안다는 것은 깨닫고 반성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세상이 넓음을 알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을 뜻한다(p.19 혼자서 본 영화)”, 어떤 앎은 알기로 마음을 먹는 순간이 곧 실천이 되기도 한다.(이 책의 부제는 “앎으로써 삶을 바꾸는 나의 첫 페미니즘 수업”이다.) 저자는 알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되고, 깨달으면서 어느새 공부해 여성학 석사과정에 까지 진학해 공부 중이시다. 꼬박 만3년 동안 이 정도 수준으로 페미니즘 책을 읽어내려면, 얼마나 절박한 앎이었을까.

*

이책을 막 읽고서 100자평에 “역시 탈혼과 이성애거부, 재생산 노동(특히 임신, 출산, 육아)거부 만이 가부장제를 때려 부수는 페미니즘의 근본적 실천이라는 확신이 든달까.”라고 적었는 데, 책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가진 여성이자, 결혼을 한 여성이자, 또 재생산 노동을 해야 하는 엄마로서 녹록치 않았던 그 경험을 해석하기 위한 공부의 힘듦이 글에 그냥 배겨있어서, 저절로 그런 결론이...
“(187) 말할 것도 없이 페미니즘이 필요 없는 세상은 페미니즘이 필요한 세상보다는 훨씬 더 좋은 곳”이라면 -> 내가 지금 당장 페미니스트로서 해야 할 일은 -> 지금까지의 내가 페미니즘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자각했으니, 미래의 나는 페미니즘이 필요 없어지도록 만드는 것 -> 여성을 그만둘 수는 없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으니, 일단 결혼과 재생산 노동(특히 임신, 출산, 육아)이라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깨달음. 그렇다면 그것은 어쩌다보니, 이미 내가 하고 있는 것? ㅋㅋㅋㅋㅋ 앗, 알면서 삶이 바뀐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

페미니즘 책들과 함께 점점 깊어지는 저자의 사색들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덧붙여 나는 그만큼 절실하게 읽고, 공부하고, 삶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각자가 소화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앎과 삶이 있다. 3년을 내리 페미니즘을 공부한 저자만큼의 절박함은 아니었을 지라도, 나 역시 지난 3년동안 어떤 태도들을 고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를 구성하는 관계들과 끊임없이 이별하게 되었다(어떤 의미에서는 이별 중에 있기도 하다). 나를 고치기 싫어서 페미니즘을 거부했었고, 어떤 헤어짐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페미니즘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도 싶기도 했었다.

나는 많은 것들이 불편해지고, 모르는 것을 더 몰라가는 사람이 되었고, 그 덕에 자유로워졌지만 또 외로워졌다. 외로우니 책을 읽고 책을 읽으니 더 알게되고 알게되니 또 모르겠고,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자유로워지고... 더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청산하고, 이별하고.... 그러다보니 더욱더 외롭....🤧 콧물이 난다.. 아, 춥다....

엄마와 아빠는 또 올해를 넘긴다고 시집 못가는 딸을 걱정한다. 원래도 불효녀였지만, 결론적으로 또 불효녀가 되었네. 나를 외롭게 만든 페미니즘은 이처럼 나를 불효녀로 만들었고, 효자를 싫어하게 만들었고, 대한민국 남자들 다 효자고, 그래서 난 결혼을 못하게 되었으니, 이 모든 사연을 부모님께 털어놓으며 그 앞에서 가부장제 어쩌고 할 수는 없고, 다가올 설날을 또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나 고민도 추가되어서 또 코에서 눈물이....

음,
그래도 누군가가 페미니즘 알래, 모를래? 라고 물어보면 알래! 라고 대답 할거다.
기왕이면, 200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서 아예, 확 알아버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싶다.

*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어떤 영상이 떠올랐다. 함박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 앗차거 앗차거 피하던 어떤 여성이 발을 적시고 무릎을 적시더니 갑자기 배낭에서 전신 수영복을 꺼내 갈아입고 서핑보드들 들쳐메고 마구마구 헤엄쳐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그런 멋진 이미지. 그녀는 곧 서핑보드에서 일어나 파도를 멋지게 타실 것 같다. 응원해요🙌🏻🙌🏻🙌🏻

*

마지막으로 페이퍼 쓰다가 다시 꺼내서 읽게된 <정희진처럼 읽기>의 세 문단을 첨부 한다.

“(p.278)
생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이다. 나도 조금 생각한 적이 있다. 피학의 쾌락이 있었지만, 공부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에서 기름이 빠져나가는 느낌, 빛이 투과되지 않는 심해에서 괴물과 마주한 기분, 완전히 무기력해져서 눈물만 흐르는 상태. 긴장을 견디다 못해 물건(연필)을 부수거나 더 큰 고통으로 상쇄하기 위한 자해(별로 안 아팠다.) 이 우주에 나도 타인도 없는 것 같은 무섭도록 외로운 상태. 단것을 먹어대도 두통만 올 뿐 배가 부르지 않았다. 무기력, 청소와 세수의 반복. 이것이 공부다.
내 무능력도 원인이겠지만 사유는 힘든 일이다. 생각할수록 공부할수록 무지의 공포는 비례 상승한다. 나 자신이 작아지고 우울해진다. 우울은 공부의 벗. 공부를 멈추지 않는 사람은 겸손하다. 자신에게 몰두한다. 계속 자기 한계, 사회적 한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생각하기를 두려워하는 사회는 생각하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

덧, 이전에 ‘여성주의 고전을 읽다’에서는 주디스 버틀러 하나도 이해 못했는 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다양한 페미니즘 책들을 저자가 공부한(이해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어 지금 나의 인식 수준에는 적절했다. 추천해 주신 단발머리님께 감사! ^0^*



나는 그저 내가 ‘왜‘이렇게 힘든지 알고 싶었다. 힘든 것을 말하는 것이 ‘왜’ 치사한 것처럼 느껴지는지, 왜‘ 인생이 자꾸만 어깃장을 높는 것 같은지 알고 싶었다. 이유를 알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 P21

자신의 재생산을 위한 노동은 자신이 해야한다. 자기 몫의 재 생산을위한 노동은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이 당연한 마링 너무나 전복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어서일 것이다. - P48

나는 최근 노동을 공부하면서 이 문제를 너무나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차이에 맞추어서 육아 휴직을 강화하든, 평등에 맞추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든 여성의 처지가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곤궁함은 여전하다. 이럴 때 그 기준 자체가 성인 남성의 노동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깨닫는다면, 그 기본값 자체를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P171

‘보이지 않는 손’만을 경제로 치고 ‘보이지 않는 가슴’을 비가시화 하는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은 결국 ‘돌봄의 공백’이다.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돌봄 공백 사회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자 돌봄을 해야할 주체라는 인정 아닐까. -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2의 성] 포기한다...

1권 제1부 사실과 신화 에서 1편 ‘숙명’까지
나는 바쁘므로 (나만 바쁜척ㅋㅋㅋ) 챕터별로 짧게 감상만 남기겠다.

***


*서론 : 망했다. 을유문화사 번역좀 보소...
*1편 1장 생물학적 조건 : 난 버마재비가 어떻게 생긴 생물인지도 모르는 데 그의 교미 습관을 알고 말았다. 여튼 여성은 남성보다 종(種, species)에 종속되어 있다. 종.. 이 나쁜 쉐키.. 안그래도 남은 인류애 조금 밖에 없는 데, 여성을 종속시키는 인류라는 종을 어떻게 대해야할 것인가. 사라지자. 응? (그런데 왜 이 타이밍에서 예전에 읽다만 이기적유전자가 다시 읽고 싶어지는 걸까... 읽을수록 읽을 것이 생겨나는 이 독서연옥..)
*2장 정신분석적 견해 : 프로이트가 맞고 있다. 보부아르에게. ㅋㅋㅋ
*3장 유물사관의 입장 : 엥겔스, 기특하지만 나이브했네... 너도 당연히 맞을 수 밖에 없겠다..ㅉㅉ.

**

음....... 이제사 읽고 있는데.. (우하하 이번달에도 꼴등이다!!) 솔직히 이해는 거의 못했지만!
이 책 재!밌!다!❤️❤️
보부아르가 책에서 소환하는 모든 이들이 먼지가 되고 있다!!! ㅋㅋㅋ 
마르크스, 프로이트는 당연하고 멀리 아리스토텔레스도ㅋㅋㅋㅋ 
심지어 개미와 꿀벌도 가루가되게 까이네.. ???

그리고 을유문화사.. 제가 애정하는 출판사였는데... 
이 책 93년에 번역한 거 책표지만 바꿔서 그대로 낸거 맞쥬??? 뒤적뒤적 - 2019년 8월 25일 초판 18쇄..
너무 했네.. 너무 했어... 무슨 응답하라도 아니고...
그럼 가격도 93년으로 했어야 하는거 아닝겨...
근데 심지어 동서문화사보다 1권이 3천원 비싼데?? 

***

방금 이거 쓰고 난뒤에 버마재비 검색해봤는데 사마귀였다. 아, 93년엔 사마귀를 버마재비라고 불렀구나. 
전 버마에 사는 제비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뭐유... 데헷!! 암사마귀가 교미후 수컷 잡아먹는 건 저두 알고 있었어요.. 정말인지... 사라져가는 우리말 새로 알려주신 을유에게 다시한번 땡큐!!!❤️❤️ 
버마재비 사마귀 버마재비 사마귀 버마재비범아재비범아 아재..아재아재 바라아재..


*결론 : 다들 동서 읽는 다길래 아무 생각없이 개척자의 마음으로 을유 결제한 나 바보.



***

사진은 첫페이지 비교... (번역보세요)
*퀴즈 ㅡ 어느 책이 3천원 더 비쌀까요?




어떠한 주체도 단번에 자발적으로 비본질적인 객체로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자기를 ‘주체’로서 정립하는 ‘주체’에 의하여 ‘타자’는 ‘타자’로서 세워진다. 그러나 타자가 주체로 반전하여 되돌아갈 능력이 없게 되면 그 타자는 그런 상대의 관점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자에게 있어 이러한 복종은 어디에서 왔는가?... 비본질로서의여자가 본질로 결코 복귀할 수 없는 이유는 자기 힘으로 그 반전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6

압박이 압박자에게 보증하는 이익 중의 하나는 압박자들 중의 가장 하찮은 자도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P24

‘여성 문제’가 전혀 무익하다고 하는 것은, 남성들의 오만으로 그 문제가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서로 싸우게 되면 더는 사리를 분별하지 못한다. - P27

만약 암놈이 개미굴을 재건하는 데 성공하면 그속에서 12년 동안 처박혀 쉬지 않고 알을 낳게 된다. 성적 기능이 위축되 암캐미인 일개미도 4년간 살지만 그 전생애를 유충의 양육을 위해바친다. 꿀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혼인 비상 중의 여왕벌을 만난수벌은 복부가 찢긴 채 땅에 떨어진다. 다른 수벌들은 돌아와서 벌통에서 환영을 받고 무위하고 귀찮은 생존을 이어간다. 이것들은 겨울이시작되면 처형을 받는다. 일벌이 되는, 발육이 불완전한 암벌들은 부단한 노동으로 그들의 살 권리를 얻는다. 여왕벌은 사실상 벌통의 노예이다. 여왕벌은 끊임없이 알을 낳고, 늙은 여왕벌이 죽을 때에 대비해서 몇 마리의 유충이 그 여왕벌의 상속권을 빼앗을 수 있도록 양육된다. - P49

이 검토의 가장 명백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여자는 모든 포유 동물의 암놈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소외되고, 또 이 소외를 가장 치열하게 거부하고 있다. - P64

특히 정신분석학은 여자가 왜 타자인가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럴 것이, 프로이트 자신도 페니스의 권위가 아버지의 우월성에 의해서 설명된다고 인정하면서도 남성의 우월성이 어디로부터 유래하는지 모른다고 고백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P84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9-11-05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마재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왜 알지도 못하는 생전 본 적도 없는 버마재비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사마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공쟝쟝 2019-11-05 08:36   좋아요 0 | URL
동서 번역은 사마귀겟죠? 다들 버마재비 알고 있었던건가. 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11-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마재비무엇? 하고 읽다가 아? 어? 설마.. ‘사마귀‘라면 책에서 봤었는데...
진짜 사마귀였군요. 93년에 버마재비를 썼다면 그럴수도라고 생각할수 있는데 2019년에 증쇄를 했는데도 버마재비??
지금 읽으면 아는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쟝쟝님 읽기 어려우시겠네요. 책분량과의 싸움, 부자연스런 번역체, 옛스런(?) 단어와의 싸움을 하시니깐요. ㅠㅠ

공쟝쟝 2019-11-05 12:29   좋아요 1 | URL
어렵다뇨 ㅋㅋ 재밌습니다!!!! 책은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건 내인생... ㅠㅠ

블랙겟타 2019-11-05 14:26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어렵게 읽고 있었나봐요 ㅋㅋㅋㅋ 넘겨짚었네요.
저도 사실 책보다 인생이 더 어렵....(˃̵͈᷄⌓˂̵͈᷅)

잠자냥 2019-11-0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중에 읽고 싶어지면 을유문화사 버전으로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이 포스팅이 아주 많은 참조가 됐어요. 버마재비 공쟝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1-05 12:0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만 당하면 돼죠 ㅋㅋㅋㅋ 꿀정보ㅋㅋㅋ

syo 2019-11-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한 친구들이 저를 버마...버마... 하고 부르는데.... 버마재비범아재비범아 하는 동안 몇 번 대답할 뻔 했네요

다락방 2019-11-05 10:54   좋아요 0 | URL
버마..

syo 2019-11-05 10:57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 2019-11-05 11: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다.

버마..

syo 2019-11-05 11:09   좋아요 0 | URL
네??!

비연 2019-11-05 11: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마버마

syo 2019-11-05 11:15   좋아요 0 | URL
네네?? ㅋㅋㅋㅋ

공쟝쟝 2019-11-05 12:06   좋아요 0 | URL
나도 함께 버마..버마

syo 2019-11-05 12:41   좋아요 0 | URL
목 아파 그만 불러요.....콜록

잠자냥 2019-11-05 14:10   좋아요 0 | URL
버마!범아!!!!

syo 2019-11-05 14: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만인의 버마입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19-11-05 15:26   좋아요 0 | URL
이 기회에 버마syo로 닉네임 변경하심이.... 프로필 사진은 사마귀로 추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1-05 18: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만우절이었으면 하루쯤 해봤겠다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이상의 도서관 41
고정갑희 외 지음, 한정숙 엮음 / 한길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생 책장에서 발견한 뒤 작년부터 틈틈히 읽다가 포기하고는 했던 책. 혼자서는 못 읽겠다 싶어서 7월의 페미니즘책으로 내가 읽자고 제안해 놓고, 오늘 아침에서야 주디스버틀러까지 완독.

철학자마다 뚝뚝 따로 떼서 읽어도 상관없을 책이지만, 나는 재독을 삼독을 하더라도 한달 안에 처음부터 주루룩 다시 읽고 싶었다. 작년부터 내 맘대로 읽어왔던 페미니즘 책, 그리하여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 흩어져있던 여성주의적 개념들을 통사적으로 한번 정리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도와 꽤나 맞아떨어진 책이라 생각한다.

*


여성의 종속, 제2의 성, 성의 변증법 등등 페미니즘의 고전에 속하는 책의 주요 내용들 + 저자들의 삶과 그들이 한 여성운동 +때때로 현재의 한국에서 생각해볼 거리 등이 잘 구성되어있다. 



사진은 책의 뒷표지인데 왼쪽 위부터 옆으로 #베티프리단 #콜론타이 #이리가라이 #엥겔스 #파이어스톤 #보부아르 #베벨 #존스튜어트밀 #주디스버틀러 #울스턴크래프트 이다.

10명의 저자들 중 나의 픽!은 콜론타이와 파이어스톤, 그리고 (의외로) 밀이다.

여성주의를 도외시 할 수 없었던 사회주의 혁명가 콜론타이에겐 어쩐지 동일시가 되었다.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노동운동에 나섰던 현대사 속 70-80년대 여공들의 서사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 우리 그렇게 이어져있구나.

이름마저 불돌인 파이어스톤은 정말ㅠ너무ㅠ❤️좋았다. <성의 변증법>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읽다 포기 했는 데, 아- 요런 맥락이었군요. 불돌언니 꼭꼭 다시 도전해서 읽을게요, 당신의 급진, 당신의 과격, 그러니까 굳어있는 뇌를 죽비로 후려쳐 주시는 당신의 발본색원(?)적 저술!! 사랑합니다.

존스튜어트 밀의 경우는 좀 다른 맥락이다. 학부시절 철학 배울 때, 밀에 대한 인상은 ‘(공리주의 종결자 답게) 참 신중한 전략가이면서 실용주의자로군, 그래 니가 제일 똑똑하다 너 다 해먹어라, 이 나빼썅 (나빼고 다 썅놈)아.’ 였는데.. 요즘의 내가 현실에 너무 물들어서 인가. 진보적 이상과 현실 정치 안에서 끊임없이 균형 감각을 조율하면서 전체를 설득하는 어떤 집요함이 인상적이더라. 반대파를 더 잘 설득하기 위해서, 자신의 논리도 기꺼이 수정하고 절충해 버릴 수 있는 - 어떤 면에서는 철학자로서 엄밀하지 못한- 부분. 그대, 대인배시네요.. 이젠 밀이 좋다. 재수없지 않다.

이리가라이와 버틀러는 읽기만했지 당최 먼말인지.. 포스트페미니즘은 먼미래의 내가 읽겠지.. (먼산) 싶음.

*

개인적으로 징그럽게 바쁘고 으엄청 힘들었던 7월이었다. 새로이 시작하는 이번 달엔 7월을 상쇄시킬만큼 반드시 빈둥거리면서 밀린 독후감들을 쓸 것이다. 🥰
오늘이 토요일인 게 너무 좋다.
아.......
누워서 책 읽어야지.


*

덧, 같이 읽는 분들의 페미니즘 책에 이쁘게 플래그 붙이는 것이 부러워서 나도 붙여보았다! 
(신경안쓰고 엄청 덕지 덕지 붙여서 놀림 받은 적도 있는 데) 흐흐. 이런 것도 하다보니 센스가 생기는 구나 ㅋㅋ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겟타 2019-10-06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경우도 이 책 읽으면서 콜론타이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
책은 다 읽은지 꽤 되었는데도 글을 아직 안썼거든요..;;; 이제야 써볼려고 책에 밑줄 친 곳을 훑어보다가 쟝쟝님 서재에 다시 왔지 뭡니까.
게다가 콜론타이가 언급된 것을 보고 이렇게 글남기고 갑니다 :D

공쟝쟝 2019-10-07 19:22   좋아요 1 | URL
무럭무럭 따라 오고 계시는 군요?? 천천히 세심히 다 읽는 겟타님 짱!!

DYDADDY 2023-04-0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이 안 읽으신 책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읽고 싶은 책에 올려놓았는데 이미 읽으셨다고 뜨더군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