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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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뜨문 뜨문 기록하는 자와 매일 매일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과는 지금 당장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지만 그것이 1년, 2년, 5년이 지나면 삶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매일이 똑같은 삶, 지루한 삶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무시하거나 보지 않고 지나칠 뿐이다. 


가까이 들여다보고 귀기울여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고 발견할 수 있다. 게으름을 부러워 한다. 게으름은 남들이 빨리빨히 훓어보고 지나칠 때 세심하게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큰 삶의 요소가 될 수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게을러서 뭘 해먹고 살겠냐'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러나 게으름과 느림은 오히려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제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떤 현상일까. 도시를 탈출해 새로운 삶의 근거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형식과 관행의 삶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몸짓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는 좀 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은, 지금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김민철 카피라이터의 책, 모든 요일의 기록은 저자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이야기들이다. 카피라이터가 될 수 없는 자질을 갖고 있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것을 갖고 있는 저자가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그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은 이유를 갖고 있었던 것, 남들이 알고 있기에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을 오히려 더 질문하고 생각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삶을 다르게 보는 눈을 키워주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삶은 여행이라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성향과는 다른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삶의 무대 속에 올라 선 저자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라는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박웅현과 한 팀으로 지내는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한 팀이라는 메시지가 그렇다.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지내는가가 한 사람의 삶을 줄기를 다르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의 삶에 내 의무를 다하는 메시지도 마음에 다가온다. 

"그러니, 나의 의무는, 지금, 이곳이다. 내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이 일상을 무화(무화)시켜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의무이다." -75페이지.


10년차 카피라이터의 삶이 만들어낸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향을 이렇게 한 권으로 정리, 세상에 내보이는 것, 사실 좀 부럽기도 하다. 돌아보면 한 길로 걸어온 듯 해도 이것저것 오물조몰 거리면서 산 갈팡질팡했던 삶의 시간들이다.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도 나고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도 내 자신임을 잊 말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치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 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86페이지.


여행, 책읽기, 배움, 사진 등 살아가며 우리가 몸으로 하는 일들에 대한 저자의 삶의 기록이다. 저자가 꺼내놓은 삶의 이야기로 오늘 하루 내 삶이 자극받는다. 저자의 삶이 정답은 아니지만 다른 삶의 모습을 들여다봄으로 해서 내 삶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희망도 챙겨본다. 희망이 현실이 되는 삶을 위하여.


아 한 가지, 더. 카피라이터로서 사실 글을 어떻게 쓰고, 카피를 만드는지 궁금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 책 뒤에가서 그런 문장이 하나 있다. 좋은 글, 좋은 카피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입으로 읽으면서 써라.'-268페이지


사실 이 문장에 앞서서 앞에 많은 이야기들이 저자가 지금까지 카피를 어떻게 써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달리 더 필요한 문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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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 시작하기 - 1인 출판사 창업의 모든 것
이승훈 지음 / 북스페이스(유비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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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업 노하우. 


출판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를 운영한 바 있기도 한 저자가 낸 출판사 창업기. 1인 미디어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 자신의 콘텐츠와 기획력, 그리고 자금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큰 조직에 버금가는 출판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알려준다. 창업가의 길을 걷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준비함으로 해서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저자 발굴도 있어야겠지만 외서 번역을 통한 시장 진입도 고려해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획에서 홍보까지 출판 시작 전과 출판 후 과정의 일들이 조목조목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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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이펙트 - 페이스 투 페이스-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
수전 핀커 지음, 우진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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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가 하나둘씩 사라지기도 하지만, 거래처가 그만큼 생기기도 한다. 오랜 인연이 있어 일을 주다가 임원이 교체가 되거나 혹은 다른 업체의 '로비'로 인하여 거래처가 잃어버리는 일이 있다. 새로 들어온 임원이 자신이 거래하던 곳으로 업체를 변경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영원한 거래처가 어디 있겠는가.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듯이 거래 기업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려운 순간에 힘들어할 때 새로운 거래기업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을 소개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만난 일도 그리 많지 않다. 온라인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주 만나는 사람보다는 희미한 인연, 한 두 번 만났거나 혹은 소식을 자주 나누지 않았던 사람이 연락을 해오면서 일이 만들어지는 일이 더 많았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SNS에 글을 쓰고 정보를 나누지만 필요한 정보는 자주 글을 올리는 사람에게서보다는 다른 통로를 통해서 얻는 일이 많다. 늘 접속해서 정보를 찾으려 애를 쓰지만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이 많지 않다. 


지하철 안은 스마트폰 세상이다. 사람들의 손가락이 바쁘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쓸만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다. 바쁜 일상, 정말 그렇게 바쁘게 보낼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불행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무엇일까. 행복하기 위해 지금 불행한 삶을 참아내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온라인에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며 그 삶을 뒤져보고 카피하는 복제된 삶이 아니라, 내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할 시간이다. 


기계문명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지만 마음까지 채워주지는 못 했다. 기술은 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할 시간의 이유가 이 책, '빌리지 이펙트'에 가득하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마을 미디어 혹은 마을공동체,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 중심이 아닐까 했다. 


비슷하기는 했지만 궁극적인 질문은 사람이 사는 곳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보자, 사람을 만나자, 사람을 느끼자. 3백 명, 5백 명의 온라인 친구가 있지만, 정작 내가 필요할 때 만날 수 있는 친구, 세 명, 다섯 명을 채워보자. 그럴 수 있나?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쉼이 필요한 시간이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고, 과잉 정보 습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요즘 눈에 띈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삶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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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 - 글로벌 디자이너 이돈태의 크리에이티브 전략
이돈태 지음 / 세미콜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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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홍보담당자가 회사소개서’ 인쇄를 요청하며비용을 알려달라고 했다사업제휴를 위한 회사홍보용 소개서이기에 용지와 제작품질을 좋게 하여 만든 샘플을 제출하고 예상 비용을 전했다비용을 듣고 난 담당자는 그 금액의 반값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비용은 반으로 줄이면서 좋은 품질을 원하는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원하지만 입맛 맞게 해주는 일이 어렵다제작사가 기업 이윤을 줄이거나 광고주가 품질의 눈높이를 낮추는 등 상호 양보 혹은 포기가 아니고서는 말이다이 경계에서 나는 늘 고민한다어느 선에서 물러 설 것인가 하고 말이다고객사나 광고주가 원하는 것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하지만 내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물러서는 것은 쉽지 않다내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줄 수 있는 광고주를 찾아가기 전에는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까.


디자인 의뢰를 받아 제시한 디자인은 고객 만족이 우선되어야 한다시장과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만든 안을 광고주에게 설득하여 받아들이도록 하지만 떠밀 듯이 강요하는 안은 생명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기업 내 담당자가 바뀌거나 하면 초기 안이 버려지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광고제작을 의뢰한 기업주의 여러 홍보물들이 시간이 지나도 시대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광고주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생각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과물 완성에 따른 이용자나 혹은 소비자의 태도와 접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노력만큼 결과물의 만족도를 높게 가져갈 수 있다디자이너의 만족도가 아닌 해당 기업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과 그 회사의 서비스나 혹은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만족도 부분도 챙겨야 한다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태도이다.


이 과정이 빠진다면 그건 잠시 회사의 이윤은 가져 주겠지만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만들기는 어렵다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는 디자인은 죽은 디자인이다디자인회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그러기에 디자인경영이나 디자인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도서와 자료를 살피는 일은 의무이기도 하다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이런 과정에서 만났다.


탠저린의 이돈태 공동대표이 책의 저자인 그는 무엇보다 고객의 만족을 우선한 디자인 원칙으로 영국 디자인 사회에서 우뚝 설 수 있었다그는 2000년 영국항공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명성을 쌓아왔으며 이를 토대로 자신의 디자인원칙과 디자인경영 마인드를 받아들인 한국 기업들과의 제품 디자인 개선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그가 그러한 이름을 드높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기업들이 찾아가서 서비스 디자인을 요청하는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그에게는 남과 다른 디자인 원칙과 생각이 존재한다그 이유를 이 책에 잘 담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끊임없는 디자인 시뮬레이션에 있었다그의 디자인 철학은 고객이 욕구분석과 기업이윤의 확보다두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디자인 시뮬레이션을 강조한다그는 디자인 속에 숨겨진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의 미래를 예측한다그래서 그는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이다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두 번째는 창조와 모방에 대한 그의 생각에 있다애플이 그러했듯이 기존의 것에서 새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강조한다그것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늘 같은 시각으로 지나쳐 버린 것들을 다시 발견하는 능력이다그의 눈에 띈 생활가구나 주방용품 디자인 분야도 그 중 하나다그에게는 새로운 아이템이며 디자인 대상이 되었다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해하고 리빌딩(Rebuilding)하여 시장을 창출한다.


나는 요즘 시대에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는 창조성이란 유에서 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쓰러진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프로세서 없이 한순간에 직감적으로 얻는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모방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성이라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안고 있는 문제를 디자인 시각에서 풀어내야 한다애플의 디자인을 이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도 이돈태 대표가 이끄는 탠저린(Tangerine) 출신이다그는 탠저린을 세운 후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이후 그는 스티브 잡스와 아이맥을 디자인하며 자신의 디자인 능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미래예측 가능한 디자인전략 수립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제대로 된 전략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비싼 비용만 들여서 효과도 없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기업의 입장만을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 책 전체에 흐르는 고민이다공공 디자인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영국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과 도시풍경을 떠올려보라영국 디자인은 100년을 내다보고 이루어지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떠했는가전시행정으로 디자인산업 발전과 정책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얼마나 거두어 들였는가를 살펴보자저자는 디자인 발전을 위한 궁극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이 지하철 노선을 완성한 후에도 2년 동안 시뮬레이션 했다면우리는 교통 카드 시스템을 하나 만들 때에도 일단 오픈한 후 시뮬레이션을 한다물론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제품이나 시스템이 세상에 나온 후 다양한 목소리로 사용자의 불만을 듣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영국은 제품이든 시스템이든 50, 100년 후를 내다보는 반면 우리는 보통 그보다 짧은 미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디자인 프로세서를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느냐의 차이는 여기서 기인한다.”


한국인으로 영국에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한국법인까지 설립그는 두 나라의 문화와 디자인 양식을 경험하며 글로벌 디자인의 흐름을 읽는다세계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따라 잡고 해외 시장 개척을 향한 국내기업들의 요구조건을 읽고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에 그의 회사를 찾고 그는 거기에 부응하는 디자인을 펼쳐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이 책에서 그는 디자인 회사가 살아가야 할 길과 디자이너로서의 디자인 태도도 언급한다이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그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에 새겨들을 이유는 있다.


그는 디자인 분야에 있어서 자기 입맛대로 고르거나 편견을 갖고 회사와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는다중소기업의 제품 디자인을 진행하고 심지어 걸레 디자인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디자인을 한 그가 걸레를 디자인하며 기업의 1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나는 항공기 디자인이기 때문에 멋지고걸레 디자인이기 때문에 초라하다는 건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한다디자이너는 보기 좋고 근사한 것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나는 반대한다.”


그의 생각은 이처럼 단호하다.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만족과 최상의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기업의 디자인 전략수립에 있어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역량도 친절하게 조언한다.

요즘 우리가 듣고 있는 창의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그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집착보다는 그 과정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접근하길 원한다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가볍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거기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디테일의 차이를 저자는 영국문화와 한국문화의 차이라 인식한다한 가지 일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풀어쓰는지 묻는다야근을 하는 것과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한마디로 디자이너의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이 차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단축하고 보지 못한 것들을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나라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이를 장점으로 내세웠던 것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그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들이 있었지만 이를 채우기 위해 남과 다른 차별점을 어떻게 부각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그리고 그는 그 답을 찾았다남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으로 자신의 희소성을 내세운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는데 조급하게 덤빌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접근할 때 새로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기에 분주한 오늘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찾는 제품과 서비스를 갖는다는 것은 큰 힘이며 기업의 자산이다그 유무형의 자산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도구이다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면 쉽게 덤빌 수 없지만 뒤로 물러서거나 실패가 두려워 주저할 일이 아니다도전하는 기업에게는 실패도 있지만 성공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힘주어 말한다자신감을 가지라고.


디자이너에게 자신감은 단순히 스스로를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중요한 덕목이다자신의 능력을 합당하게 만드는 것이것은 자신의 발상으로 만든 디자인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관문이다여러 번 언급했지만 디자인은 만드는 이와 사용하는 이의 감성이 서로 만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좋은 경험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만큼 씁쓸한 경험도 한다디자인회사를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하며 마음이 통하는 광고주도 있지만 투자비용만큼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는 곳도 있다.


내가 그 과정에서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혜택을 위한 것들이 얼마나 거기에 담겨져 있느냐라는 점이다그런 면에서 저자의 디자인 생각에 공감하며 놓쳤던 부분과 앞부분에서 언급한 디자인 시뮬레이션 등 디자인 경영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 할 일이다저자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집하기 보다는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위해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함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갖는다는 것이 부분이 오늘의 그와 그의 회사가 유지되고 있는 또 하나의 비결이 아닐까.


디자인은 결국 소통을 위한 도구이다우리는 일상에서 디자인을 따라 다닌다작은 화살표에서부터 다양한 기호를 해석하며 다닌다약속한 신호들을 통해 세상을 읽고 사람을 만난다공통된 해석에서 벗어나 나만 아는 기호로는 세상과 만날 수 없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디자인 사고를 해야 한다당연한 말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저자는 디자인적으로 사고하고 있는가를 묻는다사람을 관찰하고관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상상하며여기서 얻는 통찰과 해법이 잘 들어맞도록 제품을 구성하는 것이 디자인적 사고라는 것이다이런 구조가 순환이 된다면 걱정할 일도 없겠다그럼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라도 있다면 그거라도 찾아 나서 볼 일이다.


최근 우리가 선호하는 제품을 들여다보자기능은 비슷하지만 우리가 기준으로 삼고 선택하는 제품의 이유가 무엇이었는가를 말이다.


좋은 디자인은 심플해야 한다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을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가 반응하는 디자인을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이다저자도 그가 만든 원칙에서 좋은 디자인은 절제이며좋은 디자인은 쉬운 디자인이라며 자신이 세운 디자인 원칙을 밝힌다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은 기업의 미래를 달리하게 만든다우리는 이미 멋지게 등장했다가 어느 날 사라져간 기업실패한 기업을 통해 잘 학습했다.


이 책은 좋은 디자인을 고민하는 디자이너에게디자인을 전공하는 전공자를 위한 책도 되겠지만 회사를 운영하거나 소비자 대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가져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제공하리라 본다. 80년대 디자인부흥 정책을 펼치며 영국정부는 힘을 얻어 일어설 수 있었다대처 정부는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고 까지 말하지 않았던가이러한 나라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영국과 한국을 오고가며 느낀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생겨난 디자인 정책과 방향이 어떻게 다른지 언급한 내용도 익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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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식물에 관한 기록
차유진 외 지음 / 지콜론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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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길에 들어서면 집 문 앞에 놓여 있는 화분들을 볼 수 있다. 오래된 화분에는 고추며 상추가 심어져 있기도 하고, 언제적부터 그 화분에서 자랐는지 모를 식물이 신처럼 곳곳하게 서 있기도 하다. 


때로는 화분 크기하고는 어울리지 않게 작은 나무들이 앉아 있기도 하고 화분보다 더 큰 식물들이 자라기도 한다. 때로는 말라 죽은 가지도 남아 있는 화분도 그대로 남아 있다. 화분 주인의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분과 그 식물들. 한 때는 기쁨과 희망을 주었을 것들이 지금은 그냥 평범한 일상에 녹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처럼 살아간다. 


반려견이라는 말은 들었어도 반려식물이라는 말은 낯설다. 익숙하지 않은 조합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가꾸고 키운 식물들을 이야기한다. 자신들이 가꾸는 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삶에 스며들고 있는지를 말이다. 초록 잎들이 주는 삶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식물에 대한 저자들의 기록이다. 계절의 변화와 환경에 흐름에 따라서 제 몸을 키우고 사라져가는 식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전히 내 화단의 식물들은 푸름과 싱그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아침 햇빛을 머금은 그들은 밤새 응급수술을 하느라 누적된 피로도, 또다시 반복될 지난한 하루의 스케줄도 잊게 해주는 것 같다. -148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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