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도시 탐구 - 우리나라 도시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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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가 곽재식 저자의 신간도서 <곽재식의 도시 탐구>. 이번에는 우리나라 도시 속 과학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청주, 대전, 전주, 속초, 경주, 울산, 제주, 수원, 여수, 부산까지 대한민국 도시 10곳이 등장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있어 더 반갑고, 제2의 고향처럼 지낸 곳도 있고, 가끔 들르는 도시도 있고, 한 번도 못 가본 도시도 있고 그렇네요. 


곽재식 저자는 방랑 여행자 스타일로 도시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 가서 시간표를 보고 바로 정해서 시골로 산골로 그리고 대도시로 떠납니다. 눈을 반짝이며 낯설게 바라보며 다닙니다. 도시와 과학의 접목이라고 해서 공학 박사답게 과학 이야기만 쏟아지는 게 아니라 탐구 분야가 깜짝 놀랄 만큼 폭넓습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 동물, 건축물, 문화, 산업 등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기술 이야기가 덧붙여지니 이미 알고 있던 뻔한 것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저자의 주요 탐구 주제 중 하나인 괴물 이야기도 빠질 수 없군요. 조선 후기의 글 『북관기사』에는 함경도 북부 지역의 풍물을 소개하면서 숲속에 이상한 괴물이 산다고 설명되어 있다고 합니다. 어린아이 모습과 닮았는데 나무를 타고 빠르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꼭 원숭이처럼 묘사를 해놨습니다. 하지만 한국엔 원숭이가 살지 않지요. 이 괴물을 목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청주 두루봉 동굴 유적에는 옛 시대 원숭이 뼈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현재는 볼 수 없는 멸종된 큰원숭이의 뼈는 물론이고 코끼리 종류의 상아도 발견되었고, 쌍코뿔소, 동굴하이에나 등의 뼈도 발견되었다니. 지금 우리나라의 환경을 생각하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이 동굴 유적지는 수십 년간의 광산 작업으로 산이 통째로 다 갈려 나갔다고 합니다. 이런 안타까움은 생태 보존과 관련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청주의 두꺼비 서식지와 도로가 겹쳐 두꺼비들이 죽어나가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다행히 이번엔 생태 보존을 위한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일에는 화학적인 해답이 있다고 합니다. 물건은 물론이고 사람이 먹고사는 일도, 마음과 감정조차 호르몬이라는 화학 물질과 관련 있으니 말입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수많은 것들이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인 겁니다. <곽재식의 도시 탐구>에서는 도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알쓸신잡처럼 선보입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이라 불리는 공업 도시 울산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게 됩니다. 90년대 울산에 들렀을 땐 굴뚝 가득한 공장 지대의 회색빛 도시로만 기억에 남았는데, 요 근래 울산은 푸릇푸릇한 청정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태화강을 깨끗하게 만들어 태화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울산 앞바다 인근에 출몰하는 고래를 도시를 상징하는 동물로 활용해 곳곳에서 고래 캐릭터를 만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가 무척 좋아해서 남쪽 여행 다닐 때면 꼭 들렀던 고래박물관도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물의 고장인 수원에는 저수지가 많습니다. 쌀농사가 잘될 수밖에 없지요. 쌀, 나무 품종 개발 역사가 깊은 관련 연구시설도 많습니다. 덕분에 보릿고개를 물리쳤고, 한국의 민둥산이 초록초록해졌습니다. 


전통을 갖고 내려오는 지역 명물 음식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전주하면 요즘은 초코파이가 먼저 생각이 나는데, 곽재식 저자가 손꼽는 전주 명물은 백산자입니다. 논산은 딸기 정과라고 하는데 그 맛이 너무나도 궁금해졌어요. 이런 명물들이 기차역이나 터미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 지역만의 특색을 매력적으로 소개하면서 지역의 개성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도시를 꿈꾸는 희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공학 박사이자 SF 소설가답게 과학으로 접근하면서 상상의 나래도 펼치며 지역을 대표하는 것들의 사연을 추적하는 <곽재식의 도시 탐구>. 도시를 탐구하는 과학자의 호기심 어린 시선 덕분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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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 심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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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학자이자 노인 심리학자 휘프 바위선 저자의 <치매의 모든 것>. 현장에서의 치료 경험과 치매 환자 가족으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40년 가까이 치매를 연구하며 치매 환자와 간병 가족에게 도움 되는 방법을 고민해온 저자의 역작입니다. 1999년 초판 출간 이후 최신 의학 지식을 더한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필독서가 되었습니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는 치매입니다. 2021년 노인 인구 기준으로 한국의 치매 유병률은 결혼한 부부의 양가 부모가 80세가 넘으면 네 분 중 적어도 한 분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나이가 들수록 그 희망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간절해집니다.


<치매의 모든 것>에서는 치매의 종류, 행동 유형, 증상과 원인, 치매에 대한 오해는 물론이고 간병인을 위한 실질적인 팁과 정신건강을 다룹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여러 종류가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줍니다. 예방 및 진단, 치료와 관련한 기본 지식에 관해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매 및 인지 장애 예방, 치매 조기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연구와 진료에 매진하는 한지원 교수의 추가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다른 치료 가능한 뇌질환일 수도 있고, 치료받지 않아 치매를 더 키울 수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진단을 일찍 받으면 환자가 다양한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치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진단을 받으면 약은 있는지 등 궁금한 부분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망각이 치매의 주요 특징이다 보니 기억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초반에 비중 있게 다룹니다. 기억 장애가 왔을 때 그저 단순히 생각하는데 문제가 생기고 과거의 기억을 잃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래의 계획마저도 파괴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빵에 버터 좀 발라 주세요"라는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 행동을 우리가 실제로 하려면 어떤 단계를 거칠까요. 먼저 상대의 부탁에 관심을 기울여 알아들어야 하고 무슨 뜻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빵과 버터의 의미는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상대의 부탁을 잠시 기억에 저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빵에 버터를 바른다는 부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칼, 빵, 버터, 도마를 가져와서 논리적 순서에 따라 임무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전에 칼, 빵, 버터는 어디다 두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올바른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칼은 깨끗한지, 버터가 상하지는 않았는지 등... 장기 기억을 이용한 정확한 판단력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기억과 관련한 인지 영역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저자는 기억 상실을 사라지는 일기장으로 비유합니다. 1년 전의 일기장이 먼저 사라지고, 이어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일기장만 남다가 마지막 단계에선 결국 이 일기장마저 사라집니다. 기억이 사라지면서 지난 10~20년 동안 출시된 최신 기기를 이용할 줄 모르게 되고, 인륜대사의 추억도 삭제됩니다. 기억이 소실되는 순서는 역순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잃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감정입니다. 달라진 것은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환자의 메시지 뒤에 숨은 감정을 읽어야 하는 겁니다. <치매의 모든 것>에서는 감정의 언어로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룹니다. 


소통 능력의 상실은 환자 자신에게도 문제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괴로운 일입니다. 저자는 치매 환자와 소통할 때 필요한 지침들을 치매의 진행 과정별로 알려줍니다. 진단을 받았을 땐 이미 치매가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지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짚어줍니다. 최대한 빨리 인생 앨범을 만들기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환자의 삶에서 사진과 이야기를 꺼내 자료화하면 이후 환자와 이야기를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사례로 보여줍니다. 


치매의 또 다른 희생자는 간병 가족입니다. 원인부터 해결까지 행동 단계 모델로 설명합니다.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 못하는 치매 환자. 도저히 참지 못할 순간도 수없이 찾아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환자의 능력과 욕구에 기초한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치매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해도 되는 말을 정리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해가 안 되면 이해심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환자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간병 가족은 현실적인 기대를 걸어야지 비현실적일 정도로 과도한 기대를 걸면 안 된다고 합니다. 


환자를 간병하며 겪을 수 있는 온갖 문제를 해결, 예방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치매는 특별하게도 상살의 순간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상실의 순간이 있고 매 순간마다 고통스럽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서 간병인의 몸과 정신이 근심과 고통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문학작품 속 치매 환자 이야기, 실제 치매 환자와 간병 가족의 기록을 통해 그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가득합니다.


초판 한정으로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일반적인 소통 규칙과 팁을 정리한 카드가 부록으로 수록되었습니다. 수많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다 좌절하기 일쑤인 간병 가족의 고통을 보듬어주는 <치매의 모든 것>. 치매 걱정 등 노년 건강에 관심 많은 중장년층부터 치매 환자 가족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조언을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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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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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7일 개봉예정작 <크리스마스 캐럴>의 원작소설, 주원규 작가의 <크리스마스 캐럴>. 비주얼 좋은 배우 캐스팅, 크리스마스 캐럴 제목이 안겨주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충격적인 내용에 큰코다칩니다.


영화화 소식으로 기본 줄거리는 어느 정도 오픈된 상태인데요. 쌍둥이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복수극을 펼치는 소년의 이야기라는 한 줄 만으로는 뻔한 복수극 정도로 다가왔었는데, 원작소설을 읽으며 그 뒤에 숨어있는 경악스러운 죄악들이 펼쳐질 때마다 와... 숨막힙니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인데도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받은 만큼 폭력 수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괴물의 등장, 괴물의 이유, 괴물들의 사회학, 괴물의 뒤편이라는 소설 목차처럼 반인간선언한 괴물들의 총집합입니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커피숍에서 기물을 파손하고 일반인을 폭행하며 난동 부리는 주일우. 그렇게 소년원으로 들어갑니다. 일우가 간절히 바랐던 일입니다. 쌍둥이 동생 월우의 죽음에 관여한 일진 패거리들이 있는 그곳으로 들어가 복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일우와 월우의 행적을 보여줍니다. 일진 패거리들의 먹잇감이 된 월우. 크리스마스이브 날 월우는 편의점에서 행패를 부리는 일진들 중 한 명에게 끌려나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 물탱크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주일우는 깨닫고 말았다. 비상식의 세계에선 비상식적으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중략) 자신의 목숨줄은 끈질기게 남아 있을 거라는 사실을. 그건 어느새 괴물이 되어버린 주일우에게 하나의 원리였다. 변하지 않는 불변의 원리." - 책 속에서





일우는 일진 패거리들의 목줄을 서서히 죕니다. 하지만 철저히 혼자인 일우의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친개라 불리는 교정 교사 한희상마저도 일우를 고립시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한희상은 비상식적인 체벌로 훈육하는 스타일입니다. 그의 구타 행위에 대해 원생들은 함구합니다. 


생존하기 위한 잔인함을 갖추며 괴물이 된 일우, 잔인함을 위한 잔인함으로 점철된 이들 간의 적나라한 폭력 묘사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아이들 간의 카르텔 세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날의 타임라인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안타까움에 소름 돋습니다. 일우는 왜 그렇게도 월우의 죽음에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는지, 결국 그가 원하는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반전까지 심어둔 주원규 작가. 스릴 넘치며 흥미진진하다는 말을 쓰기 미안할 만큼 놀라운 반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절망의 심연의 끝을 만나는 시간이 될지도요.


비틀린 폭력에 대한 고발이라는 말조차도 이 소설을 지칭하기엔 밋밋해 보입니다. 괴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는 이들의 발버둥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크리스마스 캐럴>. 


위기 청소년을 돌보는 목사이기도 한 주원규 작가. 그의 청소년 소설만 읽어 저는 순한 맛만 알고 있었던지라 이 소설을 읽고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읽으면서도 증오, 환멸, 공포 등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는데, 영화로 도대체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하게 합니다. 


이런 수위의 이야기가 소설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도 놀랐고, 이걸 영화화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이젠 가능한 시대군요. 끝맛이 씁쓸하다보니 감정의 호불호는 나뉠만한 스토리입니다. 원작소설과 영화가 얼마나 차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소설을 읽으며 웬만한 충격을 미리 받았으니 영화는 어떻게 끌어나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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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쓸모 - 밤의 주인, 수면이 궁금하다면 인싸이드 과학 3
뮈리엘 플로랭 지음, 쥘리 레가레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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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흥미로운 과학 속으로. 인싸이드 과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은 밤의 주인, '수면'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잠의 쓸모>입니다.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자는 시간. 누구나 매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잠을 잡니다. 때로는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그 부작용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잠은 미스터리입니다. 왜 반드시 잠을 자야만 형태로 진화했을까요. 그 누구도 잠을 자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잠의 쓸모>에서는 신경 과학자들이 밝혀낸 수면 메커니즘, 수면 습관, 불면증, 꿈, 낮잠 등 과학이 밝혀낸 수면 과학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잠에 대한 인식의 변화, 수면을 둘러싼 미신, 꿈에 대한 이야기 등 잠과 관련한 인문, 과학적 알쓸신잡과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죽음과 형제처럼 인식한 잠.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면에 관한 소논문도 썼을 만큼 고대부터 수면은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물론 잠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면 자칫 정신이 육체로 되돌아올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미신도 많았습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수면 연구가 진전되면서 우리는 수면 메커니즘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잠이라는 것이 각성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또 수면 상태에서 각성 상태로 바뀌게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것을요. 


잠을 자는 동안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 어떻게 잠에서 깨어나는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과학은 얕은 수면, 깊은 서파수면, 역설수면(렘수면) 단계를 밝혀냈습니다. 이 수면 패턴은 하룻밤에 평균 4~6회 반복됩니다. 신기한 건 뇌가 없고 신경계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해파리도 잠을 잔다고 합니다. 수면 부족 시엔 세포 손상이라는 결과를 낳는 걸 보면 신경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수면이 생겨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수면 메커니즘은 신비의 세계이고 수면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아리송합니다. 수면의 역할에 대해서는 가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동물마다 수면 시간은 제각각이지만 잠은 동물계 전체가 공유하는 행위입니다. 큰 비용이 드는 지속적인 각성 상태, 매우 경제적이지만 생물학적 기능 유지를 위협하는 동면 상태. 이 둘 사이 중간 상태로 수면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가설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잠을 자지 않았을 때 부작용은 꽤 크다는 거죠. 불면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과학적 사실로 입증된 것은 충분히 자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잠의 효용이 증명되진 않았지만 수면 부족의 부작용은 사실로 입증된 게 많습니다. 수면 시간이 짧은 것과 감정을 조절하는 것, 주의력이 부족한 것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잘 자는 것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약 24시간 주기로 순환이 이루어지는 생체 시계에 따라 수면을 취합니다. 평균 9시간은 수면을 취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는 잠보다 중요한 게 너무나 많다 보니 수면 장애를 쉽게 앓기도 합니다. 사람의 순환 시스템은 습관, 상황, 환경의 자극, 특히 빛에 따라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잠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입법 공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의 법률에는 수면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반면, 중국은 노동자의 낮잠권을 헌법에 명문화했습니다. 


잠 자지 않고 가장 오래 버틴 기록은 1963년 한 청소년이 도전한 11일 25분이라고 합니다. 실험 후 다행히 빠르게 회복했다지만,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겨우 11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만큼 잠이 생존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수면 시간은 다릅니다. 모차르트는 하루 5시간씩 잤고, 볼테르는 커피를 40잔씩 마시며 4시간만 잤고, 베토벤은 보편적인 8시간씩 잠을 잤다고 합니다. 적게 자고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뭐가 다른 걸까요? 얕은 잠과 역설수면 시간 대신 깊은 서파수면에 더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반면 못 자는 사람은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도 예민합니다. 


꿈에 대한 비밀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들이 있을까요. 꿈꾸는 활동을 통제하거나 측정, 기록할 방법이 없습니다. 뇌가 언제 꿈을 꾸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잠에서 깨어나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만족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수면 단계에서 꿈을 꿀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는 시점에 따라 꿈을 기억할 확률은 달라진다고 하는군요. 


명확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채 우리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각성 시간이 늘어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잠을 소홀히 대하고 있습니다. 파란 스크린을 보며 지새웁니다. 잠은 없어도 되는 사치품이 아니라는 걸 짚어주는 <잠의 쓸모>. 수면욕을 억제하며 다른 일을 하는 행위가 잠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잠을 보호하는 사회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잘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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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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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관련 문화 행사도 풍성한 요즘입니다. 해시태그 오스트리아를 통해 더 쉽게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유럽 패권을 장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 책을 읽고 나서 오스트리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는데요,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나라인 만큼 합스부르크 왕가의 빛나는 유산이 가득한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가 낳은 수많은 위인들의 흔적을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수도 빈은 오래 머물수록 그 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반지 모양의 도로인 링 도로를 중심으로 트램을 타거나 걸으며 빈의 주요 볼거리를 하나씩 만날 수 있습니다. 트램을 타고 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 하기에도 좋습니다. 빈을 대표하는 케른트너 거리, 그라벤 거리, 콜마르크트 거리는 저마다의 분위기를 가진 곳이어서 도보 여행의 즐거움도 높습니다.


빈에는 꼭 들러야 할 박물관도 많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위엄에 걸맞은 예술 작품들이 비엔나로 들어왔었던 만큼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 작품도 빈 시내에 자리한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쇤부른 궁전은 베르사유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입니다. 광대한 정원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 들 만큼 멋진 이 궁전에는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는 대표적인 음악 도시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도 있는 만큼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


오스트리아에도 알프스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알프스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인스부르크는 스위스의 알프스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요들송의 본고장 티롤 마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스트리아 북부 소도시의 매력까지 담은 가이드북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주국을 형성한 역사가 있는 만큼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연계한 가이드북입니다. 동유럽의 파리라 부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온천이 발달해 겨울 여행으로 좋은 도시입니다. 부다페스트뿐만 아니라 주변국 슬로베니아와 체코와 일정을 연계하기에도 좋은 오스트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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