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왜 왔니?
임유섬.권혜원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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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의 "나보다 더 귀여운, 신이 내린 꿀소설!"이라는 추천사가 딱이다 싶을 만큼 참 예쁜 스토리를 만났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 등 글로벌 흥행작 한국 대표 영화사에서 글로벌 IP 기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판 브랜드 페퍼민트오리지널을 론칭해 영상화하기 좋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구에는 왜 왔니?>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SF 소설 <제3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드라마로 꼭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했다고 하네요.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드라마 연출을 준비하고 있는 임유섬 작가와 예고 시절 사제지간인 권혜원 웹소설 작가가 함께 소설로 각색했습니다. 소설과 찰떡궁합인 일러스트로 표지를 장식한 김지현 일러스트레이터의 조합이 상큼발랄한 느낌을 더해주네요.


우주신 안드로메다 황제는 은하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인 지구를 쓰레기로 뒤덮은 인간을 벌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퍼뜨려도 살아남는 인간들. 결국 인간의 생식능력을 없애기로 하는데...





생식능력을 없애는 물질을 직접 테스트하려고 막내 공주 수정이 지구로 옵니다. 이미 지구에 잠입해 오랜 세월 동안 약사로 살고 있는 외계인 미자는 공주님과 함께 그 물질을 약국 손님들을 대상으로 실험하지요. 하지만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진석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비건을 하고 바다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훈남입니다. 진석 때문에 실험이 벽에 부딪힌 수정. 진석의 정체를 캐내어 분석하기 위해 그에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바로 연애를 통해서요. 


열심히 지구인들의 연애 방식을 스파르타식으로 배워보지만, 진석의 마음에 들기 참 어렵습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저는 외계인만 아니면 돼요."라고 하질 않나, 옛사랑의 그늘에서도 아직 벗어나지 못한 진석입니다. 꼰대 기질이 튀어나오는 진석과 10년 전 유행어를 신조어인 줄 알고 쓰는 수정 외에도 <지구에는 왜 왔니?>는 그야말로 캐릭터 맛집입니다. 국내 유일 외계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작전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수색요원 병구, 보는 사람들마다 진석의 아버지인 줄 착각하게 만드는 노안 소유자이자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춘규 등 개성만점 인물들이 펼쳐내는 사이드 스토리도 즐겁습니다. 


"이거 하나 버린다고 지구가 멸망을 해? 종말이 와? 환경충들. 유별나 아주. 하는 짓이." - 책 속에서


진석과 수정의 로맨스가 중심이지만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모두 지구 환경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구로 오자마자 지구환경평가 보고서를 읽는 수정의 모습에서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용기가 쓰레기 산과 섬을 이루고 만 지구의 암담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행히 진석과 춘규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요. 


"없애야지. 인류는 벌레와 다를 바가 없다. 자기 집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었어. 그리곤 화성에 다른 집을 짓겠다는 미친 놈들이야." - 책 속에서


예쁜 사랑을 꿈꾸는 수정과 진석의 연애 전선에 장애물이 이토록 많은데 과연 그들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사랑과 환경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재를 재밌게 버무린 <지구에는 왜 왔니?>. 코믹 요소를 절묘하게 배치해 매 장면마다 한 번씩은 폭소가 터졌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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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도감 - 캐릭터로 이해하는
스즈키 도모노리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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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에는 수백조 개가 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무려 1.5kg이나 된다고 합니다. 두루뭉술하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알고 있던 미생물 세계였다면 <캐릭터로 이해하는 미생물 도감>을 통해 놀라운 지식 정보를 얻게 될 겁니다. 


우리는 미생물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유용한 좋은 이미지와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이미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평소엔 유익하다가도 해를 끼치는 것으로 바뀌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피부나 콧속에 있는 표피 포도상구균처럼요. 평소엔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 억제에 도움 되는 미생물이지만 체내에 침입하면 감염증을 일으킵니다. 


<캐릭터로 이해하는 미생물 도감>에서는 미생물이란 무엇인지, 종류와 특징을 구분해 도감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미생물 특징을 잘 살린 캐릭터들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도쿄이과대학교에서 미생물을 연구하는 스즈키 도모노리 교수는 우리 인간 생활과의 관계에서 미생물이 작용하는 방식을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보기 쉽게 흥미로운 캐릭터와 풍부한 도표, 사진 자료를 통해 설명합니다. 


미생물은 세균, 고세균, 진균 등으로 불리는 진화적인 조직을 가진 생물입니다. 이 책에서는 바이러스도 등장하는데요. 팬데믹을 겪게 한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는 세포를 갖고 있지 않아 물질과 생물의 중간적 존재이지만, 생물의 세포에 기생해서 증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이 책에서 함께 소개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표피 포도상구균처럼 늘 인간과 함께하는 미생물부터 만나볼까요. 우리 피부에 존재하는 포도상구균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황색 포도상구균처럼 독성이 매우 강한 미생물도 평소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피부나 자연계에 널리 분포해있지만, 상처를 통해 증식한 대량의 황색 포도상구균이 음식을 만들 때 달라붙어 체내에 들어가면 식중독을 일으키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린 사람의 피부에는 이 황색 포도상구균이 많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익균과 유해균의 습성을 모두 가진 균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피부를 보호하는 아크네균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지나치게 증식하면서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여드름균이 되는 겁니다.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어도 발병되지 않는 것처럼 면역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양치질을 빼먹기 일쑤인 아이라면 뮤탄스균 페이지를 놓치면 안 되겠습니다. 충치균이라고 흔히 부르는 바로 그것입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중 고질병처럼 떨어지지 않는 진균도 있는데 무좀의 원인인 백선균입니다. 조건이 맞으면 몸에 달라붙은 뒤 1~2일 이내에 각질층에 침입해 감염되고, 증상이 가라앉은 것 같아도 각질층 속에서 활동을 삼가고 있을 뿐 재발이 쉽다고 합니다. 독감 예방 접종을 했는데도 A형, B형 다 걸리고 신종플루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고루 걸려본 경험이 있는 우리 아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차이를 이번 기회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칼럼 코너에서는 해당 미생물과 관련한 더 깊은 내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표피 포도상구균이나 황색 포도상구균처럼 피부 상재균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데 상재균은 손을 흔들기만 해도 공기 중에 쉽게 날아 올라가서 주위 사람에게 붙는다고 해요. 악수하거나 대화만 해도 상재균을 서로 교환하는 셈입니다. 반려동물과도 비슷한 상재균을 가진다니 재미있습니다.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 중 미생물과 관계가 있는 것도 많습니다. 장내 환경을 건강히 하는 데 필요한 유산균은 신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 덕분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생태계 기반을 유지하는 고마운 미생물들을 만나보세요. 게다가 곰팡이를 계기로 항균제가 개발된 것처럼 미생물이 만드는 의약품이 생명을 구하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연구가 진행 중인 미생물들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새로운 의약품은 물론이고 석유를 대체할 연료를 만드는 미생물 개발에 관한 내용은 특히 놀라웠어요. 현재 인류가 발견한 미생물은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의 1퍼센트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어떤 보물이 숨어 있을지 과학기술의 발달이 발견할 미생물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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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 매킨타이어 지음, 노윤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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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졌습니다. 우리 아들이요. 음모론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데 자기도 꼭 읽어야겠다고 합니다. 이해 불가능한 사고방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며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집단을 봐온 터라 저도 이 책에서 얻고 싶은 목표가 있었고요. 결론은 제목처럼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거였습니다.​​ 


과학철학자 리 매킨타이어는 <과학적 태도: 과학 부정론과 사기와 유사 과학으로부터 과학을 수호하기>라는 책도 쓴, 과학 부정론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증거보다 감정, 이념을 앞세워 행동하는 과학 부정론자들과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눕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웃지 못할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


1950년대 대형 담배 회사들이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성공적인 여론몰이로 무력화하면서부터 시작된 과학 부정 현상.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마저 불편하게 만든다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부터 진화론, 백신, 기후변화, GMO 문제 등 수많은 이슈에 과학 부정론자들이 생겨납니다. 문제는 이들이 워낙 강경해서, 혹은 단순히 무지해서 과학 부정론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며 과학계나 주류에서 외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가 방치되면 오류가 가속화되면서 이를 바로잡지 않는 것이 결국 가장 나쁜 선택이 된다는 거죠. 이 책은 잘못된 사실을 믿는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


재미있는 건 과학 부정론자들은 예외 없이 다섯 가지 일반 논증의 오류를 범한다고 합니다. 증거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에 집착하고, 논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사실만을 선별하는 체리피킹을 하고, 가짜 전문가들에 의존하고, 과학에 대해 불가능한 기대치를 주문하고, 비논리적인 사고를 고수합니다. 누군가의 신념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리 매킨타이어는 다섯 가지 오류를 바탕으로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보편 전략을 직접 실행해 봅니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가하면서 말이죠. 


그곳에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인종, 계층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확신에 찬 신념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합니다. 몇 명과 대화를 나눈 저자는 능력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들이 과학적 사유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아무도 전향시키지 못하고 아내에게 줄 굿즈만 삽니다. ​​다행히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게 한 건 평평한 지구론을 설파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을 만났을 때입니다. 그가 하려는 일이 바로 저자가 하려고 했던 일이니까요. 그는 조용히 들어주고, 존중을 보여주고, 대화에 호응하고, 신뢰를 쌓으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 셈입니다. 




과학 부정론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믿음이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작용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사람의 신념이 형성되는 방식을 알아야 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 정체성, 가치 등이 결합되어 신념으로 굳어져 갑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신념을 그의 의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있습니다. 그 사람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일이기에 무시하고 창피를 주고 적대시해봤자 얻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오늘날 가장 크고 중요한 과학 부정론의 하나는 기후변화 부정론입니다. 이 역시 증거는 차고 찼으니 결국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자신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이 유전적으로 변형된 식품이라는 걸 모른 채 GMO 반대자가 된 이들도 있습니다. 기후변화 이슈에는 확고한 과학적 주류이지만 GMO는 반대하는 과학자 친구와의 대화도 흥미진진합니다. 과학 부정론의 가장 최신 사례는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백악관이 지휘하는 과학 부정론 캠페인이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 실시간으로 우리는 봤습니다. 저자는 코로나19 부정론과의 싸움에서 유효했던 방법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교훈을 건져올리기도 합니다. ​​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불편해합니다. 이 책에서 등장한 과학 부정론자들을 보면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건 효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모욕, 창피 주는 일도 무익합니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도록 신뢰감을 쌓아 공감과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대화에 나설 때 그들에게 의심의 기회를 만들어주어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도록 할 수 있다는 걸 저자가 직접 실천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참석하고, 석탄 광부들과 식사를 하고, 물에 잠기고 있는 몰디브로 가서 현지인들을 만나고, GMO를 불신하는 친구들과 토론하는 등 오늘날 중요시되고 있는 이슈에 몸소 뛰어들어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나간 저자의 여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책입니다. 과학 부정론자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기도 합니다. 온갖 미디어의 가짜 뉴스가 판치고 정치적 왜곡이 일어나는 불신의 문화 속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그저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이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다면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좌절도 하면서 지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제목처럼 생산적인 대화를 끌어낼 기회를 맛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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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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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어른과 세상을 꼬집는 이야기로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익살맞은 이야기꾼 로알드 달 작가, 짝꿍처럼 그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는 퀸틴 블레이크의 일러스트 조합이 빛나는 어린이 동화 <마틸다 (MATILDA)>. ​​로알드 달이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쓴 동화입니다. 출간 35주년 기념으로 만나는 새로운 표지와 사양의 특별판은 한정판으로만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


1988년에 출간된 이후 뮤지컬, 영화로 각색되어왔는데 12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35주년 특별 한정판 <마틸다>는 양장본이라 책이 훨씬 더 예뻐졌어요. 독서광 마틸다를 잘 드러낸 표지 그림부터 사랑스럽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캐릭터와 말괄량이 삐삐보다 더 센 기발한 응징으로 어린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통쾌함을 맛볼 수 있는 로알드 달의 동화. 권위적이고 부당한 세계를 비판하면서도 반짝이는 위트와 따스함까지 놓치지 않는 매력이 근사합니다.


이 세상엔 두 종류의 부모가 있습니다. 아무리 말썽꾸러기여도 자기 아이는 출중하다고 믿는 주책바가지 부모, 그리고 자기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부모 말입니다. 마틸다의 부모는 두 번째입니다. 정직하지 못하고 속임수를 쓰며 중고 자동차를 판매하는 아빠, 빙고게임에만 빠진 엄마. 웜우드씨 부부는 집에서는 바보상자 TV 앞에서만 머물며 TV 식사를 하는 아둔한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틸다가 책을 읽고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라며 호통치고, 마틸다의 총명함과 재능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틸다는 영리하고 비범한 아이입니다. 네 살 때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유산>을 읽어내고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며 책으로 세상을 여행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키웁니다. 독서광 마틸다가 읽은 책 목록의 일부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일명 세계 명작 고전소설이라 불릴 만한 책들이 등장하지요. 로알드 달 작가는 책의 소중함과 독서의 장점을 마틸다를 통해 들려줍니다. 스마트폰에게 관심을 빼앗긴 채 독서를 하지 않는 요즘 시대에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


언제나 자신을 무시하는 부모에게 마틸다는 나름대로 골탕을 먹이기도 합니다. 말하는 앵무새로 유령이 나타난 것처럼 소동을 벌였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빠의 머리카락을 표백시켜버리면서요. 다섯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마틸다. 아뿔싸, 학교에도 부모 못지않은 복병이 있었습니다. 트런치불 교장은 사나운 폭군과도 같습니다. 절대로 대들지 말 것, 절대로 말대답하지 말 것! 도대체 어떻게 교장이 되었는지 미스터리할 지경입니다. ​​


"난 작은 인간들이 싫어. 작은 인간들은 자고로 눈에 띄지 말아야 해. 머리핀이나 단추처럼 눈에 안 보이게 상자에 담아 버려야 해. 난 왜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어린것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단 말이지." - 책 속에서





하지만 결국 트런치불 교장의 비난과 분노를 한몸에 받는 마틸다. 그 순간 마틸다에게 기이한 능력이 생기는데...


<마틸다>를 읽는 어른이라면 교장의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올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선생님으로부터의 폭력과 처벌이 일상화였던 시대가 그렇게 옛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로알드 달 작가는 권위적이고 불합리한 폭력에 아이들이 대처할 수 있는 (미쳐 버리지 않을) 소소한 방법을 마틸다에게 안겨준 셈입니다. ​​


다행히 마틸다의 영민함을 알아주는 하니 선생님이 있습니다. 마틸다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 역시 트라우마가 있지만 마틸다와 비밀을 나누며 서로를 돕습니다. 이중적이고 무책임하며 지독한 말을 내뱉는 부모, 교장과 달리 아이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바라보는 어른도 등장시키니 묘한 안정감을 받게 됩니다. 도서관 사서 선생님도 마틸다의 성장에 한몫했지요.


영리한 마틸다가 바라본 부조리한 어른과 사회. 주눅 든 아이들을 대신해 통쾌하게 한 방 날리며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마틸다>입니다. 로알드 달은 사악한 어른들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악인이 되었다 식의 면죄부를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권선징악적 교훈이 찰지게 마무리된 느낌입니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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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따뜻한 위로의 말
손정필 지음 / 월넛그로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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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상담심리학 교수로 국내 최초 NLP 심리학을 바탕으로 강의와 코칭을 하는 손정필 교수의 따뜻한 위로의 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건강한 동기부여와 변화를 이끄는 NLP 심리 상담 기법 중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전개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짧고 좋은 글귀를 읽으며 기적 같은 말 한마디 "괜찮아"의 위로를 받아보세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불안과 두려움. 문득 주저앉고 싶을 때, 슬픔이 차오를 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가고 싶을 때, 내 안의 잠든 나를 깨우고 싶을 때, 희망의 출구를 만들고 싶을 때 "괜찮아"라는 말이 안겨주는 위로의 힘은 큽니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마음의 위로, 평안, 용기, 치유의 메시지를 건져 올립니다. 인생의 길을 걷는데 꼭 필요한 말들입니다. 그림과 글을 활용한 드로잉명상으로 마음 챙김을 하는 손정필 교수의 따스한 그림도 만날 수 있는 힐링 에세이입니다. 


자동차 경주의 승패는 직선구간이 아니라 위험한 곡선구간이 좌우하듯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걸 일깨웁니다. 늘 맞이하는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울 때 성장의 기회가 생깁니다. 변화를 원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것은 성공으로 향하는 인생의 곡선구간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나무도 성장 과정에서 상처의 흔적인 옹이가 생기는 것처럼 견딤의 시간이 성장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걸 기억하자고 말이죠. 수많은 좌절과 시련이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 견딤의 시간을 잘 살아낼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소중하고 귀중한 내 에너지를 부정적인 마음으로 낭비하는 대신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를 사랑하는 데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내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오늘 하루의 만족도가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잘 다루면 행동이 된다는 저자의 조언은 마음 챙김과도 연결됩니다. 억누르고 회피하기보다는 알아차리고 관심을 가지며 자기 성찰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위로는 더 이상 고개를 떨구면서 살아갈 필요 없이 희망을 향해 고개를 위로(look-up)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도 위로를 통해서 고개를 위로(look-up) 보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 책 속에서


성인이 되어도 책임감을 지지 않는 사람을 심리학에서는 '미성숙'된 사람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자기 삶에 책임감을 가진 당당한 사람으로 서기 위해서는 인생을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목표와 꿈을 현실이 되게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합니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애쓰다 지치고 힘들어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 인생의 숙제를 잘 해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책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직면한 현실에 주저앉지 않도록 마음의 근력을 튼튼히 해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지혜로운 하루하루를 쌓아올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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