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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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위젤 교수는 이 세상에 어리석은 학생이나 바보 같은 질문 따위는 없다고 믿었다. 그는 모든 것의 겉모습 뒤에는 항상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 책 <나의 기억을 보라>는 이렇게 저자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엘리 위젤 교수의 대화와 강의를 통해 지금 살고 있는 시대 우리가 인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답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인생 책이다. 이스라엘 정부에서 대통령이 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인물.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만들어졌다. 기억, 다름, 믿음과 불신, 광기와 반항, 행동주의, 말과 글을 넘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목격자.

밑줄 긋고 싶고 다시 생각해보는 문장들이 많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물어보고 관심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해서 외면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본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를 살지만 정신은 빈곤하다. 왜 그런 빈곤함으로 우리를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걸까. 외로움을 느끼고 더없이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함은 어디에서 생겨난 걸까.

위젤 교수의 조교로 지내며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저자의 기록이 고맙다. 글 쓰는 이의 고된 시간이 독자들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과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엘리 위젤은 신비주의자들의 오랜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는 법도 가르쳤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과 비슷하게 보지 말고, 마이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처럼 비슷하거나 친숙한 느낌 자체를 낯선 것으로 여기라고 했다. 그는 언젠가 내게 우정의 최고 단계는 서로를 끝까지 다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대신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듯 놀라워하며 그 사람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99쪽

오래전 모임에서 만난 분이 생각이 난다. 한 교육과정에서 만났지만 그 후 어느 술자리에서 나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나에 대해서 물었다. 어디를 다녔지 않았냐, 어디를 가지 않았냐면서 물었다. 가볍게 물은 것일 수도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꼭 그렇게 물을 것도 아니었다. 내가 대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속 그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 후 그 사람을 더 보지 않았다. 몇 번의 만남과 이야기는 그렇게 사그라지고 소멸됐다.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리고 몇 개는 남겨두는 것, 그것이 긴장하게 하고, 서로의 신뢰를 더 갖게 하는 것은 아닐까. 다 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다 알려고 할 이유도 없다. 기억은 편한 대로 쏠리게 마련이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책이지만 인생 교훈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역사의 한 줄기로 받아들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저자가 조교로 자신이 도운 교수와의 대화를 기록할 만한 정도였다면 얼마나 큰 배움이 있었겠는가.

대학에서 배운 내용들이 기억나는 게 뭐가 있나, 존경할 만한 분은 또 없었나. 어떤 교수와의 대화가 유익한 것이 있었나 돌아봤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위젤 교수는 또한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해결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종족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살아갈 이유가 있지만, 전쟁과 광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서로 선을 긋고 사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은 원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작가로서 화가로서, 교사로서 다양한 재능을 갖춘 저자가 위젤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누린 시간들을 온전히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책 가격 그 이상의 선물이라고 느낀다.

욕심내지 말고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라고 했다는 위젤 교수의 삶을 마지막까지 따라간 저자의 놀라운 기록이 고맙다.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배움이라고 답했다. 오늘 나는 어떤 배움을 하고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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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알려주는 입시 맞춤형 공부법
진동섭 지음 / 포르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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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공부의 끝은 결국 어디일까? 인생 행복을 위한 공부인가, 아니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일까. 인생의 초반을 온통 입시를 위해 온 나라가 매달린다. 왜 그렇게 매달리는 걸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을 갖추면 되지 않을까.

고민은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들어가야 할 곳은 적고 들어가고자 하는 수요는 많다. 공급이 많지 않으니 수요자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좋은 대학은 밥 먹여주는 시대는 끝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 살아 있는 말을 무너트리지는 못하고 벽은 높다.

현실 속 우리의 공부 방법을 살펴봐야 할 일이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는 일은 결국 준비하는 것만한 답이 없다. 준비도 없이 꿈만 크면 실망도 적지 않다. 남들 들어간다고 모두 다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좋은 지침, 살아 있는 경험은 실전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더없이 필요하다. 조력자인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입학 사정관으로 활약한 바 있는 저자 진동섭은 공교육을 통한 입시 설계를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가이드를 준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지다. 목표가 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시간을 짜고 공부 계획을 세워 볼 일이다. 독서에서부터 입학에 필요한 서류 준비하는 일까지 조목조목 들여다본다. 실전 경험이라 집중도 잘 된다.

사실 지금 다시 대입을 준비하라고 하면, 자신 없다. 일단 너무 복잡하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고 하면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양하는 공부 체계적으로 목적을 갖고 준비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더 가깝게 가리라 본다.

공부습관 들이는 방법은 올바른지 따져보자. 새롭게 바뀐 학교 입시제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정보가 곧 힘이다. 자유학년제를 통해 진로를 제대로 탐색하고자 한다면 어떤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할까. 읽어야 할 책은 읽어야 한다. 다양한 독서가 필요하다. 시간이 있을 때 제대로 읽자. 눈에 띄는 대목은 21년 이후 28년까지의 입시 로드맵이다. 교육부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모르지만 나름 그 기간에 속한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눈여겨볼 대목이다. 어떤 유형으로 갈 것인지 계획이 서면 준비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가고자 하는 대학의 인재상이 어떤가에 따라서 준비해야 할 것이 다르다. 부모의 생각보다는 자녀가 좀 더 원하는 방향에서 찾아볼 일이다.

입학 사정관의 학생 평가 방식에 대한 소개가 상세해서 대입을 앞둔 학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도표나 예시가 있어 지금 처한 상황과 어떤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공부를 하려면 내가 왜 공부하는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 사람은 무엇이 되기 위해 공부하기도 하지만, 공부 그 자체에 뿌듯함을 느껴서 공부하기도 한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부해야 할 것이 생긴다. 그러나 무엇이 되기 위한 공부는 목적을 달성한 다음에는 멈추게 된다. 반면 스스로 뿌듯한 마음에 공부를 한다면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평생 학습 사회에서는 스스로에게 보상을 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발전 가능성이 큰 사람이다. 그러나 이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왜 공부를 하는지를 물으면서 자신이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고 그 방향을 잡는 것은 성장에 도움이 된다."-211쪽

갇힌 삶보다는 좀 더 넓은 삶을 살고 싶다. 대학은 잠시지만 인생은 길다. 긴장과 압박이 때로 도움이 되지만 그러한 삶으로 너무 인생을 몰고 가지는 말자. 부모와 자녀는 파트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다. 종속의 개념에서 벗어난다면 좀 더 선택의 폭이 달라질 것이다. 부모의 프레임으로 자녀를 몰아넣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입시 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는 면접을 보고 나서 왜 떨어졌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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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된 아이 - 시련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한윤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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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근심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을 선사하고 싶다면, 부모는 자녀가 어른들의 문제 때문에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보호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집에서 부모가 자주 다투거나 이혼까지 고려하는 상황이 되면 아이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모는 자녀가 현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57쪽, <유리로 된 아이> 중에서

놀이터에서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면서 아픔을 느끼고 친구들과 다투면서 화해하는 방법을 알았다. 어린 시절에 몸으로 부딪힌 일들이 이제는 점점 사라진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은 어떤가. 부모가 알아서 다 해주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병, 대인관계, 돈 관리 등 안 되는 게 없어 보인다. 그렇게 인터넷은 인간의 또 다른 뇌로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하고,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뇌를 인터넷으로 그 역할을 넘겨주고 있다. 알게 모르게.

시대적 흐름이라고도 하고 과학의 발달이라고 말을 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문제는 무시되거나 덮어진다. 무엇인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다. 정서적인 것까지 기계가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그러한 교감에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그렇고 형제자매 간에도 그렇다. 친구와 친구도 그렇다.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교감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해진 약속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그러려면 뇌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일까. 아이의 뇌가 바르게 성장하도록,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그게 교육이고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제대로 하고 살고 있는가. 아이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하는가.

미하일 빈터호프는 <유리로 된 아이>에서 그러한 지점을 이야기한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주려고 하는 부모의 모습을 가지려고 한다. 그게 애정이고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적인 존재로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래도 계속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이들의 올바른 정신 발달과정을 거쳐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3파트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짜 해야 할 일을 적어놓았다. 잘 먹이고 공부시키는 게 다가 아니다. 정신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부모도 모르고 아이도 모른다면, 그 후의 삶은 누가 책임을 져 줄 수 있을까. 후회하기 전에 들여다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부모가 진짜 해야 할 일과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정신 발달이 미성숙한 아이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어느 시대마다 교육받지 못하고 예의 없는 아이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으면서도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159쪽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온 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조부모가 어떻게 손자 손녀들을 대하는가도 중요하다. 부모의 역할만큼 중요하다. 바쁜 일상에서 교육을 맡기기도 한다. 학교는 또 어떤가. 부모의 책임으로 돌리기 전에 학교도 아이들의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도 가르쳐야 한다. 그게 인성 아닌가.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지켜질 때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첫 출발점이 가정이고 학교다. 가정과 학교는 그래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아이들이 때맞춰 먹어야 할 게 있듯이 성장 시기에 맞는 배움이 필요하다.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배움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줄 것인가. 문제는 부모다. 왕따를 줄이고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는 내면의 공허함과 외부의 압박이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긴장감을 지닌 채 불안하게 움직인다. 아이는 자신의 인생에 다양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한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 상황으로는 절대 도달 불가능한 높은 수준의 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아이는 당황과 혼란을 반복해서 겪으며 점점 피폐해진다."-161쪽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스마트폰을 끄고 아이와 눈을 마주하는 시간을 더 갖기를 바란다. 아이의 성장 기회를 오히려 망치는 게 부모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한다.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책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의 정신발달 과정을 연령대별로 알려준다. 지금 자녀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 자녀의 문제, 갖고 있는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이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어린 시절을 되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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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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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콘셉트의 책이 등장했다.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시집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 관용구를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할 것 없이 이게 다 들어가 있는 게 <내가 사랑한 시옷들>이다. 영시 원문과 해석본, 그리고 그 시에 담긴 의미를 풀어낸 글과 일상에서 써봄직한 표현들까지. 좀 과하게 표현하면 꿩먹고 알먹고.


시, 삶, 사랑이라는 단어에 들어가 있는 공통적인 글자 '시옷'. 이 시옷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을 서른 명의 시인들의 시 속에서 건져내 흰색 도화지에 펼쳐 놓은 게 <내가 사랑한 시옷들>이다. 


사랑, 삶, 시 거기에 뭘 더해볼 수 있을까? 쉼과 숨은 어떨까.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 교수법을 가르치고 기업체에서 '다양성' 강연을 하고 있는 조이스 박은 이 책에서 삶 속에서 부딪히는 사람들 속에서 퍼져 나오는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보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사랑의 감정 속에 감춰진 미움과 시기 질투가 어떻게 삶의 운명을 조정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시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또한 식욕 하나가 경험에 대한 욕망으로, 상처를 회복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리고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게 욕망은 잘 키워나가면 삶으로 승화된다. 당신은 심장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아팠던 적이 있었을까? 어떤 결핍이 당신의 심장에 구멍을 내었을까? 삶은 욕망을 모두 채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잘 다스려서 키워낸 마음의 살로 심장의 구멍을 채우는 일임을 당신이 알게 되어, 살이 있어 욕망하고, 욕망하므로 살아 있다 할할 수 있기를 바란다." -162쪽.


어려운 영시가 아니라 다소 쉬운 영시들이 마음에 부담을 덜 주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넘겨보게 하고 영시 속 문장을 생활영어로 써볼 있도록 안내한다. 물론 영시보다는 해석이 먼저 더 눈길이 간다.


이 책은 사랑, 존재 삶의 언어로 나뉘어서 서른 개의 시를 소개한다. '혼자'와 '사랑하는 자들은'이라는 씨를 쓴 사라 티즈데일, '파랑새'를 쓴 찰스 부코스키 등 시인들이 말하고 싶은 사랑에 대한 정의와 감정들은 삶의 불행을 불행으로만 머물지 않게 한다. 


사랑의 시작과 끝은 어떻게 흐르고 방향을 트는지 들여다볼 시간을 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히들 삶을 흐르는 물에 비유한다. 이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흘러가는 물을 보며 감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의 화자는 흐르는 물가에 서 있다. 삶이 흐르는 물과 같다면 화자가 바라보고 있는 냇물도 그 삶의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마치 제3자인 것처럼 자신의 삶을 관망한다."-234쪽


봄은 가까이 왔지만 마음은 아직 멀었다. 마음속 재잘거림이 필요한 시간, <내가 사랑한 시옷들>이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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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민경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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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메시지, 효과적인 결과를 내는 마테터의 일

은 회사를 위한 마케터 매뉴얼. 사람은 누구나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터가 직업이 아니어도 매일 사람과 만나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한다. 매일의 일상은 마케팅이다.

회사의 일은 생산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일이다. 파는 일은 마케팅이다. 큰 조직은 마케팅팀이 있고 그 안에서도 세분화된 일을 한다. 작은 회사는 겸업을 하는 일이 더 많다. 마케팅이라는 표현보다는 영업이라는 쪽에 더 가깝다.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소비자를 만나고 이용자를 만나야 물건을 팔고 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마케팅이라는 일이 주어졌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보기는 멋져 보여도 어떻게 보면 고된 업무다. 반복적이면서도 매일 새롭게 하지 않으면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하고 홍보팀에서 일을 배운 저자가 쓴 책은 쉽다. 그렇다고 내용이 빠진 게 아니다. 거창한 용어나 마케팅의 귀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거론되지 않아도 마케팅을 말할 때 담아야 할 것들은 들어 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산은 없고 해야 할 일은 많을 때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 효과가 좋은 채널에 집중해야 한다.

메시지를 분야별로 쏟아내야 한다. 목표 고객이 좋아할 만한 단어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먼저 아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시작이다. 내 위치를 알아야 얼마를 움직여야 고객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방향성과 전문성이 묻어나야 하며, 결국 콘텐츠를 보면 고객의 지갑이 열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즐거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은 부수적인 일입니다. 이 사실을 항상 기억하면서 그 틀을 벗어나는 것들은 과감하게 제거해나가길 바랍니다. 에너지 낭비를 막읍시다."-107쪽

​최소한의 자원을 최대화 시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매출로 연결된다면 더없이 바랄 것이 없다. 메시지 작성에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다. 광고는 더없이 메시지가 중요하다.

"별것 아닌 일도 드라마틱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마케터의 일입니다. 이 기술은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구 고객에게도 써먹어야 합니다. 이 문장들은 연봉협상 기간에 성과를 적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숫자에 대한 이유나 그 값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케터는 모든 행동이 실험이며, 결과에 이유를 불일 수 있어야 하죠"-197쪽

"광고는 '대놓고', 홍보는 '은근히'"

곳곳에 경험에서 묻어난 이야기들이 잘 녹아들어 있다. 돈을 쓰고 연예인을 써서 만드는 광고는 어렵지 않다. 예산이 충분하면 일단 기본은 할 수 있다. 그건 다른 기업의 일이다. 예산도 없고 충분한 지원이 업는 가운데서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런 측면에서 독자들에게 실질적이고도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안내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물이 나오는 곳이 어디인가를 뚫어보는 것처럼 콘텐츠를 올리고 메시지를 올릴 때 어떤 반응이 어디에서 많이 터지는가를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작은 회사의 콘텐츠는 어디에 올린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는 않습니다. 메인 카피의 거대한 오타가 몇 달 뒤에 발견되기도 하는 세계죠. 차라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역이용해 정말 작은 채널을 조금씩 건드려보기를 추천합니다. 주변에 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유지되는 포털사이트가 분명 있습니다."-111쪽

회사가 방향을 주고 목표 과제를 주는 일은 지루하다. 직접 목표를 정하고 메시지를 만드는 일은 즐겁다. 마케팅은 그런 일이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조정 키를 갖고 있는 게 마케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실험정신을 촉구한다. 결국 많은 시도를 해봐야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길은 많다. 다만 어떤 길이 더 많은 고객들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마케터의 능력이 아닌가. ​


"우리도 작은 회사에서 계속 커가야죠. 주변에서 지원해 주지 않는다면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가지 말고, 꼭 다양한 실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보관하세요. 아마도 미래에 최고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104쪽​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때 나오는 한 컷 짜리 그림은 인상적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마케터의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마케팅 업무에 관해 본문에서 이야기식으로 친절하게 풀어낸다. 3장과 4장에서는 고객 응대와 업무 제휴와 같은 좀 더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고 5장에서 마케터의 일로 마무리한다. ​

작은 회사의 장점은 혼자서 여러 개의 업무를 다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장점이다. 전체적인 과정을 다 짚어볼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이걸 다해야 하냐'라고 생각하면 업무 부담이지만 새로운 경험치를 위한 즐거운 실패를 쌓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자산이다. ​

일하면서 돈도 벌고 경험도 쌓는 일석이조의 일이 아닌가. ​

"사실 광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로 마케터의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 메시지가 어떤 상태의 고객에게 전달될 것이며, 메시지가 매력적인지, 메시지 속의 링크를 눌렀을 때 그가 원하는 바가 충족되는지를 생각하면서 다음 메시지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마케터가 좋은 마케터입니다. 문자 메시지의 경우 텍스트만 드러나기 때문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잛은 문장, 또는 직관적인 단어, 예를 들어 '할인' 같은 것이 들어가면 좋습니다. 길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가 절실히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죠."-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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