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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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씨의 작품 세계에 대해 딱부러지게 말할 계제는 아니지만 <상실의 시대>등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인간 내면의 빈 공백을 메꾸려는 인간의 심리를 잘 그려 나가고 등장 인물과 주변 사물과 자연등을 세밀한 필치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인데,1Q84 1 역시 그와 비슷한 양상을 알게 되었다.

 총24장으로 이루어진 1권은 읽으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아오마메와 덴고라는 인물을 번갈아 가면서 각장을 스토리를 장식해 나간다는 점이다.그외 <공기 번데기>의 주역 후카에리,잡지사의 마쓰이씨,2차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사할린에서 일본 본토로 돌아와 부를 일구어 가는 노부인과(재일한국인) 보디가드 다마루씨,후카에리를 곁에서 친딸처럼 돌보아 준 아자미씨등이 등장하고 있다.

 20대의 미혼녀로서 스포츠계에서 마사지등 미용과 관련한 일을 하는 아오마메씨는 대학 동창중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하고 남편에게서 늘 폭행에 시달리면서 목메달아 자살하는 것을 발견하면서,그녀는 못된 남자들만을 골라 유혹한 뒤에 쥐도 새도 모르게 아이스픽으로 찔러 살해를 하면서 남자에 대한 복수의 염을 불사른다.

 덴고는 수학과를 나와 학원에서 수학 강사를 하다,우연히 잡지사 마츠이씨를 알게 되는데,학원에서는 학생들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고 집에 와서는 글을 읽고 습자 연습을 하는등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청년이다.하지만 덴고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NHK시청료 수금을 하는 수금원인데,아버지의 직업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신이 직접 수금을 하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싫어 따로 살게 되는거 같다.

 잡지사에 공모된 작품중에 후카에리가 쓴 <공기 번데기>가 심사원들에게 발탁이 되어 마쓰이는 덴고와 함께 후카에리라는 자를 찾아서 글을 수정하고 윤색하여 멋진 한 편의 책으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짜게 되는데,천신만고 끝에 후카에리의 거처를 알게 되고,덴고는 그녀와 자주 만남을 통해 그녀로부터 공기 번데기를 각색하기로 합의를 보게 된다.

 후카에리는 부모님이 1960년대 후반 일본의 좌익계열의(공투) 이념투쟁으로  쫓기고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어느 곳인가로 잠적하게 된다.일명 증인회라는 종교 집단을 만들게 되는데,겉으로는 일반 종교 법인처럼 정당한 목적과 이념을 공표하고 행동을 하지만,베일에 가려진 자세한 내막은 특수부로 유명한 일본에서조차 파헤치지 못하는 거같다.

 아오마메는 부인을 못된 기혼남자에 대한 혐오증이 갈수록 심화가 되다 보니 어떻게든 지나가는 남자를 건드리고 유혹한 뒤 복수의 칼날을 서슴치 않게 되고,착실하게 경영을 일구어 부를 이룬 노부인을 만나서도 이러한 화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다독이는듯 하다.

 공기 번데기가 날개 돋친듯이 잘 팔려 나가면서,저자 후카에리에 대한 인터뷰 공세가 세를 몰아가고,공기 번데기에 나오는 리틀 피플이 주목을 받게 되는데,오웰이 지은 1984에 나오는 스탈린의 빅 브라더스에 언어적 대비인 리틀 피플이 주목을 받게 된다.그것은 후카에리의 부모님이 농업 발전을 모토로 한 선구가 종교 단체로 바뀌면서,증인회의 교인들을 리틀 피플로 대체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덴고는 어릴때의 기억에 친부가 아닌 외딴 남자에게 어머니가 젖을 빨리는 기억이 강하고 선연하게 남은 탓인지,다소곳하고 착한 이미지의 한 여인과 매주 금요일 욕망과 외로움을 달래는 듯하다.

 무라카미하루키의 대학 시절의 공투 및 1980년대초 나카소네 전수상의 경찰일신화에 따라 1984년이라는 숫자에 의문을 나타내는 Q가 덧붙여져 새롭게 뭔가를 갈망하고 채워가려는 심상이 크지 않은가 싶다.

 제2권에서는 개인적으로 덴고와 후카에리의 관계가 작가와 스폰서의 관계가 아닌 한차원 높은 연인 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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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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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신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다.예전에 몇 권을 통해서 작가의 문체,작법,스타일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이번 도서 안에서도 문체나 그녀만이 갖고 있는 스타일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그녀의 대학시절의 주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했고,저 자신도 같은 세대이다 보니 시대적인 상황이나 감정등은 어느 정도 일치하고 동감을 얻어가는 듯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나이 40이 넘고 중년의 불혹이라는 걸쭉하면서도 묵직한 시기에,누구든지 지나간 시절의 희미하고 빛이 바랜 흑백사진 속의 웃고 울고 있는 추억이 서려있을 것이다.좋아하고 고백하고 헤어지고 부딪히면서 영원히 시간이 멈추지 않을거 마냥 부풀었던 꿈과 희망이 몇 십년이 흐르고 삶에 쫓기면서 고단했던 과거를 들추어 마치 허물이 없는 친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라고 고백이라도 하는냥 작가는 섬세하고 서정적이며 애잔한 감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옴을 물씬 느끼게 한 이야기였다.

1970대말,80년대초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민주화의 열망이 용솟음치던 그 시절,작가는 배움을 향해 고향을 떠나 낯선 도회지로 오게 되는데,이종 사촌언니댁에서 붙박이로 생활하지만,어머니를 여의고 삶에 대한 회의와 우울함으로 사촌언니집에선 오래 기거를 못하며 새로운 둥지(동숭동)를 틀면서 벗들과의 소소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대학강의실에서 뵙게 된 윤교수,늘 호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 넣고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던 미루,그녀의 친구 윤서,소꿉놀이 친구 단이등이 스승이자 친구로서 흠모와 우정을 쌓아 나가는데,1980년대초 민주화운동의 한 가운데에 서울의 한복판은 늘 시위로 최루탄과 곤봉이 난무하며,미루는 언니 남자친구가 시위대의 주모자로 연행되어 행방이 묘연해지며 사회에 불만을 품고 분신자실을 하게 되면서 미루는 화염에 손에 데여 손등이 하얗게 변해가고,단짝 단이는 군대에 입대하고 사격장에서 오발사고로 의문사하게 되며,존경해 마지않던 윤교수는 교수들에게 강제해직사태에 분연히 사직을 하면서 열정적이고 희망에 가득찬 젊은이들의 앞날이 회색으로 물들어 가는 사회상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작가는 시골의 어머니가 암투병으로 돌아가시며 홀로 남게 된 아버지와 생활을 통해 외롭고 쓸쓸함을 달래주는등 천륜의 정을 보여주기도 함을 진하게 느꼈으며,투병의 와중에서도 험난한 세파를 헤쳐나가라고 한푼 두푼 모아 적금한 통장을 그녀의 유산으로 물려주게 되는데,부모자식간의 끈끈한 사랑과 정을 되새겨 보곤 했으며,그녀는 조그만 옥탑방을 삶의 둥지를 틀면서 미루,윤서,단이등과의 서울 생활을 이어 나간다.

윤이가 좋아하고 가까이 지냈던 미루,단이는 불행하게도 자살과 의문사로 생을 마감한 슬픈 사연을 들려 주면서도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앞으로는 밝은 시절만 오기를 갈망하는 작가의 의도도 엿보였다.80년대의 전국이 민주화를 갈망하던 시절이라 학업보다는 거리로 뛰쳐나와 그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했고,작가는 주변인물로서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면서 사회의 단면을 읽어냈던 것이고,한편으로는 가까웠던 친구들과의 우정담이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고,상처와 상흔은 남아 있지만 흘러가 버린 시간을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또 다시 오는 시간만이라도 밝은 시간이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는거 같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모든 만물이 멸하여 가고,인생의 비탈길을 향해 가는 시간이지만 한번쯤 과거의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떠한 의미에서든 자신이 살아온 괘적이며,성장의 요소이자 기억이 저편에 있는게 아니라 현실과 함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작가가 말한것처럼 유수같은 시간을 커다란 물병 속에 담아서 쓰고 싶은 만큼만 조금씩 따라 부어 쓰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물질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진 온실속에서 성장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선배들이 겪었던 아픔과 회한,상처,상흔,추억들을 살펴보고 잔잔한 울림이 그들에게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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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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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구한말,일제강점기를 거쳐 제2차대전의 와중에 있었던 이야기인거 같다.주인공은 선대로부터 백정의 집안으로 쇠날이 할머니와 올미 할머니의 우연찮은 만남에서 시작된다.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처녀시절 봄나물을 캐러 산 속에 들어 갔다 뭇남자들에게 농락을 당하고,칠흑같이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발견되면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주인공 아버지를 낳게 된다.

 아버지는 백정 신분이 보잘것 없고 출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족보까지 진주하씨로 바꾸며 자신의 입신과 이익을 챙기려 안간힘을 쓰고,일제 강점기에 접어 들면서 한강대교 공사와 함께 일본인과 교분을 쌓아 가면서 크고 작은 일에 직.간접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게 되며,그의 어머니는 집안 일은 저리가라 하고 늘상 좋아하는 음악,멋내기,영화등에 심취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집안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시에 대부분의 백성들은 하루 먹고 살기가 빠뜻하고 힘겨운데,주인공의 집안은 그래도 일본인들과 빌붙어 경제적으로는 여유를 보이고 형은 일본에 유학생으로 가지만 나라 잃은 설움과 함께 귀국하여 사상 운동(KAFE)에 빠져 들며,일본인들의 추적과 감시 속에 결국 잡혀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와중에 주인공은 형과 잠시나마 마음의 위한을 주고 받았던 '현옥'이라는 여인을 좋아하게 되고 마음을 털어 놓을 단계까지 가게 되지만 2차세계대전의 막바지에 형이 자살 특공대에 실려갈 운명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형을 위해 집안을 계승하고 맏이로서 부모님께 효도를 다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자살 특공대에 자원하게 되는데,조선 청년들도 10여명이 가미가제 특공대에 아까운 청춘을 제국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과 일본 민족의 기상을 위해 산화했던 것이다.형에 대한 주인공의 기특하고도 믿음직한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기도 하며,그가 자살 특공대에서 죽음의 순간을 머리 속에 한량없이 그렸지만,그는 하늘이 도왔는지 거대한 폭풍 앞에서 풀밭으로 쳐박히며 살게 된다.

 미천한 가족의 역사와 신분의 변신을 꾀했던 아버지는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잃어버린 나라도 내팽개치고 개명까지 하며,어머니는 집안일은 재쳐두고 멋내기에만 몰두하며,형은 일본 유학에 사상에 물들어 뭔가를 꾀하려다 좌절되고,그는 현옥과 결혼을 하게 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시대의 아픔과 시대와 영합하려는 자들의 단면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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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어른을 위한 동화 4
안도현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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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면서도 에세이적인 산문집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안도현 작가님의 ’관계’를 읽으면서 나와 주위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고 문제는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비단 사람뿐만이 아니고 우주 만물 속에는 천적관계도 있지만 공생관계를 이루면서 세상에 빛이 되고 희생을 하면서까지 인간에게 다대한 혜택을 남기는게 수없이 많음을 알고 있다.

 22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이 도서는 인간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악의 요소를 버리고,동.식물,건물,기계등을 바라 보면서 그것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보이지 않은 은혜를 베풀고 있는지를 묵묵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또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엄연한 세파 속에서 각자처해진 일터,관계 속에서 현명한 지혜와 행동으로 나은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첫 이야기에 나오는 상수리(일명 도토리)와 낙엽의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관계는 많은 교훈을 안겨 준다.여름 내내 풋풋하면서도 날이 갈 수록 영글어가는 상수리는 갈참나무의 든든한 보호아래 살이 찌고 멋지게 여물어 간다.

 그러던 상수리는 가을이 되어 온몸에 힘이 쭉 빠져 그만 절벽같은 낭떠러지로 ’툭’ 떨어지고 만다.상수리를 따고 주우려 하던 산촌의 할아버지는 주섬주섬 상수리를 주워 모은다.옆에서 보고 있던 낙엽은 내년 봄에 다시 한 생명으로 태어날 상수리의 생명을 기대하기에 상수리가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바람이 불어올때면 부스스 소리를 내며 상수리의 몸을 엄호해 준다. 

 용케도 낙엽 속으로 숨어 있던 상수리는 겨우 내내 산 속 대지의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다음 해 찬란한 봄이 옴을 알아차리고 움크리고 있던 사지를 활짝 펴고 땅 속 깊은 곳에서 가녀리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운 생명의 싹을 틔우게 된다.두툼한 갑옷만 입고 얼굴만 삐죽 내밀고 비로소 새로운 세상 속에 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상수리와 낙엽의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상호호혜의 정신이야말로 참다운 관계이고,어떠한 사이에서든 진정한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삶이 한층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질 수가 있다고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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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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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아마 평범하면서도 특출한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다만 이 글의 공간적 배경이 산이 훨히 올려다보이는 산꼭대기 마을과 야산에서 또래들과 칼싸움하고 기마전을 벌이며 해가 넘어가도록 지칠줄 모르고 마냥 뛰놀았던 것은 흡사 '아홉살 인생 '속으로 빠져드는듯 했다.

 주인공 여민은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로 남의 집에 얹혀 살기를 반복하다  도시외곽 산꼭대기 별이 보이는 곳으로 둥지를 튼다.수없이 낯선 환경 속에서 자라온 여민은 호적계의 실수로 나이에 비해 한 학년이 빠르게 되고 아홉살의 3학년으로 산과 학교,숲,이웃 사람들과 부딪히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회고 및 성찰의 시간으로 이 이야기는 전개되어 간다.

 산꼭대기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어머니는 이사를 왔다는 신고식차 밀가루파전을 돌리면서 이웃간과 서로 안면을 틔게 되고,산꼭대기 주변 야산에서는 말 그대로 자연을 벗삼아 골목대장이 되기도 하고 부하가 되기도 하는등 개구쟁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마치 내가 살았던 집 뒤의 야산에서 친구,동생들과 놀던 시절이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 갔다.

 홀어머니 밑에서 고시공부하던 청년의 부탁을 받은 여민이는 짝사랑의 편지를 피아노선생에게 전해 주면서 어른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란 무엇인지 아홉살 여민이는 아마도 같은 반 우림이와 성격과 생각은 다르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우림이는 여자라는 느낌이 강하고 여민이는 어리지만 참을성과 배려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꼭대기 이웃 간에도 불화와 다툼이 끊이지 않는데,작가의 어린 시절이나 나의 어린시절이든 서민들이 살던 당시는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남편은 아내에게 무조건 명령하고 아내는 절대 순종하는 식이지만 도가 지나치고 상황이 악화되면 욕지거리,가재도구 던지기등으로 큰 소리가 땅을 뒤흔들고 자라나는 아홉살의 여민이는 어른들의 세계를 어떻게 보았을까? 또한 무허가로 집을 지어 세를 놓고 있는 풍뎅이영감은 매달 아니 며칠에 한 번씩 산꼭대기 집들을 다니며 월세를 수금하려 들지만,기종이네처럼 오누이만 사는 집에 나타나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볼때에는 몰염치,몰양심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찼다.여민이 아버지의 설득과 회유에 의해 기종이네만은 월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하니,법적인 문제로 나올 때는 무허가에 착취라는 혐의가 두려웠던게 틀림없다.

 전설처럼 토굴 속에서 흰 머리 휘날리며 단신으로 연명하다 생을 마친 불쌍한 토굴할매,고시공부 한다던 골방청년은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을 예감하고 비관적이 되어 숲 속에서 목을 메달아 생을 마감하고 남게 된 홀어머니는 얼마나 낙심하고 환장하겠는가?!,비록 처음은 좋지 않았지만 가장 가깝게 지낸 기종이는 누나와 뻥까기대장 한 상사와 결혼하게 되면서 이별을 고하고,여민이도 공부도 싫고 세상이 재미가 없어 숲 속에서 방랑을 하게 되는등 이런 저런 경험과 접촉을 하게 된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훈육한답시고 체벌을 가하면 체벌교사는 십중팔구 학부모에 의해 신고를 받고 징계나 전근발령을 받을지도 모르는데,1970년 당시는 말그대로 선생님은 하늘과 같은 존재였으리라.숙제를 안해 온다든지 품행이 단정치 않다든지 말썽을 피우는등 눈에 가시같은 학생은 가차없이 주먹,고무로 제작된 검정 스리퍼등으로 퍽퍽 얻어 터지며 가녀린 아이가 바닥에 쓰러져 코피가 보일때까지 흠신 두들겨 패는 모습은 공포스러운 학교생활이 아니었나 싶다.그게 비단 '월급기계'로 불리워졌던 여민이의 담임선생님의 빗나간 훈육관이었는지 교사로서의 자격미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숲 속에서 방황하다 산지기에 들켜 여민이는 산지기에 의해 말도 안되는 혐의를 받으며 눈에 별빛이 보일정도로 두들겨 맞는데,여민이는 아마 풍뎅이영감이나 산지기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 '교활'해지기 위한 궁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홉살 인생을 읽노라니 산꼭대기에 붙어 있는 집들도 얼기 설기 없는 사람들 위주로 살아 가는 빈민촌의 모습이 연상되고 이웃들의 살아 가는 모습도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전형적인 밑바닥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같다.골방철학자 청년의 순애보적인 짝사랑 이야기,여민이와 짝 우림이의 싫었다 좋았다하는 소꿉장난 같은 이야기등이 어린 시절 그 맘때에 있을 법한 일상이 아니었다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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