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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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만 가는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지 않는 책들이 더 많다. 기억도 나지 않는 책들이 더 많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하게 된 책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책들도 더 늘어났다. 빌린 책도 있다. 언젠가 보면 줘야지 했던 책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신문지로 책 커버를 만들어 보던 책도 있다. 남들이 책 제목을 보면 안될 것 같아 지하철에서 보던 책이다. 


드러내고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광고를 보고 사서 후회한 책도 있다. 누군가의 소개로 구입한 책인데 너무 잘 샀다고 생각한 책도 있다. 내가 읽고 남에게 준 책도 있다. 한 권을 사서 읽고 같은 책을 사서 준 책도 있다. 제목만으로 구입한 책도 있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가 아예 구입을 한 책도 있다. 


나도 이런저런 사연을 들어 이야기할 만한 것들이 많은데 나는 왜 이런 책 이야기를 뭐하는거야. 내가 쓴 책이 아직 없어서 그런걸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독서의 길은 끝이 없다. 끝날 것 같으면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책은 그렇게 다 왔다가 생각한 목적지를 계속 해서 변경하게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지는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종착역을 계속 더 뒤로 미루는 그 누군가의 계략인지도 모를 일이다.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수평으로 가면 끝이 없다. 책은 인류 문명의 발달을 이끌었다. 읽고 쓰는 일을 재촉했다. 


그렇게 오늘의 삶 속에 책은 깊이 스며들고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삶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게 또 책이다. 간접적인 체험을 하게 하고 가보지 않은 세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느라 바쁘다. 바쁘지 않은 게 인간이다. 바쁜 척하고 살 뿐이다.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큰 저자의 책 이야기다. 충분히 공감하는 저자의 독서력과 책에 대한 애정과 애착은 나의 독서 경험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람에게는 첫 인상이 있듯 책도 그렇다. 처음 책을 만져보고 그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어떠했는가를 생각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 기분을 아주 생생하게 느낀다. 처음부터 남과 다른 존재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이 사람 누군가. 1956년 독일태생의 저자, 못하는 게 없다. 직접 글을 쓰고 소설을 썼다. 문학상도 받았다.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가장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부분, 가장 편안함을 느낀 부분이었다면 언제나 그렇다. 모든 텍스트는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따금씩 그 여행을 회상하귀 위해서라도 읽힌 책은 여행 기록처럼 보관될 필요가 있다. 여행 기록들이 다 그렇듯이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163쪽


을지로에 새로 생긴 서점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방문을 했는데 책 한쪽 벽면을 파란색 커버의 책들로만 진열을 했다. 파란 색 계열인데 다양하다. 소설, 그림책, 경영서 등. 그렇게 책 표지의 색으로만 책을 진열하니 인상이 강렬하다. 그렇게 책을 표지의 컬러로 구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에게 다가온 책들의 다양한 인상으로 나눠 분석을 한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저자가 쓴 <책에 바침>이다. 


“여기저기 책을 찾아다니다 보면 쉽게 병적인 욕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나도 그런 욕망을 느꼈고, 그 욕망은 끊임없이 나를 가난의 늪으로 빠트리려 했다. 나는 그로 인해 병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부정했다. 그러나 체력이 벽에 부딪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71쪽.


이런 책에 대한 병적인 집착에 대한 이야기들이 목마른 날의 땀과 목마름을 비켜가게 하는 생수 한 통처럼 다가온다. 책 자체, 그 몸통에 대한 이야기, 책의 다양한 형태, 책 출생의 비밀, 그리고 책이 소비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각각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처럼 독자의 눈을 기다린다.


‘분실한 책’, ‘빌린 책’, ‘아름다운 책’, ‘훼손된 책’, ‘불완전한 책’, ‘주석을 붙인 책’ 등등 저자에게 책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텍스트의 집, 책에 대한 저자의 진지하고도 여유로운 접근이 지루한 오후 햇살 속에서 잠들지 않게 만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적절한 책을 알맞은 책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딴 섬에 갇힐 경우에는 부적절한 책을 읽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실체를 숨긴 알맞은 책이었을 수도 있고, 또는 알맞은 책인데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말 부적절한 책이라고 증명될지언정 기회가 없었다면 결코 읽지 않았을 책을 어쨌든 읽지 않았는가. 이런 경험은 자신의 취향을 여러 번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람된 일일지도 모른다.”-63쪽


<책에 바침>은 작지만 강한 책이다. 그냥 종이 쓰레기로 묵혀 두는 게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이 되도록 닦아주는 일은 끊임없는 독서력에 있다. 


책에 대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책에 대한 애정은 어디쯤에 있는가를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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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론 - 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
이한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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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이해관계보다는 '멀리 있는' 공적인 이익을 앞에 세우면서 사리사욕에 나오는 것들을 제대로 물리칠 때 매사를 눈 밝게 보고 귀 밝게 들어 일을 바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155쪽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친 저자가 리더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그가 조선왕조실록과 논어 등을 읽고 해석하며 쓴 책들이 적지 않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논어를 공부하고 논어를 강의하면서 찾아낸 군자의 도덕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문화일보나 조선일보에서 주로 학술 담당이나 출판 담당 기자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 특히 교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들이 말에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대부분 현실감이 없고 무엇보다 자기주장만 강할 뿐 그것을 일로 추진할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감각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136쪽

논어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예의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하는 공자의 질문과 제자의 답이 오고 가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요즘 우리 정치와 사회를 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람이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있지만 무시하고 무시당한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다르지 않다. 사람이 존중받을 때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이 힘든 것은 결국 이러한 조직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다.

이 책 <군자론-리더는 일하는 사람이다>는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잘 보고 살라고 이야기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다.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가가 일의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본문 가운데 저자의 의견과 다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태도 측면에서 담고 살아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꼭 리더가 아니어도 어른으로서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동료 간의 대화도 그렇다. 말을 하는 태도가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차함이 없도록 말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자가 우리에 가르쳐주는 '제대로 말하는 법'이다.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구차함이고,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쓸 데 없이 추가하는 것도 구차함이다."-65쪽

아무 말이나 있는 대로 쏟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다듬어서 내놓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직접적인 말을 피하면서 돌려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좀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고 있을까. 어떤 말이 사람을 좀 더 안정적으로 상대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할까. 마음의 안정이 없으면 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은 결국 말도 불안하게 나간다.

"이처럼 풍자를 통해 알듯 모를 듯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깐깐한 선비들은 풍간을 교언영색으로 간하는 방법이라고 하여 폄하했지만, 실은 풍간이야말로 할 말은 하면서 일도 풀어내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비판의 강도로 보자면 정간, 장간, 강간, 휼간, 풍간 순이겠지만 설득의 기술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풍간, 휼간, 강간, 장간, 정산 순이 아닐까?-82쪽

말하고 듣기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업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을까. 집에서 해야 할 일을 학교에 맡기고 학교가 해야 할 일을 가정에 맡긴다. 배워야 할 것은 정작 배우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온다. 인격이라는 것은 태어나면서 갖고 나오지만 후천적으로도 다듬어가야 한다. 좋은 성품은 밝은 눈과 밝은 귀에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수많은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 중심의 사회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자를 생각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일 중심의 사회 윤리를 각자 자기 것으로 만들어 행동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고민하는 인간형이 필요하다고 본 때문이다."-264쪽

<군자론-리더는 일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3부 7강으로 구성됐다.

사람의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말하고 듣는 일의 중요성과 제대로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잘한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문헌 속의 이야기들이 한 가지 주제로 일관성 있게 표현하고 있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나타난다. 한 글자 한 글자에 대한 분석은 집요하다. 희미한 이야기들을 뚜렷하게 드러나게 만든다.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어서 그런지 흩어진 이야기들이 잘 담겼다.

열린 귀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군자, 리더와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집과 오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눌러버리는 리더가 아니라 배우는 자세로 상대를 바라보는 리더와 일하는 사람은 즐겁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 속 인물, 리더의 일을 살펴보고 리더의 자리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밝은 군주, 밝은 정치의 길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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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불꽃의 불꽃 튀는 성인식 - 성(性) 상식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 뻗쳐서 쓴
김불꽃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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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 나와서 한 인간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먼저가 아닌가. 그렇지만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문제를 푸는 기계적인 공부다. 공식과 문법을 통해서 정확한 답을 찾고 분석하는데 집중한다. 정작 배워야 할 몸과 마음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은채 몸은 성장하고 마음은 억눌린 채 시간을 벗어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전과 다르게 학생들의 의식수준도 그렇고 사회가 받아들이는 수준도 달라졌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웠으면 하는 것들은  금융지식과 철학, 그리고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것을 좀 더 가르쳐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은 버는 것보다는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인간의 몸은 해부학적인 측면보다는 육체활동을 위한 몸 훈련이다. 명상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 중에서 성과 신체의 변화에 대한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대놓고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한 때 아이들의 성과 어른들의 성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던 강사가 있었다. 그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가. 


이제 서서히 대놓고 성을 이야기하자고 시도를 한다. 한빛비즈도 빨간책을 냈다. 과감하고 까칠하다. 수구리거나 구석으로 숨지 말고 대놓고 이야기하자고 말하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청소년과 여성 등 분야별로 소개를 한다. 자신의 성뿐만아니라 상대의 성과 신체구조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자고 말한다. 


그림 삽화가 다소 은밀한 것들을 편안하게 꺼내놓고 보도록 한다. 그래도 어렵기는 하다. 


청학동 에미넴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김불꽃의 불꽃튀는 성인식은 청소년들이 있는 가정에서 책장 한 권에 꽂아두고 편안하게 보도록 해주면 좋겠다. 같이 보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친구들한테 배우고 스스로 체득하는 일들이 있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풀어야 할들이 있다. 성범죄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무엇이 죄가 되고 아닌지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것들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자녀의 성교육이 필요한데 마땅히 볼만한 책이 없었다면 김불꽃의 이야기로 한 번 궁리를 해보는 게 좋겠다. 한 권의 책 속에 다양한 독자대상에 맞춘 글이 세심하다. 


"아무 원인 없이 나쁜 아이는 없습니다. 댁에서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성적인 것에 지나치게 노출시켰기 때문에,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적반한장인 모습을 보여주었거나 들키지 않게 성폭력(가해)하는 법 따위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78쪽


부모로서 이 책을 접한 독자들에게 예절바른 문장으로 어떻게 자녀들을 대하고 교육해야하는지 하나 하나 설명해준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들과 차이가 있는 부분은 있는지 한 번 짚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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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이퀘이션 - 미라클 모닝 그 후, 지속 가능한 기적의 공식
할 엘로드 지음, 김잔디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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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러고보면 단순하다. 말과 행동이 같으면 되니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미루지 않고 실천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확고한 신념과 노력이다.



"기적을 일으키는 열쇠는 일관성이다. 원하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그 대상에 전념해야 한다."-256쪽



이 책은 확고한 신념과 노력이 기적을 만든다고 한다. 저자가 발견한 기적의 공식은 단순하다. 이 두 가지다.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이 이룬 성과를 담았다. 암을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간다. 두려움에 밀려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기적의 공식을 삶의 현실에 적용했다. 암을 이겨내고 그는 이 책을 썼다.



당신은 기적을 믿는가. 믿지 못할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러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단순히 그 사람들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확고한 신념과 남다른 노력이라는 두 가지 결심은 복잡하지 않은 개념이며, 결합하고 유지됐을 때 대단히 놀라운 성과를 창출한다. 하지만 두 결심을 실행에 옮길 때는 타고난 데다 학습까지 한 자연스러운 성향을 계속 거슬러야 하므로 절대 단순하지 않다."-40쪽



저자의 지적이 맞다. 그간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적의 공식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그가 20년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뜻을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확고한 신념을 결과로 만드는 일은 노력이다. 열정이 일을 만든다.



"10등급의 성공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나아지려는 인간의 타고난 욕망을 추구하면서도 현재 삶이 얼마나 완벽한지 알아차리고 행복과 감사를 느끼면서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한계가 없으며 보여줄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는 미묘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런 차이가 기적 전문가를 만든다."-29쪽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뭔가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기 위해 생각과 몸이 저항하는 일을 극복해야 한다.



"마음의 평화를 이루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미 벌어졌거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저항하지 않아야 한다. 과거에 얼마나 괴로웠든, 미래에 그 일이 생길까 봐 얼마나 두렵든 상관없다. 그러려면 현실을 무조건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127쪽




우리가 살아오면서 포기했던 많은 일을 떠올려보자. 그러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해볼 수 있다. 시도하기보다는 핑곗거리를 대는 일이 더 바쁘지 않았나.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마음의 괴로움을 벗어나려고만 했다. 작은 일들,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중요하고 긴급한 일들은 언제나 뒤로 밀어놓았다. 당연히 목표도 없고 사명이라는 개념도 갖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인가.



좀 더 다른 삶을 만들고 싶다면 삶의 목표와 사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부정에 빼앗기지 말자. 부정적인 반응은 5분이면 충분하다. 저자의 이야기이다. 5분간 타이머를 설정하고 하고 싶은 생각을 다 하라는 것이다.



5분간만 불평하라고 말한다. 5분의 법칙이다.



"욕하고, 투덜거리고, 울고, 불평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벽에 주먹질하고, 뭐든 내키는 대로 해도 좋다. 하지만 단 5분이다. 5분 동안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데, 시간이 제한적이므로 불필요하고 해로울 정도로 오랫동안 그 일에 깊이 빠져드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듯 끝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서 더 기분이 나빠지는 감정의 블랙홀에 빠지지 않게 도와준다." -105쪽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복잡함을 없애는 길은 바로 그러한 중요한 일들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정해진 목표와 신념에 대해서 이룰 수 있다는, 이뤄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노력이 투입된다면 결과는 어떻겠는가. 단순히 그냥 열심히만 해서는 뜻을 이룰 수 없다. 그 방법을 제시한다.



"미루는 버릇을 극복하는 건, 목표를 달성하려면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언뜻 사소해 보이는 첫걸음을 내딛는 문제일 뿐이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루는 버릇을 극복한 셈이다. 매일 정해진 프로세스로 첫걸음을 떼면 미루는 습관으로 고생한다는 게 무엇인지 잘 생각도 나지 않는다."-238쪽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이루고 싶은 뜻을 그냥 마음에만 두지 말고 그 뜻을 이루도록 마음과 몸을 꺼내놓아 보자. 한 발 내딛는 게 실천으로 가는 길이다. 기적은 처음부터 위대하지 않다. 첫발이 있어야 기적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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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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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글씨를 예쁘게 쓴다는 말을 들었다. 나이 들어서 내 글씨를 보면 내가 잘 모를 때가 있다. 다른 분들은 글씨체가 독특하다고 한다. 어떤 분은 힘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정겹게 느껴진다고도 한다. 연말에 카드를 쓰면서 또박또박 글을 써보려고 천천히 쓰다가도 갑자기 빠르게 글을 쓴다.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손이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천천히 쓰는 게 바르게 쓰는 길이다. 그게 익숙해지면 글이 좀 안정되고 네모반듯한 글이 되지 않을까.


마침 이런 고민이 들었는데 책 한 권이 나왔다.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의 글씨 이야기책이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유명인들의 글씨체를 분석한 책이다. 필적학이라는 것이 생소하다. 사실 범죄수사 시 필적감정을 하는 것을 봤는데 필적학으로 있는 것과는 연결 짓지 못했다. 동일한 사람의 글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도 필적학의 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글씨가 어떤 심리적인 상태인지는 파악해 볼 수 있다. 다른 듯해도 전체적인 크기나 모양이 다른 이들과 비교해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글씨를 쓰는지 그리고 그런 글씨를 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안다면 글씨 꼬불꼬불만 하지 말고 바르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그렇다. 바르게 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업이나 인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면 더 그렇다. 단순히 빠르게 쓰는 게 다가 아니다.


글씨는 사람의 인격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겠는가. 어른이 아이들 글씨처럼 쓴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 시대 다양한 인물들의 글씨를 보여주며 그 글씨가 어떤 운명을 가진 사람의 것인지 이야기하고 분석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결혼을 앞둔 연인들의 글씨를 통해 보는 애정운은 어떤가. 그것도 가능하다. 글씨는 인생의 단서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최고의 나를 만드는 방법, 운명을 바꾸는 글씨,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글씨를 통한 손글씨 마법, 인격자가 되고 싶다면 인격자의 필체를 가지라는 내용 등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마지막 5부에서는 서명과 사인을 통해 유명인들의 운명도 살펴본다.


그간 영문으로 빠르게 쓴 서명을 좀 더 다르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이름 첫 글자를 영문으로 쓴 것인데 그것보다는 한글 서명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 그게 조금 더 나은 운명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에 혹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덕이라고 생각하겠다.


어쨌든 요즘 컴퓨터에 이렇게 서평을 남기듯 공책에 서평을 손글씨로 쓰지 않는다. 일기를 쓴 게 있어 가끔 고등학교 때 쓴 일기를 보면 일관성은 있다. 앞 첫 줄 첫 글자가 유난히 크고 화려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의 감정이 그랬는지 모르겠다. 한 번 작가에게 보여주고 그때의 기분을 알아봐달라고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직 유명인이 아니라서 그게 되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글씨는 돈을 벌어온다. 좋은 식물이 집안 분위기를 바꾼다. 물건도 그렇지 않은가. 위치에 따라서 집안의 공기를 바꾼다. 글씨도? 그렇다. 글씨도 그런 힘이 있다. 저자의 이야기다. 성격을 바꾸면 내 일이 바뀌니 글씨체를 연습하면 성격이나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하루 20분 이상 매일 연습하라.


-줄이 없는 종이에 연습하라.


-평소에 쓰는 필기구를 이용하라.


-자신의 이름부터 시작하라.


-좋아하는 문장이나 글을 써라.


-하루도 빠짐없이 40일 이상 연습해라.


-미리 써둔 것을 보고 베끼지 마라.


-천천히 써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꾸려고 하지 마라.


이상이 글씨를 바꾸는 연습을 위한 방법이다. 적어도 40일 이상 매일 20분씩 이름부터 천천히 쓰는 실천을 해야 한다. 가능할까. 가능하리라 본다. 20분은 그나저나 온전히 20분을 써야 한다는 말이겠지.


저자는 이름의 크기는 자기주장의 정도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지인들이 보내온 편지나 카드 속 이름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여튼 100%다 맞다 틀렸다고는 어렵겠지만 성격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와 '나'를 쓰는 데 있어서 그 글자의 각과 띄움 정도로도 성격과 인품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려면 얼마나 연구를 해야 할까. 기본적인 분석을 하는데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행의 간격이 넓으면 조심스럽고 사려 깊으며 절약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제일 눈에 확 들어오는 대목은 역시 돈을 벌게 해주는 글씨에 관한 이야기다. 직업별로 유명한 사람들의 글꼴로 분석을 했을까. 다양한 조언들이 들어 있다. 마지막 획을 길게 늘어뜨리라는 것은 연예인을 위한 조언이다. 둥글게 쓰고  첫글자의 시작을 크게 쓰라고 말한다. 배우들의 사인이 그렇다. 그분들은 원래 다른 글씨도 그럴까. 사인이라서 그럴까. 그렇게 사인을 하니 돈을 버는 연예인이 된 걸까. 이렇게 공무원, 연예인을 위한 글씨 처방과 함께 성격을 바꾸는 글씨에 관한 이야기에도 눈이 간다.


덧붙여 저자가 준비한 정주영, 박정희, 백남준 등 정치인과 예술인 등의 글씨를 통해서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글씨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한 번 더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안 그래도 궁금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글씨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국가 간 정상회담 시나 내부 문서 사인을 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뾰족한 산처럼 끝이 올라가고 높다. 저자는 그의 글씨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트럼프는 글자 크기가 아주 고른 등 규칙성이 뛰어나서 논리적이고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며 빈틈이 없다."


글씨는 한 사람의 인격이고 운명이다. 에너지이고 미래이다. 지금 나는 어떤 글씨를 쓰고 있는지 돌아보는 책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좋지 않은 습관을 바꿀 기회를 주는 책이다. 다양한 필적들이 예시로 담겨 있어 지루하지 않다. 간결한 주장과 메시지가 가볍지만, 밖으로 새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되고 싶은 사람의 글씨를 써보면 그런 사람이 된다. 믿어보자.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다. 한 글자를 구성하는 자음과 모음 사이의 공간은 마음의 넓이를 보여준다. 이 공간이 넓은 사람은 마음이 넓고 포용력이 있으며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새로운 정보나 지식 등을 적극 수용하고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서 보인다.-63쪽,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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