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무라카미 요코 사진,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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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들처럼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인간은 자신의 일을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고, 또 그걸 위해서는 다이어트든 신체 단련이든, 자신의 신체를 어느정도 정확히 파악해서 방향성을 통해 자기 관리를 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에는 하나의 고유한 체계나 철학이 필요하게 된다.물론 그 방법이나 철학이 보편적으로 타인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나는 학교를 졸업한 이래 어떤 조직에서도 속하는 일 없이 혼자서 꾸준히 살아왔지만, 그 20여년 동안 몸으로 터득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개인과 조직이 싸움을 하면 틀림없이 조직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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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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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쪽

내가 보기엔 냉소적인 사람보다 더 유치한 건 없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여전히 세상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악착같이 믿고 있고, 또 유년 시절에 들었던 유치한 관념들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인생은 개같고,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믿지 않고, 나는 질리도록 인생을 즐길 거야"라는 말은 불만에 가득 찬 유치한 인간의 말일 뿐이다. 

186쪽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불행한 이유가 다양하다.'

이것은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나는 모든 평범한 수위처럼 이것을 몰라야 했다. 우연히 문장의 두 번째 구절이 내가 말한 첫 부분과 연결되었을 때, 그것이 톨스토이의 문장임을 몰랐더라면 마치 은총의 순간처럼 소스라치게 놀랄 일도 없었을 것이다.

279쪽

끝으로, 청소년들은 어른을 모방하면 어른이 된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어른들은 아직도 어린애들이고, 인생 앞에서 도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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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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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음악, 미술, 과학, 수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성을 빛낸 천재적인 인물들의 발상법을 주제로 삼고 있다. 나 자신이 너무 늦지 않았다면 이 부분을 발현하며 살고 싶은 생각이 크다. 아울러 나이 아이들도 창조적인 부분들을 발현하며 살았으면 싶어서. 

 종교학자 조지프 캠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스스로의 천복을 따르십시오.”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와 문화의 명령에 복종하며 지내는 동안 자신이 지닌 사장 좋은 부분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켐벨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천복은 스스로의 열정을 말한다. 이는 소명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며, 선택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환장 같은 것이다. 진실로 무언가 창조해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고통은 피할 수 없으나 마침내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우리에게 혹은 자신에 주어진 천복 혹은 열정의 실체를 잘 알고 싶다. 그리고 늦지 않았다면 개발하고 싶다.

 

 

 

도입에서

 

 

역사 속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은 실재와 환상을 결합하기 위해 13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이용했다고 <생각의 탄생>에서 읽었다. 이 도구들은 추상화, 패턴인식,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그리고 통합이라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회상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철학자로서 작가로서 패배의식을 안고 있는 사람이었단다. 아버지 사후에 울프는 그가 지니고 있었던 불일치, 비평능력과 창작능력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아버지는 분석정신의 경탄할 만한 전범이었지만, 실생활 측면에서는 매우 조야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어서 아버지의 내면에는 뛰어난 초상화가와 색분필을 가지고 낙서나 하고 있는 어린애가 동시에 들어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받은 교육이 음악, 미술, 연극, 여행 같은 여가활동에 대한 심각한 결핍증을 불러 왔고 그 결과 지적 편중과 좁은 시야를 갖게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딸은 달랐다. 울프는 집에서 종합적인 방법으로 학습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아버지가 읽어주는 월터스콧의 소설이나 셰익스피어의 고전들, 사우스 켄싱턴 박물관의 기계전시실이나 자연사박물관의 곤충실 같은 데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등 그녀의 학습 경험은 몸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제로 그것을 '어떻게' 응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추상화

새무얼 존슨, ˝문학이 하는 일은 개체가 아닌 종(種)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전체를 포괄하는 속성과 주된 형상에 주목하는 것이다.˝

스젠트 기요르기,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다 씁니다. 그런 다음 쓴 종이를 치우죠. 그러다가 한달 후에 처음 쓴 것은 보지 않고 다시 씁니다. 두번째 쓴 글이 첫번째 쓴 글과 다르면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그렇게 해서 열여섯번쯤 쓰게 되는데, 글이 더 이상 달라지지 않을 때까지 쓰게 되는 셈이죠.˝ 스젠트 기요르기의 경우 글을 거듭 써갈수록 말하고자 하는 것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사라지고 본질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언어적인 묘사는 점차 간결해지고 일종의 시 형태로 응집되면서 각각의 단어는 보다 큰 외연과 중요성을 갖게 된다. 문학적 글쓰기를 하건, 과학적 글쓰기를 하건, 과학적 연구결과를 기록하는 글을 쓰건, 이것이 글쓰기의 진실이다. 많은 과학자들도 기술적인 단어와 개념 역시 시어의 엄격성과 간결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티스는 학생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3층짜리 스튜디오를 갖는 것이다. 1층에서는 모델을 두어 그림 수업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아주 가끔 1층에 내려와 모델을 보고 가고, 3층에선 아예 모델을 보지 않고 그림수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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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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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또 엄청난 대작(미국의 목가)을 읽었는데, 기록을 하지 못한 것이... 숙제를 미루기 바쁜 게으른 학생 모양새였다. 읽는 내내 마음 저 깊숙한 곳을 툭툭 건드리는 것이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체념적이 되어버리기도 하고(아무래도 부모 입장에서 시모어의 딸을 보게 되므로) 답답하기도 하고(미국 주류에 완전하게 속하지 않았다는 유대인으로서의 상대적 피로감, 대체 주류에 편입되는 것이 무엇이길래 저토록,,,) 그랬다.  

 

형한테 자신에 대한 의문이 다가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 만일 자신에 대한 의문이 인생에서 너무 일찍 찾아오는 것보다 나쁜 게 있다면 그건 너무 늦게 찾아오는 거야. 형의 인생은 폭탄에 의해 박살나버렸어.”

“1968년 일이야. 난폭한 행동이 아직 새롭던 시절이지. 사람들은 갑자기 광기를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어. 공적 과시가 난무하고 심리적 억제가 사라지고, 권위는 힘을 잃고, 아이들은 미쳐버리고, 모두가 위협을 느꼈지. 어른들은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이게 연극인가? ‘혁명이 진짜인가? 게임인가? 경찰과 도둑 놀이인가? 아이들이 이 나라를 뒤집어놓으니까 어른들도 미치기 시작했어. 하지만 시모어()는 그렇지 않았어. 시모어는 자기 길을 아는 축에 속했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건 인정했지만, 사랑하는 뚱뚱한 딸과는 달리 호찌민파는 아니었어. 그냥 자유주의적이고 마음씨 고운 아버지였지. 보통 사람의 인생을 사는 철학자 왕이었어. 자식들을 합리적으로 대하라는 근대적인 관념을 교육받은 사람이었지. 모든 걸 허락할 수 있고,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그애는 그걸 싫어했어. 사람들은 보통 자기들이 다른 사람 자식들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 하지만 이 아이는 그런 면에서는 일을 편하게 해줬어. 이 아이는 야비하고 독선적이었어. 그 작은 똥덩어리 같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가 않았어. 이봐, 나도 애들이 있어. 잔뜩 있지. 그래서 애들이 자랄 때 어떤지 알아. 자기도취의 블랙홀은 바닥이 없지. 하지만 살이 찌는 거나 머리를 길게 기르는 거나 로큰롤 음악을 아주 시끄럽게 듣는 거하고 뛰쳐나가 폭탄을 터뜨리는 건 다른 일이야. 그런 범죄는 절대 바로잡을 수 없어. 형은 그 폭탄으로부터 되돌아갈 방법이 없었지. ”

제리가 몰두하며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그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특별한 재능,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는 또하나의 특별한 재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는 기억 때문에 시들고 마르는 일이 없었다. 제리에게 뒤돌아보는 것은 모두 헛지랄이고 노스탤지어일 뿐이다. 삶에서 정당한 분노보다 사람을 더 의기양양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는 말에는 이의를 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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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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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 지인 언니한테 꼭 읽어보라고 강추를 했더니, "마흔 지난 지가 언젠대?"라며 해당 사항 없다는 듯이 그래서 '아니 이책은 마흔 중반 이후에게 설파하는 책이다' 라고 말해 놓고, 속으로 고쳐 생각하기를 스물이든, 서른이든, 나이로 따지는 인생의 한복판에서부터 읽어도 좋지 않을까? 했다. 

 

인생을 전후반기로 나누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단다. 인생 전반기에는 대부분 페르소나를 만들고 유지하느라 내면의 현실에 쉽게 소홀해진다. 그러고 나서 등장하는 것이 그림자로, 이는 인식하지 못하거나 억압된 모든 것을 가리킨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한 모든 것, 그러니까 분노와 성뿐만 아니라 즐거움, 자발성, 미개척 상태의 창조적 열정 등이 포함된다. 프로이트가 간명하게 설명한 내용을 빌리면, 문명의 대가가 바로 신경증이라고 한다.

 

인생 전반기가 지나고 중간 항로 즉 마흔에 들어서면, 결국은 자신의 내면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질문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내용이다. 중간 항로에 들어선 많은 여성에게 지금은 자신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임을 강조한다. 오래전부터 초대는 받았지만 정작 가보지 못한 그 약속 말이다. 키워준 부모가 만들어준 외피가 떨어져 내리고 나면 여성은 자신이 누구인지,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생이 지루하고 우울하게 느껴진다면 외면했던 재능을 꺼내 사용하면서 자신을 치유해야! 유희가 있어야 사는 데 힘도 생긴다.

 

 

우리 안에는 상처받고 두려워하며 상호의존하거나 보상 속에 웅크리고 숨어 있을 단 한명의 아이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한 무리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유치원과 같다. 한 교실 안에 익살꾼, 예술가, 반항아 등이 모두 함께 있으며, 이 아이들은 세계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모두가 무시당하거나 억압받았다. 따라서 자신 내면에 있는 아이들의 존재를 회복하면 종종 심리치료의 효과가 증폭된다. 그리고 이는 천국에 들어가려면 아이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설파한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다. 마흔이 되어 우리를 가장 좀먹는 경험 중 하나는 덧없다는 느낌, 사는 게 재미없다는 느낌이다. 이웃들의 눈에는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삶의 여정이 장애물을 만날 때면 결국 내면이 나를 구해줄 것임은 융이 잘 알고 있다. "_____ 스스로의 열정을 좇으며 살자!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부모가 자신의 상처 때문에 양육과 힘을 얻길 원하는 우리의 원형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해 주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간항로 중에는 이런 개인사를 세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심리 치료라 해봤자 현재의 고통을 전부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은 그 반대다.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이해할수록 부모가 우리에게 준 상처를 용서할 가능성이 커진다. ”

 

마흔이 된 이들에게는 경제적 현실을 굳이 일깨워주지 않아도 된다. 이때쯤이면 빈곤한 은퇴생활을 걱정하면서도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뻔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경제적 과제와 경제적 상처가 있다. 프로이트는 건강하려면 일이 필수 요소라고 했는데 과연 어떤 종류의 일을 말하는 것일까? 가리키는 대상은 같지만 직업소명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직업은 돈을 벌어 경제적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소명은 삶의 에너지를 실현하도록 요청받는 것이다. 소명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소명이 우리를 선택한다. 우리는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천대받거나 거부당하는 소명이라도 기꺼이 하겠다고 답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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