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거다.
괜찮은 사람

극진, 극진한 사랑을 봐버렸다.

*본문엔 영화 스포는 거의 없슴/하지만 댓글은 스포 천지임 영화 안보신 분은 댓글 읽지 마셈*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나는 한동안 헤어 나오지를 못했는 데… 다른 건 모르겠고 담배… 탕웨이 담배에 재떨이 받쳐주고 싶어하는 박해일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아. 박해일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탕웨이 한테 재떨이 받쳐주고 싶었다. 나는 재떨이 받쳐주고 싶을 만큼 탕웨이를 사랑한다. 아…. 그리고 또 어떤 어떤 어떤 장면들이 있었는 데. 아.. 스포 될 거 같아서 안 쓰고 싶다. 아니, 진짜,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그 마음의 사치… (갑자기 김윤아 노래 부르기 시작하고요?)

나는 여남 간의 이성애 로맨스에서 일어나는 교환과 치댐에는 별 흥미가 없고(그것을 일으키는 도파민에 차라리 관심이 많고), 연애 초기의 감정과 확 빠지는 무언가에 대해 의식보다 무의식에 집중하며(강렬할 수록 건강하지 못한 동기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며), 사랑을 얻어내기 위한 투쟁보다 ‘지키기 위한’ 투쟁에 더 관심이 많은 데(에리히 프롬 잘못 읽어서 그렇다. 그런 게 사랑의 능력이라고…), 이건 다 뭐 글로 배운 사랑이고요? 사실 사랑 따위 해본 적 없습니다. 아닙니다. 있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있습니까? 마침내,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사랑 그러니까… 박찬욱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런 극진한 거. 있었나요? 없었나요? 있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의 독특한 제목은 사랑과 심리 치료가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저자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훌륭한 상담자는 어둠과 싸워 불빛을 찾는 것인데, 낭만적 사랑이란 상대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안개의 신비가 지속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리 치료자는 사랑의 처형 자이다. - 출처 못찾겠음… 아무튼 정희진이 쓴 글임

한 때의 공쟝쟝은 이런 제목의 책들을 읽으면서(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거의 안남…ㅋㅋㅋㅋㅋ) 사랑을 아주 처형 시켜버리려고 했는데. 그래, 내가 했던 그것들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과거의 나는 사랑에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껍데기는 가라. 나를 착취하는 그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바에야 이번 생에서는 사랑 안한다,는 잠정적 결론. 

그런데 박찬욱이가 내가 치이는 (대체로 밥-잠-담배 이런 거다ㅋㅋㅋ) 사랑 포인트를 영화에서 잔뜩 보여줘 가지고…(물론 난 잘 먹고 잘 잔다 너가 잔소리하던 담배는 끊었다 잘 지냅니까 그러고 보니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던 시절에 우리 만났구나 지금은 너 만나기 전 몸무게로 돌아왔다? 날 왜 그렇게 돼지처럼 먹였니 아 맞다, 내가 먹었지ㅋㅋ 너랑 먹으면 다 맛있었어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사랑이었나봐 근데 나 지금 뭐쓰니 뭐씁니까) 마침내, 붕괴, 사랑이 있다고? 정말 있어? 그게 뭔데… 그거 뭐냐고!!!!

나는 왜 사랑을 떠올리기만 해도 아픈 거죠? 그러니까 나 아팠던 거지? 
아팠네… 사랑… 아푸기 싫은 데… 나는 또. 괜히 남의 사랑이 너무 아파서 몸부림 치다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 <사랑은 왜 아픈가> … 

이거 예전에 분명 들춰 봤는 데, 아예 처음 읽는 것 같음. 하긴 그런 책이 한둘이냐. 아무튼… 이번에도 또 나의 시간에 맞추어서 에바 일루즈 나한테 당도함. (책이라는 세계는 이토록… 나에게 딱 맞춰진  진실한 극진한 사랑의 세계다. 내 남은 생, 인간 사랑 필요 없어. 책 사랑으로도 충분해.) 아, 근데, 또, 우리 에바 언니 내가 프로이트에 시큰둥해진 건 또 어떻게 알아 가지고… 서론부터 임상 심리학 까주셔서.

“(15~6) 이런 이론(에로스에 대한 프로이트식 논점)을 널리 퍼뜨리고, 사랑과 그 좌절이 개인의 심리 발달 역사를 통해 설명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개인이 책임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주장(여기에 과학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을 내세운 책임은 특히 임상 심리학에 있다. … 심리학은 사랑과 에로스의 영역에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말았다… 사랑의 고통은 개인이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은 20세기 내내 무시무시할 정도로 괴기한 개선 행진을 거듭해왔다. 이는 아마도 *그 고통이 극복될 수 있다는 위로의 약속을 심리학이 동시에 제공했기 때문*이리라…. 이제 사랑의 고통은 오로지 자아와 개인의 심리변화 여정 그리고 그 고통을 꾸미는 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문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가 사랑합니다.

그런가 하면 페미니즘이 간과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써주시지요. 

(19)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의 사랑(그리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을 가부장에게만 맞추는 바람에, 왜 사랑이 현대의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그토록 강한 영향력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말았다. 또한 사랑이라는 관념에 내재하는 평등주의 성향을 간과한 탓에 사랑이 가부장주의를 안으로 부터 뒤엎을 잠재력을 가졌다는 점도 놓쳤다. … 그러나 어째서 이성애가 예나 지금이나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야릇할 정도로 열광을불러일으키는지 풀어낼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역시 가부장제다. … 이처럼 사랑에 끌리는 것을 두고 ‘잘못된 의식’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물음을 던지기도 전에 답부터 내놓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나는 이 책에서 사랑의 고통을 낳는 제도적 원인*이 무엇인지 묻고자 한다. ... 나는 왜 사랑이 우리의 행복과 정체성에 그토록 결정적인지 그 원인을 찾아볼 생각이다. 이 원인은 또 사랑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경험인지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이 두 원인은 현대인의 자아와 정체성이 어떻게 제도화 했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모두 뼈를 때리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네네, 다 하세요. 에바 일루즈 님아. 님이 다 분석해 주세요. 나 로맨스에서 만큼은 심각한 구조주의자라서, 사랑 역시 상황이 갖춰지면 발생하는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고 생각 하면서 사랑만이 우리를 살린다는 언설 따위 코웃음 치며 비웃어 왔는데. 엉엉. 사람들은 그거 자꾸 불가항력이라고 그러고. 그거 불가항력이면 그럼 어떡하냐, 응? 난 하기 싫은 데. 근데 자아 정체성과 맞물려있다고? 이거 나 알 거 같아. 흑흑. 설득될 거 같다. 사실 난 그냥 안 아프고 사랑하는 방법만 알면 되는 데… 왜 아픈지 알면 안 아플 수 있지 않나? 일단 읽자. 눈물 닦아. 우리 천재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 온냐가 다 분석해주실 테니까, 믿고 읽자, 충성충성~~~

아… 사실 이걸 쓰려고 했던 건 아니고 <1장 사랑의 일대 전환 : 결혼 시장의 형성>과 <헤어질 결심>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영화 스포가 될 것 같아 대충 영화 안본 사람 없어지고, 나도 이 책 다 읽고 나면 한번 써보고 싶다. 아무튼 잘 만든 영화 한편이 나를 무려 4년 만에 사랑에 대해 사유 하게 해버렸다. 그리고 잘 쓴 책은… 나를… 좀 덜 아프게 만든다.

그리고 뭐 그래도 나는 오늘을 산다. 갑자기 왜 이 노래가 떠 올라요?

“어제 어제를 살아낸 나는
지금 다름 아닌 지금 이곳에
그러므로
나는 오늘의 나를 살 것이라
흔들리는 가지 몇 개쯤 품은 채로
(정밀아, 서시)”
https://youtu.be/0-z0XyLYhDI


“(22)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던진 물음들은 막스 베버로 하여금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는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우리를 도덕적으로 만들까?… 사실 처음부터 사회학의 과제는 *종교의 몰락 이후 인생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좋을까*하는 물음의 답을 찾는 것이었다.”


나는 이 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면서 나에게 기도를 알려준 단발님을 떠올렸고.

“(26) 나는 동성애보다는 이성애에 집중했다. 이성애는 짝을 선택할 때 경제적 동기를 아예 부정하거나 경제와 감정이 마구 뒤섞이기 때문이다. ... *사랑과 경제적 계산의 혼합은 현대인의 사랑에 주요한 특징이 되었으며, 현대인이 받아야만 하는 모순적 강제의 중심을 형성했다.*”


이 문장에 줄을 그으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사랑을 머리로 한다던 다락방님을 떠올렸다. (내 경우 사랑을 머리 굴려 계산하는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는 뭐 그런 가임기 여성지도를 만드는 구태 정부가 원하는 종류의 인간이었으므로… 별로 할 말이 없지만. 사랑. 그것이 머리로 된다면… 나 기꺼이 머리로 하겠어요

“(38)사랑의 낭만적 고통은 현대인의 자아가 겪는 딜레마와 무력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난 음. 에바 일루즈를 좋아한다. (맙소사🥺 그녀는 파리 10대학 출신이다. 대체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왜 내 심장에 이렇게 치명적인가.) 그런데 이분의 책은 너무 길고 두꺼워서… 사놓고 “너무 좋아” 악지르고 읽다가 마는 악취미가 있다. (집중해서 읽을 시간을 내려다보니 언제나 뒤로 밀리는 그거 맞다.) 

어쨌든 내가 에바 일루즈를 좋아하는 지점은 내가 알라딘 서재의 다락방님의 글을 좋아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정확한 눈을 가졌다는 것. (그가 가진 문제의식부터가 현실 삶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의 사회학적(다락방의 경우 철학적ㅋㅋ) 분석의 대상이 통속 소설(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같은)이 된다는 것. 소설이라는 판타지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낭만화하지도 가볍게 취급하지도 않는다는 것. 글이 이끌어내는 과정과 결론이 여성주의적이면서도 휴머니즘 적이라는 것. 사람에 대한 관심, 환멸, 애정의 공존. 뼈아픈 분석보다 더 뼈아픈 결론? 그 외에도… 드디어 거래처에서 메일이 왔다. 아… 바쁘다 바뻐….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자… 생각이 좀 더 정리되면 더 잘 써보겠다. 여튼 이 글 에서 꼭 언급해야하는 데, 나의 에바 일루즈, 내가 커서 될 사람 다락방, 은 곧 집을 산다. 오로지 땀과 노동의 결실로…ㅋㅋㅋㅋㅋ 박수. 여러분 박수쳐. 👏🏻👏🏻👏🏻👏🏻👏🏻

아무튼… 난 지난 주부터 읽어야 할 책 안 읽고 에바 일루즈 읽고 있는 데… (읽을 책 쌓아 놓고 딴 책 읽는 거… 내 길티 플레져) 이렇게 돼 버린 김에 에바 언니가 사랑 낱낱이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다음에 시궁창에 처박아 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겠지… 그러지 않으시더라고 이분…)

나 사랑 하기 싫어요!!! 사랑하면 아파요!!! 징징댔는 데, 아침에 일어나니 단발머리님이 이런 댓글을 달아 놓으심.

“아는 것은 상처 받는 것. 정희진
사랑하는 것은 상처받는 것. 에바 일루즈”

아 진짜… 진짜 단발머리님 나빴다. 나는 나를 알아가고/배우고 있고 그것은 아프다. 하지만 매 번의 깨달음은 상처와 동시에 어떤 쾌락을 준다. 그런데 아는 거 그게 사랑이라고요? 아. 나는 나를 사랑하나 보다. 아. 나는 나를 이렇게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다. 


“(44) 우리는 사랑 받을 때보다 사랑할 때, 더 행복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하는 고통으로부터 자신의 크기, 깊이를 깨닫는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포함해 모든 대화는 최음제이며, 인생에서 깨달음 만한 오르가슴은 없다. 상처와 고통은 그 쾌락과 배움에 대해 지불하는 당연한 대가다. 사랑보다 더 진한 배움을 주는 것이 삶에 또 있을까. 사랑 받는 사람은 배우지 않기 때문에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다. *사랑은 대상으로부터 유래-발생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내부의 힘이다.* 사랑하는 것은 자기 확신, 자기 희열이며, 사랑을 갖고자 하는 권력 의지다. 그래서 사랑 이후에 겪는 고통은 사랑할 때 행복의 일부인 것이다.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척 하면 척이지. 무슨 말을 의미하는 지, 나는 알아요. 단발님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나는 알지요. 나는 친구들과 이런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정희진을 마르고 닳도록 읽은 내가 좋다. 그는 저항과 성장의 지점을 “(46)자기 성장을 피하기 위해 타자를 찾는 일을 포기할 때,” 라고 콕 찝어 말해주었다. 숨 차게 달릴 때,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타자를 찾거나 탓하는 일을 포기하면서, 나를 성장시켜 왔다는 걸 안다. 

견고하지는 않지만,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자아 난 이제 확실히 그게 생겼다. 이미 그것이 있는 사람들에겐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그게 뭔지 겨우 겨우 알아낸 사람에게 그건 너무 심각하게 감격스러운 일이라 기뻐해야 한다. 촛불 켜고 박수쳐 줘야한다. 어제 박수쳤어야 했는 데 깜빡하고 책 읽다 잤다. 오늘은 오늘의 삶을 살고 오늘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오늘의 돈도 벌고 박수도 치고 그래야한다 아무튼 바쁘다 바뻐 현대인의 삶.


덧, 각본집 살까…?! 


문제의 원인(게다가, 가장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과 관계의 환원론에 빠지기 쉽다. 단일 원인을 주장하고 ‘주적을 규탄·타도’하기 보다는 문제가 전개되는 맥락에 대해 사유할 때, 문제가 구성되는 과정에 개입할 때, *자기 성장을 피하기 위해 타자를 찾는 일을 포기할 때,* 다른 상상력을 가질 때, 저항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떠한 권력도 투명하게, 전일적으로 관철되지 않으며, 어떠한 전제 권력 아래서도 인간의 경험은 그 권력의 주조방식을 넘어선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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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19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중요한 지점에서 거래처 메일이 도착한 것입니까. 더 길게 읽을 수 있었는데!!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9 11:50   좋아요 3 | URL
아놔.. 지금 이거 쓴다고 거래처 메일 홀딩시키고 있었더니 문자오네요... ㅋㅋㅋㅋㅋㅋ 아, 오타 많을 거 같아서 수정해야하는뎈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19 13: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쓰고 있었는데 거래처 메일!!
돈 버는 소리네요ㅋㅋㅋ
영화 진짜 봐야겠군요😳😳

공쟝쟝 2022-07-19 14:21   좋아요 3 | URL
ㅋㅋㅋ 제게는 극진한 사랑 누군가에게는 불륜 미화 ㅋㅋㅋㅋ 영화 꼭 보세용~!

mini74 2022-07-19 14: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기승전 다락방님 집 사기 란 느낌 ㅎㅎㅎ 입니다. 정희진 작가님 글들 저도 좋아요 *^^*

공쟝쟝 2022-07-19 15:02   좋아요 3 | URL
전 정희진 없인 못살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는 것도 그는 알려주셨습니다... (요즘 슬며시 이별 각 재는 중) 하지만 정희진 선생님처럼은 살기 싫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님이 *책을 사기 위해* 집을 사는 것은 제게 노동과 땀과 자기애와 책 읽기와 일기쓰기 철학하기 뭐 이런 것들의 승리처럼 느껴지는 언행일치지행합일뭐 암튼 몰라요ㅜㅜ 너무 멋있는 사람 같아... 난 정희진 말고 다락방~!!!! 다락방이다!!!!

프레이야 2022-07-19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넷플에 언제 올라올까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 극장에 다시 가긴 그렇고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으면 살이 좀 오른다고 해요. 통통하게. 잘 먹는다는 건 의미가 있어요. 저도 스포 될까 다 말 못하겠지만 해준이 음식 만들어주는 장면이 넘나 좋더라구요. 중국인에게 중국식을 ㅎㅎ 서래가 그걸 맛나게 먹는 장면도요. 스시 시켜 같이 먹고 치우는 장면도 좋았어요. 사랑을 해본 사람만이 보이는 게 많은 영화일 듯. ㅎ

공쟝쟝 2022-07-19 15:10   좋아요 1 | URL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프레이야님 그러니까 사랑이란 ㅜㅜㅜㅜㅜㅜㅜㅜ 밥ㅜㅜㅜㅜㅜㅜㅜㅜ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 그만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흑 고통스럽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어제 저녁, 아점 삶은 고구마로 대충 떼운 사람은 오늘 저녁엔 비싼 것을 먹어줄테다. 뭐먹지..)

다락방 2022-07-19 15:35   좋아요 3 | URL
스시 먹고 함께 치우는 장면은 뭔가 합이 착착 맞는 장면이죠! 저도 그 장면이 참 좋았어요. 그 장면이랑 허리띠 푸는 장면.....도 너무나 인상적이죠. 모두를 헉! 하게 만들었다가 다시 헉! 하게 만드는..

공쟝쟝 2022-07-19 15:46   좋아요 2 | URL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굳이 그 장면을 언급하는 ㅋㅋㅋ 으른 다락방 ㅋㅋㅋ

다락방 2022-07-19 15:48   좋아요 1 | URL
그 장면 헉 한 사람 되게 많더라고요. 사실 그게 감독의 의도였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9 15:49   좋아요 1 | URL
변태 박찬욱…

다락방 2022-07-19 15:50   좋아요 2 | URL
근데 결국 그게 그게 아니어서 좋았어요.

잠자냥 2022-07-19 15:51   좋아요 2 | URL
전 허리띠 그 장면은 오히려 코믹하던데(너무 노골적이라) ㅎㅎ 제 애인은 그 장면을 비롯해서 스시 장면 등등이 다 참 섹시하더라고 하더군요(저도 음식 같이 먹는 장면은 여러 가지로 섹시하다고 느꼈지만 허리띠는 너무 나갔어.....ㅋㅋㅋㅋ). 암튼 사람마다 느끼는 점도 풍부해질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장점

공쟝쟝 2022-07-19 15:54   좋아요 1 | URL
너무 사랑이었죠 ㅠㅠㅠㅠㅠ 다들 그만해 ㅠㅠㅠㅠㅜ 나 아파 ㅠㅠㅠㅜ 어헝헝 ㅠㅠㅠㅠㅠ

다락방 2022-07-19 16:01   좋아요 2 | URL
허리띠 장면에서 사람들이 헉하는대로, 예상하는대로 흘러갔으면 너무 싫었을 것 같아요. 그러지마..

잠자냥 2022-07-19 1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뭐야, 미쳐 이거 그냥 러브레터 아닙니까?
그냥 쟝쟝, 다부장하고 사귀어요....
꼭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하는 게 아닌 걸 우리는 알잖아요?
그냥 사귀어요, 다부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9 15:13   좋아요 1 | URL
극진한................. 극진한............................... 사랑.......................... 럽. 트루 럽. 트루...루루... 나는 일단 사랑 고자라서 안돼고 다부장은 남자를 너무 좋아해서 안돼요. 그 사람 이성애 환자야. ㅋㅋㅋㅋ 치유 안되는 로맨스 소설 중독자라고 ㅋㅋㅋ

잠자냥 2022-07-19 15:16   좋아요 2 | URL
단일한 다부장의 여자애인 쟝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19 15:20   좋아요 2 | URL
마침내 다부장 이성애 탈출 쟝쟝.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9 15:31   좋아요 2 | URL
ㅋㅋㅋ 자기 성장을 피하기 위해 타자를 찾는 일을 포기 할 때 ㅋㅋㅋㅋ

다락방 2022-07-19 15:34   좋아요 2 | URL
전 연애를 끊었습니다. 제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요? 전 연애 큇!!!! quit!!!!
제가 연애를 그만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결정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희망을 갖지 않을테니까.. 샤라라랑~ 차가운 도시여자는 사랑 안해~~

공쟝쟝 2022-07-19 15:48   좋아요 1 | URL
사랑고백하지도 않았는 데 이렇게 선 그어지고 ㅋㅋㅋㅋㅋ 저는 순박한 시골 처자라 사랑 모태… 모탑니다.. 모태솔로예요 저 ㅋㅋㅋ

다락방 2022-07-19 15:49   좋아요 3 | URL
아 그 ... 그런 가사가 있는데.... 사랑 모오태~~ 하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는데 그걸 드립치고 싶은데 지금 정확히 생각이 안나네. 생각 나면 들고 올게요.

아윌비백...

단발머리 2022-07-19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극장 나온지 3시간 반 정도 지났죠. (이 서재 주인 때문에 보았음요)
박해일이 고생 많이 했던데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탕웨이 정말 이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문학 박사가 있잖아요, 내 친구 중에. 우리 박사님한테 연락해서 중국어 속성반이라도 들어가던지 해야지. 중국어가 그렇게나 섹시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스시 먹는 장면이요. 그 브랜드. 비싼 거 시켜주는 거. 그런 게 사랑인가.
할 말 많은데 언제부터 이야기 해도 돼요? 일단 극장에서 내려가야겠죠? 박찬욱 감독님, 대단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9 16:07   좋아요 2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제가 글에다가 공지 달아놔야갯어요 ㅋㅋㅋㅋㅋㅋ 실컷 이야기하세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07-19 16:25   좋아요 4 | URL
꺅 보셨군요!! >.<

스시,스시,스시를 먹자!!

공쟝쟝 2022-07-19 16:36   좋아요 2 | URL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어요 ㅠㅠㅜㅜ 얘네 다 헤어졌는 데.. 난 영화에서 못 헤어나오고 ㅜㅜㅜ

단발머리 2022-07-19 16:40   좋아요 2 | URL
허리띠도 인상적이었어요. 나 그런 거 본 적 없어서요 ㅋㅋㅋㅋㅋㅋ 대본집 살거에요? ㅋㅋㅋㅋ 박해일이 읽어준다면 사겠네요. 오디오북으로 ㅋㅋㅋㅋ

다락방 2022-07-19 16:41   좋아요 3 | URL
저 대본집 사려고요 ㅎㅎ 근데 예약주문은 저한테는 딱히 의미는 없는 것 같아서 일반 구매로 하려고요. 나오면. ㅋㅋ

공쟝쟝 2022-07-19 16:45   좋아요 3 | URL
박찬욱표 15금에 열광하는 연애큇 다락방이 웃김 포인트죠…. 둘은 안잔 거죠? ㅋㅋㅋㅋ 송광사에서 데이트만 하고? ㅋㅋㅋㅋㅋㅋ 잣나? 안잣나? 잣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거 궁금한 내가 너무 싫었던 것 까지 포함 ㅋㅋㅋㅋㅋ 진짜 찐 사랑 영화…)

2022-07-19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9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7-19 1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탕웨이가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하는데 아니 아니 안나빠 탕웨이 안나빠를 백만번쯤 외치고 싶더라는.....
무슨 불륜이 이토록 자연스럽단말입니까? 사랑이니까하고 모든걸 긍정하게 돼버리는..... 그래서 자기애와 사랑을 교환하는 박해일에게 분노....그래 남자들의 자기애를 이길수 있는게 없지 하면서 자조했다는..... ㅠ.ㅠ

또한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래서 생은 의미를 가진다고 다부장님이 누누히 인용하셧으니말입니다. 혹시 쟝쟝님과 다부장님이 사귀는 날이 오면 연락주세요. 아주 비싼 와인을 택배로 보내리로다.

공쟝쟝 2022-07-19 23:39   좋아요 2 | URL
아……………. 바람돌이님, 저 다락방님한테 고백도 안했는 데 미리 차였다구요ㅋㅋㅋㅋ 연애 관심없으시답니닼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비싼 와인 택배는 나눠 마실 수 있슴돠 ㅋㅋㅋㅋ 헤어진 기념 와인 짠짠! (ㅋㅋㅋ)

안나쁘죠…. 탕웨인데요… 탕웨인데요 어떻게 나쁩니까? … 결혼제도에 대한 비판은 일단 좀 미뤄둡시다. 자기애와 사랑도 슬쩍 밀쳐두어야 합니다.

그는 중년입니다… 그 모든 걸 내 던지는 사랑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안되는 거죠…. 하지만 자신을 다 안내던진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죠. 못하는 겁니다. 아무리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서 눈에 안약을 넣어도, 있는 그대로 보는게 그게 쉽답니까. 명확히 보고자 했던 그가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 맹점이 작용하는 지점. 극진하게 극진히 아끼게 돼버리는 그런…지점…. 그러나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지점… 거기에 중년의 사랑이… 흑, 그만하자….

그리고 현실에서는 박해일 같은 남자 없습니다. 일단 중년의 마법… 뱃살부터… 사실 그것이 판타지….

그레이스 2022-07-19 1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댓글이 다 했군요? 스포!
공쟝쟝님 서재는 댓글 맛집!

공쟝쟝 2022-07-19 22:33   좋아요 3 | URL
걍 대놓고 스포를 하라고 판을 깔아드렸사오니, 여러분 여기서 놀자 ㅋㅋㅋ

yamoo 2022-07-20 0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놔....
여기도 헤어질 결심이네..OTL
봐야하는데...진짜 봐야하는데, 언제 보느냔 말입니다..ㅜㅜ

공쟝쟝 2022-07-20 10:16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하 뭘 또 대세에 편승하시려고 ㅋㅋㅋ 보지 않고도 본 것 처럼 즐겨야 참 서재인이라고 할 수 있씁조 ㅋㅋㅋ 전 제인 오스틴 안읽고도 주인공 이름 다 압니다 ㅋㅋㅋㅋㅋ

2022-07-2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2-07-20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흠뻑 영화 분위기에 취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헤어질 결심 난 예매도 안했는디

공쟝쟝 2022-07-20 14:45   좋아요 1 | URL
후후…. 사실 탕웨이의 미모가 다했다고 볼 수도 있는 영화죠…. 아름다운 피사체…

단발머리 2022-07-20 17:31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어서 보소서! 으른 사랑이 어떤건지 보여준다고 해요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7-21 10:31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코로나 처음 걸려서 씨게 앓고 있어요 ㅠ ㅠ 어휴 아퍼요

난티나무 2022-07-21 0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지 않고 본 것처럼 즐기는 자 여기 있슴돠 ㅋㅋㅋㅋㅋㅋㅋ
재밌다! 😎

공쟝쟝 2022-07-21 09:45   좋아요 0 | URL
진정한 서재인 훈장을 드립니다 🏅 ㅋㅋㅋ
 

언제부턴가 이별이나 상실을 경험하면 정희진을 읽는다. 내게는 그만한 진통제가 없다. 진통제라니…취소취소. 내겐 그만한 긁어팜이 없다. 헤어짐을 헤집어서 똑똑히 노려본다. 다시는 너한테 당하지 않을거야라고 잘봐둬 잘봐둬 하는 데 성공한 적은 없다. 각각의 이별은 이별자체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지만, 결국 잘봐둬 잘봐둬 하면서 내가 알게 되는 건 이별(혹은 분리) 자체를 거부한 댓가라는 씁쓸한 인식? 언제나 철을 모르고 때를 모르는 건 나고 그건 좀 스스로에겐 애석하지만. 철과 때를 아시는 분 신밖에 없지 않나.

만나고 영향을 미치고 헤어지는 건 계절이 바뀌는 것 처럼 자명한 것. 당하다니 무엇을? 모두 겪었어야 할 일들이다. 거기에 피해자와 가해자는 없다. 보이지 않는/ 의식되지 않은 채의 공모가 있을 뿐. 그래도 나는 자주 해명하고 싶어했었다. 아니 늘상 그랬다. 세상에는 그런 관계가 있다. 악의 없이 질문하고 최선을 다해 대답하고 그것이 관계로 굳어져서 교정을 목적으로 심문하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서 의미없는 질문을 끌어안은 채 끝없이 자신을 설명하려드는 그런 관계. 나를 설명하거나 해명하려드는 것이 어쩌면 약자의 태도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알게 된 것은 정희진의 글 덕분이다.

힘빠지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해명하려는 노력을 멈추었을 때, 나를 규정하려드는 질문 혹은 단정의 언어들을 마음으로 제법 튕겨낼 수 있었을 때, 그때 우리의 관계 역시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이의 그것은 어떤 게임같은 거였을까.

어쨌든 꽤 오랜 시간 이어지고 지속된 나를 설명하려드는 어떤 관계 속의 상황은 이제와 생각해보니 굉장히 수고롭고 고통스러운 노동이었다. 알고나서도 잘 도망쳐지지 않았고, 끊어내려 할 때 마다 빈번히 죄책감이 올라왔었다. 어찌저찌 관계를 끝내는 그 순간까지도 끝내는 이유를 최대한 잘 설명하고 싶어하는 나를 느꼈을 때. 얼마나 치떨리게 스스로가 싫었는지 모른다.


“(26) 나는 누구인가. 모든 사람이 이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물음은 내 경험과 사회의 시선이 일치하지 않을 때, 타인이 멋대로 나를 규정할 때 솟아난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넌 누구냐?”라는 심문(審問)에 대한 일차적 반응이다. 식민자는 피식민자가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상기하게끔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이 질문은 면벽 수도의 자기 탐구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면적인 폭력의 시작이다. 누구나 삶의 특정 시기에 이 물음이 요구되는 순간이 있다. 어떤 이들은 평생 이 질문과 씨름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강요하는 저들에게 어떻게 맞설 것인가. 어떤 방어 태세를 취하면서 무엇을 확보해 나갈 것인가. 가장 흔한 답, 가장 쉬운 답, 그러나 불가능한 현실은 진정한 자아 찾기(나를 잘 설명하기)다. 이는 ‘우리’를 기존의 사고에 묶어 둠으로써 현실을 고착시키려는 식민자의 논리에 부응하여 “저들의 계통”을 강화한다. 상대가 이미 나를 정의하는 권력을 쥐고 있는, 속수(束手)의 상태에서 무슨 말을 하랴.”



그렇다. 어떤 것/누군가/무언가와 헤어지고 정희진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저지른 오류들이 보인다. 나의 오만함과 무지가 보이고,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겪었어야할 필연들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하면서도 안도하게 된다.

묻지 않았더라면 느리고 묵직한 고통 속에서 오랜시간 허우적 거려야 했을 것이고 묻기 시작하면 집중적으로 날카롭게 창끝에 찔려 창을 돌려 후벼파는 듯한 고통을 단번에 몰아서 느껴야 한다.

나는 후자다. 언제나 후자다. 매를 먼저 맞는 편이고 (때로는 벌어서 맞기도) 호되게 앓아본 경험적 자산으로 내 시간이 소중한 걸 안다. 재빨리 털어낼 수는 없는 상실이라면 공을 들여 괴롭게 압축적으로 응시하고 싶어 정희진을 읽으면서 자괴감을 곰곰하게 씹어 삼킨다. 별 수 없다. 살아야하니까. 그냥 좀 남는 시간이나마 편하게 있고 싶으니까. 읽는다.

읽다보면 안다. 아.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겠구나. 나는 또 최선을 다해 버린 것이다. 그 만큼을 알았고, 이 만큼을 몰랐다.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합리화할 필요도 없어진다. 체념. 잘 정리하고 탈탈 털어 글로써서 어딘가에 봉인. 혹은 (이 글처럼) 전시. 이 과정을 ‘내 무능력에 대한 인식’이라 이름 붙일 수 있을 만큼 이별 후 정희진 읽기는 어떤 의식이 된 것도 같다.

이번의 애도 기간에 내 눈에 꽂힌 단어는 이 것. 


태클.

“(24) 흔히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끝’은 원래 끝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금수저라도 모든 욕구를 다 채우며 살 수는 없다. 문제는 선을 모를 때 생긴다. 적정선을 인식하려면 자신과 인간관계, 사회를 알아야 한다. 모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흙수저는 선을 밟거나 넘으면 바로 태클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좌절’이다. 아니,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처지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금수저는 이 정치학에 무지하다. 분간이 없다.”


내가 ‘내 무능력에 대한 인식’이라고 표현하고 종종 여기까지가 나의 최대이구나, 아 이걸 또 몰랐구나 하며 물러서는 그 지점, 어떤 체념 앞에ㅡ 먼저 앞서는 것은 무수한 태클이었던 것일지도. 태클에 너무 익숙해서 태클이 태클로도 안느껴진 건가? 난 그래서 한계, 무능력, 스스로의 약점을 잘 아는 것, 뭐 그런 담론들이 수월하게 들리고 끌렸던가? 선을 잘 아는 것. 선을 넘지 않는 것. 그것은 자원으로도 작용하지만 저주처럼도 느껴져 내가 나에게 미리 앞서서 포기를 주문 한 것은 아닌가하는. 그럼 어디까지가 나를 보호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가능성을 믿고 독려하는 건가. 뭐 그런 질문들.

사족을 더해 조금 재밌는 것은, 이 끝없는 중얼거림(하지만 말해지지 않은 말하지 않은 영역이 더욱 압도적인) … 자아에 초점을 맞추는 것 (필리스 체슬러를 내 방식대로 전유해서)… 그 것말이다. 나는 오늘처럼 이걸 하고 있는 내가 새삼 놀랍다. 나 자신으로 가득차서 뭔가를 끝없이 적고 있을 때. 이처럼 내가 나를 심문해 보는 것 역시 태클에 대한 생존 전략일지도? 그걸 다루는 건 즐겁다. (여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24) 금수저의 가장 큰 약점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가 아니다. 무지다. 흙수저가 이 사실을 간파한다면, 무지한 그들을 이길 수 있다. … 자녀 세대에서는 계급도 세습되지만 동시에 앎의 위치성도 승계된다. 흙수저의 유일한 자산은 *한계선 자각에서 오는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이고, 금수저의 운명은 무지다.* 이것은 계급 투쟁이 일방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황과 전선을 아는 것. 상대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자의 대결이라면 누구에게 승산이 있겠는가? ”


적정 선을 잘 지키고 의외로 낄끼빠빠 잘한다는 일전 직장 사수의 칭찬은 결국 태클의 반작용으로 내가 체득한 무엇이었고, 곧 나의 자원이었다. (이건 나 스스로가 안다) 하지만 모든 곳에 같은 원리를 작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생활이 아닌 일상적 관계에서 혹은 사람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가족에게 나는 어떠했나. 


난 어떤 소통을 원했다. 아주 찰나지만 가끔씩은 가능했던 깊숙한 공감을 원했다. 본질에 다가가는 대화를 무의식을 탐색하는 이야기를 원했다. 그리고 빈번히 실패했고(태클), 또 체념하면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분명 어떤 사람들은 나를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은 창피해서 숨고 싶었고, 다시는 마음 열지 않을거야 남모르게 이악물었다. 그리고 또 다시 그리워져서 마음을 열고, 영감을 얻고, 힘을 내고, 또 그러다 조금 더 원하게 되고, 나의 욕심을 탓하게 되고… 그런 상황의 반복. 20대 초반을 생각하면… 관계에서 정당한 권리조차 말하는 걸 그토록 힘들어했던 나였으니 이만큼 온 것도 장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갈 마음을 먹는 것은 또 어쩌면 나 자신의 한계를 더듬어 보는 일이라서… 요 얼마간의 나는 겁이 났던 걸까.

“(11)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
그 사람이 쓴 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봐.

이 말은 누가 나에게 해준 말이 아니고 20대의 내가 누군가들에게 자주 하곤 했던 말이다. 우습게도 이 말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허약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삼십대 중반 지금의 나다. 내 말이 나를 배반하는 일은 너무도 흔하지만, 이번 거는 배반이 아니라 풍자의 대상이 되어도 할말이 없는 수준의 처참한 자기직면을 가져왔다. 나는 내가 쓴 글이 나였으면 했던가, 감히?

내가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겠다는 명분으로 사람을 겪어내지 않는 동안 내가 키워낸 나 스스로와 내가 안다고 믿었던(!) 관계들은 정말로는 어떤 단단한 믿음의 토대 안에 구축된 그런 종류의 것일까. 글쎄. 그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요 몇년간의 내게 중요한 관계들은 대부분이 글과 말뿐인 데이터를 삭제하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그런 종류의 무엇이었다. 어쨌든 여기서 얻어낸 어떤 부스러기들을 또 잘 그러모아서… 슬슬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시점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요즘 긴박하게 느끼는 중이다. (아…조금만 더 머물러주면 안될까? 팬데믹이여…)


결국 안다는 것은 … 읽는다는 것, 본다는 것, 머리를 굴려서 해석한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지식도 그렇지만 특히 사람이 그렇다. 큰일이군. 지금에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정말로 어쩌면 나는 소설을 좀 더 읽어야겠다. 아니다. 어쩌면 나는 좀 사람을 더 만나야 하겠다. 아… 아니다. 역시 소설을 좀 더 읽고 사람을 만나야하는 데 왜 소설을 못읽니…. (슬프군)


*

사실은 몇 주 전에 어떤 사람을 떠나보냈다. 
마음 속에서는 떠나 보낸지 오래된 사람인데 한번 더 보냈다.

그를 알고 나를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애도하고 추억했다.
나만 알고 나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어떤 관계는 애도도 필요없고 잊어버려도 된다고 말했고, 또 그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계속해서 더 미워해도 된다고도 말해주었다.
그를 알긴 하지만 나를 좀 더 많이 아는 사람은 그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길게 가로로 놓인 아무런 이야기하지 않음에 조금 오래 머물러있었다.

그와 잘지냈던 시간 보다 힘들어했던 시간들이 더 길고 모두 다 잊어버리기엔 좋았던 기억들이 있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아직도 밉다. 그가 미운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불쑥불쑥 견딜 수 없이 밉다.

내 안의 어떤 광막한 황폐함을 마주했을 때. 자주 오는 건 아닌 데, 그냥 좀 삶이 무겁고 힘들 때.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생겨먹기를 이런 모양이라는 걸 턱하니 그냥 척하니 바로보게 될 때. 누군가을 탓하고 싶은데 탓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그때의 나를 탓하는 거다. 그만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무튼 이걸 다 쓰고 나면 나는 좀 미안해져서… 그를 애도랄까 비슷하게 떠나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냥… 다썼는데… 지금의 내 질문들만 주절주절 늘어놓았다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그도 알고 나도 아는 사람들을.
내가 그를 애도하고 추억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안만나고 싶다는 것.

그냥 지금이 좀 덜 힘들면 좋겠다. 그러면 그때의 나를 좀 덜 미워하고 여유있게 추억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러려면 이제 사람을 좀 만나야하는 데… 새로운 사람들을… 나는 나 자신이 좀 변한 건지 장담을 할 수가 없고.
그래. 결국엔 또 이런 결론을 내고 오늘의 글이 끝나지는 구나….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다르게 생각하기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식 정보화 사회의 ‘진정한’ 의미는, 언어/사유의 힘이 중대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자기 언어를 갖지 않으면 존재 양식을 잃는 시대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돈이나 물리력이 없다. *절대 다수인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은 윤리와 언어뿐이다.*
- 언제나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윤리와 언어 뿐. (낯선 시선 중에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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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4-28 1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잠깐 쏠로라더니 언제 만나고 언제 헤어짐? 요즘 연애하느라 바빴긔? (아니 낚인 거 같아 얼른 끝까지 읽어보자)

공쟝쟝 2022-04-28 17:27   좋아요 5 | URL
그런거 아녜요 ㅠㅠ 이 바보야!!

잠자냥 2022-04-28 17:2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응 그렇다라귴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4-28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8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2-04-28 2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빈 자리를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무탈하시고요, 모쪼록 존버 파이팅입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만나질 때 하세요. 윤석이가 짜장면 먹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쟝쟝님 마음의 여유와 평안과 씩씩함을 응원합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2-04-28 21:15   좋아요 3 | URL
네. 그러려구요. 막상 만나면 너무 막 들떠버리곤 해가지고 (-_-;;;) 일단은 사이버 상으로만 만나는 데... 오랜만에 하루에 몰아서 만나려니 벅차네요? (북플러의 하루...) 그러고 보면 제가 알고보니 메타버스 형 인간인가 봅니다. 그래도 가끔 진짜 사람의 눈빛과 목소리가 그리워용... 흐흐...

커피소년 2022-04-29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공장 돌리시는건가요? 공장장님

커피소년 2022-05-05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행복해보여요.

독서괭 2022-05-06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힘든 일이 있으셨군요, 쟝쟝님.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쟝쟝님의 심정이 전해져 오는 듯 합니다. 힘내라는 말은 함부로 못하겠고,, 이제 슬슬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하시니, 만나서 새우깡 뜯을 날이 다가오나요? ㅎㅎ

공쟝쟝 2022-05-06 10:43   좋아요 4 | URL
네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잘 흘려보낸 것 같아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괭님 새우깡을 뜯으시면 전 옆에서 깡소주를…* 헤헤^^

새파랑 2022-05-07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또 축하드립니다. 이번주말에는 깡소쥬 대신 위스키로 ^^

thkang1001 2022-05-07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5-07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2-05-10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0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0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의 장점은 뭐랄까 지식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건데(…) 아무리 별로인 이야기라도 진심💕인 것 같으면 일단은 귀를 열고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는* 보겠다는 그런 태도를 갖고 있달까.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었나, 무엇을 알지 못하는 데에는 모르고자 하는 욕망과 노력이 있는 거라고(페미니즘에 유독 관심 없는 저 많은 지식인들을 보라. 심지어 우치다 선생도 이퀄리스트 ㅋㅋ) 하더라. 여튼 딱히 따르고자 하는 학파가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공부나 학문의 장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 때 그 때 삶에 필요한 것들을 다양하게 찾아서 읽는다. 그러다 보니 읽는 것들의 장르가 너무도 날뛰어서 어느덧 나도 나를 모르게 되버리고 마는 데…ㅋㅋㅋ 안 가리고 다 읽는 잡식성 독서종족이라고 생각해온 내게도 읽고 싶지 않은 분야가 있었으니…. 


아, 내가 기어코 모르고저 하는 그것은 바로 재테크다. ㅠㅠ 재테크 관련된 책을 읽어보려고 알라딘 뒤지다가, 이런 저런 심란한 마음에 오랜만에 글을 써 본다. 모처럼 만지는 맥북의 타격감이 어색하군! (안녕? 페이퍼? 오랜만이지? 나 그동안 시골에서 멍때리면서 잘 지냈어!)


새해를 맞이하여 흰 머리를 다섯개 뽑으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일만하면서 늙어갈 수는 없어, 파이어족이 되고 싶은 욕망에 김짠부 유튜브를 구독하였다!! 개그맨 황현희가 나오는 편도 비호감을 꾹 참고 봤다. 이 정도면 나 자신의 모르고 싶어하는욕망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결단>, <부의 추월차선> 왜 읽기 싫니? 왜 사기도 싫니? 응? 나 왜 부자되니 싫니? 🥲 나여, 정말 부자가 싫은 거니? (진짜 사서 읽고 싶지는 않아서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했는 데, 잘나가는 책들이라 무기한 예약 다 걸려있다… 킁…)




나는 대학 시절 지나가듯 배운 칸트의 정언명령에 이상하게도 여전히 사로잡혀있는데 (내가 좋아했던 교수님이 하필 칸트 전공자셨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보편적 입법원리가 될 수 있게 행하라”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물론 칸트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 어떤 뜻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말은 이상하리 만큼 뇌리에 딱 박혀서 순간 순간 내게 큰 영향을 미친다. 


잠깐 옆으로 새자면, 얘랑 비슷한 말이 하나 더 있는 데 “기소불욕을 물시어인하라”고 ㅋㅋㅋ 아무래도 공자님 말씀인 듯한데… 중학교 2학년 한문시간에 배우고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해서 책상에 조각 칼로 새겨뒀었다(이것도 똑똑히 기억나네, 난 그런 아이였던가). 여틋 뜻은 대략 니가 당하기 싫은 일, 니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거나 하지 말라는 소리 🤔 요 말도 묘하게 칸트의 말과 비슷한 것 같은 데, 어쨌든 공자와 칸트 때문에 내가 요모냥 요꼴로 사는 것 같아서 갑자기 화딱지가 난다능.


다시 돌아가서 저 칸트의 말은 정말 쓰잘데기 없이 내게 작용하곤 하는 데… 나는 습관처럼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슬그머니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런 행동을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아… 오지랖🙄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 해서 그걸 기준에 놓고 생각했을 때 세상이 좀 괜찮아질 것 같으면 하는 편이고, 아니면 안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며, 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밖에 없으면 굉장히 불편하고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이와 관련된 예시는 진짜 허버진데 난 정말 이런 나를 싫어하고 싶지 않아서 독서를 했던 것 같다. 끙.) 그렇게 살다보니 혼자 일종의 도덕 기준(?)이랄까 그런게 높아져서 좀 힘들었던 적도 많았고. (지금은 많이 내려놓고 산다…) 


어쨌든 칸트님 덕분에 내가 일찍이 손대(?)지 않았던 것이 바로 결혼(증여와 상속)과 부동산 투자인데 (왜 얘기가 이렇게 튀어?ㅋㅋ 라고 생각하시나요…? 근데 정말 그렇다니까?) 막연히 생각해도 그 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내 자식만큼은 보란듯이’ 키우싶어하는 욕망이 기준이 되고, 용인이 된 세상(은 바로 한국사회)은 지옥에 가까울 것 같고, 그런 식으로 모두가 건물주가 되고 싶은 세상(은 가능할리 없으니)에서 세입자의 처지는 비참할 게 뻔하다. 


사람 마음이야 변하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겠습니다🙋‍♂️ 선언하는 건 아니지만ㅋㅋㅋ 그런 나름의 칸트적 마인드로 인해 만약에 결혼을 해도 애는 안낳거나 낳는대도 자식한테는 아무것도 물려줄 생각이 없고ㅋㅋㅋ 부동산도 투자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게 뿌리내릴 내 자가를 갖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바로 나의 소망.이 라고 쓰면서 지금 스스로 웃고 있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라도 저만큼은 안 소박하겠으며…ㅋㅋㅋ 막상 애를 낳고 보면, 가능한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몰라서 역시 애시당초 결혼을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 🤣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가난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며 자신의 투자 성공 신화를 세O시 같은데서 이야기하는 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피딱지 얹을 정도로 들으며 (여수에서 한 일 = 재테크 유튜브 본 일) ㅋㅋㅋㅋㅋ 다짐했다. 1. 자신의 욕망을 가족을 위한다는 욕망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치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족을 만들지 말아야지. 2. 이따위 마인드로 살다가 만에 하나 운이 터져 성공하거나 부자가 된다면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사적 욕망이었다라고 말해야지.  


정말인지 어디에다 붙여도 찰떡같이 좋은 이유가 되는 가족이라는 핑계는 그것이 굴레인지라 유해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쉽게 쓰다보니 세상이 이꼬락서니인 것 같다. 당장 저 성투하신 분만 놓고 봐도 사후에 성공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가족을 위해서 투자를 했는 데 실패해서 더 가난해졌으면 어쩔 거였으며…(내가 다 가족을 위해서 잘해보려다 그랬다며 억울해할거 아니냐고?) OO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리하고, 도전하는 거 (보통 OO에는 너, 가족, 대의 등이 들어간다) 나의 경우 이젠 진짜 안 믿는다. 그 마음을 안 믿는다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대체로 가장 그럴 듯한 구실이게 사용하는 게 빤해서. 사실은 구실인데도 알고도 모르고도 서로 속아주는 그 맹점이 싫은 거겠지만.


어쨌든 혼자 사는 맛을 뒤늦게 제대로 알아 버린 나는 가족이 없다 하여도(어쩌면 없으니까 더욱더!) 언제고 죽는 날 고스란히 사회에 반납(자식이 생겨도 증여하지 않겠습니다!)할 나의 소박한 집을 한채 마련하고 싶어졌고, 시골에서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열심히 그런 종류의 너튜브를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이제 노동만으로는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는 가버렸다. 이미 집값을 다 올려놔버렸기 때문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없다… 그러니까 수도권 말고 지방에 집 사라. 이거 볼 시간에, 투자해라. 갭 투자해라…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 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모처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칸트가 제대로 돋아 버렸다. 


쉬바. 이런 방식의 투자가 모이고 모여서 집값이 올라가서 노동으로 집을 살 수 없어져버린거 잖아? 아 모두가 이런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면, 그럼 정말 모르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바로 바보, 내 부모도 바보!!) 나는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다시 재고해야하는 것인가. 애초에 이것은 나의 욕망인가… 타자의 욕망인가… 또 나만 이런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건가 하면서 밑에 달린 댓글 1000개 살펴봤는 데, 비슷한 댓글이 딱 한 개 있었고, 우리의 김짠부가 자기도 그 생각 안해본 건 아니라며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며 <부의 인문학>과 <레버리지> 책을 추천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자산… 유동성… 이런 것들을 다루고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그러니까 비슷한 상황진단에서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랬던 거고, 레버리지는 재빠르게 나의 노동소득을 자산화 하라고 할것 같고… 아무튼 넘겨짚지 말고 편견없이(?) 읽어보자 이러면서 아, 솔직히 넘 베스트셀러라서 사기 싫은데??? (베스트셀러는 왜 안사고 싶을까요) 하며 장바구니에서 넣다 빼다 심란하던 차에. 


저는. 쉬는 날을 맞이하여 몰아서 은행업무를 보고 있는 아빠의 택시안에서 이런 말을 듣고 맙니다. 


“적금 탄걸 찾아서~ 대출을 갚아야지~”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분명히 쾌활했고 곧 사라질 적금이나마 탄 것이 즐거운듯 하였다. 아무래도 작년에 집 리모델링 한 것 때문에 소액 대출을 받았지 싶은 데…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 이야기 듣다가 적금 탄거 찾자 마자 빚 갚을 생각하는 아빠를 보니까 가슴 너무 먹먹해져버린 것. 😭


작년 봄, 막내가 취직하자 마자 65세로 셀프 정년을 한 아빠는 쉰지 두 달을 못참고 택시 드라이버~가 되셨다. 어디냐고 물어보면🎵 양화대교~가 아닌 돌산대교~일 아빠는 인터넷 뱅킹도 잘할줄 몰라서 택시기사를 하면서 폰뱅킹으로 손님들의 계좌이체를 확인하고 계셨다. 그걸 알게 된 나는 문자 서비스 알림 등을 등록해드리다 오류가 발견되어 은행에 따라갔고… 아무튼 (가난한) 아빠의 적금타서 대출금을 값는 성실한 자세 때문에 좀 충격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이미 한번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집에 가는 길에 보이던 신축 아파트🏣

를 가리키며 택시 기사님이 한번 더 날린 쐐기 박는 대사.


“저거 청약 당첨됐는데, 6천만원 계약금 없어서… 지금 2억인가 3억인가 올랐다?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롸?!! 뭐??!! 아빠는 속이 쓰려?!!! 나는 속이 터져…!!! 왜 우리한테 말 안했어…. 하긴 뭔 말을 하겄어…. 아니… 여수에 아파트값이 2억이 올랐다고? 워매~, 이미 우리 집 빼고 다 이러고(부동산 투자) 있는 거였어?!!! OMG 😱!! 


이 일화를 동생한테 말하자 마음만 영끌족인 그녀는 속이 터지다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왜… 계약금을 챙길 생각을 안한 거여… 못한 거것제? 우리는… 왜… 우리집은… ~!@#$!#%^$%듀ㅠㅠ” 


이후에 이어진 더 참혹한 대화들은 차마 글에 옮길 수가 없다.. 어쨌든… 아, 이럴 때 벌지도 않은 2억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는 구나. 그거 였으면… 아빠가 하루에 16시간 씩 택시 몰 일은 없었겠지? 뭐,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습니다. 


*


아빠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즉, 타고나기를 인싸 자질이 없는 외골수다. (하지만 울아빠 싸움 잘함ㅋㅋ) 그래서 평생 열심히 일을 했다. 새로 시작한 택시 운전에서 카카오 네비를 비롯한 신문물 적응도 힘들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다고 (아아, 나는 그의 딸이다) 전해지는 아빠는 특유의 성실함과 오기(?)로 석달만에 택시 회사에서 실적 1등을 달성했다고 했다. 딸들은 엄마에게서 그 소식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빠… 제발, 제발 좀… 열심히 안살면 안돼?😭 


아빠는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근해 잠깐 손님없는 시간대에 집에 들러 점심을 후루룩 먹고 바로 나가서 저녁도 굶고 일하다 밤 12시 무렵에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내가 여수에 머무는 보름내내 설 연휴에도 딱 하루만 쉬고 그렇게 일했다. 몸 축나는 거 아냐? 걱정해도 본인이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자라는 내내 아빠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자식 넷에 할머니, 할아버지 때로는 한량 삼촌까지… 유일한 가장이었던 아빠는 언제나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평생 해온 노동에 비하면 5일에 한번 쉬는 날도 있고, 집에서 잠도 잘 수 있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있으니, 어쩌면 그 기준에선 16시간에 가까운 노동시간이 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 가족은 거의 완벽하게 젠더 분업화가 이루어진 각자의 롤에 충실한 집이었다.) 


이어지는 엄마의 말에 따르면 아빠 왈, 기껏 나가서 사납금만 채워주고 올거면 회사만 좋은 일 아니냐고. 그래서 자기는 무조건 20만원을 채우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그러니까… 이 코로나 오미크론 시국에…? 응 그렇대…. 


……. 


이러한 연유로해서 마중 나온 딸들에게도 깎듯이 택시 미터기를 꺾는 아빠가, 평생 그런 아빠의 밥을 해주고 싶었다는 엄마가 (엄마는 시부모 말고 늬들 말고 아빠 밥을 해주고 싶었다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이런 나의 부모가 아주 조금만 약았다면. 세상 돌아가는 거에 눈치가 빨라서 살뜰히 제 잇속을 좀 더 챙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우리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자니 좀 마음이 서글펐다. 현생 우주 속의 우리 들은 부모를 닮아서 ‘요즘 애들’ 치고는 성실하고 성실하고 또 성실하였다… 젠장!! (4남매 모두 초중고 개근한 전설의 레전드…) 보고 배운 사회적(?) 전략이 그런 거라 씩씩함과 우직함으로 승부하다 보니 모두 조금씩 화가 나있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하거나 듣기 싫어 자신한테 가혹하다. 




얼마 전에 자매들과 찍어 올린 유튜브(https://youtu.be/dyhCSkvV6SY)에서는 이 책 <새 마음으로>가 나온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세계의 속도에 맞춰서 혁신을 이루는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변하지 않는 세상 쪽의 일을 묵묵히 담당하며, 적은 급여의 일을 ‘일이기에’ 정성들여해 온 이웃들의 인터뷰다. 한 쪽의 빛이 너무 밝아지면, 어느 쪽의 빛은 의식되지 못한 채 점점 더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조명이 빗겨나 있는 그곳에 카메라와 펜을 들고 다가간 젊은 작가 이슬아가 고마웠다. 


당신은

어떻게           헌 마음도

그렇게           빈 마음도 아닌

                     새 마음으로             오랫동안

                                                    일했나


책의 뒷표지에 놓여있는 문장. 우리들은 이 문장을 보고 마음이 지잉- 울렸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겨워했다. 나는 나를 먹여살린, 지금의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일에 진심인 근본적인 이유(원흉일지도)인, (칸트말고) 대책없이 성실하게만 사는 소박한 사람들의 노동을 너무도 잘알고 있고 보아왔다. 


당연히 난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어쩌면 도망칠 수 없어) 부지런하게 노동하는 단순한 세계 속의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동시에 순수하게 낭만화할 수 만은 없는 시선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들의 어떤 속성을 똑 닮게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살아갈 수록 *열심히 마음을 다해서 일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할바에야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아!*라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내 안에서 점점 작아진다. 한번 콱 물리면 바로 전염되는 독성강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계에서 화살도 야구 방망이도 없이 선량하게 살아남으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나의 여수 한달 살기는 보름만에 장렬하게 실패했고, 또 다시 돈 벌러 서울로 올라왔다. 쉬면서도 안쉬고 자꾸 뭐를 하려고 들어서 내린 특단의 조치였는 데, 읽고 쓰는 걸 못하니 유튜브만 주구장창 보다가 사상이 피폐해졌다. ㅋㅋㅋㅋㅋㅋ 자기계발이랑 재테크 영상을 보면서 둔너있으려니 스스로가 그토록 루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상태를 이야기 해보고 싶어 서울로 올라오자 찾아가 만난 친구는 살아있는 칸트였다. (ㅋㅋㅋㅋㅋㅋ) 그 분은  주식으로 돈을 조금 번 적이 있었는 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진정한 노동 숭배론자(...)의 마음을 증언 한 적이있다. 나는 그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안돼, 그러면 평생 일해야된다구!!! 우리 자신 안의 지독한 노동 중심주의를 깨야해!!! 우리, 마음을 바꿔 먹자!!! 나한테 집사라며!! 그런 태도로는 집을 살 수가 없다구!! ㅠㅠㅠ 라고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ㅋㅋㅋㅋㅋ 솔직히… 고작 재테크 동영상을 보면서 쓸데 없이 칸트 돋아 버리는 내가 더하면 더했지… 에효😮‍💨 할말이 없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이러는 내가 싫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삶에 대해. 가난을 그토록 두려워하면서도 일해서 벌지 않는 돈을 저어하는 이상한 습성에 대해. 빌붙기가 태생적으로 안되는  독립적인 (독고다이…) DNA 대해. 여기서 퀴즈, 그 친구는 누구인가?(힌트, 그는 자신이 칸트를 닮았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나에겐 부모님이 물려주신 고맙기는 하지만 이제는 고쳐야할 몇가지 태도들이 있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하느니 차라리 손해보고 발뻗고 자는 것. 재테크 뿐만이 아닌 모든 (정신적, 물리적, 시간적) 투자에 따르는 당연한 리스크가 겁이나 도전하지 않는 자세. (좋게 말하면 안전 지향인거고 나쁘게 말하면 평생 일만하다 죽을 팔자…) 세상에는 정말 별로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꿰뚫어볼 줄 모르는 눈(좋게 말하면 인간에 대한 신뢰…? 인건 데 대책없이 이러면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세상인 것 같다.) 그 밖에도 등등.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계산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이 걸어지고, 터프해지고, 아무튼 그래도 가끔 내 안의 칸트가 돋아나곤 해서 점점 애매하고 이상한 혼종이 되어가고 있고 ㅋㅋㅋ 그래서 매일 매일 혼신의 힘을 다해 숙면이라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생애의 절반은 아주 행복했노라...) 이렇게 쓰고 나니 진짜 한국사회 정글이고 천박한 것 같네…. 


신나게 쓰다보니 팔천자가 넘었다. 무튼 이 이상한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내 안의 칸트를 모셔와서 예의 그 기준으로 부모님의 삶을 대입해 보면… 모두가 내 엄마, 아빠처럼 산다면? 다행스럽게도 그 세상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ㅎㅎ ㅎㅎㅎ 



하지만 이미 천박해져 버린 이 사회에서 앞으로도 50년 이상은 생존해야하는 건 부모님이 아닌 나니까…. 


나는 😤 나를 😫 지킨다🗽


그러기 위해 레버리지를 아무래도 읽어야겠는데…  

왜죠? 

왜 내 보관함에 이런 책들을 함께 담고 있는 거죠?


훠이~ 물러가라! 칸트 귀신아~ 물러가라!!
















그러고 보면 살짝 끓어오르다 말았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눈녹듯 사라져버린 대선이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떤 무엇이 난 조금 두렵다.  



덧붙임. http://www.gotoquiz.com/which_philosopher_are_you <--당신의 나랑 닮은 철학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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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3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만화책 짤아 저렇게 쓰이다니 ㅎㅎ 책 순위나 유투브 보면 정말 사람들이 관심이 많구나 싶어요.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면서 정작 저는 주식 물린 ㅋㅋㅋ나는 나를 지킨다 ! 저도 존버합니다 ㅠㅠ 쟝쟝님은 잘 하실거라 믿습니다 *^^*

공쟝쟝 2022-02-13 12:06   좋아요 1 | URL
아...주식(전 너무 소액 투자해서 다행이다 싶은 그런 장이네요ㅜㅜ?_ 뭐 코인에 비하면...) 미니님의 성투를 빕니다! ㅋㅋㅋㅋ 최근에 주변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저주에라도 걸린것 처럼 부동산부동산 (그런 나이가 된걸까요?) 하는 데... 저는 그 쪽으로 마음이 동하지가 않아요... ㅜㅜ 걍 이번 생은 그른 듯.. 일이나.. 해야지... 근데 일하는거 너무 힘들고...

라파엘 2022-02-13 12: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경제라는 전체적인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재테크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는 돈 버는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본주의에서 우위에 있는 소수의 전략 안에서 살아가는 다수가 될 위험성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단 욕망에 빠지면 그 이후로는 확증편향과 자기합리화가 존재할 뿐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전제하고 있는 사적 욕망의 추구가 동인이 되는 사회에 반대하는데 입장인데,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아직 자본주의의 대안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나저나 쟝님의 부모님도 그렇고 쟝님도 그렇고 정말 좋은 분들이네요. 진심으로요. 저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걱정없이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만, 가장 닮은 철학자(http://www.gotoquiz.com/which_philosopher_are_you)로 칸트 84%인 저는 물러갑니다 ㅋ

공쟝쟝 2022-02-13 12:39   좋아요 3 | URL
저 좋아요 백개 찍어도 되요? 이거 테스트 뭐야 이런거 너무 재밌어.... 라파엘님 칸트야? 저 후기 비트겐 슈타인 85% 나왔는데요.. 비트겐슈타인 누군지몰라..... (_-_)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어쨌든 비트겐슈타인 돋아버렸다. 여러분 이 테스트 뭔데 저를 이렇게 기쁘게 한단 말입니까.

˝There is no provable absolute truth. The way you see things is dependant on your language. Truths exist only within a language, and change as the language does.˝ ........ 비트겐슈타인... 나니?

라파엘 2022-02-13 12:57   좋아요 3 | URL
시스템상 알라딘에 로그인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페이지에 들어오시면 좋아요를 한번 더 찍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ㅋㅋㅋㅋ 아무튼 쟝님을 기쁘게 했다니 저 역시도 기쁘네요!! 저는 매일 잠들기 전에 하루의 삶을 돌아보는 기준이 ①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에 충실했는가? ② 오늘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위로나 기쁨을 주었는가? 입니다 ㅎㅎ

공쟝쟝 2022-02-13 13:11   좋아요 1 | URL
알려주신 방식으로 좋아요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정말 정성어린 우정을 담았죠?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님은 정말로 칸트 84시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제 기쁨이 하늘을 찔렀으니 2번에 100점 주세요 ㅋㅋㅋㅋ 아 진짜 웃기 신 분 ㅋㅋㅋㅋ

persona 2022-02-13 15:23   좋아요 2 | URL
마지막에 추천해주신 테스트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86퍼센트 아리스토텔레스는 70%칸트를 포함하더라고요).^^

공쟝쟝 2022-02-13 15:26   좋아요 2 | URL
당분간 펄손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불러드려야겠네 ㅋㅋㅋ 왜 나만 칸트 미약해?

persona 2022-02-13 15:52   좋아요 3 | URL
전 니체, 사르트르/카뮈, 전기 비트겐슈타인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때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읽을 때 너무 졸아서 선생님이 자꾸 머리로 종치지 말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persona 2022-02-13 1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득 상속하니 생각이 나네요. ㅎㅎ 저는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기한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서 조부모 돌아가실 때 고모 삼촌 아빠 정신 없을 때 알아보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다행히 제 말을 곡해하실 상황이 아니었고 제 말 듣고 정신이 나는 분위기였어서 서로 무안할 일은 없었어요. 아버지 남매들은 재산 다툼이랄 것도 없이 직업 없는 한 사람에게 남매가 유산과 다른 남매들 돈을 모아서 서울 외곽에 작은 집을 한 채 해다 주는 걸로 마무리했고요.
제가 걱정한 부분은 혹시라도 빚을 상속받진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재산이나 상속세 걱정할만큼 재산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살아생전에 내내 힘드셨기에, 그 힘듦은 할머니, 할아버지 가셨어도 살아있는 거잖아요. 이미 고모나 삼촌이나 아빠나 빚을 갚으며 살고 있고 저 조차도 빚이 있는데, 고인의 빚이 더해진다는 것이 저는 제일 무섭더라고요. 물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빚이지만요. 감당가능할지가 궁금하고 무섭더라고요. 아무도 미리 부모나 조부모의 죽음을 예상하지도 않을 거고, 또 장례 후 시간은 슬픔속에서 정말 빨리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사망 혹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고작 3개월입니다. 3개월간 정신차리고 장례식 비용정산이랑, 유산을 빚 포함해서 파악을 하고 정리를 해야 하더라고요.그리고 자손들간의 합의…. 유가족들에겐 이게 정말 너무 시간이 바투 있는 거 같아요. 충분히 슬퍼할 시간도 없이. 애도기간에 매정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세상이 매정한 거 같기도 하고. 너무 잔인한 거 같다고도 느꼈어요. 변호사 대동하고 집안싸움나고 이런 집도 많다고 알고 있어서, 그런 집은 또 얼마나 속이 시끄러울지;;
아무튼 저에게 슬픔은 5-6개월 뒤에야 찾아왔던 것 같아요. 장례 때는 냉정하게 굴었지만 상속포기 포함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함부로 슬플 수 없는 느낌이었어요.
그러고보니 빚은 다 갚고 죽으면 성공한 삶일듯요.
진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알아야 할 지식인데 재테크 책 이 왜이리 안 읽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세계 경제 흐름 보여주는 뉴스는 재밌는데.
여수도 둔너라고 하는군요.

공쟝쟝 2022-02-13 13:16   좋아요 3 | URL
여수도 ‘둔너’라고 합니다. 맞아요. 상속은 역시 빚상속…. 그러고 보니 아빠가 빚 안물려 주려고 정년 하시면서 이것 저것 정리하시고, 그러고 집 딱 고치고 나니 암것도 안남으셔서 ㅋㅋㅋ 택시운전 하고 계세요 ㅋㅋㅋ 적금으로 소액 대출도 해결하셨으니 ㅋㅋㅋ우리 아빠 정말 성공한 삶 ㅋㅋㅋㅋ
(일단은 노동 시장이 저를 환영하지도 않지만) 노동소득이 계속해서 이렇게 가치가 없어진다면… 뭔가 방법을 찾아야하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이 확끼쳤다가 ㅋㅋㅋ 안락사 적금을 떠올리며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그냥 난 글렀어…)

잠자냥 2022-02-13 15: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수에서 글 쓰고 싶어서 탈출했구낭?! ㅋㅋㅋㅋ 돌아오자마자 손꾸락에 모터 달고 다다닫다다다다다 8천자 쏟아냈군!

근데 그나저나 아부지 6천만원 땜에 2~3억 날아간(?) 거 증말 아깝네요…. 이런 마음으로 다들 부동산 투자하는 거겠죠.

공쟝쟝 2022-02-13 20:48   좋아요 3 | URL
딩동댕! 엄마 말벗해드리고, 맛있는 밥먹고, 텔레비전 보고 그러는 거 너무 너무 너무 행복했는데... 집이 시끄러워서 책은 도저히 집중이 안되더라고요. 집에 오자마자 스탠드 켜고 책상앞에 딱 앉았는 데, 제게 읽기와 쓰기, 고독과 고요가 얼마나 중요해졌는 지 알겠더라고요. 아마 이번에 안다녀왔으면 몰랐을 듯. 행복하네요. 8천자...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2-13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 84%ㅋㅋㅋ
이거 mbti랑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공쟝님 여수에서 재테크 영상만 보고 아주 그냥 독을 품고 서울 상경하신 듯!!!
그래...이제부터 이 악물고 힘차게 살아요!!!
근데 청약당첨된 아파트는 아깝다!
빚을 내서라도 사셨어야 했는데...ㅜㅜ
저도 몇 번 눈앞에서 놓친 게 있었는데 내것이 아니란 생각을 해서인지 그리 아깝단 생각을 못하고 살았는데 요즘 문득 아깝단 생각과 일순간의 분노가 일긴 하더군요.ㅋㅋㅋ

공쟝쟝 2022-02-13 20:47   좋아요 2 | URL
어떤 가치관? 생각? 을 묻는 거라서, mbti하고는 별 관련이 없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집에서 텔레비전에는 리모콘 주인이 있고 ㅋㅋ 제가 할일이 없으니까 유튜브만 누워서 봤는데... 계속 자기계발 콘텐츠가 나오고 재테크 콘텐츠가 나오더라고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세계) 어쩄든 시작은 세바시였는데... 보고 보고 보다보니 그분들이 추천해주는 책들도 좀 보고 싶어져서, (아시죠? 개미지옥... ㅋㅋ) 그런데 또 막상 사자니 돈 아깝고 ㅋㅋ

바람돌이 2022-02-13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편이랑 결혼하면서 우리 다른건 몰라도 부동산 투자는 절대 하지 말자라고 했어요. 인간의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데 그걸로 돈을 벌려 하는건 다른 사람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거라고요. 모든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요? 거의 전국민이 부동산 투기가 꿈인 나란잖아요. 에휴.... 제 주변에도 부동산 갭투자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성공한 사람도 제법 많아요. 하지만 여전히 부러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
삶은 따지고 보면 공평하더라구요.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하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게 사는건가 싶을 때가 많아요.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부모님들이 저희에게 물려준 성실한 노동의 댓가를 기뻐할 줄 아는 마음 아닐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삽니다. ^^
다만 우리집 애들에게는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너무 암담하다보니 에고 나중에 나 죽을 때 집하나는 남겨서 물려줄수 있으려나 뭐 그런 생각을 하긴 합니다. 결국 저도 현실과 이상 중간쯤에 적당히 걸치고 있는 거겠죠. ㅠ.ㅠ

공쟝쟝 2022-02-13 20:56   좋아요 3 | URL
와 바람돌이님 부부는 참 근사한 원칙을 가지고 계시네요. 좋은 사람들. (유튜브로 상처받은(?)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맞습니다. 노동에 대한 가치를 금융자본주의가 후려치던 혹은 탈노동(기본소득)의 가치로 패러다임 전환을하든... 그것이 존재를 건 기투 ㅋㅋㅋ와 결단의 투자이든, 눈돌리지 않는 땀과 성실함이든... 삶에는 어떤 진실과 공평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부자가 아닌 나의 미련한 부모들을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제법 사랑하거든요. 나 자신도 퍽 사랑할줄 알구요.
다만 저희부모님은 거의 쓰러질뻔 한 (이번에 새롭게 리모델링한) 30년 넘은 주택이 있는데요. .... 아들 물려준대요... (네...)

다락방 2022-02-13 1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슬아 한 번도 안읽어봤는데 이 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노동과 땀..에 진심인 1인 이라.. ㅜㅜ

공쟝쟝 2022-02-13 20:59   좋아요 2 | URL
그냥 전 좀 울었고.... 이런 책 오랜만이라 좋았고, 무엇보다 일하는 노년의 여성 노동자들이 나와 기뻤습니다. 노동과 땀에 진심인 칸타락방 내가 알쥬 알쥬! 헤헤. 참고로 이슬아의 글은 그의 보이는 스타일이 통통튀는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순한 유기농 채소 맛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3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요
자매들이 다 예쁘시네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불태우고 싶은 1인입니다. 🔥 ^^ 뭐 그 책 아니어도 이미 흐름은 정해졌겠지만,, 피보다 더 진한 돈!ㅠ

저도 부동산에 관심 안두고 삽니다.
금융자본주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때 경제학에 관심 가졌었죠, 경제학과 다니는 딸이 하는 말이, ‘엄마 그런거 안배워‘ ...!^^
하더라구요. 학문이 불순해진지 오래됐겠죠?!

여러가지로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공쟝쟝 2022-02-14 09:26   좋아요 2 | URL
안배우죠 ㅋㅋㅋ 안배웁니다 ㅋㅋㅋㅋ 안배우더라고요? ㅋㅋㅋ
아니 뭐또 불태우실것 까지야… 얼마전까진 탕진잼하더니 지금은 재테크하고 갓생사는게 트렌드인데, 금융자본비판하던 트렌드가 과거에 있었더라고 오래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더라고 어디서 들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인간은 끊임없이 적응하는가,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독서괭 2022-02-16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나 쟝쟝님은 투자랑 칸트를 엮어도 글이 재밌나?? 놀랍습니다(엄지척). 칸트 돋는다는 표현 넘 맘에 들어요 ㅋㅋ 자기 말에 결혼을 안 한다는 결론을 냈다는 얘길 들으면 칸트가 놀랄 것 같기도 하지만 ㅋㅋ 저도 부동산/재테크 ˝알긴 알아야하는데..˝라는 생각에 책들 둘러보다가 영 마음이 안 내켜서 포기하는 사람이라 매우 공감이 갑니다.
올려주신 링크는.. 영어라 포기하려다 문항이 적어서 했는데, 제대로 이해하고 답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ㅋㅋㅋ 아리스토(72), 초기비트겐(68), 후기비트겐(47), 니체(47), 칸트(35), 플라톤(3)이네요.
쟝쟝님 부모님 같은 분들이 넉넉한 노후를 보내며 걱정없이 사실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게 손해보는 일이라는 생각은 너무 슬퍼요.

공쟝쟝 2022-02-16 13:43   좋아요 1 | URL
칸트 그 사람 결혼을 하는것이 낫나 안낫나 고민을 하다 결혼을 하는 게 이득인 걸 알고 결혼을 하기로 했는 데, 그고민을 하는데 무슨 삼십년 걸려서 그 여자 이미 결혼했다했나? (나 무슨 그런 괴담같은 일화를 알고 있다) 그래서 아마 칸트 안놀랄걸요. 저의 성급한 결론에 놀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칸트 진짜 희귀한 인간일세....ㅋㅋㅋ
아휴ㅡ저도 해석해보려다가 좀 어려워서, 좌절하고 번역기 몇개 돌렸어요 (성실하기도 하지) 비트겐슈타인 나왔다는 사람 없어서 조금 서운해 하던 중... 반가운 소식 ㅋㅋㅋ
괭님 그런데 재테크는 우리가 마음이 안내킨다고 안보고 그럴 처지가 아닌 것 같아요. (안정적인 직장이시면 상관 없습니다ㅋ) 저는 제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뭔가 먹고 살길 하나는 더 찾아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지 않을까.... 재테크 공부안하다가 저희 엄빠처럼 되면 어떡해요? (ㅋㅋㅋㅋ 자식의 존경은 받지만 가난한 삶 ㅋㅋㅋ) 근데 잘 모르겠어요. 에휴.. 사는 거 참...

mini74 2022-03-08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도 2관왕 !!!! 유투브에서도 만나고 싶어요 ㅎㅎㅎ 쟝쟝님 당선 축하드랴요 ~

서니데이 2022-03-08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3-08 1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가필드 2022-03-08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도 추카드려요 😊🌺

독서괭 2022-03-09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2관왕 축하드려요~! 이 글 넘 재밌었음 ㅎㅎㅎ

공쟝쟝 2022-03-09 0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가 많이 애정합니다!!!

thkang1001 2022-03-09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블랙겟타 2022-06-06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건너건너 쟝님의 예전의 글에 도착했어요.
저도 mini74님 처럼 좋아하는 만환데.. 저런 짤이 되었군요.😅
아톰(짤에서 누워 있는 로봇)이 어떻해서.. 돈까지 벌어야하는가.. 바쁘다 바뻐 현대로봇의 삶..ㅠㅠ

아직 사회생활을 안해서 그런지 친구 모임에 가면 온통 주식, 부동산, 코인얘기만 하느라 저 혼자 응? 나혼자 딴 세상을 살고 있는건가하고 느낄때가 있어요.. 저만 시대에 뒤떨어진건지..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07 0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아녜요 ㅋㅋㅋ 그사람들 다 녹아서 없어질 미망의 것들 붙잡고 있는 거예요 (저주!!) 아 구런데🥹 내 주식은 올라야하는대 😭
 

12월 말~ 1월 중순까지는 이런 책들을 샀다. 



뭐여, 나 조금 샀다고 생각 했는데. 왜 또 10권 넘어가지? (전자책도 샀고, 택배 파업 덕에 감감 무소식인 책들도 있는 건 안 비밀)


방금 온 따끈 따끈한 책은 로렌 허프의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에세이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록산 게이와 무려 김보라 감독이 강력 추천 한다는 소개 글을 보았지. 저자가 사이비 종교재단에서 자라 탈출한 레즈비언으로 이런저런 직업들을 전전한 한 많은 인생을 풀어놓은 에세이인데 그것이!!! 재밌다고 한다. 그렇다. 재미. 재미다! 세상에 많은 미들이 있지만 언제나 나는 골계미에 끌린다. 


책이 오자 마자 게걸스럽게 펴서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맙소사, 케이트 블란쳇의 추천사도 있네? 갑자기 웅장이 가슴해져벌여. 나는 무려!! 케이트 블란쳇이 읽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응? 어쩌라고?) 이래서 BTS가 읽은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그런 거구나. 좋아하는 배우가 읽은 책을 읽는다니 뭔가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고 나 자신의 책 고르는 안목에  자긍심이 생겨…😌



사적인 연유로 해서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삶을 재건하는 이야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내가 원하는 이야기다. 재건. 그것은 적절하지 않은 단어인 것 같다.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닌 삶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친구들은 일을 하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아이를 낳아 사진을 올린다. 가끔 한 사람의 몫을 다하고도 기운이 남아서 누군가를 기꺼이 돌보며 사랑하는 비범한 삶들이 탐날 때도 있지만, 금방 내 것은 아니라고 느끼고 만다. 내가 욕심 내는 것은 딱 나 자신 하나 뿐이다. 실은 나 하나를 유지하는 것 마저도 헐떡 대는 중이다. 그럴 때 나를 미워하지 않는 방법은 내가 떠나온 세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Leaving Isn’t the Hardest Thing 언젠가 미래의 내가 돌이켜 보았을 때 그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더 멀리 멀리.   



장르 좀 읽는 알라딘 별점 자린고비 물감 픽 1위!!!는 사서 읽어 드리겠다. <심플 플랜> 중고 알람 뜨자 마자 바로 겟함. 따끈 따끈. 근데 재미가 없을 리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극찬이 수두룩 하고만? 



스무 살의 카슨은 작가가 되고 싶어 남편 리브스와 결혼하며 계약을 맺었다. 1년씩 역할을 바꿔가며 한사람은 돈을 벌고 한 사람은 글을 쓰자는 내용이었다. 먼저 리브스가 돈을 벌어오기 시작했고, 당연히 카슨 매컬러스는 천재였기 때문에 1년 만에 소설 출간 계약이 성사 되버렸다. 그리하여 문학 청년 리브스는 결국 글을 못쓰고 돈을 벌어야 했다는 어린 부부의 일화를 <리추얼>에서 읽었다. 특별히 카슨은 살림에 대단히 무신경한 채로 글을 썼기에 집이 난장판이었더라는 이야기도 귀엽고 통쾌해서 카슨 매컬러스를 검색 때렸더니 아아니, 내 책장에는 이미 그녀가 쓴 소설 <결혼식 멤버>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ㅋㅋㅋ🙄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가 인용한 구절들이 근사해서 샀던 기억이 빼꼼 났다. 


이쯤하면 저자와의 인연이 생긴 것도 같아(?) 호기심을 느끼던 중 친애하는 알라디너 에로이카님 페이퍼에서 또(!) 이 책 <슬픈 카페의 노래>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지름. 시시한 운명론 따위 개나 주라지~라고 하지만 책이야 말로 ‘읽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도 같다는 책 한정 운명론쟝.



아르떼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쭉 나오는 것 같다. 여행에는 정말 관심이 1도 없어서 이 시리즈가 계속 추천 마법사에 떠도 쌩 무시했는데, 프롬이라고 해서 사봄 <에리히 프롬 x 옌스 푀르스터>. 프롬은 20대 후반의 내가 운명처럼 만난 저자다. 사랑이 잘 안되서 읽었던 <사랑의 기술>과 우울증의 한가운데서 만난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 인간에 너무 환멸 나서 봤던 <인간의 마음> 등… 다시 읽어도 그 때 처럼 좋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책에 의지해서 한 시절을 통과한 사람 치고는 인간 에리히 프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것 같아 한 번 사봄. 부제가 ‘사랑의 혁명을 꿈 꾼 휴머니스트’다. 음…🥱 아무래도 이젠 나랑 안 맞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데버라 리비의 <살림 비용>은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다. 꺄! 때 탈까봐 비닐 포장도 아직 안 뜯었다. 누구한테 받았게요? ㅋㅋㅋㅋ 그것은 이 책을 2021년 올해의 에세이로 뽑으신 제가 커서 되실 그분이시지요! 감사 감사링링 💕 아무튼 언제라도 내가 읽고 싶을 때 딱 꺼내서 읽어야지. 머지 않은 시일 안에 설거지가 하기 싫어질 때 읽어보마 싶어진다! 그리고 오늘 그분이 추천해 주신 장칼국수 처음으로 사서 끓여 먹어 봤는 데 맛있었다. 



비록 <하나이지 않은 성>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리가레는 파이어 스톤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페미니스트다. 왜 좋을까 생각해보는 중인데 이건 이론이라기 보다는 성향인 것 같다. 좀 비약이 심하다는 오해(?)를 사더라도 자기 논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종류의 래디컬한 태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닮고 싶다고 해야하나? 내겐 맹아(?) 정도만 있는 자질이고 언제나 조금씩 더 용감해지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딘가 소심한(?) 나만의 방어선이 있어… 블라블라~ 


여튼 불돌 언냐, 이리가레 언냐  두 저자 모두 책이 너무 어려워서 머리에서 쥐가 났지만 덕분에 부지런히 그들의 해설 문헌(?)들을 뒤져본 결과 그녀들이 좋아졌고 독서력을 높이고 공부를 열심히해서 그들의 저작을 읽겠다고 마음 먹었더랬지. 그런데 이리가레의 <반사경>(스페큘럼)이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되고 만 것이다! 


사긴 사야하는 데, 2만 5천원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더라도 결국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독서력을 높이려면 3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라캉을 읽어볼 생각이었다)하는 마음에 주저하던 중… 선물🎁 받았다. 내맘 같은 문해력의 초천재 intj 잠자냥 님한테!! 정말인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리하여… 저는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을 샀습니다.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냐고요? 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이리가레 페미니즘 철학의 해설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나 대단하지? 이건 검색한다고 알기도 어려운 정보이며 제가 이 정도로 이리가레에 진심임) 아무튼 3년 뒤에 읽으려던 거 2년 뒤 정도로 당기려면 뭔가 좀 더 관련 문헌들 천천히 사이드로 읽어나가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방금 막 펴보면서 깨달은 지점. 이리가레 온냐 1930년 생. 응? 이 언냐 이미 영생 중이시네 조금 만 더 버텨서 우리 같이 영생해요! 이리가레여!


시몬 드 보부아르, 뤼스 이리가레, 샌드라 하딩, 캐롤 길리건, 엘렌 식수, 아이리스 매리언 영, 주디스 버틀러, 깁슨-그레이엄. 책은 페미니즘의 현대의 이론들을 다루는 듯 하고 앞으로 읽어갈 많은 페미니즘 책들의 해제 느낌으로 두고 두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반사경>도 내 손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읽어야지! 아 진짜. 중년에 무슨 공부 복이 이렇게 터졌나. 역시 사람은 롤 모델을 잘 삼아야 한다. 내가 10대 20대 때 이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마~ 뫄~ 마~  



작년에 아무님 덕에 알게 된 <서울 리뷰 오브 북스>라는 서평 잡지의 주요 저자로 알게된 ‘김홍중’님. 축하합니다. 제 맘에 들어오셨습니다🎉(응?) 진지하게 믿으면서 읽는 한국 사회의 주요 저자로 딱 두명 정희진과 엄기호를 꼽아왔다. 요즘 엄선생님 팬더믹 이후로 책이 잘 안나오셔서… 심심하던(?) 차에 리뷰 오브 북스 0권, 1권에서 김홍중의 글을 보고 3번째 저자가 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진단과 사색과 참고 문헌이 맘에 들었다. 먼저 가장 최신 작인 <은둔기계>를 구매해 절반 쯤 읽었는데, 역시 좋다. 아포리즘이라서 좀 더 정리가 된 긴 글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이고… 이거 다 읽으면 이이의 다른 책을 또 사겠지….


“(55) 세계는 좁아져 있다. 숨을 곳이 없다. 초연결사회의 참된 도덕성은 단절의 능력에서 발견된다. 얼마나 깊이, 진지하게, 창조적으로 끊어질 수 있는가? 끊어짐과 연결됨 사이에 얼마나 생동감 있는 리듬을 설계할 수 있는가? 공동체의 우상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은둔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심오한 고립, 심오한 분리, 심오한 비사회성.

(...) 오직 특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때만 유익한, 그리고 너무 가까워지면 재앙인 태양처럼, 자아는 타자와 행성적 거리를 유지해야한다.”


아,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이 책에 따르면 나는 은둔기계다. 

“(65) 은둔기계는 세계를 바꾸거나, 계몽하거나, 비판하려는 열정이 없다. 그는 오히려 세계를 두려워한다. 세계 위에 서지 않는다. 그는 세계의 무서운 힘을 잘 알고 있다. 은둔기계는 지사가 아니며 선비도 아니고 열사도 아니다. 그는 생존주의자다. 그는 도망치면서라도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생존은 그에게 지상의 가치다. 다만, 그 지상성은 신중하게 은폐되어 있다.

윽!! 근사하다! 이런 글 읽어버리면, 꼭꼭 숨어서 머리카락 보일까봐 집 밖에 안나가는 내가 너무 심오하고 근사한 사람인 것 같자냐..😱




핑크핑크한 엘리자베스 문의 <잔류 인구>는… 연말 연초에 쓸모 어쩌고 무쓸모 어쩌고, 가치 어쩌고 무가치 어쩌고 하면서 존재만으로 소중한 사람이 어딨냐고 입 삐죽삐죽 하던 나에게 보란 듯이 이런 책 소개가 등장하길래 찔려서 사봄. ‘무쓸모/무가치의 시선을 기꺼이 부수고 스스로 잔류인구가 된 70대 노인의 행성 생존기’라… 아…. 읽기도 전에 벌써 나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쓸모’ 따위에서 찾아보려 했다는 사실에 살짝 반성을 하게 될것 같은 것이… 그러나 쉽게 반성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런데… 야, 나 그만써 지금 오천자 넘어가고 있어…


세상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의 ‘고립’이라는 상태가 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혼자) 일하는 나, 북플하는 나, 가끔 유튜브도 만드는 나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타자와 접촉하지 않으며 거의 ‘행성적인 거리’를 유지 중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가까운 타인에게 소중한 존재일 수 없으니, 쓸모로라도 인정을 좀 받아야겠다 싶은 기분이었던 걸까나. 


가끔 들여다 보는 비공개 인스타에서 이제는 거의 만나지 않는 친구들의 새롭게 꾸려지는 가족 사진을 보게 될 때. 특히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 축하하는 마음 한 구석에, 나는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원 가족과는 심리적 거리 두기를 애써서 하며, 대부분 혼자 지내는 중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벤트가 되어버린 지금의 나는. 나는. 음. 아이는 너무 먼 일 같고… 의식적으로 누군가를 곁에 두어야 할까?도 생각했다가… 그런 식의 관계란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라는 쪽으로 항상 결론을 낸다.


턱을 괴고서 조금 더 생각해보는 중이다. 소중한 존재… 무쓸모한 존재…. 가까이에 있는 어떤 특정 사람에게 특별히 중점적으로 친밀하고 소중하지는 못하지만, 넓고 희미하게 별 관계 없는 타인들에게도 조금 조금씩은 상냥할 수 있으며, 내가 그들을 소중히 하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만큼 그들도 나를 소중히 여기고 관심 두지 않는다고 느끼며…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 상태가 지금의 내게는 최적의 상태야.  



내게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를 통해 반노동과 탈노동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을 번역했던 번역가 제현주. 이 저자의 <일하는 마음>도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투자사 퇴사하셨다는 이 분, 갑자기 ESG 임팩트 투자사 대표가 되셔가지고 책을 내셨네? 무엇보다 어쩌다 대표님 나오는 인터뷰를 봤는 데 탈코도 하셨어… 대표님…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핫! 너무 멋져… 갑자기 생겨난 팬심으로 사버렸음. (좋은 종목 추천해주세요! 뿌잉?) 이 온냐 크게 되서 나중에 대통령하면 좋겠다. 책 제목은 이번에도 잘 뽑았다. <돈이 먼저 움직인다>



마지막 <릿터 33호>‘문학에 있어 정치적 올바름이란’게 궁금해서 샀고, 그 주제를 다루는 부분까지는 다 읽었다. 김봉곤-김세희로 이어지는 창작자들의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들에 내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걸까?(나는 그이들의 소설을 각각 한 권 씩 읽었고 읽다 말았다)가 어려웠다. 정바비의 노래야 안들으면 되는 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셀럽들이야 ‘캔슬’해 버리는 데에 어떤 거리낌도 없지만은… 문단 혹은 거의 최저 생계비로 예술하는 창작자들에게 어느 수준의 창작 윤리(?)를 요구해야 한다면 그 기준이 있는 건지, 그건 소비자로서의 권리(?)인건지, 창작 윤리의 감수성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건지? 솔직히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희미한 물음표였던 것들을 잡지가 마침 다뤄주고 있을 것 같았고. 샀고. 읽었고. 더 복잡해졌다… (응… 그랬다.) 


그래도 공들여 읽긴 읽었으니 내려보는 결론은 좀 뜬금없지만, 나는 *끝까지 읽는 독자가 되어야겠다*

창작자의 창작 윤리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이렇게 좋은 책들이 넘쳐나서 미친듯이 내 텅장이 텅텅비어가는 데…, 저자들에게 기대하는 어떤 잣대를 올려봐야 독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 세상에는 훌륭한 저자보다 더 많은 좋은 독자들이 필요하다는 생각. 읽는 사람이, 어쨌든 ‘끝까지 천천히 눈 기울여 읽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지 알라딘이 안망하고, 출판사도 안망하고, 책 만드는 사람들이 돈을 벌고, 그래서 책 팔아서 돈 번 사람이 많아지면, 더 좋은 책이 나오고… 그럼 난 더 좋고, 내 통장은 더 텅장? 얼씨구! 결론이 이상하네요?


깜짝 소식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이 잡지의 한 꼭지에는 알라디너이신 ‘자목련’님도 필진으로 등장하십니다. 


“(19) 작가는 곧 개인이며 독자다. 소설 속 문윤의 논리에 따르면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존재해야하는 이유처럼 좋은 소설만 읽는 독자가 필요하다. 그것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폭력이다. *이쯤에서 독자인 나는 어떤 독자인가 생각한다.*


그래요, 좋은 독자가 되고 싶다는 제 마음은, 자목련님의 저 문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독자가 ‘좋은’ 독자일까? ㅎㅎㅎ 🤔 그건 알라딘을 계속하면서 차차 생각해보도록 하자. 내가 좋은 독자가 되기 전에 읽는 종족이 멸종 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 사람들아, 책 좀 읽어라! 아니다, 그 전에 사람들아! 책 좀 사라! 


바로!! 나 처럼!! ~~~~~ 어쨌든, 이달의 뒤메질 끗! 다음 달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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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22-01-20 0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괜찮은 것 이상예요.. 멋지심!

공쟝쟝 2022-01-20 00:40   좋아요 5 | URL
역시, 사람안만나고 초천재들응 글로 사귀는 삶이야 말로 멋진 삶 같다능 😩 나는 멋지다!

수이 2022-01-20 0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여기 말고 더 넓은 공간에서 읽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책 정말 사서 읽어야 하는 이들이 사서 읽지 않겠습니까?! 책 살포시 두 권 담아갑니다. 대신 1월 말고 2월에~~

공쟝쟝 2022-01-20 00:41   좋아요 4 | URL
그러나 이 글을 책 안읽는 사람이 읽을라고요? ㅋㅋㅋ 대한민국 평균 독서량 7권…

수이 2022-01-20 00:46   좋아요 3 | URL
그보다 더 줄었다던데....... 대신에 일주일 대한민국 성인 휴대폰 평균 사용시간은 11시간 30분........

공쟝쟝 2022-01-20 01:03   좋아요 4 | URL
맞아요 폰중독 심각해…. 😭

scott 2022-01-20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는 종족 장쟝님! 이제 영상 찍어 올리는 종족으로!ㅎㅎ

공쟝쟝 2022-01-20 00:41   좋아요 3 | URL
그거 찍어 올리면 책 읽는 종족 보존에 조금 도움이 될까요? ㅋㅋ

새파랑 2022-01-20 06: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자기애가 충만하신 공쟝쟝님~!! 한권도 겹치진 않지만 책탑이 분위기 있어 보입니다~!!

공쟝쟝님 좋은 종목 추천해주세요 ^^

공쟝쟝 2022-01-20 09:45   좋아요 4 | URL
제가 올해는 분발해야하는 데… 또 안겹쳐요? ㅋㅋㅋㅋ 새파랑님이 추천해주신 츠바이크 등등은 보관함에 있습니다. 아. 진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세계문학이여.
종목은 새파랑님 저한테나 귀띔해주시죠.

책읽는나무 2022-01-20 07: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곳에서 책 좀 사라고 외쳐본들???ㅋㅋㅋ
여기선 책 좀 그만 사!!! 라고 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만....아니면, 산 책들 제발 좀 읽고 사!!!ㅋㅋㅋ
자목련님의 말씀!! 좋은 독자!!!
저도 좀 깊이 생각을 해봐야겠군요!!!
공쟝님의 사진도 분위기 있는 인스타 갬성 책 사진!!! 이뽀,이뽀!!

공쟝쟝 2022-01-20 09:46   좋아요 4 | URL
흐흐 인스타갬성~~~~~ 사실 저 사진의 주인공은 스탠드~ 저 얼마전에 스탠드 샀어요 ㅋㅋㅋ 여러분~~~~ 책 많이 읽으려고 스탠드 샀습니다~~~~

그레이스 2022-01-20 07: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탑 높이와 실루엣만 보고 가야지 했는데 읽어버렸어요
다음에 오는 연쇄반응은 아시죠?

공쟝쟝 2022-01-20 09:46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 장바구니는 터지지 않습니다. 알라딘 보관함은 터지지 않습니다ㅋㅋㅋㅋㅋ 크흐흐흐흐ㅋㅋㅋ 왜 내 주머니도 터지지 않는 것이지요? ㅋㅋㅋ

물감 2022-01-20 07: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난 분명 순위의 의미는 없다고 했는데요ㅋㅋㅋ여튼 재밌게 읽으셔요!

공쟝쟝 2022-01-20 09:47   좋아요 5 | URL
그래도 1번은 1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샀으니까 읽을 것!!! 설 연휴 노려봅니다 ㅋㅋㅋㅋ 기ㄷㅐ된다!!

다락방 2022-01-20 09:3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심플 플랜> 엄청 재미있어요. 재미있는데, 진짜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쟝님이 그렇게 좋아하진 않을것 같아요. 그간 쟝님의 책 취향으로 보자면 말이지요. 저는 쟝님 별 넷 예상해봅니다.

저는 이리가레 넘나 어려워서 <반사경> 패쓰하는데, 와 이리가레 좋아하는 쟝님을 위한 반사경 선물이라니. 이건 선물해준 사람도 넘나 멋지네요. 이리가레 좋아하는 쟝님 멋지고 쟝님에게 이리가레 선물해주는 잠자냥 님도 멋지다. 너무 멋져. 멋져멋져..

오늘 페이퍼에서는 그 모습은 등장하지 않으신 장칼국수 님이 아름답습니다.

그럼 이만..


공쟝쟝 2022-01-20 09:50   좋아요 6 | URL
제가 별 다섯을 주는 것을 너무 아까워하는 독자인가 봅니다, 으흐흐흐, 근데 척 보면 척 나오는 그 책추천 알고리즘 어떻게 생기는 거죠? 다락방님 제일 신기한 부분 ㅋㅋㅋㅋ 저랑 나중에 한 30년 뒤에요, 책방 하나 차리실래요? 당신을 위한 맞춤 책 치료 전문점 이런거 ㅋㅋㅋ

반사경은 노리고만 있어요. 3년 뒤로. 그 전에 서양철학 좀 경유해서 라캉도 좀 이해한 뒤, 라캉의 나쁜 딸내미 이리가레가 어떻게 라캉 뭉갰는지 보고 싶어가지고 ㅎㅎㅎㅎㅎ 아리스토텔레스 거쳐서 마키아벨리 거쳐서 한나 아렌트 좇아가시는 분 만큼 멋지죠? ㅋㅋ

자목련 2022-01-20 10: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책들의 세계, 독서의 확장은 아름답습니다. 한데 저는 그 확장이 넘 어렵고요. ㅎ
인기 알라디너 공쟝쟝 님의 페이퍼에 등장한 자목련, 영광입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참여한 1차원적 리뷰를 즐겁게 읽어주셔서 더욱 감사하고요.
다른 쟁쟁한 리뷰에 기가 죽었다지요.ㅎ
그래도 좋은 독자이고 싶고, 즐겁게 읽고 싶어요^^

공쟝쟝 2022-01-20 10:24   좋아요 4 | URL
저는 자목련님 리뷰를 읽으면서 제일 생각 많이했어요.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이러믄서 읽어나가다 그 문장에서 화살을 딱 스스로한테 돌렸을 때 오는 쾌감(!) 같은 거랄까요?
아 자랑스럽도다! 릿터에서 만나는 내 알라디너 이웃💕
저야 말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느라 소설읽기 부진하지만 목련님 리뷰 보면서 목록만큼은 착실히 업데이트 중입니다 :) 꾸준한 활동 부탁 드려요!!!

잠자냥 2022-01-20 1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훠나, 책 한 권 선물하고 초천재 소리도 듣고 이거 개이득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1-20 10:28   좋아요 5 | URL
선물 받으면 무리해서라고 읽고야 마는 저를 잘 아시는 분의 거대한 숙제…. 인생 숙제… 기어이 마흔전에 읽고 천재 반열에 오르겠쒀!!!

미미 2022-01-20 10: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정말 그만사야되는데 책 더 사면 인간도아닌데ㅠ 쟝쟝님 유혹이 너무 강력하여 어쩔수없이 5권 담아갑니다. 구입은 인간적으로 다음달에...침 한번 꿀꺽 삼키고<슬픈 카페의 노래>만 오늘 좀 받아보기로ㅋㅋㅋㅋㅋ
이제 해장은 장칼국수로 하고있어요🖐

공쟝쟝 2022-01-20 10:53   좋아요 6 | URL
0.1%!!!! 그집의 책장은 아직 공간이 남아 있습니까? ㅎㅎㅎㅎㅎ

2022-01-20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0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0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2-01-20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독자는 일단 책을 사는 독자고, 더 좋은 독자는 우리처럼(응?) 책을 마아니 사는 독자 아닌가욤??^^;;
저 예전에 공쟝쟝님 글 보고 샀던 에세이책 오늘 받고 공쟝쟝님 생각했는뎅, 또 이글 읽었으니 이 글에서 본 <살림비용> 주문하고 받게 되면 또 공쟝쟝님 생각할 거 같다요.ㅋㅋ 어쨌든 쟝쟝님처럼 좋은 독자 덕분에 저 같은 사람 도움 많이 받아요, 땡큐!!^^

아참! <심플플랜>은 정말 알라딘에서 유행한 거 오래 전인데,, 저도 그때 읽었는데 지금은 제목과 표지만 기억나요. 안 바뀌었네요.ㅋㅋ

공쟝쟝 2022-01-20 21:28   좋아요 3 | URL
라로님께서 책을 받고 저를 떠올려 주시다니요! 헤헷! 영광입니다!
좋은 독자가 어려운 게 아니네요 ㅋㅋ 라로님 말씀이 진리ㅋㅋ! 책을 마아니 사는 독자 ㅋㅋㅋ 좋은 독자다…🥺 아… 나 이미 너무 좋은 독자..💕

mini74 2022-02-10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묻지마 책사재기를 선동했던 페이퍼 ㅎㅎ 군요. 당선되신거 축하드랴요.~~

새파랑 2022-02-10 1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당선된 적립금으로 트레버의 책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02-10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2-02-10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독서괭 2022-02-10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방금 공쟝쟝님을 위한 물감님의 추천목록 보고 왔는데 여기 심플플랜이 떡하니 ㅎㅎ 이달의 핫 작품은 심플플랜인가..! 쟝쟝님 축하드려요^^
 

퇴사하고 난 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보름에 한 번 정도.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딸, 일은 들어오냐?”

“딸, 돈 벌고 있냐?”

거기에 왜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느냐는 채근이나, 돈을 벌어서 자신한테 달라는 무의식적 소망이 담겨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무능력하고 한심해보였거나, 일이 너무 힘들어 보였으면 엄마는 빨리 시집가라고 했을 것이다.) 엄마는 궁금한 것이다. 정말로. 

나는 어떻게 이것을 듣냐면…


“딸, 세상에서 쓰여지고 있냐?”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주일 전쯤에 나는 드디어 10km 달리기에 성공했다. 물론 아주 아주 느린 페이스의 성공이었지만, 쉬지 않고 뛰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달리기 어플이 가상 마라톤을 꾸준히 주문하던 그날은 때마침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고, 이런 날에 성공한다면 진짜 내 실력 아닐까? 하면서 추위를 재료삼아 달리고 엄청난 나뽕에 취했다(그리고 축배를 거하고 격하게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알았다. 내가 성공할 거라는 걸. 그래서 나는 보름 정도 미뤘다. 내가 성공할 날을. 이 말이 무슨 말이냐고? 일단 이걸 ‘성공 공포’라고 해보자. 여성주의 시각으로까지 해석할 필요없이 그냥 성공을 마음 먹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의 어떤 심리. 


사실 회사를 나왔을 때도 나는 이미 알았다. 이곳을 나와서 내 일을 할 때, 지금 여기 있는 것보다 훨씬 잘 될거라는 걸. (아직은 '훨씬' 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막상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주일만엔가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는 코 밑까지 물이 차오르는 기분을 매일 밤 느끼고 있었다. 그건 불안의 감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같다. 상담실을 제발로 찾아 갔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어쨌든 가장 큰 성과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거다. 일기에 그렇게 썼다. 나는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나에겐 아무도 없지만,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이것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 데, 내가 이 사실을 이제라도 알았다는 것은 눈물나는 정말 눈물나는 경험이고, 이 눈물은 안도의 안심의 편안함의 눈물이다. 


지지난주의 상담 이슈는 이런거였다. 처음의 두어달 정도의 공백을 빼면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고, 연말 성수기 맞이 일을 쳐내기 바쁜 과로 상태로 돌입했지만 그 때의 나는 내가 정말 자유의 댓가로 거리에 나앉을까봐 걱정했노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한 불안이니까 그렇게까지 불안해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데, 정말 심각했던 것 같다고. 지금도 여전히 불안해서 술을 드시나요? 아니요. 요즘엔 술 잘 안마셔요. 술마셔도 불안해서는 아니예요. 일을 하기 시작하자 불안이 눈녹듯이 사라졌어요. 왜 그렇게까지 불안했는지가 신기할 정도예요. 


생각해보면 항상 나는 일하고 있었고, 나를 먹여살리고(도 때로는 남친을 건사한적도…;;;)있었는 데, 그걸 못하고 있는 그 몇달이 안되는 순간이 왜 그렇게까지 무서웠던 걸까. 왜, 왜, 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어제보다가 잠들었다. 재밌었다.)에서 물속에서 혼자인 인간이 버둥버둥 대는 장면이 나오는 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의지할 곳이 없이 버둥버둥대는 상태. 조금만 있으면 입으로 코로 물(불안)이 들어오고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써보자. 진짜로 혼자가 된 상태. 가족도, 연인도, 직장도 없는 상태.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오로지 나 자신만이 근거가 되는 상태에서 일(사업)을 시작하는 잠깐만 나 아직은 준비가… 그러니까 드디어 세상에 단독자로 내던져져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었다고 치자. 생각해보면… 조금만 이성을 찾고 생각해보면 나는 수영을 할줄 아는 사람인데… 왜 그걸 못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니까 그 때까지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서 나는 항상 어떤 부표같은 것에 의지해 몸을 띄우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 온몸으로 버둥대며 헤엄치고 있으면서도 내가 불안해서 내가 끌어안고 있는, 최소한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부표였고… 친밀한 관계들이었고… 가족이라는 제도였고….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아 그것들을 제거하니 일시적 공황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러가지 일들(그것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있다. 회사에서 하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들이고, 오히려 관료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나니 더 잘한다는 느낌도 든다. 


선생님 저는 이렇게 잘할 수 있는 데, 이미 잘해 왔으니 지금 잘하고 있는 것도 너무 당연한 데… 왜 그때는 그렇게까지 불안했을까요? 와 비슷한 질문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무튼 그날에 미션으로 받은 다음달까지 다뤄보아야할 이슈는 “왜 자신의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해주지 못했냐”는 거였는 데…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정당하게’는 인정하고 평가해줘야하는 것 아니느냐고. - 뭐 갑자기 이야기가 건너 뛰는 느낌인데(이 공백이 바로 내가 감추고자 하는 공백일지도), 


그러게 그거 누가 남한테 그러면 나 정말 화냈을텐데, 난 나한테 왜 그랬을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너무 열심히 사는 것 아니냐는 말인데, 나는 그게 조금 서운했다. 뭐라고 항변했냐면… 살면서 24시간 다 내꺼였던 시간 있어본적 있냐고. 나는 올해들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꺼를 살고 있다고. 그래서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고. 처음 살아보는 내 인생이라서. 


안하던 것도 해보고, 하기 싫은 거 안하고, 하고 싶은 거 실컷 해보고 있는 데… 그거 너무 열심히 사는 거라고 그러면…. 그걸 너무 열심히하는 거라고 하면(뭐 원래도 맹목적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너 자신을 열심히 사는 것을 중지해보라는 말처럼도 들린다고. 나 열심히 살꺼야!! 바락바락!! (그러다가 번아웃이 증상이 오고있다.. 자중하겠습니다😩)


아무튼 불안.

불안은 나의 코어다. 

현대인의 코어이기도 할테지. 


양자오의 <꿈의 해석을 읽다>에는 그런 문장이 나온다. 

“(109)인간의 어두운 내면이야 말로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밝은 측면은 누구나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어두운 면을 지닌다. 이 점에서는 모두 같고, 저 점에서는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면인가, 저런 면인가?”

과거의 나는 *당신의 상처가 당신을 고유한 존재로 만든다* 정도로 이 문장들을 받아들였다. 

납작하고 판에 박힌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어떤 고유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채로 찍히고 패인 나의 상처들이다. 


한국 사회에는 자신의 흉터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정말인지 적다. 어렵게 꺼내보인 그것이 빌미가 되어 공격당하고 힐난 당한다. 나는 상처를 드러내는 글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내 상처에 대해서 만큼은 오해받거나 공격받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고유한 내 상처’에 대한 해석의 권리는 나에게 있고, 그 해석을 넓히고 깊게 만들고 싶어 많은 것들을 읽고 또 잊지 않기 위해 (때로는 더 진지하게 파고들어 생각해보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내게 독서와 글쓰기는 그런 의미다. 


올해 이곳 서재에서 나는 생애에 만나본적 없는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쓴 리뷰들을 읽었다. 내 멋대로 동족이라고 칭했다. 각자 가진 독서 스타일 만큼 고유한 상처와 그에 대응하는 삶의 방식들이 있을 거다. 쉽게 추측하지는 않지만, 쉬운 방법이 아닌 어려운 방법인 *'책'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고 있다*는 것 만큼은, 그 태도는 분명해 보였다. 


아닌가?


아니라도. 좋다고. 유튜브 시대에 책 읽는 그대들.


그래서 문득 던져보고 싶은 조금 재밌는 질문...

이를테면 ‘불안’에 대한 것인데.


다락방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를 꽂아두고 있다.

나는 <불안을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를 조금 읽었고, 깊게 읽고 싶어 읽기를 미뤄두었다.


이것은…… mbti에서 F 와 T의 차이인가?

그녀는 불안과 잘지내고 싶어하며(왜 걔랑 친해지시려고 하는 거죠?), 나는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서라도 살아보고(너무 합리적이야… 너무 효율적이야… 참 지독한 인간….) 싶은 것이었을 라나?


오늘은 12월 31일이면서 금요일. 글을 올리고, 밥을 먹으면서 서재에서 실컷 놀다가, 번아웃으로 엉망이 된 집을 치우고,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책 읽다 자야지. 어제-오늘 밀린 일은 주말에 주말에 하자. 그래도 된다. (이렇게 계획 세우고 써둬야 덜 불안하다) 


서재칭구 여러분 모두 복된 새해 맞으시길 공쟝쟝이 빌어드립니다. 








덧,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인정해주고 자기 자신을 독려하는 방법은 다락방님의 글에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부단히 배우는 중이다. 이것에 대해 나는 직접 말한 적이 있다. 다락방님이 다락방님이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 지… 저는 그게 보인다고. 나는 그녀가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니를 의심했던 적(?)도 있어서, 그냥 말해주고 싶다. 당신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고, 존재만으로 중요한 존재 까지는 아닌 것 같고(그건 아닌거 같아.. 역시 동의 못함), 아무튼 나 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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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31 13: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불안의 서(출판사 별로2권),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ㅋㅋㅋㅋㅋ한 권 더 있던거 같은데 실종상태예요.
안그래도 오늘 꼭 <여성과광기> 읽어야하는데 여기들어와 마이 불안해요....ㅠ

공쟝쟝 2022-01-02 12:57   좋아요 2 | URL
지나치게 불안하신 분이셨군요... 미미님.... ㅋㅋㅋㅋㅋㅋ 다종 다양한 불안들을 궁금히 여기시는 것으로. 저는 주신 목록들 참고해, 불안 탐구를 해봐야겠군요! 광기는 다 읽었어요? ㅋㅋ 저 너무 재밌어서 읽는게 어렵지 않았는 데, 책을 펴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새파랑 2021-12-31 14: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는 대박 유튜버로 거듭나시기를 응원합니다~!!

‘불안‘ 하면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과 <초조한 마음>이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니 공쟝쟝님 글의 결론은 ‘다락방님 최고‘라는 거군요~! 그래도 유튜브랑 맥주는 공쟝쟝님이 더 최고입니다 ^^

공쟝쟝 2022-01-02 12:59   좋아요 3 | URL
오, 일러주신 책들... 이 불안에 관한 책일 거라고 심하게새파랑님이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입니다. 제가 목록에 꼭꼭 넣어두었다가 불안을 다룬 문학(문학 맞죠? 아닌가? 츠바이크라면 전기인가?)으로 도전해보겠습니다. 맥주는 제가 최고죠. 아우... 맥주... 맥주.... 근데 저는 소주가 더 잘받아요. (뭐래)

새파랑 2022-01-02 13:51   좋아요 2 | URL
문학 맞습니다~! 왠지 좋아하실거 같아요 ㅋ 역시 술잘알 공쟝쟝님은 맥주보다 소주 군요. 맥주는 소주와 섞어 마시기 위해 있는거죠 ㅋ 저도 소주 😆

공쟝쟝 2022-01-02 14:0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랰ㅋㅋㅋ 소맥잘알ㅋㅋㅋㅋㅋ 저 진짜 소주 만 먹으면 숙취없고 잘받는데 맥주 벌컥벌컥 꿀꺽꿀꺽 목구멍 열고 먹는 걸 사랑해서…. ㅠㅠ 하지만 맥주 잘 안취해서 ㅠㅠㅜ

mini74 2021-12-31 13: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안해서 무얼 하기 보다 행복해서 뭔가를 하는 삶이길? 그러나 불안이 또 필요하기도 하겠죠. ㅎㅎ 쟝쟝님도 넘 멋진 사람, 꽃분홍 잠옷이 어울리는 분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대박유투버를 기원합니다 ㅎㅎ

공쟝쟝 2022-01-02 13:00   좋아요 3 | URL
읽고 쓰고 알라딘에서 읽고 쓰는 친구들 만나서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해서 뭔가를 하고 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미니님도 유튜브 성공하시길 ^^

그레이스 2021-12-31 14: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유튜버로...!
불안은 존재의 문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쟝쟝 2022-01-02 13:00   좋아요 2 | URL
불안보다 더 어려운 키워드를 던져주시네요? ‘존재의 문제‘라니..... ㅋㅋㅋ
그레이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독서생활 하시길!

단발머리 2021-12-31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양자오의 저 문장... 나도 오래오래 킵해두었던 문장이에요.
그래서, 나는, 내가 필립 로스 좋아한다는 걸 말해버렸단 말이지요. 이제 쟝님도 그 책을 읽을 테고... (아, 떨린다....)

올 한 해 수고많았어요. 고유한 상처의 해석에 대한 권리, 문단 읽으면서, 어머, 이 사람은 작가야,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이렇게 느꼈어요.
작가로 뿐만 아니라 셀럽으로도 크게 성공하셔서 손 대는 모든 일에 대박나시고 내게 약속했던 봉투 전달식도 차질없이 진행해 주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공쟝쟝 2022-01-02 13:04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맞아요. 단발님과 저 문장에 대해서 대화나눴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필립로스 제가 겨누고 있는 작가입니다. 지금 책상위에 뒤메질 되어 있는 많은 작가들 중에 혼자서 표지마저 압도적으로 음험(?)하군요. 순한맛 단발머리님의 어두움.. 제가 읽어드리리.

잠자냥 2021-12-31 14: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 오늘 페이퍼에는 다락방 님 찬조출연이다! ㅎㅎ
쟝쟝의 ‘너꺼 그대로의 삶‘ 응원합니다.
인간은 뭘해도 불안한 존재여~~~ ㅎㅎ

공쟝쟝 2022-01-02 13:08   좋아요 1 | URL
그르게요 내가 내꺼가 되길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했었는지. 과거의 나여, 진짜 아디오스.
뭘 ‘해도‘ 불안하다니요,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한게 제일 큰 데... .
뭔가를 해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래서 뭐라도 하느라 나를 괴롭힐 때..으응.
암튼 올해는 푹 쉬면서 시작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냥!

다락방 2021-12-31 14: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고백하자면 저는 일단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역시 사두고 안읽었어요. 저는 제 불안을 알고 제 불안이 힘들어요. 저의 여러가지 강박은 그 불안으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불안을 버리고 싶고 떼어내고 싶은데 버리거나 떼어내는 건 안되더라고요. 그것들이 저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고 지금의 저를 만든것에 분명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는 제 안의 어떤 불안들이 거기있는 것을 알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또 고민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얘가 또 왔구나 하면서 그걸 다스리는 방법 같은 것을 제 스스로 배워 나가려는 거죠. 여하튼 우리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뭐든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 땜시롱, 뭔가 ‘답을 찾자!‘ 하면 책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안읽었다는 건 큰, 아주 큰 함정입니다.. ㅎㅎ

저한테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건 내게 배울점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지만(응?), 그걸 보고 인지하고 습득하는 건 온전히 쟝님의 몫인거죠. 쟝님의 능력입니다. 어떤 사건으로부터 혹은 어떤 사람으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그걸 배우는 사람의 능력이에요. 그러니 쟝님의 능력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도록 해요.

쟝님이 복된 새해 맞으시길 에미 로트너가 아닌 다락방이 빌어 드립니다.


(아니, 새벽 세시에서 저거 가져오다니 진짜 이뻐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12-31 18:26   좋아요 2 | URL
‘댓글의 퀄리티란 이런것이다‘를 보여주시는 다락방님♡

공쟝쟝 2022-01-02 13:12   좋아요 3 | URL
불안을 어떻게 다뤄보려고 하는 지, 우리 둘이 고른 책이 너무 달라서 너무 웃겼어요.
저는 제 불안을 마주보기 싫어해서 잊어버리려고 술을 마셨거든요. (아 담배도 피우고요... 아.. 뭐 이것저것 많이했네요..) 걔가 오는 느낌만 들어도 뭔가 다른 걸로 분주해서 안 만나려고 도망 다녔는 데,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 특히 잠 들려고 할 때, 찾아오면 그 때부턴 진짜 힘들더라고요. ( 왜 때문에 그래서 술을 마셔 버리거나 맨날 피곤에 절어야만 했다...)
그래요 그래봅시다, 다락방님 책 처럼. 함께 지내봅시다. 그래서 전 좀 알아야겠습니다. 불안이 뭔지.
내 방식대로. 불안을 다루는 책들을 담는다 막 퍼 담는다 !

라파엘 2021-12-31 15: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의 책장에 ˝불안˝을 다룬 책으로는 폴 틸리히의 <존재의 용기>가 꽂혀 있습니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정말 훌륭하게 쓰여진 책이에요 ㅎㅎ 아무튼,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 공쟝쟝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복된 새해 맞이하시길 바라요~ ^^

공쟝쟝 2022-01-02 13:14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이 추천해주신 책,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저는 쉬운책도 좋아하지만 쉽게 쓴 책보다는 어렵게 쓴 책을 읽는 재미도 요즘 느끼고 있거든요. 그런 책들 제가 아니면 누가 읽어주겠습니까? 하는 독자로서의 자부심도 생겨나고 있구요. 꼭 꼭 리스트에 담아두었다가 어느날 불안을 좀 알았다 싶으면 폴 틸리히의 <존재의 용기> 읽어보겠습니다. 추천 감사해요!

scott 2021-12-31 15: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장쟝님 불안함 플친들이 날려 줄께요
이런 저런 불안들
서재방에 잔뜩 풀어 버립시다
내년에 알라딘 유툽 스타상으로 쭈욱!!
모두에게 복된 새해!
장쟝님은 이 만큼
╭ ⁀ ⁀ ╮
( ˘▾˘  )
╰ 福마뉘‿ ‿ ╯

공쟝쟝 2022-01-02 13:15   좋아요 1 | URL
움~ 평소에 비해 옹졸한 복의 크기인데요? 저에 대한 작은 복 잘 받고 두배더 드립니다.
올해에도 이모티콘으로 기쁨 주는 북플생활 함께해요~

persona 2021-12-31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불안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데 보통의 anxiety를 읽고도 뭔 내용인지 생각 안나고요. 그런데 빅파이브 성격테스트에서 늘 신경증적 경향성이랑 불안이 진짜 개 높게 나와요. 그런데 이걸 다루거나 친해지거나 이용할 생각은 한번도 안 해본 거 같아요. 불안에 대한 책들이 정말 많겠다 싶어요. 그러고 보니 불안에 대한 책을 저도 읽어놓고 그걸 불안이라고 읽지 않은 걸 수도 있겠습니다그려(?).
올해 프리랜서로 독립하셨던 거 몹시 축하드리고요. 회사에 속하지 않고도 경제적인 여건을 해소 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신 것도 매우 부럽고 되게 멋진 거 같고 그래요. 능력자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잘 하고 계시니깐요. ㅎㅎㅎ
기념일(?) 잘 안 챙기는데 댓글 들 보니 해야 할 거 같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쟝쟝 2022-01-02 13:20   좋아요 3 | URL
빅파이브 테스트 라는 것도 있나요? 그거 뭐여ㅎㅎㅎㅎ (각종 테스트에 진심인 편)
알랭드 보통의 불안은 아주 오래전에 저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읽었다는 기억만 나는 걸로 봐서는 다시 읽어야할지도...?)
축하 감사해요. 저는 사실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버티는 쪽입니다. 몸이 녹아날 때 까지요? 잘 버티고 버텨서 얻게된 기술로 다른 도전을 해보는 건 용기였어요. 어떤 의미로는 그런 용기를 낼 수 밖에 없는 방향으로 저를 몰아 세운 것 같기도하고요. 잘하고 있다는 말 저한테 자주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남들 입을 통해서 듣는 것도 너무 좋다는 거 처음 알아가고 있어요.
새 친구 손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persona 2022-01-02 13:35   좋아요 2 | URL
성격테스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던 연구인데 학술대회에 거의 같은 해에 등장해서 아 이게 대세고 빈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 세계적으로 성격에 공통분모는 있었구나! 하게 된 성격 테스트입니다.
엠비티아이는 빅파이브랑 측정하는 축이 다르죠. 측정하고자 하는 바를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고 저처럼 자꾸 왔다갔다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죠. 이건 성격을 측정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격의 정의 자체가 개인의 불변하는 고유한 속성인데 변하면 안되거든요. 일시적인 감정상태, 습관, 취향, 행동은 변화하지만요.
그러나 한국에 샘플이 많아지면서 신뢰도가 생겨서 아주 못 믿을 그런 테스트는 아니고 그래서 연구해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죠.
빅파이브는 정확하지만 엠비티아이만큼 재미있지는 않아요. bigfive-test.com 이나 서울대랑 같이 한 카카오같이가치에도 테스트 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센터장님이 최인철 교수님이세요.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에로이카 2021-12-31 19: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불안을 동력의 근원으로 볼 것인지, 내 안의 까칠한 동거자로 볼 것인지... 흥미롭네요.
대단하세요. 나는 나 자신을 또는 내 속을 그렇게 치밀하게 보려고 하지 않거든요. 힘든데 힘든 나를 보면 더 힘들잖아요...
이 정서적 소진 속에서도 스스로를 성찰하고 기록하다니...

단독자 공쟝쟝님,
스스로 계속 증명하고 있듯, 또 인정받고 있듯, 알라딘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세상에서 쓰임(utility)이라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존재십니다. (네, 맞습니다. 여기는 공쟝쟝님께 좁습니다. ^^)
알라딘 경영상에서뿐만 아니라(ㅋㅋ), 서재 이웃들의 감정과 정서상의 프라이드를 느끼게 해주시는 귀한 존재십니다.
기쁨을 주는 존재시고, 내가 인정하고, 나를 인정하는 존재세요.
고로, 알라딘에게, 서재이웃들에게, 그리고 제게 필요합니다.

나의 훌륭한 철학친구님, 몇 시간 안 남은 한 해 잘 보내시기를...
내일은 내년의 해가 뜹니다. ^^

공쟝쟝 2022-01-02 13:28   좋아요 2 | URL
작년에 새롭게 사귄 저의 철학 친구님!(세상에,.. 철학 친구가 생기다니.. 이건 또 다시 자기애가 차오르는 거다. 엣헴, 여러분 저 철학친구 있는 사람입니다) 저를 필요하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두 에로이카님의 진지댓글(?) 필요해졌어요..ㅋㅋㅋ
푹 쉬면서 작년 잘 떠나보냈습니다. 오늘은 올해 첫눈과 함께 해가 떴네요. 좋습니다. 주말 잘 쉬세요~

초란공 2021-12-31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알라딘 구매함을 검색해보니 알랭드보통의 <불안>과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각각 두 권씩 샀다고 나오네요 ㅋㅋ 다들 어디로 숨었을까...알라딘은 왜 저에게 책이 이미 있다고 경고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고 보니 또 똑같은 책이 많이 나올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레이스 2021-12-31 21:24   좋아요 2 | URL
ㅎㅎ

공쟝쟝 2022-01-02 13:30   좋아요 3 | URL
그 불안이야 말로 알라디너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있는 책 또 살까봐, 산 책 책더미 속에서 발굴하지 못할까봐? ㅋㅋㅋ
하지만 저의 경우 좀 어플로 정리하는 편입니다..(두권 산 적 없음).... 그러므로 초란공님을 뒤메질러로 임명합니다.

감은빛 2021-12-31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안을 다룬 책은 한 권도 없어요. 고독을 다룬 책은 셀 수도 없이 많아요. 살면서 불안해 한 적이 없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있었던 같지만, 그런 기억은 금방 잊혀지는 것 같아요. 불안했다가도 성공했으면 그 성공 덕분에 불안의 기억은 잊었을테고, 성공하지 못 했더라도 불안의 기억보다는 실패의 순간이 더 기억에 남을 테니까요.

안정적인 급여를 벗어난 삶을 선택하신 공쟝쟝님의 용기와 미래에 박수를 보냅니다! 멋져요!

공쟝쟝 2022-01-02 13:34   좋아요 2 | URL
감은빛님이 불안을 다룬 책이 없다는 것이 매우 놀랍습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사실은 살면서 저는 고독해본 적이 별로 없답니다!!! 사람들은 외롭다고 많이 느끼잖아요, 저는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외로운게 뭐야? 뭐얌?!.. 이런 사람.. 저는 저 아닌 것들까지 껴안으려고 항상 삶이 무거웠던 타입인지라... 요즘은 가까스로 복닥복닥한 관계들 속에서 빠져나와 적극적으로 고독과 외로움을 섭취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건 고독을 흉내내는 거지 궁극적으로는 고독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생각 중) 그래서 감은빛님이 불안하지 않다는 댓글이 너무 이상합니다. 감은빛님도 저를 이상할거라고 생각하실것 같네요... ㅋㅋ

굿. 멋지게 살아보겠습니다. 내 인생 이니까요.

독서괭 2021-12-31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알랭드보통의 불안은 읽었고. 불안의서는 갖고만 있네요.ㅎㅎ 올해 불안한사람들도 읽었습니다.
전 불안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쟝쟝님처럼 회사 그만 두고 프리로 일하게 되면 엄청 불안할 것 같아요!
처음으로 내 인생을 온전히 살고 있어서 열심히 사는 거라고 하시니 걱정은 접어두겠습니다 ㅋㅋ 근데 번아웃 오고 있잖아요..? 걱정 할 만 하네..

공쟝쟝 2022-01-02 13:40   좋아요 2 | URL
네... 코로나였기도했고, 한 6개월 쉬었더니 일하는 방법 아예 까먹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랬던가봐요.
번아웃... 제 그릇 크기 생각 안하고 무작정 덤빈게 좀 있어가지고.. 이 참에 크게 배운거죠. 뭐. 놀고 있을 때 했어야 했는 데...
제일 바쁠 때 가좌~가즈아~에 편승해서 갑자기 오? 가_____즈__와______앗!!!!!!!!!.. 이 부른 대참사... 너무 붕붕뜨면 안됌!! (절레절레...) ㅋㅋㅋㅋㅋㅋㅋㅋ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ㅋㅋㅋㅋ 괭님~ 인제 무리 안할꺼야. 1월은 자중하자.

러블리땡 2022-01-01 0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의 멋진 북라이프를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행복한 2022년 되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2-01-02 13:40   좋아요 2 | URL
러블리땡님의 응원을 받아, 투데이도 북투데이네요~ 행복 받고 행복 +1 더해서 돌려드립니다. 행복한 2022년 되셔요!

그레이스 2022-01-02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댓글달다 말았네요
제가갖고있는 책은 키에르케고르의 <불안의개념/죽음에 이르는> 병 입니다.
알랭드보통의 <불안>도 있지만 결이 다르고 가볍죠.^^

공쟝쟝 2022-01-03 12:24   좋아요 1 | URL
헉! 뭔가 심오하다. 담아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