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라는 발명 - 1572년에서 1704년 사이에 태어나 오늘의 세계를 만든 과학에 관하여
데이비드 우튼 지음, 정태훈 옮김, 홍성욱 감수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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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 새로운 별을 관찰했던 1572년과 뉴턴이 그의 <광학>을 출간했던 1704년 사이에 발명되었다." - 과학이라는 발명


새로운 과학이 '혁명적'이었음을 강조하는 데이비드 우튼의 임팩트 있는 한 마디로 시작하는 책 <과학이라는 발명>. 우리는 이미 과학혁명이라는 용어에 익숙한 상태입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농업혁명과 함께 1500년 경 과학혁명이 호모 사피엔스 종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중요시 했을 만큼 과학혁명은 우리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일부에선 과학혁명 같은 것은 없었다고 부인합니다. 단지 합의된 사회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는 그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데이비드 우튼이 이 책을 썼습니다. 과학혁명은 분명 있었다고 말입니다. <과학이라는 발명>에서 1572년에서 1704년 사이에 이뤄진 과학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입증합니다. 1572년과 1704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과학의 기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과학혁명이라는 용어가 합의된 완벽한 역사적 사실인 줄 알았는데, 과학혁명을 거부하는 과학자들도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오히려 주류 과학사학은 과학혁명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점진 발전'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마술은 과학으로, 신화는 사실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은 우리의 철학과 과학으로 인식될 만한 무언가로 대체된 17~18세기 지식의 시대. 여전히 화학은 걸음마 수준이었지만 이때의 변화는 위대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과학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저자는 이것 없이는 산업혁명도, 현대의 기술도 없었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먼저 과학이 찾아왔고, 나중에 기술이 도래했다고 말이죠.


20세기 시점에서 바라본 지식인들의 구성물인 과학혁명. 산업혁명 용어 위에서 생겨났기에 사후 구성인 셈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깨닫고 나서야 과거의 의미들이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게 됩니다. 진보는 멈추지 않는다는 계몽주의 신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과학혁명 그 자체였다고 말입니다.


1000여 페이지 넘는 벽돌책이어서 부담스러운데 내용마저도 장벽이 높으면 어쩌나 걱정스럽긴 했습니다. 대중의 수준을 조금 높게 잡았는지 교양과학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은 문장들이긴 합니다. 그 부분이 아쉽긴 한데 그래도 과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어 한 번쯤 도전해보면 좋을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데이비드 우튼이 과학혁명을 입증하는 방법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근대과학의 탄생에 기여한 요인들을 하나씩 소개하는데 특히 과학의 언어에 초점 맞췄습니다.


발견, 진보, 사실, 실험, 가설, 이론, 자연법칙, 확률, 증거 등의 용어들이 그 시기에 출현한 겁니다. 그 용어들은 과학적 사고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과학혁명 동안에 발명된 과학 언어들은 현재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발명>은 물리적 도구보다 과학의 언어에 집중합니다. 언어는 정신적 능력을 변화시키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언어적 변화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수정되었다는 결정적 지표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 시대. 아리스토텔레스는 항시 옳다고 확신하는 철학자들은 그의 주장을 검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겐 새로운 지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인식과 상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발견'은 이전에 아무도 한 적이 없는 경험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다고 시사합니다.


과학의 기초가 되는 개념인 '발견'이라는 명사는 영미에서 1554년에 처음 등장했고, '발견하다'라는 동사는 1553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발견의 발견과 함께 베이컨은 진흥, 진보, 달성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발견의 개념 위에 과학의 철학을 세웠습니다. 잇따른 우선권 논쟁 등 근대 과학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과학적 질문에 대해 사고할 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17세기의 구조물일 뿐입니다. 르네상스기 과학은 본질적으로 고전 과학의 연장이었을 뿐이고요. 무엇이 고대와 근대를 구별하는 걸까요. 바로 fact 사실입니다. 우리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시하기 때문에 그것이 근대적인 발명품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는 사실에 관한 단어가 없다고 해요. 뉴턴의 <광학>에도 이 단어는 없없습니다. 1661년 이후에나 등장합니다.


실험이라는 용어도 살펴볼까요. 예전부터 실험은 수행되었지만 전문가들의 작은 공동체가 중요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같은 기구와 실험 기법을 사용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간의 측정이 정확성을 인정하는 전문가들의 공동체. 즉, 실험의 재현이 가능해진 때가 과학혁명 시기입니다. 실험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지만 그 지식이 순환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진보의 기회는 없습니다.


보통 코페르니쿠스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출간이 근대 과학의 시작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었어요. 당시 우리의 과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대 천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더 중요한 사건은 1572년 브라헤의 신성 관측입니다. 그리고 인쇄술 덕분에 빠르게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1608년 망원경과 현미경의 발명도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망원경은 프톨레마이오스 체계를 축출합니다. 기구들은 사고를 위한 인공기관이며, 변화의 동인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읽다 보면 표준적인 과학 기구들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됩니다. 하나의 변화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과학의 탄생을 전개합니다.


1660년대 갈릴레이 이후 과학을 지칭하는 '근대적' 낱말의 새로운 의미가 등장합니다. 새로운 과학 때문에 마술, 마법에 대한 믿음의 쇠퇴가 일어납니다. 세계의 탈마법화가 이뤄지는 겁니다. 과학혁명은 인쇄술과 망원경의 발명에 의해 가능해졌고, 새로운 과학은 실험과 관찰에 기초하며 이전에 진행되었던 것과 종류가 달랐습니다.


과학혁명의 시작을 추적하는 <과학이라는 발명>.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과학이 언제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 과학이 혁명이 된 이유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과학의 기원에 관한 탐구를 지적 도구, 과학의 언어로 보여주는 부분이 특히 흥미진진했어요. 과학혁명의 실재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며 문화를 넘나드는 언어로서의 과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혁명은 단지 그것이 너무나 놀랍도록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되었다."- 과학이라는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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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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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체험하는 워크맨 채널을 평소 즐겨보는데 그에 못지않은 기자 버전이 있습니다. 기자 정신을 외치며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눈물바람 쏟기 일쑤인 남형도 기자.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자수 독보적 1위를 유지할 만큼 핫한 남기자의 체헐리즘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엔 예능처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저도 눈물바람 될 뻔했어요. 재미와 울컥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멋진 체험 만나보세요.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시선에서 소외된 것들을 체험하고 그 체험이 남긴 것들의 기록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들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진정 이해하는 건 또 다른 일입니다. 한번 겪어보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남형도 기자의 발상과 실천력이 정말 놀랍더라고요.


"당신이 되고서 알게 된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작은 한숨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며." -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부끄럽지만 용기 내어 브래지어를 입어보기도 합니다. 여성들의 불편함에 대한 공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착용하는 법부터 땀 삐질. 브래지어를 입고서 출근을 합니다. 옷 색깔도 맞춰야 하고 피곤한 일 투성이입니다. 하루 종일 갑갑해서 미칠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차고 있으니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었지만, 그건 불편함에 적응했을 뿐이라는 날카로운 분석까지 해냅니다. 성적인 시선에서 족쇄, 억압의 도구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를 안긴 체험이었습니다.


여성의 불편함에 대한 체험, 독박육아 체험, 노화가 진행된 노인 체험, 초등학생 체험, 취준생 체험 등 평소 내 주변, 당신의 삶을 경험해봅니다. 체험 기간은 짧은 하루였음에도 상상했던 것과는 무척 다르더라는 걸 깨닫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에서 특히 울컥하며 읽은 부분이 노인 체험이었는데요, 노인 분장을 완벽히 하고 하루를 보내면서 평생 당연하다 여겼던 움직임도 너무나 힘들었고 하루가 참 더디게 가더라는 걸 몸소 경험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일상을 체험하면서 감정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하루 종일 힘들게 폐지를 주워도 밥 한 끼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착잡했고,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조하는 일을 하면서 인간에 대한 자괴감도 느낍니다. 소방관, 집배원, 환경미화원 등 일상을 지켜주는 이들의 노고를 직접 체험해보기도 합니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들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시각장애인 체험도 정말 리얼합니다. 벚꽃이 한창 피던 계절이라 눈을 감고 지팡이에만 의지한 채 벚꽃축제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출발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그 장소에 가기까지 평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장애물로 놓입니다. 점자블럭은 엉망이라 몇 미터 나아가는데도 한참을 걸리고, 버스는 우르르 몰려드는데 어떤 버스가 몇 번 버스인지 알 수 없어 수차례 놓치고, 교통카드 찍는 위치도 헤맵니다. 터치스크린조차 조작할 수 없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상황 등 온갖 장애물 투성이였다는 겁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겠구나 싶은 절망감이 밀려옵니다. 평범하게 누려왔던 일들이 누군가에겐 이토록 힘든 일인 줄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2018년 시작장애인 수는 25만 명이 넘는데 왜 주위에서 보기 힘든지 이젠 알겠다고 합니다.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거였다고 말이죠.


힘들 때마다 '이건 체험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란 생각에 견뎠다는 남형도 기자의 말이 울림을 줍니다.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그저 생각만 해보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의 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입니다. 그리고 그 간극을 조금은 줄이고자 많은 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글로 알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업 체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의 역할까지 잘 챙긴 이야기여서 읽는 내내 감동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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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2020-2021 최신판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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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도 여행으로 한 여행족 엄마 권다현 여행작가의 <아이여행 가이드북>. 안고 업고 다니면서도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책육아 많이들 하시죠? 여행육아도 장점이 정말 많아요. 길 위에서 자란 아이는 덕분에 체력 좋은 초긍정왕이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와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도 어디를 가야 할지 찾아보는 게 번거롭습니다. 매번 가는 곳만 가게 되기 일쑤더라고요. 막막한 부모의 마음을 속시원히 긁어줄 <아이여행 가이드북>으로 여행지, 체험할만한 곳을 한 방에 해결해보세요. 아이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할 수 있는 여행을 위한 백과사전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궁금한 점들은 Q&A로 정리되어있고, 노키즈존 대신 키즈 프렌들리 맛집도 콕콕 짚어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우리나라 여행지가 무려 365곳. 제주는 별도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와 직접 여행하면서 고른 여행지여서 생생하고 정확한 정보가 실려있습니다.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세부 일정은 변화무쌍하겠죠. 일반 여행 가이드북처럼 세밀한 일정보다는 유동적인 일정을 잡게끔 배려합니다. 그게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의 정답이겠지요?



<아이여행 가이드북>은 우리 아이 오감을 고루 만족시키는 여행지로 가득합니다. 당일치기 도심 산책, 체험을 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자연여행, 역사여행, 예술여행, 캠핑 등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입니다.


6개월부터 10세까지 여행지별 추천 연령과 다녀오기 가장 좋은 계절이 표시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좋습니다. 자연 명소, 박물관, 미술관, 체험관, 테마파크 등 평소 알고 있던 여행지도 많지만 새롭게 알게 된 곳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비싼 돈을 들여야 하는 여행지보다는 여행문화를 알려준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여행을 한다면 안 보였던 곳들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의 꿈을 위해, 지적 호기심을 위해, 감성을 위해 떠나는 여행. 서울에서 제주까지 여행지마다 핵심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알려주니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여행지 주변 연계 가능한 코스도 소개되어 있고, 계절별 목차 외에도 지역별로 여행지를 정리한 인덱스도 따로 있어 편리했어요.​


이왕 하는 여행. 뭐라도 하나 더 알려주고 싶고 본전 뽑는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기본은 부모와 아이가 모두 함께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여행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삼은 가이드북입니다.


아이여행의 고수가 정리한, 아이도 좋아하고 부모도 만족하는 여행 백과사전 <아이여행 가이드북>으로 아이와의 즐거운 추억 많이 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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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마을의 푸펠
니시노 아키히로 지음, 유소명 옮김, 노경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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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잘 그리는 사람이 하늘을 그리고, 건물을 잘 그리는 사람이 건물을 그리는 그림책 분업제를 이끌어내며 무려 35명의 아티스트 분업으로 4년 동안 만들어진 책, 굴뚝마을의 푸펠 (Poupelle of Chimney Town).


개그맨 출신 동화작가 니시노 아키히로의 글에 35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협업이라니 놀라워요. 소셜 클라우드 펀딩으로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그림책입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지고 있다하니 기대됩니다.


4,000미터 절벽 아래 세상, 굴뚝마을. 끊임없이 솟아나는 시커먼 연기가 두텁게 하늘을 뒤덮은 곳입니다. 파란 하늘, 반짝이는 별들을 모르는 굴뚝마을 세상입니다.


어느 날 밤하늘을 달리던 배달부가 실수로 심장을 떨어뜨렸네요. 굴뚝마을 쓰레기 더미로 말이죠. 그리고 그 심장에서 사람이 태어납니다. 독한 가스를 내뿜고 냄새나는 더러운 쓰레기 사람입니다.


마침 그날은 할로윈이라 각양각색 분장을 한 아이들과 묘하게 잘 어울리긴했어요. 하지만 정체를 들키면서 그 누구도 쓰레기 사람을 상대해 주지 않고, 괴물이라 부르며 피합니다.


그때 나타난 굴뚝 청소부 루비치. 더럽고 냄새 가득한 쓰레기 사람과 새까만 그을음투성이 루비치는 서로에게 끌리며 친구가 됩니다. 루비치는 쓰레기 사람에게 할로윈 푸펠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줍니다.


루비치는 돌아가신 아빠가 들려준 이야기를 푸펠에게 합니다. 언제나 연기에 가려있어 보지 못하는 별을 본 적 있는 아빠. 굴뚝마을 사람들은 그런 아빠를 미친 사람 취급했었습니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아빠는 진실로 믿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루비치에게 알려줬습니다.





서로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우정을 쌓아가던 루비치와 쓰레기 사람. 그런데 더 이상 친구가 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집니다. 쓰레기 사람과 어울리자 왕따를 당하게 된 겁니다.


루비치가 돌봐주지 않는 쓰레기 사람은 결국 점점 엉망이 됩니다.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루비치와 쓰레기 사람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날까요?


시커먼 연기 가득한 잿빛 굴뚝 마을인데도, 빛을 머금은 듯한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호러 분위기 제대로 보여주는 생김새의 푸펠에 비해 약간은 유아틱한 모습을 간직한 루비치의 조합이 신선하네요. 전 연령이 함께 보기 좋은 감동 우정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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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저항하라 - 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조주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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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롤모델로 입에 오르내리는 조주희 저자. 전작 <아름답게 욕망하라>에서는 내 삶을 지치지 않게 이끄는 원동력이 된 아름다운 욕망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신작 <우아하게 저항하라>는 사회에서 불합리한 상황들을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들려줍니다.


우아하게 저항하는 법이란 무엇일까요. 울고 싸우고 다치는 대신 현명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겁니다. 여성으로서 편견과 차별을 이겨내는 법, 가정과 사회에서 영민하게 살아가는 법, 아름답게 연대하는 법, 빠른 변화에 대처하는 법, 웰에이징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아하게 저항하라>는 여성의 삶에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한 기본 원칙과 철학을 들려줍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자도 숱한 실수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를 허투루 보내버리지 않았습니다. 실수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후회하는 선택을 했다면 분석하는 시간을 가지고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성장에 보탤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줍니다.


이제 쉰 줄인 조주희 저자도 여전히 부당한 차별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젊은 기자들은 오죽할까요. 30년간 한국 관련 뉴스를 취재하면서 예전과 지금은 그래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성이 기자로 일한다는 것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차별에 대처하는 법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 편이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제대로 된 대응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조주희 저자는 연습 또 연습했습니다. 무례한 공격을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거울 앞에서 시뮬레이션을 그리며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게 포인트였어요.


남녀는 함께 살아가야 할 동지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보완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하는 조주희 저자의 목소리에 공감합니다.



여성 리더로서 살면서 유리천장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유리천장을 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고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올라가서 뭘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합니다.


여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능력은 마음껏 발휘하라고 응원합니다. 그가 말하는 여성성이란 애고 같은 차원이 아닙니다. 공감과 몰입 능력이 좋은 특성을 즐기고 활용하라고 합니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의 감정선을 잘 알아채는 건 아무래도 여성이 유리한 면이 있으니까요. 이런 것 역시 남녀의 차이로 인한 일을 희생, 손해가 아닌 능력 발휘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족쇄 대신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일터에서 롱런하는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마인드와 제대로 된 실력이다. 나는 언제나 '매력 있는 여성' 이전에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 우아하게 저항하라 


<우아하게 저항하라>에서 공개적으로 오픈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롤모델로서 학생들의 꿈을 지원해 준 겁니다. 중2 학생들에게 장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그들이 취업하기까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조주희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하면서도 스스로의 발전과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삶의 밸런스에 관한 이야기도 남달랐어요. 이제는 에너지를 쓰는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일과 생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선을 그어넣고 절충한다는 의미로 산다고 합니다.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 배려에 관한 이야기,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드는 법, 유연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법, 우물우물하는 대신 말과 글로 내 주장을 표현하는 법, 눈빛에 마음을 담는 법 등 이 모든 것에는 유연함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뚜렷이 세워, 내면도 외면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조주희 저자의 이야기 <우아하게 저항하라>. 우아한 저항을 꿈꾸는 이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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