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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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는 멋과 낭만,예술의 상징이다.파리지앤의 솔직,직선적,쾌활함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겠지만 사랑과 낭만만큼은 파리가 제격인 것이냥 착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사랑에 깊이 빠져 있을 때에는 무아지경에 이른다.보고 있어도 보고 싶으며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에 빠지는 시기이다.사랑도 어느 순간에는 마술의 힘이 풀려 지루하고 지겨운 시간으로 바뀌기도 한다.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한 나름의 계명(戒命)이 있어 지키고 나누며 아끼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물론 사랑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상대에 대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에 상대방의 능력과 잠재력,기질,성격을 기본으로 하면서 그에 걸맞게 대응하고 맞춰 나가는 것이 오히려 사랑을 오래 지속하는 길은 아닐까.

 

 우리 부부는 동창 소개로 만나 75일만에 결혼에 골인했다.모두 나이가 차서 이것 저것 잴 겨를이 없었다.'이 정도면 맞춰 나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매꿔 나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결혼했다.그런데 결혼은 내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인데,나이가 들면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무언의 압력에 의해 결혼을 서두른 것은 후일 후회가 되기도 한다.개인의 일대 중대사인데 뭐가 바쁘다고 그렇게 쫓기다시피하여 혼인을 치뤘는가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지금은 세월의 나이테가 두터워질 만큼 두터워졌는데도 익숙하지 않은 갈등거리들이 생기곤 한다.나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부분 표정과 무언으로 대응한다.시시콜콜 따지고 대꾸하기가 생리에 맞지 않다.인간이기에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갈등과 불타협점을 용해시키기도 하고 에둘러 말하면서 지난 일을 잊기도 한다.문제는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아내의 마음이다.

 

 사랑은 내리 사랑은 말이 있듯 부모에게 받은 정은 크지 않다.아련히 떠오르는 사랑은 조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이었다.자애와 인내,관대함이 철철 묻어난다.장사 때문에 외지에 살았던 부모님과는 한이불 속에 몸을 비비며 사랑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부모님 모두 옛날 분이어서 그런지 "사랑해,너를 믿는다" 등 사랑과 용기,격려성 표현은 거의 들어보지를 못했다.자고 일어나면 일터로 떠나고,돈을 벌기 위해 5일장을 떠돌아 다니셨을 부모님의 젊은 시절을 내가 탓할 사안은 아니지만 사랑도 받은 만큼 줄 수가 있다는 것을 결혼하고 나서 몸과 마음으로 깊게 느낀다.융숭하고 온기가 넘치는 사랑 표현을 잘 해주지 못해 가끔씩 내게 툴툴거리나 싶어 한 번씩 안아 주기도 하지만 이내 성이 차지 않은가 보다.게다가 몇 년 사이 금전문제,사회생활의 나락,인간관계의 결핍,건강 악화 등으로 삶이 주춤거리게 되었다.그래도 살아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식지 않은 희망의 씨를 뿌려 나가려 한다.적극적이고 열심히 사는 것만이 젊은 시절 뜨겁게 불살랐던 로맨스 이상으로 삶에 가치를 안겨 주리라 기대한다.

 

 『미 비포 유』의 작가로 알려진 조조 모예스는 이번에는 신혼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지금 시대의 로맨스와 1세기 전의 로맨스를 교차식으로 그려가고 있다.공통점은 파리에서 허니문을 맞고 있는 점인데,두 커플 모두 뭔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난다.결혼하자고 언약하던 때엔 서로가 마음에 들었기에 혼인을 했건만 신랑되는 사람에 의해 신부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고통을 스케치하고 있다.파리라고 하여 사랑이 달콤한 것은 아닐진대 두 청춘 남녀들이 파리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파리의 유수지를 소개하는 등 독자들에게 마음의 힐링을 안겨 준다.연애하던 시절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지만 결혼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다.그런데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남편되는 건축가 데이비드와 물질적으로 가난한 예술가 남편 에두아르는 신부인 아내에게 마음껏 사랑을 쏟지를 않는다.신부의 마음을 충분히 절절히 이해한다! 신부는 신랑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릴 것이다.짧은 연애를 거쳐 로맨틱한 허니문을 맞이하려던 데이비드 아내 리브와 가난한 예술가 아내 소피는 신랑에게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받지를 못해,사랑을 주지 않은 것을 두고 내내 갈등을 일으킨다.두 여인 모두 심리적 갈등을 겪지만 커다란 풍파는 일으키지 않는다.다만 잔잔한 가슴 내면에 피먹이 들었을 것이다.

 

 두 신혼 커플이 파리에서 겪는 허니문 시간은 미완성의 삶의 시간대가 아닐까.뜨겁고 로맨틱한 사랑을 원하는 것은 남.녀 상열지사에서 비롯된 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두 신랑들은 일을 우선시 하면서 아내에게 줄 사랑은 뒷전에 놓고 있는 것 같다.그래도 두 커플은 파경없이 현실과 상대를 조금씩 이해하면서 사랑의 폭을 넓혀 갈 것이다.2002년과 1912년의 파리의 허니문에 대한 두 커플의 에피소드를 들려 주면서 연애와 결혼의 차이,사랑에 대한 남.녀간의 언어,행동방식을 비교해 보았다.그리고 내 신혼 생활을 돌이켜보면서 나름 알콩달콩했던 시절도 상기해 보았다. '있을때 잘해'라는 유행가와 같이 사랑은 헤어지고 여의면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사랑은 위로와 감성이 넘치는 말도 좋고 스킨십,농밀한 육체관계 모두 좋다.허니문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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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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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기 희생자들에게 악마의 이니 미니 마이니 모(eeny meeny miny moe; 아이들이 하는 '어느 것을 고를까요,알아맞혀 보세요,딩동댕!' 게임과 비슷한 선택 게임) 게임을 하도록 강요했다.

-p170

 

 상기와 같은 선택 게임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하다고 생각하니 전율이 일어난다.누군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치열한 생존 경쟁은 인간이 갖고 있는 도덕적,윤리적 판단 잣대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왕왕 있다.그래서 운없게 무력하게 희생된 피해자를 생각하면 '속절없다' 라는 자탄이 절로 나온다.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연쇄적으로 살인 사건을 저지르는데, 가해자는 막후(幕後)에서 조종하는 것과 같은 강렬한 느낌과 이를 즐기는 듯한 사이코패스가 꽤 많다.

 

M.J.알리지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셈이다.드라마,시나리오 각색과 소설집필을 병행하는 분인데,이번 작품이 주는 감각은 생소하지만 (현실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누군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주제 설정과 사건과 수사 진행도 속도감 있게 펼쳐져 나간다.게다가 여형사를 등장시킨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예리하고 섬세한 수사 진행방식이 그렇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샘과 에이미)가 공연장에서 귀가하던 중 차를 얻어 타고 커피 향에 취해 눈을 뜨자 그들이 갇힌 곳은 폐쇄된 다이빙 풀장 속이다.어두컴컴하고 협소한 풀장 속에서 샘과 에이미는 휴대전화 액정 화면 속에 변조된 기계음이 시키는대로 상대방을 죽이든 자살을 하든 선택하라는 메시지였다.살아나 자유를 얻기 위해 에이미가 취한 선택은 연인 샘을 죽였던 것이다.그 외 회사 동료간(피터와 벤) 여자 문제,리더십 문제가 발화가 되어 앙심을 품고 지하 공간에서 벤의 희생,사회복지사가 개입되어 발생한 살인 사건은 어머니가 딸을 질식사 시켰다.과연 이니 미니의 배후는 누구일까.

 

 특별 수사팀장 헬렌이 중심이 되어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만나 사건 정황을 간파하고, 선.후배 형사들과의 관계 설정도 쉼터 이상으로 재미를 안겨 주었다.일을 떠나 남.녀가 로맨스에 빠져드는 대목은 나름 달콤한 양념이 되어 준다.헬렌을 중심으로 살인 사건의 전모(全貌)를 밝혀나가는 가운데 살인에 대한 선택 게임의 진범이 밝혀지는데...

 

 이러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인간이 개인 및 사회에 대한 불만과 탐욕이 빚어낸 복수심,금전적 이익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특별 수사팀장 헬렌이 살인 선택 게임에 말려 들게 되었다는 점이다.이 작품은 오늘날 '내가 살고 네가 죽어야 한다'는 극히 이기적이고 매몰찬 세상을 희화화한 작품으로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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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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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삶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게 마련이다.타고난 기질과 성향도 살아가는 방식과 (외부적)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해 간다.그런데 숨길려도 해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은 심리적 내면의 의식과 양심이 아닐까 한다.좋은 일이야 쉽게 나타나고 쉽게 사라지지만 마음의 상처,양심의 거리낌과 같은 일은 긴 후유증을 남긴다.인간이 신(神)이 아닌 이상 상처와 고통,비양심적 행위를 초월하여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부류는 과연 얼마나 될까.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은 상처와 고통을 씻기고 죄를 사(謝)할 때까지 스스로 고백하고 추스르며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꽤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강심장의 소유자,후안무치와 같은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는 색다른 세계를 사는 존재들은 차치하고 말이다.

 

 독일의 인기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죄의 메아리》 를 접하면서 시종일관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죄에 따른 응분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장장 535쪽의 분량이지만 쉽게 읽히는 스릴성 이야기이다.인간이 저지르는 비양심적,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것들이 주위에서 흔히 접할 법한 소재들이지만 인간의 행위에는 반드시 인과응보가 따른다는 진리를 새삼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글은 주인공 버지니아의 과거사(두 남자와 유종의 미가 개운치 않은 점)과 현재(외간 남자를 자신의 별장에 끌여 들여 밑도 끝도 없이 새 삶을 살아가려는 발상과 어리디 어린 유아들을 대상으로 유괴 및 살인 사건을 교차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다.은행 지점장에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버지니아는 남편 프레데릭과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트가 대형선박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바로 리비아와 나탄이다.둘은 버지니아 별장에서 가사 도우미를 했던 인연으로 버지니아는 남편 프레데릭과 상의도 없이 리비아 부부를 별장으로 끌어 들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어두운 분위기로 치닫게 된다.한편 사라를 비롯한 유아들이 누군가에게 유괴되어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데,범인에 대한 단서는 오리무중이다.유괴 살인사건은 연쇄살인으로 이어진다.범인은 동일범임에 틀림없다.

 

 버지니아 별장에 들어온 리비아,나탄 부부는 요트가 산산조각 나면서 겨우 알몸으로 살아난 셈이다.리비아는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고 나탄은 (돈이 탐이 나서) 버지니아에게 접근한다.한편 프레데릭은 정치권에 입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자신의 딸 킴이 실종되고 나탄은 버지니아에 대한 행실의 진정성이 의문시되면서 유아의 유괴,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부상한다.비록 나탄은 유아 실종,살인 사건에 대한 진범은 아니었지만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행세하면서 감언이설로 버지니아를 꾀임에 빠트린 행위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등잔 밑이 어둡다'고 유아 유괴 살인의 진범은 별장관리인이면서 킴을 보살펴 주던 잭이었다.그는 소아성애자,변태성욕자로서 인면수심의 소유자였다.세상에는 별별일이 다 있듯 믿을 사람도 없을 정도로 삭막하기만 하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니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 살고 있는 버지니아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게 되었고,순진하고 힘없는 어린아이만을 골라 변태 성욕을 저지르는 소아성애자들의 행태를 고발한 이 작품은 빗나간 윤리의식과 금전에 대한 탐욕이 빚은 사회적 사건 시리즈물로 인식된다.진부한 얘기지만 개인의 재산,생명은 스스로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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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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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공포,광기,죽음에 대한 체념 속에서 무명인으로 잡초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야만 했던 가련한 군상들에 대한 기록이고 광시곡(狂詩曲)이 아닐 수가 없다.전쟁의 현장을 밀도 높게 그린 이 글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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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있는 여름별장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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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본능을 통찰력 있게 그린 글로,과연 그 이면에 어떠한 일이 전개될 것인지 기대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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