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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ㅣ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부야 노부히로 지음, 양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낯설지만 꼭 읽어야 할 고전 중의 고전, 성경. 종교적 신념과는 별개로 성경은 역사적·문화적 상징이 가득한 서사이자 문학, 예술, 윤리, 언어를 관통하는 인류의 집단 지성이 응축된 고전입니다.
시부야 노부히로의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성경>은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로 나온 책입니다.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성경의 전체 흐름을 61개의 핵심 에피소드로 압축했습니다.
성경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명화와 결합해 설명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밀레의 〈이삭줍기〉 등 서양미술의 거장들이 남긴 종교화를 통해 장면의 감정과 상징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신약성경』의 핵심 에피소드인 예수의 수난과 부활 중 〈최후의 만찬〉 장면은 예수의 고별 메시지와 인간적인 고뇌, 제자들의 동요가 응축된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저자는 이 장면이 성찬의 의미와 배신의 예고, 새 언약의 선언을 모두 담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그림을 통해 인물의 표정과 분위기를 읽고, 글을 통해 신학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분해 성경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구약성경』은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계약과 그 반복되는 파기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화해의 서사로 읽힙니다.
천지창조라는 원초적 사건을 통해 신의 존재와 권능을 알리는 동시에 그 아래 펼쳐질 인간사의 서막을 암시하는 첫 장면부터 갈비뼈에서 만들어진 하와, 그리고 뱀의 유혹을 통해 이성, 유혹, 자유의지와 죄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던집니다.
노아의 방주 에피소드에서는 심판과 구원의 이중성을, 바벨탑 에피소드에서는 언어의 분열을 통해 인간의 교만이 문명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보여줍니다. 구약의 에피소드들은 인간 본성과 사회의 근원을 질문하게 만드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계약과 구원이 펼쳐집니다.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 승천, 바울의 전도에 이르는 여정은 고난과 사랑, 배신과 회복, 죽음과 부활이라는 서사적 정점의 반복입니다.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에피소드에서 군마가 아닌 당나귀를 탄 예수의 선택이 당시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겸손의 상징을 동시에 드러낸다고 저자는 짚어줍니다. 산상 설교 에피소드에서는 기존 율법을 넘어서 사람들의 내면에 말을 거는 예수의 사상이 돋보입니다.
당시 시대 상황, 어원 해설, 등장인물의 이동 경로 등을 도표나 지도,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한 <에피소드와 명화로 읽는 성경>. 성경을 종교 경전이라기보다는 인류 공동의 고전으로 접근하며, 서사 구조, 인간 심리, 사회적 배경을 유기적으로 엮어냅니다.
에피소드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져놓고 설명을 풀어가는 방식이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성경의 전체 흐름을 가볍게 파악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