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혁명
임현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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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문제를 다룬 이야기는 현실 경제와 맞물려 제법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경제 선진국들이 휘청거리면서 재기의 기운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선보이는 경제 소설은 경제문제 관계자든 그렇지 않든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어느덧 2015년도 저물어가고 병신년(丙申年) 새해도 역시 경제전망이 밝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 암울하기만 하다.내수 진작,고용 창출,소비자 물가 잡기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경제흐름이 좋아질 기미가 없어 사는 재미마저 없다.그래도 살아가야 하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계에 충실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현 관세청 소속 공무원인 임현진 작가는 경제,금융 관련 지식과 화폐제도에 관한 상상력을 이용하여 경제소설의 첫 장을 멋지게 펼쳤다는 생각이 든다.2015년 9월 월드자산운용 회의실에서 G2국가 및 브릭스 국가의 경제 상황에 대한 얘기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주고 받는가 싶더니,이야기의 핵심은 2022년 일본 재정위기로 한국 경제가 다시 휘청거리면서 그 대안으로 실물화폐시스템을 들고 이야기를 전개해 가고 있다.고공행진을 펼치던 중국 경제성장률도 주춤거리는 반면 미국 경제는 다소 호전의 기미를 보인다.신흥 경제개발도상국인 브릭스 국가들은 원자재수요의 감소로 인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 근자의 화제거리다.

 

 임현진 작가는 미국의 기축통화시스템이 바뀌어야 현재와 같은 경제 난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예견하면서 '실물화폐시스템'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선보이고 있다.실물화폐시스템은 물물교환에 기반한 것으로 상품이 스스로 화폐의 기능(교환의 매개,가치척도,가치저장)을 수행하는 경우를 일컫는다.즉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실물화폐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다.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선진국들이 양적완화를 하면서 유로,엔화가 시장에 방출되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반면 신용화폐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보여진다.

 

 일본 국채 금리가 뚝 떨어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이 휘청거리게 된다.이와 반대로 미 달러 가치는 반등하고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달러와  미 국채를 실물 자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중동 산유국들은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달러 자산에 투자할 여력마저 많지 않은 상황이다.이렇게 달러,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시장의 불신 심화와 일본중앙은행마저 화폐를 발행해 국채를 매입하고,미국과 유로존까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화폐를 기피하는 양상에 이르렀던 것이다.즉 화폐를 대체할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국제 금 시세,유가,원자재 값이 급등하기 시작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주인공 지혁이 테미스(Themis)사에 재직하고 테미스 시스템으로 금전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모든 결제를 테미스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또한 테미스 시스템을 통해 실물화폐를 투자수단으로 삼는 이용자가 늘고, 자금 유입,실물자산 매입 등에 대해 비상대책을 세우기도 한다.외화불법유출혐의,조세포탈 등으로 세무조사, 검찰수사를 받기도 한다.금융거래에서 흔히 발생하는 환치기,이면계약,불법 자금세탁 문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상무부 고위직 관료와 지혁이 특별한 인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중국측이 제시한 것은 테미스사의 지분 50%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이다.그외 금융-무역 네트워크인 Megan David의 얘기도 실물화폐시스템과 관련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 시대의 종언을 예고한 이 글은 부채에 기반한 화폐체계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시나리오나마)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세계 시장의 기축이 화폐일진대 부실한 금융경영을 탈피하여 실물화폐시스템이 향후 세상의 온.오프라인 실물화폐결제시스템을 떠맡아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현재와 같이 얼어붙언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대안이 무엇인지 대책을 세우고 향후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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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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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인물의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은 악마를 연상케 한다.소름끼치는 전율감과 뒷걸음질이라도 쳐야 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흉모(凶謀)로 가득차 있는 얼굴이다.이 사람도 태생 자체가 누군가를 죽이고 사회를 불안케 하려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잘못 만난 부모의 DNA 유전자를 닮았다든지 성장하면서 보고 배웠던 것들이 악마의 소굴은 아니었던 것일까.이 글을 읽기 전에 표지 인물을 보니 그러한 생각이 내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내 마음 밖으로 떠날 줄을 몰랐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승자가 주도권을 쥐고 살아가는 법이다.고금을 막론하고 말이다.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사회는 평등,자유가 완전하게 걷지를 않는다.인간이 사는 세상은 경쟁과 불평등 속에서 주도권을 쥔 자들에 의해 사회가 흘러간다는 것이다.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회법칙은 아닐까.사회가 불평등하고 억압받던 군부 독재 시절에는 특히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와 개성은 주류 이데올로기에 파묻히고 만다.힘없는 민중은 독재 정권에 눈에 거슬리고 찍히기라도 하는 날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인간 이하의 수모와 유린을 당하고 만다.이러한 사례는 한국 현대사 가운데 군부 독재시대가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세력들에게 행했던 비인권적,비인도적 처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글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해 나가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이다.근자 이슬람 IS 과격단체에게 파리가 테러의 소굴로 변하면서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공교롭게도 이 글도 파리가 공간 배경으로 연쇄 살인사건이 세 차례 이상 터진다.시신이 발견된 현장에는 으레 사지 절단,식인 흔적,유혈 낭자 등 괴기하다 못해 온몸이 공포와 전율로 휩싸이고 만다.낭테르 지방법원 판사인 잔과 텐 판사가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면서 귀중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즉 잔 판사는 정신과 의사인 페로의 진료 녹음파일을 엿듣다가 연쇄살인범을 동일범으로 추정하면서 정신과 의사 페로부터 만나려 하는데 용의자,의사 모두 오리무중이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목격자,피해자 주변인물의 증언은 없고 단지 정신과 의사의 녹음파일을 토대로 살인범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놀라운 것은 시신을 절단하고 인육과 골수를 즐기는 전형적인 인면수심의 인간이 아닐까.파리에서 발생한 세 차례 이상의 연쇄살인 사건의 공통점은 힘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참하게 살해하고 인육과 유혈을 즐기려는 듯한 변태적인 행위에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이야기는 전반에는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는 듯 하다 연쇄범의 용의자인 요아킴을 '자폐.유전.원시'라는 테제로 압축하여 추적해 나간다.잔 판사는 히피족 부모에게 태어나 학창시절엔 남미권을 두루 주유하면서 스페인어에 능통한 재원이다.게다가 국제적인 감각과 수사능력,젊음이라는 삼위가 일체하여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용의자 요아킴은 변호사이면서 자폐증세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는 악이 낳은 아이였다.요아킴의 소재지를 알아내어 그를 잡기 위해 바다 건너 중미(니카라과,과테말라)와 남미(아르헨티나)를 전전한다.특이한 것은 1976년 무렵 군사독재 정권이 탄생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인육과 유혈 낭자극의 시대가 꽤 오래 진행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작가는 박학다식의 소유자인 것 같다.생물학,법의학 지식은 물론이고 중.남미 현대사와 세계 현대사와의 연계점을 이 잡듯이 재현하고 있다.소중한 자식과 형제자매가 유권 유린을 자행하는 군부에 의해 이슬과 같이 사라지고 마는데,시체마저 유가족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공중에서 바다로 시체를 던져 버려 완전범죄를 획책하고 있다.아르헨티나가 1982년 영국과 포틀랜드 전쟁을 치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패정치,국론분열,인권유린이 극치를 걷던 시대에서 영국에게 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런지.부정과 억압이 판치던 아르헨티나 현대사가 낳은 요아킴은 반인반수와 같은 생활을 해야만 했다.태어나서 원숭이 떼들과 함께 원시 상태로 살아가야 했던 요아킴은 비애와 비극의 하수인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이에 대한 증거라도 되듯 1980년대 초반의 중남미 정정(政情)을 생생한 수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민주화가 싹틀 때까지의 중.남미의 굴곡진 현대사를 잘 묘사하고 있다.죽은 사람의 육신은 누군가에게 뜯겨 먹히고 영혼은 대천(大天)을 방황하고 있는 듯한 유령의 혼을 똑바로 목도하는 듯 하다.폭력의 메커니즘으로 태어난 요아킴은 정령 인육과 유혈을 좋아하는 원시 부족에게 넘겨져 중.남미 굴곡진 현대사를 직접 반영하고 있다.끔찍하리만큼 강렬한 문체와 서사적 스토리는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단면을 온믐으로 읽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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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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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뻔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작품을 접했다.흔히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닌 황당무계(荒唐無稽)의 극치에 포복절도하고 말았다.세속에서 권력도 권위도 없는 한낱 민초에 지나지 않은 일개 백성이 삼엄하고 경건하기 짝이 없는 국가의 최고 기관 속으로 뚫고 들어가 자신의 속사정을 고소하려는 돌발적인 행동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한참을 넋을 놓았다.참으로 가관이었다.이렇게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이야기를 류전윈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직조해 가고 있다.

 

 류전윈(劉震雲) 작가의 작품을 어느덧 네 번째 읽게 되었다.『닭털같은 나날』 『나는 유약진이다』 『말 한마디 때문에』에 이번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까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중국 하류계층들이 겪는 삶의 고초를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생활 수준,사회적 위치가 높은 계층보다는 하루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중국 하류계층의 삶의 고단함을 우회적이나마 해학과 풍자를 섞어 건조한 일상에 윤기를 더해 주고 있다.그리고 이러한 하류계층의 삶의 내막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어 국가 지도자들에게 알려져 삶의 개선을 도모하고자 하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위장 이혼이 진짜 이혼으로 탄로나면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도도하게 전개된다.주인공은 리설련(리쉐롄)이라는 여성과 남편 진옥하(진위허)가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한다.중국의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해 1가구 1자녀 정책을 줄곧 시행해 왔다.근자에는 1가구 2자녀도 제한적으로 수용한다는 소식도 들었다.1가구 1자녀 정책을 어기면 당연 당사자에겐 불이익이 떨어지게 마련이다.리설련은 어찌하다 둘째를 갖게 되면서 위장 이혼을 하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법적으로는 진짜 이혼이 성립되어 소송에 들어가기로 작정한다.이혼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고 남편 진옥하에게 혼인을 인정받은 후 다시 이혼을 하려는 의도이다.

 

 리설련은 소송에서 진짜 이혼으로 판결을 받았지만 낙심하지 않고 자신이 겪고 있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중국 최고 인민회의가 열리는 베이징을 향해 달린다.그녀는 사회 질서 교란죄로 유치장에 들어갔지만 고집불통이다.리설련이 법을 잘 몰라 이루어진 자작극으로 보여지는데,그녀는 법원 위원,판사,법원장,남편 진옥하 그리고 자신까지 고소한다는 취지로 베이징을 향한다.그녀가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야 성이 차는 듯하다.이만한 배짱이면 세상 어떤 일이든 못할 게 뭐가 있을까.학창 시절 알았던 친구 조대두를 만나 숙식을 해결하고 인민 대회당에도 미꾸라지처럼 요리 조리 헤쳐 나가다 결국 덜미를 잡히고 만다.일개 인민이 인민 대회당까지 난입하게 만들었던 관련자들 이를테면 시장,현장(縣長),법원장,법원 자문위원,법원 판사 등이 줄줄이 면직되고 말았다.이것이 이야기의 1부다.

 

 2부는 그 해프닝이 있고난 뒤 20년 후이다.리설련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49세)이고 큰 아이도 장정이 되어 결혼할 나이이다.리설련이 인민 대회당에 난입하고 제재를 받아 고향으로 되돌아 와서 착실하게 살았냐 하면 그건 아니다.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 즉 진짜 이혼을 가짜 이혼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계속 고소를 해왔다.그런데 리설련을 좋아하는 조대두라는 남자가 있었다.그는 리설련이 고발을 그만 두도록 공무원과 짜고 일을 벌인다.그녀는 이를 눈치채고 조대두와 결별하고 다시 베이징 인민 대회당을 향해 달린다.이번에는 인민 대회당까지 가지를 못하고 중도에서 병이 나고 병원비를 절친에게 충당받고 귀가한다.자신이 고이 기르던 딸과 소의 죽음을 통해 느낀 바가 있었는지 고소 사건을 중단한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지키지 못해 위장 이혼을 했던 리설련은 참으로 어이없는 인생을 살아왔다.정부의 기강을 흐리면서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했던 드센 여자임에 틀림없다.황당하고 뻔뻔스러웠던 소송극이 무위(無爲)로 끝나고 만다.그녀에겐 회한만 남았을 것이다.이야기는 허무맹랑한 듯 보이지만 중국 인민들의 온기 섞인 애정과 우의가 잘 드러나 있다.리설련에겐 한 마디 해주고 싶다."해야 할 것과 그만 두어야 할 것을 제 때 가려서 하는게 삶의 지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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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팽창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3
구보 미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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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에 잠자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연애 사이가 되었든 부부가 되었든 한 침대에 누워 몸을 비비고 욕정을 나누는 행위는 어느 생물과 동일하다는 생각을 새삼 지울 수가 없다.잠자리가 흔히 남자가 주도하고 여자가 따르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는 생각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남자가 생식기에선 정자가 매일 셀 수도 없이 생성되고,여자의 생식기에선 배란일에 맞춰 단 하나의 난자가 점액질로 똘똘 뭉쳐 생성된다.남자와 여자가 몸으로 욕정과 사랑을 엮어가는 행위는 생각만해도 짜릿하기만 하다.생식기가 최고조로 팽창하는 순간은 심연으로 빠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 남자와 잠자리를 갖으며 사랑을 나누고자 애를 태우는 일명 색녀(色女)인 주인공 미히로는 기초 체온을 재고 배란일을 체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그렇다고 사랑한다고 하는 남자는 잠자리하기를 '소 닭 쳐다 보듯'한다.상대는 게이스케이다.같은 동네에서 자라면서 오빠,동생 사이였던 것이 이제는 부부로 살아가기로 생각하고 있는데 게이스케는 딴전을 피운다.미히로는 게이스케와의 첫 경험이 그토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때가 되면 으레 게이스케와 성욕을 불사르려 벼르는 참에 결혼하지 않은 게이스케의 남동생 유타와 알게 모르게 가까워진다.사귀자고 고백했던 사람은 게이스케인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게이스케는 미히로와 무덤덤하기만 하다.

 

 엄마가 음난녀가 불리는 미히로는 남자와의 관계도 엄마를 쏙 빼닮았나 보다.얼마나 섹스를 원했는지 모르지만 길을 가다가도 사타구니 사이로 점성(粘性) 액체가 흘러나와 속옷을 적실 정도이니 말이다.사람에 따라 섹스에 대한 욕구 정도가 다르겠지만 2,30대에선 남.녀 모두 힘과 에너지가 최대치를 발휘하는 시기가 아닐까.미히로는 게이스케와 섹스를 하기 위해 기초 체온을 재고 배란일을 체크하는 등 꽤 적극적이다.게이스케와 미래를 약속은 했지만 섹스 문제는 내내 불안정한 생리현상과 같기만 하다.아랫배가 슬슬 불편해져 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버지를 여의고 가업을 이어나가는 게이스케(편의점 일)는 바깥 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정열적인 섹스 행위는 없지만 미히로와 함께 누워 껴안는 시간이 정열적인 섹스 행위 이상인 것 같다.게이스케는 동생 유타와 미히로와의 관계 문제로 육탄전을 벌인다.미히로의 아이를 갖고 싶고 가족이 되고 싶었다는 마음을 동생 유타에게 강하게 어필한다.앞서 미히로는 게이스케와의 관계에서 유산했던 경험이 있다.게이스케는 자신이 사귀고 있는 여자를 동생이 건드리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결국 몸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남.녀 관계에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 부부일진대 혼인을 앞두고 사귀는 연인 관계에선 이성보다는 본능과 감정이 우선인 경우가 많다.사람의 성격도 천차만별이니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즘에는 잠자리 문제로 남.녀 사이가 소원해지고 결별하는 경우도 흔하다.사랑을 주어야 할 때는 아낌없이 주어야 한다.사랑을 받으려고 할 때도 계산적으로 받으려 하지 말고 상대의 기분과 감정,입장을 고려하여 서서히 기다리면서 다가가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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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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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이 잘사는 나라를 구현하려 했던 녹두장군 전봉준 혁명적 삶은 익히 알고 있지만,그의 이단아적이고 혁명적인 삶을 접하면 접할수록 나 같은 개인은 너무도 미세하고 초라하게 다가온다.근간 한국사 교과서를 주류 이데올로기 세력이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기우가 불안으로 다가온다.19세기말 구한말과 작금의 대한민국의 민중들의 삶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구성원 간의 위화감마저 극심해져 가는데,역사 교과서마저 주류 이데올로기 세력이 꽉 쥐고 장악하겠다고 하니 무소불위의 정치 권력이 재탄생했다는 것을 소름 끼치도록 느끼게 한다.녹두장군 전봉준은 보국안민(輔國安民 :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의 기치를 내걸고 스러저 가는 나라,희망 없는 민중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기고자 했던 것이다.세월이 120여 년이 흐른 지금(只今)도 절대 다수가 편안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판인데,역사 교과서마저 국가가 일률적으로 획책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책의 우선 순위를 잘못 짚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다.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작가의 《나라 없는 나라》는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은 대한민국이 국제 정치 역학 구도가 안정치 못하고 위정자들이 풀어내는 정책 방향 등이 대다수 국민들과 합(合)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이유는 국가와 국민간의 대화와 소통의 부재가 큰 문제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이광재 작가는 구한말 나라와 백성을 살리고자 했던 농민 운동의 정신이 아직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구한말 일본에 빌붙어 권력 유지를 했던 자들 이를테면 친일파들이 해방이 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있고,국정 교과서 강행 결정은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하고 지속적 정권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모든 영역이 진보화되어 가는데 왜 국민들의 생각과 감정마저 획일화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국과 일본이 한반도 우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면서 조선 국내는 그들의 각축장(角畜場)이 되고 말았다.주인이 주인답지 못해 인국들이 담을 넘고 와서 그들의 입 안에 삼키려 했다.특히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하면서 조선 내정은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임오군란(1882년)과 갑신정변(1884년)이 개화파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일본군 및 일본 정부관료들이 대거 조선에 침입해 왔다.청국이 청.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비싼 대가를 일본에게 치르고 일본은 조선을 삼키려 방해세력은 밑동부터 싹뚝 자르면서 무능한 위정자들을 포섭해 나갔던 것이다.일본군은 신식군대에 뛰어난 총기술로 전쟁을 치르고 농민 봉기에도 대처했던 것이다.죽창과 같은 열악한 총기류로 일본군에 맞서려 했던 농민군은 당연 일본군에게 대적이 되지를 못했다.1894년 녹두장군 전봉준을 필두로 하여 김개남,손화중,김덕명,최경선 등이 호서,호남 지방을 중심으로 일본군 및 관군에 맞서 대항했던 것이다.그들이 조직했던 군은 민보군(民堡軍)이다.

 

 지금 마포 공덕동은 당시 공덕리였다.대원위(대원군)는 공덕리에 있는 별장 아소정(我笑亭)에서 녹두장군과 독대하면서 보국안민의 정신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은다.이광재 작가는 녹두장군의 고향 정읍 이평을 중심으로 농민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집강소에서 보국안민창의대라는 조직을 결성한 뒤 본격적으로 동학 농민운동이 불붙기 시작한다.작가는 고부,전주를 주무대로 현장감 있는 스토리 전개를 하고 있고,(당시의)예스러운 표현들이 퍽 인상적이다.민보군의 지도자들의 뜻이 하나로 똘똘 뭉쳤건만 뛰어난 화기,정예화.조직화된 일본군에 맞서 대적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장소는 다르지만 모두 피체가 되어 불여귀가 되고 말았다.힘없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구하고 탐관오리의 폭정에 맞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했던 동학 농민운동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전봉준에게는 제자와 같은 을개가 있고 딸 갑례와의 헤어지는 날의 주고 받은 말은 마음의 울림이 크기만 하다.

 

 ―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다.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

 

 ― 살아남아라. p267

 

 피체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어 가는 녹두장군의 모습은 꽤 초췌한 모습이지만 보국안민의 정신만은 잃지 않고 또렷하게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나라가 나라답게 되살아나고 민중이 두 다리 쭉 뻗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녹두장군 전봉준은 몸과 마음으로 요구했다.화로의 숯이 잉걸불로 이글이글 타오르듯 주인없는 나라를 되살리려 몸과 마음으로 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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