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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한 달 살기, 제주에서 전 세계로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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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뉴 노멀, 한 달 살기. 코로나19 여파는 여행에도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바쁘게 관광지 찍고 다니는 여행 대신 자동차 여행, 한 달 살기 여행으로 접촉은 줄이면서 개인들이 쉽고 여유롭게 현지를 즐기는 여행으로요. <뉴노멀, 한 달 살기> 책은 한 달 살기 여행 가이드북의 표준이 될만한 가이드북입니다. 한 달 살기 로망은 있는데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던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제주부터 전 세계로, 한 달 살기에 대한 여행가이드북 <뉴노멀, 한 달 살기>. 코로나19 걱정 때문에 여행에 대한 로망은 쌓여만 가고, 떠나더라도 안전한 여행이 간절한 요즘. 백신 여권이 활성화되고 안전한 언택트 여행 트렌트에 적응한다면 한 달 살기처럼 새로운 도시를 찾은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여행 형태가 보편화될 것 같습니다.


조대현, 신영아 여행작가의 한 달 살기는 단순히 일정만 긴 장기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데 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 가치에 초점 맞춥니다. 남들 가는 대로의 유명 관광지를 보거나 낭만적으로 들리는 방랑 한 달 살기 등은 무의미한 고행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한 달 살기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건 숙소 문제입니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좋은 건 아니니까요. 사진만으로 처음부터 한 달을 예약하기 보다는 직접 보고 판단하길 권유합니다. 해외에서는 벽에 못이 박힌 개수도 확인해야 하기에 사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숙소가 많은 유럽에서는 어떤 부분을 눈여겨봐야 하는지, 한 달 살기의 비용과 목적에 맞는 위치 선정 등 한 달 살기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려줍니다.


삶을 작게 만들어 새로운 장소에서 살아보는 한 달 살기. 불필요한 짐을 줄이고 단조롭게 조정하는 미니멀리즘의 실천이 되기도 합니다. 짐싸기 노하우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여행자는 그곳의 로컬 문화를 충실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책에는 일을 하며 머무는 디지털 노마드로 손색없는 지역인 제주도 정보도 있어 반가웠어요.


<뉴노멀, 한 달 살기>에서는 한 달 살기에 좋은 동남아 지역과 유럽 지역을 두루 살펴보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한 달 살기 비용을 비교해보며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 달을 지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동남아시아 한 달 살기의 성지로 알려진 태국의 치앙마이와 인도네시아 발리를 비롯해 자녀와 함께 한 달 살기하기 좋아 각광받는 말레이시아의 조호 바루, 유럽의 장기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끄라비, 오랜 전통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베트남 호이안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유럽 한 달 살기의 대표 도시는 조지아의 트빌리시, 포르투갈의 포르투나, 체코의 프라하, 폴란드의 크라쿠프, 스페인의 그라나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여행 가이드북과 다른 점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한 달 살기를 하도록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한 달 살기 방식은 무엇인지, 저마다 한 달 살기 여행을 잘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 달 살기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읽어보세요. 낯선 현지 생활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여행 트렌드 한 달 살기를 위한 마음가짐 준비로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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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한 달 살기, 제주에서 전 세계로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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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한 달 살기 방식은 무엇인지, 저마다 한 달 살기 여행을 잘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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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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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가짜뉴스, 소셜미디어상의 단편적인 의견들, 흥미롭지만 사실인지 입증되지 않은 이론들이 수없이 있습니다. 바로 개소리들입니다. 존 페트로첼리 실험사회심리학 교수는 역대 가장 잘 팔린 철학책 중 한 권인 분석철학자 해리 프랑크푸르트가 쓴 <개소리에 대하여>를 읽은 후 그의 주장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개소리 연구에 돌입합니다.


우리가 혹하는 이유 (원제 THE LIFE-CHANGING SCIENCE OF DETECTING BULLSHIT)>는 개소리가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개인에게 안기는 잠재적 이익은 무엇인지, 사회에 파생하는 결과를 살펴보며 개소리의 영향을 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전히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확고하게 믿으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NBA 슈퍼스타 카이리 어빙처럼 유명인뿐만 아니라 미국 성인 5퍼센트가 의심하고, 2퍼센트는 평평하다고 대답하고, 7퍼센트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진실이나 인정받은 증거 따윈 무시하는 사고방식만 있으면 작동하는 것이 개소리라고 합니다. 달에서 만리장성은 볼 수 없고, MBTI는 끝내주는 성공한 속임수라고 하지만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개소리는 의도나 인식과 상관없이 진실, 진정한 증거, 확립된 지식과 거의 또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이것을 신경 쓰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살면서 개소리를 합니다. 거짓말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거짓말은 진실을 숨기려 들지만, 개소리는 진실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은 거짓말을 들으면 분노하지만, 개소리를 들으면 외면하는듯한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존 페트로첼리 교수는 가벼운 허튼소리에서부터 치명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소리까지 개소리에 꾀는 파리 지수로 개소리를 1~3단계로 구분합니다. 탁월한 개소리꾼으로 트럼프를 손꼽는데, 1~3단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물이라는 걸 풍부한(!) 사례로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개소리를 쉽게 탐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개소리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할 출처를 포함해 어디든 존재하고, 우리는 쉽게 흔들린다고 합니다. 애덤 그랜트가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했던 MBTI는 애초에 심리학자가 만든 게 아니라 게임용으로 만들었음에도 채용, 인사관리에 활용할 정도가 되었으니 심리학계에서 사용 자제 권고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고 믿는 것처럼 좋은 게 좋으니까라는 사고방식, 일시적으로 사실로 가정하는 진실 기본값과 확증 편향 경향,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이 개소리에 혹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는 심리학적으로 개인적, 맥락적, 인지적, 정서적, 동기유발적 요소로 나누어 개소리에 취약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개소리에 꾀는 파리 지수에서처럼 개소리의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우리의 기억, 태도, 신념,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복해서 노출되면 거짓도 진실로 기억되고, 잘못된 믿음을 만듭니다. 어리석은 의사결정과 막대한 피해가 이어집니다. 유명한 주식 사기 중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은 운용자의 설득 기술 같은 것 없이 오직 투자자들의 집단적 사고와 관계있었다고 짚어줍니다. 우리는 누구나 개소리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데, <쉽게 속아 넘어가는 속성의 역사>를 저술한 유명 교수도 이 폰지 사기에 속아넘어갔을 정도입니다. 무려 10년 넘게 지속된 기간 동안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에서 해임 당했지만 말입니다.


개소리를 이해하고 탐지하고 대처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물론 실체를 보기는 무척 어렵지만 개소리꾼의 성향, 그들이 사용하는 전술들을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다루고 있으니 전혀 모르고 있었을 때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진실을 직시하고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정중한 의심이라는 건강한 요소가 들어간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기를 발달시켜야 가능해집니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같은 일반적인 질문 구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왜? 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개소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 <우리가 혹하는 이유>. 개소리에 더 이상 귀 기울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근거 없는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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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 한양대 공대 교수들이 말하는 미래 의공학 기술
임창환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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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40개 이상의 학과가 있다는 바이오메디컬공학. 그런데도 왜 낯설게 느껴질까 싶었더니 영어로는 Biomedical Engineering라는 같은 명칭을 쓰면서도 생체공학, 의용생체공학, 의학공학, 의료공학, 의공학, 바이오의공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 학과 이름도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임창환 대표저자의 책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를 읽었던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생체공학이라는 말이 익숙했는데,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읽으며 그동안 이 분야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이 현재 의료기술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할을 했고, 첨단 의료기술 개발을 위해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7명이 일반인과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줍니다. 공학도를 꿈꾸는 청소년 외에도 일반인 누구나 관심 있게 바라볼 만한 주제입니다. 건강한 수명 연장의 삶을 살아가는데 의료 기술의 발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진단기기, 수술용 로봇, 치료 방사선기기 같은 첨단 치료기기가 있기에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및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의료기기와 의료기술을 만들어 내는 주역이 바로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연구하는 공학자들입니다. 바이오와 의학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공학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은 단순히 공학 그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의학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잘 이해해야 하는 융합학문입니다.


노벨상 1호 수상자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X-레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그저 뼈 사진을 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사람의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게 얼마나 혁신적인 발전을 뒤따르게 하는 일이었는지 그 가치를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부드러운 조직까지 잘 볼 수 있게 발전한 게 MRI이고, 어떻게 하면 더욱 선명하고 정밀한 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를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발전은 혼자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X-레이를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CT가 컴퓨터 기술 발달 덕분에 가능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영상 분석에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피터팬 후크 선장의 갈고리에서 어벤저스 윈터솔져 버키의 전자의수에 이르기까지 인공보철의 역사도 흥미진진합니다. 한양대 연구팀의 탄소나노튜브 기술도 만날 수 있는데요. 인공보철 분야를 포함해 미래 의료 기술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만한 기술이어서 기대가 큽니다. 생각해 보니 인공보철은 SF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한 주제다 싶었는데도 인공망막, 인공시각, 인공근육, 인공후각 등 그 영역이 상상 그 이상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뇌-기계 인터페이스라 부르는, 뇌의 운동영역에서 직접 신호를 읽어내 전자의수·의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86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질환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물론 이런 기술 개발이 뜻밖의 부작용을 보여주기도 할 겁니다. 도덕, 법, 가치관에 대한 담론 또한 필요하고요. 


일상생활에서 의료 기술 발전을 경험하는 거라곤 워치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예방에서 치료까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유헬스 진료 개념으로 나아가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스템이 증가했지만, 아직 원격의료를 경험해 보진 못한 것처럼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각종 기술들과의 융합이 필요할 테지요. 코로나19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몸속 세포에서 답을 찾는 의료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한 번쯤 받아 본 경험이 있을 듯한 코로나 PCR 검사도 DNA를 증폭 및 분석 기법의 발전 덕분에 지금처럼 편하게 활용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1903년 심장 활동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심전도계를 시작으로 CT, MRI, PET 등 의료 영상 기술과 전자의수, 인공심장, 인공와우 같은 인공보철 기술 그리고 현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웨어러블 헬스케어, 전자약, 캡슐형 내시경 등 첨단의료기술을 아우르는 바이오메디컬공학입니다.


이 분야가 매력적인 건 치료와 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메디컬공학이 바꿀 미래를 살아갈 MZ세대와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접할 생생한 삶의 변화에 있습니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발전하고 있지만, 기능 향상을 위해서도 사용될 의료 기술들. 머릿속에 누구나 뇌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기 하나씩은 갖고 있을 미래, 머릿속 생각을 곧바로 비디오로 변환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는 날도 언젠가는 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SF 소설처럼 황당무계한 느낌은 아닙니다.


상상만 해 왔던 것이 여전히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은 이미 삶 속에 들어와 있기도 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또 다른 미래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한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 의공학 기술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공학교양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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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방 박노해 사진에세이 4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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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세계 빈곤지역과 분쟁지역을 다니며 평화운동을 펼친 박노해 시인. 지상의 멀고 높은 길을 걸으며 기록해온 유랑노트는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길>로 선보였고, 이번에는 방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선사하는 <내 작은 방 (My Dear Little Room)>으로 2022년을 열어봅니다. 


흑백 필름카메라로 에티오피아, 인디아, 페루, 버마, 파키스탄, 수단, 몽골 등 세계의 토박이 마을과 그 작은 방들을 순례한 박노해 시인. 어둠과 빛의 조화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성채 도시 곤다르, 안데스 만년설산 고원의 돌집, 어둠이 내려앉은 동굴집에 은은하게 불빛이 비치는 작은 방… 지도에서조차 찾기 힘든 곳에도 사람이 있었고, 그들이 머무는 안식처가 있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채 대지의 품에 안긴 공간이 선사하는 경건함이 샘솟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37점의 사진 속에는 자기만의 방을 가진 이들도 있고, 지상에 집 한 채 갖지 못한 채 유랑자로 떠도는 이들도 있습니다. <내 작은 방>은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 영혼이 숨 쉬는 방까지 확장합니다. 박노해 작가의 책은 한글과 영어가 동시 수록되어 있는 게 특징인데, 이번에도 아름답게 영문 번역된 글귀까지 읊조리며 한글과 영어의 또 다른 느낌을 받아봅니다.


어떻게 생계가 유지될까 싶은 곳에서도 해맑은 미소를 자아낼 줄 아는 순수함을 간직한 채 온 가족이 저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고자 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박노해 시인의 마음이 절로 공감되기도 합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임에도 나그네의 손을 이끄는 그들의 온기가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유목민, 집시처럼 유랑자의 삶을 사는 이들에겐 잠시 쉬었다 떠나는 방일뿐이지만, 번듯하게 집이 있는 생활을 하는 도시인보다 못한 삶이란 건 없습니다. 스스로 길이 되어 인생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 작은 방>에는 희망의 꿈이 자라는 방도 있습니다. 인디아의 한 여성은 재봉틀로 작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아프가니스탄 국경 마을의 한 소녀는 자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방에서 말이죠. 버지니아 울프는 성찰하고 사유하는 자기만의 방을 소망했듯 <내 작은 방>에는 '나 자신을 지켜낼 독립된 장소'로서의 방을 보여줍니다. 지금 당신의 방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요.


"자기만의 방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행위와 마음은 다음날 세계의 사건으로 드러나는 것이니." - 책 속에서


나라를 잃고 떠도는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인 쿠르드 난민 가족의 단칸방에는 아홉 식구가 전기도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버틸 수 있는 건 어깨를 펴고 용기를 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강인한 심지 덕분입니다.


우리 모두의 첫 번째 방은 엄마의 품이라는 박노해 시인의 글귀에 울컥하기도 합니다.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탄생의 자리'인 엄마의 등에 업힌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 아이를 언제 마지막으로 업어줬는지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복잡미묘한 감정이 휘몰아칩니다.


<내 작은 방>을 덮을 때 즈음엔 물욕이 다 뭔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고요해지는 마음에 스스로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혜택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가는 관점을 비틀어보게 하는 사색의 시간을 안겨줍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도 황폐해지지 않는 마음을 간직한 이들에게서 오히려 치유를 받게 됩니다.


꾸준히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는 서촌에 위치한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2022년 <내 작은 방>展을 전시합니다. 에세이 <내 작은 방>에 등장한 박노해 시인이 찍은 흑백사진 37점을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울림을 받았는데, 대형 흑백사진 작품으로 만난다면 감동의 수준이 다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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