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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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뷰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경청할 구절이 많은 책들은 그 감상이 촌철살인으로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정리될 것 같지만 되려 쓰다보면, 이렇게 철철철 넘치게 된다.


......"인간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보고 느껴야 한다. 젊은이의 감수성이란, 정신적인 나태에 빠진 어른들의 일시적인 항복 상태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민하고 깊은 감수성은 진실로 어른들에게만 허락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지. 떡 얻어먹을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연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명쾌한 통찰력 때문에 귀담아 듣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가 자신처럼 생각하기를 강제한 것도 아닌데, 이 작가의 확신에 찬 발언,이 문장의 끝에는 일말의 주저함을 보여 주지 않는 문체에 넙쭉 “소데스까~” 하고 응수해줘버릴 것 같은 압도하는 뭔가가 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시종일관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퍽 쉽고 즐겁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고나 할까.


그녀는 영화를 소재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랑에 대해, 스타의 실상과 허상에 대해, 남녀간의 우정, 불륜, 학교 교육, 남창, 차별, 전쟁, 파워와 품격, 작가에 대해, 주거(의식주의 주)에 대해, 실업, 여가에 대해.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이 책이 처음인데, 이 에세이만 읽고도 어쩐지 그녀를 많이 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확실히 피력하고, 이건 이래서 좋은 반면 나쁘기도 하다. 저건 저렇기 때문에 이해해 줘야 한다 식의 옹호를 한다거나 두루뭉실하게 포용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든지간에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이 없다. 아주 자신 만만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작가로서의 스티븐 킹은 별로였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그리는 작가상은 재밌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부분(왜냐 하면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늘 작가인데다가 제3자가 묘사하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프랑스 영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 남자 이야기를 곁들인다. 이탈리아 와서 이제 막 눈을 반짝이며 유럽을 즐기기 시작하던 시절에 미남에다가 케임브리지 출신다운 예절을 갖춘 그, 그는 동쪽 베이루트에서 서쪽 런던까지 화려한 유럽 사회를 맛보게 해 주었다고,. 그러나 그녀에게 역사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오고부터 그녀의 생활은 바뀌었다고 한다. 오전에는 도서관이나 고문서고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녀는 사색했으며 사색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 남자는 대단히 좋은 사람이긴 하였으나 대화 상대로서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고.... 그때 한 의대생을(그녀가 결혼한 이탈리아인 전 남편인 듯...) 만나고, 그는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대화 상대로 더없이 좋았다고 .... 그리고 그녀는 이 의대생과 결혼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도 너무 제1급의 인물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녀가 그냥 유명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하기 때문에, 위인이나 영웅이 아니면 존경할 수 없다는 속물주의에 빠졌기 때문도 아닌, 그들에게서 피가 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고,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실로 상냥한 인물에게 더 많은 사람이 따르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괴테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수수께끼 같은 로마 영웅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역사가들은 모두 만들어낸 것이라고 규정해버린다. 아마도 사실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재미없는 걸 지적해서 뭘 하겠단 말인가. 그보다는 그런 멋진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믿어주고 우리도 멋진 존재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천재가 아니라도 '멋진' 사람 정도는 되어 보자. 고 하면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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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6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2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여사가 소개하는 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영화 바톤 잇기의 여운을 아직도 가라앉히지 못하며..)

2005-07-27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7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 여사 마음에 안 들어요.
이유도 설명 안함.^^
(전 마음에 한번 안 든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쁜 성질이...^^;;)

icaru 2005-07-2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 언니... 엄청 많죠... 저는 이름도 처음 듣는 옛날 영화에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샤이닝하고 미저리...도 있고요...

속삭이신 님...우짠데요... 추천 돌려 드려야 할 것 같음 ^^

로드무비 님.. .흐흐흐...그러시군요~ 시 여사님...마음에 안 들어 하는 사람들 더러 많이 봤어요.. 그녀에게서 엘리트주의에...제국주의 성향까지... 읽어내더라고요..
근데..우짜하튼 시여사는 작가고...글을 일단 쉽고 재밌게 읽히도록 쓰니까...
저 책은 별 다섯야요~

hanicare 2005-07-2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귀족적이고 엘리트적인 나나미 여사의 성향때문이 아닐까요.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에요.나는 로여사와는 달리 적이나 싫은 사람에게서도 좋은 점을 잘 찾아내는 편이에요.(으음..써놓고 보니 로여사 깍아내리고 나 추켜올리는 것 같군요..하핫)
옛날에 '남자들에게'를 읽고는 끄덕끄덕했던 기억이 있어요.그러나 로마인이야기를 읽고는 대륙을 짓밟으려던 일본제국의 군화가 생각나 책장을 덮었던 기억.
그러나 저 작은 책 제법 알차거든요.저도 작년 여름에 읽었었죠...

icaru 2005-07-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하고 싶은 말 하니케어 님이 다 해 주셨네요~
시여사 님.. 의 "남자들에게"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합니다~
근데 로여사는 자기는 수재가 아니라고...그러면서 수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에 대해 토로하는 부분이 많은데... 로여사 정도도...뭐, 엄청 잘난 축에 속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2005-07-27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2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케하니 여사와 복순 여사의 대화가 아조 재밌슴다.
웃고 가요.^^

2005-07-27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흐흐..15:29 님 안그래도 이쁘신데..

플레져 2005-07-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쁜 플레져 왔슴다 ^^ (위에 님과 다름 ^^;;;;)
잘난 여자가 늠 많아 저같은 피래미는 매일 죽만 쒀요.
대화 상대로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것 부터 무지 다르네요. 우린 기냥 끌려서 결혼하지 않나요? 이 남정네다... 란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꼬~ !!
역쉬 괴선생이 한 수 위여요.

icaru 2005-07-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마침 안그래도 이쁜 플레져 님이 오셨네요~**
우리 시 여사님께 피래미의 압박을 보여 줄까요~
귀족 학교를 나오고 블라블라 출신인 시 여사님의 말씀 중에...친구들은 남편감으로 회사의 오너나 사회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을 물망에 두었지만... 자기는 그런 기준을 두지 않았다구 하대요...품위 있는 행동이라든지, 유머 감각이라든지, 절묘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모든 일에 대처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하지만...
후자가 아무나 될 수 없는 훨훨훨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던가요...^^

2005-07-27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7-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마인 이야기를 워낙에 재미있게 읽어서 시 여사의 이 책이 나오자마자 샀어요. 로마인 이야기와 관련해서 시 여사님의 성향이 제국적이니 뭐니 말들이 많았지만 제가 5권에서 그만 둔 것은 순전히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더 이상 로마사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가 없어서 였지요. 읽은지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별로 나지 않네요. 책속에 있던 케리 쿠퍼의 하이눈 과 더스티 호프만의 졸업 포스터가 있던 기억만 가물거리네요.
근데 시 여사님...신달자 여사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icaru 2005-07-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24 에 속삭 님.. 앗...역시나..어제밤 졸면서 입력한 걸...복사했드만... 수면 부족 정말 고질적이지요오?

오늘 오후는 알라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일요~ 야근할 거걸랑요... 일은 좀 나중에 생각하고픈...오후네요! 오후가 뭐람... 야근밥 먹을 시간인디...
카이사르의 죽음 이후 잉크냄새 님이 상심하셨는갑네요~
아...그러고 보니 신달자 여사랑 닮았어요...결정적으로 머리스타일 하며...눈매 하며 입매하며... 갑자기 드신 생각~ 음.. 예리하십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키아벨리만 궁금해서 저자의 책은 그것만 하나 달랑 읽었는데요,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선 암 생각도 없어요~ ^^ 이 책 리뷰 보니깐 궁금해지네요.

icaru 2005-07-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선 암 생각도 없으시군요~ 히히^^
일본의 달자 언니... 시여사...

2005-08-06 0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
오병욱 지음 / 뜨인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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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부터~ 227페이지까지(책의 사분의 삼)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꽃을 보지만 어떤 점에서 아무도 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꽃은 아주 작고, 우리는 아주 바쁘다. 그리고 본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친구를 사귀는 일이 시간이 걸리는 일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 왔지만 여전히 제대로 하지도 못한 일들만 잔뜩 쌓여 있다는 걸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다. 아니 너무 바빠서 그런 걸 깨달으며 살 수나 있으신지....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일에 치여 내가 그렇게 하며 살기 벅차다면,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도 나직히 귀기울여 듣고 싶었고....

비바람에 후둑후둑 감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소나기가 그친 뒤 뒤뜰에 나가 젖은 이끼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하얀 감꽃을 본다.

가을 겨울에 걸쳐서 이따금씩 딱따구리가 찾아와 감나무 둥치를 쪼아댄다. ....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언제나 귀를 기울이게 된다. 무게 있게 딱딱 소리가 나면 멀쩡한 둥치이고, 통통통 울림이 있으면 속이 빈 둥치, 퍽퍽 뿌직뿌직 나무 뜯는 소리가 나면 썩은 둥치다. 나무 종류에 따라서 딱따구리 소리도 조금씩은 바뀌겠지만 그 차이를 알아들은 만큼 내 귀는 섬세하지 못하다. 나무마다 바람소리가 다르고 그 소리 또한 계절마다 다를 것이다.
딱따구리는 머리에 충격 완충 장치 같은 게 있어서 나무를 쫄 때 생기는 지속적인 충격으로부터 자신의 머리를 보호한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새가 함부로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게 된다.


딱따구리 소리의 차이를 알아들을 만큼 자신의 귀가 섬세하지 못함을 실토하는 저 단백함. 다른 새가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골치 아플 거라고 에둘러 말하는 묘미.

그리고 그는 1998년 8월 그해 물난리 때, 폐교 된 초등 분교에 잡았던 작업실이 통째로 떠내려가는 물난리를 맞는다. 비가 온 다음날 작업실을 찾으니, 그 안에 있던 그림들이며, 물감이며, 이런 재료들이 모두 떠내려간 작업실. 교실 바닥이 패이고 커다란 웅덩이만 남아 그 안에 물이 고여 있었다니. 게다가 몇년만의 전시를 그 해 가을 앞두고 있던 터라 전시회 일정을 취소를 해야 했었을 텐데. 그 상실감이란...참... 내가 옮기기엔 송구하다....

나는 갑자기 거대한 폐허 앞에 홀로 서 있게 된 것이다. 이 사람들은,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쪽 아래에 뭔가 있다. 동네 앞에 있는 자갈밭 모퉁이에 사람들이 하얗게 앉아 있었다.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8월 중순 뙤약볕 아래 새카맣게 그을린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제 막 배급받은 마른 빵을 뜯고 있다. 물도 우유도 없다. .... 노인들의 흰 옷과 하얀 모래밭이 너무나 눈부셨다.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참 좋다.

227페이지가 넘어가면, 맑고 담담하게 느낌이 조금씩 퇴색된다. 은근히 자기 자랑이 뭍어 나고(학교 다닐 때, 기타를 잘 치고, 노래를 잘 불러 어딜가나 힘 안들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 그에 딸려 나는 인연들 성공회대 교수이자 노찾사 창립 멤버인 김창남은 그에게 전도되어 음악 노래패에 가입했다고, 김창남이 그날 밤 기숙사에서 그의 기타 소리에 홀리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메아리(서울대 노래동아리)’가 노찾사가 되었을까? 하고....홀로 묻고 있다. 서울대 음대 친구들과 음악을 같이 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질펀히 듣고 난 터라 그 이후의 페이지도 그 수수하고 담백했던 느낌이 조금 변색되어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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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2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얼마 전에 어디선가 읽은 사진에 관한 글이 생각 얼핏 생각나네요.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곱씹고 바라보는 진득함, 요즘 우리들 내면에는 바로 이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하는, 그럼에도 더더욱 조급하게 만드는 이곳, 현재.(자꾸 뭔가를 재촉하는 듯한 이놈의 커서!)
서방님을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만가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요. ^^
저도 '다른 새가 함부로 딱따구리 흉내내다가는 그야말로 골치가 아프게 된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키득키득 했는데...

비로그인 2005-07-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되는 냥반은 좀 기분 나쁘실 거 같은데 책표지 사진 봄서 '사람 거, 되게 말 안 듣게 생겼네..'하고 혼자서 실실 쪼개고 있었거든요.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고마운 책이네요. 이 책도 '쿠오레'에서 봤었던 거 같아요!

icaru 2005-07-2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들...이 시간 서재에 계시군요...

노파 님.. 깜빡 대는 커서를 보고 있음... 맘에 조급증이 일지요~ 얼릉 써재끼야는데 함서요... 이 책엔 그의 시골 생활이 함빡 묻어나 있는데... 그 재미가 좋아요~ 농사만 안 짓다 뿐... 자연에 푹 취해서 살더라고요... 아들녀석 공부책상도 나무로 직접 만들어서 주고, 우체통이랑 새집도 만들고... 우리가 좋아하는 백구도 키우고...쫑이와 슝이던가...뭐던가...

푸후후... 복돌 언냐 사람보는 눈이 나랑 찌찌뽕이네요...
책속의 그와 사진 속의 그는 판이하게 달라버려요!! 그죠~ 저도 로드무비 님 포토리뷰로 먼저 보았었더랬어요...

플레져 2005-07-2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좋다! 요거요거 소설 제목이로군요.

로드무비 2005-07-2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는 잘난척하는 걸로 안 읽혔는데......
아무튼 반갑고 재밌는 리뷰.(이건 추천!^^)

인터라겐 2005-07-2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보고 보관함속에 넣어둔 책이랍니다.. 급할게 없다 싶어... 1년지나 할이 시작하면 살려구요... ㅎㅎ 그런데 어떤 내용일지 무지 궁금해 지네요..

icaru 2005-07-2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제목을 확 바꿀까요~ 이 책은 227페이지까지만 좋다! 로...

로드무비 님.. 어..그러게요...그런 뉘앙스로 굳이 안 읽어도 되는데... 암튼..내가 듣고 자팠던 이야기는 아니었더래요..저도 가만 보면...자기 자랑하는 이야기 듣는 거에 알레르기 있나봐요...^^

icaru 2005-07-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인터라겐 님...코멘트를 우째 못 봤을까나요~
엇...그거 알뜰한 생각인데요~ 당장 읽을 책두 많은 시국에~ 이건 좀 두었다가 여유있을 때...^^

잉크냄새 2005-07-2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속에 있으면 속이 실한 둥치, 빈 둥치, 썩은 둥치에서 나는 소리도 구별할수 있나 보네요. 그런 통찰력이 인간 세상에도 적용될 것이고..
전 작가 사진 보고 인도차이나 어디메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icaru 2005-07-2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좀 이국적인 외모지요~
그러니까 님들 말씀을 종합해 보면... 말 되게 안 듣게 생기신 인도차이나~ 분이시네요... 작가분이...
저도 머리 밀면... 말 되게 안 듣게 생긴 인도차이나 여자로 볼지도 모르겠어요...흐흐..

내가없는 이 안 2005-07-2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독특한 리뷴데요. 227쪽을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서 리뷰를 쓰시다니! 이카루님 기발해요, 기발해... 댓글들도 너무 재밌네요. ^^

icaru 2005-07-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놀랬어요...어떻게 227페이지 이후가 넘어가면서... 어쩜 그렇게 제 태도가 싸악...변해, 읽는 둥 마는 둥 해질 수 있게 되는지... 227페이지 전까지는 담백하고~ 소탈하다 아!! 좋아~ ...
전...있죠... 사람들만 이상하게 봐 주지 않는다면... 삭발해보고 싶어요... “그래 그렇담 내 너에게 죽을 때까지 머리털 한 올 안 나게 해 주겠어~....” 이것두... 아조 곤란한 일이지만...한번쯤 삭발하고 리버럴하게 살아봤음...^^
님 말씀 듣고 댓글들을 주욱~ 읽어봤는데... 어...정말 재밌네요... 역시 님들과 공명하는 이 맛이야...리뷰 쓰는 맛이란~
 
호박과 마요네즈
나나난 키리코 지음, 문미영 옮김 / 하이북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기에 앞서... 알라딘에서만인 것 같지만 어쩌커나 많은 분들이 쓴 멋진 리뷰들이 수두룩한 판국에 별스럽지도 않은  리뷰  하나를  보태는 일이 적잖이 망설여진다. 하지만 음, 뭐...십인십색이라지 않더나.

배경도 없고 연고 없이 그렇게 조용히 맨땅에 헤딩하며 사는 미호와 세이.

미호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현재 남자 친구 세이. 과거만 먹고 산다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헌데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또 좋아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돈이 되질 않는다고 어디서도 받아 주지 않는다. 같이 시작한 친구들은 돈이 되는 음악을 해서 그에게 뻐기는 소리나 한다. 금전적인 능력이 없는 연고로, 아아.... 나는 세이의 그 힘없이 처져 있는 어깨가 너무 슬퍼 보여 혼났다.

미호는 하필...
“넌 항상 사랑해 달라고만 해서, 옛날에 난 너랑 있어도 재밌지가 않았어.”
라고 말을 하는 남자에게 마음을 비끄러매었었다. 이런 젠장... ! 바보 같은 미호, 왜 저런 따위를 좋아했니... !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실은 아주 망가지기 쉬워서 끝내 잃어버리지 않는 건 기적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일상은 잘 돌아가고 있나 훅 뒤돌아봤다. 잘 돌아가고 말고가 어딨나.
뭐 대단한 인생 살았다고.... 그러나 죽은 모 시인의 말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게 꽤 기적처럼 여겨진다. 항상 어딘가에 나를 비끄러매어 놓기 위해 조바심쳐 오지 않았었나 싶다. 그리고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였지만, 내가 만들어놓은 좁은 행동 반경과 내 주변부로 돌아가는 세상이 크게 충돌해서 어느 것 하나가 피를 흘리고 죽어 없어지거나 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는 것이고....

지금 몇 자 적고 있는데,,,, 미호가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그림 컷과 베란다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옆모습 컷. 언뜻 호박과 마요네즈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컷이 자꾸 눈앞에 삼삼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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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7-2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이라서 구입할 수 없는 책이라 안타까웠는데...

파란여우 2005-07-2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눈앞에 선해지는 리뷰입니다.
부서지기 쉬운 일상..알고보면 참 애틋한 거죠.

비로그인 2005-07-2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치없어 보이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스스로 생각해도 참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정작 마음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이길 수 없는 내 마음..아, 그나저나 이카루님의 리뷰는 어째 더 반짝반짝해진 거 같아요. 더욱 강해진 내공, 짱이요!

비로그인 2005-07-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쩌커나, 또 삼삼히 주겨요! 삼삼...삼삼...흐흐...@,.@ 여보야, 오늘 볼 살이 고저 삼삼하구만! 토까라, 토끼!=3=3=3

잉크냄새 2005-07-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서지고 망가지기 쉬운 일상이라서....산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거군요....

hanicare 2005-07-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이에요. 우리는 잘 쓰기 위해 리뷰를 쓰는 게 아니라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거니까요.그리고 그 리뷰에 주루룩 달린 리플을 캐먹는 재미는..이 세상에서 주파수 영역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무해한 소통일테니까요.

플레져 2005-07-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서지고 망가진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humpty 2005-07-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다가 익숙하지 않은 만화컷이 등장해서 '이게 뭐지?'하면서 한참 들여다 본 장면들이 있었어요. 하릴없이 처진 채 앉아있는 다리 같아 보이는 그런, 영화 같은...
위에 분 말씀하신 마냥 이길 수 없는 내 마음, 아니란 거 번연히 알면서 움직이는 미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것만 같은...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데이브 펠처 지음, 신현승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읽으면서 참으로 답답했던 것은 데이브 펠처의 어머니가 왜 갑자기 악마보다 더 극악한 사람으로 변해 자신의 아들을 학대하기 시작하는지 그 이유가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어머니 자신이 어릴 적에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아동 학대의 충격으로 비정상적인 알콜 중독에 빠져 들었고, 마치 복수를 하듯 아들에게 학대를 하기 시작했다고만 전한다.

데이브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데이브를 학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데이브가 꼬마일적만 해도 어머니는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그런데, 위에도 언급했지만,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리고 형제들 중 큰 아이인 데이브에게만 지독한 학대를 하기 시작한다.
욕실 청소 세제와 같은 독성 물질을 먹이거나, 불켜진 가스렌지 위에 손을 대놓고 있게 하거나 칼로 찌르거나 차고에 감금, 상습적인 굶김을 통해 아이가 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을 훔치게끔 하는 데이브의 엄마. 어느 순간 나는 여기에 나온 모두가 진짜 일어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 더러더러는 데이브의 과대 망상도 섞여 있거나 한 것이 아닐까 했다. 그의 엄마가 단순히 알콜 중독자였고, 어릴 적에 학대받고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이럴 수 없다는 생각. 정말이지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머니에게 아들이 데이브 하나 뿐이 아니라 그 아래로 줄줄이 형제들이 있었다. 그런데 데이브의 형제들이 이 학대의 상황에서 형 데이브를 구원하기란 역부족이다. 그들은 어렸고, 그저 파편이 튀지 않고, 자신들이 위험 상황을 빠지지 않고 그저 모면하기 위해서만 애를 쓸 뿐,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엔 엄마와 한편을 이루고, 형을 발로 차고 때리며 학대의 현장에 가담하기까지 한다. 형을 때리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가족의 노예(데이브)보다 자신이 월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데이브도 점점 세상의 모든 이들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오직 증오뿐이었다........
 
데이브 펠처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어려웠을 듯하다. 그런 그의 용기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그의 이런 글은 학대받고 자랐다고 해서, 모두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세상에서의 극악무도함 중에 가장 악질적인 것이 바로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다. 때리고, 던지고, 굶기고, 납치하고, 성폭행하고 급기야 목숨을 빼앗는다. 아동 학대가 비겁한 행위인 이유는 그것이 가장 약한 곳에 행해지는 일종의 분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잔인한 범죄의 희생자인 아이들은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학대자들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한다. 몸의 곳곳에 의문의 상처 자국을 달고 다니고, 옷을 갈아입지 않고 빨지 않은 옷을 늘 입고 있는 데이브를 지켜 본 주변 선생님들은 데이브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지만, 아이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집에서 엄마에게 세뇌 당한 멘트를 반복한다.

책 읽으면서, 많이 나오는 말은 어린 데이브 펠처의 다음과 같은 독백이다.
“나는 나쁜 아이야.”
“나는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없어.”
“내가 미워, 내가 미워.”

어린 그가 수년 동안 자신만의 어두운 세계에 갇혀 홀로 처량한 ‘패배자’로 갇혀야 했던 깜깜한 시간들의 기록인 이 글.
그의 애초의 소망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아동 학대, 그것의 유일한 해결책은 예방일 것이다. 여전히 고통받고 있을 수백만 명의 아이들,,, 그 친구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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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6-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자기일을 실제로 쓴건가요? 너무 고통스러운나날을 보냈군요...엄마가 진짜 엄마가 맞는 참... 너무가혹해요..

날개 2005-06-0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서글프고 끔찍한 이야기로군요..ㅠ.ㅠ

2005-06-03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2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6-02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못 읽을 것 같아요.
속이 메슥거려서......
리뷰 써줘서 고마워요.^^;;


파란여우 2005-06-0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로드무비님처럼 이런 책 못 읽어요.
왜냐하면, 또 욕하게 될까봐요.
이젠 욕좀 그만하고 싶어요.
그런데 님은 아주 침착하게 쓰셨군요.

2005-06-03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6-0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문제는 참.. 읽기가 어려워요..;;

hanicare 2005-06-0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인간이라는 무리들에게는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자기가 지는 짐을 내려놓는 습성이 있나 봅니다.술고래에다 손찌검을 일삼는 남편과 아이가 있는 여자의 약자는 자기 아이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버리거나 저렇게 학대할 수 있답니다. 남자들이 흔히 비꼬기를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지요. 그러나 군대에서 세게 당한 선참자들이 후진들을 괴롭히는 걸 보면, 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본성에 도사린 성향이라 짐작합니다만. 본성과 도리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는 것인지는 과연 유전일까요, 본인의 의지일까요? 이 착잡한 글을 읽자니 오래 묵은 그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유전이라고 하면 나쁜 유전자를 받은 인간들은 억울해서 어떻게 사나...
나도 인간이지만 이런 글이나 보도를 접할 때는 인간이기가 싫답니다.

플레져 2005-06-0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두 이 책 못 읽을 것 같아요.
부화가 날 것 같은...
근데 어째 님의 리뷰는 이리 따뜻한가요? 따뜻한 손이시군요 ^^

2005-06-03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6-0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진짜 엄마가 맞을까... ! 그런 생각했습니다...
저 엄마가 어찌나 증오스럽던지.. 책의 말미에서 부디..저 엄마가 죄값을 받기를 바랐지요.... 천추에 한이 되도록 후회하기를요...
뭐, 그런 언급은 없었는데요....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데이브가 열두 살에 다른 양부모에게 맡겨진지 얼마 안 있어, 어머니란 사람은 알콜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더군요..

저 어머니란 작자를 정신병이 있어서 그랬다고 보아 넘기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경미한 정신질환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하니케어 님의 말씀처럼 어머니란 작자... 인간의 성향 중 나쁜 부분이 도드라진 것이 아닌가.... !

2005-06-0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4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4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6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6-08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집은 잘 다녀오셨어요, 이카루님? 한 사람만 좋을 리 있나요, 이카루님이 잘하니까 짝짝 소리가 나는 거지. (이거 뭔소리야, 하시는 거 아니죠?) 방명록 뒤늦게 보니까 이 책 리뷰 쓸 수 있을까 엄살을 떠셨더군요. 뭡니까, 이런 리뷰 써놓고! ^^

2005-06-08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6-0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 특히 어린시절의 정신적 상처는 나이가 들어도 치유될수 없는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정체성 형성에 커다란 의미를 가진 어머니에 의한 상처,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란 생각도 드네요. 이책 보관함을 들락날락하다가 지금은 보관함을 빠져나간 상태네요.

icaru 2005-06-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반가워요~~~!!
 
내가 있어도 없어도 1
료 이케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오후는 너무 짧다.

예전에는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많아서 어떤 오후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내게 점점 주물럭주물럭 할 수 있을 만한 오후가 짧아지고 있다.

독서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책읽기와 독서를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책 읽기. 첫째의 목적으로 그러니까 책 읽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읽는 일의 대표적인 예는 문학 작품 읽기이고, 수단으로 읽는 책읽기는 자기 관리 서적이나 요리책 같은 실용서. 비즈니스 관련 책들과 자연과학 책들도 이 범주에 속할 것이다. ++++++++++++++++++++++++++++++++++-----------

그런데 딱히 둘 중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독서가 있으니, 그건 만화책 읽기이다. 그러나 만화도 문학 작품에 속하는데! 라고 이의를 거실 분도 있으실거다. 자투리 시간 책을 주물럭거리며 한가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다 읽고 기록을 하려치면, 책이 주었던 강렬한 메타포가 무엇이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게 없어, 그냥 말자하는 게으름으로 일관하게 하는 만화 읽기. 하지만 그런 느슨함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게 또 만화라는 장르이다.


이 책의 주인공 쇼코는 이제 고등 학교를 졸업한 열여덟살의 백조이다. 남자 친구. 친구, 일 어느 것 하나 마음처럼 되어지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심각해지지도 않는다.

우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상과 사고 방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엄마는 오빠만 떠받들고, 딸에게는 무관심이고 그저 시큰둥이다. 그럼에도 오빠는 엄마와 잘 지내지 못한다. 엄마의 사랑을 숨막혀하고 엇나가기만 하는 오빠. 엄마와의 불화 끝에 오빠는 집을 나가고, ‘나’ 마저도 엄마와의 골이 깊어져 집을 나온다. ‘나’는 이제 열여덟의 나이이지만,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만화책을 보다보면 일본 친구들은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는 독립심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 부모님의 돈을 타 쓰면서 학교에 다닐 나이 아닌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의 혼선이랄까. 잘나는 만화가 친구와 친구의 어시스트로 파트타임을 하게 되는 ‘나’ 사이의 감정 문제, 나와 사귀는 와중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애인과 사후의 처리 문제. 결국 이들은 친구로 남는다. 이들은 참 어정쩡하다. 헤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애인 사이도 아니고, 결코 다시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닌 관계.

그러다가 잘나가던 만화가 친구의 애인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셋은 삼관 관계 비스무리한 것에 빠지게 된다.


참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광경들에 빠져 들어 후딱 세 권을 읽다. 자투리 시간을 참으로 흡족하게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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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3-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오후였군요. 어정쩡한 관계를 지양해왔는데, 어정쩡한 것두 나쁘진 않아보여요, 요샌.

파란여우 2005-03-20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오후를 한 열시간은 늘려줘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오후가 짧은 일요일 정말 싫어요.
그럼에도 이리 독서를 하시다니요....저에게는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저 추천했어요..잘했죠?^^

2005-03-21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어제가 춘분이었다고 하던데... 어제 집안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은 오래도록 잡아 두고만 싶더라고요...다음날의 이 시간에... 이 햇살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함서요.... 님도 이 자투리의 재미를 안겨주는 책을 읽으실 날이 오리라 ^^
파란여우 님..음하하..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것인데...마치...오후 타임에 읽으며 쓴 것마냥...약간의 위장을.... ^^ 파란 여우님 추천 고맙심다... 두 배로 값아야...님이 흡족하실텐데...므흣!

속삭이신 님...저도요...저도요... 제목이 참 멋진 것 같다는... 그런데 저 글에서 그 말은 쏙 빼버렸네요..흐흐흐... 님 덕분으로 제가 이런 유희에 가담합니다~

2005-03-3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무턴... 제목이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아입니꺼!!!
음~ 근데 님의 해석 멋져요... "내가 있어야 하는" 을....역설한 제목이라... 땅땅땅....!

실비 2005-04-0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완결인가요? ^^

icaru 2005-04-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권 완결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