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날들
한소은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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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은 작가의 첫 소설집 <찬란한 날들>은 상처로 얼룩진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7편의 단편들이 담겨있습니다. 표제작은 작품 중 한 편의 제목입니다. 삶의 균열 속에서도 빛나는 찬란함을 윤슬로 채워진 표지 이미지로 엿볼 수 있습니다.


<찬란한 날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삶의 어두운 이면을 꺼내 보이면서도, 그 안에 스며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슬며시 드러냅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고난 속에서 방황하지만, 끝내 작은 반딧불 같은 빛을 찾아갑니다.





소설집의 첫 작품 『국경』은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탈출, 성장, 희망이란 주제로 펼쳐집니다. 폭력의 굴레 속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청년. 어린 시절 가정학대와 폭력은 소년의 삶에 어둠을 드리웠지만, 이제는 벗어나기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를 냅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버스 뒷좌석 아래 공간의 어둠은 곧 새로운 시작의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들려줍니다.


『세상 끝, 소녀』는 열일곱 살 소녀의 시점에서 펼쳐집니다. 가정의 붕괴, 경제적 절망, 사회적 소외 속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꿈틀댑니다. 위태로운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성장기의 불안함과 생존 본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인 『찬란한 날들』은 무기력하게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내면 독백을 통해 작은 일상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고통 속에서 반짝이는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지나고 나면 찬란하게 기억될 수 있는 삶, 당신에게도 있지 않은지요?


『아이의 집』은 폭력적인 기억에 얽매인 한 여성과 학대받는 아이가 서로를 통해 위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픔을 마주하며 새로운 유대를 발견하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서사가 펼쳐집니다.


『빛의 고백』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이들과 그 빈자리를 감내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떠남의 이유를 이해하며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죄책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다시 한번 사랑을 선택하기까지의 심리를 다룬 『너의 날개는 그날 바람에 스쳐 가듯 흔들리고』. 기억의 미화와 상처의 복잡성을 탐구합니다.


치유, 회복의 이야기이면서도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여서 감정이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기분입니다. 특히 마지막 작품 『화분』은 호러 소설을 읽고 있나 싶을 정도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무기력에 빠져 자신의 존재를 화분 속 식물에 비유하는 여자가 어느 날 화분의 흙을 파헤치다 무언가를 발견하는데. 외면하던 진실과의 만남이라는 자기 인식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재탄생의 결말이 제게는 카오스적 결말이었습니다.


개인적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온갖 사회문제와 관련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소설을 찾는 이들이라면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집입니다.


깊은 상처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찬란한 날들>. 억눌린 고통과 번민을 딛고 다시 피어나는 희망이 진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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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앞에 선 경영자의 선택 리버럴 아트
송경모 지음 / 트로이목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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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 아트(Liberal Arts)는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교육의 한 분야로, 자유 시민이 사회에 기여하고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송경모 저자가 <AI 앞에 선 경영자의 선택 리버럴 아트>에서 말하는 리버럴 아트는, 전통적인 의미를 기반으로 현대 경영 환경에 맞게 재해석된 개념입니다. 리버럴 아트를 경영자와 조직이 디지털 혁명 시대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루기 위한 근본적인 사고 방식으로 제시합니다.


인공지능이 경영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대, 경영자들은 더는 효율성과 숫자만으로 승부할 수 없습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정보 부족과 불확실성이라는 숙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지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학습과 질문이 경영자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문사철(文史哲) 지식의 통합을 넘어, 성찰과 실천이라는 리버럴 아트의 본질을 통해 경영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길잡이입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개설된 '기술경영과 인문학' 강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성한 책입니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은 단순히 지식을 소유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AI 앞에 선 경영자의 선택 리버럴 아트>에서는 성찰하는 지식노동자로서의 경영자에 대해 들려줍니다.


‘성찰하는 지식노동자’라는 개념은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경영자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가치와 비전에 비추어 해석하고, 조직 내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경영자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반면, 지식인은 이론과 이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경영자와 지식인이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과 인문학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통해 현대 경영학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그의 접근법은 경영자가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외의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이 밖에도 도덕적 경영과 성과의 공존, 기업의 소유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들려줍니다. 변화는 경영자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변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경영자가 올바른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의 성과를 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저자는 리버럴 아트를 경영자들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공을 추구하도록 돕는 나침반으로 봅니다. 리버럴 아트를 통해 경영자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조직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리버럴 아트와 경영의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래 경영의 나침반 <AI 앞에 선 경영자의 선택 리버럴 아트>. AI 시대의 경영자들이 ‘효율성’과 ‘인간다움’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핵심적인 도구로 작동합니다. 이론적 학문과 실용적 경영의 융합을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과 혁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단순히 효율적인 경영자가 아니라, 성찰적이고 창의적이며 윤리적인 리더로 거듭나길 권하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경영자들에게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로 작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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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사람 - 알츠하이머의 그늘에서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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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통찰과 인간적 경험이 결합된 독특한 회고록입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의 잔인함 속에서 가족 간의 관계와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심장내과 의사이자 문학적 감각을 겸비한 작가 샌디프 자우하르. 그의 아버지, 프렘 자우하르는 성공한 과학자로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이후 기억과 자아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아버지를 돌보며 7년간 겪은 개인적 여정을 중심으로, 기억이 무엇이고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의학적 성찰을 엮어냅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삶도 삶일까? 알츠하이머는 아버지를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의 이름을 잊고, 새로 산 물건을 잃어버리는 소소한 건망증에서 시작된 증상은 점차 가족의 얼굴을 몰라보거나 길을 잃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갈수록, 저자는 아버지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했습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특히 감동적인 장면은 저자가 유년 시절의 기억을 재구성하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우던 날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원래 기억 속에서 아버지는 관심을 잃고 사라졌지만, 새로운 기억 속에서는 아버지가 그와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수정된 기억은 그가 아버지를 자신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남게 하기 위한 은유적 방식입니다.


이 과정은 존재를 새롭게 창조하는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을 온전히 결정할 수 없지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정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의 회고는 알츠하이머 간병의 현실을 냉철히 보여줍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때로 상반된 의견으로 충돌하며, 간병 과정에서 윤리적, 감정적 갈등을 겪습니다.


형제들은 아버지를 달래기 위해 거짓말을 할지, 진실을 말할지 논쟁합니다. 저자는 진실과 신뢰를 고수하지만, 그의 형제들은 실용적인 방법을 선호합니다. 이런 논쟁 장면들은 간병인이 느끼는 죄책감, 분노, 사랑의 복잡한 감정을 솔직히 드러냅니다.


간병인으로서의 역할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섭니다. 저자는 아버지에게 책을 읽히고 퍼즐을 들이미는 등 기억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그는 고백합니다. 자신이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했다고 말이죠. 아버지를 기억 속에 붙잡아 두려는 아들의 노력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까지 흔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저자는 심장내과의로서 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알츠하이머의 본질을 깊이 파고듭니다. 치매를 망령으로 여겼던 고대부터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병의 메커니즘을 밝힌 현대에 이르기까지, 뇌와 기억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책에서는 알츠하이머의 역사, 병리학적 메커니즘, 치료법 연구의 한계를 상세히 다룹니다. 의학적 논의에서 끝나지 않고, 과학적 사실을 가족의 경험과 연결하고 있어 더욱 깊은 공감을 줍니다.


<내가 알던 사람>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입니다. 기억은 단순히 개인의 과거를 저장하는 기능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심축입니다. 그러나 기억의 상실로 인해 정체성이 흐려질 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기억이 단순히 뇌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기억은 가족의 뇌 사이에서 공유되기도 하고, 때로는 책, 사진, 이야기 속에 보존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아버지의 기억을 대신 짊어지고, 그를 새로운 방식으로 기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알츠하이머는 단순히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닙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삶의 종말을 반복적으로 겪게 만드는 잔인한 병입니다. 특히 저자가 강렬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치매가 가져오는 정체성의 붕괴와 그로 인한 관계의 변화입니다.


저자는 아버지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기억하지 못할 때조차, 그는 여전히 내 아버지였다고 말합니다. 관계의 근본은 기억을 초월한다는 이 통찰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치매 환자를 단순히 기억을 잃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게 합니다.


샌디프 자우하르의 <내가 알던 사람>은 기억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간병의 현실을 감동적으로 풀어냅니다. 기억이 단순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관계와 정체성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깨닫게 합니다.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 회고록은 알츠하이머라는 병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가져오는 관계의 재발견과 성장을 보여줍니다. 치매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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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시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윤동주 외 지음 / 마음시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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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한국의 아름다운 시>. 180도 펼쳐져 필사에 최적화된 제본 방식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 김영랑, 이육사, 정지용, 이상. 학창 시절에 만났던 그들의 시는 무미건조한 텍스트에 불과했다면, 필사책으로 만나는 그들의 시는 완전히 새로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대표 시인들의 시를 직접 쓰며 음미할 수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시>. 필사에 관심 없던 사람도 시를 한 편 직접 필사해 보면, 필사의 묘한 매력을 단숨에 느끼게 될 겁니다.





윤동주의 맑고 순수한 시선, 김소월의 향토적 서정, 한용운의 강직한 열정, 김영랑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 이육사의 강렬한 독립정신, 정지용의 세련된 이미지, 이상의 파격적인 실험성까지 시인들의 대표 작품들을 필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김영랑의 시에 흠뻑 빠졌습니다. 지금 나이에 이르니 김영랑 시인의 시가 제 마음을 유독 두드리더라고요.


그나저나.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다 보니 제가 시를 참 대충 읽었구나 적나라하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쓰면서 조사를 자꾸 틀릴 뻔했거든요.


시를 읽을 때는 그저 한 문장을 따라 읽는 것뿐이지만, 필사를 통해 시를 쓰다 보면 시인의 감정이 마치 내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읽고 쓰는 모든 과정을 통해 뇌에 강하게 저장되는 필사를 이번 기회에 한국시로 시작해 보세요.


하루 한 편, 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나만의 시집이 탄생합니다. 일종의 마음 치유가 되는 필사 시간입니다. 필사를 할 때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의도적으로 릴랙스하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조용히 시를 쓰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감정을 음미하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됩니다. 감성을 깨우는 필사 경험을 맛보세요.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시 필사는 글씨를 잘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를 통해 내 마음을 다듬고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상관없습니다. 시인의 생각과 감정을 내 손끝으로 따라가는 행위 그 자체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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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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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자아를 깨우는 문학적 여정 <데미안>.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 부제가 익히 알고 있던 <데미안>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고전 문학을 새로운 번역과 관점으로 선보이는 리프레시 출판사의 랭브릿지 번역본으로 만나봅니다. 세상과 나, 선과 악, 규범과 자유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정체성과 내면의 갈등을 겪는 싱클레어의 이야기가 멋진 펜드로잉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집니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어린 소년 싱클레어. 밝은 세계는 부모와 종교적 규범이 상징하는 안정된 영역이고, 어두운 세계는 유혹, 도전, 그리고 죄의식으로 채워진 미지의 영역입니다. 소설 초반부에서 싱클레어는 이 어두운 세계를 처음으로 마주합니다.


크로머라는 인물과의 불편한 만남을 통해 의식하게 된 두 세계. 크로머는 어린 싱클레어에게 공포를 심어주며 순수한 세계를 깨뜨립니다. 인간이 세상과 부딪히며 겪는 첫 좌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헤르만 헤세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데미안>은 융의 그림자 이론과 관련 있습니다. 개인의 무의식 속에 억눌린 자아의 어두운 측면을 그림자라 부르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실현의 첫걸음이라고 봤습니다.


싱클레어와 크로머의 갈등은 싱클레어가 자신의 그림자를 처음으로 마주하는 사건입니다. 크로머는 싱클레어의 죄의식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어두운 본성을 자각합니다.





혼란에 사로잡힌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나타납니다. 데미안은 융의 그림자 이론에서 그림자를 수용하도록 이끄는 인물입니다. 싱클레어에게 선과 악을 넘어 자신의 본모습을 직시할 용기를 줍니다.


데미안은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무는 신비로운 존재 아브락사스를 소개하며 싱클레어에게 새로운 시각을 들려줍니다.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욕망 사이의 갈등으로 힘겨운 이들에게 울림을 줍니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의 조언을 듣고 그린 참매 그림은 내면의 자유와 비상을 향한 열망을 상징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암시합니다.


세상과 자신을 정의하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깨닫는 싱클레어의 변화는 영혼의 독립 선언과도 같습니다. 데미안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철학적 스승이며, 싱클레어의 내면을 깨우는 열쇠 같은 존재입니다.


싱클레어가 도달한 마지막 단계는 선과 악의 경계를 초월하는 통합의 철학입니다. 아브락사스는 모든 존재의 복합성을 상징하며,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양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이 통합의 철학은 자기계발 담론과도 연결됩니다. 선과 악을 넘어서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데미안>을 읽으며 자신 안의 다양한 감정과 욕망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글로만 전달되는 이야기를 넘어, 섬세한 펜드로잉 삽화를 통해 <데미안> 특유의 정서를 시각적으로도 전달합니다. 싱클레어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텍스트에 담긴 상징성을 입체적으로 전달해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라는 부제처럼,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자기 내면의 일부를 발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인간 관계가 종종 자기 이해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관계를 통해 상호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의 끝에서 싱클레어는 홀로 서는 법을 배우며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에 더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성장 소설이 외적 갈등을 강조한다면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심리적, 영적 갈등을 탐구하고 있어 남다릅니다.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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