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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트라우마 - 어느 외교 전문기자가 탐색한 한미관계 뒤편의 진실
최형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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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이 있다.필요할 때는 긴요하게 사용하다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면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말인데 한.미관계는 구한말 개항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버릴까 말까,버림받을까 아니면 잘못 엮일까를 두고 저울질을 해왔다.그것은 양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고 정치,경제의 역학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한국은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미국의 그늘을 쉽게 벗아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사회 구성원의 시각차도 크다는 것은 말할 나뉘도 없다.
한국은 해방직전부터 미국,영국,소련에 의한 카이로,포츠담 선언 등에서 한반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를 놓고 미국과 소련이 주축이 되어 왔다.겉으론 조선이 주체국이 되어 한반도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론 해방이후 남한은 미군이 통제하고 북한은 소련에 의한 사회주의 체제가 뿌리를 내린다.남한은 이승만정권이 들어서면서 친일세력과 미국식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북한은 김일성을 중심으로 공고한 사회주의 체제,유일 사상 등이 뿌리를 내리면서 남과 북은 이념과 사상면에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나아가 한국전쟁을 기화로 일본은 경제적 도약을 이룩하게 되는데 그것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덕이 크고 전범국에서 합법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 해주며 일본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략적 요충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샌프란시스코 조약은 미일동맹국으로 변질되고 일제 강점기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이 불참하면서 전쟁 배상,보상 문제들이 철저하게 왜곡되어 버렸던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승만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으면서 미국에 대한 거센 항의였다.미국을 협박하면서 1905년 조선을 팔아먹고 1945년에도 남북한 모르게 38선을 긋고 조선의 반을 떼어주느냐는 약자의 울분이었는데,결국 미국과 맺은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주둔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승만정권의 3.15 부정선거로 인한 대학생들의 이승만 하야와 민주화의 요구,이틈을 타서 박정희에 의한 5.16 군부쿠테타와 장기 집권으로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저항과 희생,탄압이 이어지면서 정치,군사,이념적인 면에서는 동토의 왕국이 되시시피했다.특히 미국은 1960년대 들어 베트남전에 온힘을 쏟아 붇지만 패배하게 되고 한국 역시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의미에서 대한의 건아들을 베트남에 보내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한국이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니 주한미군을 일정부분 감소해야 한다는 단계적 주한미군철수를 시사하니 한국측에선 자주적으로 핵개발 등을 서둘렀던 것이다.박정희에 의한 군부독재와 관료들의 부정부패,인권탄압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이루어졌고 지식인,종교인,작가 등이 합세하여 독재정권에 맞섰지만 철옹성과 같은 군부독재의 요새는 끄덕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박정희를 이은 전두환의 신군부의 출현과 눈에 가시와 같은 민주인사들의 탄압이 거세어지면서 미국도 전두환의 인권 탄압에는 좌시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박정희시대의 김대중과 전두환시대의 김근태에 대한 구명운동이 대표적이다.또한 5.18 광주민주화 항쟁의 배후 세력에 미국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컸지만 당시 릴리 대사 등의 증언에서는 전두환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했고 마지 못해 그가 정권을 잡는 것에 동의했다는 것이 레이건 대통령을 통해 알게 되었다.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부시 전(前)정권은 석유 등의 천연자원에 탐욕을 드러내면서 이라크를 무차별 공격하게 되고 미국의 민심은 그에게서 멀어진다.즉 민생을 외면한 정치이고 보여주는 정치였기 때문이다.그러한 와중에 한미간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무역보복 전쟁을 선언하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로 양국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여 주는데 이 문제는 이명박정권 들어서면서 촛불시위가 말해 주고 있다.미국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현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이제 경제문제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G2국가로 우뚝 솓은 중국이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거 같다.중국도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한국은 지정학적이고 실리적인 면에서 미국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중국은 한반도의 역사문제까지도 왜곡(동북공정)하면서 북한을 경제적,정치적으로 흡수하려는 판에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북한 역시 경제적 낙후 속에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어 나가는 상황이 속출하며 글로벌한 시대에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에 전력을 기울여서는 안된다.동족인 남한은 중국,일본,러시아,미국 등 정치,경제적으로 앞서 있는 국가들 속에서 구한말 시대와 같은 샌드위치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다.일본은 아직도 독도 및 센카쿠 열도,북방 4도 문제 등의 영토문제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데 일본과는 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차원에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되며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의도하는 한반도의 역학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한은 이제 좋아도 싫어도 미워도 예뻐도 북한을 보듬고 감싸야 할 시대라고 생각한다.헝클어진 실타래를 조심조심 풀어 내듯 중단되고 있는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경직되고 가르치려는 자세보다는 남북한 주민이 원하는 통일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북한 수뇌부와의 만남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시대이다.한반도가 지정학적 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이니 만큼 남과 북이 열강들에 둘러 싸여 이리 저리 휩쓸리는 사태가 오기 전에 남북한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되찾는 시간이 조속히 실현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