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글쓴이가 교통 사고를 당한 직후 . 평소 그를 지탱해주던 평범한 생활을 하나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절망을 한다. 설상가상으로 휠체어에 종일 앉아 지내는 사람에게 흔히 생기는 욕창 때문에 침대에서 한 달 동안 자리를 보전하고 있으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는다. 한달이 걸린다고 말한 것은, 피부에 난 상처는 잘 치료하면 보통 하루에 일 밀리미터씩 아물기 때문.

그러니까 그의 엉덩이에 난 상처는 삼센티미터 짜리였던 것이다. 의사는 그에게 상처에 붙이라며 갈색 반창고를 준다. 상처에는 반창고를 붙이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상처가 아물려면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처 부위를 공기에 노출시켜야 맞으니까.

의사는 동의하면서도 덧붙여 설명한다.

상처가 아무는 데 산소가 필요한 건 맞지만, 혈액 속의 산소가 필요하지 공기 중의 산소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 몸속에 다 있는 것이다. 필요한 영양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스스로 알아서 상처를 치료하는.

몸의 상처가 그러하다면 마음의 상처는?

아기들이 태어날 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지혜를 지니고 태어난다는 옛말이 있다고 한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의 시련을 주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고, 또 그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숙한다는...자명한 결론이 ...

내가 누구인가를 알려 애쓰다 보면, 비관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쉽다. 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곧잘 하는 행동이 뭔지 생각해 보니, 비교질이다. 쟤는 똘똘하게 잘만 하는데, 그러서 더욱 발전하는데 나는 어리버리하고, 늘 그 자리다 못해 입지마저 좁아지고 있는 것만 같고...

그런데, ' 내가 누구인가, 어떤 깜냥의 인간인가' 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무엇을 돌보느냐.. 다.

하느님이 내게 돌보라고 맡긴 것.

그걸 더 크게, 더 좋게 만들려 하지도 않고, 바꾸려 하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으면서..그렇게 관리해 주는 거다.

언젠가는 누군가..아니, 아주 가까운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나를 평가할 날이 오겠지. 우리 엄마는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행사하는 위인이었던가. 뭘 해줬나. 그 때 평가를 박하게 받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닐거다. 같이 동화책을 읽고, 인생의 평화로운 순간 밤하늘의 달을 보거나, 해가 지는 지평선을 바라보던 그 순간들을 함께 했던 그런 엄마로만 남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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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3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많이들 읽으시네요. ^^

icaru 2007-10-04 09:3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서평 신청 도서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전, 아는 분의 선물로 받아 읽게 되었지만요.

잉크냄새 2007-10-0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랑 서재 이미지 사진이랑 느낌이 비슷하네요.

icaru 2007-10-04 09:37   좋아요 0 | URL
음, 진짜 ^^ 그러네요.

이 책은,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할아버지가 정신 지체의 장애를 가진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이에요.

홍수맘 2007-10-0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홍/수에게 전 어떤 엄마일까요? 아직까지 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맘대로 엄마"인데......
저도 님의 바램같은 엄마이고픈데 잘 안되네요. ㅠ.ㅠ

icaru 2007-10-05 09:1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 전 제가 홍수맘님 정도만 해도, 성공한 거라고.. 여기고 있는데.
 
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 속의 주인공 언니들의 이야기가 참 잘 읽히고, 때때로 전율까지 일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하는 말이 마땅히 타당하고 옳아서도 아니고, 이들이 제기하는 생활 속의 이야기가 신선하고 생경하고 충격적이어서도 아니다.  (사실 어떤 부분은 많이 오버한다 싶기도 하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온 몇몇 글들은 “아 이건 <이프>에서 읽은 것 같네.” 하는 것들도 있었는데, 잡지 <이프>에서 똑같은 글이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여자들이 겪는 딜레마 라는 것이, 그 속에서 앓는 속내가 동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러리라 본다.

하지만 뭐랄까, 일기장에도 쓰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들을 토로하고 있기에 말이다.  일기장에조차도 적기 무엇하다는 것은 그런 비밀스런 이야기가 너무 특별하고 소중해서 혹은 너무 충격적이고 놀라워서 꼭꼭 숨겨 두고 싶었던 것들이라서가 아니라, "편견과 사심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만의 것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들--프롤로그에서"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눌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가만히 바닥에 내려 놓을 수 있는 것이 된 상태가 바로 이 책 알맹이다.

금기를 떼버리는 이 위험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을 털어놓은 용감함에 매료되고, 어느덧 그 용기에 전염되어 있는 나를 만난다. 숨은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마음껏 분노하고 지혜롭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사람들은 차오르는 에너지를 만끽한다.                     
                                                           

나도 하나 솔직히 폭로하면,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또 여자로 태어나는 것은 별로다. =.=
자신이 없어서다. 세상이 뭐라던 제멋대로 살 자신이.
외모 중심주의 사회에서,, 자기 치장하고 꾸미는 것을 만족이나 기쁨 혹은 재미로 알기보다는 귀찮은 무엇마냥( 귀찮은 글쎄...치장한다고 능사가 아니라 옷걸이가 좋아야 한다는 이유로 좌절 혹은 포기부터 하는 경향이 나에겐 농후하다.) 여기는 나 같은 여성이 행복할려면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원하는 만큼만 치장하는 할 줄 알고, 세상이 뭐라던 제멋대로 살 줄 알아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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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6-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내 말 들어줄 수 있는 그 귀, 그 귀는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어지면 찾아내기 힘들고... 암튼, 그 귀, 스테레오타입만 아니라면 환영해요.

2006-06-0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6-06-1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리뷰읽고 어떤책인가 구경하고 왔는데요,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도 책으로 묶여져 나오는 세상이네요. 전에 어떤 분이 알라딘에 올라온 좋은 글들도 책으로 묶어져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우리가 대학다닐때만 해도 그런 생각 못했었는데, 세상이 참 빨리 변하네요.그죠?^^

icaru 2006-06-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테레오타입만 아니라면~ ^^
속삭님.. 공연은 좋았어? ~ 거른 리뷰도 많은데... 나에게도 원칙 같은 게 있다우... 특히 h를 통해 입수되거나 알게된 책은 반드시 리뷰화한다!!! 두둥..
펑크 님.. 이 책.. 재밌어요 ^^ 알라딘에 올라온 좋은 글을 모아서라.. 돌아다니다 보면... 몰랐던 그러나 존재하는.... 반짝하는 리뷰들이 많아요~

써니 2006-06-3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시니언니 손에 들려져 있던 걸 봤었는데.. 언니가 빌려줫나봐여?? ㅋㅋㅋ
 
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게 편할 때가 있고, 좀 완곡하게 말해 주는 게 듣기 좋을 때가 있다.

“아 난, 너무 한심해서 화가 날 지경이에요. 난 쓰레기인가봐!” 라는 말에,  ‘분노하는 쓰레기는 본 적 없으니 쓰레기는 아닌 것 같다.’ 라고 서두를 열며 직설 화법으로 쫘라락!!! 후벼파는 충고 세례.

마치, 어디서 충고가 너무 약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잔뜩 얻어먹고, 충고발을 세우기 위해 독설도 서슴치 않으려는 듯 보이는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뜨끔하고 또 한편으로는 구두 속의 가려운 발등을 제대로 긁어 주는 것처럼 시원했다.

이 책에서는 존경하는 인물이 없고, 동경하는 삶이 없어서 꿈이 없어서 탄식하는 아이들로 젊은이들을 만든 것은 장사꾼과 정치인들이라고 말한다.

지구촌 생존 레이스에서 탈락 위기. 지독한 불경기와 실업률, 심각한 빈부 격차, 고단하고 천박한 삶의 질. 총체적 난국....

이 총체적 난국의 원인이 국민의 우민화에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에 있다고... 오늘도 말 못하는 붕어빵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이 붕어빵들은 그 존재의 최대 목표인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더 이상 할 줄 아는 게 없다나...

비단 그런 이유들 때문에 20대가 힘든 것은 아닐 거다. 젊다는 것은 원래 그렇게 힘든 거다. 나의 20대 초반을 기억한다면, 그렇게 쉽게 ‘젊은 사람들이여, 당신들의 앞날은 마냥 밝수다’ 라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아서...

그래, 나 역시 ‘다시 스무 살 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가끔은 하기도 하지.) 젊다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형벌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현실에서 우리가 택할 길은 몇 개 안 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모든 인간은 그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것일지도.

미대에 들어왔고, 작가가 되고 싶지만 생계 걱정에 기업체에 들어가 산업디자인의 감각을 살릴까 고민하고 있다는 상담자에게 김형태 씨는 “그 젊디젊은 가슴 속에 모든 일에 대해서 사회적 성공부터 가늠하고 경제적 성취부터 보장되어야 안심하고 만족하는 심리는 누가 심어주었나....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은 누가 가르쳐 주었나. 직업적으로 성공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말라고 누가 가르쳐 주었나.” 하고 호되게 나무란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형태 님 왈 젊은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좀더 예술적인 사람이 되자고. 소위 선진국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예술적인 면모’를 갖춘 나라들이라고 하면서, 그리고 열심히 교양 공부를 해서 멋진 사람부터 되고 보자는 것이 요지로 보여진다.

부모님 세대에게도 충고 한 말씀 드리기를 잊지 않는데.... 물론 부모님 세대의 경험을 자식들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은 정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은 먹고살기에 급급한 직업관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인생 불변의 진리를 가르쳐 주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목은 왜 “너, 외롭구나” 일까.
이 제목은 마지막 부분의 상담자들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나 동기들 사이에서 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남학생 상담자, 점점 히기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는 어떤 여학생의 상담 내용에 대한 답글에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사람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세상은 점점 거대해지고 복잡해지고...

그러나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이다.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져야 한다. 인간이 가진 가장 집요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며, 희망과 욕망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외로움이라고... 외로움은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데 필요한 필수 자양분이라는 것. 외로움을 자존심 상하는 구질구질한 감정 따위로 생각하며 숨기고 외면하거나 털고 닦아내려고만 애쓴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라. 

책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할까, 내가 사는 의미는 무얼까를 생각해 봤다. 우리는 그저 삶의 행복을 누리고 삶의 환희를 느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어찌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한 단위의 삶은 할당된 행복과 불행의 양이 있고, 그걸 다 경험한 후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면 될까. 그렇게 삶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다음 단계의 세대에게 전달되고,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 갈테지...

삶에 의미를 잃어버린 느낌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은 역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일 것이다. 삶의 의미 따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의미를 잃어버린들 아무런 의미가 없을테니.

더 고민하고, 더 방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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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1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반 읽고 덮어뒀는데 다시 펼치기는 쉽지 않네요.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내가 청소년이 아니어서 그럴까?^^

2006-05-19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6-05-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오래 전에 (그래봐야 한 일 년 되었을까요?) 꽤 재미있게 읽었더랬죠. 근데 며칠 전에 우리 반 녀석이 재밌는 책 좀 달래서 아무 생각 없이(?) 건네줬다가 오늘 돌려받았어요~! 그런데 다시 또 icaru님의 리뷰를 읽게 되네요. 님의 리뷰는 언제나 재밌어요.

icaru 2006-05-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도중 덮어놓았을 때 다시 손이 가지 않는 책이라 하면... 아마 님은 김형태 님의 충고가 필요 없는 사람이기에... 그럴 거라 생각됩니다. 되려, 김형태 님은 할 수 없는 또다른 형식의 코치를 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icaru 2006-05-2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님... 가는 날이 책 받는 날.. ^^ 우연히도 이 날 책을 돌려 받으셨네요.

친애하는 속삭이신 님..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내셨군요.
힘든 일이 있을 땐, 수다를 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은 그런데, 실제로 전 힘들면 그냥 푹 꺼집니다...
하루가 지났으니 오늘은 좀 수월해졌을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2006-05-2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5-2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의 세 문단, 너무 철학적인것 아닙니까^^
삶에 할당된 행복과 불행의 양을 다 맛보았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것이 어찌 매냥 제자리 걸음일까 몰라요.
"삶에 의미를 잃어버린 느낌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은 역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일 것이다." 이 말 한마디가 참 힘이 되는 하루입니다.^^

icaru 2006-05-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 운운은... 공지영의 책에서 따다가 좀 바꾸었는데 ^^
잉과장님께 힘이 되는 말이라니.. 참 좋네요~
 
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나 의무감에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좋아서 일하는 사람들이라지만, 어쩜 누구보다도 마음 속에 사명감이 도사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의미 없는 것일지라도 그 위로 시간의 더께가 앉으면 새로운 화학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계속 발전시켜서 캐릭터와 관객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 좋겠다고 한다.    우유곽 소녀 이야기 중에서

이들은 한 가지 목표에 정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례로 보여 주는 사람들이다.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다. 나를 포함해 나머지 사람들은 좀더 다양한 재미를 즐기기는 하겠지만,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 하지만 이들은 사명을 수행한다. 만들 때는 작가고, 팔 때는 장사꾼이지만, 그러나 언제나 변치 않는 것은 이런 것이다. 돈이 되질 않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을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사명감이다.
한 가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홀로 가는 길에 배곯고, 하얀 뼈가루만 폴폴 날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양한 곳으로 쉽게 눈을 돌려버리고 머릿속의 수지타산을 헤아리기 바쁜 우리 같은 사람들보다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북아티스트의 대부분이 해외 유학파인 현실에서도 홀로 고군분투하는 박소하다(박소영), 어두운 당신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소망을 가진 라라, 빛과 색을 모자이크하는, 세피로트, 머릿속이 뒤죽박죽한 우유곽 소녀.

수공예와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곧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다. 라고 조윤석은 서문에서 썼다. 우리도 그들의 손을 믿는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 곳이 희망시장이지만 목적이 판매가 된다면 이미 희망시장의 장점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이들 중 누군가는 말했다. 그럼에도 희망시장이 활로가 되어 구매자(향유자)들과의 소통의 창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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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12-1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하이!!
책에는 우유각 소녀인데 저도 우유각일까 우유곽일까 궁금해요..ㅎㅎ
(얼른 리뷰 써야 하는구나..;)

반딧불,, 2005-12-1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좋은 리뷰인걸요^^

icaru 2005-12-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하하이!!!
우유각일까 우유곽일까....! 저도 무척 궁금...^^
엥 우유갑이 맞다하네요... 우유갑이라니..엄청 생소해요!!ㅋㅋ
17일까지니까... 솔찮게 날짜는 남았어요!!

icaru 2005-12-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 제게 뒤꽁지로 빛을 주시나니...!!!

반딧불,, 2005-12-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불빛 친근해서 영 안바꿔져요.

icaru 2005-12-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꾸지 말아야 해요!

비로그인 2005-12-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뒤꽁지 불빛에 곱은 손 녹이며, 쓱쓱~)예술도 하고 돈도 벌면 좋죠, 뭐. 그것이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 대량화, 상품화 되는 것이 문제지..
거리에서 보는 비즈덩가요..뭐 그런 작은 수공예품들, 이뿌기만 하더만요.
굳이 물건을 사진 않지만..거리의 예술가들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쟎아요~

icaru 2005-12-1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씨스터... 오늘도 날씨가 여지없이 춥네요!
예술도 하고 돈도 벌고라~! 근데 제 눈엔 여러 사람들 중... 돈이 안 되어서 조금은 고민하는 사람들 이야기만 눈에 더 들어오더라고요... 스테인글라스 하는 사람도 글코... !

진주 2005-12-1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좋아서 그 일에 종사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못 누리는 행복입니다.
게다가 좋아하는 그 일을 해서 밥까지 먹고 살 수 있다면 대단한 행운이고요.
(나는 어떤가? 좋을 때도 있는데 여전히 스트레스도 왕창....ㅡ.ㅜ)

히피드림~ 2005-12-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제목도 멋진데요,

잉크냄새 2005-12-1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는 천재를 이기지 못하고 천재는 노력파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파는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생을 살면서 기꺼이 즐기고자 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수 있는 것도 행복의 한 방향일것 같네요.

icaru 2005-12-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님은 행운아(아?) 축에 속하시죠오? 알고 있어요....

펑크 님 고마워요~ 사명감 이라고 써놓고...혼자..."이거 넘 거창한 거 아냐..." 그랬거든요 ^^

즐기는 사람이 왕도네요! 흠... 전 즐기는 축은 못되지요... 원래 즐기는 걸 잘 못하는듯해요... 정말 부러울 경지죠... 그런데 궁금한 것!! 잉크냄새 님 행복하시죠...? ㅎㅎ

kleinsusun 2005-12-1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하이!
음....근데 성공하려면 한길만 파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근데 희망시장이 어디예요?

2005-12-14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14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1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2-1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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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수전증이 있는 나( 다른 사람과 밥 먹을 때 전방 30센티 이내에 위치하지 않은 반찬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 좀더 멀리 있는 반찬을 내 밥까지 가져올 때 내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내가 느끼고, 남이 알아채고 하는 게 싫어서 말이다. 대학 다닐 때는 내내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있었는데, 나 혼자 기타를 중뿔나게 연습하거나 할 때는 눈에 안 띠던 떨림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서 연주를 하려 하면 원곡에 심히 무리가 갈 정도였다.-- 내가 만약 외과 의사였다면 사람 여럿 잡았을까? ). 이 증세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지만 이것이 죽고 사는 문제이거나 통증을 수반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의료 기관에 자문을 구한다거나, 딱딱하고 단조로운 의학 서적을 찾아볼 적극성은 갖지 않았다.

뭐, 수전증뿐일까. 각성 기능에도 문제가 있고, 탐닉 중독 경향이 짙다. 일명 “폐인기질” 같은 게. 음식 조절(좋아하는 음식은 배터질 때까지), 인터넷 시간 조절, 게임 종료 조절, 수면 조절... 같은 걸 못하고 끝장을 보려 하는 기질.
  
한번은 이것에 대한 뭐 얻어 들을 지식이 있을까 싶어 ‘학습 부진과 뇌기능’이라는 제목의 어떤 세미나를 들었던 적이 있다. 요는 그거였다. 전두엽의 실행기능 중 한 부분인 주의력에는 이 실행 기능을 조절해 주는 주요한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이라는 것이 있는데, 도파민이 결핍되면 저와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는.... 그러면서 세미나는 약 장수의 그것이 되어 갔다. 왜냐, 다른 해결책은 없고, 도파민이라는 결핍 약물을 주입해 주면 된다는 진단으로 강의가 흘렀기 때문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것은 도파민에 대한 홍보가 아니라, 좀더 타탕한 가설과 이론 그리고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한 통찰력 같은 좀 거창한 것이었는가 보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이 책.  이 책에서는 10명의 심리학자 혹은 정신과 의사들의 각각 인간의 자유 의지와 복종, 군중 심리와 방관자 효과, 기억의 메커니즘, 스킨십의 힘, 정신 진단의 타당성 등에 대한 10가지 실험과 수술을 소개한다. 당시 이 실험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던 지식과 사실에 반하는 놀라운 발견에 당혹해했다. 인간의 행동은 보상과 처벌에 의해 좌우됨을 최초로 증명한 스키너의 상자 실험이, 할로의 철사 원숭이 실험이,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이 그리고 인간 기억의 허구성을 증명한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이 실험들의 내용에 있지 않다.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험들과 피실험자들의 중간에서 부단하게 행동을 하고 있는 글쓴이의 고뇌의 흔적과 그 바지런함이 통찰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일테면 글쓴이는 실험 상자에서 키워졌다는 스키너의 딸을 수소문해 소문의 진의를 알아낸다.  사람이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 이유를 밝혀낸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 찾아(인명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과 인터뷰한다.  실험에 복종했던 사람과 실험에 반항했던 사람들의 인생이 그 실험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그려낸다. 바로 이것이 실험 밖의 영역 그러니까 순전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모든 판단은 개인에게서 시작된다고 본다. 누구에게는 절실하지만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우리 모두 사람이고 보니, 생생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하는 장(場)에서는 그만 주의가 환기되고 만다.

가설과 실험의 사이,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믿음이 탄생하는 그 곳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참으로 흥미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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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9-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이 있어 더 흥미진진한 세상입니다. 스킨십의 힘이 가장 궁금하군요 ^^

stella.K 2005-09-1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읽어야 할 책은 산더미 같이 쌓여있고 으~괴로워 못살겠어요. 이 책 읽어야 할텐데...>.<;;

2005-09-13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13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설과 실험의 사이,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믿음이 탄생하는 그 곳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 이카루파 철학서 3장 16절 -
한참을 곱씹어봐야겠어요....

Phantomlady 2005-09-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흥미로운 리뷰입니다... ^^

icaru 2005-09-1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케케...엄마와 아이간의 그것을 블라블라~ 설파한 것이더래지요... 저에겐 플레져 님이 있어...항상 개안의 기쁨을 맛보곤 합니다...(과장이 쎄다고요?)

스텔라 님...저도요 저도, 에구..글치만 천천히 보셔요~~ 이 책 님께도 마구 흥미로우리라...생각 들어요~
속삭님 ... 서재에서 노는 우리덜치고..중독증세 전무한 이는 없는 듯 하여요 ^^ 근데...돈이 많이..흠...악기값? 떄문?
잉크냄새 님..흣...
스노우드롭 님 안녕하셔요 ^^ 고맙습니다. 오오..선이 고운 강동원이네요~ 흡냐...

국경을넘어 2005-09-1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딸이 직접 자신은 실험대상이 아니었다 했는데 여하간 그가 한 비둘기 실험(쥐 던가?) 심리학 배우면서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가물가물... 도구 어쩌구 한 것 같은데...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지 꿍...

야클 2005-09-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할 때 부터 기대가 큰 책이었는데,님 리뷰를 보니 기대가 더 커집니다. 특히나,제게는 고마운 사연(?)이 있는 책이니까요. ^^

히피드림~ 2005-09-1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있는 줄도 모르다 님의 리뷰를 보니 참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 드려요. 꾸벅(__) (사게 되면 생스투 누를게요^^)

2005-09-14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 님... 그러게요~ 딸은 아버지는 자상하고 좋은 분이었으며, 자식들을 많이 사랑했다고 말했다더군요...근데 왜 소문으로는 딸이 아버지를 고소하고 끝내 자살 기도를 했다고...퍼졌는지..^^:;
야클 님...즐거운~ 책읽기 허십쇼~~~ !
펑크 님..꼭 땡스투가 아니더라도...^^;;; 이 책 님께서도 재밌게 읽으실 거 같아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담은 글... 많이 당겨 하시잖아요~
속삭님... 연애의 목적에서 박해일이 강혜정한테 정말 그러죠~ 흐흐흐... 박해일의 능청능청한 연기가 웰케 귀여웠는지.. 당장 하던 거 덮으면서까지 읽으셨는데... 별 볼일 없음 어쩌요오~ 흣 천천히 읽으세요 .. 님..

비연 2005-09-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읽었는데...아직 리뷰를 못 쓰고 있다는.
좋은 책이죠. 심리학자의 성장배경과 결부하여 탐구해나가던 작가의 모습도 좋고.

비로그인 2005-09-14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합니다! 저 같았다면 불합리한 권위나 실험 앞에서도 찍, 소리 못하고 꼬랑지 내렸을 거 같은데, 순응한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 이거 스포일러성 멘트인가..뭐, 속닥속닥으로 남겨주셔도 됩니다.

icaru 2005-09-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비연 님 서재에서 스밀라랑 이 책이랑 볼 거라고 읽었던 거 같음 ^^
최근 읽은 중에 몇 안 되는 흥미진진한 책이었어요... 님도?~
복돌언냐 속닥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