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은 야시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야시는 밤에 열리는 기묘한 시장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사고 파는 곳이다.

소년은 야시에서 동생을 판다. 동생을 판 대가로 소년은 특별한 능력을 받게 된다. 야구를 잘 하는 능력을. 현실 세계로 나온 소년은 야구를 굉장히 잘해, 주변인들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것 때문에 동생은 영영 사라진 것이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성인이 된다. 그는 다시 야시를 찾아간다. 이번에는 잃어버린 동생을 되찾기 위해...

제12회 일본호러문학 대상 수상작인 '야시'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걸작이다! 정말 이렇게 잘 된 공포소설을 만나기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이후 처음이다.

쓰네카와 고타로는 '야시'가 데뷔작이다. 그러나 이 데뷔작으로 그는 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루었다. 뿐만 아니라 '야시'는 나오키 상 강력 후보로도 추천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중편에 조금 못 미치는 이 짧은 분량의 소설이 역대 일본호러문학 대상 수상작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야시'는 그러한 찬사가 결코 과장되지 않은 놀라운 수작임에 틀림없다. 우선 작가의 그 기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상상력의 폭이 이렇게 넓고 깊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한다. 다음으로 작가의 수준높은 문장력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의 문장은 무척 세련되다. 단문을 구사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그의 천재적인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야시'의 이야기는 어디로 방향을 틀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오싹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초반부 이야기는 중후반부로 치닫으면서 뒤통수를 때리는 급반전을 이룬다. 작가는 정말 M나이트 샤말란 감독도 울로갈 만한 반전의 고수인 것이다.

그리고 반전 뒤로 이어지는 놀라운 진실과 감동의 라스트는 이 작가가 엔터테인먼트로서도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줄 아는 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한 마디로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인 동시에 상상력의 천재인 것이다.

'야시'와 함께 수록된 '바람의 도시'는 작가가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수작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야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몽환, 환상, 괴기, 비애, 애수, 향수, 충격적인 반전까지!

'야시'와 마찬가지로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숨겨진 진실은 믿는 자만의 영역인 것이다. 그러한 믿음은 사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미로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길을 제시해주는 등불인 것이다!

아무튼 작가는 '야시'와 '바람의 도시'를 통해 숨겨진 놀라운 재능들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서 이제 세 편을 보게 된 '일본호러문학대상' 타이틀을 모두 다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잃어버린 동생을 되찾기 위해 무시무시한 야시의 소굴로 다시 뛰어든 남자...! 그는 과연 동생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놀라운 반전과 비애감 마저 흐르는 아름다운 공포소설, '야시' 절대로 놓쳐선 안될 보기 드문 걸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에도 시대 삼백 년 동안 죄인들이 거주했던 옥문도.

긴다이치 코스케가 이 섬에 간다. 그것은 귀환선 안에서 죽은 전우의 유언때문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긴다이치 군, 나 대신... 나 대신 옥문도에 가 주게.

옥문도를 방문한 긴다이치는 아름답지만 어딘지 기묘한 세 자매를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연속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끔찍하면서 기괴한 방법으로 한 명씩, 한 명씩... 죽어간다.

소년 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 '옥문도'는 문예춘추가 선정한 역대 일본 추리소설 1위의 작품이다. 실제로 '옥문도'는 '팔묘촌'과 함께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80여 편의 작품들 중 최고의 걸작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일본 내에서 세계 여러 걸작 추리소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멸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기괴한 사람들, 공포의 전운, 미스터리하고 불가능한 살인, 보고도 놓친 단편들, 충격적인 결말 등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서사 구조가 촘촘하고, 미스터리의 플롯이 탄탄하다. 또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방법도 훌륭하다.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인물은 어쩌면 아이큐 180을 자랑하는 김전일만큼 천재는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은 버벅대며, 조금은 엉뚱하다. 그러한 인간적인 면모가 독자들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긴다이치 코스케는 안개처럼 가리워져 있던 거대한 장막을 걷어내고- 무서운, 너무나 무서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이 작품이 좋았던 것은 다 읽고 나서 무언가 가슴 한 쪽을 파고드는 강렬한 여운과 비애감이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의외의 범인- 불가능한 범죄의 트릭-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철저한 비극 속으로 몰아넣는 마지막 반전! 작가는 치밀하게 계산된 복선을 프롤로그 때부터 교묘하게 깔아놓으며 라스트의 충격적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시킨다.(사건을 해결하고 긴다이치 코스케가 섬을 떠나는 마지막 장까지 다 읽은 다음- 다시한번 맨 처음으로 넘겨 프롤로그를 읽어보았다. 과연- 그 절묘한 배치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일본의 전통과 풍습, 그리고 여러 가지 경구와 시구들이 너무 많이 인용되어져 간혹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각주만도 백여 개에 이른다. 일본의 풍습과 역사를 알 수 있어서 학습적인 기능도 있었지만, 간혹 일본인이 아니고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인용되어져 있어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러한 미약한 단점들을 뛰어넘을 만큼 강렬한 힘이 분명 이 작품에는 존재하고 있다.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필견의 가치가 있는 '걸작'임엔 틀림없다!

참고로 작가인 요코미조 세이시는 10대때 미스터리 소설로 등단을 했으며, 에도가와 란포와의 만남 이후 본격적으로 장편 추리소설을 써 나갔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이제껏 6천만부가 넘게 팔렸으며 일본 내에서 가장 각광받는 추리 작가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눈에 들었던 만큼- 그와 함께 초창기 일본 추리 문학의 토대를 마련한 장본인이기도 하며, 그 재능 또한 뛰어났음에 틀림없다. 실제로 그는 하루만에 원고지 수백 페이지씩을 쓰기도 하는데, 그러한 속도에 비해 플롯이나 스토리라인은 매우 탄탄한 편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짜임새는 오랜 고민 끝에 몇 번이나 퇴고하는 작가들을 훨씬 능가한다고 한다. 이런 점만 봐도 그는 미스터리 분야에 있어 란포 못지 않게 타고난 천재였음이 분명하다.

옥문도를 다 읽고 나니 '팔묘촌'이 보고싶어졌다!

긴다이치의 매력에, 요코미조 세이시의 글솜씨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나보다!

'미치광이지만 도리가 없군.'

수수께끼 같은 이 한 마디! 이 한 마디 때문에 긴다이치 코스케는 거대한 의혹의 파문에 휩싸이게 되는데, 여기에 숨겨진 비밀은 라스트에 가서야 밝혀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9-0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독자들이 미치게 빠져들 도리밖에 없는것 같아요^^

살인교수 2006-09-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팔묘촌도 보고싶은데... 먼저 읽어야할 책들이 워낙 많아서...
 
시계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포일러 없음!!!)

'관'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관 시리즈는 국내 재출간된 것이 두 권뿐이다. 그 두 권 '십각관의 살인'과 '시계관의 살인'이 관 시리즈의 최고 두 작품이라고 한다.

작년 여름에 '십각관의 살인'이 재출간되자마자 구입해서 읽었고, 그 때의 황홀한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어째서 그 작품이 일본 신 본격 미스터리의 신호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 만했다.

그리고- '관'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시계관의 살인'

이 작품으로 작가인 아야츠지 유키토는 4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 상을 수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로, 아무리 추리소설이 엄청 발전한 일본이라고 해도, 이런 작품에게 상을 주지 않으면 어느 작품에게 상을 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 작가는 추리소설계의 케빈 윌리엄스(스크림의 작가)같은 사람이다.

말 그대로 기존의 추리소설이 가진 장르의 법칙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줄줄이 꿰고 앉아서 자유자재로 인용하고 비틀고 재창조하고 전복시킨다. 그의 관 시리즈가 이룩한 위대한 업적 중 하나가 바로 '이중구조'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닥을 드러낸 본격추리물의 '트릭' 및 '반전'에 있어 그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새로운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십각관의 살인'의 경우 클라이맥스의 단 한줄이 독자들의 심장을 멎게 해버린다. (이는 작가 후기에서 작가마저도 자신을 할 정도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시계관의 살인'에서 절정을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우리가 가끔씩, 본격추리물을 보면서 쉽게 빠지기 쉬운 자만감 중 하나가- 나는 읽는 도중 범인이 누구인지 때려 맞췄다,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도 우리는 그런 것에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다. 누가 범인인가 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 어째서 그가 범인일 수 있을까, 어째서 그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것이 실제 본격추리물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생뚱맞게 범인이 누구인지만 때려맞춘다고 사건의 진상까지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란 말이다. 그러므로 그런 자만감은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런 자만심은 피해가는 것이 이롭다. 정말로 근사한 독서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고 들어가는 불상사를 낳을 수 있으므로. (진짜로 사건의 진상을 훤히 꿰뚫었다면 또 긍지를 가질만도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왠지 이사람이 범인 같은데, 하는 것 정도로 자만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봄. 그정도 예측은 사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니)

사설이 길었는데 작품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은 기존의 관 시리즈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시계관이라는 독특한 구조물에 9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강령회를 연다. 그리고 그후, 한 명씩 처참하게 죽어나간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유령처럼 사라지는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무수한 미스터리들의 진상은 무엇인가?

마지막 장을 읽기 전까지 작가가 엄청나게 풀어놓은 미스터리들의 진상을 모두 다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것을 알아가는 쾌감은 배가 되는 것이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극 중반의 한 여자의 죽음이다.

그녀는 너무나 놀라운 것을 보게 되고-(체험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 '불가능함' 앞에서 경악한다.

이 경악스러운 '불가능함'이 무엇인지, 당시로선 궁금해서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에는 '작가'의 '천재적인 기발함'앞에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신 본격 추리소설의 제대로 된 트릭과 마주하는 신선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이러한 재미가 책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위대한 추리소설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들, 궁금증, 의혹, 왜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 도대체 죽기전의 그는 무엇을 알아낸 것일까, 그때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째서 그때 그러한 기이한 일이 일이난 것일까, 하는 것들이 거대한 퍼즐처럼 이어지며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꽤 두꺼운 책이다. 페이지 수가 550쪽에 달한다. 개인적으로 그 550쪽이 아쉬울 정도로 한 치의 지루함이 없었다. 마약처럼 빠져드는 흡입력 때문에 책장을 넘기느라 숨가쁠 정도였다. 또한 두꺼운 만큼, 사건의 구성이 상당히 탄탄한 편이며 드라마성도 강하다. 특히 라스트를 장식하는 '침묵의 여신' 에피소드는 가히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처럼 장중하다. 아무튼 이 '침묵의 여신' 에피소드까지- 무수한 미스터리들은 치밀하게 맞물려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놀라운 결집력을 보여준다. 이 엄청난 작품을 작가가 정말로 혼자서 생각해 낸 것이라면 천재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이 작품에 정말로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소설을 한 편의 공포소설로 봐도 전혀 무방했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이다! 그래도 공포소설과 추리소설은 경계가 있지 않느냐니, 하는 말따윈 이 작품 앞에서 통하지 않을 말이다. 공포소설에 추리적요소를 가미할 수 있고 추리소설에 공포적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 작품은 한 명씩 죽어가는 사람들의 공포심리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 끔찍하고 처참한 살인 장면들은 '검은집''링'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검은집'이 추리물로 분류될수도 있듯이, 이 책 역시 추리물이면서 공포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가 이 작품을 쓰기 전에 이미 '공포소설'을 많이 썼던 것이고, 그러한 전력이 이 작품에 생생히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죽어나가는 자들의 심리, 상황, 살인 묘사는 엄청난 공포와 전율할만큼의 잔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그냥 추리물로 치부하기에는 그 공포와 잔인함이 너무 심하다. 장난 아니고 진짜 무서웠다. 이건 분명 호러다!)

후기에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쓴 10개의 작품을 연도순으로 나열해놓는데 정말로 제목만 봐도 모두 구미가 당긴다. 더 놀라운 것은 작가가 10개의 작품을 단 4년만에 썼다는 것이다. 박민규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소설을 쓰지 않는 사람은 소설가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한다. 그건 스티븐 킹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하늘이 준 재능을 어째서 발휘하지 않는 것인가, 라고 말을 한다면, 몇 년이 지나서야 한권을 발표하곤 하는 작가들은 하늘이 준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그런 면에서 하늘이 준 재능을 확실히 가진, 진정한 작가이며, 그것을 부지런히 발휘하는 성실한 작가이다. 그리고 팬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 작가인 것이다!(물론 후기에서 보면 알지만, 작가는 새로운 트릭,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느라 매번 엄청 고생을 하는 모양이다. 시계관의 경우만해도 쓰다가, 이건 아냐, 해서 찢어버리기를 반복했다고 하니-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이런 정도의 노력과 부지런함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걸작, 재미있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는 듯) 

p.s. 조금은 만화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필자로선 이러한 '폭풍의 산장'식의 추리물이 정말 좋았다! 요즘 너무 '사회파' 식의 리얼리즘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 것도 나름의 매력은 있지만 '본격추리물'을 점점 만화처럼 시시하게 보려는 경향이 불만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사회파' 식의 리얼리즘- 현대사회의 왜곡이 낳은 비극 따위야말로 이제는 좀 질린다. 최첨단의 법의학이나 감식과학보다는 역시 명탐정, 대저택, 괴이한 사람들, 피비린내나는 참극, 불가능 범죄의 실현, 깜짝 놀랄 트릭... 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좋다. 미스터리엔 역시 이런 것이 걸맞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글이 너무 좋다! 아야츠지 유키토가 가장 최근에 쓴 '암흑관의 살인'이 곧 출간예정이라고 하는데- 3권짜리라고 한다. 15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니아들의 소문에 의하면 암흑관의 살인은 별로라고 하던데... 왜 하필 이렇게 두껍고 별로인 작품을 선택한 것일까! '미로관의 살인'이나 혹은 '선홍빛 속삭임'같은 아야츠지 유키토 초창기 작품들이 훨씬 재미있다던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들은 산에 가지 않았다 1 - 한 심리학자의 개구리소년 추적기
김가원 지음 / 디오네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국을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았던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11년의 세월이 흘러 소년들은 유골이 되어 돌아왔다. 왜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사건의 내막은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상처를 덮어버린 눈처럼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 개구리 소년 사건의 공소 시효는 몇 달만 지나면 만료된다.

'아이들은 산에 가지 않았다'는 이 사건의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실화 소설이다. 저자는 카이스트의 심리학 박사로, 실제로 12년동안 개구리 소년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렸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조사와 추적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펴냈으며 결론적으로 그것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리기보다 죽은 '아이들'의 혼이 세상을 향해 무엇을 토로하고 싶은 것인지를 알리고자 했다. 작가는 말한다! '아이들은 결코, 산에 가지 않았다!'

이 소설은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긴박하게 진행된다. 문체도 간결하고 사건 진행은 엄청 스피디하다. 심리학에 능통한 저자는 고차원적인 지식과 가설들을 내세우며 사건의 내부를 칼날처럼 파헤치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제껏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을 내놓는다. 그 과정이 너무나 치밀하고 한치의 빈틈도 없어, 추리와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탄성마저 나올 것 같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여러 가지 의혹들과 그것에 대한 작가의 기상천외한 해석들은 섬뜩한 공포마저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다섯 아이들을 납치, 살해하고 유기한 범인이 놀랍게도 다섯 아이들의 아버지 중 한명이라는 충격적인 가설을 던진다. 이 놀라운 가설은, 그러나 작가의 치밀한 논리와 추리가 뒷받침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무엇인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새삼 환기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집단 무의식과, 대중 매체의 힘, 그리고 범죄가 은폐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배경들이 결국 사건의 진실을 안개처럼 덮어버린 것이다. 올바른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사건' 후 남겨진 이들의 '우매함'이 사건에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미궁을 만들고 그 안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도롱뇽 알'을 잡으러 간다고 했던 아이들은 묘하게도 '개구리 소년'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뒤바껴졌고, 그들은 처음부터 '산'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산으로' 올라갔다고 공공연하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작가는 비단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에만 사명을 가지는 것이 아닌 듯 해보였다. 그는 이 미궁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범죄'에 대해 얼마나 우매한 접근을 하는 지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죽은 이들, 즉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건의 중심부로 목숨을 걸고 뛰어들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개구리 소년'이 실종되었을 때, 그 사건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논리적, 이성적으로 대처를 했더라면 비참한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책은 다양한 증거와 가설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러한 메시지를 떠나서- 치밀한 퍼즐게임과도 같은 재미를 읽는 내내 선사하고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흡입력이 엄청나다. 한편의 공포소설,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흥분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때문에 공포소설, 추리소설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책임에 틀림없다. 또한 작가의 방대하고 깊은 지식을 통해 모든 가설들의 논리성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성과 현장성마저 부여하고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진실에 도전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아이들은 정말로 산에 간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진실은 정말로 무엇일까!

전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든 '개구리 소년' 사건이지만- 이 책은 이제껏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시각으로, 추리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에게 정의와 진실을 바로볼 줄 아는 눈이 없다면 이러한 비극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이 독특한 가설과 수사방법이 아마도 충무로 제작자들을 유혹했나보다.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살인의 추억'처럼 잘 빠진 영화가 나오길 기대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간비행 2006-01-0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자님의 까페에 가입해서 이 책 내용을 봤었는데...지금은 책으로 출판되서 글을 삭제하셨더라구요. 영화화 된다니,기대해볼만하겠네요..

살인교수 2006-01-0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정말 기대됩니다~ 살인의 추억 만큼만 잘 만들기를....

히피드림~ 2006-01-0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잖아도 이 책에 관심이 있었는데,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살인교수 2006-01-0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스릴러 팬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엄청난 가설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엄청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부메의 여름'은 작가의 데뷔작이자 작가의 문학적 씨앗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작가의 모든 세계관이 응축되어 있는 반면- 아직은 매끄럽지 못한 단계라 할 수 있을 테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다음 작품인 '망량의 상자'같은 경우는 '우부메의 여름'에 비해 훨씬 탄탄하고 매끄럽고 문학적 완성도도 높다고 한다. 말하자면- 훨씬 발전된 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놀라운 데뷔작은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일본에서 선정한 역대 미스터리 100에서 이 작품은 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서깊은 산부인과 가문의 남자가 밀실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임신중이던 그의 부인이 20개월 째 출산하지 못하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 기이한 미스터리를 해결하고자 나선 3류 소설가와 고서점 주인의 활약이 이어진다. 사실 이 작품은 이 미스터리한 출발이 시작되기까지 엄청 많은 서론을 늘어놓는다. 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그 '서론'은, 하지만 이후 기막힌 미스터리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이론과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어둘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이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했고 또한 현대 미스터리의 역설적인 가능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기존의 미스터리 소설과는 상당부분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 기이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구성, 분위기 등에서 모두 파격성을 선보인다.

우선 1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2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탐정의 수사'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탐정'의 역할이 분산되어 있으며 '사건'의 해결에 있어 '신화'와 '전설' 그리고 '심리적', '주술적'인 요소들이 다루어진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얼개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는- 철저한 과학적 진상이 이루어진다.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극중 '화자'인 세키구치라기 보다 그를 돕는 추젠치 아키히코라는 고서점 주인이다. 통상 교고쿠도로 불리우는 그는 고서점 주인에다 '음양사'인 독특한 인물이다. 그에 의해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데- 그는 그가 가진 온갖 박학다식한 지식들을 끝없이 늘어놓으며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위'를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전설, 신화, 무속신앙, 심리학, 정신학, 인간학 심지어 양자역학까지 엄청난 양의 지식들이 쏟아진다.

소설의 처음은 세키구치가 교고쿠도를 찾아와 교고쿠도의 이 엄청난 지식과 이론들을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교고쿠도가 쏟아놓는 엄청난 지식, 이론만으로 100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론이 재미없다고 넘겨버린다면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꼼꼼하게 읽다보면 이제껏 몰랐던 지식들과 독특한 이론들을 접할 수 있어 꽤 흥미롭다. 특히 양자역학이라는 것이 엄청 흥미로웠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본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독특한 가설은 또 무척이나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컴컴한 길에서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우부메가 등뒤에서 웃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물론- 돌아보는 순간, 그것이 사라진다고 한들- 우리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이론 중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음양사라는 직업까지 있는 교고쿠도는 사실 엄청난 현실주의자인 것이다- 세상에는 이상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는 교고쿠도의 주장이다. 즉 존재해야할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할 일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주'라는 것 역시 어떤 심령학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속에서 만드는 '식'이라는 것이다. '식'이라 함은 '식신'처럼 음양사들이 사역하는 귀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고쿠도의 말에 의하면 일반적인 수식과 똑같은것이다. 즉, 1더하기 1은 언제나 2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1과 1이 더해져서 2가 되지만 사실 2에는 1이라는 성분이 이미 없는, 전혀 새로운 형태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호학적으로 볼때 그렇다는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이러한 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을 하나의 존재자체로 보고- 사과 하나에 또 하나의 사과가 더해지면 사과 2개가 된다. 이 '사과 2개'라는 것 역시 사과를 '사과'라는 집합으로 묶어 각각의 개체 차이를 무시하고 기호화해버렸을 때만 유효한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계에서는 '두 개의 사과'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사과와 또 하나의 사과가 있을 뿐이다. 개개의 사과는 다른 것이니까. 다시 말해, 여기서 말하는 사과의 기호화가 '저주'인 것이고 더한다는 개념이 '식'인 것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아무리 식을 보내도 초자연적인 불가사의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개의 사과'가 현실계에서 존재할 수는 없으니. 그래서 모든 저주에는 사실- 인위적인 의지의 힘이 개입되어서 어떤 '차이'를 일으킨다는 것이 교고쿠도의 이론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식'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무튼 이러한 이론들은 이 기이한 작품의 분위기는 물론이고 직접적인 스토리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 작용한다.

교고쿠도가 말하는 '유령'은 죽은자가 아닌 산자가 만드는 생각인 것이다. 죽으면 끝이므로, 죽은 사람이 '원통하도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로 '원통하겠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산자의 몫이다. 그리하여 요괴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 즉 요괴를 보는 쪽에 있게 된다는 기이한 논리가 성립된다. 우부메는 산고로 죽은 여자의 유령이 아니라, 산고로 죽은 여자의 원념이라는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 된다. '원념'은 살아있는 자들이 만들어낼 수있는 것이고 그것이 집단에 의해 구전될 때는 '그럴만한 배경'이 존재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러한 이론들은 이 작품 '우부메의 여름'을 이제껏 있어왔던 단순한 괴기소설, 공포소설의 시선을 넘어서-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 속에 웅크리고 있는 '공포'와 '원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한 남자가 밀실에서 홀연히 사라지고 그의 아내는 20개월 째 임신 중이다. 이 불가사의한 미스터리의 안개는 바로 이러한 작가의 독특한 시선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라스트에 이르러면 충격적인 실체를 드러내보인다. 이 작품을 추리소설적인 관점으로 볼 때- 클라이맥스에서 교고쿠도가 밝히는 밀실 트릭의 비밀은 이제껏 무수히 다루어졌던 그 어떤 밀실 트릭의 실체보다 훨씬 충격적이고(엄청난 환호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킬만큼) 대담하고- 센세이션한 것이다. 또한 그 해답을 작가는 이미 무수한 단서와 복선들로 제시해놓았던 것이다!

630쪽이 넘는 이 긴 이야기는 그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사건의 해결과정도 200여쪽을 잡아먹으며 진행된다. 전혀 상관이 없어보였던 무수한 미스터리들은 교고쿠도에 의해 조목조목 하나로 관통되며 우리앞에 그 잔혹한 실체를 드러내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화, 전설, 민간 설화, 집단 무의식, 심리학, 최면 등의 무수한 지식과 과학적 이론들이 쏟아지게 되는데(일부 독자들은 여기서 실망을 한 경우도 있었다 - 과학적 진실로 밝혀진 것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심리적요인으로 돌려버린 것도 있다며) 사실 설명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것은 사실이지만 또 굉장히 스피디하고 시원시원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이 소설의 라스트 200여 페이지를 이 소설의 백미로 칭하고 싶을 만큼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교고쿠도에 의해 차근차근 밝혀지는 불가능한 미스터리들이 하나 둘씩 풀려갈때마다 어떤 쾌감마저 느꼈으니- 여기에 바로 이 소설만의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이 작품은 이 작가의 씨앗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구성에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뭐랄까, 좀더 대중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지 못하다고 할까- 물론 그것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대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좀더 세련되고 간결한 방식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작가가 꾸준히 다음 작품들을 통해 거듭 발전되고 세련되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자 추젠지 아키히코 2탄인 '망량의 상자'도 반드시 읽어보아야겠다.

끝으로 이 소설은 대단히 무서운 소설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본다면- 추리소설이라기보다 공포소설적인 요소가 충분히 내재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무섭다는 것이 피 흘리고 사람 죽고, 귀신 튀어나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함) 실제로 필자는 이 소설을 읽으며 순간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엄청난 공포를 느꼈고 그것은 정말로 절묘한 타이밍에 최대치의 공포효과를 노릴 줄 아는 작가의 천재적인 재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직접 느껴보라, 그 공포감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p.s. 초반 120여페이지를 잘 참고 견뎌라! 그 다음부터는 놀라울 정도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12-2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쑤에 공감합니다^^

살인교수 2005-12-2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두님~ 다음작품인 '망량의 상자'도 봐야하는데- 엄청난 가격 부담이 느껴지네요^^;

물만두 2005-12-2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년에 나올게 걱정입니다 ㅠ.ㅠ;;; 더 두껍다는 소문이...