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스케치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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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반 고기 반' 이라는 말을 끌어다가 표현을 하자면, 이 책에는 '글 반 그림 반'이라고 부칠 수 있다. 그리고 이 말에는 그림이 글보다 할 말이 더 많아 보였으며, 그림 때문에 더더욱 좋은 작품처럼 느껴졌다는 의미도 포함시키고 싶다.

특히 좋았던 그림은 43쪽, 거실의 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너무 좋아서 일(집필)이 잘 되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어떤 남자의 모습을 스케치한 것과, 94~95쪽에 나온 '뉴욕에선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다닌다네, 시 전체가 언제나 공사중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이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네.'가 인상적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도시 생활을 그나마 사랑하는 이유는, 뭔가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대도시의 역동성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쌍빼가 그린 뉴욕에서의 생활의 모습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과의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연락망을 공고히 한다. 역동적이고 열성적이다 보니, 항상 새로운 것 일테면 신형 모델의 **, 새로 생긴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밥을 먹는 취미를 갖게 된다. 사람들을 대할 때, 상대방의 말에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잘 응대해 준다.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할 것인지, 직장을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고민하고, 결혼을 결정한 사람들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저는 하마터면 오직 자신의 일을 위해서만 매진하는 커리어우먼이라는 환상의 노예가 될 뻔했어요' 그리고 주부들은 창조적인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다.

이 중에는 나의 모습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대다수는 이와 다르지 않다. '여기 뉴욕에선 모든 것이 번성해야만 한다네. 발전해야 한다는 말일세. 가장 보잘것없는 것에서부터 큰 일에 이르기까지 여기선 누구든지 뭔가 대단하고 창조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네.' 뉴욕에서는 모든 일이 잘 되어 간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 서울에서도....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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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진단 3 - 만화로보는
이원복 / 조선일보사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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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만화를 대할 때마다, 학교 다닐 때 알았던 어느 선배가 생각난다. 그 선배는 후배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곤 했다. 신문은 다른 면 안 보고, <해외 토픽>란만 보면 된다고... 그리고, 이 선배도 이원복처럼 남이 모르는,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자료들을 인용하며, 과장해서 나름대로는 재밌게 이야기하길 좋아했다. 뭐, 좋은 말로 박학다식했다고나 할까. 일본 섬자락 어느 촌 구석의 동네 락밴드 이름까지 줄줄 읊을 정도였으니까. 이원복이 그렇듯이 말이다.

해외 토픽엔, '이 세상에 과연 그런 일이...'라는 말이 나올성 싶게 이례적이고, 희안한 일들이 보도된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흐르면 토픽에 나올법한 그런 일들은 금방 우리의 일상사가 되곤 한다. 그만큼 인간 사고의 패러다임은 쉬이 바뀌고, 지난 세기말과 근례에도 국내,외로 돌발적인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우리 나라가 개최하는 월드컵 시즌이다 보니까, 요즘 들어 자꾸만 내 속에서는 다국적인 문명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다국적인 문명에 대한 호기심을 이 책이 채워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사실 이 만화 책은 세계 각국의 문명 진단에 관한 내용이라기 보단 유럽과 미국 일본의 문명 진단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

만화의 내용은 크게 6가지의 주제로 나뉘어 진다. Y세대 혹은 X세대 N세대라고도 불리는 신세대들의 문명 적응 세태법, 세계 여러 나라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 방식,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으로 처세하는 소비자들의 권리 찾기의 행태, 성에 대한 풍속도, 경제 전쟁이 곧 문화 전쟁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모습 등이다.

이원복의 만화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재주에 있는 것 같다. 정말 대단한 재주라고 본다. 이 책은 재작년 회사에서 하는 작업에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사 본 것이었다. 작업이란 주어진 각각의 주제에 대한 네 칸짜리 도입 만화의 원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쉽게, 재밌게, 강렬하게 조금은 과장되게 주제를 환기시킬 수 있는 내용이어야 했다. 그런데 만화 스토리를 짜는 내내, 머리에서 쥐가 났다. 그렇게 일의 진전없이 한참을 시달리다 못해, 그 작업에서 피하고 싶기만 했다. 정말 지독하고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쪽 방면으로는 쥐뿔만큼의 재주도 없어서였을 것이다.

이 만화들은 구구절절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다 소화하기에 현기증이 난다. 세상이 너무 빨리빨리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따라잡기 자신없어서인지..아마 둘 다 이유가 될 것이다. 갑자기 몇일전에 본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서 그랬다. 우리가 평생 동안 접하는 모든 정보는 가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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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철학 - 문화마당 5 (구) 문지 스펙트럼 5
김영민, 이왕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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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5년 봄부터 1996년 가을까지 부산일보의 '문학 속의 철학' 란에 철학을 전공한 젊은 교수님들인 이왕주와 김영민 두 사람이 매주 연재한 글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신문에 연재한 글이어서 그런지, 한 주제 아래에서의 한 편이 페이지로 3~4쪽 분량을 넘지 않는다.

문학 평론도 아니고 본격 철학도 아닌, 애매한 범주에 놓인 이러한 글쓰기 방식이 좋다. 더러 들리는 철학과 문학의 과장된 불화는 어쩌면 근거없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삶 속에는 문학도 있고 철학도 있어서 서로 만나고 있는데 왜 글에서는 문학과 철학이 결합할 수 없겠는가. 어쩌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올리고 있는 글쓰는 행위의 본질도 결국 '소설 속의 철학'이 지향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잡글 쓰기' 방식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국내의 소설들, 광화사, 백치 아다다, 봄봄, 운수 좋은날, 날개 같은 중고들학교 권장 소설 냄새가 나는 작품들을 비롯,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자와 같은 1990년대 소설, 그리고 국외로 가서, 백경, 목로주점, 킬리만자로의 눈 등등과 같은 소설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특히나 이 책에서 인상적인 진술로 여겨진 부분은 헤밍웨이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흔히 인용되는 대목이지만, '킬리만자로의 눈'의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이 서쪽 봉우리 가까이에 말라 얼어죽은 한 마리의 표범 시체가 있다. 이처럼 높은 곳에서 대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행동적 삶 속에서, 작품 해석의 모티브를 찾는다. 즉, 헤밍웨이의 삶이 시사하듯 이 작품도 찾아야 할 무엇 혹은 행동 너머의 무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본질이 될 만한 무엇 쉼터가 될 만한 집이 없더라도 움직여야 하고, 찾아야 하고, 또 올라가야만 하는 행동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것은 얼어 죽더라도 정상을 향해 끝없이 발걸음을 옮겨 놓고 싶어한 표범의 이야기. 혹은 자살에 이르도록 그 행동의 고독을 피하려 드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싸이즈는 B5 용지를 반으로 접은 싸이즈에 25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문지스펙트럼 책이 그렇듯 포켓북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책에 담긴 각 텍스트들의 구구절절한 맥락들로 보아선, 이 책을 '포켓북을 가장한 백과 사전'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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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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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을 단 한권도 읽은 적이 없는 나는,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몇 편 본 이후로 그의 팬이 되기로 작정을 했었다. <미저리>나 <스탠바이미>, <캐리>, <쇼생크 탈출>, <돌로레스 클레이본>.

초등 6년 때,중학교 입학을 위한 반편성 배치 고사가 같은 게 끝나면 학교에선 으레 단체 영화 관람 같은 게 있었다. 그때 본 스티븐 스필버그의 <구니스>. 거기선 아이들이 보물을 찾으러 부모님 몰래 집을 나선다. 험난한 모험에서, 집으로 돌아와 안락한 집, 따뜻한 부모의 품에 안길 때, 그 장면이 너무나 포근하게 느껴져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 내가 꿈꾸는 가족들의 이상향인 양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조금 머리가 커지고 나서 스티븐 킹의 <스탠바이미>를 봤을 때, 미국에는 그렇게 따뜻한 중산층 가정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고,(이 영화에서의 소년들은 모험 도중에 집에 돌아왔다가 부모님께 엄청나게 혼이 나고, 그 다음날 그렇게 다시 짐을 꾸려 또 모험을 떠난다.) 내 취향이 서민층을 그린 영화에 깊게 감응한다는 걸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건 그냥 비교하기 좋은 한 예일 뿐이고, 스티븐 킹의 원작 영화들 기저에 깔린 골자는 단 하나 '간절하게 원하는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지며, 착한 사람이 나중엔 승리한다'는 것이다. 마치 그 원형이 우리 나라 전래 동화에서 따온 것들만 같아서, 친근하게도 여겨지는 참이다.

그러던 중에 최근,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에 '스티븐 킹 창작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스티븐 킹'까진 좋은데, 창작론...이라니, 나는 '*** 창작론'이라는 제목의 책들에는 애시당초 신용을 갖기가 힘들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잘 읽어낸다고 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난이도의 무공이 한 권의 책으로 전수될 수 있다는 것은 무협 관련 예술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게다가 내가 지금 이 책을 읽게 되면, 스티븐 킹이 활자로 펴낸 것은 처음(늘 영화만 보다가) 접하게 되는 건데, 혹 내용의 실망스러움으로 인해, 애써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앞섰다. 그런데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나의 노파심이 진짜 노파심이었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가 그의 아내를 매우 신뢰하고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작가들은 대체로 글을 쓰면서 가상의 독자를 상정해 놓고, 그 독자가 흥미를 끌만한 글이 되도록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경향이 있다고 실토하는데, 스티븐 킹에게 있어 가상의 독자는 바로 그의 아내이다. 익히듣기로 '위대한 예술가는 일부일처제에 약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스티븐은 달랐다. 그가 위대한 예술가가 아니라 위대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그런 건가?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예비 작가들의 한결 같은 고민이지만 그 어떤 책에서도 잘 다뤄주지 않는 내용인, '글을 투고하고, 저작권 대리인을 선정하는 방법에 관한 것'에 대해서 이 책이 실정에 맞는(우리 실정엔 잘 안 맞을 수도~) 조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초심자 작가들이 애를 먹곤 하는 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혼자 방안에서 글만 잘 쓴다고 위대한 작가가 되는 건 아니기에, 작가가 되려면 일련의 이러한 작품 외적인 문제에도 돌파구를 만들어 둬야 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이 오늘날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은 재능의 몫이 컷겠지만 그보단, 세탁 파트 타임직과 고등학교 영어 교사 생활과 소설 쓰기를 병행하는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겪었던 젊은 날의 고생스러움이 오늘날의 위대한 이야기꾼인 그를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맨 마지막 인생론에서, 스티븐에게 창작의 행위는 막연히 '고통스럽기만 한 것'도, '돈을 얻기 위한 수단'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창작은 그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이 되어 주는 무엇이었다'고, 그리고 글쓰기란 궁극적으로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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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셔테리어 기르기
조광원 / 삼호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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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츄프라 카치아'라는 식물은 아프리카 깊은 밀림에서 공기중에 소량의 물과 햇빛으로만 사는 음지 식물과의 하나라고 하는데, 그 식물은 사람의 영혼을 갖고있다고도 합니다...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 시들해져 죽어버리는...그러나 한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고 만져 줘야만 살아갈 수 있다 합니다... '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글이었다. 나에게 유츄프라 카치아라는 식물이 있다. 바로 우리 강아지 복순이.

요크셔테리어는 18세기 말경 영국의 요크셔지방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쥐잡는 개로 기르기 시작했다가 이후에 귀족 부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애완견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요크셔 테리어를 기르다보면 가끔 정말, 경쟁심도 강하고 흥분도 잘하며 더더군다나 너무나 민첩하고 날쌘 동작들을 보여 주는 이 동물을 보면서 '예전에 쥐를 잡았다더니 그 말이 맞는가보군' 하게 된다.

이 책은 요크셔 테리어의 매력과 애완견을 키우면서 잊지 말아야 할 '규칙'과 '관리'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짜임새 있는 구성과 다양한 일러스트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애완견과 건강하고 쾌적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길들이기의 기본은 물론 건강 관리와 걸리기 쉬운 질병에 대한 지식이나 예방, 치료까지를 망라해 놓았다.

크게 네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의 콘텐츠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요크셔 테리어에 대해 알기(요키의 매력, 역사, 적합한 주인 조건, 견종 표준 ), 둘째, 강아지를 맞이한다.(자신에게 맞는 강아지 찾기, 계절에 따른 사육시 주의점), 셋째, 요크셔 테리어와의 생화(신생아기, 유년기 청년기, 노견이 되면..) 넷째 요크셔 테리어와 더욱더 쾌적한 생활을..(훈련 및 손질의 기본, 출산 시 알아 둘 점, 주의해야 할 사항)등이다.

이 책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너무 신생아기와 유아기에만 치우쳐져 있어서, 청년기(두 살 이후)와 노년기의 패턴에 대한 부분에서는 신생아기에 비해 대략 훑는 수준에 그치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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