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 오은영 박사의 불안감 없는 육아 동지 솔루션
오은영 지음 / 김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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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3-09-16 17:32

"많은 슈퍼맘들이 자신의 슈퍼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에게 슈퍼키드가 되라고 강요하고 자신이 가진 불안보다 더 큰 슈퍼 불안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있다. 내가 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이다. 혹여 '아이가 공부를 너무 못한다.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이 아이는 공부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되면 그 아이 인생의 다른 몫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마라. 그것을 못 견디고 이후에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면 엄마나 아빠 모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부족하다면 그것은 그 아이가 감당해낼 수밖에 없는 그 아이의 몫이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줘라. 그래야 아이가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불안에 취약한 엄마아빠는 그만큼 아이에 대해 유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빨리 깨닫고 바꾸지 않으면 아이에게 분명 무리가 생긴다. 아이가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변하거나 삼하게 말하면 부모의 불안을 해결하는 도구가 되고 만다. 그래야 부모가 덜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서 아이가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딱 초등학교 때까지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 몸의 호르몬이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 몸은 좀더 독립적이고 자율적이기를 원한다. 아이 안에서 일어나는 발달의 진행을 아이도 주체할 수가 없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호르몬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 호르몬은 아이가 조금씩 독립하는 법을 가르치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세게 누르면 터져버린다. "

 

" 그동안 우리는 육아나 가사노동을 평가 절하해 왔다. 솔직히 이러한 인식은 아빠들보다 엄마들 자신이 더 심했다. 전업주부로 있는 것보다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가치를 비교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어줍잖게 벌면서 아이들이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아이를 맡기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고, 돈을 벌었는데 따져보니 지출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물론 사회적 활동이 경제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우리 마음 속에는 그것을 경제적인 잣대로 환산해서 자꾸 비교하려고 든다. 사실 육아나 가사노동은 감히 금전적인 것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영역이다. "

 

 "사람은 늘 자신에 대한 행복의 기준이 되는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행복이 지금 살고 있는 인생과 많이 다른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의 행복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약간의 다름만 부각하여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억울함과 기대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가지 않은 길을 그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내가 걸어온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며 지금 내가 서 있는 길은 선택의 순간 내 세포 하나하나가 최선이라고 판단했던 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생은 자신의 선택이다. 그것을 자꾸 상황에 의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지 말자. "

--> 자기 안의 가치관이 일관되지 못하면 어떤 모습으로 살든 언제나 불행하다는 이야기. 반대로 스스로 정한 최상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단단한 사람은 남들이 뭐라든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는 거지.

 

좋은 부모, 배우자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심리코드 일곱 가지

 

-피해 의식 : 피해 의식이 느껴지는 순간, 자신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거나, (사이버대학, 방송통신대삭, 평생교육원, 구청의 문화센터) 공부가 적성에 안 맞으면 틈틈이 좋은 영화라도 보러 다닌다. 내 안의 정체성 중 자신을 위한 것의 개수를 늘려 나간다. 나를 버리고 아이를 위해 살았다고 억울해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한테 가장 중요한 황금시기에 내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시간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시간이 소중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만약 너무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다. "엄마가 너를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네가 무심한 것 같아 좀 서운해"라고 말하고 저녁이라도 온 가족이 같이 먹자고 말하라. 하지만 나의 사랑이 정말 아무 조건이 없었다면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으므로 스스로 자신에게 '뿌듯함'이라는 상을 준다.  

 

-고집: 과거에 일어난 일은 이미 지난 일이다. 없앨 수도 없으며 어쩔 수 없다. 고통스러워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그래야 내 미래가 바뀐다. 과거에 일어났고 절대 바꿀 수 없는 일을 고집스럽게 얘기하면 상대방이 나에게 준 피해가 10이라면, 그 원망의 넋두리에 몰입되어 내가 얻는 피해는 100이다.

 

-자기중심적 사고 : 부모들은 아이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데 이것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다. 이런 사고의 부모는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피해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본인은 평생을 아이를 위해 희생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부모를 원망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입장이 다를 때는 타협도 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그게 옳다고 우긴다.

 

-무력감 : 뭘 해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부모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무력감은 내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사람일수록 더강하게 느낀다. 엄마들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과잉 개입하거나 과잉 통제하는데 이것이 뜻대로 잘안 될 때 무력감을 느낀다.

 

-그밖에 무시, 화, 의존심 등

 

 

체벌에 관한 언급 옮김

 

189쪽

나는 말년에 맹인 인도견을 기르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이따금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한다. 며칠 전에는 맹인 인도견 훈련 매뉴얼을 보게 되었는데, 참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첫머리에 '절대 때리지 마라'라는 말이 아주 진하게 강조되어 있었다. 개를 훈련시킬 때 뭔가 잘못하면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해야지 때려서는 어떤 훈련도 제대로 시킬 수 없다고 나와 있었다. 단 한 대도 때려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었다. 하물며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을 때려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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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디지털 세대를 위해 더 새롭고 완벽해진 개정판
짐 트렐리즈 지음, 눈사람 옮김 / 북라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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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책은 또 하나의 육아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저자는 많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은 그들의 부모와 선생님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부모들과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에게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책을 읽고 싶어하도록 가르치는 것에 있다.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랑하고 소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무엇을 배우도록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라는 사실을 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비를 들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자비를 털더라도 책 읽어주는 효과와 방법적 측면에 대해 많은 부모 및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어 하며 썼을 저자를 생각해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더욱 절실해진다.

사실 책 읽어주기의 목표는 아이들의 성공이 아니라 아이들에 행복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을 최고로 사랑하는 부모님께서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얘기를 들으며 "불행하다"라고 느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점.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신동이나 영재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는 진정한 목적은 아기 안에 이미 있는 잠재력에 양분을 주고, 부모와 아이 사이를 친밀하게 묶어 주며, 아기가 자라나 책 읽을 준비가 되었을 때 아이와 책 사이에 자연스러운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다. "

"중산층 가정의 엄마와 아이를 10개월간 관찰한 결과, 연구진은 엄마가 아이에게 사물의 이름을 알려 주는 경로의 75퍼센트가 책을 통해서이고, 아이의 응답을 바로잡아 주거나 긍정해 주는 것의 81퍼센트도 책을 통해서임을 밝혀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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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 1972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2
첼리 두란 라이언 글, 아놀드 로벨 그림, 정대련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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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작성

 

헥삼 가까이 있는 높은 언덕에 사시는 힐드리드 할머니가 어두운 밤을 싫어하고, 밤과 관련된 동물들도 싫어하고, 심지어 달빛도 싫어하는데, 밤을 없애려고 아주 애를 쓰신다. 근데 아이가 헥삼이 어디냐고 물어 보네. 그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거든. 이라고 말하려다 생각해보니, 왜 헥삼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지만, 지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떤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테면, 단순히  ‘어떤 언덕에 있는 집에 사는 할머니’라고 하지 않고, 헥삼 가까이란다. 헥삼 가까이 있는 언덕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속 언덕의 집은 외따로 쓸쓸해 보이는 언덕이지만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장소 같다.

그림 기법 또한 독특한데, 책 소개글에는 펜으로 그린 그림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했다가, 그래서 펜으로만 그린 세밀화 같다고 생각했다가도 이건 보면 볼수록 에칭기법의 판화 그림 같은데, 펜 그림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게 뭐, 중요하냐고 그림만 좋으면 되지 않겠냐고 여기며 말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진실이 알고 싶기도 한 것이다.


검은 색 밤 풍경이 시종일관 등장하다가, 드디어 아침을 맞이하고, 정말 임펙트 있는 검은색과 흰색이 아닌 색깔이랄 수 있는 게 등장한다. 두둥 연한 주황 햇살.


할머니가 그렇게 싫어했던 밤이 가고, 아침이 왔는데, 밤 사이 왕성하게 밤을 몰아내는 사투를 벌인 할머니는 그만 기진맥진하여 고대하던 아침이 온 것도 모르고 쓰러져 주무신다.


아이 왈, “이러시니까, 맨날 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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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의 책읽기 - 삶의 두 번째 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
유인창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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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작성

 

리뷰를 쓰기 시작한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을 코앞에 바라보고 있는데,,,”까지 쓴다. 첫 문장 치고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이후 몇 줄을 쓰고 보니 통속이고, 마무리가 되질 않아 빈문서로 저장하지 않음을 누르고 창을 닫곤 한다.

이 책은 두어달 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은 책이다.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은 바람과, 3040이 두루 공감할 법한 포스를 풍기는 마흔 살의 책읽기 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문화일보 기자의 독서의 에세이이다. 40대 가장의 느끼고 겪을 법한 일들. 사실 사는 것에 대한 스산함이랄까 부산함이랄까 지리멸함이랄까 하는 것들이 읽으면서 툭툭 올라와 자주 책장을 덮었다.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빚 때문에 잠자리가 편치 않고, 억대가 넘는 빚을 지는 바람에 거실과 안방은 내가 주인이지만 작은방과 주방은 은행이 주인이 되는 판국이라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은 사교육 때문에 돈 먹는 하마가 되버렸고. 나이가 들수록 펼 줄 알지? 삶은 더욱 힘들 거라고 한다. 심지어는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할수록 현재의 삶은 비루하다.


하고 있던 작업의 막바지, 화면을 보기 위해 20대 후반인 친구들하고 검토를 하는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20대 친구들은 제일 부럽고, 자극을 주는 대상이 직장 생활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와중에 틈틈이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첨부하여 여행 정보나 지방색 같은 것들을 정리해 블로그를 꾸리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뭐했나 사는데 급급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어떠했더라. 나는 부럽고 자극 받게 되는 대상들은 육아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처음엔 자극이었던 게 애초의 성격을 벗어나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 즈음에서 나를 정신차리게 하는 한마디는 이 책에서 옮긴 다음과 같은 글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불안을 해소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고,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점.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알랭드 보통의 ‘불안’


삶은 불가피하게 고난일 수밖에 없지 않나,


글씨가 뭡네 옥신각신 아이와 숙제를 하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고, 아이를 씻긴다고, 고양이 세수네 뭐네, 물장난 치지 말라고 두아이 뜯어말리고, 하는 지금 이 시기가 빛나는 시기라고 지금 행복한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별것도 아닌 시간 별것도 아닌 순간이지만 그래도 항상 즐겁자!


밥벌이 하고, 처자 거느리며 먹고 사는 것도 벅찬 마당이라지만, 사는 데 급급해 살다보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고, 생각처럼 살기 어려우니,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 고민하는 흔적들을 읽은 책을 매개로 풀어놨다. 지식 하나 늘리고, 교양 한 줄 얹히기 위한 독서는 분명 아니고, 나는 누구이며, 떠날 것인가, 머물 것인가를 사색하고, 일상을 위무하고 살아온 날을 성찰하는 책 읽기를 보여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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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보급판)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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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작성

 

최근 몇년간 읽었던 책 중에 보기 드물게, 저자와 인생역정의 스토리를 제공한 스티브잡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격정적으로 읽었던 책이다. 주말 이틀을 끼고 3박 4일 흠뻑 빠져 읽었나 보다.  요약 리뷰 따위로 때우지 말고, 책으로 직접 만나 느껴보라고 다시 이야기해야겠다.

인생 1막, 잡스의 유년과 대학시절로 할애된 100여쪽 금새 읽었다. 어느덧 애플 창업 시기, 그리고 이사진들에 의해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쫒겨난 시기인 인생 2막... 을 읽었다. 그리고 제 3막 픽사와 애플 양대 CEO로 활약하는 부분이 그 인생 가장 황금기이다.  그러나 3막 2장에 해당될 암의 재발 시기. 

 

 

책의 앞과 뒤에 실린 사진 또한 많은 것을 압축적으로 말해준다. 뒷면 표지의 스티브가 앞면 표지의 인물로 환골탈태되기까지 스티브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이 저자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서술하려 하였다. 

전 <타임>지 편집장이자 CNN CEO를 역임한 월터 아이작슨은 2004년 여름 스티브 잡스에게 만나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평소 아는 사이기는 하지만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고, 스티브가 아이작슨에게 강력한 친분을 표시할 때는 스티브가 출시한 신제품을 타임지 표지에 싣거나 CNN 특집 방송에 보내고 싶을 때만 그러니까 필요할 때만 친한 척 해왔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스티브에게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이작슨은 거절한다. 그가 아직 경력의 중반부에 있고, 더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것임이 분명하기에. 그러나 2009년 스티브의 아내 로렌 파월로부터 스티브의 두 번째 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기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스티브에게 왜 자신을 전기 작가로 택했느냐고 묻자 “사람들의 입을 여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작슨은 스티브 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가 해고하거나 학대한 사람들, 그가 버리거나 그에게 분노한 사람들까지도.

스티브와는 산책 혹은 자택에서 밥 딜런이나 비틀즈의 음악을 틀어놓고 나누는 대화 형식으로 40여차례의 인터뷰를 비롯하여, 맨뒤에 붙어 있는 직접 만나 인터뷰한 사람 목록을 보니, 118명이다. 게다가 애플이 있기까지의 크게 작게 관여한 주요 인물들 몇몇은 그들만의 명암을 드러내며 무대에 나와 활약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잡스의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폴 잡스는 차고에서 오래된 자동차를 손질하는 취미를 가진 기계공이었다. 폴 잡스 부부는 간절히 아이를 원했지만 결혼 8년이 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 이민자 가족 출신의 위스콘신대학 대학원생이던 조앤 시블은 시리아에 다수의 정유업체를 가진 아버지를 둔 유학 대학원생 잔달리를 만나고 사귀지만, 딸에게 엄격했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친다. 시블은 미혼모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곳에서 아이를 낳고, 반드시 대졸자 출신의 부모에게 입양해 줄 것을 기관에 약속 받는다. (아이의 양부모가 대졸자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게 된 시블은 그렇다면, 꼭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 줄 것을 다짐받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엄격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시 시블은 잔달리와 결혼을 하고, 스티븐의 친여동생 모나를 낳지만 다시 둘은 헤어진다. 뒷부분에서 소설가가 된 여동생과 어머님과 재회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부친은 찾지 않는다. 소설가 여동생 모나는 후에 아버지를 사설 탐정 기관에 의뢰하여 아버지를 찾아낸다. 잡스는 자신에게 부친은 자신의 정자 은행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잡스가 친어머니를 만나려고 했던 주된 이유는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그때 어머니가 스물 세살이었으니 스티브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는가. 하는 것. 그럼에도 어머님은 자식을 입양시킨 업보였는지, 이곳저곳 방랑하는 삶을 산다.

양부모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특히 아버지 폴 잡스의 차고는 어린 스티브 잡스가 장인 정신을 전수받은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벨리로 이사를 갔을 때 아이클러가 설계한 주택지의 깔끔한 환경은 훗날 잡스가 애플에서 깔끔하고 우아한 디자인을 창출하고 대중 시장에 공급하고자하는 비전으로 자라난다.

잡스가 때때로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구는 이유와 무엇을 만들든 완전히 통제하려드는 집착은  출생 직후 버림 받은 데 원인이 있다고 그의 측근들은 해석하는데, 잡스는 그런 말들은 다 헛소리라고 한다. 양부모님은 잡스에게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식을 심어 주었으며, 입양 사실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었던 1000% 친부모라고 말한다.

그의 부모는 신앙심이 두텁지 않았지만, 아들은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기 원해 일요일마다 교회에 데려갔다. 그의 나이 열세살 구독했던 <라이프>지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두 비아프라 어린이의 충격적인 사진을 보고 목사님에게 질문한다.

“만약 제가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린다면, 하나님은 그 전부터 이미 제가 어느 손가락을 들어 올리릴지 아시나요?”

“그렇단다.”

“(<라이프>지의 표지를 내밀며) 그럼 하느님은 이것에 대해서도 아시고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아시겠네요?”

“스티브, 이해하기 어렵다는 건 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것도 알고 계신단다.”

 그 이후 다시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훗날 선불교의 가르침에 귀의하기 위해 수년을 보낸다. 그의 십대의 시절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반항기가 가득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성취하려고 하는 반사회적 존재였다. 그는 간교했고, 쉽게 흥분했고, 반항적인 아이로 자라났다.

등록금 비싸기로 유명한 대학에 들어간 스티브. 그는 양부모님이 자신들이 가진 재산의 전부를 대학등록금으로 다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등록금 그리고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대학 시스템이 싫어 한 학기를 마치고 자퇴한다. “자퇴하자마자 관심없는 필수과목들은 제쳐 놓고 흥미로워 보이는 수업들만 골라서 듣기 시작한다.” 그런 과목들 중에 캘리그래피 수업이 있었다.

“그 수업에서 세리프체와 산세리프체를 배웠고, 서로 다른 글자를 조합할 때 공간을 할애하는 방법, 조판을 멋지게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지요. 과학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심미적이고 역사적인 무엇, 예술적으로 미묘한 무엇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이었어요.”

 “제가 만약 대학 시절에 그 수업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맥은 그렇게 다양한 활자체와 비율에 맞게 공간이 할애된 폰트를 결코 갖추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이 윈도는 그저 맥을 모방한 것뿐이니까 어떤 퍼스널 컴퓨터에도 그러한 다양성이 담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기질은 맥이나 아이폰 등을 만들 때 기존의 틀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창조적 열정으로 커나갔다. 잡스는 돈을 버는 것보다 멋진 무언가를 창출하는 것,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역사의 흐름과 인간 의식의 흐름 속에 되돌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히피 생활 방식과 컴퓨터에 대한 열정의 융합, 영적 깨달음과 첨단 기술의 혼합을 몸소 구현하는 토대는 이 즈음에 다져진다.    

 

애플1 애플2

고교 시절 학교 선배이자, 천재였던 또다른 스티브인 워즈니악 또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둘은 컴퓨터에 대한 관심 외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워즈니악의 고안물 애플1을 만들 즈음 1970년대, 컴퓨터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과거 권력자들의 통제도구로 여겨지던 컴퓨터가 개인의 표현과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개인적 능력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만의 영감의 원천을 발견하고,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관심있는 주변 사람들과 모험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

당시 워즈니악은 사업에 투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hp(휴렛패커드) 직원이었고, 그 일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애플의 정식 직원이 된다고 해서 경영 세부 사항들을 챙기거나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득한다. “그게 바로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 저는 조직의 하단부에 그저 엔지니어로 머물고 싶었으니까요.”

 잡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허세도 부릴 줄 알았고 가끔은 사람들을 조종하기도 했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상대를 매료하기도 했지만, 냉정하고 혹독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애플 2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워즈의 뛰어난 설계도 이상의 무언가를 필요로 했다. 완전히 통합된 소비자 제품의 형태를 갖춰야 했고, 그러자면 잡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다.

1977년 1월 드디어 애플 컴퓨터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이 때 마쿨라(애플의 2대 CEO. 인텔에서 일하다가 스톡옵션으로 거부가 된 그는 애플 초기에 사업 확대 자금을 투자하며 사업에 참여함. 초기부터 그후 20년간 애플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함)는 ‘애플의 마케팅 철학’을 종이 한 쪽으로 정리했다. 이 문서에서 그는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공감’이었다. 즉 고객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고객의 욕구를 진정으로 이해한다.”

둘째는 집중이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일을 훌륭하게 완수해 내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서 눈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원칙은 ‘인상’. 사람들이 기업이나 제품이 전달하는 신호와 분위기를 토대로 그 기업이나 제품에 대해 특정한 의견을 갖게 된다는 원칙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판단할 때 가장 먼지 기준으로 삼는 것은 표지다. 우리가 최고의 제품, 최고의 품질, 가장 유용한 소프트 웨어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형편없는 방식으로 소개하면 그것은 형편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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