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역
캐스린 포브즈 지음, 변은숙 옮김 / 반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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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으로 가슴 뭉클하고 슬프며 훈훈한 우정등을 한 가족사를 읽어 내려갔다.주인공은 앨리이며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부터 사춘기시절까지의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이웃,하숙생들간의 잔잔한 슬픔과 감동,부쩍 커가는 어른스러움이 묻어 나는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앨리,그녀는 차비가 없어 무임승차를 하려고 검수원의 눈을 피해 작은 몸을 승객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다 몇 번이나 들켜 길거리로 내몰리고 어쩌다 운이 따라주면 무임승차의 쾌감을 느끼며 무사히 집으로 안착하게 된다.

 골드러시의 붐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왔던 그녀의 조부모들은 앨리 리즈타운에 자리를 잡고,그녀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몇명의 형제가 있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만 살아 남게 되고,할머니로부터 재산을 물려 받은 아버지는 그럭 저럭 직장 조합원과 정당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가게 되고,어머니와는 여러가지 이유로 불화를 겪게 되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어린 앨리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엄마와 하숙생들 사이에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마음 속에 온기가 없는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다.그러던 중 아버지를 만나러 가게 되고,엄마와는 대조적인 아버지의 성격에 앨리는 마냥 어리광도 부리고 맛있는 음식,영화등의 호사도 누리게 되며,엄마가 있는 곳으로 떠나는 날,아빠와의 슬픈 이별이 가슴 찡하게 울려 오기도 했다.

헤어지던날,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딸의 손가락을 놓치지 않으려고 팔을 몸에 꼭 붙였다.앨리가 기억했던 것보다 아빠의 팔은 더 가늘었다.


엄마 릴리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에 앨리가 쓰던 방마저 하숙방으로 개조하려고 하는 엄마의 계획으로 앨리는 주방 한쪽으로 밀려 나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다행히도 앨리는 성격이 쾌활하고 미지의 세계,호기심이 왕성하여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크게 자극을 받지 않는거 같았다.

 아버지를 낳아 주신 할머니가 보고 싶고 병세가 걱정이 되어 엄마의 허락을 받고 할머니에게 향이 나는 비누를  선물하지만 향이 너무 진해서 '라벤더'비누로 바꿔 오려다 돈이 모잘라 슬쩍 바꿔쳐 할머니에게 돌아오지만,할머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만다.아버지의 사랑을 할머니에게서 느끼고 싶었던 앨리의 마음이 쓰러 내려 앉았을거 같다.또한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을거 같다.

 하숙생중 페글리라는 성격 못된 사람을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며 하숙집은 전에 없던 활기를 띠게 되고,앨리는 댄스,연극등을 익히게 되면서 제리라는 친구를 새로이 알게 되고 둘만의 대화와 소통의 공간을 갖게 되면서 어른의 세계를 탐색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게 된다.

 앨리와 제리를 위해 연극 레슨을 해주었던 비스켈이 영양 실조로 세상을 떠나고 그를 마음으로 배려하고 아껴주었던 미니는 세크래멘토로 돌아가며,엄마의 친구처럼 곁에 있어 주던 로티 이모는 하지정맥류로 병원치료를 받게 된다.

 섬세하고 문학적인 소양이 깊은 아버지와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어머니는 끝내 재결합을 못하게 되는 비운을 안겨 주지만,꿋꿋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엄마의 생활력으로 앨리는 행복한 성장을 하게 되고 자신은 아버지 해리 바턴의 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앨리 리즈 타운을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1910년대 말부터 1920년대 초의 미국 서부의 한 가족의 이야기가 여류작류의 섬세하고도 잔잔하며 때로는 가슴을 저미게 하고 때로는 가슴 벅찬 감동과 기쁨을 전해준 <환승역>은 사람 사는 이야기로 시대와 관계없이 우리 이웃의 소박한 삶의 풍경이기에 내게는 오래 남을 작품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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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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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나 20세가 되면 성년이 되고 인생의 푸른 꿈을 안고 삶을 설계하며 일과 사랑,야망,풋풋함등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피가 끓는 시기가 20대라고 하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 다무라히시오씨의 여정을 따라가 봤다.

 우리나라처럼 일본에서도 대학에 떨어지면 재수생활(로-닌)을 하는데,다무라는 어지간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지 지긋지긋한 나고야 촌뜨기에서 벗어나려 일본의 서울,도쿄를 향하여 시티보이를 꿈꾸게 된다.일류 대학은 아니더라도 승가 대학이라도 들어가는게 꿈이라고 하니,역시 일본도 도쿄와 지방간의 차별 대우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섯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다무라의 청춘 이야기 속에는 미숙한 인생경험으로 첫 사랑 나오코를 만나면서도 숫기없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임하고,결혼할 나이가 되자 나고야의 어머니는 도쿄의 친구 딸과의 만남을 주선하게 되는데,역시 맞선자리에 캐쥬얼 차림이라니,개성은 편안함은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고야의 아버지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더 이상 대학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다무라는 꿈꾸던 음악 평론가보다는 현실에 맞게 기획사를 차리게 되는데,평소 칠칠치 못하다고 생각했던 모리시타가 먼저 결혼에 골인을 하고 다무라는 모리시타의 결혼을 접하면서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이 1979년부터 1989년까지의 다무라의 청춘 스케치인데 굵직굵직한 해외 뉴스도 함께 접할 수가 있었다.가수 존 레넌의 암살 소식,올림픽 유치확정이 나고야가 아닌 서울로 확정되는 장면,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붉은 이데올로기의 해체등이 다무라의 나이 30이 가까워지면서 꿈과 이상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허전함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다.

 청춘은 이미 갔고 인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투에 현실 인식을 제대로 했을거라는 생각과 다무라가 집을 나와 기획사라는 울타리에서 또 다른 인생을 향하여 전력투구하리라 생각이 든다.

 지나간 20대의 모습은 나름대로 설레이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을게다.하지만 20대의 잔잔한 쓴맛 속에서 인간은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20대가 그리워지고 좋았던 시절이라고 회고할거 같다. 

 이 작품이 저자의 이력가 맞물려 자전적인 냄새가 나는걸 보니,읽는 내내 글의 전개가 경쾌하면서도 뭔가 아쉽고 후회스러운 점도 엿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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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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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을 몇 권 읽어 보았지만 '공중 그네'만큼 유머스러운 작품은 드물 것이다.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단편마다 약방의 감초이며 주인공역으로 분장되어 나오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좌충우돌은 읽는 내내 그의 해학적이고도 직업적인 정신에 매말랐던 감정에 단비를 뿌리고 사는 거라는 것이 복잡한 것만은 아닌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려 주는 글이었다.

 오쿠다히데오의 작품은 번역되는 족족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그의 작품 속에는 묵직함이나 심각한 사유를 소재로 하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이한 소재,인물들을 내세워 독자들을 사로 잡는거 같다.

 어두침침하고 퀘퀘한 냄새가 스며 나는 지하의 신경정신과의 내부에는 으례 하마처럼 뒤룩뒤룩 살이 찐 중년의 이라부와 수많은 내원자들에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팔뚝이든 허벅지든 주사바늘로 찔러 대는 당찬 간호사 마유미는 이 글을 중심으로 몰고 가는거 같다.

 선단 공포증 야쿠자인 세이지,곡예사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중그네의 여러 스텝들,아자부가쿠인 대학 의학부 동창회 이야기,푸르른 그라운드의 야구 이야기,한 여류 작가의 인생담등이 아라부의 주접스럽고 맛깔스러운 말투와 함께 시간이 가는줄 모르게 작가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를 흡인력과 실제감을 살려 독자들을 휘어 잡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음도 체감했다.

 "자,입 다물고 주사부터 한 대 맞자구!"

 신경정신과에 오면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환자의 사연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뚱뚱한 체구의 왕방울만한 눈동자의 이라부의 주사 명령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마유미의 콤비같은 절묘한 신경 정신과의 요괴스러운 분위기는 실소와 포복절도를 하지 않으면 안될 그들의 멋진 입담과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이라부는 5편의 단편 속에 꼭 등장한다.마치 이라부가 아니면 그 자리가 썰렁하게 되어 버릴거 같다.살찐 몸으로 공중 그네를 타기 위해 구슬땀 흘리며 곡예 연습을 하고,30대 중년에 의학부 동창들과 길거리를 쏘다니며 간판들의 글자를 살짝 바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며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며,야구를 즐기기 위해 그라운드를 곰처럼 굴러 다니는 이라부,한 여류 작가의 심리 치료보다는 어설픈 글로 작가가 되려는 못말리는 이라부의 이야기들이 참으로 절묘한 인물 설정이었고 신선하며 유쾌한 독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현대 소설을 기대해 본다.현대의 삶은 굳어 버린 심장마냥 생각과 감정이 매말라 마치 열사의 황야를 걷는거 마냥 팍팍하게 느껴지는데,이 소설처럼 시원하고 유쾌하며 이라부처럼 독특한 인물로 인해 재미있는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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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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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의 한반도의 역사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이념의 속국으로 무의식적으로  오랜 세월동안 정신적 지배를 받고 받아야만 했던 암울한 시기로 말미암아  정권을 쥔자에 의해 수많은 인사들이 체제의 역행죄로 탄압과 고문,감옥 생활,보호 관찰등 일련의 가시밭길 같은 삶을 살아야 했고,남은 가족마저 연좌제로 몰려 사회 생활을 제대로 못한채 절름발이의 삶을 지탱해야만 했다.

 아직도 한국은 남과 북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양대 이념의 대치하에 언제 남과 북이 하나로 될지 모르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의 불명예를 안고 살아 가는데,이 글의 주인공 '윤혁'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분단국가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상과 이념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해방후 북한은 남한에 사회주의 세력을 확대하여 남한을 공산화할려는 기도하에 '윤혁'과 '박동원'은 남파 간첩으로 침투하여 용공 세력을 포섭하려던중 당국에 의해 검거되고 갖은 고문과 사상의 전향을 강제적으로 강요를 받지만,윤혁의 순망치한같은 존재인 박동원은 끝내 사회주의 우월성과 신념에 의해 사상 전향을 거부한채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게 되고,윤혁은 갖은 고문과 회유가 원치 않은 사상의 전향자로 발을 딛게 된다.

 1990년대 전후로 독일의 브란덴부르크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해체되면서 박동원과 윤혁은 자신들이 굳건하게 신봉했던 정신적 지주가 와해되면서 내면적으로는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되는데,윤혁은 보호 관찰 대상자로 국가에서 정해진 일정한 거소에서만 생활을 하면서 김형사라는 자의 지속되는 감시와 사회주의의 약점과 자본주의의 장점등에 대해 세뇌 교육을 받으면서 김형사의 주장에 겉으로나마 동조를 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 정부에서는 남북 대표자급 회담을 물밑에서 준비하고 성사시키기 위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장기수 이인모씨를 그의 처자식이 살아 있는 북한으로 보내게 되면서 윤혁의 30년 이상 그의 모태신앙처럼 받쳐온 이념이 마음 속에서 기름기가 퐁퐁 같은 세제 방울에 의해 차츰 씻겨 내려 가는 계기가 찾아 온다.

 구멍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려 그에게 발견된 두 오누이의 애틋한 사연을 알게 되면서 그는 친손자.손녀마냥 말벗도 되고 따뜻하게 대해 주면서 사상에 대한 갈등과 번민등이 사르르 녹아져 가고,보호 관찰소에 알게 된 젊은 청년 강민규는 윤혁의 굳건한 사회주의 사상과 일어 실력을 알고 그에게 여러 차례 번역일을 의뢰하면서 경제적인 수입과 더불어 그는 더욱 안정적으로 변해 간다.

 그의 인생이 새롭게 반전되는 계기는 아무래도 그의 일생을 있는 그대로 적어 책으로 만든 '수기'일 것이다.수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그를 찾아온 최보육원장은 윤혁의 지나온 삶을 이해하게 되고 남은 생을 보육원에서 함께 보내자는 제의와 함께 못이기는 척하고 동행하게 되며 친손자.손녀마냥 키워 왔던 경희와 기준도 보육원에서 같이 살게 된다.그는 보육원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는 삶을 자청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1970년대 거리와 벽에는 '때려 잡자 공산당,간첩 현상 수배 신고하면 천만원,간첩선을 신고하면 5천만원'등의 벽보와 현수막등이 나붙었던 기억이 생생한데,윤혁과 박동원같은 소위 고정 간첩들에 의해 수많은 인사들이 포섭당하고 용공세력으로 매도 당하면서 당국에 의해 갖은 고문과 공포의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한국은 해방과 더불어 미군정하에 실시된 조사에서 노동자,농민들이 계급의 해방을 70%정도가 원했다고 하니,그 당시 사회주의에 대한 매력은 컸다고 할 것이며,남한과 북한의 수뇌에 의한 이념과 체제로 말미암아 이를 거역하고 배신하는 세력들은 불순분자로 낙인 찍혀 처참한 고문과 희생을 치렀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 '윤혁'의 삶은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시녀이고 꼭두각시로서 남파되어 수십년의 세월을 초조함과 갈등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만 되는 처지였지만,늙어서 오갈데 없는 입장에서 두 송이 꽃같은 소년.소녀와 강민규의 강력한 정신적 지원과 보육원장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동토와 같았던 심장이 펄펄 끓는 심장으로 변하여 남은 생은 자신보다 못한 주위를 보살피면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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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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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작가님의 작품을 읽다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거 같다.그것은토속적이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소재가 많고,지난 시절의 고단 했던 백성들의 삶의 여정,사랑의 본능을 마음껏 보여 주는 애로틱한 묘사라고 생각이 든다.또한 그의 불세출의 입담은 글에서 실타래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마력이 있다.

 얇으면서도 삽화를 겹들인 '똥친 막대기'를 읽으면서 역시 시골이 배경이고 두메 산골 밭이나 논이 나오겠고,자연과 순박한 촌민들이 등장하겠지라고 생각했다.불과 20~30년전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시골의 풍경은 봄부터 겨울까지 시간이 정지된 듯한 풀내음과 흙내음,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밥 짓는 소리가 연출되고  사람과 똑같이 배가 고파진 누렁이가 피어 오르는 연기에 조건반사적으로 밥 달라고 짖어 대는 것을 연상하게 했다.

 시골은 참으로 정겹다! 밥이 떨어지면 옆집에 가서 찬밥 한덩어리라도 얻어 먹고 기억이 나면 갚고 안 갚아도 그만이다.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고 사람의 손대신 이앙기가 모를 심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요즘 세태에서는 똥친 막대기의 존재나 정겨움은 이미 사라진듯 하다.

 이 글에서 주인공은 말 그대로 똥친 막대기인데,그의 조상은 백양나무이다.제법 물이 오르고 도톰하게 살이 찐 백양나무 가지는 농부에 의해 싹둑 잘리고 농부의 마음가는 데로 용도가 달라져 감을 알게 된다.

 논이나 밭을 갈때 휘청휘청 소 뒤에서 채찍질용으로 쓰이기도 했을테고,재희의 잘못을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의 사랑의 벌로도 쓰였을 것이며,재래식 화장실의 암모니아와 구린 내가 풀풀 나는 똥을 휘젓는 것으로도 사용이 되었을 것이다.말 그대로 만능이었던 것이다.

 또한 재희는 말괄량이로서 동네 남자 아이들의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휘휘 저으며 막대기로 방어 역할을 했으며,재희의 손에 의해 냇가 풀숲에 처박혀져 그의 꿈이 백양 나무로 환생하여 사람들의 온갖 시중을 추억으로 삼고 자신의 갈 길을 찾아 가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무생물이고 말을 못하는 존재이지만 똥친 막대기는 재희가 자신의 꿈을 발견이라도 한듯 물가에 자신을 놓고 물을 먹고 영양분을 빨아 들여 새로운 꿈이 현실화되고 재희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으로 쑥쑥 성장해 가는 모습이 참으로 마음 훈훈함을 느끼게 했다.

 이젠 시골에 가 봐도 지게나 삽,작대기,쟁기,달구지,재래식 측간등을 볼 수 없게 된지도 오래 되었다.다만 그 시절엔 현대의 모습에서 볼 수 없는 사랑방의 삶의 이야기,훈훈한 정이 질펀하게 살아 있었고 작가는 이를 농밀하고도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고향과 향수,아련한 사랑을 느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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