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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 윌마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3500년 역사의 성경 속 예수의 말씀을 철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나 삶의 지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생에 닥친 문제들을 깨달음을 향한 통로로 전환시킵니다. 인생의 고비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불안, 두려움, 외로움, 증오, 질투, 탐욕 등은 모두 철학적 성찰로 승화될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이 책에서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를 시대를 앞선 사상가, 철학자, 실존주의자 그리고 인간주의자로 바라봅니다. 우리의 윤리 시스템을 리셋할 철학자와도 같습니다. 삶을 포맷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오래된 버전을 업그레이드할 용기를 줍니다.
예수를 통해 탐색하는 질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입니다. 철학이 수천 년간 던져온 근원적인 물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는 감정과 고통, 가치 혼란 속에서 우리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를 탐색하는 철학 수업이기도 합니다.
총 184개의 문장 각각이 독립적인 명상의 소재가 됩니다. 하루에 한 문장씩 읽으며 그 의미를 곱씹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타인과의 비교, 끝없는 욕망이 우리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저자는 예수의 말씀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내일 일을 염려치 말라"는 말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해야 할 일에 전념하라"는 조언과 함께 말이죠.
"구하지 않는 자가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에서는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라는 통찰을 안겨줍니다.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욕심에게 먹히지 말라"는 조언들도 여전히 유효한 것들입니다.
이런 가르침들을 종교적 맥락에서 빼내어 순수한 인생철학으로 번역해냅니다. "진정한 풍요에 대해 생각하라"는 메시지는 내면의 충족감이야말로 진짜 부라는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실천하는 삶의 지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예수는 완벽한 실용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행동으로 옮겨라", "모두가 기뻐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들은 현대 경영학에서 말하는 윈-윈 전략과도 닮아있습니다.

"요령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문장도 울림이 큽니다. 효율성과 최적화에 매몰된 현대 사회에서 정직하고 성실한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거든요.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말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저자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진정으로 옳은 일을 하면 고통을 만나게 된다"는 말도 인상적입니다. 옳은 일을 하는 것이 항상 편안한 길은 아니라는 현실적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때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는 도덕적 용기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의 우화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 편에서는 인간적 연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만나게 됩니다. 규칙과 제도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도 가득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종교적 맥락에서는 익숙하지만 원수의 친구가 되면 원수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보면 갈등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적극적 경청이나 공감적 소통과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타인의 과오를 용서하라"는 조언도 단순한 도덕적 명령이 아닙니다. 남의 과오를 용서하지 못하면 결국 네 마음이 지옥이 된다처럼 용서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의 독성을 지닌 채 살아간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만납니다. "네가 너 자신인 것이 중요하다"처럼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특히 신선합니다. "나는 손에 평화가 아니라 검을 쥐고 왔다. 나의 사고방식과 말은 상당한 이질감과 반발을 살 것이다"처럼 진정한 개혁이란 기존 질서와의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관계의 단절, 정신적 공허함 등에 대한 해답을 2000년 전의 지혜에서 찾는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본질적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원문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은 문체로 접근한 <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사랑입니다. 실천적이고 의지적인 사랑.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용서하고 포용하는 능력으로서의 사랑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