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 의사 아빠와 아나운서 엄마가 함께 쓴 부모 필사 노트
김도연.오진승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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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라는 미성숙한 존재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한 글자씩 정성껏 써 내려간 김도연, 오진승 부부의 고해성사이자 치유록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KBS 아나운서 출신 김도연 저자와 유튜브 〈닥터프렌즈〉를 통해 마음의 문턱을 낮춰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저자. 초보 부모라는 외나무다리 위에서는 여느 부모들과 다름없이 흔들리고 불안해했습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더 나은 오늘은 있다는 신념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김도연 저자의 글은 정갈한 문장 속에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린 처절한 현실과 자아의 충돌을 가감 없이 담아냅니다. 육아를 시작하며 겪는 가장 큰 상실감은 나의 소멸입니다. 부모가 되면 없던 인내심이 생기고 성인군자가 될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잠이 부족해 예민해진 신경과 정돈되지 않은 겉모습에 절망하는 인간일 뿐입니다.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는 자기 돌봄이 선행되지 않은 육아는 결국 부모의 소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짚어냅니다. "엄마로 자라고 있는 나 자신에게 참 잘하고 있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주세요. 내 아이처럼 나 자신도 정성을 다해 귀하게 돌봐주세요."라는 말을 새겨봅니다.





유독 엄마에게 희생의 프레임을 씌우곤 합니다.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욕구와 경력을 잠시 멈추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김도연 저자는 나라는 정체성에 엄마가 하나 더해진 것일 뿐 나 자신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슬픈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엄마가 행복할 때 아이에게도 더 깊고 큰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부모가 자신의 행복권을 수호할 때, 비로소 아이는 행복한 어른의 표본을 보고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부부 관계는 육아라는 건물을 지탱하는 가장 견고한 지지대입니다.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에게는 세상 그 어떤 조기 교육보다 강력한 정서적 유산이 된다는 점을 저자는 경험을 통해 증명합니다. 틈만 나면 남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며 "수빈이의 아빠 엄마이기 전에 사랑하는 사이니까요."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사랑스럽습니다.


이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저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수천 명의 내담자를 상담하며 마음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한없이 서툴고 무력해지는 인간 오진승의 고백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서 실전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오진승 저자는 의학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태도임을 짚어줍니다. 부모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매일 조금씩 업데이트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순간 육아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집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산후 우울증과 양육 스트레스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는 아내의 고군분투를 곁에서 지켜보며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육아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가장 강력한 약은 배우자의 진심 어린 인정과 지지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빠의 역할이 단순히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는 행위를 넘어, 엄마의 심리적 기지가 되어주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부부가 육아관 차이로 다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겁니다. 육아를 부부라는 팀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바라봅니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더라도 그 기저에 깔린 아이를 향한 사랑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상기할 때, 갈등은 건강한 협력으로 전환됩니다.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에는 손으로 옮겨 적을 수 있는 필사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오진승, 김도연 부부는 완벽해지려 애쓰지 말라고, 대신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조금 더 단단한 나를 만나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육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 글자씩 더 나은 부모가 됩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보다, 부모가 어떻게 무너지지 않을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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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맨숀
장지연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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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등급 D판정을 받고 허물어질 날만 기다리는 막다른 골목 끝 오로라 맨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로라 맨숀』. 6개월 치 월급을 떼인 자립준비청년 혜성과 고독사 직전의 할머니 복자가 김치 하나로 엮이는 서사, 각자도생의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사회적 가족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주인공 혜성은 자립준비청년으로서 동생 유성과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뼈빠지게 일했지만, 사장의 죽음으로 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임금을 날릴 위기에 처합니다. 그가 밀린 월급을 받으러 찾아간 곳이 바로 오로라 맨숀입니다.


1974년에 지어져 당장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이 맨숀은 누군가에게는 하루빨리 청산하고 싶은 골칫덩어리 부채이지만,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된 혜성과 아들이 남긴 빚더미에 앉은 복자에게는 세상이 허락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혜성이 복자의 집을 찾아가는 행위는 채권 추심을 넘어, 무너져가는 삶의 끝단에서 서로의 실존을 확인하는 첫 걸음이 됩니다.


혜성은 문짝만큼 큰 덩치를 가졌지만 속은 한없이 여린 후천적 눈치 백단러입니다. 동생 유성은 삐딱선을 타며 가출팸의 유혹에 흔들립니다. 이들의 상황은 마치 심지에 불이 붙은 다이너마이트와 같습니다. 가난이라는 기침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고, 언제든 이들의 삶을 폭파시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로라 맨숀』은 여기서 분노의 방향을 바꿉니다. 혜성은 복자에게 행패를 부리지만, 그 분노의 이면에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나라는 자기혐오가 깔려 있습니다. 유성이 위험한 유혹에 노출되는 것 또한, 가난을 개인의 무능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반항입니다. 기침처럼 터져 나오는 고통을 다이너마이트 같은 파괴가 아닌, 삶을 개척하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지 우리에게 묻는 것만 같습니다.


독거노인 복자는 저혈당 쇼크로 쓰러집니다. 도와줄 가족도, 찾아올 이웃도 없는 공간에서 의식을 잃어가며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내게 사람을 보내달라고 기도합니다. 이때 응답한 것은 돈을 받으러 온 혜성의 벨소리였습니다. 원수 같은 목적으로 찾아온 이가 생명의 은인이 되는 아이러니. 생존을 향한 처절한 본능이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둘의 인연은 복자네 장독김치 장사로 이어집니다.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닙니다.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김치 맛은 내 맘대로 할 수가 있더라고."라고 말하는 복자 할머니. 힘없는 노인과 청년에게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손녀 아린이 브랜드 책임자로 합류하며 세대 간의 협업이 일어나는 과정까지 이들의 시너지가 흥미롭습니다.


복자 할머니의 아들이 남긴 것은 빚뿐이었지만, 할머니의 사람을 품는 마음과 고통을 삭이는 법은 그 어떤 유산보다 위대합니다. 젊은 세대가 노년의 서사와 섞이는 과정은 겉절이가 묵은지가 되어가는 숙성의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헤집는 대신, 그 상처 위에 양념을 치고 익기를 기다려주는 여유. 오로라 맨숀의 주민들이 서로에게 상속하는 진정한 유산입니다.





오로라 맨숀에는 다양한 이웃들이 등장합니다.각자의 상실을 안고 이 낡은 맨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타인을 타자화하지 않고 나의 일상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 그것이 오로라 맨숀을 폐물에서 보금자리로 바꾸는 연금술입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을 보면 빳빳하던 숨이 죽고, 수분이 빠져나가며 축 처집니다. 자립준비청년 혜성이 오로라 맨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의 모습이 딱 그랬습니다. 6개월 치 월급을 떼이고, 세상의 냉대에 숨이 죽어버린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복자 할머니는 압니다. 배추가 소금에 충분히 절여져야만 비로소 양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는 것을요. 우리가 겪는 시련 또한 인생이라는 큰 통 안에서 맛이 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서로의 삶에 잠시 불을 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로라 맨숀』. 장지연 작가는 특유의 유머와 현실 감각으로 이야기를 버무려냈습니다. 팍팍한 삶에 지쳐 나 자신이 미워질 때, 따뜻한 밥 한 공기에 복자 할머니의 묵은지를 올려 먹는 듯한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에게 이 소설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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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역습 - 인간 본성은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형성했고, 구원할 수 있는가
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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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계의 거장이자 옥스퍼드대학교의 지성, 하비 화이트하우스 교수의 역작 『인간 본성의 역습』. 거대한 인류 문명의 연대기가 펼쳐집니다. 하비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세계 최대 인류 역사 데이터베이스 세샤트(Seshat)의 공동 설립자이며, 파푸아뉴기니의 정글부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연단까지 발로 뛰며 인간의 응집력을 연구해온 인류학의 인디아나 존스 같은 인물입니다.


40년 연구를 집대성해 내놓은 이 책은 "우리는 왜 이토록 똑똑한 세상에서 이토록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현대 사회의 온갖 갈등과 위기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우리 뇌에 각인된 세 가지 소프트웨어를 분석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 생존하기 위해 진화시킨 생존 키트였지만, 오늘날에는 뜻밖의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행동을 복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그 행동의 목적을 모를 때 더 열심히 모방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를 의례의 동물(ritual anima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 순응주의는 원시 시대에 집단 학습을 가능케 한 혁신적인 도구였습니다. 남들이 독버섯을 안 먹으면 나도 안 먹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으니까요. 하지만 현대의 SNS 세상에서 이 본성은 필터 버블과 집단 태만을 낳습니다. 남들이 환경 위기에 무관심해 보이면, 나 역시 개인의 죄책감을 끄고 군중에 섞여버리는 겁니다.


저자는 종교적 믿음이 우리 인지 구조의 허점을 파고드는 매력적인 직관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는 특정 교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고,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며, 세계를 설명하려는 성향 전반을 가리킵니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의도나 행위자를 상상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것이 종교성의 뿌리가 되어, 대규모 집단이 공동의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부족주의를 언급합니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본능입니다. 특히 강렬한 고통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체성 융합은 가족보다 진한 유대를 형성합니다. 이처럼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라는 세 가지 본성을 인간 사회의 기본 설정 값으로 두고, 이것이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고 또 어떻게 문명을 위기에 빠뜨렸는지를 추적합니다.


순응주의는 의례와 관습을 통해 소규모 공동체를 단단히 묶었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은 의미를 축적하며,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 편입시켰습니다. 이는 농경사회와 함께 대규모 인구를 통합하는 기초가 되었습니다.


왕권과 종교는 인간의 리더십 직관을 자극하며 거대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안정성은 언제든 경직성과 폭력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집단을 위해 목숨을 거는 부족주의는 전쟁과 정복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본능은 오늘날 정치적 양극화와 극단주의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인간 본성의 역습』은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은 바로 그 본성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저자는 인간의 순응주의를 활용한 설계를 제안합니다. 사용자의 탄소 발자국을 추적하고, 일상적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마이어스(MyEarth) 앱 사례는 개인의 행동을 집단 규범과 연결해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내 행동을 매일 되돌아보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친환경 선택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갑니다. 순응주의를 선한 방향으로 설계하는 겁니다. 인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이미 가진 본능을 활용하는 겁니다.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성은 원래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접착제였습니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이 본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합니다. 브랜드 충성도, 팬덤 문화, 명품 소비 등 이 모든 게 종교성의 왜곡된 버전입니다. 특정 브랜드를 사면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처럼요. 저자는 이 본성을 잘 활용하면, 친환경 소비를 하나의 신념 체계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재활용이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정체성의 표현이 되는 겁니다. 종교성을 억누를 게 아니라, 더 나은 가치를 향하도록 방향을 바꾸는 겁니다.


부족주의는 지구 전체로 확장하자고 제안합니다. 우리 편의 범위를 인간을 넘어 모든 생명으로 넓히는 겁니다. 가족에서 부족으로, 부족에서 민족으로, 민족에서 국가로... 우리는 이미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지구 공동체를 상상할 차례입니다.





『인간 본성의 역습』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열어놓은 빅히스토리 서술의 전통을 잇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지리와 환경을, 유발 하라리가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강조했다면, 화이트하우스 교수는 인간 본성의 진화적 기원과 현대적 작동 방식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공과 실패를 통찰력 있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라고 평했고, 《가디언》은 "수십 년간 쌓아온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은 야심찬 역작"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인간 본성의 역습』은 인류학, 진화심리학, 빅데이터 역사 분석을 통합해 보여줍니다. 우리는 선사시대 본능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고, 그게 문제의 근원이지만 동시에 해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간 본성을 바꿀 순 없지만, 그 본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제도를 재설계할 순 있습니다. 순응주의를 친환경 행동으로, 종교성을 지속 가능한 가치 추구로, 부족주의를 지구적 연대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같은 본성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본성은 고정되어 있지만 표현은 유연하다는 메시지를 체득하게 됩니다. 본성을 이해하는 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문명을 만든 것도 본성이었고, 이제 그 문명을 구할 것도 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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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 - AI 버블 붕괴와 투자 전략의 대전환
최윤식 지음 / 넥서스BIZ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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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의 신작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 최윤식 박사는 휴스턴대학교에서 미래학 학위를 받고 세계전문미래학자협회(APF) 이사를 역임한, 데이터로 미래를 설계하는 미래학자입니다.


이 책에서는 실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2026년의 거대한 폭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울어진 세계 경제의 균형을 독해하는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중립을 가장한 낙관을 경계합니다. 미래학자로서 그가 오래 관찰해온 것은 위기가 늘 "괜찮다"라는 말이 가장 많이 반복될 때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A'라는 단어만 붙으면 주가가 폭등하는 마법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버블은 이미 터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실질적인 수익 모델의 부재가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MIT 미디어 랩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95%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망하고 있습니다. 값비싼 슈퍼카를 샀는데 전용 도로도 없고 기름값만 엄청나게 들어가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피치북 보고서가 폭로한 실리콘밸리의 도박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수조 원의 투자를 받은 AI 스타트업들의 현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가트너는 이미 AI가 '환멸의 골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합니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던 비용 대비 효율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시장의 절대 군주인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분석을 내놓습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사이의 불투명한 거래 관계, 그리고 점차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차세대 AI 모델들의 등장은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가 영원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자본의 유입이 멈추고 투자 회수가 불투명해지는 순간, 시장을 지탱하던 신뢰의 고리는 순식간에 끊어집니다. 닷컴 버블 당시 수익 없는 클릭 수에 열광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수익 없는 연산 능력에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유럽의 부채라는 조용한 암살자를 지목하기도 합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유동성 잔치로 가려져 있던 국가 부채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라는 벽에 부딪히며 폭발 직전에 도달했습니다.


프랑스의 위기는 단일 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유로존 전체의 금융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입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유로화와 유럽 국채는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이제 피크 차이나를 넘어 구조적 붕괴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입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묶인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인한 가계 소비력 약화, 이자조차 감당하기 벅찬 지방정부의 파산, 시진핑 체제의 위기설까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중국발 수요 절벽이 결국 AI 버블을 터뜨리는 결정적인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전 세계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이 멈추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가 되어 돌아옵니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안일함 뒤에 감춰진 경기침체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안정 자체가 불안정을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평화로울 때 사람들은 더 많은 빚을 내고 위험한 투자를 감행합니다.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이 바로 그 민스키 모멘트(부채 상환 능력이 한계에 도달해 자산 가치가 급락하는 시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쓰레기 같은 채권인 정크 본드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버블의 끝물임을 알리는 전형적인 징후입니다. 노동시장 지표와 기업 이익 증가율의 둔화를 통해 이미 경기침체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줍니다. 시나리오 1은 정상적 버블 붕괴입니다. 자산 가치의 완만한 재조정과 압축의 시기를 거치는 연착륙 시도입니다. 시나리오 2는 극단적 복합 위기로 AI 버블, 부채 위기, 경기침체가 동시에 폭발하며 기존 경제 질서가 무너지는 대재앙입니다.


남들이 괜찮다고 말할 때, 지표 뒤에 숨은 칼날을 보라는 조언이 계속 이어집니다. 세계 경제는 연결된 도미노라며, 한 조각이 넘어지면 모두가 흔들린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한국에서도 연쇄작용이 발생합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AI 버블, 유럽과 중국발 부채 쓰나미, 경기침체의 그림자 세 가지 폭풍에 모두 노출되어 있습니다. AI 버블이 꺼지면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수출은 직격탄을 맞습니다. 중국이 쓰러지면 한국의 제조 공급망은 마비됩니다. 한국판 민스키 모멘트는 부동산과 가계 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26년에는 1.8%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안정이 아니라 위태로운 균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1.8%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성장 없는 침체의 공포를 직시하라고 강조합니다. 지표상의 미미한 반등에 안도하다가는 발밑이 무너지는 줄도 모를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는 한국형 대응 전략을 통해 생존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인 수출 중심, 고부채 투자는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자산을 현금화하고, 위기 상황에서 가치가 상승하는 안전자산을 확보하며,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겨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합니다.


폭풍이 오기 전 배를 수리하고 구명조끼를 챙기라는 따뜻한 조언과 같은 『2026 세계 경제 시나리오』. 위기는 기회지만, 무시하면 파멸이라고 합니다. 2026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세 개의 폭풍과 투자자의 생존 전략법을 통해 공부하는 투자를 체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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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 - 화려한 스펙보다 일로써 실력을 키우고 더 성장하기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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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SK그룹 평직원으로 시작해 부사장으로 정년퇴임한 아빠가 이직을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 딸 J에게 건네는 이야기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


정현천 저자는 단순히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급변하는 AI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일의 본질에 대해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이 책은 딸의 막막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 방황하는 모든 일하는 이들을 위한 커리어 나침반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조언집의 외형을 띠고 있으면서도 한 직장인의 장기 관찰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정현천 저자는 38년간 재무, IR, 구조조정, 해외사업, ESG까지 폭넓은 업무를 경험한 뒤 부사장으로 정년퇴임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무엇인가, 행복과 성장은 양립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빠이자 선배 직장인으로서 끝까지 고민한 기록입니다.


저자는 직장 생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를 세 가지 축으로 정의합니다. 바로 ‘나’, ‘남’, ‘일’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을 쓸데없이 괴롭히거나 업신여긴다든지,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그 입장이 되어보려고 하지 않는다든지, 엉뚱한 일을 엉뚱한 시간과 장소에서 엉뚱하게 하고서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식입니다.


우리가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자기 효능감을 상실했거나(나), 인간관계에서 고립되었거나(남),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을 잃었을 때(일) 번아웃이 찾아옵니다. 저자는 리더든 신입사원이든 이 본질은 동일하며, 일단 선택했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합을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자가 꺼내 든 카드는 뜻밖에도 불교 용어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입니다. 흔히 오만함의 상징으로 오해받는 이 단어를 저자는 진정한 자부심의 근거로 소환합니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기 일쑤입니다. SNS 속 동기들의 화려한 커리어와 나의 초라한 모습을 비교하며 자책합니다.


저자는 진정한 자부심을 가지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고 조언합니다. 첫째,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라. 둘째, 자신을 함부로 업신여기지 마라. 셋째, 꾸준히 스스로를 도와라. 특히 일 중독이 단순히 노동 시간이 긴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강박적으로 일과 연결하는 심리적 상태임을 짚어줍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코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남'과의 관계에서 핵심을 겸손과 공감으로 꼽습니다. 여기서 얀테의 법칙(Janteloven)이 등장합니다. 북유럽의 십계명이라 불리는 이 법칙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더 낫다고 확신하지 마라"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보다 뛰어나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칙은 타인을 포용하기 위한 반우월 전략입니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갑질하지 않는 리더, 비굴하지 않은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넘겨짚지 않고 진심 어린 질문을 던지는 태도야말로 협력의 정수입니다.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은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식의 훈계를 거부합니다.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3요?(왜요? 지금요? 제가요?)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유연하고도 날카롭습니다.


많은 기성세대 리더들이 '3요?' 질문을 들으면 불쾌해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일을 제대로 따지는 핵심 질문이라고 치켜세웁니다. '왜요?'라고 묻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인가를 따지는 것이고, 지금요?는 타이밍에 관한 것이고, 제가요?는 포지셔닝에 관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신입사원들에게 조언합니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보라고 말이죠. 이 일이 왜 필요한지(리즈닝), 지금 시점이 적절한지(타이밍), 내가 맡는 것이 효율적인지(포지셔닝)를 스스로 납득할 때 일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원칙을 활용해 일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법 등 실무적인 스킬도 잊지 않고 전수합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딸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요? 이직은 단순히 연봉이나 복지를 보고 옮기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시스템을 고려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원래 조직에서 잘한 일이 내가 잘한 것인지, 조직의 환경과 시스템의 뒷받침을 잘 받아서 잘한 것인지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며 소위 성과에 도취하기 쉬운 직장인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그 조직의 시스템 덕분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직하면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분석입니다. 저자는 목표를 높게 잡되 실패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태도, 그리고 이직 시 내 역량이 새로운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정현천 저자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가 딸에게 남기고 싶었던 것은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남과 함께 성과를 내는 지혜였습니다. 『나를 단단하게 해주는 아빠의 일 멘토링』은 이 길이 내 길인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등대 같은 조언이 되어줍니다.


'나, 남, 일' 중 어느 축이 흔들리고 있는지 짚어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일의 철학을 구축할 로드맵을 세우는 데 도움 됩니다. 나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겸손으로 시작하는 관계 철학을 고민하고, 이 일을 왜 하는지 알고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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