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누구인가 - 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ㅣ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 명의 인문학자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강의장에 가지 않았지만 강의장에 있는 듯한 느낌은 그날의 현장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학적 성찰에 대한 다양한 방면의 인사들이 나와 자신의 주제를 갖고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주체적인 모습을 이야기했다.
나는 누구인가? 정말 나라는 사람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건가. 직장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얻고 가정생활을 한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어울려 산다. 그런 일과 사람들 속에 나는 어떤 존재인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물어보며 사는지 돌아본다.
나는 누구인가? 이 책에서는 모두 7명이 나와서 삶에 대한 태도와 우리 자신에 대한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한다. 책을 다 읽어갈 때 즈음, 마음이 정리되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더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우며 살아갈 것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불필요하게 끼고 살아가는 것들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도 말이다. 얻는 것, 갖는 것에 대한 욕심보다는 내가 내 생각을 방해하고 가는 길을 집중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들을 쳐내는 그런 일들이 어쩌면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돈 앞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강신주는 벼랑 끝에 서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천천히 가도 도는 길을 뭐든 앞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달리고 있다. 그 끝은 어디인가. 인간 중심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미숙은 우리 몸에 대한 탐구로 잘 알려진 분이다. 이 번 책에서도 우리 몸에 대한 강의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묻는다. 쉼과 활동이 구분되지 못하고 엉켜 살아가고 있는 동안 우리 몸은 망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괜찮아 보이니 계속 혹사시킨다. 그게 지금 우리 몸이다.
“우리의 몸이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순환입니다. 몸은 오장 육부가 순환하고 생리와 심리가 순환하고 외부와 내부가 순환하고 먹거리와 순환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순환을 하려면 삶이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느끼고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새로운 물건과 상품을 만들어 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자신과의 소통이 아니라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의 거울이 있어서입니다.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 그래서 그것이 돈이 되는 것은 창조라 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지금의 삶을 버려야 한다. 정도 이상의 욕망은 오히려 정신을 해치고 나의 균형을 망치기 때문이다. 돈을 좇아 사는 삶은 몸에 이로울 것이 없다. 고미숙은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고 말하며, ‘돈이 목적이 되지 않으려면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서사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좀 더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자는 것이 고미숙의 생각.
이 책의 제목대로 김상 나는 누구인가 묻는다. 인문학의 가장 기초적인 질문이다.살아가는 날들에 대한 고민이 없다. 현실의 삶에 우리 자신을 묶어두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스로 그렇게 묶인 것을 오히려 더 행복해하는 상황은 아닌가 반문한다. 우리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 김상근의 생각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만이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 이 대목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나기도 한다.
“결국 훌륭한 사람이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올바른 일을 행하는 것’에서 남들보다 앞서라는 것입니다.”
이태수는 이 책에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에 있다.그러나 얼마나 제대로 사랑을 하고 있는가. 어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인가. 모든 사랑이 아름다운 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을 우리는 추구하는가? 이태수는 플라톤의 ‘향연’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 동안 누릴 수 있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아본다.
이렇게 1부에서는 우리 삶의 가치를 챙겨 보고 2부에서는 그렇다면 어떤 삶이 태도가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슬라보예 지젝, 최진석, 정용석 이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깨어나 일어나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예가 아닌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연시하며 사는 것들에 의심을 가해 보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지젝이 바라본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은 개인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감시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사회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불편한 것들은 고쳐나가야 한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변화가 좀 더 큰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침묵은 어떤 상황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젝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살펴보고 이들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서구적 소비주의가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미 자체의 수평선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지요. 문화 또한 사회가 전체적으로 바뀌면서 역시(逆施)적인 인간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지금 한국은 급격한 근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최진석의 이야기 속에서는 삶의 주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 삶은 마치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맡겨진 인생처럼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내가 나 자신일 때 나는 자유롭다고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어느 순간 우리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 여기며 내가 조금만 남과 다른 것에 대해서 스스로 불편해하고 두려워한다. 최진석의 질문은 거기에 있다. ‘나 자신으로 못 사는가?'
“자기 스스로 가치 기준을 생각하지 못하고 외부의 이념을 가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자신은 항상 왜소한 존재가 되거나 아니면 그 이념을 얼마나 끝까지 잘 지키느냐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분 강의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경계’다. 경계가 주는 불안감을 오히려 유연성으로 이야기한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어느 한 쪽에 수동적으로 갇힌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기 자신으로 살아있음을 의미한다'라는 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바로 나 자신임을 알고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철학의 틀에서만 우리 삶을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생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표현하는 그런 삶을 살아갈 시간이다.
“자신이 도달한 그 깊이와 높이의 간격만큼 곧 자기 자신의 함량입니다. 그만큼의 세계가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 함량을 지탱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힘이며 이 힘은 곧 욕망입니다. 이 힘을 가진 주체, 모든 사건의 주인이 되어 힘에서부터 출발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존엄한 존재로 새롭게 등장한 나는 존엄한 활동을 하게 되고, 윤리적 힘을 가진 주체로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정용석의 강의는 인간 생체 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인간의 행동과 분석을 통해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본다. 화를 내고 웃고 떠들고 하는 행동과 여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여럿이 있는 가운데서 행하는 개인의 행동을 통해 무엇에 우리 생각이 지배당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유전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다름’에 있음을 강조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유일한 존재가 더욱 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할 인간,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렇게 강의는 끝이 났다. 어떤가.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면서 의욕이 일어나는지. 확 답은 오지 않지만 여러 힘든 상황 속 다시 얼어나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온다. 인문학 열풍이 그냥 유행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차분히 가라앉아 우리 마음을 흔들고 몸을 춤추게 했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 모습이 되면 좋겠다. 너도 나도. 나는 나일 때 자유인이며 아름답다.
“왜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 그 아는 것으로부터 나의 사건을 추동하지 못할까요. 사건을 구성하고 있는 세상은 관념이 아니라 일상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일상의 세계에는 ‘우리’가 아닌 ‘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편적 이념으로 나아가는 데는 목숨을 걸면서 내가 직접 살고 있는 일상을 관리하는 데는 소홀합니다. 왜‘우리’로 사는 데는 적극적이면서 ‘나’로 사는 데는 소홀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